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괜찮아요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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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처와 같은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나의 직접적인 관계도 그렇지만 아이를 둘러싼 다른 환경과도 늘 부딪치기 마련이다. 다행인지 나는 그다지 예민한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 말에 많이 휘둘리지 않은 편이고, 엄마의 성격을 닮아서인지 아이도 무난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육아가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겪는 일들을 나도 한번 씩은 거쳤다.


우리 아이 괜찮아요.

참 제목이 좋다.

서천석 선생님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당신도, 당신의 아이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전제는 바로 저 문장에 답이 있다. 내가 하나 더 부가한다면, 부모가 혹은 주양육자가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해 똑바로 인식을 하고 있을 때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남탓을 하거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육아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낳아놓으면 저절로 큰다"는 것도 무책임한 말이다. 저절로 클 수 있었던 사회적환경 - 또래 아이들과 놀이의 시간이 많다든가, 형제자매를 비롯한 가족들이 주변에 늘 있다든가 - 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온통 육아 아니면 요리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서도 육아프로그램은 그 아이와 부모의 행동, 그리고 문제에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공개된 육아가 육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 할 것이다. 저 집 아이들은 저렇게 하니까 되는데, 우리집 아이는 왜 안될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절대 똑같지 않다. 우리집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빠른 게 있다면, 남들보다 느린 것도 있다. 저 집 아이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는 문제가 우리집 아이에게는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문제상황과 대처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이 어디 한두가지일까? 부모가 힘들다면, 그 아이는 몇 배로 더 힘들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길어지면 부모도 제 자식이지만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아보자.

 

우리집 아이는 초등3학년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도 학습이라든가, 문제행동 부분을 골라읽게 되었다.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요'는 그 아이가 공부에 흥미가 있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나? 어쨌든 우리 사회가 공부 잘하는 사람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테고, 그러다보니 다들 공부, 공부 하기 마련이다. 서천석은 "공부도 하나의 재능"(p.416)이며 "공부재능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p.418)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쉽지가 않다.

 "부모의 마음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길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주고, 천천히 함께 찾아가세요. 비록 그 길이 남에게 자랑할 만한 길이 아니더라도 부모는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 삶을 사랑하며 열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열정이 있어야 자기 일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p.420)

스마트폰.

결론은 "자기통제력이 생긴 다음에 사줘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아이에게 줘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했었다.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방과 후 아이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능이 적은 전화기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집에 안쓰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있어서 그것을 개통해주었다. 처음에는 별 문제 없었는데, 점점 휴대전화가 아이의 생활 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솔직히 후회한다.


 

스마트폰은 기기 사용에 대한 자기 통제력이 어느 정도 생긴 다음에 사주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중학교 이상 연령이 되었을 때 사 주고, 그때도 아이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확히 한 후 사주는 것이 좋습니다.(p.569~670)

위의 조언은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에 들어야 할 조언이다. 나처럼 스마트폰을 이미 사 주었고, 아이가 스마트폰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상태라면, 조금 더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게임중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전체이용가인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충분한 놀이와 시간을 주면 컴퓨터 게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도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때는 휴대전화를 찾지 않는다. 나는 게임중독보다 더 무서운 것이 SNS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SNS를 통해 채팅하는 재미, 그리고 야한 사진과 동영상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느 날부터 자신의 전화기를 내가 옮기기 위해 손을 대기만 해도 깜짝 놀라고 뭔가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 따지고 알아보았더니 채팅방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야한 채팅을 하거나, 그런 종류의 사진을 다운받아 저장해두고 있었다. 

 아이가 야동을 본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부모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을 명확히 알리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과 느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P.590)

아이의 호기심 자체는 인정해주세요. 다만 음란물을 접하는 것은 마약을 접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부모로서 절대 반대한다는 것을 말해주세요. (P.591)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아이를 키울 때는 부모로서의 주관과 소신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힘들다. 자식이 잘못되면 사회는 1차적으로 부모와 가정의 문제에 주목한다. 그러니 부모로서는 당연히 '내가 잘못했구나'하는 죄책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부모의 죄책감은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는 또 스스로 자신을 잘 할 줄 모르는 아이, 남보다 뒤쳐진 아이, 해서는 안 될 일은 한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이 책은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나쁜 엄마는 아니구나, 내 아이의 문제도 문제라기보다는 성장과정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몰라서 하지 못했던 것이니 이제는 알았으니 조금씩이라도 따라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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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7-0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도 어버이도 늘 새롭게 배우고
스스로 기쁘게 바라보면서 살아가면 되지 싶어요.
잘 하고 못 하고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누리는 하루이니까요

