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141페이지 유물 사진 설명에 의하면 아래 그림이 <위원 용연동 유적에서 발견된 명도전과 철제 농기구>라고 되어 있는데 사진의 유물은 모두 철제농기구입니다. 명도전이 없어요.
책의 본문이 명도전을 중심으로 설명이 되고 있는 중에 나온 자료 사진인지라 반드시 사진 교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 147쪽
아래에서 5번째 줄 휴노는 흉노로 고쳐야 하네요.
291쪽 아래에서 5번째 줄 부흥은 부응
314쪽 아래에서 7번째 줄 주변에는은 주변에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1-02-28 0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월요일에 저자 북토크를 놓쳐서 아쉽다 생각했는데, 저자분께서 인지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1-02-28 01:48   좋아요 0 | URL
알고 계시면 다행이고요. 몰랐다면 다음 인쇄에서는 고쳐줬으면 해서 올려봤어요. 출판사 바로 가서 얘기하는게 제일 빠르겠지만 제가 그 정도로 또 바지런하지는 않고요. ㅎㅎ

cyrus 2021-02-28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다려보고, 출판사 측의 답변이 오지 않으면 직접 출판사에게 의견을 전달해야 될 거예요. 저는 인스타그램 DM으로 오자를 알려줘요. 출판사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책 홍보를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

바람돌이 2021-02-28 23:43   좋아요 0 | URL
오호.... 하지만 전 인스타를 안해요. ㅠ.ㅠ 굳이 답변을 기다리는건 아니구요. 설마 자기들이 만든 책 독자반응도 안볼까 싶은거죠. 그리고 이 책은 2쇄 들어갈 것 같은데 쇄라는게 제가 알기로는 판본을 바꾸거나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찍어내는 걸로 알고있는데 반영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출판사는 또 출판사대로 사정이 있을테니까요. ㅎㅎ

pistis 2021-07-13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오타오류가 발견되면 출판사에 전화를 하는 데, 간혹 저자분과 연락이 되어 영상통화도 하고 만나서 식사도 같이 하며 아는 사이가 되기도 했어요. 꼼꼼한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바람돌이 2021-07-14 14:2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성의부족인 낯을 좀 가리는 제 성격 때문인지 이런 얘기를 직접 하는건 좀 어렵더라구요. 저자분을 만나면 참 좋을듯도 한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망설일듯합니다. ^^
 

4대문명론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가 전세계를 활보할 때에 만들어졌다.
문명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발달했고 나머지 지역은 미개하게살았다는 생각은 몇몇 선진국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와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우리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후기구석기시대의 유적이 여럿발견되고 있다. 터키 남부에서 발견된, 1만 5000년 전에 만들어진대형 신전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 유적과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2만년 전의 토기가 대표적이다.
- P22

유라시아 서쪽에 괴베클리 테페가 있다면 동아시아에서는 세계 최초로 구석기시대의 토기가 출토되었다. 1960년대부터 일본열도에서 구석기시대의 석기와 함께 토기가 발견되었고 1990년대에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도 토기가 발견되었다.  - P23

고고학을 통해 강대국 문명 중심의 역사관을 해체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주류와 변두리의 선을 긋지 않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한국사와 세계사를 보기위한 첫걸음으로 그간 우리가 지나쳤던 역사의 진정한 주역들을차례차례 만나보겠습니다. - P6

서 접근했다. 세계 문명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근동과 인더스의 문명이 전쟁, 행정, 교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면 중국을 비롯한아시아와 신대륙 일대는 제사와 그것을 주관하는 신관, 즉 샤먼이문명의 주축이 되었다. 구석기시대 이래 종교적 전통이 잘 남아 있는 아시아와 신대륙에서 예술품과 종교에 유사점이 보이는 것은이 때문이다. 이를 아시아-아메리카 샤먼 문화권‘이라고도 할 수있다.
- P43

훈족과 흉노가 같은 민족인가라는 질문은 애초에 성립 자체가불가능하다. 유목사회는 다양한 집단의 융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들이 ‘같은 민족‘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흉노와 훈족 관계의 핵심은 ‘유라시아를 관통한 문화교류에 있다.
- P77

동이(東夷)는 원래 ‘동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중국 내에서 사용한 명칭이다. 동이족은 주나라 건국 직후에는 상나라 사람을,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는 산둥반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통일을 이룬 진한시대에는 바다 건너 고구려, 부여, 옥저 등한반도와 북방의 만주족을 통칭해 동이족이라 불렀다.
- P107

