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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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세이를 읽는건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

좋은 친구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듯, 좋은 에세이를 만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젊고 어렸던 시절에는 사람을 가려 만나지 않았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도 열정적으로 다가갔고,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물론 대부분의 그 노력은 성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다르구나로 끝났지만....

지금은 가려서 만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늙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과 정성을 아낌없이 줄 뿐이다.


에세이 역시 그렇게 고른다. 

얼마 전에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이란 에세이를 읽었는데, 좋은 에세이였지만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작가의 책임이 아니라 이미 나는 작가가 겪고 있는 시절을 너무 오래 전에 지나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과 나와의 만남에도 좋은 글이어야 한다는 것 외에도 만남의 시기가 적절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에세이를 만나면 마치 오래된 좋은 친구를 만난 듯, 얼굴에서 웃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관계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관계의 편안함은 일종의 공기 같다. 나이들수록 친구는 자유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관계는 생물 같아서 결코 노력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로 늙어가는 건 일종의 선물이다. 오랜 세월 한 사람이 겪는 변화는 누구도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158


나라면 여기에 약간의 말을 추가할 것 같다.

새로이 만난 사람 중에서도 때로는 오래 된 친구같은 편안함을 주는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오늘 저녁을 먹고 손에 잡은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는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편안함과 공감을 느낀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맞아, 이런 마음 알겠어. 그렇지. 아 이런 생각은 멋지네, 나랑 닮은 곳이 많은 거 같네. 아 이런 생각은 못해봤는데 내가 만약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이 말을 꼭 기억해둬야겠어"등등....


살아낸다는 것이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남들 역시 그러함을 안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면서 직장동료가 우리가 공통으로 아는 누군가를 호명하며 "그 사람은 정말 아이들도 잘 크고, 알아서 결혼도 잘하고, 그이가 젊은 동안 재테크 -부동산인듯 - 열심히 해서 돈도 많고.... 진짜 너무 부럽다"라고 한다.

이 사람은 직장동료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이런 얘기를 너무 남발하기 때문이다. 재미없다. 

직장동료는 그 사람이 아무 걱정도 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사는 듯 얘기하며 부러워하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그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이가 재테크에 열중하기 위해 희생한 생활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 희생한 부분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일 수 있기에 솔직히 나는 저런 얘기를 들어도 부럽지 않다.

"00씨, 자기는 부동산 재테크 한 적 있어요?"

"아니"

"할 마음은 있어요?"

"난 못하지"

"아 그건 로또를 안 사고 로또 당첨되기를 바라는 거잖아. 왜 부러워해요? 그냥 사는 방법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것 뿐인데? 00씨 먹고 살만하잖아요"(아 난 이런 쓸데없는 돌직구를 한번씩 던지는 바람에 적을 만든다. 이런 식의 대화법은 사실 상대를 변화시키거나 설득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제발 나한테 이런 얘기 좀 하지마라고 하는 일종의 경고다. ㅠ.ㅠ) 


 각자 즐거움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간은 이 부조리한 삶의 희생자일 뿐이다. 유한한 삶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두려움이라는 병의 백신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보르헤스 시의 한 구절처럼 세월의 횡포를 음악과 속삭임. 그리고 상징으로 바꾸기 위해서..... - 저자 서문


그러므로 이 책은 작가 이화열이 자신의 삶을 연주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나에게는 희열을 안겨 준 이 책이 모두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다. 

또 모두에게 맞는 책이 좋은 책인 것도 아니다.

다만 작가의 삶의 연주법에서 나의 삶의 연주법을 하나라도 찾아내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을 일이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벗어나 때로는 이렇게 책을 통해 친구를 구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1부에서는 작가의 일상이 펼쳐진다.

사실상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은 묘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별것없는 일상은 쓰기 어려우면서도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작가의 문장과 삶에 대한 태도가 빛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빵 만드는 사람의 기분처럼 빵가게 맛은 매일 똑같은 맛이 아니다. 하지만 단골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끔은 망한 트라디시옹을 감수한다. 만약 매일 완벽한 빵을 산다면 완벽한 맛에 대한 경탄은 당연함과 식상함으로 바뀔 터이니. (17쪽)


