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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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입으로 굴려 발음하면 왠지 뭔가가 반짝이는 느낌이 돈다. 

이 책의 표지처럼 뭔가 온통 반짝이는 곳에,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런 마음.

어쩌면 허밍으로 노래 하나가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 가는 길~~~ 

기독교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이토록 따뜻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해방 후 오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1년 중 유일하게 통행금지가 풀렸던 단 하루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대하고 기대하던 딸의 머리맡에  고구마깡 과자 한봉지를 올려놔줬던 엄마에 대한 추억같은 것 때문일까?

크리스마스라는 말속에서 나오는 반짝임은 왠지 뭔가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그래서 좀 더 특별해지는 그런 반짝임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연히 예상되듯이 사는게 막막하기도 하고 치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작은 기대 하나를 놓치지 않고 사는 그런 그냥 삶,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린 나와 너의 삶들, 그런 삶들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이야기인 <은하의 밤>에서 은하는 그다지 잘 나가지는 않지만, 그만그만한 방송국의 방송작가다. 열심히 살아왔는에 어느 날 암에 걸리고 휴직을 하고 병을 치료하고 복직하기 전 그녀가 느끼는 감정.


이후에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발병 이전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삶에는 오로지 고독, 크기를 잴 수 없이 크고 깊은 고독만이 필요하리라는 결론이었다. 그것은........ 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 13쪽


비혼 여성으로 오롯이 혼자서 병을 감당하고 이후의 삶을 혼자 걱정해야 했던 은하의 마음에 깃드는 이런 고독은 그냥 공감이 가는 마음이다. 원래 아픈건 오롯이 혼자 견디는 고통이지만, 그 나머지 삶을 버텨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또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군가는 결혼 여부와는 사실 별 상관없다. 은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건 그저 조카의 '다행이다'라는 한마디, 그리고 '고모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라는 그런 마음이다. 아픈 연후에 복직하며 삶이 한도 없이 퍽퍽해지는 마음의 묘사 끝, 저 조카의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래서 힘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되는 그 과정이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와닿는다.  어쩌면 이 소설속 은하와 조카의 대화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위로가 필요한 우리들 모두에게 위로의 기억이 되어줄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그런데 그런 삶의 위로나 전환은 무조건 밖에서만 오지 않는다. <은하의 밤>의 또 다른 인물인 오태만씨. 아나운서로 방송국에 취직했으나 해당부서가 없어지는 바람에 예능국으로 넘어와 뭘해야 할지 하지만 회사에는 무조건 붙어있어야 하니까 새 부서에 적응하고자 무진장 애쓰는 사람. 그래서 보도국 사람들이 모두 부당한 부서 조정에 항의해 파업을 할 때도 나는 원래 보도국 일도 잘 못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예능국에서 한번 해볼려구요라는 말로 자신을 억지로 북돋우던 그가 마지막 순간 파업을 하는 동료들을 돕는 것은 딱히 어느 순간이 계기였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살아보면 그렇지 않던가? 물러서고 물러서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해버리는.....  내내 마음에만 쌓아두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던 것들을 결국 행하는 순간은 그리 대단한 계기가 아니라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 말이다. "아이고 저 미친 새끼"소리를 들어도 "내가 미쳤지 미쳤어" 자조해도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것들이 우리 인생에 있으니 말이다. 사소한 시간들의 의미가 나는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보이는데 나보다 훨씬 일찍 그런 비밀을 알고 보여주는 것은 작가의 힘이겠지.



단편 <당시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오래 기른 반려견의 죽음 이후 그 상실의 아픔에 고통받는 세미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주변 사람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하나씩 하나씩 연락을 한다. 어떤 이는 나와서 이년 전에 죽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 안아보고 사는 얘기를 하게 된다. 어디든 아기와 동물이 매개가 되면 사람들은 쉽게 친절해지고 쉽게 웃으며 쉽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만남과 대화는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내뿜는 반짝임은 그런 소중한 순간들의 타일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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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14 0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엔 기적이 생겨야 할 것 같기도 하죠 성탄절엔 따듯한 이야기가 좋고... 성탄절이 지나고도 따듯한 이야기는 좋습니다 위로가 되는 한마디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 사람도 없으면 그저 자기 혼자 위로해야 할 텐데... 현실엔 그런 일이 별로 없어요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한테 위로가 되는 말 듣기도 하니...

바람돌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3-01-16 15:14   좋아요 0 | URL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뭐 그럭저럭 책보고 영화보고 편안한 주말이었습니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게 가장 좋지만 어떨 때는 이런 책에서 위로받는 것도 괜찮은듯합니다. 이곳의 책읽는 이들은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을까요? ^^

새파랑 2023-01-15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반짝반짝한데
성탄절은 왠지 성스럽게 느껴집니다 ㅋ
뭔가 위로가 되는 내용인거 같아요~! 전 요새 위로(?)가 되는 책은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ㅋ 제가 많이 사악해졌나 봅니다 ㅋ

바람돌이 2023-01-16 15:16   좋아요 1 | URL
성탄절이라는 말에서는 그렇네요. 음 저는 그냥 반짝반짝할래요. ㅎㅎ 나이가 들수록 섣부른 위로의 허망함 또는 부질없음을 아는걸까요? 저도 사실 좀 그렇긴 해요. ㅎㅎ
 

남편이가 A형 독감에 걸렸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아팠던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10일짜리 출장을 가야 하는데 갈 수 없게 되었다. (A형 독감은 전염성이 높아서도 불가능..)

