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에대해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지않는다. 철학은 다른 과목과는 다르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 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 P12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일어나는 일인데,
- P35

이러한 깨달음이 마르쿠스를 움직이게 한다. 마르쿠스에게는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사명‘이지, ‘의무‘가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르다. 사명은 내부에서, 의무는 외부에서 온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마르쿠스는 이러한 차이를 알았지만, 늘 그렇듯 스스로에게 그차이를 다시 상기시켰다.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한다." 스토아학파나 황제, 심지어 로마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 P36

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궁금하다.
- P42

미친 지혜는 사람들을 뒤흔들어 깨달음을 주기 위해 사회 규범을 내던지고 배척될 위험(또는 그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충격 요법의 원조다.  - P46

우주학자 칼 세이건은 "모든 질문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외침 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도 이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모든 질문은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외침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 P50

궁금해하는 행위는 광활하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이 궁금해하는 마음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동굴에서 살던 인류가 나뭇가지 두 개를 서로 비비기나 키다란 돌을 사기 머리 위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지 처음으로 궁금해한 때부터 쭉 그래왔다. 시도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법이며, 궁금해하기 전에는 절대시도해볼 수 없는 법이다.
- P55

"질문을 살아요?"
"네, 질문을 사는 겁니다. 오랜 시간 마음 한구석에 질문을 품는 거예요. 질문을 살아내는 거죠.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해결책을 찾아버려요."
- P69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할 뿐만아니라 해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
- P71

근대에 데카르트가 머리의 철학자였다면, 루소는 심장의 철학자였다. 루소는 격정의 지위를 드높였고, 감정을 용인되는 것으로, 이성과 똑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루소가 살았던 이성의 시대에 상상적 사고는 믿을 수 없는 수상쩍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2세기 후, 무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이성주의자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P104

루소의 자연주의에는 애초에 처방의 의도가 없었다. 자연주의는 사고실험이었다. 루소는 가정해보았다. 립스틱을 덕지덕지 바른 것처럼 사회가 마음껏 발라놓은 겹겹의 인위적 장식을 전부벗겨내고 더 진정한 자신을 드러낸다면 어떻게 될까? 고지식한보험회사 임원 안에는 폭동을 이끄는 선동가가, 모든 직장인 안에는 등산가가 도사리며 자유롭게 풀려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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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의 첫 번째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와 세번째 소설이자 그에게 최고의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합본으로 읽었는데....
혹시 이 합본판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먼저 읽든지 아니면 건너뛰든지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막 근사한 미슐랭 만찬을 배부르게 먹은 사람이 연이어 양만 많고 조미료듬뿍인 길거리 음식을 먹고싶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스마일리는 학교도 부모도 연대도 직업도없고 부우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으며 아무런 딱지도 붙지 않은 채 사교계의 급행열차 승무원 칸에 실려 가다가 분실된짐으로 분류되었고, 이혼이 찾아왔다 가자 어제 날짜 뉴스가되어 먼지 앉은 선반에 박혀 누구도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운명이 되었다.
- P334

스마일리의 살아남은 부분은 사랑이나 무명 시인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외모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부분은 스마일리의 직업, 즉 정보부원으로서의 스마일리였다. 스마일리는 이 일을 즐겼고, 그 덕분에 자신만큼이나 성격과근원이애매한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한때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추론을 현실에적용하는 훈련을 통해 인간 행동의 수수께끼에 대해 학문적유람을 하는 것 말이다.
- P335

그러나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헤세가 뭐라고 썼더라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나무는 다른 나무를 보지못하네. 모든 것이 홀로 있을 뿐.)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스마일리가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가장 깊은 곳의 생각을 살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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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15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다른 버전(열린책들에서 나온 한 권짜리)으로 읽고, 아주 나중에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읽으려던 참에, 이 합본판 사놨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아니 근데 ˝건너뛰어도˝ 무방하다고 하시니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ㅎㅎㅎ

바람돌이 2021-06-16 00:24   좋아요 1 | URL
안타까운....ㅠ.ㅠ 하지만 어떤 책이든 모든 사람이 사랑할 수 없듯이,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읽힐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잖아요. 잠자냥님에게는 좋을 수도 있어요. ㅎㅎ
 

「그럼 그 일을 하는 동기가 뭡니까?」 피들러는 끈질기게캐물었다. 그들 나름의 철학이 있을 텐데요.」「왜 그래야 하지요? 그들은 아마 철학을 모를 테고, 관심도 없을 거요. 누구나 다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오.」 리머스는 좀 무력하게 대답했다.
「그럼, 당신의 철학을 들어 볼까요?」「제발 이러지 마시오.」 리머스는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하지만 피들러는 단념하지않았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자기가 옳다고 어떻게확신할 수 있겠습니까?」「확신한다고 누가 그래요?」 리머스는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 P182