책의 첫 에세이 속 이 문장에서 나는 이 작가에게 반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망한 빵에서 완벽한 내일의 빵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건강함이, 맛있는 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귀퉁이를 파먹어버리고는 그걸 탓하는 남편에게 "오늘은 진짜 더 맛있어. 얼른 먹어봐"라고 눙치는 감정의 여유가 작가의 마음이 건강함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이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난 정말 크레프를 잘 만들어. 그래서 그걸로 내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었어라고 자신을 긍정하며, 오십견에 티타늄 이식 수술을 권하는 남편에게 "...내 어깨를 내 마음대로 하지. 그럼 당신 말 듣고 어깨를 자르겠니?"라고 당당하게 나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가 사랑스럽다.(아 참 이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1부의 글들에는 일상이니만큼 그녀의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근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프랑스인과 결혼에 파리에 산다는 점 때문에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수 벤치에 앉아 구부린 등을 하고 책을 꺼내 읽는 시부모님의 모습은 나의 로망이고, 버스 정류장에서 "조심해. 내일이 바로 여성의 날이야. 성차별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물론 여성과 남성의 지각 능력이 다르다는 걸 반론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노부인을 나도 만나고 싶기도 하다.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디자이너고 글을 쓴다는 환자에게 "그럼 내가 당신에게 좋은 책의 주제를 준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머감각과, 비극적일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방금 나에게 일어난 것 뿐이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강함이 부럽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의 강함은 이렇게 불행을 받아들일 때 드러난다. 


그렇게 그녀는 암에 걸렸고, 이제 그녀의 일상은 병과 함께 전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투병기가 아니다. 

암조차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상이 다르게 펼쳐놓는 감정과 순간들을 여전히 삶의 한 부분으로 소중히 그리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투병기는 악착같음도 절망도 아닌 그저 삶의 또 다른 전개일 뿐이다.

아직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계속될 이 지구의 역사에서 나 하나의 죽음이 다른 죽음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죽음이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생의 한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병에 걸렸을 때 오히려 삶이 생생해지는 경험은 '개나 소나 하는 운전인데'처럼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고, 내가 예외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 억울함으로 나의 삶을 소진시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를 수술한 의사의 말처럼  수술 이후에는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삶말이다.


병이 주는 고통과 함께 인간을 갉아먹는건 오히려 병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고통의 순간 그 자체보다 고통의 순간을 미리 예견하며 닥치는 두려움, 남겨지는 자들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내가 두렵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고통의 순간이 미뤄지는 것은 아니며, 남겨지는 자들은 그런대로 또 살아갈 것이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두려움에 잠식되지 말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 남겨지는 자들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들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계속 대하는 것. 그래서 항암투병 때문에 머리를 자른 그녀에게 여기서 머리가 더 빠지면 군인처럼 싹 밀면 되죠라고 미용사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엄마 어제보다 더 예뻐라는 아이의 말에 기뻐하고, 항암투병이 끝나는 6개월 뒤에 출산하는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이라고 말하는 남편에게서 위로를 받는 그런 일상을 두려움 때문에 날려버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일상은 계속되고 그 일상속 소소한 깨달음은 언제나 찾아온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 사실상 행복의 비밀이 있다.

작가가 인용한 레이먼드 카버의 짧은 시에 작가가 생각하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비밀. 

단지 그것이 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이 생에서 바라던 것을 얻었니?

응.

뭘 원했는데?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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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5-16 02:4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신한테 다가온 병도 그대로 받아들이다니, 누구나 그러기는 쉽지 않은 듯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기 죽음보다 가까운 사람 죽음을 더 두려워하지 않나 싶어요 남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친구 같은 책을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셨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1-05-16 02:59   좋아요 6 | URL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내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가까운 사람-가족의 죽음인듯한데, 주변의 죽음을 맞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딱히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우리가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을지는 사실 닥쳐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수 없다는게 정답일듯도 해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내내 저는 행복했습니다. ^^

scott 2021-05-16 10: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밑줄 쳐주신 이에세이의 명구 만큼
바람돌이님의 생각 인생이 담긴 철학에 공감이 300배!
[새로이 만난 사람 중에서도 때로는 오래 된 친구같은 편안함을 주는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살아낸다는 것이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벗어나 때로는 이렇게 책을 통해 친구를 구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한 방법]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던 세상 인간 관계,,,
이렇게 책한권에 자신의 삶의 경험을 담아 내면서 묵묵히 병과 투병 하고 계시겠죠.
현재 읽고 있느 차프스키의 책‘무너지지 않기 위하여‘에서 죽음의 수용소 속에서 영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차픕스키가 기억을 되살리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강의를 합니다. 수용소 수감자들은 내일,아니 지금 이순간 죽게 되는데도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서 프루스트의 강의를 듣는 장면에서 설사 비참하게 죽을 지라도 프루스트 강의를 듣는 순간 만큼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존엄함을 지키려고 노력 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우리 일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렇게 책한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1-05-16 21:35   좋아요 3 | URL
댓글이 이렇게 감동적이라니요. 제 글보다 scott님 댓글이 더 좋아요. ^^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감동적일 것 같네요. 프리모 레비가 나치 수용소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기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라는 말이 기억나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의 다른 말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프루스트 강의를 하고 듣는 것도 그런 의미겠지요.

