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방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3
김정민 지음 / 북극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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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풍선을 붙잡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밝다. 이 그림책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 궁금증을 안고 표지를 넘겨본다. 첫 장면은 한 아이가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커다란 가방을 옆에 두고 앉아 있는 모습과,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장면도 표지 그림과 달리 밝지 않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정민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행복한 가방]이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축 처진 어깨에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우리 아이 모습이 겹쳐지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저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아이는 날아가는 풍선에 매달아 가방을 날려버리고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 속에 던져 넣기도 하며, 쓰레기통 속에 버려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가방은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아이를 찾아온다. 저 가방은 아이가 버리고 싶은 물건이고, 잃어버리고 싶은 물건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가방 속에서는 20점짜리 시험지가 나온다. 엄마의 눈치를 보며 국어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가방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상상이 된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아이의 고민을 눈치 챈 듯 하다. 아이가 잠든 동안 시스터 미싱(아하하. 시스터 미싱이라니...)으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다음날 아침 엄마는 아이에게 축구공 모양으로 만든 가방을 건네준다.

 

원래 아이의 가방에는 작은 축구공이 달려 있었다. 커다란 가방에 달랑달랑 매달린 축구공. 엄마는 가방과 축구공을 바꿔버린다. 커다란 축구공 가방에 작은 가방을 달아놓는다. 가방의 모양만 바뀐 것이 아니다. 가방 안에는 아이의 축구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늘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어? 그러려면 공부를 잘해야한단다.....?? 결국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커다란 가방 옆에 작은 축구공을 달고 다니듯이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인지, 내 [꿈]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도 좋지 않을까?

 

오늘은 내 아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알고 싶어하는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살짝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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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에게서 평화를 배우다 지식은 내 친구 15
김황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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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브라운의 『우리는 친구』라는 그림책이 있다. 새끼고양이와 고양이의 우정을 다룬 그림책이다. 이 책 표지를 보는 순간 그 그림책이 떠올랐다. 물론 이 책은 그림책도 아니고, 앤서니브라운의 책도 아니다. 경기도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선정작으로 재일한국인3세 김황 작가의 글이다. 책 속에는 코코라는 고릴라와 볼이라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앤서니브라운도 이 실험 속 고릴라와 고양이를 모델로 삼았을 것 같다. 『고릴라에게서 평화를 배우다』는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인 고릴라의 일생과 생태연구결과 등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인류가 직면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던 고릴라가 실제로 발견된 시기는 1846년이었다. 현지 사람들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고릴라를 처음 본 서양인은 미국의 탐험가 폴 뒤 샤이였는데 자신의 눈 앞에서 드러밍(두 다리로 서서 가슴을 치는 행동)을 하는 고릴라가 무서워서 총을 쏘아 죽여 버렸다. 그 이후로 고릴라는 흉악한 존재로 인식되는데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이후 진화론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과 고릴라의 차이를 강조하기 시작하였고, 인간은 신이 만든 성스러운 존재이고 고릴라는 악마의 대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런 오해를 푸는데 걸린 시간은 100년이었다.


미국의 동물학자 조지 섈러는 2년간의 고릴라 관찰기를 써내었고, 미국의 다이앤 포시는 고릴라의 말이나 행동을 흉내내면서 고릴라 무리 안에 들어가 고릴라의 진짜 모습을 구체적으로 연구하였다. 고릴라는 아프리카에서만 사는데, 서부고릴라와 동부고릴라로 나누어진다. 영장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새까만 얼굴, 두꺼운 손, 긴 팔, 짧은 다리를 가졌고 시각, 청각, 후각은 인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고릴라는 10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리더를 '살버백'이라고 한다. 수컷 고릴라는 13세 정도 되면 은백색으로 변한다. 고릴라는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달리 과일이나 풀을 먹는 채식주의자이다.

 

이 책에는 고릴라의 '말'도 소개해주고 있다.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를 만나면 말을 걸어볼 수 있을까? 하.하. 고릴라는 가슴을 치는 행동을 하는데 이것을 '드러밍'이라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일종의 일인극이다. 사람들은 드러밍을 위협이나 공격의 신호로 알고 총으로 쏘곤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고릴라를 연구할까? 그리고 고릴라는 '평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자유롭고 평등하고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인간이 조상에서서 물려받은 본성인지 아니면 사회적 결함인지를 알아내고 싶어한다. 인간과 유인원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고, 유인원을 연구하면 인간이 하는 행동의 근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유인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고릴라 무리에는 우두머리의 역할은 있으나 서열은 없다. 그리고 먹이는 나누어먹는다. 무리와 무리 사이에도 먹이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을 하지만 먹이를 독차지하려고 하거나, 암컷에 대해서도 포용력을 보인다. 고릴라들은 어릴 때부터 놀이를 통해  서로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또한 싸움이 일어난다고 해도 무리의 리더인 실버백이 중재를 한다.

