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special 유재석 who? special
김성재 글, 스튜디오 해닮 그림, 김민선 감수 / 다산어린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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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에 Who 세계위인전 시리즈 100권을 구매했다. 조카가 보던 위인전을 물려받아 이미 2세트가 있지만, 최근의 현대인물들을 다룬 위인전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구입을 결정했다. 학습만화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도움되는 정보를 잘 살려놓아서 읽을만하였다.

왠만해서는 전집으로 책을 사지 않는 편인데, 위인전은 어느 누구 하나를 따로 고르기가 어려워서 선택을 하였는데, 의외로 아이가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인물을 꺼내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만화 외에 정말 알았으면 하는 정보글은 읽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관심 있는 인물이 나오면 함께 읽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번에 "유재석"편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소개글(예고를 겸한 일부 미리보기)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는데, 첫 반응은 "유재석이랑 안 닮았다!!" 였고, 두번째 반응은 "나도 이거 읽고 싶어!!" 였다. 확실히 얼굴을 알고 있는 인물, 거기다가 우리나라 사람일 경우에는 닮고 안닮고에 대한 반응이 먼저 나오는 듯하다. 이왕이면 보자마자 누군지 알아차릴 정도로 닮았다면 몰입할 수는 있을듯하지만, 이야기 전개 상으로는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유재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배려와 겸손이 아닐까싶다. 그러한 삶의 자세는 억지로 또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하기가 어렵다. 유재석의 경우에는 가식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을 보면 특별히 남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소심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던 그가 아이들을 재미있게 하는 행동으로 자신감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보인다. 유재석에게도 좌절의 순간들이 있었다. 사석에서는 재미있는 사람이 방송 카메라 앞에만 서면 실력발휘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유재석도 그런 경우인 것 같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웃길 수 있을거라고 자신만만했던 유재석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더라면, 오늘의 유재석이 없었을 것 같다. 만화의 내용에서 나오지만, 그는 다른 동기들보다 훨씬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고, 개그제에서 장려상 받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질 정도였다. 그런 그가 데뷔 후 인기를 바로 얻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유재석은 없었을 것이다.


 

 

유재석이라는 이름보다는 메뚜기라는 캐릭터로 더 재미를 주었던 그 시절,

나는 동거동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출연진 중에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때 유재석은, MC의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밉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가 그 당시 인기프로그램이던 토크박스를 보며 꾸준히 연습을 하고 준비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그렇게 빵빵 터트띨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준비된 사람이다. 유재석이 다른 동기들이 주목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포기했더라면 오늘의 유재석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재석을 찾아와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었던 동기와 형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많다. 수많은 연습생들이 스타가 되기 위해 연습을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빛이 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스타가 되었더라도 욕먹지 않고 존경받는 삶을 산다는 것도 쉽지 않다. 유재석이라는 인물은 일단 아이가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유재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방송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아쉬움이 있다면, 다함께 풀어보자 퀴즈한마당 코너의 질문들이 지면을 할애할 가치가 있나 하는 것이고, mc라는 직업을 좀더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지면이 더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 이 책은 다산어린이로부터 제공받은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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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정 초초 사계절 그림책
박혜상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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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의 작업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책요정 초초를 보는 순간, 실은 백희나의 작품들이 떠올랐다고 하면 작가에게 실례가 될까? 어찌되었건,  첫 느낌은 그러하다. 어둡지만 따스한 분위기가 나는데, 초초가 밤이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켜놓은 등불 빛이 은은하여 그럴 수도 있다.


초초의 집 앞에 걸려있는 주문서를 보니 "장화신은 고양이 아닌 장화 신은 돼지 책 만들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책요정 초초는 책을 만드는 요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초초는 북아트를 하는 책요정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주인공을 정하고, 글자들을 넣어 내용을 만들기도 하지만, 책요정 초초의 주임무는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책 요정 초초가 주문서를 받아들고 장화신은 돼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책들을 골라내고 그 중에서 새로 만들 책에 등장할 주인공들을 불러낸다. 
 

 


 제일 먼저 초초에게 나타난 주인공은 아기돼지 삼형제들...그들은 늑대만 나오지 않으면 장화를 신을 생각이 있다.


 

 

구두 만드는 난쟁이가 나와 장화를 만들고 장화신은 고양이도 나와서 도와준다.
 

 

 

내가 이 책요정 초초가 '책의 내용', 즉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요정이라기보다 책을 만드는, 북아트를 하는 요정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초초가 작업대에 앉아 있고 모두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한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초초는 연필로 작업을 하고 바로 다음장부터 정신을 집중하여 책을 만든다.
 

 

 


종이를 재단하고 실로 꿰매고 표지 안쪽에 예쁜 원단도 대고, 표지를 꾸며 제목을 적는 과정이 제법 진지하게 표현이 되어있다. 장화신은 돼지가 무엇을 하는지, 왜 그 돼지들이 장화를 신게 되었는지, 늑대는 나오는지 등등 이야기의 내용은 없다.


 

 

 

 

물론 초초는 그 책에 낱말을 빻아넣어서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요정 초초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물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았다.
 

