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역사가들이 문자로 쓴 역사에서는 그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그들이지만, 사진 속 인물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그들의 역사를 써 내려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각자가 만든수많은 인생의 이야기들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하여 오늘날의 역사가 만들어졌겠지요. 이렇듯 사진은 수많은 인생의 드라마를 기록하여전달하는 중요한 역사 기록의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 P215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피부가 녹아 버린 것 같은 화상을 입었으며, 핵폭발로 발생한 열기는 히로시마의 대기를 마치사막처럼 바싹 말려 버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화상으로 뜨거워진고통을 참지 못해 강물로 몸을 던졌고 강은 곧 시체로 가득 찬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검은색의 방사능 비였습니다. 타는 듯한 갈증 속에 이 검은 빗들을받아 먹은 이들은 고농도의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어 갔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에서는 약 9만 명에서 16만 명 정도의 사상자가 나온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망자 중 절반은 원자 폭탄이 투하된 당일에 발생하였고, 나머지 절반은 방사능 피폭과 합병증, 부상 등으로 죽어 갔습니다.
- P224

하지만 초창기의 우려와 달리 회화는 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진은 회화를 사실적 묘사에만 천착하던 고전주의에서 벗어나게끔 도와주었고 화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선사하였습니다. 화가들은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자신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낭비하는대신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감성과 느낌을 화폭에 담는다양한 방법을 찾아냈고, 이것은 20세기 다양한 현대 미술 사조의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 P261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더이상 피사체의 밝기, 초점, 색깔 등을 제대로 재현해 내는 능력은아닙니다. 초점과 노출을 손으로 맞추던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카메라들의 등장으로 이제는 누구나 (심지어 원숭이까지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좋은 사진, 잘 찍은 사진의 기준은 사진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떤 느낌을 전달하며, 보는 이들에게 어떤감정을 느끼게 하느냐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 P263

소설 속의 언어를 뽑아내어 시를 만든다면 그 시는 과연 시로서의 맛을 지닐 수 있을까요? 동영상에서 추출해 낸 사진도 바로그러한 사진 본연의 맛이 없기에 동영상에서 추출된 이미지가 절대로 사진을 대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한 장의 좋은사진을 찍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분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요? 따라서 동영상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사진은 결코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소실의 시대에도 시는 절대로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 P280

보도 사진 취재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를 자신의 사진을 통해 다른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그의 사진 한장이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 줄 수도 없고 사회를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도 없지만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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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고유한 속성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긴다는 것입니다. 사진에 찍힌 뒤 현실 속의 피사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하거나 소멸되어 가지만, 사진 속에 정지된 채로 담긴 피사체들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한 장의 사진 속에 포착된 수많은 디테일(인물, 인물의 표정과 행동, 장소, 조명, 프레임 안에자리 잡은 수많은 사물들)은 이러한 정지된 화면 속에서 마치 뮤지컬무대의 주연과 조연 배우들이 함께 화음을 만들어 내듯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에게 전달하고, 우리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읽어 내며 사진만이 줄 수 있는 맛을 음미하게 됩니다.
- P25

"내 사진에서는 두 사람이 죽어 있다. 장군은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카메라로 장군을 죽였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진으로 나는 돈을 벌었다."
"사진 속 두 사람의 삶은 파괴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으로 영웅이 되었다." - P40

이미 우리는 이미지가 언어가되어 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거짓말을 판별하며 살아온 것처럼 이미지라는 언어의 진실 여부를 들릴휘어 사아야 하는 것이 21세기 인간의 숙명이 된 것일 뿐입니다.
- P83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동 노동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가 사진을 통해 달성해야 했던 성과는 아동 노동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부른아동 노동자들은 직업 교육을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자회의 잘못된 인식을 깨는 일이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아동 노동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어떤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감시켜야 하는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이었습니다.
- P134

