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고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1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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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우리'가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는 최고야'라고 이해했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 제목이나 표지 그림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 이 그림책에 대한 이해 없이 본다면 이런 오해를 하기에 충분하다. 원제를 살펴보니 'Oliver Button Is a Sissy' 이다. 아, 원제는 훨씬 더 직설적이네.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다'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 아이의 이름은 올리버 버튼인데 '우리'로 번역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아이일까? 원제를 통해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그림책을 넘기자마자 아이들이 '우리'를 여자애라고 놀린다는 사실을 밝힌다. 제목이나 시작 부분의 내용으로 볼 때, 일단 이 아이의 '다른' 성격과 특징이 문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자 아이지만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꽃을 좋아하고, 영화배우처럼 노래하고 춤 추는 것도 좋아한다. 아빠는 '우리'가 여자애처럼 집에서 노는 것이 싫다. 밖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바란다. '우리'와 같은 남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다.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라고 해서 그들과 똑같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얽매여 '인간'으로 보지 않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꼭 필요할까?


'우리'는 예술적 감성이 드러나고 민감한 아이이다. 이런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서로 힘든 일이다. '우리'는 탭댄스를 배우게 된다. 춤을 추는 일이 즐거워서 연습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의 예술적 감성을 이해하고 춤을 출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여자애'라며 놀림을 당하지만, 무대에 선 '우리'는 행복하다. 비록 대회에서 1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우리'가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영웅처럼 되는 결말이 아니기를 바랐다.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우수하거나 성과를 내는 것'에만 국한된다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늘 놀리고 장난을 치던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참 예뻤다.


요즘 읽게 되는 그림책들을 보면 참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 같다. 과거와는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을 하는 모습을 본다. 어려서부터 '다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그 역할을 잘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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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할아버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6
이수완 지음 / 북극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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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번개를 맞고 슈퍼맨이 된 할아버지. 귀도 잘 안 들리고 힘도 없지만 막상 슈퍼맨이 되니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준다.


하느님은 영웅에 어울리는 외모의 젊은 청년을 염두에 두었지만 번개는 빗나간다. 세상 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 우연히 할아버지를 슈퍼맨을 만들어버렸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딱 이럴때 적합한듯.


하느님이 다시 번개를 쳐서 영웅을 만들고자 하는데 또 엉뚱하게 강아지가 번개를 맞는다. 강아지는 할아버지가 2% 모자란 영웅의 행동을 보완해준다. 어떤 일을 하든 자기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손발 맞는 조력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이 그림책은 조금 아쉬움이 느껴진다. 할아버지나 강아지가 영웅이 되는 의외성이 웃음코드로 작용하지만, 뭔가 약간 미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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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가 상상한 세상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7
맷 데 라 페냐 지음,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 북극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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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는 누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상상해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마일로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진다. 수염 난 아저씨는 아파트에서 혼자 카드 게임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누나에게 그림을 보여줬지만 관심이 없다. 마일로도, 누나도 지하철을 탈 때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잔뜩 흔들어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마일로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을 보며 계속해서 상상을 한다. 그러다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를 본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이 아이는 성에 사는 왕자님이 되어 있다. 그 아이의 하얀 나이키 운동화와 잘 빗어 넘긴 머리 모양이 마일로로 하여금 그런 상상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은 마일로가 상상한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벗겨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 그들의 진짜 삶은 아니다.


마일로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들을 마일로는 스케치북에 그려낸다. 그 중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활을 상상하여 그리는 일을 자주 한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 이렇게 머릿속 스케치북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 진짜일거라는 착각.


이 그림책은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약물 중독으로 교도소를 드나들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던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처음에 마일로와 누나가 느꼈던 흔들어 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림책에서 이런 소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주황색 옷을 입은 엄마를 설명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화와 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그림책의 내용을 여러 방면에서 읽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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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너구리 - ㄱㄴㄷ으로 만든 로맨스 그림책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5
이루리 지음, 유자 그림 / 북극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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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너구리


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한글공부하는 그림책인 줄 알았다. 아무래도 제목에 쓰여진 ㄱ,ㄴ,ㄷ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연이어 나오는 로맨스 그림책이라는 설명을 놓쳤다. ㄱ,ㄴ,ㄷ~ㅎ까지 한글 자음 순서대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흔히 보는 글자책하고는 조금 다르다. 표지 그림을 보면 고릴라와 너구리가 사랑한다.


ㄱ 고릴라 알지?

ㄴ 너구리도 알지?

ㄷ 둘이 사귄대!


