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가 외출을 위해 굽 높은 구두를 신을 때였다. 그리고 호퍼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면 나는 글을 쓴다. 나는 그림을 볼 수 있지만 그릴 수는 없기때문이다. 나는 항상 호퍼처럼 광경을 본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창문 혹은 문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몰랐던 것을 결국에는알게 된다. 알 수 없는 것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럼 그것이진실이 된다. 당신은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리라고 믿어.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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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점 커 가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지 않은 믿음들과 잡스러운 독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나는 혼자였으며 믿고 의지할 부모도, 인생의 답을 내려 주는 신도 내 곁에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어제 화요일 밤에 달마우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맞으며 나는 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결론을내렸다.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 그저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 무려 육십 년이나 걸리다니,  - P11

쓰다듬었다. 자키암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집을 나섰다.
그는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짧은 기도를 올리고 끝없는 눈보라를 향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삶을 바꾸고 그의 역사와 기억을 바꾸기 위해.
- P21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이후 하늘은 땅으로 무너져 내렸고,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의 살결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지저분한 잡동사니로 가득하지만 사랑의 장미향이 퍼지는이름 없는 골목을 지나 문이 열려 있던 인기척 없는 집으로 그를이끌었다. 교회의 종소리는 계속되었고, 이웃의 한 여인이 창문을 열고 소리치기를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을 알리오니, (라틴어)11)엘리자베타, 전쟁이 끝났다! (이탈리아어) 그러나 사랑에 빠진 두연인은 곧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었으며, 이 외침을 듣지 못했다.
- P48

"음악가들은 연주를 위한 악기를 찾아. 그들은 악기를 손에넣으면 연주하는 데 쓴단 말이야. 하지만 수집가는 꼭 연주해야 할 이유가 없어. 열 가지 악기를 소유하더라도 그저 만지기만 한단 말이지. 혹은 눈알을 굴려 살피거나. 그러고는 행복해하지, 수집가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만지는 자들이야."
- P91

믿기 힘들지만 가장순수해 보이는 것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탄생하기도 한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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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두 예술가들은 즉각적인 끌림에서 벗어나 양가감정의 단계를 거쳐 독립성 - 우리가 ‘자기 목소리 찾기‘라 칭하는 활력적 창조 과정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독립성, 즉 통합과 평등한협력을 갈망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정신적 구별 짓기는 진정한 창조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또한 독특함과 독창성을 획득하려는, 현대성을 향한 욕구와도 통한다. 위대한 성취를 위해 고독함과 독자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 말이다.
따라서 내가 이 책에서 다루기로 마음먹은 예술가들이 위대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독과 인정, 단독성과 소속감 사이의 이러한 역동성은 바로 모더니즘을 둘러싼 이야기의 핵심이다.
- P28

이러한 의미에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라이벌 관계란 친밀함의 투쟁그 자체다. 누군가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꿈틀대는 투쟁이자, 어떻게든 자신만의 독특함을 지키려는 전투와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투쟁 말이다.
- P31

그는 시대의 예술을 덮어 감춰버리는 진부한 태도를 혐오했다. 그래서 살롱에 저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의 과업이나 나폴레옹의 장엄함을 묘사하는 그림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 또한 여성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긴 했으나 당시 널리 유행하던 에로티시즘, 즉 도덕적 경건함이라는 얄팍한 껍데기를 두른채 체모도 없이 도자기처럼 반들반들하게 여체를 묘사하는 방식을 경멸했다. 무엇보다 그가 혐오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과 개인의 욕구, 현재시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태도였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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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클래식 클라우드 9
조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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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라니...

이 분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만 보던 분이 아닌가?

철학공부를 한다면 딱 데카르트, 근대 철학부터 시작하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저기 어디 그리스 신전 어디에 모셔두어야 하는 분 아니었나?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도 이런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전의 인물을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하기나 한것일까?