페넬로페 2021-05-16 1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이 책 읽었는데 문장들이 너무 좋더라고요^^바람돌이님의 말씀처럼 좋은 에세이는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5월에 바람돌이님과 읽는 책이 많이 겹치는 것 같아 반가워요^^

바람돌이 2021-05-16 21:38   좋아요 3 | URL
댈러웨이 부인과 이 책. 같은 책을 읽고 있다고 하면 기쁘기부터 하는거 저만 그런거 아니라서 더 좋네요. ^^
모든 좋은 에세이가 나에게 다 좋은건 아닌데 이 책은 정말 쉽고 가볍게 썼지만 들어있는 마음과 의미들은 한번씩 더 되새기면서 내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5-16 12: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며 저 마지막에 쓰신 시가 참 좋았더랬죵! 나이 들었는지 애들 얘기 잘 못 읽겠어요.. 공감이 잘 안되더라구요~ 이 책도 좋았지만 저에겐 너무 판타지였어요. 모든 인간이 너무 완벽해서요!ㅎㅎ

바람돌이 2021-05-16 21:39   좋아요 2 | URL
이 책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군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펌프질 열심히 해야 할듯요. ^^ 모든 인간이 완벽하다기 보다는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모범 답안 같았다고 할까요? ㅎㅎ 저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잘 살아야 하는데 아.....ㅠ.ㅠ

새파랑 2021-05-16 12: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시 너무 좋네요. 나만의 행복을 찾는게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그런 것~!! 저는 좋은 책을 만나는게 그런 행복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말에 좋은 책 만나셨다니 부럽습니다^^

바람돌이 2021-05-16 21:41   좋아요 2 | URL
레이먼드 카버를 정말 좋아하는데 저런 시를 쓴줄은 몰랐어요. 사실 카버의 삶은 그렇게 사랑받은 삶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아마 더 절실했던걸까요? 주말이 끝나서 안타깝지만 이번 주에는 또 부처님 오신 날이 있으니까하고 힘내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종교가 좀 더 다양화 될 필요가 있어요. 더 많은 휴일이 생기도록 말이죠. ㅎㅎ

han22598 2021-05-16 1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자 즐거움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간은 이 부조리한 삶의 희생자일 뿐이다.˝ 이말 맘에 들어요^^ 각자의 삶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왠지 자신의 인생도 잘 가꿔나갈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면서..나는 그러고 있나 하는 의문도 드네요. 이책 주문해야겠어요 ^^

바람돌이 2021-05-16 21:42   좋아요 1 | URL
후회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그외에도 몽테뉴의 말들도 많이 나오는데 다 좋더라구요. 이분은 몽테뉴를 아주 좋아하신대요. 저는 못읽은..... ㅎㅎ

mini74 2021-05-16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요. 나와 결이 닮은 글을 만나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작가를 만나면 더 많이 감동하고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리뷰 참 좋아서 자꾸 읽게 되네요 *^^*

바람돌이 2021-05-16 23:56   좋아요 1 | URL
와우 칭찬 감사합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수록 리뷰를 쓰기도 편한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1-05-18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영화 화장에서 오상무가 아내의 뇌종양을 재진단한 의사에게 그건 왜 생기나요 라고 물으니 의사가 어떤 생명더러 왜 태어났느냐고 물을 수 없듯이 그런 거라고 대답하던 장면이 떠올라요. 바람돌이 님에게 안부 전하고 싶었네요. 귀여운 해아는 이제 숙녀가 되었겠죠^^

바람돌이 2021-05-19 23:37   좋아요 0 | URL
와!!! 프레이야님 진짜 오랫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귀여운 해아는 숙녀가 아니라 시니컬하고 뚱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가끔 서재에서 이렇게 오래전 알던 분들을 만나면 너무 좋아요. 프레이야님은 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성인이 다 되었을듯...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프레이야 2021-05-20 00:17   좋아요 0 | URL
고등학생이군요. 그땐 그렇죠 한창 이쁠 때지요. 지금은 모르겠지만요. 나중 알게 되겠지요. 세월 참 많이 흘러도 여전한 것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요. 울딸 둘은 다 컸지요. ^^

바람돌이 2021-05-20 00:51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내 세상이다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큰딸이 대학 가고 나니까 진짜 확 편해진 경험을 하니까 진짜 시간아 빨리 가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 키운 프레이야님 부러워요. ㅎㅎ

감은빛 2021-05-21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지인 분에게 던졌다는 돌직구를 저도 가끔 던져요.
그래서 적이 많다는 것도 저랑 비슷하네요.
게다가 저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그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나에게 혹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하거든요..