하양물감 2015-07-05 09:47   좋아요 0 | URL
아이가 자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부딪칠 때 당황스럽긴 해요^^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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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배우면 하루를 사람 노릇하고

일 년을 배우면 일 념 동안 사람 노릇 한다.

一日僞學,爲一日之人,一年僞學,爲一年之人.

홍대용, <<담헌서(湛軒書)>>중 <주도이애사(周道以哀辭)>



누군가의 좌우명, 혹은 그 사람이 했던 말, 또는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이 있다. 그 문장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관련있는 에피소드가 더해지면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이 그렇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이라는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좀 고리타분하다. 솔직히. 이 책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명언을 다룬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위에 쓴 저 글귀를 골랐다. 나에게 주고 싶은 문장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8초의 기적이라는 민간요법(?)을 들은 적이 있다. 8초간 어느 자리를 눌러주면 뭉쳐있거나 아픈 곳이 3시간 정도 괜찮아지는데, 눌러주는 시간을 연장하면 지속되는 시간도 그렇게 연장된다는 것이다. 하루를 배우면 하루를 사람 노릇하고, 일 념을 배우면 일 년 동안 사람 노릇 한다고 하니 사는 동안 사람 노릇 제대로 하며 살기 위해서는 평생을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꼭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서 경주에 다녀왔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 5명이 움직였는데, 아이들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 엄마들은 배우고 싶어도 눈치를 봐야하고, 강의가 끝난 뒤에도 미안해하며 집으로 뛰어가야 하는 걸까? 고전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흔들리고, 방해받고,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뚝심이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선조들 중에서도 여성은 한 명에 불과하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이 자신만의 좌우명을 실천하며 살아가기엔 어려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 이 책은 샘터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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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6-28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아이 어머니 누구나 아이하고 신나게 배움마실을 다니고,
또 때로는 아이를 아버지한테 맡기고 홀가분하게 배움나들이를 다니면
서로 새로운 삶을 배울 수 있을 텐데요..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 네, 지금 행복합니다 1년 살아보기
박선정 지음 / 미니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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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학생 때였나보다. 지리산에 미쳐 시간나는대로, 시간이 날때마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지리산을 올랐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늘 뭔가가 부족한 듯 느껴졌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 도쿄에서 1년동안 살아 볼 일이 있었다. 그때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경제적인 이유까지 더해지면 '시간'이란 놈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를 펼치며...>


 


 

한번 쯤 생각해봤던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살아 보는 것. 한국에서 제주도라고 하면, 외국같은 느낌이 아닐까?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국적인 정취를 지닌 관광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제주도를 관광지로 다녀오지 않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주 다를 것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선물처럼 던져주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책을 펼친 내 마음은 그러하다. 저자의 1년은 제주도민의 1년과는 또 다르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바쁜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1년짜리 휴양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1년짜리 긴 여행으로 보았다.

<제주도에서의 1년...>


책의 전반부를 읽으며, 나는 솔직히 화가 났다. 저자에 대한, 책에 대한 화가 아니라, 그렇게 떠나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걷고 싶은 곳을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없음에 한 번, 그렇게 1년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도 될 만큼의 저축이 나에게는 없다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내 삶에 대해 한 번... 그렇게 자꾸 자꾸 화가 났다. 책을 끝까지 읽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지난 4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홀로 여행 계획을 꾸리고, 어디를 갈까, 무엇을 볼까 설렘을 갖고 계획한 일정이 아니었다. 단체로 움직여야 했고, 금요일 밤에 도착해 일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아주 짧은 여행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흠뻑 빠져있던 그 사려니 숲길도 2시간만에 주파해버렸다. 물론 저자가 만났던 뱀을 나도 사려니숲길에서 만났다. 걸어가는 동안 그 숲길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나는 어서 이 숲이 끝나는 곳에 도착할 시간을 재촉하며 걸었다.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나는 그렇게 보내고 왔다.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첫 경험이 중요한 걸까?