한가지 분명한 점은 기자 동래설이 한나라때 갑자기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기원전 109년 한무제가 고조선을 정벌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 있다. 고조선은 원래 중국에서 사람을 보내 세운 나라였다는 주장을 정벌의 명분으로 삼았다.
- P122

 이렇듯 다링하는 청동기시대에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며 발전한지역이다. 단편적인 자료 몇개를 가지고 기자조선인가 아닌가라는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유라시아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던 이지역의 역동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어쩌면 상나라가 망하고 주나라 시대가 되면서 이 지역으로 건너간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와전,
윤색되어서 기자동래설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기자가 동쪽으로 와서 나라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복잡한듯 하면서도 단순하다.

인간의 온갖 욕망이 다 복잡해보이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어디에 방점을 더 두는가? 어느정도의 사랑? 어느정도의 인정? 어느정도의 부자에 만족하느냐에 따라 그 스펙트럼은 또 천만가지로 나뉘겠지만 말이다.

 

소련 또는 러시아라는 나라의 여성작가 책은 처음이다.

이쪽은 워낙에 쟁쟁한 작가들이 많아 사실 그들의 책만 읽어도 차고 넘치겠지만,

가만 생각하면 그 세계적인 대가 러시아 작가들에게서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안나 카레리나>나 <닥터 지바고>가 있겠지만 이런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남성작가가 바라본 여성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빅토리아 토카레바라는 이름도 생소한 러시아 여성작가가 펼치는 여성의 세계는 흥미로웠다.

 

이 소설은 스탈린 시절부터 페레스트로카 이후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면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 시절의 소련 또는 러시아는 어쩌면 지금의 중국처럼 뭘 가져와도 이야기가 되는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격변의 시절이란 상상하기 힘든 일도 너무 쉽게 현실이 되고, 일반적인 삶의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일상이 되기도 하는 시절이기 때문일테다.

결국 이 소설은 그런 시절 사랑과 부와 명예를 갖고 싶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이게 과연 소설인가 르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대기적인 느낌도 물씬 나는 중편 3개의 이야기와 단편 2개로 이루어져 있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이야기 속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존감이 강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긍정적인 인물상이 그려질법도 한데,

우리의 개발시대 시골에서 꿈을 품고 상경했던 수많은 영자 순희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들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는 않을테고, 그런 속에서 무엇인가를 가지고자 했다면 긍정적이거나 도덕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소설속 여성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하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점이 빅토리아 토카레바가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표제작인 <티끌같은 나>에서 노래라는 재능 하나를 믿고 모스크바로 상경한 소녀 안젤라는 아직 어린 소녀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명민하게 살핀다.

 

레나는 실제로 편두통을 앓았고오후 1시까지 늦잠을 잤다두통의 원인은 안나 카레니나처럼   없음이었다레나는  일이 없었다화단에 물이라도 주면 좋으련만……하긴 집안일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가 일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집에는 운전기사와 경비원도 있었다안젤라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인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에게는 저마다 목표와 높은 이상이 있었다뇌물을 줘서 아들의 군복무를 면제받으려는 이도 있고딸이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록 뒷바라지하는 사람도 있으며러시아제 가젤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돈이 필요한 사람도 있었다저마다 추구하는  다를 뿐이었다. - P61

 

러시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새로운 부르조아의 삶의 허위를 냉철하게 간파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안제라의 선택이 딱히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는 중요한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안젤라의 삶이 그저 그런 뻔한 신파가 되지 않는 것은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중심에 두고 주변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쟁취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두번째 중편 <이유>에서 주인공 마리나는 그야말로 사랑받고, 사랑하고싶은 욕구를 극단으로까지 표현하는 여성이다.

삶의 중점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서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살아남는 방법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생활력 강한 억센 여성이지만 자신의 모든 삶의 순간 순간에서 항상 사랑을 선택하는 여성이다.

그것이 비록 자신을 절망의 구렁으로 이끌지라도말이다.

삶은 끊임없이 곤두박질 치지만 그럼에도 마리나는 스스로 사랑을 선택하는 여성이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마리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이해한다마리나의 지인 중에는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이 없었고다른 사람들 사정은 그녀가   아니었다.- P287

 

 

세번째 이야기인 <첫번째 시도>에 가면 주인공 여성의 욕망추구는 극단적으로 진행된다.