저는 누군가 제게 돈, 로또, 복권, 도박, 주식, 부동산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며칠 전에 친한 친구가 자꾸 제게 로또 이야기를 반복하길래 싫은 티를 팍팍 내고 말았어요. ㅎㅎ

와! 바람돌이님께 이렇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군요.

바람돌이 2021-05-26 09:19   좋아요 1 | URL
아 우리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은 공통점인듯해요. ㅠ.ㅠ
하지만 이제는 내가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인간관계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나의 에너지를 어느정도는 관리해야겠다 싶기도 해요.
아마도 이것도 나이들어서 기가 딸려서 그런거 아닐까요? ^^

- 2021-05-31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에세이 살포시 담아놓습니다 ^^

바람돌이 2021-06-01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공쟝쟝님의 닮고싶은 사람을 보여준 에세이를 살포시 담아놓았습니다. ^^

scott 2021-06-04 2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예감 적중!
바람돌이님 명품 리뷰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그레이스 2021-06-04 20:22   좋아요 2 | URL
닉네임 오타요~~^^
scott님 바쁘시네요
친절도 부지런함이 필요한듯!
바람돌이님 축하해요

scott 2021-06-04 20:34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오시기전에
수정함요 ㅎㅎ
그레이스님 캄솨^.~

바람돌이 2021-06-05 02:15   좋아요 2 | URL
앗 닉네임 오타 그대로 두시지 그러셨어요. 궁금하잖아요. ㅎㅎ
스콧님 그레이스님 모두 축하 감사드려요.
두분도 같이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이번 주말은 오랫만에 날씨도 좋던데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모나리자 2021-06-04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바람돌이님~
주말도 행복한 시간 되세요~^^

바람돌이 2021-06-05 02:1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주말 편안한 휴식의 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6-04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축! 축하드려요 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1-06-05 02:1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도 축하드려요. ^^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초딩 2021-06-0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바람돌이 2021-06-06 00:5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이관왕! 더더 축하드립니다.
남은 일요일 편안한 휴식 되세요. ^^

프레이야 2021-06-06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당선 축하드려요 ^^ 그옛날 서재에서 북적북적하며 축하하고 받고 이벤트 릴레이하고 그러던 때가 가끔 그립군요.

바람돌이 2021-06-07 02: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시절의 여러분들 많이 그리운데 요즘은 정말 잘 안오시더라구요. 가끔 한 두분씩 드문 드문 오시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 프레이야님처럼요. ^^
 

여왕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가난한 여인네들 - 가난한 여인네들, 착한 어린아이들, 고아들, 과부들, 전쟁 - 쯧쯧 - 실제로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한 가닥미풍이 아주 따사롭게 맬 산책길 아래 가느다란 나무들 사이로휘날리며, 동으로 빚은 영웅들의 상을 지나서 보울리 씨, 영국인의 가슴속에 무슨 깃발인가를 날려 추켜올렸다. 차가 광장으로꺾어져 들어올 때 보울리 씨는 모자를 추켜올렸다. 그리고 차가다가올 때 그것을 높이 들었다. 핌리코 구역의 가난한 어머니들이 가까이 밀고 들어오게 내버려두고 아주 꽃꽂이 섰다. 차는 계속 다가왔다.
- P31

그녀 혼자만이 자신이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양립할 수 없는 것들로 된존재인지를 알았다. 그래서 세상에 보이기 위해서 스스로를 구성하여 하나의 중심, 하나의 다이아몬드, 거실에 앉아서도 만남 장소를 만들 수 있는 여인, 어떤 활기 없는 인생들에게는 의심할 여지없이 찬란한 빛, 외로운 이가 찾아올 수 있는 피난처가 되웄으리라, 아마도. - P54