돌더미속에 묻혀있을 흔적같지도 않을 그 흔적들을 찾는 여행이라니....


그럼에도 이 책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400년 전의 인물이 살았을 공간들을 찾아가면서 여전히 변함없는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찾아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느꼈을 마음과 생각들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능력이 경이롭다.


그리스에서도 변방 북부 칼키디케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 스타게이라에서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였던 아버지덕에 마케도니아 왕실과 인연을 맺고, 이 인연이 마케도니아가 급부상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그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바로는 당대의 영웅이었던 알렉산더의 스승이었다는 그의 입장은 어쩌면 공부하는 학자로서 조용히 삶을 살아갔을 이에게 정치적 격랑에 시달리게 하는 족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치는 아테네에서도 마케도니아에서도 늘 현실과 어느정도 거리를 둔 '관찰자' 내지는 '국외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할 때 더 잘 보이는 것이 분명히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자로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테네에서 플라톤이 세웠던 아카데미아에서 수학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나 스승의 성취를 따라가지 않는다.

영원불변한 본질, 이데아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던 스승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눈에 보이는 자연, 감각의 세계, 실재에 본질이 존재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중요성을 부과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아테네의 반마케도니아 분위기를 피해 떠났던 레스보스섬에서 그 지역의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생물학의 시원을 열기도 한다.

그의 생물학은 단순히 동물을 식용이나 약용이라는 인간의 이용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우주의 근본 원리가 존재함을, 그러므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이론적 탐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듯이 동물을 관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아테네로 돌아온 아리스토텔레스는 새로운 학교인 뤼케이온을 연다.

이곳에서 그의 본격적인 철학, 정치학과 윤리학이 펼쳐진다.

그의 4원소설이나 좋은 정치의 요건에서 중용을 얘기하는 것 등은 분명 오늘날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그러하다는 면에서이지, 현 시점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는 것, 또는 오래 된 시기의 사상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상기시키는 인간 삶의 원칙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양한 사상이 펼쳐지지만,

책을 읽는 내게 각인 된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하는 아래의 경구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일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2,400년전의 철학자가 오늘날의 나에게 알려주는 지혜다.

저자가 흔적도 제대로 남지 않은 땅들을 여행하면서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무언가 단 하나라도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그래 그 여행은 할 만한 것이었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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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5 08: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나를 만든다는 말 좋네요. 철학책은 어려워서 직접 읽지는 않지만 이렇게 리뷰로 조금씩 지식을 알아갑니다 😊

바람돌이 2021-07-27 00:58   좋아요 1 | URL
저도 철학은 어려워요. ㅎㅎ 늘 해설서나 뒤적이지.... 원전들은 엄두가 안나요. ^^
그리고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여행기를 겸하면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쉬워요. ^^;;

초딩 2021-07-25 09: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니코마코스가 아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끌리고 또 현실적인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7-27 00: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버지 사후에 아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원고를 정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다더군요. 그것도 이 책에 나와요. 아 저는 너무 질문만 해대서 얄밉긴 하겠지만 그래도 소크라테스가 가장 끌립니다. 이유는 음.... 그나마 알아듣기가 제일 나아서요. ㅎㅎ

붕붕툐툐 2021-07-25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단 하나라도 얻었다면 그 경험은 가치있는 것이겠죠~ 저도 누구라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1-07-27 01: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하나의 가르침도 찾기 힘든게 삶인걸요. ^^ 그래서 저는 영화나 책도 하나만 좋으면 좋다고 합니다. 영화는 배우가 끝내주게 예쁘거나 메시지가 좋거나 음악이 좋거나 등등..... ㅎㅎ

mini74 2021-07-25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ㅠㅠ 막 찔리는데요 ㅠㅠ 나무늘보처럼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듭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7-27 01:02   좋아요 2 | URL
나무늘보는 요즘의 접니다. ㅠ.ㅠ
하루종일 집에서 책 좀 보다가 올림픽 보다가 게임하다가.... 아 이제 게임은 그만해야 하는데.... ㅠ.ㅠ

