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시월의 말 1권 완독

드디어 길고 길었던 카이사르와 보니파(공화파)의 내전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카이사르의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그의 가장 탁월했던 점은 전투능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적인 능력이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로마는 이전의 작은 도시국가가 아니었고, 세계제국으로 성장한 로마에 걸맞는 체제를 가져오고자 하는 비전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법 체계의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바로 로마 내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연설하는 모습이다.
그의 연설을 읽고 있으면 부하군인들이나 로마의 시민들을 어떻게 자기편으로 만드는지 감탄 감탄!!
내가 로마 시내에서 그의 연설을 듣는듯한 기분이다.
내전 기간 동안 로마를 책임졌던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와 나중에 연애를 하는 그 안토니우스)가 자신의 부채를 없애기 위해 부채탕감법을 선동하자, 카이사르는
로마에 빚을 제일 많이 진 사람이 자신이라며, 그 빚을 탕감한다면 로마인을 위한 모든 사업이 어떻게 될지를 설명하고 나선다. 어떻게 청중을 휘어감을지를 아는 사람이랄까?
시월의 말 2권에서는 이제 모든 권력을 장악한 카이사르가 어떻게 로마의 체제를 만들어 갈지 흥미진진해진다.

또 하나 인상적인건 카이사르의 숙적이었던 카토의 죽음이다.
카토는 그야말로 자신의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목숨을 건 철학자다.
이런 사람은 자고로 공부를 하고 철학자가 되어야지 정치를 했다는게 그의 불행이었겠지.
카토는 보니파의 마지막 결정적 패배 이후 주둔지 도시민들에게 카이사르는 관용적인 사람이니 복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며, 항복을 권유한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절대로 항복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플라톤이 남긴 <파이돈>을 읽으며 영혼의 불멸성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일시적인 육체를 버린다.
이 장면은 굉장히 장렬하게 묘사되다가 주변인들의 소란으로 인해 갑자기 희극이 되어버리는데 재밌는 장면이다.
거기다가 카이사르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또 얼마나 카토다운지...
<다른 이들을 사면하여 법을 어기는 독재자에게 목숨을 빚지기를거부한다.>라고 썼다. 

이에 대한 카이사르의 반응은?
마지막에 <파이돈>에 의지해 영혼이 안 죽는다는 확신을 가진 후에야 자결할 수 있었다니, 참 그게 뭐라고? 불멸은 영혼의 불멸이 아니라 그가 한 업적에 의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라는 냉소를 날려준다.

그럼에도 건전한 반대자 없이 추종자만 남은 카이사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2권은 더욱 기대되는 장면이다. 




건전한 정치적 경쟁이 존재하는 이상 내 추종자 중 거친 자들도 선을 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모든 정부 기관이 내 추종자들로만 꽉찬다면 나보다 젊고 야심 찬 누군가가 나를 죽이고 독재관 자리에앉는 걸 무슨 수로 막겠나? 정부에는 반드시 반대 세력이 있어야 해!
없어도 되는 건 보니야. 반내를 위해 반대하고 자기들이 반대하는게 뭔지도 모르는 자들이니까. 그러니 보니의 반대란 성실하고 신중한 분석의 결과물이 아니라 비이성적이었던 거야. 내가 과거 시제를쓴 것에 주목하게. 이제 보니는 없어. 아프리카 속주에서도 그걸 알게 되겠지.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올바른 반대였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내전을 해서 실제로 얻은 거라곤 반대의 절멸이지. 난 곤경에 처했어.
- P384

 예닐곱 살에 신녀가 된 소녀는 30년간 신녀로 산 후 평범하게 살 자유를 얻었고 원한다면 결혼할 수도 있었다. 파비아가 돌라벨라와 결혼했던 것처럼, 베스타 신녀의 임무는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그들은 로마시민들의 유언장 보호자 역할도 해야 했다. 카이사르가 로마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300만 부 이상의 유인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두 꼼꼼하게 정리하고 숫자를 매기고 보관 상소를 구분해두었다. 로마 시민이라면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하다 해도, 전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다 해도 유언장을 작성해서 베스타 신녀들에게 맡겼다. 일단 신녀들이 받아들인 유언장은 신성불가침이었고, 사망 증거를 대고 권위자가 공증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손댈 수 없었다.
- P414