그는 사진의 역사에서도 묵직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나가말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나는 카메라를 메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 루이스 하인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포토 스토리 Photo Story‘란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피사체가 카메라를 쳐다보는 초상 사진 스타일의 표현 방식을 정립하기도 했습니다.  - P140

그녀는 이 사진이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자신이 살던 지역에대한 관심을 높여 준 것에는 감사하지만, 이 사진에 대해 복잡한심정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 보여 주는 이미지는 자신의 실제 모습의 한 단면밖에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플로렌스의 자녀들이 기억하는 그들의 어머니는 음악과 춤을 사랑하고 훗날 농민들의 노동 운동이 우도적으로 참여했던 적극적인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굶주림에채 아이들과 함께 초라한 텐트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던 진취적인 여성이 그녀의 실제 모습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플로렌스와 그녀의 가족들은 사진에 투영된 그녀의 이미지가 그녀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달랐기에 사진을 볼 때마다 화가 나고 슬픈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 P155

민주화의 격동기에서 수많은 아까운 목숨들이 희생되었지.
그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공력의 폭력에 대한 정보는 말과 활자로만 전달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만약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시위 연대생 1명 중태"라는짤막한 사회면 기사로만 국내에 보도되는 것에 그쳤다면 우리 사회는 그의 죽음에 어떻게 반응하였을까요?
- P170

아우슈비츠에서 소장을 지냈던 루돌프 회스Rudolf Hoess 중령은 자신의 고백록(Commandant at Auschwitz: The Autobiographys ofRudolf Hoess)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나는 총살에 관여할 때 군중이나 여자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혹함과 혐오감에 사로잡히고는 했다.
그러 이제는린내 나는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되고, 한편으로는 희생자들을 최후의 순간까지 친절하게 돌보아 줄 수도 있게 되어서 나로서는 마음이 편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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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리뷰를 쓰거나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어떤 어려움에서 책을 만들었을지, 얼마나 공이 들어갔을지, 그 의미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생각하다보면 이런 저런 비평을 얹는 것이 실례가 된다는 느낌이랄까?

오랫만에 그런 책을 만났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는 독립운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에 들어서 이런 책들이 몇권 나오긴 했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의 책은 책의 만듦새에서 부터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까지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잘 만들었다.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각 챕터마다 윤석남화가의 초상화가 있다.

독립운동가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거나, 그의 활동모습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의 초상화들이다. 

표지의 초상화는 정정화선생의 초상화다. 

26년간을 임시정부의 안주인으로 불리우며 독립운동가의 뒷바라지를 하신 분이다. 

누군가는 밥하고 빨래하고 병든 독립운동가들의 간병을 하고, 그게 무슨 독립운동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가 없으면 어떤 단체도 존재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면 그는 임시정부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유난히 강조된 손의 크기로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역할이 남성 독립운동가를 뒷바라지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이 정정화 선생의 개인 활동에 대한 폄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시대적 한계속에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런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분들도 또 어떤 면에서는 한계를 고스란히 품고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김마리아 선생의 모습은 책과 칠판, 분필과 함께 가르치는 모습으로, 평양노동자 강주룡은 을밀대에 앉아 농성하는 모습으로, 사회주의 혁명가 박진홍은 책을 좋아했던 모습으로 등등 그분들의 삶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초상화도 훌륭한 작품들이다.

대부분의 초상화가 형형한 눈빛과 강조된 손으로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특히 손에 많은 관심이 갔다.

이 책의 초상화들은 모두 세로 210cm 가로 94cm의 대작들이다. 

전시회도 가봤으면 좋겠지만 이놈의 코로나가 여행을 허락하지 않으니....


세로로 긴 그림에 맞춰 책의 판형을 맞췄다. 이런 세심함이 마음에 든다.

글을 쓴 김이경 작가의 글 역시 일률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각 독립운동가의 활동 특성에 따라 평전형식, 일기 형식, 인터뷰 형식, 회고록 형식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본 자료가 너무도 부족한 상황에서 얻어낸 자료를 어떻게 제대로 살려낼까를 많이 고심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우리에게 많지는 않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되살피고 기억하게 만든다.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그 시작 지점에서 이렇게 세심한 책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독립운동가라고 해서 항상 올바르기만 하고, 굳건하기만 하고 흠없는 삶을 살았을까?