 

 

뭔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숲속 분위기와는 달리, 초초가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는 클라이막스가 없다. 돼지들이 글자를 입고 책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클라이막스라면 좀 힘빠지는 이야기구조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단독으로 읽기보다는, 이야기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그림책과 함께 연계하여 읽으면 좋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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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노트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진회숙 지음 / 샘터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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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다. 주로 어떤 일을 하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그럴 때 들으면 좋다. 내가 클래식에 대해 잘 알아서 듣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귀가 즐거워서 듣는 편이고, 다른 일을 함께 해도 음악이 나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고, 머리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이다.


자주 듣는 것에 비해 나는 작곡가도, 곡명도 잘 모른다. 알려고 들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테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연주회도 자주 가는 편이고, 음악회가 있으면 찾아서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만, 나는 음악을 들을 뿐이었다. 이건 개인의 취향이니 누가 뭐라 할 바가 못된다. (는 나의 생각)


모처럼 클래식을 설명해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클래식에 관한 설명 중에 언급된 곡이나, 작곡가의 대표곡, 시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곡, 소개한 악기가 두드러지는 곡 등을 클래식노트라는 코너를 통해 QR코드로 바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일일히 모든 음악을 듣는다면, 이 책 읽기를 언제 끝낼 수 있을 지 모를 만큼 많은 동영상이 소개되고 있는데 총 320여곡에 달한다. 예전에는 클래식을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쉽게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는 음악회도 많아지고 있고, 우리집 아이가 보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귀에 익은 선율이 많아진 편이다. 그만큼 클래식도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클래식 음악사와 작곡가들, 클래식악기와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이론, 클래식 악곡, 클래식 음악상식,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목차만 보고 겁먹을 뻔 했으나, 중근 중간 삽입된 동영상들을 보면서 읽어보니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책 읽기에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해야 할까? 수록된 모든 음악을 듣기보다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설명을 보충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연주실황 등이어서 보는 재미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문가가 아닌 터라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 혹은 오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바,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 글의 내용도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고, 클래식 음악 이론과 악곡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아 어렵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크기는 아담한 편이지만 두께가 있어서 읽기 버거운 책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처럼 클래식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도움받을 책이라 생각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양한 음악과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이 책은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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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6-1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씨 누님이시네요!

하양물감 2015-06-16 16:22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그 집도 집안 내력인가봐요. 글빨, 말빨 ^^
 
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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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정기구독으로 받아보는 몇 권의 잡지가 있다. 보통 해당 월보다 일찍 도착하기때문에, "아, 벌써?"하는 말이 먼저 나오기도 한다. 지난 5월은 쉬는 날이 많아서그랬는지, 더 짧게 여겨졌다. 어김없이 몇 권의 잡지가 도착했고, 봉투만 뜯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전문잡지나 내가 공부하기 위해 구입한 것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하는 것이다보니 자꾸 뒤로 제껴두게 된다.


주말을 맞아, 샘터를 집어들었다. 화장실 갈 때 들고 들어가도 될 분량이지만 (나는 화장실에서 책을 보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펼쳐들었다. 평소에는 출근길에 잠시 보는 편이다. 펼치자마자 눈에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권대웅시인이다.


권대웅 시인의 달시는 나도 좋아하는 시이다. 그의 책, [당신이 사는 달]과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를 갖고 있다. 권시인을 알게 된 건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 속에서 시인이 나를 기억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글을 유심히 읽는 편이다. 실은 '달'이 나와는 묘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활발한 황동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몇몇 시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발언에 공감하고, 그들과 내가 사는 세상이 딴 세상이 아닌 것 같아 좋아요를 날린다. 가끔은 그들의 문학적 표현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그들의 언어로 대신 표현한 것 같은 느낌에 격한 공감을 보내기도 한다.


 


서민 교수의 '기생충에서 배우다'를 읽다가 어떻게 이런 소재들을 찾아낼까 싶었다. 혹시 서민교수 집에서도 시댁과의 마찰이? (^^)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힘든 이유는 아들을 끔찍이 아끼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아들은 이 집안에서 유일한 혈육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무슨 말인가하면, 시어머니 역시 며느리였을 것이고, 며느리는 솔직하게 말해서 혈육으로 따지자면 남이 아닌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그 차이를 결코 작은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나 역시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내가 원래 좀 냉랭한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도 밍숭맹숭하긴 마찬가지다. 기생충의 세계에서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떠나 각각의 삶을 살면서도 별 탈없이 돌아간다. 뭐 기생충을 부러워할 것까지는 없지만,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에서는 참조할만하지 않은가?


