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 준비
나의 취미는 여러번 말했던 듯한데 여행준비다. 물론 나는 여행사가 아니므로 남의 여행계획을 짜주지는 않는다. 내가 가는 여행계획을 정말 열심히 꼼꼼하게 거의 완벽하게 짤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깨는건 그렇게 짠 계획을 가서 완벽하게 실행하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큰 도시간의 이동 같은건 계획대로 진행되지만 세세한 매일의 일정은 그날 기분따라 휙휙 바뀌어서 여행계획은 보통 반에서 3분의 2정도만 그대로 진행될 뿐이다. 그러면 왜 여행계획을 그렇게 완벽하게 짜느냐고? 그러니까 취미가 여행이 아니라 여행준비인 것이다. ^^
이번 베트남 여행은 사실 반밖에 준비못한 여행이었다. 보통 여행계획은 기본 6개월동안 준비하는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딱 2달 준비했다. 원래 동유럽으로 가려다가 돈이 없어서 베트남으로 바꾸는 바람에..... ㅠ.ㅠ 2달동안 미친듯이 코스 짜고 예약하고하는건 다 했는데 그 외 베트남 역사나 문화에 관해서 이것저것 읽고 공부하고 해야 하는데 그건 하나도 못했다. 심지어 가기 한달전 쯤은 직장에서 일이 하나 터지는 바람에 그거 수습한다고 한 달 내내 미친듯이 일해야 했다. (솔직히 내가 싼 똥도 아닌데 지금 업무가 그렇다고 남이 싼 똥 치우는 격이라 울컥울컥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가기 전에는 몸도 막 아프기 시작해서 독감과 장염을 번갈아 앓았고, 전체적인 컨디션도 바닥을 쳐서 여행을 갈 수는 있을까싶었다.
하지만 나란 인간의 몸은 역시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땅에 내리는 순간 나를 마지막까지 괴롭히던 장염의 복통이 씻은듯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그동안 아팠던게 꾀병이었던듯 좀 부끄럽긴 하다)
이렇게 호치민 공항에서 나오니 베트남 국기와 함께 더 크게 우리를 환영한건 삼성 갤럭시. ^^
2. 여행 일정과 가장 좋았던 도시
호치민 1박 - 무이네 2박 - 달랏 2박 - 후에 2박 - 호이안 3박 - 다시 호치민 2박
12박 13일, 일행은 모두 11명(일부는 중간에 가고, 일부는 또 중간에 왔다 중간에 가기고 하고.... 그래서 여행 계획 짤 때 좀 애를 먹었긴 하다.)
갔던 곳 중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을까?
사람마다 다 달라야 하는데 그게 이번에는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모두 일치했다.
후에가 최고야
호텔도 제일 좋았고, 도시도 제일 좋았어. 그리고 음식이 제일 맛있었어.
후에가 제일 좋았던 데는 첫번째로는 아마도 호텔의 뷰때문이었을테다.
혹시 알라딘 지인님들 중 누군가 후에를 간다면 꼭 White lotus hue 호텔에 묵으시라고 적극 권하고싶다. 그리고 방 정할 때는 반드시 리버뷰로 지정할 것도..... 호텔 방에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하룻밤에 7만원대, 가격,위치, 조식,룸 컨디션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최고다.
후에는 도시도 아름다웠다.
후에에서 갔던 곳 중에 가장 마음을 끌었던 곳은 뜨득왕릉.
베트남의 최초이자 마지막 통일왕조였던 응우옌 왕조의 4번째 왕의 무덤이다.
굉장히 보수적인 황제였다는데 곳곳에 비문들이나 현판들을 대충 읽다보니 겸손할 겸자를 어찌나 많이 썼는지 이분 참 뭔가 좀 애잔하고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랄까? 무덤의 분위기도 딱 그래서 왠지 마음을 끄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칼같은 엄정함으로 무장한 민망왕릉이나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카이딘왕릉이지만 나와 우리 일행들의 마음을 붙잡은 곳은 뜨득왕릉이었다.
베트남을 다시 올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후에는 다시 오고싶어라고 말하게 하는 곳.
어지럽게 놓인 우리 신발들이 왠지 고즈넉한 이 공간에 생기를 주는 듯한 느낌이라면 억지스러운가? ^^
3. 베트남의 음식
음식 사진은 몇 번 올렸는데 어쨌든 베트남 음식은 다른 동남아권과 다르게 우리 입맛에 잘 맞다. 아니 맛있다.
그러나 역시 일주일이 한계더라....ㅠ.ㅠ
나는 일주일만에 역시 음식은 한국음식이지 하며 한식을 찾고 있더라는.....
가기 전에 맛집을 굉장히 많이 찾아갔는데 다들 좋았다.
하지만 가장 맛있었던 곳은 어쩌다 들어간 로컬 국수집의 분보국수 1위, 그리고 현지인의 추천으로 간 집들이었다.
역시 현지인 맛집이 최고야 하면서 우리 동네에 관광객으로 엄청 붐비지만 동네주민 아무도 안가는 막국수집이 생각났다.
달랏에서 택시 기사님이 나의 말을 못알아 들어서 엉뚱한데로 먼저 데려다주시는 바람에 일정이 꼬였다.
밥먹을 곳을 안 찾았고, 거긴 진짜 추천 맛집도 없는 로컬식당밖에 없는 곳.