"카이사르가 어떻게 부채 탕감책을 실시할 수 있겠습니까?" 카이사르는 얼굴을 찡그리고 두 손을 들어올린 채 물었다. "여러분 앞에 있는사람은 로마에서 빚을 제일 많이 진 사람입니다! 네, 저는 국고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엄청난 금액을요! 그 빚은 상환되어야 합니다. 키리테스 여러분, 제가 정한 모든 대출에 공통되는 새 금리인 단리 10퍼센트로 상환되어야 합니다. 그에 대해 저는 전혀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빌린 돈이 상환되지 않으면 곡물 분배 비용이어디서 나겠습니까? 포룸 로마눔을 보수할 돈은? 로마 군대에 들어가는 돈은? 도로와 다리, 수도교를 지을 돈은? 공공 노예들을 쓸 돈은? 곡창을 더 지을 돈은? 경기대회 개최 비용은? 에스퀼리누스 언덕에 새 제수지를 만들 돈은?"
- P438

렙티스 미노르에는 항만시설이 없었기때문에 배로 긴 해변에 최대한 가까이 간 후 병사들은 얕은 물속으로뛰어내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물론 카이사르가 제일 먼저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의 전설적인 행운이 그를 버렸다. 뛰어내릴 때 휘청하더니 무릎까지 오는 물속에 대자로 넘어져버린 것이다. 아주 불길한 징조였다! 모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는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일어서며 두 주먹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주먹 안에서 모래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프리카여, 너는 내 손안에 있다!" 그는 그렇게 소리치며 흉조를길조로 탈바꿈시켰다.
- P499

다른 이들을 사면하여 법을 어기는 독재자에게 목숨을 빚지기를거부한다. 마치 법이 그에게 그들의 주인이 될 권리를 준 것처럼, 법은 그런 적이 없다.
- P525

카이사르가 소리내어 웃었다. "차이점? 아니, 친애하는 칼비누스, 차이점이 아니오. 카토는 삶 자체를 이해한 적이 없소. 철학은 그가 이해할 능력이 없는 것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철학이 그의 행동 강령이었던 거요. 그가 스토아학파가 되기로 했다는 게 그의 천성을 말해주지 자기 부정을 통한 정화 말이오."
- P527

어떤 목소리가 속삭였다. 어디로 가고 있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왜 그것이 거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네가 원하는 걸다 이루었기 때문일까, 네가 원했던 방식으로 합법적 승인을 얻어서는아니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과 되돌릴 수 없는 일로 슬퍼하는 것은 소용없다. 그래, 되돌릴 수 없다. 설사 자갈만한 루비와 에메랄드, 바다 진주가 박힌 100만 개의 금관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경쟁자들이 없는 승리는 공허하다. 경쟁자 없이 카이사르가어떻게 빛날 수 있단 말인가?
승리의 아픔이란 전장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 것이다.
-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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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숙적 카토

이 책에 묘사된 대로라면 정말 고집불통이고, 타협이라고는 일도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로마의 전통은 단 일도 훼손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
그의 맹활약은 로마 안에서였지만 의외로 군대를 이끄는데서도 - 물론 전투는 아니고 아프리카 북부를 가로질러 군대의 행군을 이끄는데 발휘되었지만 - 나타난다.
말만이 아니라 신념과 열의 도덕에 찬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행동양식들을 보여주면서...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로마인들이 남긴 각종 편지라든지 연설문 등을 최대한 책의 내용에 반영함으로써 최대한 로마인의 사고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것인데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의 관점과 얼마나 다른지, 또한 동양의 사고방식과 어찌나 다른지 그런 면을 볼 때마다 빵빵 터지게 된다. 
이들의 원로원 연설을 볼 때는 긴장해야 한다.
빵빵 터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카토가 군대의 행군을 준비하고 시작하면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힌다.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형식은 절대적으로 지키면서 신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관할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막막 부른다.
이런 면에서 지극히 실용적이고 현세적인 그들의 성향이 드러난다고나 할까? 
출정의 제사를 지내면서 이름이 뭐든 성별이 뭐든 어쨌든 신이시여라니..... 