 

고릴라는 인간에게 피해를 주거나 흉악한 맹수가 아닌데도 인간의 욕심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사냥의 표적이 되곤 하였다. 싸움을 싫어하고 서로 공감하며 살아가는 고릴라들은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가 되었다. 고릴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여러 원인 중에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는 부분이 있다. 탄탈럼이라는 희귀금속을 얻기 위해 고릴라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저자는 고릴라가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면, 그건 바로 인류가 전쟁을, 환경파괴를 멈춘 때(p.129)일 것이라고 말한다. 고릴라의 생태와 습성, 사회를 들여다봄으로써 인류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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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0
이서우 지음 / 북극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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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창작그림책챌린지 수상작 『쩌저적』 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글자가 있기는 하다. "쩌적, 쩌저적, 똑"이 그것이다. 사실 이 그림책에서 이 단어 조차 없었어도 별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단 세 단어지만 펭귄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만한 단어가 있을까 싶다.

               

하얀 바탕의 그림책 표지는 팽귄 한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얼음 위에 올라가 있다. 어딘가로 떠내려가는 듯하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수많은 펭귄들이 모여 있고, 새끼 펭귄도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때 어디선가 '쩌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서 또다시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결정적인 것은 '똑'하는 소리다. 물고기를 입에 문 그 펭귄이 서 있던 얼음이 똑 하고 떨어져 바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린 펭귄은 깜짝 놀라는데... 

 

어느새 멀리까지 떨어져 나온 얼음 위의 펭귄. 사실 여기까지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얼음이 녹고, 펭귄 한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얼음에 실린 채 어디론가 가는 장면. 흔히들 북극곰을 저 자리에 많이들 앉히곤 하지. 새로울 것 없는 주제에 소재가 아닌가 하며 그림책을 넘겨본다.



하얗고 까만색만 보이던 그림책에 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루루 모여있던 펭귄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 녀석은 부리가 빨간 것이 황제펭귄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똑 떨어져나온 얼음을 타고 어쩔 수 없이 여행을 시작한다. 초록색 오로라가 펼쳐진 하늘 아래를 지나가기도 하고, 얼음 동굴 속을 지나가기도 한다. 새파란 바다 위를 지나가기도 하고 초록색 바다근처를 지나가기도 한다. 이 그림책에서 바다는 아주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그동안 눈과 얼음에 갇혀 하얀색과 검은색 세상만 보아온 펭귄이 세상의 다양한 색과 마주한다. 비록 그가 원하는 여행은 아니었을지라도. 얼음이 녹고 펭귄이 떠내려오기 시작할 때 대충 감잡았던 장면과는 다른 전개이다.

결국 펭귄이 타고 온 얼음은 녹고, 이제 더 이상 바다 위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되었을 때 펭귄은 바다에서 보드를 타던 소년과 만난다. 과연 펭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론을 말하자면 펭귄은 다시 남극으로 돌아온다. 지구옹난화를 막는 거창한 방법 따위는 소개하지 않는다. 펭귄들이 죽어나가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는 녹고, 떨어진 얼음을 타고 동물들은 헤매다 굶어죽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그리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펭귄이 다시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제 자리로 돌려보내줄 수 있고, 그곳이 더이상 위험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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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 이게 바로 미래야!
제시 하틀랜드 지음, 피노 옮김 / 책읽는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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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가 타계했을 때 여기저기서 그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 책들을 읽었다. 나 역시 제법 두꺼운 『스티브잡스』(민음사)를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스티브잡스에 대해 그다지 알고 싶은 게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책을 사놓고도 한참을 제대로 읽지 못했었다. 읽어도 내용이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스티브 잡스'를 알고 싶은 마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를 모른다고 해서 내가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까.

 

 

 


 

최근 2~3년 사이에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인공지능AI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으로 사람들의 일자리는 기계들로 대체될 것이고, 거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이나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이 필수라고들 말한다. 창의력이란 것이 어디 가서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니므로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된 입장에서 우리 아이의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서곤 한다.

  
이 책은 1955년 출생부터 2011년 사망에 이르기까지 스티브잡스의 인생을 전부 보여주는 책이다. 고집스럽고 반항적이었으며 규칙에 따르기를 싫어(P10)했던 스티브잡스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업가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을까? 클라라와 폴 잡스 부부에게 입양이 되었고, 지금의 실리콘밸리(샌타클래라)에서 자랐다. 기계 시제품을 만드는 기술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고, 그가 자란 샌타클래라의 분위기도 그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말썽쟁이였던 스티브의 영특함을 알아봐준 것은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교사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티브의 부모님은 스티브가 자라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껏 채울 수 있게 해주었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보무님과 함께 산 것도 그에게는 큰 행운이었을 것이다.