하지만 배는 고프고 밥은 먹어야겠고, 구글지도를 막 돌렸으나 딱히 없는 로컬식당들도 막사 가보니 일요일이라고 다 문닫았고..... 그래서 그냥 진짜 아무집이나 들어갔다.
선하게 생긴 주인 아주머니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셨다.
마치 식당에 외국인이라고는 우리가 처음인듯.....
처음엔 음료메뉴판만 주셔서 우리가 바디 랭귀지로 막 배고픔을 강조
결국 분보국수를 시켜먹을 수 있었다. 분보국수는 후에지방의 국수로 빨간 쌀국수쯤 되는 음식이다.
아 그런데 반전이라니..... 베트남 온지 7일째쯤 되는 날이었는데 그동안 먹은 음식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심지어 가격은 국수 한그릇에 우리 돈으로 1,500원.
주인 아주머니한테 맛있다는 액션을 연발하면서 구글에 꼭 최고라고 후기 남겨야지 결심하면서 나온 집.
4. 이 나이와 체력에도 액티비티는 가능하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정말 모두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가는 해외여행이었던 관계로 사실상 휴양이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한번도 안하던 호텔에서 하루 종일 노는 호캉스도 2번이나 잡았고...(이 때 호텔들이 다 제일 비싼 곳이었다. 그래도 1박에 11만원~13만원 정도였지만..... 나머지는 다 5~ 7만원대, 호텔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진짜 동남아에서 살고싶어진다.) 하여튼 원래 갈 때는 1일 1포스팅이 목표였지만 인원이 많다보니 매일 밤 술먹고 논다고 늦게 끝나는 바람에 1일 1포스팅은 불가능이었다.
그런 놀자여행을 위해 넣었던 액티비티 중 호이안 안방비치에서의 패러 세일링은 현지 축제준비로 인해 실패.
달랏에서의 구름사냥도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실패.
하지만 우리에겐 무이네의 사막투어와 달랏의 알파인코스터가 있다.
엄청나게 재밌다. 뭐 구구절절히 말하는 것보다 그냥 검색해보면 다 나온다.
혹시 베트남의 무이네랑 달랏 가시거들랑 이것들은 꼭 도전해보시라!
무섭다고 안한다던 내 친구들을 모두 꼬드겨서 했는데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다만 우리집 둘째가 내 친구랑 같이 알파인 코스터를 탔는데 걔가 "이모, 나만 믿어요. 내가 안 무섭게 브레이크 잘 잡을게요. 걱정마세요." 이러면서 태워놓고는 나중에 내리고 한 마디 하더라. "이모, 사실 저 브레이크 한번도 안 잡았어요."라고.... 우리집 둘째는 5살 때 놀이동산에서 아폴로를 타던 놈이다. ㅎㅎ
사막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하지만 사실은 사막은 아니고 해안 사구가 규모가 굉장히 큰 것.
그리고 엄청 정적으로 보이지만 저기에 오를 때 ATV를 타고 오르는데 스릴 만점이다. 각도 70는 되어보이는 사구를 막막 달려주신다. 물론 비명은 필수다. ㅎㅎ
5. 베트남에 대한 생각
베트남의 평균연령이 29세란다. 엄청나게 젊다. 그런 젊은 연령이 나오기까지 그들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이은 베트남 독립전쟁과 미국과의 전쟁까지 현대사를 전쟁으로 일관했던 나라. 아마 그 이후 재건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는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가 모를 수 없다.
베트남을 다니면서 정말 확실하게 느껴지는건 지금의 베트남은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것. 미래를 믿고 뭔가를 하고자 하는 긍정의 열망이 어디에서나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관광객을 대하는 친절함속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진다는 것이다.
아직은 관광마인드가 모자라 다른 동남아지역과는 다르게 어설픈 구석을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베트남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부디 그들의 노력과 바램이 베트남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6. 베트남에서 사온 것
늘 그렇듯이 처음에는 뭘 사올 생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하여튼 갈 때 뿐....
마지막날 호치민에서 롯데마트를 갔다. 음 누구는 챙겨야지, 아 그러면 누구도 챙겨야 되는데 뭐 이러다보니 하......
식구 넷이서 각자 선물 줄 사람을 챙기다보니 하 그 물가 싼 베트남에서 무려 우리 돈으로 30만원이 넘는 쇼핑을 했더라....
여기 저기 다 나눠주고 그거 떼샷은 없다. 그냥 다 먹는거
다만 나를 위해서는 호치민 타오디엔 거리에서 그릇을 샀다.
그것도 밥그릇
예전에 베네치아 아트샵에서 몬드리안풍의 밥그릇을 사왔었는데 그게 진짜 힐링이었다.
밥은 매일 먹는데 매일 밥그릇에 밥 담으면서 그 때 여행의 즐거움을 떠올리게 되는거다.
그 아끼던 밥그릇이 깨지고 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다시 밥그릇에 도전.
amai라는 예쁜 그릇 가게에서 산 밥 그릇. 다른 것도 있지만 귀찮아서 사진은 밥그릇이랑 꽃 한송이 딱 꽂으면 좋을 화병만...
앗 그러고보니 작은 액자도 하나 샀다. ^^
기타 여행 중 가장 보람있었던 것은
물을 무서워해서 어린이용 풀에서만 놀던 친구를 수심 2m 어른의 세계로 입성시킨 것. ㅎㅎ
수영을 못해도 물놀이는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해야 재밌다는 걸 알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