마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쟁취하는데 어떤 거리낌도 없다.

사랑도 권력도 부도 모두 가지고 싶은 여성이고, 실제로 한때는 그것 모두를 가지기도 하는 여성이다.

자본주의적 욕망의 화신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삶은 어쩌면 러시아가 자본주의 사회로 재편되면서 무수히 많은 러시아인들이 밟아갔던 바로 그 과정일 것이다.

다만 이 평범한 이야기가 특별해지는 것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 때문일테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소설 속 주인공 어느 누구도 딱히 긍정적이지 않으며, 쉽게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특별한 것은 이 여성들을 보라고 당당하게 내놓는 지점에 있다.

남자에 의해 대상화되고 타자화되는 여성이 아니라, 비열하든 부도덕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주체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에게 말할 자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욕망을 잘 들여다보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당연한 욕망이다.

왜 남자의 욕망은 성공스토리로 포장되면서 여성의 욕망은 은폐되어야 할 부도덕한 무엇으로 간주되는지에 대해 당당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굳이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지 않아도 그저 여성의 삶을 보여주면 된다.

거기에 남성 여성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 있을 뿐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2-26 06: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바람돌이님처럼 읽지 않고 그냥 정신없이 읽었어요. 이 책 덕분에 소설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는데... ^^;;

바람돌이 2021-02-27 02:04   좋아요 0 | URL
러시아 여성을 소재로 하는 현대 소설이 많이 신선했어요. 소설을 읽는 건 항상 즐거워요. ^^

mini74 2021-02-26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유. 읽으면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란 일본영화가 생각났어요. 묘하게 닮은 느낌. *^^*

scott 2021-02-26 14:28   좋아요 1 | URL
오 미니님 저도!
마츠코 불쌍한 마츠코 ㅜ.ㅜ

바람돌이 2021-02-27 02:07   좋아요 1 | URL
아 맞네요. 둘이 닮은거 맞네요. ㅎㅎ

cyrus 2021-02-26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욕망’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남자)은 ‘섹슈얼한 욕망’으로 생각해요. 욕망을 욕정의 동의어로 보는 거죠. 남자들은 여성의 욕정에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바람돌이 2021-02-27 02: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남자들은 왜 아직도 그 지독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못벗어나는 이들이 그토록 많은걸까요? 그렇게 자기 생각에만 갇혀있으니까 독해도 못하죠. ^^

희선 2021-03-02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 남자를 떠나서 사람은 욕망을 가지고 있겠지요 예전에 본 드라마 같은 거 생각해도 다 남자이야기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러시아 작가도 남성 작가만 더 알려졌고... 아주 없지 않았을 텐데,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3-03 11:44   좋아요 1 | URL
저도 마찬가지예요. 진짜 러시아는 워낙에 대단한 남자 작가들이 많아서인지 여성작가들이 너무 가려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씩 이렇게 번역이 되어 나오니 다행이겠죠?
 

레나는 실제로 편두통을 앓았고, 오후 1시까지 늦잠을 잤다. 두통의 원인은 안나 카레니나처럼 ‘할 일 없음‘이었다. 레나는 할 일이 없었다. 화단에 물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하긴 집안일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가 일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집에는 운전기사와 경비원도 있었다. 안젤라는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인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목표와 높은 이상이 있었다. 뇌물을 줘서 아들의 군복무를 면제받으려는 이도 있고, 딸이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록 뒷바라지하는 사람도 있으며, 러시아제 가젤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데 돈이 필요한 사람도 있었다. 저마다 추구하는 게 다를 뿐이었다.
- P61

"나는 그가 매일 날 보고 기뻐하면서 ‘당신이 최고야. 난 당신만 사랑해……..‘라고 말해 주면 좋겠어."
안젤라는 오븐을 끄면서 ‘안나 카레니나랑 판박이야. 라고 생각했다. 주인 남자는 육즙이 너무 많이 빠지는 걸 안 좋아했다.
- P79

"난 우정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우정은 게오르기만으로 충분해요. 난 열정이 필요하다고요."
"열정은 돈을 주고 사면 되죠." 라이사가 지적했다.
"대가성이 있는 사랑 말고요.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요. 바보 이반이 세 개의 솥에 들어갔다 나와서 젊은 이반 왕자로 변한것처럼 그렇게 되고 싶다고요."
"당신의 솥들은 똥으로 가득 찼을 거예요. 그 안에서 헤엄칠지말지는 당신이 결정할 문제죠."
- P83