그런 삶이 어디 있겠는가?

책을 읽다 보면 각 독립운동가의 삶이나 행동, 생각이 지나치게 이상화되었다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예를 들면 김마리아 선생의 다음과 같은 말,


"국내 일반 인민은 상하이에서 임시정부가 설립되었다는 말을 듣고 소수의 조직이든 인물이 좋든 나쁘든 상관하지 않고 다 기뻐하여 금전도 아끼지 않고 적의 악형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외지에서 임시정부를 반대하던 자도 국내에 들어와서 금전을 모집할 때에는 다 임시정부의 이름을 파는 것이 바로 국내 동포가 임시정부를 믿는 증거다. 만약 5년의 역사를 가진 정부를 없앤다면 소수는 만족할지모르나 대다수는 슬퍼할 것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개조하자. - P28


1923년 국민대표대회에서 임시정부의 운명을 놓고 개조파와 창조파의 논쟁이 벌어졌을 때 김마리아 선생의 입장이다.

솔직히 이 말은 지나치게 감상적이며 임시정부라는 중대 조직의 진로에 대해 전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판은 잠시 미루기로 한다.

도대체가 자신의 모든 삶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에 대해서, 이 나라가 그리고 후손들이 뭐 하나 해준게 없는데 어떻게 감히 비판부터 하겠는가 말이다.

제대로 그들의 삶을 복원하고 기억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로 그 복원과 기억의 출발점에 위치해 있으므로, 이상화된 서술은 아직은 흠이 아니다.

다만 짧은 글이 아쉬움을 더하므로 내가 읽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을 모아보았다.(더 많은 책들이 책의 뒷편 참고 문헌에 나와있다. 이 글은 내가 쓰는 페이퍼니까 내가 읽고 싶고, 읽었던 책, 좋아하는 책들만 모아 보았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을 모아보고, 이후 더 많은 책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기억의 힘을 믿는다. 




책 속 두번째 주인공 - 강주룡

 그나마 이렇게 소설로라도 되살려지는게 어딘가?

가난하고 이름없는 노동자로, 을밀대 지붕위애 오도마니 앉아있는 오래된 신문기사 하나로만 남아있던 강주룡 선생의 삶이 비록 소설로라도 재구성되고 그녀의 이름 세자가 알려졌으니 감사한 일이다. 다만 이 책에서 윤석남 화가의 강주룡 초상화는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당시 20대였던 강주룡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나이가 들어보이게 그려졌으며, 노동자 투사였던 그녀라면 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하게 강주룡 선생의 그림에서는 손이 보이지 않는다. 










책 속 세번째 주인공 - 정정화

임시정부의 안주인 역할을 했던 정정화 선생의 자서전인데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장강일기>, 1998년 나온 책인데 다행히 아직 품절되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는 독립투사 이상용 선생의 손부였던 허은선생의 회고를 구술한 책이다.

두 분의 역할이 어쩌면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데 한분은 임시정부, 한분은 간도 지역에서의 경험들을 얘기하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허은선생의 회고록과 비교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하여 보관함에 넣어본다.





















책 속 네번째 주인공 - 박진홍

여성독립운동가이면서 심지어 사회주의자이고 월북까지 하면 더더욱 자료는 찾기 힘들어진다. 박진홍, 이효정, 이순금 같은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들의 이야기는 안재성씨의 소설 <경성 트로이카>에 제법 나온다. 

이들에 대한 책을 찾다 보니 <조선의 페미니스트>라는 책이 있다. 독립운동가로서의 이들만이 아니라 조선의 일상과 기존 관념과 맞서 싸우던 페미니스트로서의 이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인듯하여 관심이 간다. 