20대 후반의 어느 1년을 나는 일본의 도쿄에서 보냈다. 어학연수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일주일에 5일은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했다. 그때는 나도 내 나름대로 패기가 있었는지, 주말마다 도쿄의 구석구석을 걸어다녔다. 주말 아르바이트가 당연히 시간당 수당이 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주말을 보고 즐기는데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자주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긴 시간동안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저자가 제주도에서 보낸 1년이 어떤 느낌일 지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상상이 되었다. 나에게 화를 내었던 마음이 가라앉자 책을 읽는 것이 편해졌다.


40대 중반을 넘긴 나는 다시 다른 꿈을 꿀 수 있을까? 사려니숲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걸으며 그렇게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다시 나에게도 생길까?

 

이 정도 생각하고 나니. 다시 저자가 준 알뜰한 정보들이 다시 보였다. 제주도에서 1년 동안 살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려면 물가도 알아야 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 나라인데 그리 다를까? 하다가 많은 것이 항공이나 배편으로 들어가는 제주도니 당연히 육지보다 비쌀 것이고... 인터넷쇼핑을 해도 배송비가 더 붙는 지역이 아닌가?

 


 

며칠 짜리 관광이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이 담겨져 있다. 마치 현지인처럼, 그렇지만 현지인일 수 없는 여행자의 눈으로 본 제주도의 삶이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짧은 여행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할 것들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1년 정도는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르지는 못했다. 훌훌 던져버리고 떠날 용기가 여전히 없다. 내가 만약 20대, 30대,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다면,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느 누군가는 분명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떠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은........... 그러지 못하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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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6-2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식구가 함께 새로운 곳에서 다른 걱정이 없이 한 해 동안 여행하듯이 산다면...
어떤 재미나 즐거움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나중에 혼자서 제주이든 도쿄이든...
새롭게 한 해 동안 마음껏 삶을 누릴 날을 꿈꾸어 보실 수 있을 테지요~

2015-06-25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는 하늘을 그려, 나는 땅을 그릴게 - 김정호와 최한기의 지도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설흔 지음, 김홍모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토토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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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책을 읽다가, 잠깐 쉬어갈겸 이 책을 펼쳤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무슨 연애시 모음집인 줄 알았다. 거기에 부제인 김정호와 최한기의 지도 이야기를 보고서야 아, 지도에 관한 책이구나. 했다. 설흔 작가가 쓴 책들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 잠깐 펼쳐들었는데, 끝까지 쭉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오주 이규경, 혜강 최한기, 고산자 김정호이다. 아, 미안하다. 친절한 작가님도 종종 등장한다. 세 분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 만나니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주 선생이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가끔 친절한 작가가 끼어들기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주선생은 이규경으로 1788년에 태어났다. 그는 유명한 이득무의 손자이기도 하다.


 

 


오주선생은 책방에 갔다가 김정호와 최한기를 만난다. 이규경과 최한기, 김정호가 서로 교류를 하였고,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그들이 이렇게 처음 만났다는 것은 이야기로 지어낸 것이라 생각된다. (역사소설을 읽을 때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로서의 허구를 구분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주선생은 한기와 정호에게 가르침을 주는데 그 내용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걸어다니는 책'이라 불리는 오주선생도 서얼출신이라 관직에 나서지 못하고 재야에서 학문을 하며 지낸다.


"그것 또한 이 나라의 문제요. 책은 돌고 돌아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가치를 발휘하는 법이라오. 그런데도 모두들 제 책장에 꽂아 놓고 야지중지하는 것만 미덕으로 알고 있으니. 책은 양반만 읽는 물건 또한 아니라오. 양반이건, 농민이건, 상인이건, 노비이건 간에 손에서 결코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책이라오. 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방법을 얻을 수 있다오. 그러려면 책방이 잘 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원..." (p.53)


예나 지금이나 ^^


오주선생은 한기와 정호를 불러다 앉히고 이렇게 당부한다.

"내가 당부하고픈 건 세가지다. 첫째는 호기심이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라는 거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배울 필요가 없다."

