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 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정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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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머리말에서 자신이 펼칠 주장을 이렇게 정리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러 공공투자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거슬리지 않는 공공정책을 펼치면 이 공공 투자의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을 충분한 자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p.19)

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운도 따라주었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붙을 놈은 붙고 뭘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는 운명론에 동의하진 않지만, 같은 노력을 했음에도 운이 따라 준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겠다 생각한 이유가 여기 있다. 나의 이 막연한 생각을 정확하게 정의내려줄 것 같아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재능과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물론 재능과 노력이라는 요소 없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적 경쟁에서 최고의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행운이 뒤따라야한다. 이는 재능도 있고 노력도 끊임없이 하지만 충분한 물질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진다.

사소해보이는 우연한 사건, 초기의 사소한 차이가 최종결과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오직 재능과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이 성취한 부의 정당성을 강화하기도 하고, 수많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성공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쟁의 장에 무작정 뛰어들도록 사람들을 부추기는 결과" 또는 "성공한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사람이 물질적으로 성공하도록 돕는 사회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꺼리도록 만들 수도 있다" (p.40)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며, 이 행운은 여러 사회가 노력을 통해 만들수 있다. 높은 수준의 공공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여러 사회에서는 이런 노력을 꺼린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선택이 '준거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사소해보이는 우연한 사건들이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 사례를 소개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이 재능이나 노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즉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않지만 행운이 와도 거머쥐쥐못하는 사람들은 재능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실력주의를 맹신하지않지만 그렇다고 행운이 전부라고 말하지않는다. 다만 사회 전체가 공공투자를 통해 함께 누릴수 있는 기회를 나눌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이 많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내가 낸 세금으로 남 좋은 일 시킨다며 반대하는 공공사업들이 많다. 성공한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지 않으려는 것은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이다. 물질적 부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그에 상응하는 준거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

저자는 행운, 그리고 공공투자를 통한 환경적 행운을 증가시킴으로써 성공사회를 건설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소비누진세를 통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과세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해서 어렵게 여겨졌지만, 실력주의뿐만 아니라 행운의 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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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4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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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펜, 에릭펜 형제의 [한밤의 정원사]를 꽤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그들의 새 그림책이 나왔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림!!!
바다를 바라보며 "배 타기 좋은 날이구나"라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호.
할아버지는 이제 곁에 없지만 호는 할아버지 목소리를 기억한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
               

바닷가에서 뚝딱뚝딱 배를 만드는 호.
스르르 잠든 호 앞에 커다란 황금물고기가 나타난다.
호는 할아버지가 이야기했던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을 찾아 떠난다.

 

이 그림책이 책을 많이 읽읍시다 하는 그림책은 아니지만,
제일 먼저 도서관섬을 찾아간 것은 먼 여행을 위한 길라잡이라고 해야할까?
모비딕, 오디세이, 허클베리핀의 모험, 해저2만리, 신밧드의 모험 같은 온갖 모험 책들이 가득하고, 슬쩍 [한밤의 정원사]도 얹어놓았다. 그런가하면 피네간의 경야, 도덕경, 팬텀 톨부스, 파랑새를 찾아서 같은 책들이 호의 여행을 짐작케한다.

커다란 소라껍데기 섬을 지나고, 해파리가 춤추는 바다도 지나자 마법처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이르른다. 호를 거기까지 이끌어준 황금물고기는 달빛 속으로 헤엄쳐 가고, 호는 할아버지 얼굴을 한 달님을 만난다. 그러나 이 모험의 끝은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법 ^^

호는 오늘이 배 타기 참 좋은 날이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호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고,
꿈 속에서 펼쳐진 환상적인 여행담으로도 멋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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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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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위트와 상상력이 빛나는 '있으려나서점'. 인스타에서 잠깐 보고 재밌겠다싶어서 구입. 그림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이름만 보고 처음엔 어린이 그림책이라 생각했다가, 이런저런 소개글을 읽다보니 내가 봐도 될 것 같았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별별 책들 이야기. 그리고 그 책을 파는 서점 이야기이다.  

               

'책과 관련된 책' 전문점 '있으려나서점'에는 어떤 책을 팔까? 있으려나서점에서는 주인아저씨가 웬만한 책은 다 찾아준다. 예를 들면, '조금 희귀한 책'이나 '책과 관련된 도구', '책과 관련된 일', '책과 관련된 이벤트', '책과 관련된 명소', '책 그 자체', '도서관, 서점'에 대한 책 말이다

작가의 나무를 키우는 책에서는 '날마다 다양한 책을 읽어주며 소중히 키우'라거나, '손이 많이 가지만 제대로 잘 돌봐주면 좋은 책이 된'다고 안내를 한다. 주의할 점은 '다른 책을 칭찬하면 토라져서 열매를 맺지 않는'다. 작가를 키우거나 아이를 키우거나 키우는 방법은 어찌 보면 똑같다.

책과 관련된 도구 중에는 [독서 보조 로봇]이 있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귀를 막아주고, 독서를 격려하고, 어두운데서 읽으면 야단치고, 잠을 자면 깨워준다. 게다가 감상도 들어주는 친절한 로봇이다. 슈퍼우먼 엄마들의 역할을 이 로봇이 대신 해주니 엄마들한테 인기 있을 것 같다.