이 출장 다녀오면 통장에 300만원이 꽂히는데.....

30만원이 아니고 300만원이다.

어찌 애통하지 않을소냐.....




너무 애통해서 며칠 째 계속 곡하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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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3-01-12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삼백마넌!@@
독감은 괜찮은거죠?
전 아직도 콧물이 나오고있습니다요.

바람돌이 2023-01-12 22:49   좋아요 1 | URL
오늘에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래서 저도 같이 정신을 차리고 돈 생각에 애통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붉은돼지 2023-01-12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 아픕니다. 전집 몇질은.... ㅜㅜ
남편분 쾌차를 기원합니다

바람돌이 2023-01-12 22:50   좋아요 0 | URL
내일쯤이면 완전히 쾌차할듯합니다. 지금 많이 좋아졌거든요. ㅎㅎ
쾌차하니 돈생각이 나서..... ㅎㅎ

페넬로페 2023-01-12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남편분 빨리 쾌차하시길요~~
그래도 삼백만원은, 아쉽네요^^

바람돌이 2023-01-13 21:48   좋아요 1 | URL
오늘로 확실하게 쾌차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삼백만원 타령도 더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1-12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삼백만원!!!! 300만원!!!
그래도 건강이 우선!
300만원과 맞바꾼 건강!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A형 독감은 엄청 아픈가 보군요?ㅜㅜ

바람돌이 2023-01-13 21:51   좋아요 2 | URL
아닛 건강이 우선이긴 한데 왜 하필 코로나도 한번도 안 걸리던 사람이 왜왜왜 하필 출장날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아프냐고요. ㅋㅋ 돈과 상관없는 그 많고 많은 날들 다 두고말입니다. ㅎㅎ
아 근데 진짜 많이 아파 하더라구요. 태어나서 이렇게 아파본적은 처음이라고.... 그래서 우리 부부 둘다 내년부터는 독감예방주사 맞자고 약속했어요. ^^

scott 2023-01-13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프신 남편분에게 미안 하면서도 300 숫자는 꽤 큽니다 a형 독감 무서운ㅇ 후유증 남길 수 있습니다 완쾌 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은 삼백만불과도 못 바꿈 ^^

바람돌이 2023-01-13 21:52   좋아요 1 | URL
지금 다 나았는데 설마 휴유증이 있지는 않겠죠? 3일동안 엄청 아팠다가 어제 좀 나아졌고 오늘은 완전 쌩쌩한데요. 그래서 내일부터는 주말 집안청소도 시킬건데요. ㅠ.ㅠ

2023-01-1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1-13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통함이 절절히….

바람돌이 2023-01-13 21:56   좋아요 0 | URL
남편이 아플 때는 일단 거기 신경쓴다고 잠시 잊었는데 아픈게 끝나고 나니 진짜 애통합니다. 그래서 혹시 지금이라도 갈 수 없냐고 했다가 비웃음을 당했습니다. ㅠ.ㅠ

희선 2023-01-13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백이라니... 삼십이면 좀 나을 텐데... 그래도 건강이 중요하죠 남편분 지금은 편히 쉬시고 건강해지시기를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1-13 21:57   좋아요 1 | URL
제가 통이 큰 인간이라 삼십이면 애통해하지 않습니다. 그깟 삼십 이러면서..... ㅎㅎ
다들 걱정해주신 덕분에 어쨌든 오늘은 쌩쌩하게 낳아서 잘 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3-01-13 0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300…. 저까지 애통합니다 ㅠㅠ 남편분 잘 회복하심 좋겠네요. 정신적 충격도 있으실텐데;; 요즘 독감 정말 많이들 걸리시더라고요. 바람돌이님도 조심하세요~

바람돌이 2023-01-13 21:57   좋아요 1 | URL
정신적 충격은 없는거 같은데요. 다만 본인도 아픈게 나으니까 300에 대한 애통함이 생기는 듯 저와 동병상련의 감정을 나누고 있달까요? ㅎㅎ

다락방 2023-01-13 0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바람돌이 님도 조심하셔요. 저는 일전에 엄마 독감 걸렸을 때 옮았었거든요. 엄청 아팠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3-01-13 21:59   좋아요 1 | URL
저도 옮을까봐 걱정을 좀 하기는 했어요. 물론 걱정만 하지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뭐..... ㅎㅎ 다행히 옮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주네요. 다행이죠 뭐...
어머님이랑 다락방님이랑 다 힘드셨을텐데 그래도 다 무사히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

건수하 2023-01-13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의 진지한 후기를 읽고 이 글을 읽고 나니.. 바람돌이님께 엄청나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300.. 크네요... ㅠㅠ

바람돌이 2023-01-13 21:59   좋아요 1 | URL
앞의 글은 폼 좀 잡고 쓴거라 위장된 모습이고요. 사실 저의 본 모습은 여기 이 글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3-01-13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액수는 크지만...^^; 남편 분께서도 쾌차하시고 바람돌이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바람돌이 2023-01-13 22:01   좋아요 1 | URL
아 그 돈이면 2월에 가족여행 경비를 하고도 남아서 여름 해외 가족여행도 준비해볼만한데 말입니다. ㅠ.ㅠ 남편은 쾌차했고 저도 괜찮습니다. 감사해요. ^^