희선 2021-07-27 0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고 행동해서 그런 사람이 되는군요 그게 가장 좋은 거면서 어려운 거기도 하네요 생각하고 그걸 실천하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을 텐데... 큰 건 못해도 작은 거라도 하면서 살면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7-27 23:23   좋아요 2 | URL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말했다는군요. 근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것 같아요. 정의롭고 용감하면서 절제할 줄 아는 인간! 완벽한 인간이겠네요. ^^
 

이런 이야기 속 괴물들의 주요한 매력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들의 다중적이고 다변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마다 고유의 내력을 가진 허구의 인물들은 자기들이 등장하는 책이아무리 길든 짧든 간에 그 안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햄릿은 헬싱외르 성의 기둥과 아치 들 아래에서 이미 청년인 상태로 태어나, 성 안연회장에 나뒹구는 시체들 사이에서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지만,
수 세대에 걸친 독자들은 책에 쓰여 있지 않은 어둠 속에서 햄릿의유년 시절을 프로이트 이론으로 조명한다든지 그의 사후 정치적 이력을 밝혀내기도 한다 예컨대 제3제국 시대 독일에서 햄릿은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른 인물이 되었다. 엄지손가락 톰은 몸집이 커졌고, 헬레네는 쪼글쪼글한 노파가 되었으며, 발자크의 라스티냐크는국제통화기금에서 일하고, 오디세우스는 람페두사 해안에서 난파당하고, 킴은 영국 외무성에 채용되며, 피노키오는 텍사스의 아동 강제수용소에서 쇠약해져가고 클레브 공작부인은 빈민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처지가 되었다. - P16

빨간 모자의 신조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마찬가지로 시민불복종이다. 독재자 같은 어머니의 명령은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따르기는 하되,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달콤한 시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A부터 Z까지 한 번에 가는 지름길이라든지 정도正道를 걷는것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라면빨간 모자를 지지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탈선하는 게 좋아.
그편이 더 재미있고 하여튼 여러모로 낫잖아"라면서, 빨간 모자가 탈선하는 덕분에 숲이 살아 움직이고, 늑대와 나무꾼이 나타나고, 할머니의 낭만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 P40

그리고 논쟁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앨리스는 최소한 그 상황이 부당하고 부조리하다는 것을 부득부득 지적하고야 만다. 하트 여왕이법정에서는 "저형이 먼저고 평결은 나중"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자앨리스는 즉시 "말도 안 돼, 헛소리야!" 라고 대꾸한다. 우리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부조리에 걸맞은 유일한 대답이라 하겠다.
- P59

그리고 여자 옷을 주워 입고 왕궁 식당에서좀 아방가르드한 연극을 하는 배우 무리와 어울리는 것도 좋아한다. 아마 게이인 모양이다. 그러면 그놈의 짜증스러운 "사느냐 죽느냐" 하는 고민도 설명이 된다. 이쯤에서 걔가 마음을 확실히 정했으면 좋겠다. 도대체가, 헬싱외르 궁정에서 게이가 자기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 P69

 햄릿의 꿈속 삶은 거트루드가 죽을 때까지 억지로 살아야 하는 현실의 삶과뒤섞인다. 그것은 그녀가 헬싱외르의 지긋지긋한 낮과 밤을 견디기 위해 발휘했던 인내심도, 그녀의 성별과 계급 때문에 주어진 부당한 처사들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했던 작전들도, 살아오면서 여러 고통스러운 일을 극복하고 거두었던 작은 승리들도, 시시각각재정의되는 희망이 그녀에게 안겨주어야 할 위안도 모두 부정해버린다. - P72

아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릴리트는 뱀과 계속 어울렸다. "신이 왜 네가 아담에게 복종하길 바라는지 알아?" 뱀이 물었다. "그리고 어째서 아담에게 생명수의 열매를 못 먹게 하는지 알아? 같은길드의 공예가들은 서로를 미워하는 법이지(이 구절은 훗날 탈무드에 적혔다). 신은 창조와 파괴의 힘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 P97