사브라스킨은 안젤라를 성장시켰다. 그는 ‘존재하기‘와 ‘소유하기‘에 대해 알려 주었다. ‘존재하면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할수도 있다. 그래도 ‘존재해야 한다. 반면 모든 것을 가졌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안젤라는 사브라스킨의 눈동자를 쳐다보면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 사브라스킨의 날개가 자라고 있었다.
그는 피그말리온처럼 자신의 작품을 조각했고, 자신이 만든 작품에 마음을 빼앗겼다.
- P155

안젤라는 순간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높은 바닷가가 떠올랐다. 해변이 파헤쳐질 것이다. 허름한 흰색 집도 철거될 테고 마당도 사라질 것이다. 대신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누군가는 기뻐하고, 또 누군가는 속상해할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는 달에 의해서만 동요될뿐이니까..….
- P175

모성애는 축복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돈과 집안일을 도와줄사람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이 모든 것이 있고 아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없이 힘만든다면 스스로 사람이 아닌 비 맞는 한 마리 말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 P182

"스탈린 때가 나았어요." 마리나가 결론을 내렸다.
"스탈린 때는 강제수용소가 있었어요." 안나는 마리나가 잊은부분을 상기시켰다.
"난 잘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거기에 수용되지않았으니까요."
사람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이해한다. 마리나의 지인중에는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 사정은 그녀가 알 바 아니었다.
- P287

마리나는 문득 사람들이 사는 이 지구 역시 개미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다른 개미들 틈에서 들기 힘든 짐을 끌고 가는 것이다. 누군가 쓰러진 나무에 앉아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19

사실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이유는 호기심이 아니라 연민이었고, 나를 실제 모습보다 더 나쁘게 생각하는 게 싫었다. 모든 사람에겐 이상적인 자아가 있는 법이다. 나는 누군가 내 이상적인 자아를 폄하하면 당황한다. 더 낮고 더 약한 새로운 이상을 재단할지, 내 이상을 폄하하는 사람들과 교제를 중단할지 고민한다. 두번째 방법이 좀 더 쉽기는 하다. 하지만 마라는 지금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이고, 그렇게 해서 그녀의 기분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희생할 준비가 돼 있었다.
- P389

그녀가 가끔 꿈에 나타나는 날이면 하루 종일 그녀를 생각하며머릿속으로 대화하는데, 우리가 논쟁의 끝을 보지 못해 계속해서논쟁을 이어 가는 듯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또 하나는 죄책감이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내가 잘못한 게 뭘까? 나도 모르겠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해서 내 삶을 살아가지만, 늘 뒤를 돌아봐서 마치 목을 뒤로 꺾은 채 앞을 향해 걷는 기분이 든다.
- P3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있을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지만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있는  아닐까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있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 P75

 

책을 읽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제일 쉽게 대답할 수 있는건 재밌으니까요 정도?

하지만 뭔가 더 멋있는 말을 하고싶은 욕망은 분명히 있다.

가끔 잘난체 해도 될 듯싶은 대화에서는 한 번씩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나는

"책 특히 소설을 읽으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물, 살아보지 못한 삶을 한번 살아보는 느낌이 들어요.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한번 바라보고 나면 내가 뭔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된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자꾸 책을 찾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몇번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된 느낌을 좀 더 확장하려면 인문학이나 예술쪽 책들도 좀 더 읽어줘야 할 것 같고요라는 대답까지는 한번도 한적이 없고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김연수 작가의 여행에세이집인 이 책에서 작가가 책에 대해 하는 저 말을 읽으면서 "아 정말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데 어쩜 저렇게 멋있고 정확하게 표현했지"라고 감탄하면서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라고 생각한다.

 

여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의 목적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꾸는  있다는 그러므로 여행자란 움직이는 사람이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다바뀐 풍경은 낯설다새롭고 또 신기하다한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상대적인 이야기다나를 둘러싼 풍경만 낯설고 새로운 게 아니라  풍경 속의  역시 낯설고 새로운 존재 이방인이다- P255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이 된 나를 바라보면서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여행의 즐거움은 책이 주는 즐거움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나와 대부분의 사람들은 쳇바퀴처럼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을 치우고 밥을 하고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에 갇혀지낸다.