단발머리 2023-01-13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은 곧 회복되실 테지요. 빠른 회복 바랍니다... 그러나... 아까비...
바람돌이님 어깨 부여잡고 같이 울고 싶습니다. 아흐 ㅠㅠㅠ

바람돌이 2023-01-13 22:02   좋아요 2 | URL
저도 같이 울고 싶습니다. 사실은 오늘 쌩쌩해진 남편 붙들고 부들거리면서 슬퍼했습니다. 물론 남편도 좀 슬퍼하더만요. ㅋㅋ

stella.K 2023-01-13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역시 바람돌이님 매력 쩌십니다. ㅋㅋㅋ
하긴 요즘 같은 고물가 시데 3백이 어딥니까?
그래도 돈이 사람만 같겠습니까?
남편분 모쪼록 어여 쾌차하시기 빌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1-13 22:03   좋아요 1 | URL
3백은 엄청 큰 돈이죠. 올 여름쯤에는 해외 여행도 가능할 듯하여 어디로 갈까? 이 돈 저금해놧다가 가야지 이러고 있는데 말이죠. ㅠ.ㅠ 어쨌든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

페크pek0501 2023-01-14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가슴이 찢어질 듯하네요...

바람돌이 2023-01-16 15:20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지금 계속 가슴이 찢어집니다. 빨리 잊어야 하는데.... ㅋㅋ

그레이스 2023-01-15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리 회복되시길 바래요

바람돌이 2023-01-16 15:20   좋아요 1 | URL
벌써 회복되었습니다. ㅎㅎ
 

대화는 좋아하지만(주로 술먹고 대화를.....) 가만히 나 혼자 듣는걸 잘 못한다. 

뭐든 듣고 있다가 어떤 말에 꽂히면 그 때부터 나는 내 생각을 막 머릿속에서 펼쳐나가고, 그러다 보면 강연 내용은 이미 한참을 뻗어나가고 있어 뭔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어딘가로 가 있다.

또는 강연자의 강연 내용이 딱히 관심을 일으키지 못하거나 꽂히는 내용이 없을 경우에는 불행히도 대부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건 좀 창피하긴 한데 잘 안 고쳐진다. ㅠ.ㅠ

그래서 사실 강연은 어쩔수없는 경우가 아니면 들으러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요즘은 유튜브나 팟빵을 통해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듣기를 잘 못하는 내게는 진짜 좋은게 반복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뭔가 딴 생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면 잠시 꺼고 내 생각 다 전개하고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세계랄까? 


그런 내가

정희진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한건 정말 오랫만에 생긴 팬심때문이다. 

특히나 내게는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가 요 몇년간의 최고의 책이었으므로, 강의 내용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제로 정희진선생님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였다. 

언제나 팬심은 힘이 세다. ^^


이번 서울행은 둘째 딸과 함께 했다. 

원래는 구독신청자체를 혼자 했기에 당연히 혼자가려했는데 많은 해외동포분들과 지방민 여러분들이 불참을 얘기해주시는 바람에 지인동반이 가능해졌으므로 집에서 방구석귀신으로 뒹굴고 있는 둘째를 끌어들인 것이다. 첫째는 집을 잠자는 곳으로만 이용하기 때문에 같이 가자는 말도 못꺼내봤다. 얼굴을 봐야 말을 하지..... ㅎㅎ




기차는 또 역시 책!

딸은 강의를 듣는데 책 한권은 읽어야지 하면서 내게 책을 요구했고, 나는 당연히 나의 인생 책을 건넸다.

나는 머리를 좀 식히려고 예전에 알라디너 여러분들이 엄청 재밌다고 했던 <화이트 타이거>를 준비.

하지만 나의 선택은 실패!

<화이트 타이거>는 재미와 상관없이 읽으면 읽을 수록 우울해졌고, 나중에는 우울 정도를 넘어 그냥 사는게 이토록 끔찍한게 진짜냐 외치고 싶은....... 지금도 읽고 있는데 계속 우울하다. ㅠ.ㅠ



월요일이라 그런지 홍대앞은 문닫은 곳도 많고, 뭔가 을씬년스러운 분위기랄까? 

왜 이렇지??? 예전에 와본 홍대앞은 안 이랬는데... 그 때 내가 왔던 곳과 여기는 다른 곳인가? 

그래도 딸래미와 맛난 돈까스로 저녁을 미리 먹고(돈까스는 맛났다), 후식으로 수플레 팬케익을 파는 카페로 가서 수플레와 커피를 시켜 먹었으나 내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없는 수플레였으며, 커피 역시 맛이 없어.....ㅠ.ㅠ

그리고 6시 40분쯤 팟빵홀에 도착해서 나는 앞에 앉고 싶었으나 부끄럼많은 딸이 무조건 제일 뒤로.... ㅠ.ㅠ

이놈의 딸래미는 화면에 후원자 이름이 나올 때 '바람돌이'를 보고는 제법 큰 소리로 "혹시 저 바람돌이 엄마야?"라고 묻고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푸하하 터지며 나를 비웃었다. 반사적으로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혹시 이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나 체크! 왜? 그냥 쬐끔 창피하니까..... 여기 알라딘 안에서 말고 밖에서 내 닉네임 얘기할 때마다 나는 쬐끔 창피하다. 너무 없어보인달까? ㅠ.ㅠ



이렇게 만난 정희진샘은 뭐랄까? 