오늘은 어머니 병원 검사받으로 모시고 갔다온다고 시간이 모자랐다. 
게다가 왜 남편은 하루종일 내 옆에서 먹을걸 달라 보채는가?
하루종일 밥과 간식을 마련한다고 내 책읽을 시간이 줄어들다니...... 




"법률적인 측면 말일세, 마르쿠스 카토, 어찌 사람들이 신들과 법률계약을 맺을 수가 있는가?"
"로마인들은 그렇게 하네, 늘 그래왔고, 다만 고백하건대, 나는 신관이 아니라서 라레스 페르마리니와의 계약이 언제 작성되었는지는 확신이 없네." 카토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라레스나 페나테스같은 누멘들과의 계약이 로물루스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루키우스 아헤노바르부스가 말한 건 확실히 기억하네. 로마 원로원과 인민의 법률계약서가 보존되어 있는 건 마그나 마테르나" - 그는 혐오스럽다는 듯얼굴을 찡그렸다. - 이시스같이 나중에 도입된 신들에 관해서뿐이네.
신관이라면 자기 직무의 일환이니까 자동으로 알겠지. 하지만 누가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를 대신관단의 일원으로 뽑아주겠나? 형편없는 후보자들이 나온 시시한 해에도 집정관에 선출되지 못하는 사람을말일세."
- P247

카토는 자루 바닥을 뒤져 병아리콩 한 움큼을 간신히 모은 뒤 남은 식랑이 거의 없있다 그 콩을 바다에 던져넣고 기도를 올렸다.
오 모든 신들이시여, 어떤 이름으로 알려지길 원하시든 성별이 어떠하든, 제가 정확히 추측하게 해주소서!"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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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한국전쟁’들 - 평화를 위한 비주얼 히스토리
푸른역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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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작은 한국전쟁들 26페이지)


이 소년들은 누구일까? 동그라미 안의 소년은 왜 저렇게 괴로워 보이고, 오른쪽 끝의 소년은 무언가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걸까? 모든 소년이 하나같이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건 왜일까?


제주도의 양일화 할아버지는 1948년 11월 20일(16세 때) 제주읍 친척집으로 가다가 대한청년단에게 잡혀, 제주 4.3무장대를 도왔다는  혐의를 억울하게 뒤집어쓰고 끔찍한 고문을 받은 후 재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인천소년형무소로 보내졌다.

인천소년형무소로 보내진 소년범들은 166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1950년 6월 29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천소년형무소에서 후방의 대전형무소로 이감중이던 소년들이었던걸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로 이감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전쟁에서 이른바 사상범으로 분류된 이들 대부분은 흔적도 못 남긴 채 사라졌다.

이곳에 있었던 양일화 할아버지처럼 살아남은 이는 극소수다. 

한국전쟁에서 몇명이 어떤 이유로 죽었다는 통계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이런 구체적인 얼굴들이다.

통계숫자를 대할 때와 달리 사진속 저 소년의 눈빛과 절망어린 몸짓을 대하는 순간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되고, 이들의 고통과 억울함이 가슴을 때린다.




                                                           (출처 - 작은 한국전쟁들 183페이지)


상의를 탈의한 저 청년들은 누구인가?

전쟁포로 교환을 통해 귀환한 국군 포로들이다.