자신의 속임수 속에 영원히 고립된 사람은 압도적인 유혹에 시달린다. 그 유혹을 알고 있는 리머스는 최선의 방어책에 의존했다. 혼자 있을 때라도 가면을 벗어던지지 않고 자신이 채택한 성격이나 인격을 가진 인물로 살도록 자신에게강요한 것이다. 발자크는 임종할 때도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안부를 염려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창조력을잃지 않은 리머스도 자신이 창조한 인격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가 피들러에게 보여 준 성격,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불안, 부끄러움을 감추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오만함은 그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성격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본래의 성격을 연장한 것이었다.  - P191

사람은 무언가를 믿을 필요가있기 때문에 믿을 뿐이고, 믿음의 대상 자체는 아무 가치도없고 기능도 없다. 앨릭은 또 이런 말도 했다. 개는 가려운곳을 긁지. 개마다 가려운 곳이 달라. 아니야, 그 말은 틀렸어. 앨릭이 틀렸어. 천만의 말씀이야. 평화와 자유와 평등,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야. 그리고 역사. 그 모든 법칙을 당이 증명하고 있어. 앨릭이 틀렸어. 진리는 사람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해. 그건 역사에서 실제로 입증됐어.
개인은 진리에 따라야 하고, 필요하면 진리에 굴복해야 돼.
당은 역사의 선봉이었고, 평화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어.
- P238

「어둠 속에서는 모든 고양이가 비슷해 보이는 법이오 문트, 스마일리는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소. 우리 작전이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반작용을 일으킬 수도있다고 말했지요.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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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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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인의 사막을 읽으면서 좋은 소설 또는 잘 쓴 소설은 어떤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떤 책이든 작가의 의도는 쓸 때 필요한 것일 뿐, 나머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느 하나의 판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독자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는 글이야말로 좋은 소설이 되고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타타르인의 사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내용은 정말 스포랄게 없이 너무 단순하다.

국경지역의 요새에 발령받은 드로고 중위는 처음에는 이 요새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어찌하다보니 그냥 눌러앉게 된다. 

사실 이런 일이야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지금 잠깐만 더 해보고, 또는 지금이 좀 어려운 때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면서 어정쩡하게 눌러앉게 되는 상황말이다. 


어제는 그제와 똑같았고, 그는 그날들을 더는 구분할 수 없을 것이었다. 사흘 전 일이든 열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든 똑같이 까마득하게 여겨질터였다. 그렇게 그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도피하고 있었다.(92쪽)


결국 그게 나의 삶이 되고 인생이 되어버리는 날들.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결국 지금 이 자리에 붙박이처럼 눌러앉게 되버린 예전의 내가 생각나서 피식 웃으며 '그래 이게 인생이야'라고 약간의 자조를 섞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꿈을 꾼다.

무언가 다른 삶이 또는 다른 기회가 여기서도 나를 찾아올거야.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거야라는 막연한 믿음 또는 근거없는 낙관과 희망 같은 것 말이다.


그들의 행운과 모험, 그리고 적어도 각자가 한 번쯤은 경험할 기적같은 시간이, 저 북쪽 사막으로부터 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불분명해지는 이 막막한 우연을 위해, 군인들은 인생의 전성기를 요새에서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71쪽)


드로고 중위나 요새의 다른 군인들에게 그것은 저 끝도 없는 사막을 넘어 침입해올 전설의 타타르인이다.

내가 지키고 있는 이 국경선은 사실은 정말 중요한 곳인데 남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자기 암시.

저 국경선 너머의 적들이 침입해 올 때 내가 진정한 군인으로서 그들을 물리 치고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게 되리라는 희망.

그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끈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나날들.

이 또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과정일뿐이다.

요새에 사는 군인들만이 그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가 어디서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생존하는 이들이다.

그것이 전적으로 우연에 기대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각 개인의 내면에서는 필연으로 전화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타타르인들… 타타르인들... 당연히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 그러다 그대로 믿게 된다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실제로 일어난 일이지."(211쪽)


요새의 군인들이 허구의 타타르인들을 기다리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규정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싶기 때문에 믿는다. 그 순간 우연은 자기 확신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이런 기대는 대부분이 우스꽝스러운 비극일 뿐이다.