진짜 이런 자리를 너무 힘들어하고 부끄러워하는게 눈에 보였달까? 

내가 예상하기에는 그동안 수많은 강연을 해오셨을텐데 좀 의외였다. 

다른 강연은 어떤지 안 들어봐서 모르겠는데 이번 강연이 좀 팬미팅 비슷한 거여서 더 힘들어하신건지????? 

샘이 너무 긴장하고 어쩔줄을 모르는걸 자꾸 봐서 그런지 나 역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강의 동안 드물게도 딴 생각도 쬐끔밖에 안했고, 심지어 졸지도 않았다. ^^


내게 가장 꽂혔던 내용은 사실은 이야기 시작하는 초반에 샘이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지금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하여 당대 역시 위안부로 갔던 일본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논문으로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또는 얘기였는데 나 여기서 좀 흥분했었다.

아 진짜 무조건 쓰세요. 무조건요라고 막 얘기하고 싶은데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참았다. ㅠ.ㅠ

사실은 딸이 없었으면 막 나댔을거 같은데 그럼 우리 딸이 너무 부끄러워할거 같아서.....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내게는 계속 어려운 문제이고, 이 수업만은 늘 실패하는 수업이었다.

이 문제를 여성과 인권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오래되었지만 어떻게 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해도 이성은 감성을 이길 수가 없다. 

즉자적이고 감성적이며 생활적 반일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민족주의적 해석으로 이끌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민족주의적 반일감정이  토론에서 반인권적의고 반여성적인 의견들로 귀결되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고민이 많은 부분인데 정희진샘의 논문이 나온다면 또 다른 수업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거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읽은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에서 영화 <기억의 전쟁>을 이야기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기억의 전쟁>이 '착한 작품'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도전하는 텍스트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작품이 한국인의 양심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249쪽


<기억의 전쟁>이라는 영화는 우리가 베트남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고자 하는 시작일 뿐이다. 이것이 결론일수는 결코 없다. 사실 정희진샘이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이미 영화 <기억의 전쟁>을 떠올리고, 내 수업을 떠올리고, 그것들을 연결지으면서 또 달나라로 살짝 떠나는 정신을 붙잡는다고.....ㅠ.ㅠ

아 정말 내게 듣는다는 행위는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이가? 

일종의 정신적 산만함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변명은 꼭 하고싶은게 일은 이렇게 산만하게 하지 않습니다. 진짜로.....

제가 주관하는 회의는 항상 누구의 회의보다 짧고 간결합니다. 그런데 내 정신은 왜????? 


아 그런데 이후의 강의 아니 토크? 하여튼 뭐라고 정의하든 모든 내용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모든 말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지만 그 강의 스타일의 자유분방함은 정말 따라가기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딱 어떤 기분이냐 하면.....

친구들을 만나서 신나게 막 떠들고 얘기하고 싶은데 한 친구가 혼자서만 처음부터 끝까지 떠드는걸 듣고온 느낌이랄까? 그의 말이 재밌고 신나서 막 웃고 즐겼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나 오늘 뭐한거지? 이런 느낌.

주제에 맞든 안 맞든 뭔가 좀 깊이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였는데 진짜 팬미팅하고 온 기분.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강의의 수준과 주최측에서 준비한 수준이 미묘하게 어긋났구나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중간쯤에 정희진샘이 팟빵의 오디오 매거진의 내용 녹음을 편집자분이 절묘하게 엮어서 말이 되게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그게 진심으로 들렸다. 그만큼 강의에서 정희진 샘의 스타일은 정말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걸 어떻게 다 말하고 싶어 왔다 갔다하는 그런 스타일이랄까? 


그래도 나는 그동안 읽었던 책이 있어서 어느 정도 논지가 파악이 되었던 반면에 처음 샘을 만난 딸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뭔지 잘 모르겠어."라는 평을 남겼는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여전히 정희진샘의 팬이겠지만 한동안 강의는 저만치 두고,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자로..... ㅎㅎ


아 그리고 중요한 만남.

우리의 알라딘 유튜브 스타 공쟝쟝님은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를 번쩍이며 눈에 확 뜨여 나는 그만 단번에 알아보고 말았다. 

그리고 공쟝쟝님과 인사하다 그 옆에 너무도 단아하게 앉아계신 분이 단발머리님이라는 것도....

단발머리님은 평소의 글에서 풍기는 이미지랑 완전 닮았다고나 할까? 

두분 만나서 너무 너무 반가웠어요. 

기차시간 때문에 차도 한잔 못한 것도 아쉬웠어요. 

그리고 잠자냥님. 같은 공간에 있었던걸로 만족할게요. 좀 많이 아쉽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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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12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막 끄덕끄덕 하면서 읽다가 마지막 문단만 생각나네요? 유튜브 스타 마스크로 안가려지는 미모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이걸 썼어야죠?? 응??)