그리고 박진홍이 남편(박진홍은 집사람이라고 불렀던)이었던 김태준과 연안으로 가 조선의용군에 합류했던 것을 생각하면 안재성씨의 소설 <연안행>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읽고싶은 책으로 찜해둔다.

이관술, 이재유, 박헌영의  평전이 나왔듯 박진홍의 평전, 이효정, 이순금의 평전을 보고싶다. 남성들의 서사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오롯이 주인공인.....




책속 일곱번째 주인공 - 정칠성

기생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 정칠성. 나도 처음 알았다. 얼마전에 <신여성이란 무엇?>이란 책이 출간된걸 보고 보관함에 넣으면서 갸웃 했는데 이 책의 정체가 뭔지 이제 알게 되었다. 정칠성 선생 역시 월북하면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이다. 하지만 이분은 진짜 관심이 많이 가는게 기생출신이 말해주듯 예술가로 출발했다가 독립운동가, 사회운동가, 사상가로 변신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다운 삶의 궤적을 보여주리나는 느낌이다. 

누군가 이분의 일대기를 평전이나 소설로 되살릴 수 없을까?
























책속 열번째 주인공-김 알렉산드라

지난 번 페이퍼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했었던 분. 한국인 최초로 볼세비키가 되어 만주 지역에서, 우랄 지역에서 조선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러시아인까지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싸웠던 여성. 최근에 읽었던 <피에 젖은 땅>을 생각하면 아마 백군에 의해 살해되지 않았다면 스탈린에 의해 숙청 되었을 것 같은 여성 혁명가. 

그녀의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고 혁명적 열정에 넘치는 모습들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책들이 나와 있어 참 다행이다.





















책속 열세번째 열 네번째 주인공 박차정, 이화림

김원봉의 주도로 만들어졌던 조선의용대와 뒤를 이은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 직접 총을 들고 싸웠던 분들이다.

박차정선생은 김원봉의 부인으로 더 알려져 있으나 그 자신 뛰어난 독립운동가였으며, 여성의 해방을 설파한 시대를 앞서간 여성운동가이기도 하였다.

<항일무장투쟁과 여성 독립운동가>는 박차정선생과 이화림 선생의 이야기가 모두 실려있어 관심이 가는 책이다.

그 외에 이들이 활동했던 조선의용대, 조선의용군에 대해서 보려면 결국 약산 김원봉 평전이나 김학철 선생의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을 볼 수 있다.

이 중 <최후의 분대장>은 나의 최고의 책 중 하나다. 


지금 밀양에는 박차정 선생의 묘가 있다.

1941년 곤륜산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였던 박차정 선생은 그 휴유증으로 1944년 돌아가시고, 김원봉선생은 귀국할 때 그녀의 뼛가루를 품에 안고 와서 고향 뒷산에 묻는다. 

부부이자 동지였던 이들이 나란히 묻힐 수 있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해방공간에서 김원봉선생의 월북으로 부부는 죽어서도 아직까지 이별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김원봉 선생은 아직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으며, 박차정선생은 1995년에 가서야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을 수 있었다. 

2년전인가? 찾아봤던 박차정선생의 무덤은 길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고, 이분이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쓸쓸하였다.




심지어 독립운동가 박차정이 아니라 '약산 김원봉장군의 처 박차정 의사의 묘'라는 저 묘비는 씁쓸하였다.

아마도 살아 생전에는 오히려 선생은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독립운동가 박차정이었을 것인데, 죽은 뒤의 자리가 누군가의 아내라는 것으로 쓰여지는 것은 선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설사 그 남편이 아무리 큰 인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 책에는 중요한 여성독립운동가 3명이 빠져있다.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들이 빠진건 어쩌면 아직도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현실의 반영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다행히 이들의 삶은 소설로 복원되었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책들은 많고,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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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29 0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서 잘 몰랐던 역사인데 이렇게 정성스러운 리뷰를 통해 알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1-04-29 23:39   좋아요 0 | URL
더 많은 것들이 알려지고 그분들의 공적이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오랜 시간 묻혀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대중적인 책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 전문가들의 연구도 더 이어질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이 2021-04-29 08: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 여자 무조건 강추요.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읽고픈 책들은 하염없고 생활은 무조건 책만 읽기를 말리고, 그러다 가끔 팽 신경질도 부려보고 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안 읽다가 다시 또 그 길로 돌아가게 되고, 그렇게 계속 읽는 거 같아요. 서울은 꾸물꾸물 거려요. 부산 하늘은 어떠할지?! 오늘도 힘 :)