우연은 우연일 뿐이며, 우연에 대한 기대는 자기암시일 뿐이라는 것이 자명해지는 순간이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그토록 기다리던 우연이 실현되는 순간에는 어쩌면 또 다른 우연이 파국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드로고 중위의 마지막이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찾아온 것 처럼.....


인간 또는 인간이 사는 세상은 결국 이 요새와 다르지 않다.

그 속에는 남들을 속이고 밀치고서라도 그곳을 떠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는 이들도 있고, 같이 침몰하는 이들도 있으며 어쩌다보니 평생을 바치고도 내쳐지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흔한 말로 삶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아무데서나 인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진부한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국경의 요새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저 세상이 이런 것 아니냐는 그런 말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것들의 토대가 얼마나 약한지, 허구적인지 한번 보라고 말이다.


아 그런데 이렇게 소설에 대해 생각해보다 보니 이런 해석만이 다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된다.

국경의 요새에서의 생활을 인간사회에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읽을 수 있다면, 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 이야기는 또 다른 면으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점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하 이탈리아이다.

파시즘에 대한 저항, 알 수 없는 강대한 힘에 대한 반발과 불안이 이탈리아를 몰아쳤던 시기.

이 시기는 아직 파시즘의 정확한 정의는 알 수 없고, 그것이 부도덕한 이해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이라는것만 어렴풋하게 인식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파시즘체제와 이 소설을 연결하는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서이다.

자신이 요새의 최종 결정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명령서 없이는 혼자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팔레르모 대령은 강압적인 체제하의 관료의 전형을 보여준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그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아무것도 못하고 기다림만을 반복할 때이다.

또한 소설 속에는 드로고 중위 외에 두 인물의 죽음이 나오는데 이들의 죽음은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이다.

이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 이들은 죽을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것이다.

강압적이고 경직된 체제 속에서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난 병사 라차리의 죽음은 너무나 어이없어 보이지만 필연적이다.

스스로 생각할 힘을 잃은 체제의 희생양이라고 할까?

그에 비해 앙구스티나 중위의 죽음은 그런 체제를 내면화한 결과로 읽힌다.

자기 판단력을 상실하고 주어진 임무나 규칙에만 매몰되어버렸을 때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비극적 파국으로 그의 죽음을 읽었다. 이렇게 이 소설 속 인물들의 면면을 따지다보면 파시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비극이 보이는데 이건 나만의 느낌일까?


이 책은 결국 내게는 인간실존의 조건에 대한 메타포로도 읽혀졌고, 파시즘 체제에 대한 불안과 경고의 표현으로도 읽혀졌다.

하나의 소설이 이렇게 두 개의 커다란 주제로 읽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완전히 결합하고 있다는 것은 책을 덮고 난 이후에 두고 두고 책 속 장면들을 곱씹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으로 읽든 이 책은 걸작이다.

혹은 나와는 또 다르게 읽을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기다리는 설렘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줄기차게 질문하고 싶어질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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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13 08: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못읽고 반납했는데 사야할 것 같아요 ㅠ
희망도서는 제가 원하는 시점이 아닌 때 3권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단점이 있어요.^^

레삭매냐 2021-06-13 08:55   좋아요 4 | URL
옷 그 동네는 희망도서가 무려
3권? 저희 동네는 한 달에 2권
이랍니다.

수급이 너무 늦어요.

그레이스 2021-06-13 08:57   좋아요 4 | URL
저희도 늦어요
잊고 흥이 사라질 때 받아서 다시 반납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다리다 지쳐서 사거나..^^

바람돌이 2021-06-16 00:26   좋아요 0 | URL
도서관 희망도서... ㅎㅎ 저도 늘 이용하는 기능입니다. 신청하면 3주 정도 기다려야 하죠. 아주 옛날에는 이 희망도서를 무려 10권까지 신청할 수 있었는데 점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점점 줄어들다가 지금은 2권..ㅠ.ㅠ 저도 희망도서 신청해놨다가 아 이건 사야겟다는 생각이 들면 사기도 하고, 읽다가 중간에 덮고 이건 사야돼 하면서 사기도 해요. 아마 서재분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

레삭매냐 2021-06-13 08: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제 금요일날 주문한 디노 부차티
작가의 소설집이 도착했는데 피곤
해서 뜯어 보지도 못했네요.

<타타르인의 사막>은 정말 출간
되자마자 바로 사서 읽었던 것 같
습니다.