저는 희진샘 강연 스타일 매우 맞았어요 ㅋㅋㅋㅋ 그 하이퀄리티의 유머 완전 제 스타일 ㅋㅋㅋㅋ 사실 제가 평소 긴장을 하지 않으면…. 희진샘 처럼 말합니다ㅋㅋㅋㅋ (응?) 말이 생각을 못따라가요ㅋㅋㅋ 뇌를 막 다른 쪽에 접속시키고 있음 ㅋㅋㅋㅋ 그래서 아 내가 저런 모습이겠구나 ㅋㅋㅋㅋ 물론 각잡고 정리해서 말하고 발표하는 건 또 잘하는 데ㅋㅋㅋ 뭐 그렇단 이야기고요…!!…

그 모습을 사랑스러워해버린 나… 이거 콩깍지가 아니라 ㅋㅋㅋ 저 자신에 대한 사랑 😍

위안부 관련해서 다른 방식의 접근은 일단 저는 <위안부는 여자다>라는 책 정도만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는 데요, 희진샘의 논지에 완전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너무 안보여도 훤해서요… 굳이 어려운 길 가시고 친일파로 매도 당하실까봐 걱정되긴 하는데 희진샘은 하실 거 같아요 ㅠㅠㅠ 그래서 뭐 전 함께 친일파로 매도 되기로 다짐 했습니다. ㅋㅋㅋㅋ (혐오자로 매도 당하는 거 어디 한두번인가 ㅋㅋ)

바람돌이 2023-01-12 22:35   좋아요 4 | URL
유머는 좋았어요. 다만 그 온갖 주제를 왔다갔다하는 스타일은 힘들어.... ㅎㅎ
저는 일본군 ‘위안부‘운동에 대해 샘이 잠시 스쳐가면서 한 얘기 - 일본의 사과와 관련한 부분에 좀 꽂혀 있어요. 너무 당연하게 일본의 사과가 먼저다 - 이번 한겨레 21 표지어이기도 하네요. ㅎㅎ-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이 운동을 이끌어왔던 운동단체들의 입장이거든요. 그게 과연 우리 문제였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고민이 좀 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희진샘 강연은 좋은 강연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종회무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의 순발력 부족을 탓할 뿐입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3-01-13 00:24   좋아요 1 | URL
제 지인이 희진쌤 강연 맨 앞 자리에서 듣고 오셔서는, 희진쌤 강연 중 그 분 머릿 속에서 옛날 도서관에서 서지자료 파파박 넘기시는게 보이는 듯 했다....

고 말씀해주셨어요...말이 생각을 못 따라가는 분들이 그러신거군요^^ 부러워요

공쟝쟝 2023-01-12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바람돌이님, 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뒤 돌아보자 마자 바람돌이님이 뉘신지 딱 알아보겠더라고요? 역시… 예전에 본 가족 사진이 인상깊었나봐요😲 오며가며 수고 많으셨구, 먼저 인사 건네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납시다☺️

바람돌이 2023-01-12 22:37   좋아요 3 | URL
혹시 공쟝쟝님이 돌아봤을 때 제일 어여쁜 사람이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항상 제가 빛의 아우라를 좀 휘두르고 다니므로 다들 잘 알아보신다는..... ㅋㅋㅋ
언젠가는 언젠가 오겠죠? 다음에는 맛난거 먹으면서 얘기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공쟝쟝 2023-01-13 11:31   좋아요 1 | URL
남다른 초록빛깔 아우라 💚

책읽는나무 2023-01-13 1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멀어서 어떻게 가? 그러면서 당연하게 ‘불참‘ 이라고 써 냈었어요.
저 예쁜 해아 손을 보니, 저 대신 참석해준 것 같아 예쁘네요!!^^ 엄마랑 강연도 같이 따라가서 귀 기울여 듣고, 나름 평도 할 줄 알고..^^;;; 이뻐요~ 이뻐!!ㅋㅋㅋ
근데 따님이 바람돌이님을 몰랐군요?
왜 떳떳하게 나 바람돌이다! 말을 못하시나요?ㅋㅋㅋ
이젠 부끄러워 하시지 마시고 당당해집시다!
바람돌이님은 바람돌이님이십니다!!
전 바람돌이님이 좋아요^^
희진샘 팟빵에서 처음 듣고,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목소리와 톤이 완전 달라 처음엔 깜짝 놀랐었거든요. 근데 또 들으면서 웃겨서 은근 좋더라구요. 저는 책이 어려워서 말씀도 현학적이고 조용하게 하실 줄 알았어요.
근데 저도 듣기가 좀 안되거든요.
듣다 보면 저도 어떤 단어나 문장에 꽂히면 혼자 안드로메다 그 어디로 날아가 있어 이야기의 절반을 못듣는 것 같더라구요?
같이 이야기하며 들었는데도 며칠 지나 지인이랑 복기하면, 그때 어디 갔었냐고? 안 듣고 뭐했어? 소릴 많이 들어요^^
그래서 바람돌이님의 그 말씀에 좀 공감이 가네요.
‘위안부‘ 책을 쓰신다니 조금 놀랍습니다.
잘 되셔야 할텐데요.^^
암튼 연달아 서울 다녀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시간이 많았다면, 알라디너님들과 차도 마시면서, 서로 담소라도 나누고 오셨음 좋았을텐데 아쉬우셨겠네요. 그래도 또 그렇게 스쳐지나간 인연이 훗날 만남이 생겼을 때, 더 반가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날 그 때처럼요^^