이루리 작가의 글에 유자 그림작가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루리 작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그림책에서 이루리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머리 속에서 자꾸 작가님 목소리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고릴라와 너구리가 사랑하게 되는 일은 실제라면 일어나지 않겠지만, 비를 피하며 라일락 나무 아래를 달려가는 고릴리와 너구리를 보면 웬지 그들에게 뭔가 생길 것 같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는 낭만적이다. 질척거리는 도시의 풍경이 아니어서 더 그럴 수도 있다. 나무 뒤에서 그 둘의 모습을 훔쳐보는 말이 소문을 낸다. 숲속 친구들은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 결혼식에서는 고릴라가 던진 부케를 판다가 받는다.


아!!! 고릴라가 (굳이 성별을 구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신부였다는 걸 여기 와서야 알게 되었다. 맨 뒷표지를 넘겨보면 고릴라양과 너구리군의 사랑이라고 쓰여있다. 사실 그림책을 처음 펼쳐서 볼 때 뒷표지를 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고릴라양과 너구리군인 줄 알았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 같다.


어린이들과 이 그림책을 본다면 ㄱ, ㄴ, ㄷ으로 이야기 만들기 놀이를 하면 재미있겠다. 글자를 몰라도 말놀이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ㄱ 강** 알지?

ㄴ 내가 어제 집에 가다가 봤는데 말이야

ㄷ 더워서 그런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더라고..


보통 그렇듯이 ㄹ이나 ㅌ이나 ㅍ에서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우리도 로맨스 하나 만들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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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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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성대에서 나는 특정한 소리와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를 연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즉 인간만이 성대에서 나는 소리들을 다듬어 분명한 말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적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인간이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윗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롤링스톤>에서 일할 때 직원들의 밴드에서 리드 싱어로 노래를 했는데, 후두염으로 고생을 하다 찢어지는 듯한 거친 목소리로 바뀌었고 악성은 아니지만 성대에 폴립이 생긴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내 목소리로 하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치료를 받지 않았다. 목소리 전문가인 자이텔스는 저자에게 '목소리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알게모르게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목소리 톤을 낮추어 거친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절하는 동안 '운율'을 조절하는 능력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운율'은 사람들이 목소리에 색깔, 생동감, 표현력, 개성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타고난 음의 높낮이와 크기 조절 능력이다. 우리는 운율을 조절하여 특정한 말의 메시지를 강화하거나 정반대의 말을 나타내기도 한다. 목소리는 일종의 청각적 지문, 즉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듣는 사람들의 강한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개인적 특성이다. (p.19~22 요약)


이 책은 다섯 가지 정도의 주제를 다룬다. 먼저 개인(신생아)에게 목소리가 처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신생아들이 원초적인 욕구를 어떻게 목소리로 나타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본다. 다음에는 목소리가 주변 사회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권고와 숭배를 타나내는 종교적인 목소라, 대중매체의 목소리, 우리 집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지도자들의 목소리도 살펴본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에 담긴 지혜를 알아보며, 우리 인간 특유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진화적 압력, 정서적 운율 등도 설명한다.


<베이비 토크>

태아의 학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것은 엄마의 목소리다. 임신 3개월의 태아는 엄마의 목소리를 다른 소리들과 구별할 수 있고 엄마의 목소리에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음향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빠의 목소리는 신생아에게 별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남성의 목소리는 음높이가 낮아서 자궁벽을 잘 통과하지 못하고 엄마의 목소리처럼 뼈를 통해 전달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탯줄을 통해 엄마의 목소리에만 익숙해진다. 신생아들은 자궁에서부터 어떤 언어든 배울 준비를 하고 태어나지만 몇 달이 지나면 모국어의 말소리가 아닌 말소리의 듣는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듣는 목소리들은 필요없는 회로들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회로들을 강화하며, 모국어의 특정한 소리들을 감지해 그 소리들을 낼 수 있도록 뇌를 특화시킴으로써 물리적으로 우리의 뇌를 조각한다고 할 수 있다."(p.46)


1972년 스노의 연구에 의하면 돌보는 사람이 아이에게 말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인위적이고 과장된 운율, 즉 높은 음으로 천천히 노래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한다. 이는 고음을 사용해 노래하듯이 천천히 말을 하는 것이 진화과정에서 우리 종이 언어를 가르칠 때 사용해 온 발성메커니즘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엄마 말투'는 정교한 목소리 기반 언어 지도 시스템의 일부이다.