판문점을 통과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은 북한인민군 복장의 포로복 상의와 바지를 다 벗어버린 채 팬티만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죽음으로 애국을 입증하지 못하고 살아 귀환한 포로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직감해서인지 이들은 필사적이다.

그러나 그 필사적인 입증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간 곳은 거제도 근처 작은 섬 용초도라는 곳에 있는 포로수용소였다.

포로 교환 이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따로 고위급 또는 열성분자 포로들을 수감했던 곳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사상의 건전성(?)을 또다시 입증해야 했다 

그것을 입증하지 못한 이들은 즉결처형됐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고향으로 돌아온 포로들의 이야기는 정말로 처음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강요되고 있는 사상검증, 시도때도 없이 소환되는 좌경용공의 마타도어는 결국 한국전쟁의 결과이다.


사진은 때로 백마디의 말보다 더 빠르게 진실을 전한다.

물론 사진은 그렇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저자가 모은 사진들은 대부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발굴한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은 대부분 미군의 홍보전을 위해서 찍힌 사진들이다.

당연히 사진들은 원래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것이 찍힌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 

저자는 각각의 사진들의 맥락을 찾아가면서  잘 못 기록된 것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찾아 한국전쟁의 진실을 알려주고자 한다.

무엇을 위해서?

결론은 용산전쟁기념관에 이른다.

한국전쟁은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곳은 아직도 내 생명 영원한 조국을 위해라고 외치면서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끝없이 상기시키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일제의 군국주의적 자살특공을 살신보국의 애국주의 이념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전쟁영웅을 찬미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지 곧 70년이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이 시작된 날 6월 25일을 기념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그날 새벽 물밀듯이 남으로 내려오던 북한군을 상기하면서 언제나 경계하고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이며, 우리 사회내에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좌경용공분자들을 경계하고 타도해야 한다는 나라에 여전히 살고 있다.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 끝났다.

2차대전을 겪은 여러나라가 각각 자국의 종전일을 기념하듯이, 우리 역시 전쟁 시작일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날을 기념하는 것은 언제쯤 될 수 있을까?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서 -용산 전쟁기념관이 평화박물관이 되고, 상기하자 6.25가 아니라 평화를 기억하는 7.27이 되는 날을 위해서 역사학자들이 여전히 이런 책을 쓰고 있다.

그냥 기억하라가 아니라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되새기는 책읽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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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8-06 16: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짜릿합니다.

적어 주신 대로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7:26   좋아요 5 | URL
그럼요 그럼요. 기억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가 중요한거 맞죠? 이렇게 제 의견에 동의해 주셔서 제 어깨가 들썩입니다. ^^

mini74 2021-08-06 17: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종전일에 대해서 정말 별 생각이 없었던것 같아요. 6월이면 붉은 글씨로 분노하며 포스터를 그리라 강요받던 80년대의 교육때문일까요. 평화보단 두려움과 증오를 배운 기억만 ㅠㅠ 그래서 조금 더 커서 접한 다른 이야기들은 충격이 컸어요. 초등 저학년땐 북한군이 정말 돼지머리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참 좋은 글이에요. 7월 27일을 기억하며.