바람돌이 2023-01-13 22:22   좋아요 1 | URL
아 딸이 제 닉네임이 바람돌이인걸 모른게 아니고요. 저녀석의 저 ˝혹시 저 바람도이가 엄마야?˝라는 질문을 풀어쓰면 ˝엄마는 엄마 닉네임이 얼마나 없어보이고 웃기는줄 모르나 봐. 저런 펀딩에 이름은 이렇게 공개가 되는데 어떻게 본명을 놔두고 저렇게 없어보이고 웃기는 닉네임을 쓸 수가 있어? 엄마 좀 창피해˝ 뭐 이런 말이 되겠네요. ㅎㅎ 어디가서 그런데 바람돌이라고 말할 때 마다 사실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닉네임을 바람이로 바꿀까 하니 이건 너무 흔하고요. 돌이로 바꿀까 하니 마당쇠스러워서...... ㅎㅎ

저도 정희진샘 목소리는 팟빵에서 처음들었는데 나무님처럼 상상과 달라 깜짝 놀랐었어요. 팟빵 들으면서도 책하고는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는데 실제 강연은 뭐 그 팟빵하고도 또 한참 다르더군요. 뒤쪽으로 갈수록 더 중구난방이랄까? 수다의 경계를 너무 자주 넘나들어서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는요. ㅎㅎ 진짜 정희진샘이랑 밤새 술마시면서 얘기하면 진짜 신날거같다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 우리들 만났을때 그랬던 것처럼요. ^^

청아 2023-01-12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련된 글이 올라올때마다 참여 못한게 너무 아쉽네요!! (후회할 줄 알았음ㅜㅜ)
자유인인 첫째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불참자들 덕에 둘째랑 함께여서 더 의미있는 시간이셨을것 같아요.
저도 아쉬운대로 정희진 쌤 책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1-13 22:24   좋아요 1 | URL
솔직히 저는 정희진샘 책이 훨씬 좋습니다. 그러므로 쬐끔만 아쉬워하셔도 될듯합니다.
다만 저 커다란 곰인형을 안고 올 미미님을 보고싶었다고나 할까요? ㅎㅎ

잠자냥 2023-01-13 0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논문 꼭!!! 쓰시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참았습니다. 쟝쟝에게 들킬까봐?! ㅋㅋㅋㅋㅋ
오늘의 명대사 ”엄마 저 바람돌이가 엄마야?“ ㅋㅋㅋㅋㅋㅋ

홍대앞 진짜 썰렁해졌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아무래도 젠트리피케이션 코시국 여파인 것 같습니다만 대충격!

근데 바람돌이 님, 그곳이 좀 어둡기로서니 쟝쟝이 미인으로 보였다니! 안경 도수 좀 높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13 22:38   좋아요 0 | URL
제가 미의 기준이 좀 낮습니다. 아무나 보고 다 예쁘다고..... ㅋㅋㅋㅋ

그날 오신분들은 다 I들이실까요? 다들 조심조심..... 저는 F요. ㅎㅎ 제가 막 논문 쓰시라고 소리 쳤으면 우리 잠자냥님 같이 막 소리쳤을까요? 그럼 잠자냥님의 미스테리한 미모를 밝힐 수 있었을터인데 말입니다. ㅎㅎ

희선 2023-01-13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팬미팅 같은 느낌이어도 즐거웠겠습니다 알라딘 친구도 만나셔서 반가웠겠네요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많은 이야기 하셨을 텐데 아쉬웠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1-13 22:39   좋아요 1 | URL
제가 기대한 강연과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 좀 당황하기도 했지만 또 팬미팅같은 분위기가 나중에는 좋기도 했어요. ㅎㅎ 또 당연히 알라딘 친구를 만나는건 언제나 기쁜 일이고요. 시간이 없어 아쉬웠지만 언젠가 다음이라는 단어가 또 우리를 설레게 하니까 그것도 좋은거 같아요. ^^

독서괭 2023-01-13 0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바람돌이님 닉넴 때문에 전 첨에 남자분인 줄 알았지 뭡니까?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왔다갔다 하는 느낌 뭔지 알 것 같아요. 팬들이라 알아들을 수 있었겠군요. 역시 팬심은 중요합니다.
공쟝쟝님 미모야 알라딘에 익히 알려진 바이고,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님은 머리를 기르셨나요? 빠마하셨나요? 궁금 ㅋㅋ
딸이랑 같이 이런 강연 들으러 다니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나중에 딸이 같이 다녀주면 좋겠어요 ㅎㅎ

바람돌이 2023-01-13 22:44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란 이름이 남자로 오해하게 하기도 하는군요. 성별쪽으로는 아예 생각을 안해봤는데 말이죠. ㅎㅎ 다만 저 바람돌이를 말할때마다 제 입에서는 카피카피 룸룸 노래가..... ㅎㅎ
공쟝쟝님 화면으로 볼때는 머리 보통크기쯤으로 보였는데 실제로는 쪼막만해서 깜놀. 역시 저는 유튜브 같은거 하면 절대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면에 머리가 다 안들어갈거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님은 머리를 기르셨습니다. 빠마는 아니고요. 닉네임을 바꿀까 생각해봤습니다. 머리는 제가 단발머리거든요. ㅎㅎ

건수하 2023-01-13 0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타고도 오시는데 저는 평일 저녁은 안돼! 하고 너무 일찍 포기해버렸군요 ;ㅁ;
다녀오신 분들 글 보니 점점 더 아쉬워져요.