그러나 스티븐슨식 여행관에는 어두운 측면이 존재한다. 예수가 유대인에게 벌을 주기로 마음먹었을 때 염두에 둔 것도 바로 그점이었을지 모른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유대인이 받은 저주는 여행이 아니라 도주가 된다. 그는 집단 학살이나, 굶주림이나, 실직난을 피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한다. 강제 수용소, 굴라크, 용병, 다국적 석유 회사, 삼림 남벌 업자, 가뭄과 홍수, 군사적 또는 종교적 독재 정권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그래서 광막한 사막과 거대한 산맥을 건너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어깨에 진 채 바다에 뛰어들고,
경찰의 채찍질과 군중의 조롱을 당해야 한다. 저 바깥 어딘가에 있을 자비로운 사람들이 자신을 환영해주고, 인간다운 삶을 허락해주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떠맡았던 죄를 마침내 면제해줄 것이라고 애써 상상하면서.... - P104

그러나 공주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저주도, 축복도 거부하고, 잠든 궁정 대신들도, 부모님이 저지른 결례도 거부하고, 끝없이 찾아오는 왕자마저도 거부하는 것. 그리고 입센의 노라나 카르멘 라포레의 안드레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현대판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처럼, 마법의 성문을 열어젖히고 크게 뜬 두 눈으로세상을 맞닥뜨리는 것 말이다.
- P110

오늘날 우리는 괴물을 믿지만 괴물에 대한 책임감은 외면하고싶어 한다. 이제 키마이라 같은 괴물의 존재는 우리에게 진실이나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회피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지극히 위대한 행동도 할 수 있고 극도로 혐오스러운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는 진실 말이다.
- P146

늘 모자란 존재로 남는 것이 그의 운명인 셈이다. 그의 역할은 밭이나 공장이나 사무실이나 저임금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주인을 위해 봉사하도록, 겸손하고 비굴해지도록 훈련받는 것이다. 루소가에밀이 밤마다 읽을 책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바로 이러한 불공정의 기술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 P156

세르반테스가 누구였든, 스페인과 정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었는 궁극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날 돈키호테』의 독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배제된 문화는 결코 쉽사리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 역사 속에서 부재는 현존만큼이나 견고하다는 것,
그리고 때로 문학이란 세상 그 어떤 지혜로운 문학가보다도 더 지혜롭다는 사실을 시데 아메테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 P186

이 소설의 제목에 이름을 내준 건물이 그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으로 규정되듯, 그는 괴물처럼 흉측한 외모로규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험한 관점으로서,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등이 구부정하고 이가 들쑥날쑥하고 눈이 비뚤어진 카지모도가 실상 훌륭한 사람이라면, 정교하게세공된 석재와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진 노트르담 이면의 실상은 과연 무엇일까?
- P202

(독서가들이라면 알다시피) 책이란 한 권이든 1만 2천 권이든 간에 읽는 사람이 선택한 길만을 비춰줄 수 있다. 책은 독서가에게 어떤 의무적인 목표를 정해줄 수도, 심지어 특정한 방향을 강요할 수도 없다.  - P237

프랑켄슈타인이 수많은 사람을 짜깁기해만든 괴물은 적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 자신의 거울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엄두도 못 내는 무언가를 비춰 보이는 거울 말이다. 우리가 그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 P246

그렇다 하더라도, 손녀 하이디를 마지못해 떠맡았던 산 사나이에게서 그가 사는 산간 국가를 연상하는 것이 과연 단순한 착오라고할 수 있을까? 교묘하게 자기 일을 계속하지만, 남모르는 깊은 곳에 폭발적인 정념과 침입자는 쏘겠음" 이라는 경고를 품고 있다는면에서 말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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