바람돌이 2021-08-06 17:28   좋아요 5 | URL
아무도 종전일을 얘기하지 않으니까요? 그걸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자체를 막은게 여태까지의 우리 사회잖아요. ㅎㅎ 제가 대학 때 불온문서로 북한여행기를 읽었는데요. 아 진짜 저 자신한테 충격이었던게 뭐냐하면요.
그 여행기를 읽으면서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한거예요. ㅎㅎ 우리나라 반공교육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피부로 확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stella.K 2021-08-06 19: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바람님도 한국전쟁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저도 요즘 한국전쟁에 관심이 좀 생겼습니다.
지금까지는 왜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쟁으로 우리가 어떤 피해와 상처를 받았는지 또 그것을 통해 반공만을 고취시킨 것 외엔
우리나라 전쟁임에도 피상적 알고 있다 싶더군요.
이건 아무래도 사상 전쟁이고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란 생각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1-08-07 00:02   좋아요 4 | URL
한국전쟁의 논의에 대해서는 사실상 민감한 부분이 너무 많아요. 조금만 말을 틀어도 다 실정법에 걸리기 딱 좋은 소재죠. 저도 이번에 한국전쟁 수업하고 나서 학부모한테 항의전화 걸려왔다는.... ㅎㅎ(학부모가 일베같던데요. 왜 맥아더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느냐 뭐 이런.... 아 진짜 미치겠어요. ㅎㅎ)
최근에 미국쪽에서 비밀문서로 묶여있던 것들이 많이 풀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쪽에서도 그 자료들을 가지고 연구하고 결과를 내놓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이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인 면은 분명히 있지만 사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너무나도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는지라 그 한면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해요.
실제로 1948년 남북 단독정부 수립 이후 한국전쟁 일어나기 전까지 38도선에서 일어난 자잘한 전투 횟수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520회정도입니다. 거의 매일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고 봐야죠. 결국 우리나라 내부의 대립도 심각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듯해요.

붕붕툐툐 2021-08-06 22: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한국 전쟁만 생각하면 부글부글합니다. 진짜 우리 민중들이 너무 가여워서요.. 바람돌이님 요즘 이런 책 많이 읽으시네용?^^
아직 한국전쟁이 완전한 종전이 아니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얼른 종전선언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휴전 중인 거니까요. 그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1-08-07 00:06   좋아요 4 | URL
나치의 유대인 학살, 보스니아 내전, 시리아 내전, 아프리카의 내전들.... 뭐 이런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종전선언 아마 쉽지 않을겁니다. 미국, 일본 중국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듯하구요. 실제로 국내의 보수세력들도 원하지 않을걸요. 태극기부대는 아직도 무찌르자 북한이잖아요. 실제로 전쟁나면 자기들은 싸우지도 않을거면서 말이죠. 어쨌든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세대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새파랑 2021-08-07 08: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설명을 사진으로 보니 더 와닿는거 같아요. 참 사상이라는게 뭔지 ㅜㅜ

바람돌이 2021-08-08 00:00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한국전쟁을 사상전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 전쟁에서 사상이 중요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그건 전쟁을 일으키고 지속해나갔던 핵심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상은 그 전쟁을 일으키고 지속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레이스 2021-08-07 08: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마타도어를 양산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한 암투가 계속되고 있으니...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인거겠죠.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도 그 상황은 지속되지 않을까요? 분단선은 우리 안에 있어서 그 철조망을 걷어내지 않으면 평화로 나가는 한발자욱은 더디기만 할것 같습니다.
우리안에 있는 미래에 종전 평화 통일이 있는지 ...?!

바람돌이 2021-08-08 00:02   좋아요 2 | URL
분단과 증오로 이익을 얻는 세력이 아직도 너무 많은거지요. 아직도 막대한 국방비만 생각해도 각이 나오는걸요. 그럼에도 다른건 몰라도 평화는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므로 무조건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2021-08-08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전쟁이 끝난 날은 있지만, 아주 끝난 것도 아니군요 여전히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으니... 평화롭게 통일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을 텐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애쓰는 게 좋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08 01:41   좋아요 3 | URL
통일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통일에 부수적으로 딸려올 문제가 너무 많고 일단 남북이 너무 다르죠. ㅎㅎ 하지만 평화유지를 위한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부까지는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봤는데, 이후 좀 바쁘면서 놓치고, 한 번 손을 놓고 나니 쌓아두고 아 저거 봐야하는데 하며 한숨만 쉬던 책.

드디어 올 여름에 마스터스를 마스터하고야 말겠다라고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이런 결심이 하나도 필요없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6부 시월의 말이란 제목의 유래가 엄청 재미나면서 좀 엽기적이다.