오디오 매거진은 아직 아껴(?)두고 있어서 못 들었는데, 맛보기 강의라 해야하나 미리 업로드 된 것 하나 들었어요. 정희진님 목소리가 글로 느끼던 것과는 좀 달랐고 (생각보다 가는 목소리, 약간 떠시는 듯한 느낌).. 글은 많이 정리하신 거였군요. 얘기하다보면 이것도 생각나고 저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이 바빠서 그러신가봐요.

정희진님 글은 그래도 괜찮고, 리베카 솔닛의 글을 읽을 때 제가 좀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제가 선형적이고 남성적인 글쓰기에 익숙한 거고 그런 방식의 글이 여성적 사유, 여성적 글쓰기인건지... 많이 읽어도 아직 낯설 때가 많아요.

바람돌이님이 (아마)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하시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바람돌이님 하시는 수업도 궁금해져요.. 회의도 짧고 간결하게 하시고 수업도 임팩트있게 하실 것 같아요.

정희진님 쓰신다는 논문이 이데올로기, 역사적 의미를 떠나 위안부에 대해 여성의 입장에서 고찰해보는 내용인가봅니다. 이런 것도 꼭 필요하죠.. 위안부에 관해서 잘 모르는데 미리 좀 공부해둬야겠습니다 :)

바람돌이 2023-01-13 22:50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놀고 있으니까요. 다음날 출근도 안해도 되고 이제 애들도 다 커서 다음날 밥도 안 챙겨줘도 되고요. 그러니까 평일저녁 기차타고 갔다오는게 그리 어려운게 아닌거죠. 복직하면 어림없어요. ㅎㅎ

정희진샘 진짜 글은 엄청나게 정리된 것이고, 팟빵의 강의도 엄청 정리된 것이더라구요. ㅎㅎ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언어 문장 구조가 저는 굉장히 논리적인 글을 쓰는데 적합하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아요. 하나의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안되고, 그러면 욕먹죠. 그래서 글쓰기에서도 앞문장과 뒷문장의 논리적 정합성을 엄청 고려해야 한달까? 그런데 저도 언젠가 들은건데 프랑스어같은 경우 한 문장을 몇페이지에 걸쳐서도 쓸 수 있고 그게 그렇게 해석이 어렵지 않대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쪽 철학서적 이런거 읽으면 막 미치는거라고..... 이런 언어구조의 차이가 사유방식이나 글쓰기 방식의 차이도 가져오는게 아닌가 저는 뭐 그런 생각을 해요. ㅎㅎ

아 저는 수업의 임팩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거 갖출려고 노력은 많이 합니다만 물론 뜻대로 다 잘되지는 않습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3-01-13 0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저는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말과 글은 역시 다른 건가 봅니다^^;
예전에 제가 친구들하고 떠난 여행에서 문화 해설(?)을 해본 적이 있었어요. ˝니가 역사를 좋아하니 해설 함 해봐라!˝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저는 말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구나 강연하고는 담을 쌓은 사람이겠구나 느꼈어요. 생각과 달리 말이 잘 정리도 안되고 횡설수설 제가 말하는 게 무슨 말인지 ... 나중엔 듣고 있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지더라구요^^;
정성껏 적어주신 후기 잘 읽었어요. 다른 건 둘째치고 바람돌이님 질문 못하신 거 후회하시진 않으실까 싶어요ㅠㅠ 전 부끄럽지만 질문 꼭 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메일로라도 날려보시면 어떨까요.

바람돌이 2023-01-13 22:56   좋아요 1 | URL
글 잘 쓰는 것도 어렵지만 말 잘하는 것도 어려운거 같아요. 아 그런데 진짜 그냥 같이 떠난 여행에서 니가 해설 함 해봐라 해가지고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거 얼마나 어려운데 말이죠.
저는 예전에 이런 저런 단체 사람들 데리고 답사여행 가이드를 여러번 했었는데요.(다 무료봉사라서 돈은 한번도 못받았어요. ㅎㅎ) 그거 한번 하기 위해서 몇달동안 준비해서 해요. 온갖 자료 찾고 자료집 만들고 해설 시나리오 만들고 해서 하는걸요. 그래야 겨우 욕안먹을 정도로 한다는.....

정희진샘께 메일이라.... 근데 또 제가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라서요. 그 때 못했으면 그냥 에잇하고 끝내버린다는..... 그래서 제가 발전이 없습니다그려.... ㅎㅎ

단발머리 2023-01-13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입니다.
저는 이번에 선생님 강연 4번째인것 같은데 전에는 인트로가 약간 달랐어요 ㅎㅎ 사진과 현재 모습 비교 이런 것도 해주시구요. 선생님이 예전에 어떤 글에서 ‘우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하셨는데, 글과 말이 많이 다르시죠. 저도 처음에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 현재 적응이 완전히 끝난 상태로 마냥 ‘헤~~~~~~ ‘ 이런 자세로 강의를 듣고 왔네요.

위안부 관련 논문을 선생님이 쓰시려고 하는거는, 저도 완전 찬성이고요. 이 시대에 길이 남을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 선생님이 그 험하고 좁은 길을 가시겠다는데 저는 마음이 좀 쓰라리고요. 저 역시 ‘일본의 사과가 먼저다‘라고 생각하는 한반도의 딸로서.... 참 복잡한 심경입니다.