시간을 막 칠 때 거실로 들어와 손님이 이미 거기에 와 있는 것을 본 안주인마냥, 마가렛 성당의 시계는 아, 하고 말했다. 나는늦지 않았어. 안 늦었어, 정확하게 열한 시 반이야, 하고 그녀는말했다. 하지만, 비록 그녀가 완벽하게 옳지만, 그녀의 목소리는안주인의 목소리이기에 자신의 개체성을 드러내기를 꺼렸다. - P71

그녀는 남편보다 두 배나 많은 지력을 가졌지만 남편의 눈을 통하여 사물들을 보아야만 했다 - 결혼 생활이 가져오는 비극 중의 하나였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졌지만 그녀는 언제나 리처드를 인용해야만 했다 - P106

그들은 윌리엄 브래드쇼 경에게 가는 길이었다. 이름이 좋은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당장에 셉티머스를 고쳐주리라. 그때 양조장의 수레가보였고 회색말들 꼬리에 지푸라기로 곤두선 빳빳한 털이 있는게 보였다. 신문 벽보가 붙어 있었다. 어리석어라, 불행해하는 것은 어리석은 몽상이야.‘
- P114

균형을 숭배하면서, 윌리엄 경은 자신뿐만 아니라, 영국을 번영케 했으며 나라의 미치광이들을 격리시켰고 아이들의 출생을 금했고, 절망을 벌주었으며, 부적격자들이 그들의 견해를 퍼뜨리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그들 또한 그의 균형 감각 - 남자라면 자신의, 여자라면 브래드쇼 부인의 균형 감각(그녀는 수를 놓고 뜨개질을 했으며 일주일 중 나흘 저녁은 아들과시간을 보냈다) - 을 함께 공유하였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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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봄날, 조르주브라상 Georges-Brassens 공원 고서적 시장에 갔다가 호수 벤치에 앉아 있던 시부모님을 많다. 구부린 등 뒤로 날아온 라일락 꽃잎, 외투 호주머니에서 꺼낸 책장을 넘기는 모습, 그리고 책 속에서 조용히자신과 함께 늙은 외로움조차 잃어버리는 정적의 시간을 우연히 훔쳐본 적이 있다.
- P23

살면서 이런 순간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미치도록 슬플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들에게서조차 멀리 떨어져 있다. 병실넓은 창으로 보이는 하늘, 어쩌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병, 그리고 오롯이 나뿐이다. 완벽한 개별자로서의 나.
그것을 또렷하게 대면한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 마음이 잠잠하다. 비극적일이유는 없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방금나에게 일어난 것뿐이다.
- P51

그녀가 퇴직하고 처음 심부전증을 발견했을 때, 국가원수를 치료해주는 발드 그라스 Val-de Grace 병원으로 들어갔다는 말에 내가 깜짝 놀라 묻는다.
"그런 병원에 우리 같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요?"
48년 동안 꼬박꼬박 세금을 냈는데, 나도 그럴만한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요?"
- P55

정말이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결국 당신이다."
- P59

저녁 식탁에서 구역질 때문에 식사를 멈추는 걸 보고올비가 말한다.
"6개월 뒤에 출산하는 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우린 매일 조금씩 새로워진다. 단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뿐이지.
- P116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무성한 잎사귀를 만들어도그건 이미 내 영광이 아니다. 아이가 성인이 된다는 건,
이제 숙제를 마치고 부모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다. 어쩌면 숙제를 잘 마친 기분 정도는 누릴 수 있겠다. 부모 사전에서 없애야 할 단어는 ‘희생‘이다. 그냥 ‘책임‘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무방하다.
- P130

언어가 메마른 건 삶이 척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황한 슬픔보다 메마른 슬픔이 더 아프다.
- P137

난 책을 슬렁슬렁 읽지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렇게읽고 났을 때 내게 남는 건 그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책을 통해서 내가 판단한 것, 감동받은 것, 상상한 것뿐이다.
작가, 배경, 어휘들, 이런저런 상황들, 그런 것들은 당장에잊어버리고 만다.