건강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기의 울음은 생물학적 본능이며 생존을 위한 행동이다. 그리고 아기의 울음은 의사소통 수단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매우 큰 심리학적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은 자신의 신경계에 대한 소리 공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아기가 뭘 원하는지 파악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 (p.57)


"결정적 시기는 아이들이 특정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시기를 말한다.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은 특정한 기술을 평생 동안 아예 배울 수 없다. 언어와 억양의 습득이 이 결정적 시기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브로카 영역 roceas aree 이라는 중요한 뇌의 언어 처리 영역이 손상된 유아에 대한 연구로 확실하게 증명됐다. 브로카 영역은 왼쪽 관자놀이 근처 좌측 대뇌반구 표면에 위치한, 지름이약 3센티미터의 원 모양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다. 브로카 영역은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문장을 구성하게 해준다. 브로카 영역은 적절한 말소리들을 단어들로 바꿔주고, 그 단어들을 적절한 순서로 배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브로카 영역은 생각을 소리로 바꾸는 폐, 후두, 혀, 입술을 움직이게 만드는 뇌 영역에 이 정보를 전달한다. "(p.71)


저자는 베이비 토크를 통해 언어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집중적인 언어 몰입 학습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른들은 아기들처럼 빠르게 언어를 습득할 수 없다. 아이들은 문법적 구조나 규칙을 배워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말을 들음으로써 배울 수 있었다고 본다. 사람들이 발음할 때 음높이와 리듬을 다르게 적용하고 남들에게 자신의 말을 이해시키기 위해 멜로디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언어에서 중요한 것은 '소리'이다.


<기원>

모든 동물의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모든 목소리가 폐의 힘을 받아 입으로 분툴되는 소리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모든 목소리가 물고기라는 공통의 조상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폐어에서 나는 소리는 분명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2억 2천년 전 포유류에 나타난 호흡계에 횡경막이 등장하여 정교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포유류는 젖꼭지에 입술을 붙이고 젖을 빨면서 삼키는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면서 목구멍, 입, 혀, 얼굴 근육을 발달시켰고 이것을 조율해 발음을 떠렷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포유류는 발성기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유인원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행동적 특징 즉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목소리를 인간의 목소리로 만드는 것은 감정, 즉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기초가 되며 말의 운율로 나타나는 느낌과 기분이라고 말한다.


<감정>

동물의 뇌에는 3개 층이 순차적으로 생겨났는데 인간의 뇌에는 이 3개 층이 모두 존재하며 각각의 층이 우리 목소리의 정서적 측면을 조절한다. 가장 오래된 층은 뇌간이다. 뇌간은 호흡, 눈 깜박임, 심장박동 같은 모든 비수의적 과정을 담당한다. 파충류의 뇌는 대부분이 뇌간이므로 본능적이고 반사적인 행동만 한다.


모든 종에서 목소리는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자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수단이다. 파충류의 뇌간을 그대로 이어받은 인간의 뇌간은 비명소리를 유발한다. 이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의 모음과 자음을 만들어내는 활동과는 상관없이 뇌간에 저장되어 있는 고정행동패턴이다. 비수의적 흐느낌, 웃음, 아프거나 즐거워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감정을 표현하지만 감정 신호가 아니라 '감탄'이라고 부른다.


좀더 미묘한 감정, 즉 불안, 적대감, 욕망, 의심, 죄책감, 사랑을 드러내는 소리는 뇌에서 두번째로 진화된 층, 변연계에서 만들어진다. 이 층은 몸 안에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촉발함으로써 우리에게 감정을 발생시켜 우리가 마주치는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우리를 사회적 동물로 만드는 변연계가 생존과 짝짓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내부 상태를 나타내는 신호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방식도 결정한다. 이러한 미묘한 표현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복잡성, 감정과 의식이라는 내부 상태의 복잡성과 다양성,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의망에 대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3번째 층인 피질이 엄청나게 확장돼 나타나는 수많은 의식적(무의식적) 사고의 결과이기도 하다.


피질은 크기가 중요하다. 피질이 클수록 계산 능력, 지능, 추론 능력이 상승한다. 피질은 인간의 감정 발성을 편집하고 검열하여 순간적인 소리를 통제함으로써 감정적 발언에 영향을 미친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크고 화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대가가 크므로 목소리에서 적대감이 표출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억제하는 것이다. 완전히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


<언어>

"최근 들어서야, 즉 이 책을 쓰면서 아이가 자궁을 떠나기 전부터 엄마의 목소리가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나는 노래 부르던 피라항 부족의 여성과 아이를 훨씬 더 넓은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인간의 뇌를 준비시키는 가장 중요한 음향학적 신호로서 인간이 진화를 통해 현재의 위치까지 올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 측정 불가능한 역할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의 목소리가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남성의 목소리는 우리 종의 확산에서 핵심적이었던 성적 신호 전달에서 분명히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p.185)