로마에서는 10월에 전차경기를 벌이고, 그중 우승한 전차의 오른쪽 말을 시월의 말로 정한단다.

시월의 말은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죽임을 당하고, 생식기는 따로 절단되어 베스타 신녀들이 재가 될때까지 불에 태워 로마 건국기념이레 제물로 바치는 빵에 그 재를 섞는다.

그리고 말의 머리는 로마의 하층민들이 두 패로 나누어 싸워 이긴쪽이 가지고 자신의 구역에 매단다니....

가장 뛰어난 것을 마르스 신의 신전에 바친다는 의미같은데 아 불쌍한 말!

해석하건대 이 시월의 말은 결국 카이사르를 은유하는 것일테다


6부는 품페이우스가 죽고  카이사르에 대항해 공화정을 지키려는 카토 일파와 카이사르의 내전 후반부부터 카이사르의 죽음까지를 다룬다. 

결국 로마 공화정이라는 과거와 제정시대라는 미래를 위한 제물로서의 카이사르라는 것일까?


지금 보고 있는 6부 1권에서는 드디어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가 만났다.

클레오파트라는 전혀 세기의 미녀가 아니고 오히려 카이사르는 첫만남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게 이채롭다. 그녀는 아직 세기의 미녀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는 뭐랄까? 

연인간의 관계라기보다는 어린 여왕을 카이사르가 아버지 또는 스승처럼 가르치는 것 같달까? ㅎㅎ

물론 여기에는 연인이고 아내고 뭐고 모든 것에 앞서서 카이사르가 로마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에 첫번째 원인이 있기도 하다. 


알렉산더가 이집트를 점령하고 알렉산드리아를 건설, 알렉산더의 죽음 이후 그의 부하에 의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건설되는데, 그들의 지배형태가 사실 참 헷갈렸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명쾌해진다.

마케도니아인들이 주를 이루는 인구 300만의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사실상 분리되어있다고 보는게 옳다.

이집트 원종교의 신관들에게 파라오라는 호칭을 따로 받아야 진정한 이집트 전체의 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알렉산드리아의 왕이자 파라오로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당시의 이집트의 풍경과 사회체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아 그리고 사족! 사람들이 클레오파트라는 그냥 이집트의 여왕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순수 이집트인이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인종적으로 그녀는 백인, 그리스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케도니아인과 중동지역의 혼혈이 맞겠다. 아버지는 마케도니아인, 어머니는 아랍쪽







 카이사르는 거기서 빠져나와 시민관을 거머쥐었다. 용맹함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에게 주어지는 그 떡갈잎관은 극히 드물게 주어지는 까닭에, 그것을 얻은 자는 여생 동안 모든 공식 행사에서 그 관을 작용할 자격을얻었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박수를 보내야 했다. 원로원이 소집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이사르에게 박수쳐야 하는상황을 비불루스가 얼마나 질색했던가! - P29

"왕위에 오른 프톨레마이오스 혈통은 모두 파라오이기도 하지 않나?"
"아니요, 카이사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친인 아울레테스는 파라오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는 나일 강의 이집트 원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제들을 회유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반면클레오파트라 여왕은 어린 시절 한동안 멤피스에서 사제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녀가 왕위에 오르자 사제들은 그녀를 파라오로 성별했고요. 왕과 여왕은 알렉산드리아식 칭호일 뿐, 이집트 본토인 나일 강 유역 이집트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 P51

‘확실한 건, 그는 말을 계속했다. "이번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대부분은 마케도니아인과 마케도니아계 그리스인이라는 것이오. 아마 10만 명쯤 되겠지. 그러니 여전히 당신에겐 돌봐야 할 300만 명 가까운사람들이 남아 있소. 살 곳과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 말이오. 당신이알렉산드리아의 대다수 백성들에게 사랑받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걸 부디 깨닫기 바라오. 로마는 강대국이 된 이래 폐허로 전락한 적이없고, 로마의 일반 민중이 등한시된 적도 없소. 당신네 프톨레마이오스왕족과 마케도니아 정복자들은 로마보다 훨씬 큰 땅덩이를 자기네 마음대로 다스려왔고, 거기에 박애정신이라고는 없었소. 그런 방식은 바뀌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군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성난 무리로돌아올 것이오."
- P172