매일 매일 새롭고 스펙터클한 일이 터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말이다.

또한 일상에서 매일이 새롭고 스펙터클하다면 아 그건 그것대로 커다란 불행이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책과 여행은 안전하게 내가 매일이 새롭고 스펙터클해질 수 있는 길이었구나, 그래서 내가 이 2가지를 그토록 좋아하고 열심이었던거구나.

역시 책은 다른 세상을 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고 더 소중하게 여기는 힘도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게 된다.

 

김연수작가는 5년동안 론리 플래닛에 여행에 관한 58편의 짧은 글을 연재했고, 그 결과가 이 책이다.

각 글의 길이는 3-4페이지 정도로 짧고, 여행이 주제라는걸 제외하면 딱히 공통적인 점이 없어 심심할 때마다 부담없이 들고 읽기에 좋다.

하지만 그런만큼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생각을 품고 있어 누가 읽어도 아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라는 문장 몇개 쯤은 얻어낼 수 있을 테고, 또는 그런 상황과 관련해서 나도 글을 한번쯤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니 일개 서커스단으로서는 코끼리의 먹이를 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운반하기에도 상당히 버거웠을 것같다하루키 소설에서 코끼리는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처럼 그려지는데먹이 문제를 생각하면 어쩐지 코끼리에게는 그런소멸 방식이 어울리는 듯하다.- P111

 

김연수 작가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온 서커스단에서 본 코끼리 얘기를 풀어놓고 하루키 소설을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나는 엉뚱하게도 조선 태종 때 느닷없이 우리나라에 왔던 코끼리를 생각한다. 일본에서 선물로 보내졌던 코끼리는 처음에는 모두가 신기하게 보고 했지만 어쩌다가 사람을 두명이나 밟아 죽이게 되고 결국 유배형에 처해진다.

전라도로 유배를 간 코끼리는 곧 그 지방의 큰 골칫거리가 되는데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너무 많이 먹어서였다.

지방의 없는 살림에 코끼리가 먹어대는 걸 감당할 수 없자 지방관은 중앙에 서신을 보내 제발 코끼리 좀 어떻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하게 되고 불쌍한 코끼리는 이 고을 저 고을을 떠돌게 되는데 그 코끼리의 마지막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 코끼리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설을 쓸까? 에세이를 쓸까 잠시 고민했지만....

에휴~~ 내 주제에 무슨... 리뷰나 쓰지 뭐....

작가가 되고 안되고는 글감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또한 원래 글을 잘 쓰느냐 못쓰느냐라는 것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건 쓸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 나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 저 조선의 코끼리 좀 살려주면 안될까라는 생각도 막 하게 된다.

 

이런 부산 말고 다른 부산은 없을까그러자 부산을  아는사람이 가야시장 맞은편으로 가서 186 버스를 타보라고 말했다. 다음  나는 186 버스그것도 운전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알지 못하던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피난지 부산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래만 있으면 최고였는데그러니 다음에는 노래까지 준비해서 다시 타봐야겠다.-P103

 

또 하나 이건 것.

여행이 굳이 멀리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다시 보고, 나를 다시 보는 것도 여행이다.

김연수 작가의 186번버스 부산 여행에 대한 짧은 글을 읽으면서는 그 186번 버스의 노선이 눈에 확 펼쳐졌다.

부산의 산복도로 곳곳을 휘감고 저 멀리 영도 태종대까지 가는 버스

좁고 가파른 길을 돌고 돌면서 여전히 너저분하고 어질러져있는 가난한 동네를 누비다가 어느 순간 멀리 부산항의 확 트인 바다를 보여주는 그 노선은 사실 부산의 속살같은 이야기들을 많이도 품고 있는 길이다.

오래 전 가끔 그 버스를 탈 때면 나는 '아 이런 곳도 사람이 사는구나'라며 더불어 그 동네들에 살고 있는 몇몇 친구들을 떠올리곤 했었다.

어느 여름 날 그 버스가 지나는 길에 살던 친구가 연락을 했었지.

집에 좀 와달라고...