책과 관련된 명소로 소개된 '책이 내리는 마을'이나, '독서초', '무덤 속 책장' '수중도서관' 중에서는 개인 적으로 무덤 속 책장이나 수중도서관에 확 끌린다. 1년에 한 권 읽는다면 신중하게 책을 고를 것이고, 지금이 아니면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 희열 또한 아주 크기 때문이다. 

작가의 온갖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작가들의 염원도 함께 보여준다. 그래도 혹시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지 몰라....하는. 없는 게 없을 것 같은 이 서점에도 딱 하나 없는 책이 있으니 그건 바로 '확실한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이다.

잠깐 시간 내어 후다닥 읽어보았는데 꽤 재미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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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건 멋진 거야 보고 또 보는 과학 그림책
아나카 해리스 지음, 존 로 그림, 공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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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그림책이다.
과학적 지식을 서정적인 글과 그림으로, 혹은 자연스러운 대화체 형식으로 그린 그림책이다.
유아용으로 이런 그림책이 나오는 것 같은데, 보통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주제가 되곤 한다.
 
에바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달때문에 에바는 달을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달이 어떻게 우리를 따라다니는걸까?" 엄마가 질문하였지만 에바는 도무지 답을 알 수 없다. 엄마는 "잘 모르겠다고 해도 괜찮단다. 무언가를 잘 모르면, 그때가 바로 궁금해할 기회야."라고 말한다.
 
이 그림책은 잘 모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궁금해진다. 에바는 달이 왜 우리 가까이에 있는지 궁금해한다. 엄마는 중력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다시 에바는 중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이의 질문은 때로는 우리의 영역을 벗어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나조차도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을 묻기도 하고, 어떨 때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물을 때도 있다. 또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무엇에 대해 물을 때도 있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알고 싶고 궁금해진다.
 
달은 다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변한다. 에바는 아이는 변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다 그 모든 것들이 여기에 있기 전에 여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궁금함을 풀기 위해 우리는 상상을 하고, 또 그 상상이 때로는 사실이 되기도 하고 또다른 질문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질문은 계속 된다.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된다. 애초에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질문은 시작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생각을 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그리고 사실과 현상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궁궁금증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궁금해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또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수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도대체 저런 질문은 어떻게 하는거지 싶을만큼 당황스러운 질문도 많다. 세상에 나와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시절에는 우리도 그들만큼 질문을 쏟아내었을 것이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것의 시작일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그림을 안좋아해서... 그림책의 텍스트에 만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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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지식은 내 친구 16
호시노 미치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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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장출판사의 지식은 내친구 16권. 표지의 첫느낌이 전집 나오는 출판사의 자연관찰책 같아서 조금 아쉽다. 글과 사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편집을 했겠지만, 이 역시도 8~90년대 책 같은 점은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펼쳐보길 권한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는 초등3~4학년용으로 검색이 되는데, 알래스카의 자연에 관심이 있다면 어른들이 보기에도 괜찮다. 왜냐하면 '글'과 함께 사진을 보노라면 권장연령이라는 것이 의미 없이 느껴진다. 솔직하게는 불곰과 연어 사진은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모르겠으나 나머지 다른 사진은 좀 어렵게 여겨진다.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의 자연을 촬영한 세계적인 야생사진가이다. 저서로는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알래스카 극북·생명의 지도』, 『이누이트-생명』, 『노던라이츠』, 『여행하는 나무』 등이 있으며, 쿠릴 호반에서 불곰의 습격으로 43세에 사망하였다.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아침바다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카약의 노를 저어 들어간 곳은 남알래스카에서 캐나다까지 펼쳐진 원시림의 세계이다. 안개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숲의 나무들 사이를 움직인다. 카약의 노를 저어 도착한 기슭에는 숲이 있다. 이끼옷을 입은 듯 갖가지 지의류를 가지 밑으로 늘어뜨린 나무들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그는 곰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언젠가 알래스카의 불곰을 다룬 사진과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화된 곰의 이미지로 인해 우리는 곰을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된 것 같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있고 그 방식대로 살아간다.

작가는 곰의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길에는 곰의 똥이 떨어져있다. 놀랍게도 똥에서 흰 버섯이 수북이 자라고 있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위대함이다. 엄청난 연어떼들은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리고 그곳에는 흑곰을 만난다.
 
연어로 가득한 강가에는 흑곰들이 몰려와 사냥을 하고 연어를 먹는다. 작가는 그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연어들을 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곳은 흑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온 연어들과 그 연어를 먹으러 오는 흑곰들. 흑곰들이 먹고 버린 연어들은 또다시 숲의 양분이 되어 숲을 이룬다. 이곳에서 필요없는 존재란 없다. 언젠가는 흔적없이 사라질 쓰러진 통나무도, 곰이 먹다 버린 연어도, 그들의 배설물까지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숲을 이룬다.

 

이 자연 곁에 인간의 흔적이 있다. 지금은 오래되고 썩어가고 있지만, 한때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아로새겨져 마을에 세워졌던 토템들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100년 전, 인디언들이 살았던 이 곳에 더는 토템이 세워지지는 않는다. 토템이 세줘진 그곳에 이제는 인간이 사라지고 다시 자연이 자리를 잡는 중이다. 언젠가는 토템기둥도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했듯이 사라질 것이다.

 

숲을 나와 다시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작가는 아득한 옛날의 인디언이 된 기분이다. 오래되고 길조차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곰들이 만든 길이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 있다. 인간이 사라지고 자연이 주인이 되어 살아있는 그곳을 사진과 글로 잔잔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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