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다.
이 책 정말 너무 좋다.
저 표지 그냥 보면 좀 평범해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아주 두꺼운 하드커버를 열어제끼면 또 다른 카툰이 나와 "우와"라는 탄성을 일으킨다.
이렇게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멋진 책 표지를 실감하려면 이 책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 진짜 명품인지 짝퉁인지 알려면 비오는 날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방을 머리위로 올려 비를 가리는 용도로 쓰면 짝퉁이고 품안에 안고 뛰면 명품이란다. ㅎㅎ
명품백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고, 난 책을 에코백에 넣고 도서관을 나왔는데 비가 오면 가슴에 안고 뛴다.
감히 책을 비에 젖게 할 수 없어 저렇게 우산쓰고 읽지는 않는데, 이 책의 저자는 저렇게 비를 맞으며 이동할 때도 우산 아래 책을 읽는 걸 보면 진정한 덕후다.
이 책은 그야말로 책 덕후를 위한 책이다.
작가는 책을 읽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언젠가는 명작을 쓰리라 하며 열심히 글을 쓰는 이이기도 하다.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나에게는 읽는 덕후로서의 카툰들이 더 공감이 가고 재밌었다.
아마도 글을 쓰는 이라면 이 사람의 작가 카툰장면들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절절히 깨달았으니 바로 위 장면이다.
저 9개의 장면 중에 최소 5개 정도는 해당이 되어야 꿈을 꿔볼텐데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딱 1장면밖에 없다.
두번째 젊었을 때의 곤궁한 직업이라기보다는 곤궁한 온갖 종류의 알바를 아주 다양하게 섭렵했다는 것 정도?
아 4번째 방탕한 시절은 저게 술을 의미하는거라면 지금도 여전히 방탕하지만 나머지는 뭐 아주 건전한 삶을 살고있으니 패스!
7번째의 방치된 배우자는 하고 싶은데 우리 남편은 찐드기라서 방치됨을 허용하지 않는다. 젠장...
어쨌든 결론은 작가가 될 소질도 계기도 나에게는 전혀 없구나.
그러나 또 하나의 길이 있으니 바로 덕후 독자의 길은 나에게도 열려있다.

올 1월에 한달동안 매일 1권씩 30권의 책을 읽을거야라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애초에 말도 안되는 목표였다.
그럼에도 목표가 있다는건 역시 끊임없이 나를 독촉질하여 17권을 읽었다.
세상에 목표의 반을 넘어 성취했다.
세상 살아보면 안다.
목표의 반을 성취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
실제 내 생활에서 목표한 바의 반이나 성취한 일이 몇개나 되었던가 말이다. 아마도 없을걸?????
저 그림에서 내가 여태껏 세웠던 목표와 같은 목표는 무려 7개다.
첫 번째에 나오는 동시에 여러권은 내 스타일이 아니므로 패스!
하지만 7개의 공통점을 가진다면 나 역시 책덕후가 맞고 말고 끄덕이며 이상한 자부심에 뿌듯해한다.
아마 이 글을 읽을 몇몇의 알라디너 여러분들도 같이 뿌듯하지 않을까?

장담컨대 이 장면에서 감탄하지 않는다면 책덕후가 될 수 없으리라.
우리 모두가 저 12가지 모두를 사랑해 마지 않는다.
누가 책 준다고 하면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지지 않고 일단 손부터 들고 보는 욕심부터 고쳐야 하는데...
그걸 고치면 책 덕후가 아니니 고치지 말기로 하자.
책 주실 분 손 한번 들어주실래요? ㅠ.ㅠ

자 마지막으로 당신의 유형을 알려주세요.
저는 편독형, 탐독형, 준비과다형, 야행형, 가식형, 곡예형에 해당합니다.
사실상 저 마지막 은둔형이 되어야 덕후 고수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놈의 술이 참.......
실제 책에는 정말로 재밌는 장면들이 더 많습니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