인터넷 같은 것이 있지 않았던 그 시절, 스티브의 호기심을 충족해주었던 또 하나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이었다. 책은 스티브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도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 스티브는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게 되는데 나중에 둘은 가정용컴퓨터인 애플컴퓨터를 만들게 된다. 스티브는 컴퓨터 내부 기술에 신경을 많이 썼을 뿐 아니라 겉모양(디자인)에도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티브는 나이 서른에 애플을 그만두게 된다. 애플을 그만 둔 이후 스티브의 디자인 감각은 더 발전하게 된다. 그가 세운 넥스트는 픽사를 사들여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면 그는 자신이 만든 제품과 컴퓨터의 성능을 가장 잘 이용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없는 맨 땅이 아니라 앞서서 자신이 이룬 것들의 토대 위에서 다시 한 발자국 나아간 것이다.

결국 그를 쫓아내었던 애플이 다시 그를 불러들이게 되는데, 애플의 직원들은 스티브가 얼마나 까다로운 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내다보는 안목과 창의성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애플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스티브 역시 지난 날의 자신이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렇게 해서 스티브는 아이맥을 만들어내고, 애플전용매장도 연다. 연이어 아이튠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허비하지 마세요. 어떤 철학과 이론에도 무조건 기대지 마세요. 그러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런저런 의견이 여러분 내면의 목소리를 짓누르게 하지 마세요. 간절히 원하고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어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것입니다. 마음과 직관은 여러분이 진짜 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 中에서

간절하게 원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라. 쉽게 이루어진 것은 쉽게 무너진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쌓아올린 후에라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딪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어린이용이지만 초등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게 적합하다. 그림이 글보다 많지만 그림책은 아니다. 시각적 정보를 통해 시대별 기술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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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 1953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그림책은 내 친구 10
로버트 맥클로스키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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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클로스키의 그림책은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논장에서 『어느 날 아침』이 나왔다. 표지 그림이 짙은 초록색이러서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처음으로 이가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 샐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옹알이를 하다 엄마, 아빠를 부르거나, 혼자서 배변에 성공을 하거나, 젖니가 빠지거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등 전환점같은 사건이 일어날 때가 있다.

샐은 동생 제인을 챙겨주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는 의젓한 언니이다. 어느 날 아침 이가 흔들리는 걸 발견한 샐은 깜짝 놀라 걱정을 한다. 처음으로 이가 흔들리고 내 몸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엄마는 그런 샐에게 누구나 자라면 젖니가 흔들리다가 빠진다며, 이제는 다 컸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가 빠지면 베개 아래에 두고 소원도 빌 생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가 빠지면 지붕에 던지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던질 지붕도 없고, 대신 치과에서 예쁜 용기에 담아주곤 한다. 우리집 아이도 얼마 전까지 첫니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뒀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이들은 이가 흔들리고 빠진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기도 하고 묘한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샐은 대합조개를 잡고 있는 아빠를 만나러 가면서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물수리를 만나고, 되강오리를 만나고, 바다표범과 갈매기를 만난다. 그들도 나처럼 이가 빠지고 새 이가 날까? 나처럼 다 크면 이런 변화가 생길까? 얼름 아빠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지. 아빠와 함께 조개를 캐던 샐은 자기도 모르게 이가 빠져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빠진 이를 베개 아래에 두고 소원을 빌어야하는데 이를 잃어버렸으니 어떻게 하지? 하지만 샐은 이제 다 컸으니까 고작 이런 일로 울 수는 없다. 아쉽지만, 잃어버린 이 대신에 갈매기 깃털을 주웠으니 그걸로 됐다.

이가 빠진 샐은 그 전보다 더 동생을 살뜰히 보살펴준다. 이제 다 컸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아빠와 함께 벅스항에 가서 동네 사람들과 만나고 아빠의 배도 수리를 한다. 벅스항에서 샐과 제인이 아빠와 함께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을 보면 참 요즘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고, 말 한마디 거는 것도 어려운데 그림책 속 세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그걸로 음식을 하고, 가는 길에 온갖 동물들과 만나는 일도 지금 아이들에게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이웃과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따뜻함도 느껴진다.

이가 빠진 자리에는 이제 새로운 이가 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과정을 거쳐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하나의 통과의례이다. 두려움과 아픔을 견디고 얻은 새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갈 세계를 그렇게 이겨가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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