바람돌이 2021-04-29 23:41   좋아요 0 | URL
조만간 세여자는 볼 거 같아요. 전부터 찜해두었던 책인데 자꾸 보고싶은 책이 있으니까 밀리네요. 다음주쯤엔 세여자 먼저 읽는걸로 불끈 결심합니다. ^^부산은 꾸물거리기도 하는데 점점 더워져요. ㅠ.ㅠ

mini74 2021-04-30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밀양에선 친일작곡가 이름을 딴 음악회는 열리면서 김원봉선생님의 생가는 헐어버리려 한 시기가 있었죠. 지금은 음악제 이름도 바뀌었고 생가도 보존하고 한다지만 여전히 이유를 불문하고 좌익쪽 이름이 붙은 독립운동가들을 홀대하는거 같아 속상합니다. 여성운동가들 또한 변절자는 교육자니 뭐니로 남아 떵떵거리고 오히려 진정한 독립운동가나 여성운동가분들은 저조차도 잘 몰라 부끄러워요 ㅠㅠ 바람돌이님 리뷰 보면서 반성도 되고 씁쓸합니다 ㅎㅎ 이 책 찜입니다 *^^*

바람돌이 2021-05-02 01:00   좋아요 1 | URL
그래도 지금은 밀양에 나름대로 독립운동가의 거리가 제법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박물관거리를 산책하며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아요. 하지만 박차정선생의 묘소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일단 찾아가는 것도 너무 어려웠고, 산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서 이거 길 맞아 하면서 찾아갔다는.....
부끄럽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에 나온 분들 중에는 저도 모르는 분들이 있었는걸요. (저 역사전공이에요. . 그러니가 제가 진짜 부끄러운거죠. ㅠ.ㅠ)

하양물감 2021-04-30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이 분들 성함조차도 낯섭니다. 기회가 될 때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5-02 01:01   좋아요 1 | URL
책은 청소년이 읽어도 좋게 쉬워요. 그분들의 삶은 무겁지만 책은 무겁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

희선 2021-05-03 0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배운 역사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거의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말이 나온 건 얼마 되지 않았네요 그것보다 제가 잘 몰랐던 거겠습니다 독립운동을 했다 해도 사람이기도 하니 그런 것도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한테는 좋은 점뿐 아니라 안 좋은 점도 있잖아요 김원봉 선생은 들어봤지만, 박차정 선생은 몰랐네요 부인이라고 그렇게 써두다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박차정으로 봐야 할 텐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5-07 00:24   좋아요 0 | URL
박차정선생이 부산 출신이라 이 지역에서는 그래도 일찍 알려진 편이에요. 그분이 했던 활동과 역할에 비해서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었지요. 그건 박차정선생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scott 2021-05-07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작 2관王~~
추카~추카~
서울은 황사 먼지에 앞 시야가 가려 질정도 ,,,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ㅅ^

바람돌이 2021-05-07 18: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재 대문이 아주 멋지게바뀌었네요.
scott님도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아주 멋진 글이었어요.

오늘 여긴 바람이 장난 아니에요. 황사먼지는 그래도 서울하고는 비교도 안되죠. 그래도 동쪽 끝이니까요. ^^
scott님도 멋진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5-07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2관왕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05-07 18:0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도 즐겁게 보내세요. ^^

모나리자 2021-05-07 16: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추카 드려요~바람돌이님~^_^!!