법륜 스님이 참살이 마음 공부에서 ADHD를 갖고 있는 어머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주셨다. "내 아이가 남의 아이를 해쳐도 병이 있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면 엄마가 대신해서 사과해야 합니다. 같이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중략- 아이를 위해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잘못을 두둔하고 싸워주는 게 아니라 아이를 대신해서 사과하고 그런 잘못을 대신 짊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의 병적인 상태때문에 어머니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의지가 아닌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긴 해도 분명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아이의 병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굳이 병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는 부모들을 본다. 그들의 행동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들은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점점 그런 부모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참으로 팍팍하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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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 모도서관에서 학부모를 위한 독서지도와 글쓰기지도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원래 내가 하던 일은 어린이 독서지도와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예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대상이 대학생이었기때문에 지도의 초점이 조금 달랐다. 그런 내가 어린이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집 아이가 태어난 이후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가 태어났어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늘 읽었고, 우리집 아이는 늘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리고 당연히(?)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아이의 또래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은 책도 좋아하고 다양한 체험도 많이 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책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이었고, 현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지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나의 경험과 책읽기에 대한 주관에 독서지도라는 이론을 더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년이 된 지금 나는 나름대로 독서지도에 대한 강의도 하고 독서지도사들의 모임에서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였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실제로 어떻게 하면 좋으냐에 대한 답을 듣기를 원한다. 나는 수업 중에 학부모들에게 물어보았다. 여러분은 얼마나 책을 읽으시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짐작하겠지만, 그들 자신은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 독서지도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여러분이 책을 즐겨 읽는 것입니다" 라고. 그런데 이런 말은 대부분 그들이 나에게서 듣기를 원하는 강의의 내용이 아니다.


아이가 1학년이 되어 학교에서 독서록 숙제를 받아왔다. 1학년이니 그림을 그리거나 5줄 이하의 짧은 글로도 충분한 숙제이다. 나는 아이의 숙제가 힘겹다고 여기지 않았고, 독서록이나 일기때문에 골머리를 썩이지도 않았다. 아이 역시 그다지 버거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1학년 엄마치고는 꽤 편안하게 보낸 편이다. 그런데 엄마들의 모임에 가서 보면, 아이의 숙제가 곧 엄마의 숙제가 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읽을 책을 함께 읽어보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들은 늘 같이 읽는다고 이야기하는데 엄마들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했을 뿐이지 정작 자신은 읽지 않은 것을 모른다. 이게 무슨 말인가? 엄마는 글자를 읽어준 것이고, 아이는 글자를 들은 것이다. 즉 엄마도 아이도 그림책을(혹은 읽어주는 다른 종류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대로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책의 내용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주인공의 삶에 공감하거나,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거나, 마치 나의 일인양, 내 친구의 일인양 할 말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읽어 준 엄마도, 들은 아이도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글자만 읽었으니 서로 할 이야기가 없고, 할 이야기가 없으니 쓸 이야기도 없다. 


학교나 학교, 또는 다양한 독서수업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해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보편적인 이야기에 머무를 수밖에 앖다. 그러나 엄마 또는 주양육자는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나 최근의 관심사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므로 그 부분을 특화시켜줄 수 있다.


아이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거나 호기심을 느낀 것을 소재나 주제로 다룬 책들은 책 읽기의 단계를 높일 때 좋은 기폭제가 되어준다. 그림책에서 글밥책으로 넘어갈때도, 문학에서 비문학으로 넘어갈때도 도움을 준다. 아이가 3학년쯤 되니 그림이 없는 100쪽 이상의 책을 읽으면서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 책을 잘 읽는 아이도 글쓰기를 하면 유독 힘들어하는 때가 있다. 아이가 글쓰기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모르는 것이다. 글쓰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단문에서 시작해서 단문과 단문을 연결하는 연습, 문단을 만들고 문단과 문단을 연결하는 연습, 그리고 그 문단들을 처음, 가운데, 끝으로 만들어가는 연습을 끊임없이 한다. 나는 일기나 편지쓰기가 가장 쉬우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매일 써야 하는 일기나, 숙제로 써내야 하는 독서록이 더이상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마를 비롯한 주양육자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얼마 전에 "엄마와 아이가 꼭 한 번은 치러야 할 독서록전쟁"이라는 책을 보았는데, 이거 또 엄마 숙제만 양껏 강조하는 책 아냐? 하는 마음으로 들었다가,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다음에 독서지도관련 강의를 나가면 알려주고싶은 몇가지 방법도 챙겼다. 아이의 독서지도를 위해 조언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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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12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아이와 책을 읽을적에 부모는 글자만 읽고 아이는 그림을 읽어서 부모가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을 아이들이 더 많이 느낄때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저두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아 독서와 글쓰기 관련책을 보는데 좋은 말씀해주셔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ㅋㅂㅋ, 그리구 멋지세요 ㅎㅎ

하양물감 2015-06-12 11:20   좋아요 0 | URL
멋지진않아요^^ ㅋㅋ
나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더군요.
아이들은 어느 하나 똑같은 아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할듯합니다

cyrus 2015-06-12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또 다른 착각이 집에 책을 잔뜩 마련하면 아이가 알아서 읽을 거라고 믿는 것입니다. 요즘은 유치원생도 스마트폰을 만질 수 있으니까 책 100권이 있는 방에 아이 혼자 있으면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

하양물감 2015-06-13 09:40   좋아요 0 | URL
그래서 같이 읽어야 하는거구요. 읽으면서 함께 책의 내용을 공유해야 하는거랍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도 그랬지요. 하물며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