_ 몽테뉴 - P144

암이라는 병도 비슷하다. 피레네의 종소리처럼 내 인생에 눈금을 긋는다. 병이 생기기 전과 그 이후로 자르고, 그 이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사색하게 만들며 사는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 P155

우린 배를 타고 노르망디의 긴 운하를 따라 나가기도하고, 항구에 나가 불꽃놀이도 본다.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산책한다. 관계의 편안함은 일종의 공기 같다. 나이들수록 친구는 자유만큼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관계는 생물 같아서 결코 노력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로 늙어가는 건 일종의 선물이다. 오랜 세월 한 사람이겪는 변화는 누구도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158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밥상에 그 비밀이 있는 것 같다. 우린 누가 욕망을 미리 분배해주는 것이 아니라 접시를 가운데 놓고 자연스럽게 나누어 먹는 것으로 배웠다.
밥상에서 다른 사람의 욕망을 이해하고 자신의 욕망을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행복, 즐거움, 풍성함은 균등하게 자를 수 있는 케이크가 아니다. 우리의 미소도 아이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웃음은 밥주걱처럼 보태는 것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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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5-14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소설인줄 알았더니 에세이군요.
숙제를 마친다는 것. 저도 요즘 하는 생각인데요. 이제 그만 매달려야할 숙제.

바람돌이 2021-05-14 10:41   좋아요 0 | URL
이 책 굉장히 좋았습니다. 공감지수 100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5-14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관심이 확 가는군요.

바람돌이 2021-05-15 22:52   좋아요 0 | URL
네 오랫만에 좋은 에세이를 만나 읽는 내내 참 좋았어요. ^^
 

시위는 정부에게 우리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동료 시민들에게, 그중 가장 약한 이들에게 우리가 국가 정책에 반대할 수 있고 반대해야만 함을 보여준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성급한 가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집 밖에 나선다. 칩을 던진다. 걷는다.
- P286

상드는 여자들 편에 섰어야 했다. 여자들의 대의에 자신의이름을 빌려주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 상드의 행적에 대한 논란도 더 적을 것이다. 그러나 상드는 어떤 전선에도서지 않으려 했다. 상드는 모든 관점을 가로질렀다.
- P296

클레오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기를 그만두자 카메라도 클레오를 바깥쪽에서만관찰하기를 그만두고 클레오의 관점에서 세상을 재현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특히 여자는 스펙터클, 구경거리이기 때문에남자처럼 익명으로, 주위를 구경하면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전한다. 보이기만 하지 않고 스스로 본다는 것은 도시에서 여성의 자유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 P326

 파리에서 나는 뉴욕에서 내가 비운 자리와 비슷한 자리에깃들고 싶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자리, 집, 배우자, 아이들을 원했다. 뉴욕에서 다들 나한테 기대하던 것과 같은 삶을 프랑스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 자리가 생기기를 바랐고 내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생기면 기쁘게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반항아가 아니었다. 그냥 나라만 바꾼 사람이었다. 나라를 집을떠나왔으나 나는 다시 자리를 잡고 정착하고 싶었다.
- P345

바르다는 페미니스트의 첫 번째 행위는 바라보고, 이렇게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시선의 대상이지만 또 나는 볼 수있다. 바르다의 영화가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과 세상 안의 우리 자리를 비스듬한 눈으로 보는 것. 우리는 이삭 줍는 사람, 플라뇌즈, 방랑자, 이웃이다. 객관성 따위는 없다. 프랑스어로 ‘객관적‘ 이라는 뜻의 오브젝티프(objectif)는 ‘렌즈‘를 뜻하기도 하는데, 렌즈를 통해서는 한 방향밖에는 볼 수가 없다.
렌즈를 우리 쪽으로 향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도, 병조차도 객관적으로 나쁜 것일 수는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위안이된다.
- P357

"나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국에서 임시 거주지에 정착하고 타자기와 공생에 들어간다." 그럴 수 있는 권리를 얻기가쉽지는 않았다.
- P390

내 도시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다른 어느 곳보다 더 나의 것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발로 알아가지만, 우리가 도시를 떠나면 지형이 바뀐다. 그렇게되면 자신 있게 발걸음을 떼놓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게 좋은일일지도 모른다. 그냥 보는 것, 보면서 다른 것을 보기를 기대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 P413

여성의 플라네리, 즉 플라뇌세리(flâneuserie)는 우리가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고 공간의 조직에도 개입한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공간의 평화를 흩뜨리고 공간을 관찰하고(혹은 관찰하지 않고) 차지하고(혹은 차지하지 않고) 조직할(혹은 조직을 와해할) 권리를 주장한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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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에서는 따라다니는 것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따르는 사람한테는 무언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나약함, 어쩌면 변태성을 뜻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부추김을 받는다.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내라고, 그러나 복종에는 전복적인 면이 있다. 칼의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일련의 제한 조건 안에서 우연의 기회를 만든다.
게다가 칼에게 통제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는 있으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는 그저 미궁에서 ‘길을 잃은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칼이 앙리B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 한, 칼은 정확히 자기가 있어야 할곳에 있는 것이 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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