역시나 대단한 소설이었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28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 달에 사고 못읽은 책이 많으므로 부차티 새 소설집은 다음달에 살려구요. ㅎㅎ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 소설이었어요. ^^

페넬로페 2021-06-13 09: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설을 읽을 때 그 느낌에 대해 정말 다른분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질때가 있는것 같아요. 그건 아마 그만큼 그 소설이 좋아서 서로 공유하고 싶어 그럴수 있을것 같습니다. 진작에 사놓은 책인데 어서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6-16 00:29   좋아요 1 | URL
어떤 소설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어떤 소설은 다른 생각을 듣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요. 이 속은 후자였어요. 아마 앞으로 다른 분들 글이 올라오면 아주 유심히 보지 싶어요. ^^ 페넬로페님의 생각도 너무 보고 싶으니까 어서 어서 읽으시어요. ^^

잠자냥 2021-06-13 10: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곧 읽고 어떻게 읽었는지 대답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0   좋아요 1 | URL
언제나 기다리는 잠자냥님의 글입니다. ^^

새파랑 2021-06-13 10: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사놓고 표지까지 벗겨 놓았는데 아직 못읽은 ㅜㅜ 읽으신다는 분이 많아서 저도 이걸 먼저읽어야 겠어요^^

페넬로페 2021-06-13 16:58   좋아요 3 | URL
저도 표지 벗긴 상태로 ㅎㅎ~~

바람돌이 2021-06-16 00:31   좋아요 1 | URL
책사면 표지부터 확 벗겨 놓는것도 비슷하네요. ^^ 읽을 때 표지 걸리적거려서 + 표지는 소중해서 맞죠? ^^

희선 2021-06-15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저는 둘 다 잘 모를 듯합니다 사람은 모르는 건 더 경계하고 무서워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군대에서는 규칙이나 명령을 첫째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하기는 하지만 늘 그래야 하는 건 아닐 것도 같아요


희선

바람돌이 2021-06-16 00:34   좋아요 0 | URL
모르는건 두려움을 동반하는거 맞아요. 이 소설 속 인물들도 미지의 적 타타르인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알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모호함이 또한 이 소설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고요. ^^

scott 2021-07-07 16: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축!카!축카!
7월 방학 시작! 행복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1-07-07 16:42   좋아요 1 | URL
아 이책 아직도 못읽었는데 ㅜㅜ 당선작이니 빨리 읽어야 겠네요.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07-08 09:16   좋아요 1 | URL
scott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이제 방학이 일주일 남았는데 매일 매일이 금요일 같은 날입니다. ㅎㅎ
새파랑님 빨리 읽으세요. 생각보다 재밌어요. ^^

그레이스 2021-07-07 16: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07-08 09:16   좋아요 0 | URL
잊지 않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ini74 2021-07-07 16: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1-07-08 09:16   좋아요 1 | URL
mini74님도 감사해요. ^^

초딩 2021-07-07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바람돌이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7-08 09: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한동안 서재활동 못했는데 늘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지인님들 감사해요. ^^

bookholic 2021-07-08 04: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2021년 6월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7-08 09:1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6월에는 글을 얼마 못썼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요. ^^

모나리자 2021-07-08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7-08 11:1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작은 기쁨인데 여러분들의 축하를 받으니 큰 기쁨이 되어가고 있어요. ^^

독서괭 2021-07-08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7-14 14:30   좋아요 0 | URL
앗 답이 늦었어요. 감사합니다. ^^
 

리머스는 꿈을 먹고 사는 데 익숙한 남자가 아니었다.
리머스는 감방 동료들을 경멸했고, 그들은 그를 싫어했다.
그들이 그를 미워한 이유는, 그들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신비에 싸인 인물이 되기를 갈망했지만 거기에 성공한 사람은 리머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성의 두드러진 부분이 집단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지켜 왔다.  - P65

완전한 이념적 전향자, 은밀한 밤 시간에 새로운 신념을 발견하고, 내면적 확신의 힘에 떠밀려 스스로 직업과 가족과 조국을 저버린 사람들,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희망에가득 찬 그들조차 배신의 낙인과 싸워야 했고, 절대 누설하지 않도록 훈련받은 비밀 정보를 이야기할 때는 육체적인 고통과 씨름했다. 십자가를 불태우기를 두려워한 배교자들처럼 그들은 본능과 물욕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들과 똑같은 양극성에 사로잡혀 있는 피터스는 그들을 안심시키고그들의 자존심을 파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리머스와 피터스는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머스는 피터스와 인간관계를 맺기를 격렬하게 기부했다. 그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09

그 순간 리머스는 리즈가 준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것을 되찾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빵 부스러기를 종이 봉지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갈매기들에게 던저 주는 소박함, 하찮은 것에대한 이 관심은 리머스가 이제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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