혼자 자취하던 그 친구의 집이 아니라 방은 전날 내린 비로 천정의 벽지가 불룩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벽을 타고 내린 물로 방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젊었던 우리는 낄낄 대며 천정 벽지에 구멍을 뚫어 몇 바께스(양동이)나 되는 물을 밖으로 퍼날랐고, 청소를 하고 짐을 꺼내고 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비참하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낄낄대고 있었고, 일을 마치고는 라면이었는지 짜장면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뭔가를 또 맛있게 먹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지나치게 현대화되어버린 자갈치 시장에서는 느끼기 힘든 사람들의 오래된 묵은 그런 이야기가 아직도 그 길에는 남아있을 것이다.

그 길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써봤으면 좋겠다.

나 말고 김연수 작가가.... 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한다.

많은 종류의 글이 있지만 에세이라는 이 장르는 그만의 방법으로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거였구나.

작가의 글이 내게 와 나의 마음이 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때문에 에세이를 읽는구나

에세이를 읽는 동안 나는 작가의 마음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로 인해 잠시지만 내 글을 써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래서 진짜 작가가 되기도 할테고,

역시 책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생각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22598 2021-02-19 0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연수 작가님도 써주시고, 바람돌이님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바람돌이 2021-02-26 00:40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럼 김연수 작가님이 안쓰면 제가 쓰는걸로요. 비교라도 되면 다행인데 사실 비교도 말이 안되잖아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1-02-19 0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행의 목적이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꾼다는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자신을 잃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는 의미로도 생각되네요. ^^:)

바람돌이 2021-02-26 00:43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의 자리를 바꿔보는 것, 그래서 뭔가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뭐 그런 말이겠죠? ^^ 책을 읽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결국 얻는 것들은 비슷한 것 같아요. ^^

scott 2021-02-19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님 말씀에 동감!!
186번 버스의 노선~부산의 산복도로 곳곳을 휘감고 저 멀리 영도 태종대까지 가는 버스~
광고에 휘황찬란하게 나오는 유럽 풍경이 아닌!!
부산,뿌산의 186번 버스, 바람돌이님에 그친구!
에피소드가 더 더 감동적임
오늘에 이페이퍼는 나와 다른 사람들 바람돌이님 김연수님의 여행지 에피소드로 만나게 되는 !
제임스 설터 옹이 쓰지 않으면 모든게 사라져버린다고
오로지 글로 기록된것 만이 진짜 ...모든건 꿈일뿐....

바람돌이 2021-02-26 00:45   좋아요 1 | URL
scott님 말씀 감사해요. ^^ 아 186번 버스 노선은 그냥 타봐야 돼요. 진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굉장히 다양한 감흥을 가져다 주거든요. 근데 이 버스 노선 무지 길어요. 진짜 날잡아서 맘먹고 타야 되는데요. ㅎㅎ
제임스 설터 옹이 그랬군요. 맞는 말 같아요. 이 글 쓰다가 아주 오래전 연락이 끊기고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그 친구 생각을 다시 살려냈기도 하고, 그 덕분에 전 그 친구를 잊지 않겠죠? ^^

희선 2021-02-26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선 시대에 그런 코끼리가 있었군요 살던 곳을 떠나 모르는 곳으로 오게 되고 이리저리 가게 되다니... 그 코끼리는 나중에 어떻게 됐을지...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이겠지요 어떤 사람은 밖에 나가는 게 다 여행이다 하더군요 그런 마음으로 다니면 즐거울 듯도 합니다 저는 다른 데 가는 거 안 좋아하지만... 실제로 안 가고 책으로 가죠


희선

바람돌이 2021-02-26 00:50   좋아요 1 | URL
아마도 동남아쪽에서 일본으로 선물을 보낸 듯한데 그걸 또 일본이 다시 조선으로 선물을 보낸거죠. 일본도 아마 코끼리 먹이 주는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보낸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뭔가 새로운걸 발견하는 것,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모두 여행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심지어 집밖을 안나서도요. 내방 여행하는 법이란 책도 있잖아요. ^^ 그러니 책을 통한 여행은 더 넓고 무한한 여행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

scott 2021-03-05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
추카~*추카~*
바람돌이님의 추억의 여행기도 하나씩 풀어 놓셔야 할것 같아요 ㅋㅋ


바람돌이 2021-03-05 23:19   좋아요 1 | URL
scott님도 축하드려요. 그것도 두편이나.... 알라딘 적립금은 들어오기만 하면 또 더 보태서 무슨 책을 사나 고민하기 시작한다죠. ㅎㅎ

모나리자 2021-03-05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바람돌이님~ 모두 대단하시네요~ 주말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1-03-05 23: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주말 되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