"프톨레마이오스는 대단히 그리스화된 가계인데 왜 옛 이집트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건물을 지은 거요? 당신들은 심지어 그리스 문자대신 상형문자까지 사용하고 있잖소."
"아마 우리 중 대다수가 파라오였기 때문일 거예요. 사제들이 워낙고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확실한 이유고요. 사제들이 건축가와 조각가, 화가를 제공하거든요. 때로는 알렉산드리아에까지 말이에요. 하지만 필라이 섬의 이시스 신전을 볼 때까지 기다려봐요! 거기엔 그리스 양식을 살짝 가미했거든요. 내 생각엔 그곳이 이집트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 복합건물로 널리 알려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해요."
- P192

우리 로마인에게 달은 비나 여자의 월경주기나기분 변화를 의미하는 반면, 그들에게 달은 그저 땅을 낳은 밤하늘인누트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신들을 우리 로마인이 보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상상한다는건... 아니, 그들은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이곳에서 신은 태양이고 하늘이고 강이고 인간이고 동물이다. 어떠한 추상적인 개념도 내포하지 않은 우주론이다.
- P194

"인색하게 굴지 마시오, 클레오파트라! 당신 돈을 써서 백성들을 먹이시오, 가난한 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마시오! 로마가 무산자들과별 갈등이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전차 경주 입장료를 받지말고, 아고라에 무료로 몇 가지 구경거리를 올릴 생각을 하시오. 그리스인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을 데려다가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같이 유쾌한 희극작가들의 작품을 공연하게 하시오. 일반 민중은 자기네 삶 자체가 비극에 가까워서 비극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한나절 잠깐이라도 웃으면서 걱정근심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공공분수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설치하고 공중목욕탕도 몇 개 만드시오.  - P203

로마에서는 목욕탕에서 한 번 마음껏 즐기는 데 1분의 1세스테르티우스밖에 들지 않소. 그 돈이면 사람들은 몸도 깨끗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서나가는 거요. 여름 동안은 저 망할 새들을 관리하시오! 남녀 몇 명을 고용해서 거리 청소를 하고, 오물을 내보내는 하수구가 있는 곳마다 제대로 된 공중변소를 설치하시오.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관료들로 꽉차 있으니 귀족은 물론 다른 인구까지 포함하는 시민 명부를 마련하시오. 또 빈민들에게 매달 밀 1메딤노스를 받을 자격을 주는 곡물 목록을작성하고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게 보리 배급도 포함하시오. 당신이소득으로 받는 돈은 썩어 없어지게 처박아두지 말고 고루 분배해야 할것이오. 그 돈을 쌓아두면 경제가 붕괴하는 거요. 알렉산드리아는 이제길들었지만, 계속 그 상태로 있을지는 당신 하기에 달렸소."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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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8-0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이상한 작가의 그 무지막지
한 책도 읽었는데, 이 마성의 시리즈
는 왜 그러지 못한 걸까요...

너무 책들이 많다는 핑계를 대보렵
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6:50   좋아요 1 | URL
일본의 이상한 작가... ㅋㅋ 동의합니다. 근데 글을 진짜 잘 쓰는 이상하고 나쁜 작가입니다. ㅎㅎ
이 시리즈는 책이 진짜 많아서 사실 덤비기는 힘들죠. 전체 21권, 그것도 거의 500페이지가 넘는....
그런데 정말 재밌어요. 그 이상한 여자의 책하고는 비교 불가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이 책의 리뷰를 쓰는게 난감하다는 붕붕툐툐님에게 한표!