"둘째는 열린 마음이다.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받아들일 줄 알라는 말이다."

"마지막은 이 서재에서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양반도 평민도 없다는 거다. 그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즉 동학일 뿐인 거다." (p.77~78)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억지로 하는 공부만큼 재미없고 지루한 것도 없다. 그러나 매사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한 것을 알고자 한다면 학교 공부도 신나고 재미난 공부가 될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여,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하여 폄하하는 일이 잦다. 그리고 배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평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당연히 지도에 관한 설명이 많다. 김정호가 최한기의 집에서 지도작업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있다. 이 두 사람은 지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성격도 다르고 신분도 다르지만,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지도이다.


글 속에 가끔 등장하는 친절한 작가는 지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때로는 오주선생에 대한 정보를, 때로는 주인공들이 모르는 뒷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조선 시대 지도 발달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하기도 하고, 조선에서 지도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규경과 최한기, 그리고 김정호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지도에 대한 지식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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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6-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시대를 함께 살던 사람들은
어떤 꿈으로 이 나라를 가꾸고 싶었을까 하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
 
[나의 빨간머리 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빨간머리 앤
샤론 제닝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소년한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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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그린게이블즈의 앤>>은 나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몇 개의 소설 중 하나이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그 시절 좋아했던 이야기들이 다시 떠오른다. 내가 처음 앤을 만난 건, 소설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후로 빨간 머리 앤을 찾아서 읽었고, 내가 본 애니메이션이 앤 이야기의 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을 알고 꽤 놀란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이 아니다. 나처럼, 혹은 어린 시절 빨간 머리 앤을 좋아했던 수많은 나의 친구들처럼, 앤을 좋아하는 '리'의 이야기이고, '리'에게 빨간머리 앤은 이웃에 새로 온 '카산드라 조바노비치'이다. 리는 카산드라 조바노비치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간다. 즉 이 책은 '리'가 써내려간 자기성장소설이다.


내가 빨간 머리 앤을 읽었을 때 앤은 앤 특유의 화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도 그렇다. 앤 셜리라는 이름 대신 코델리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원했던 것처럼 리는 리나라고 불리길 원한다. 그리고 앤처럼 쉴새없이 이야기를 한다.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보았던 그 앤과 리는 무척이나 닮아있다. 다만, 리는 자신이 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앤처럼 자신은 고아가 아니고 빨간 머리도 아니기 때문이었을까? 보통은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기 마련인데, 앤과 엄청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앤이기 보다는 '앤'과 같은 친구를 사귀고자 하였다. 마릴라 같은 엄마와 매튜 같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리. 리를 이해해주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인 것도 닮아있다. 아빠가 매튜처럼 먼저 하늘나라로 가 버리는 것도 그렇다.


리는 카산드라 조바노비치와 앤과 다이애나 같은 단짝친구가 되기를 원하였다. 사실 단짝 친구라는 건, 지금부터 너와 나는 단짝친구가 되는거야 라고 말로 정의내리고 지금부터 시작!!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리의 행동에 웃음이 났지만, 우리집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면 리와 똑같은 점이 보인다. 나도 어렸을 때 늘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게 늘 3명이어서 문제가 되곤 했는데, 짝수가 홀수보다는 편리한 점이 많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드러내놓지 않는다. 카산드라는 여기저기 친척집을 떠돌며 생활을 했고, 어느 누구의 자식도, 어느 가정의 일원도 되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리는 고아였던 앤의 삶을 동경하지만, 정작 '고아'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바로 그게 아닐까?


열두살의 리와 카산드라, 그리고 리의 단짝친구였다가 서로 으르렁 대는 사이가 되어버린 캐시. 캐시가 눈치 채 버린 리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허허 웃어버렸다. 하지만 캐시에게 늘 여자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었던 그 아저씨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리는 상상의 앤이었고, 카산드라는 현실의 앤이었다. 글을 쓰면서 리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앤이 되어가고, 카산드라를 만나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고아가 아니지만 고아인 것처럼 살 수 밖에 없었던 카산드라는 리를 만나, 연극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노력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앤의 이야기를 읽었거나 잘 알고 있다면, 리와 카산드라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잘 이해가 될 것 같다. 앤의 이야기가 씌여진 지 100년이 넘었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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