바람돌이 2021-05-07 18:07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초딩 2021-05-08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관왕 축하드립니다~
페이퍼와 리뷰 모두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5-08 22: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데미안 글 저도 참 좋았는데 역시 당선 축하드려요. 남은 휴일 즐겁게 보내시길...
 

경험은 겪은 것이 아니다. 선택적인 기억이다. 경험은 철저히정치적인 것이다. 무엇을 잊고, 무엇을 의미화하는가, 내가 겪은 일은 어떤 것인가. 경험은 저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자신의경험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길 때 비로소 ‘떠오르고 인지되고 해석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게는 자기 경험을 바로 볼 수 있는 렌즈가 주어지지 않는다. 남성의 언어가 여성의삶을 규정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기 경험을 믿지 못한다. 자기가 겪은 일을 남 이야기하듯 말한다.  - P102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뿐이다("They do because theycan"), 단지 그뿐이다. 대신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왜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믿지 않는가? 왜 국가는 이 문제를 사소하게 다루는가? 왜 우리는 언제나 이 문제가 "사소하지 않다"고 외쳐야 하는가?
- P103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자기가 치우는 것이다. 자기가 입은 옷은 자기가 빨래하는 것이다.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개인) 미달‘ 이다. 그러므로
‘주부‘나 ‘아내‘는 정체성도, 직업도, 지위도 될 수 없다. 아내가뭄은 모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아내를 가질‘ 특권은 없다는 뜻이다.
- P113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평소 숱한 사람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 그리고 페미니스트 식으로 나열하는 데 분노한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되는데,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되는가? 이는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식의 발상이다.  - P150

성매매, 성폭력 제도의 본질적 공통점은 남성의 성은 남성의 몸에서 분리되지 않지만 여성의 성은 여성의 몸에서 분리된다는 점이다. 남성의 성은 남성 개인의 몸에 소속되어 있다. 여성의 성은 여성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가족, 그리고 그녀의소유자인 남성의 자원이거나 상징이다. 남성의 성과 달리 여성의 성은 대상화된다. 유통, 기부, 거래, 순환 등 교환 가치를 지닌다.  - P170

거듭 강조하건대 알선업자들이 다루는 것은 상품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강제냐 아니냐 혹은 협의의 강제성이냐 광의의 강제성이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문제는 강제성 여부라기보다는 전쟁에서의 철저한 성별 분업에 있는 것이 아닐까? 강제성 담론은 여성 인권의 시각에서 보면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게 만드는 ‘맥거핀‘이다. 왜 남성의 성은 여성을 위해 강제든 자발이든 봉사하지 않는가? 왜 국가는 알선업자든 남성의 성을매매하는 제도는 만들지 않는가? 이 질문이 황당한가? 자발적
‘담요 부대‘는 납치든 여성의 성을 종군(從軍)의 상수(常數)로놓는 전제부터 문제시하는 논의를 시작하자.
- P171

한국 사회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이미 신채호의 맥락을 떠나 주로 우리가 침략당한 사건을 상기하는 데만 동원된다. 피해자 민족주의도 문제지만 ‘역사‘, ‘민족‘, ‘미래‘가 모두 복수(複數)의 의미라는 점에서 이 언설은 주장되어야 할 정언이 아니라 해석되어야 할 머리 아픈 문제다.
- P187

팬데믹의 원인은 ‘돌봄 노동‘(살림)을 비하하고 ‘자연 파괴 (죽임)를 추구해 온 인간의 경제 활동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팬데믹의 대안으로 돌봄 윤리에 관심을 보이지만, 이런 흐름은지금 여기의 ‘여성 해방‘ 과는 거리가 멀다. 팬데믹의 결과로 또다시 여성들이 강도 높은 보살핌 노동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 노동의 내용은 그 자체로도 재평가해야 하지만, 페미니스트들은 돌봄이 공적 영역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 자체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P203