제목은 꼭 성장소설 같고,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성장소설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좀 다른 성장소설일걸? 했던 나의 뒤통수를 확 후려치는 책!

여운은 많이 남는데 아마 며칠은 곱씹지 싶은 책이다.

손에 들면 놓치지 못하는건 아니고, 난 중간쯤엔 살짝 지겨워졌었다.

하지만 결말은 압권이다!


늘 결심하는게 적어도 읽은 책은 단 몇줄이라 리뷰든 페이퍼든 쓰자인데(물론 결심만이다.)

8월엔 이 책이 걸림돌이 딱 되는구나.

스포일러 피해 먼저 리뷰 쓰신 서재인님들 존경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영국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
영국 억양으로 말한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게 낙인을 찍고 거짓말을지어내고 있었다.
- P94

"마지막으로 하나만 얘기하마. 멀리 갈 것 없이 네 옆에서 주무시는용감한 노인을 봐라. 남자들이 어떤 임무인 줄 알면서도 결연히 길을떠났을 때 할머니는 너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았다. 사흘 후에는 과부가되었지.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남편을 떠나보낸 거다. 나는뒷골목 연애질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 P94

거의 매일같이, 아기의 살에 대고 담배를 비벼 끄는 인간들이있다. 매일같이 구십 먹은 여자들이 강간과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순전히 장난삼아 불붙인 휘발유를 우체통에 넣는다. 자동차가 도난당하고 텔레비전이 도난당한다. 회사 임원들이 직원 연금을 모터 요트 사는 데 쓴다. 마약 중독자들이 부츠"에서 약을 산다. 십대 여자애들이 도시 공터에서 불태워진다.
- P150

꿈속에서 그들은 때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받고, 목소리와 헛것이 전부 사라지고, 그래서 내일이면 망각에 저항하는 힘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환상을 본다.
노숙자 생활을 자처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예전의 안정된 생활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거리가 자신이 있을 곳이라느낀다.
- P156

그녀는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안다. 가을날 결혼식 신부 들러리도 아니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담요를 뒤집어썼던 아이도 아니다. 한때 그녀의 것이던 순수함은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리석음이 되었지만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고, 상실을 경험한 예전의 그녀는 지금의 자신으로 이끈 사람이기에 소중하다.  - P312

얼빠진 멍청이, 아무데나 떠도는 바보, 피로감 섞인 동정 한 조각이거리의 사람을 향해 던져지고, 눈길은 서둘러 다른 데로 옮겨간다. 다른 도시도 있을 테고, 다른 도시의 거리와 도로도 있을 것이다. 태퍼와조지, 리나, 케브, 다보, 멍청한 해나 들도 있을 것이다. 자선단체와 보호소가, 자비와 경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어디에나 산 사람과죽은 사람을 가르는 운명이 존재할 것이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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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06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때문에 펠리시아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더군요 이건 어떤 이야기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둘레 사람도 다 잘 봐야 하는데... 펠리시아와 힐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러면서 교회 사람은 대체 뭘까 싶고 노숙자는... 이제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06 01:58   좋아요 1 | URL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힐디치에 대해서도 참.... 누구에 초점을 맞춰 읽어도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8-06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압권의 결말이라니... 저도 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요즘 인기 있는 책 같아요.^^^**

바람돌이 2021-08-06 16:15   좋아요 2 | URL
절대로 절대로 결말을 미리 보지 마세요. ^^

레삭매냐 2021-08-06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펠리시아>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스타일의 책이라, 스포일러 없이
리뷰를 쓴다는 게 정말 난이도 최상
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개 스릴러의 경우, 스포를 막기 위
해 보통 캐릭터 분석으로 갑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6:51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래서 리뷰들도 대부분 펠리시아 아니면 힐디치씨 얘기를 많이 하게 되더군요. 이 책이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라 머릿속에서 계속 되새김질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는 리뷰를 쓸 수도 있지 않을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