<사회에서의 목소리>

"라보프는 모든 사회에서 목소리의 분화는 인간 종에서의 언어 발달의 가장 큰 목적, 즉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서로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능력 확보와는 반대편 방향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보프는 이 책에서 인간 목소리의 가장 큰 역설에 대해 언급한다. 인간의 목소리는 언어에 특화되면서 우리 종을 통합하고, 우리 종이 집단을 이뤄 서로 협력하면서 다른 생명체들을 지배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갈라놓기도 했으며, 지금도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p.260)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능력, 즉 대화, 공존, 절충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 특유의 말하는 능력이 서로의 의사소통을 위험할 정도로 힘들게 만들어 인간들을 분리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정치지도자들이 파고드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우리 집단의 미래를 결정하고, 서로 다른 의견, 가치관, 피부색, 신념, 태도 억양을 가진 사람들을 통합하는 임무가 있는 정치지도자들은 (주로 연설을 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인류 공통의 목표와 인류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에 대한 생각을 심어줌으로써, 우리가 계급, 인종, 교육, 종교, 정치, 성 정체성, 성적 지향, 국적의 차이를 좁혀 우리 종 전체의 발전, 밝고 축복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p.261)


<리더십과 설득의 목소리>

이 장을 읽는 동안 나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민주주의를 인간 집단을 통치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하면서도 대중이 직접투표로 지도자를 선택하는 방식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사람들이 감성에만 호소해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 이기적이며 사익만을 추구하는 사기꾼을 선출할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사기꾼을 '데마고그' 즉 대중선동가라고 불렀다. 거짓말과 왜곡을 일삼으면서 공포를 조장하고 문명에 위협을 가한다. 분노, 비난, 복수를 조장하는 말을 하여 성난 군중의 '민중적' 정서를 가극해 권력을 잡는다.


"오바마는 목소리의 감정 채널(뇌 변연계에서 나오는 언어 외적이며 운율적인 신호들)을 더 높은 차원의 뇌 영역인 피질, 즉 생각, 이성, 언어를 관장하는 뇌 영역으로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뇌의 이 영역을 이용해 생각이나 감정을 설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음악적 요소들'과 '가사'를 섞어 목소리로 소통한다. 피질보다 변연계를 더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공적인 연설을 하는) 데마고그이거나 (사적인 영역에서의) 깡패다. 이들은 으르렁 소리를 내거나, 헐떡거리면서 말을 하거나,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듣는 사람의 감정 중추에 공포, 질투, 분노, 복수심 같은 원시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동물적인 본능이 활성화되도록 목소리를 사용한다. 공직에 어울리지 않는 데마고그들은 대중의 공포와 분노를 자극해 선거에서 이기고 권력을 장악해 폭군이나 독재자가 됨으로써 자신의 권력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민주적인 장치들을 없애버린다. 최악의 경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야만적인 상태로 대중을 밀어 넣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데마고그인 아돌프 히틀러의 부상과 함께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이런 일이었다."(p.302)


히틀러가 분출한 분노는 대중선동, 대중 운동 그리고 독재의 위험을 세상을 알렸다고 할 수 있다. 히틀러 이후 전 세계로 민주주의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되면서 곳곳에서 우려할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약화되고 실패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전역에서는 이민 유입 반대와 탈세계화를 주장하는 반민주적인 정치인의 목소리가 영향력을 얻기 시작하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등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의 원인은 모든 나라에서 동일하다. 부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중산층이 생활 수준이 떨어지고, 국가가 다민족화되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가짜뉴스의 확산과 선전선동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2~30대 미국인 중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사고방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얼마전 대통령 선거에서 봤던 현상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선택적 분노,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 기득권을 갖고 있었던 남성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의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현상, 사회적 배려를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발상들, 이 모든 것을 더 부추기고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여 분노하게 하고 비난하게 하고 공포감을 갖게 하는.... 그런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인들은 선입견과 분노로 가득 찬 지도자가 민주주의적 장치를 이용해 국민 전체에게 말할 수 있는 마이크를 쥐게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뼈아프게 깨닫게 했다."(p.319)


미국의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갈등과 분노를 조장하고, 차별적 언어를 쏟아내는 걸 보면서 우리들 대부분은 그의 행동을 비난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어떤 반응이었는가?


"민주주의는 아무리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도 말을 통해 권력을 잡을 수 있으며 그 사람이 권력의 오용을 통해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들을 멸종시킬 수 있는 체제라는 경고다."(p.321)

나는, 지금 대한민국이 걱정스럽다.


이 책의 결론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효과적이고 표현력이 뛰어난 목소리, 즉 듣는 사람이 행동, 습관,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듣는 사람과 연결되는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내적인 삶과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사이를 잇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가 되는 목소리"라고. 성대 손상을 입은 경험에서 시작하여 뇌과학, 인문학, 진화생물학, 언어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목소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 느꼈던 즐거움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보이스 #존콜라핀토 #인문학추천 #진화심리학 #뇌과학 #목소리 #언어능력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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