마지막으로 ‘성노동‘, ‘성노동자‘ 용어에 대한 나의 분노를 분명히 하고 싶다. 이 책에 나와 있듯이 성노동은 미화된 용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노동이다. 성산업에 종사하는 일은 당연히 노동이다. 그러나 "노동이어야 한다. 노동으로 인식되어야한다."는 전혀 다른 논리다. ‘성노동‘은 성매매의 핵심, 즉 왜 이노동이 여성에게만 부여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환원하는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폭력을행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노동이다. 성산업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중노동이고 위험한 노동이다. 여성이 사망해도, 공권력도 가족도 나서지 않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성노동‘ 담론이 여성혐오에 근거한 무지의 산물인데도 한국 사회에서 그럴 듯하게통용되는 이유는 ‘노동의 신성화‘라는 서구 근대 이데올로기를벗어나지 못하는 식민주의 인식 때문이다.
- P214

저자는 "당시 매춘 여성이 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계급 딸들의 어두운 숙명이었으며, 누군가 그만두어도 같은 길로 굴러떨어지는 딸들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문제를 (여성이 아니라) ‘인민‘의 고통이라는 차원에서본다. 그러나 오히려 성매매의 근본 원인은 왜 프롤레타리아 남성들은 가난하다고 해서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팔지 않는지, 그리고 왜 남성의 성은 국가의 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지를 질문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성을 파는 여성, 성을 팔아야 하는 여성의 존재는 바로 여성이 ‘인민‘의 범주에 들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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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책, 알려진 책, 많이 팔리는 책에 서평이 몰리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서평(크리틱)이 가장필요한 책은 바람직하지 않은 내용 혹은 별 내용이 아닌데 많이 팔려서 비판으로 판매량을 줄여야 하는 책이다. 물론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나는 희망한다. 서평이 많이 쓰이고 비평서가 많이 출간되어야 하는 이유다.
- P11

할지 모르겠다. 공부. 자기 언어를 갖는 것은 피억압 집단에게가장 필요한 투쟁이다. 남성, 백인 문화는 피억압자의 언어를두려워하고, 이는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여성들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페미니즘의 대중화가아니라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보여준다. 이제 페미니즘은 가치관이 아니라 자기 계발의 하나가 된 것뿐일까.
- P14

사회의 ‘크기‘는 고통에 대한 태도와 그것을 품을 용량(capacity)으로 가늠할 수 있다. 나를 비롯해 한글판 제목대로
"피할 수 없는 모든 고통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목소리는, 우리 자신의 그릇에 온전히 담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불안하지 않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 P28

 타인에 대한 통제권을 지닌다는 것. 흑인에 대한 백인의 지배가 문화적으로 합의된 사회에서 흑인의 몸은 백인의 것이다. 백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강간, 고문, 살인, 감금이든 모두 합법‘적‘이다. 압도적 폭력을 마음으로, 평화로,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해자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가해자 편에서 박수를 치는 것과 같다 - P36

나는 용서를 이야기할 때 전제되어야 할 것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내 글은 비관적일 뿐 아니라 이 책과 무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조악한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용서 지향적 사회보다 평등한 복수‘가 가능한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 이것이 먼저다.
- P57

이 책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와 ‘인간관계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의 차이를 알려준다. 무병장수는 행복의 조건이 아니다. 아프더라도 이해와 돌봄의 인간관계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건강과 그렇지 않은 상태의경계, ‘잘 아플 권리‘, 고통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방식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 P68

나는 예전에 세월호 사건을 두고 "잊지 말자."라는 말이 누구의 관점인가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이는 그 사고와 무관한 이들의 다짐이다. 유가족들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당사자가아닌 이에게는 망각이 필연이고, 당사자에겐 기억이 필연이다.
"잊지 말자." 대신 유가족의 시각에서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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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4-2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페이지 밑줄 저두 그었어요. 68쪽두. :) 잘 자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4-27 23:25   좋아요 0 | URL
앗 찌찌뽕!!!
같은 생각을 발견할때의 기쁨으로 잠들겠습니다. 수연님도 잘 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