그 날 뵈어서 너무 반가웠어요, 바람돌이님! 먼저 찾아와주시고(쟝쟝님 미모 때문) 반갑게 맞아주셔서 너무 따뜻한 밤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자리에서 긴 시간 만나뵙기를 고대합니다.
강연 듣기 전에 책 읽겠다는 둘째 따님 너무 장한거 아닌가요. 엄마에 대한 찐사랑 아니면 서울행 같이 못하지요. 그것도 부럽습니다^^

바람돌이 2023-01-13 23:08   좋아요 1 | URL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제가 닉네임을 단발머리로 하는건 어떨까요? 저 단발머리잖아요. ㅎㅎ
단발님은 벌써 4번째군요. 진짜 완전히 적응하셨을듯요. 뭐 샘이 지방으로 오시지 않는 한 제가 다시 서울까지 강연을 들으러 가기는 힘들겠다 싶어 저는 적응할 기회가 없지 않을까싶네요. ㅠ.ㅠ

‘일본의 사과가 먼저다‘라는 것을 저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요. 요즘 들어서, 그리고 그날 강의 들으면서 더 드는 생각이 이게 과연 당사자 할머니들의 뜻을 얼마나 반영한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용수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국힘에 이용당하는거다 왜 저러시지라고 할게 아니라 그동안 이 운동이 가진 자체 억압성은 없었는지도 돌이켜봐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어쨌든 참 복잡한 심경인건 맞는거 같습니다.

저도 단발님이랑 쟝쟝님 봐서 너무 좋았어요. 수줍은 잠자냥님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요. ^^ 엄마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제가 또 맛난걸로 꼬드긴 것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건 실패요. 우리집 둘째가 수플레 팬케익 엄청 좋아해서 그걸로 꼬드겼는데 아 진짜 너무 맛이 없어서..... ㅎㅎ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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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사람의 결과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26쪽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내가 어떻게 삶을 사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내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의 글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나 스스로가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영화를 봐도 흔히 말하는 꽂히는 부분은 다 다르다. 그것이 당연하다. 우리들은 모두 다르게 각자의 자신을 만들어왔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모든 세계관, 담론은 부분적 세계관이다. 페미니즘이든 마르크스주의든 모두 부분적 세계관이다.(50쪽) 이것은 앞으로의 내 삶을 어렵게도 쉽게도 만든다. 거대담론 하나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어찌보면 참 쉽다. 대충 끼워 맞추다보면 맞아 들어간다. 그럼 개인은 그 거대 담론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면 된다. 그것이 훌륭한 삶이라고 자위할 수 있고, 그래서 뿌듯한 삶을 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20 대와 30 대가 그렇게 달려간 삶이다. 그러나 늘 세상은 그렇게 달려가는 나에게 아닌 장면들을 보여줬고, 그것은 혼란이기도 했고 좌절이기도 했었다. 사회의 진보가 그 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성장이 평등의 실현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평등을 말하던 사람들이 그 구성원들조차도 억압하는 모습을 무수히 봐야했다. 그속에서 느껴야 했던  혼란과 좌절이 요즘에 와서야 좀 메꿔지는 기분이다.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다보면 그렇다.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쉽게 말하던 것들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역지사지가 그렇다. 쉽게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봐라고 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지만 그렇다면 세상에 그 많은 부조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나의 그 수많은 고민들 - 인간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생긴 - 역시 세상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희망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전장연이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 시위를 한다. 그들은 정권과 싸우는 것보다도 더 지하철로 출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각과 더 싸워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왜 역지사지하지 않는걸까? 이렇게 물으면 답이 없다. 그것은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각자가 딛고 서있는 땅, 존재의 근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저쪽 장애인의 땅으로 건너가지 않을거라고 암묵적으로 믿는 것이다. 타인의 일이고, 소수의 일이고, 소수가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존재를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희망이 없는가?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로 역지사지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므로......


  모든 공부와 앎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시각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결국 내가 나의 계급적, 성적, 개인적 한계들 때문에, 또는 개인적 욕망 때문에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배제된 사람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는다는건 바로 이런 것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큰 기쁨과 고통을 함께 동반한다.  나의 한계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그로 인해 맞게 되는 다른 지점은 나에게 새로운 인식의 차원을 열어주는 것이다. 



나는 영화나 책을 집중해서 보지만, 완전히 믿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노력하는 편이다. 본 것이 지식으로 자리잡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앎은 기존의 앎을 비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148쪽


  영화든 책이든 어떤 부분에 내가 반응을 보이고 꽂히는가는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올바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지금의 내 위치는 바른 위치인지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공부의 의미라는 것을 이 책이 내게 가르쳐준다. 설사 이 책이 그런 의미가 아니어도, 이같은 결론이 나의 오독이라 하더라도 나의 결론이 내 삶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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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8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파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23-01-08 23:58   좋아요 1 | URL
파이팅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3-01-0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씩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저의 읽기가 넘 부족하다는 인식과 함께 심하게 채찍질 당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계속 읽고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깨달아가면 조금씩은 발전할 수 있겠죠~~
딸아이가 저번에 학교갈 때 전장연 시위로 강의에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위해 약속시간에 도착해야하는데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했을 때 제가 잠깐 멈칫했어요.
그들이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냐고도 말했지만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도 모호하고~~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정말 힘들어요^^

바람돌이 2023-01-12 22:07   좋아요 1 | URL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이 생기고, 공부해야 할 것도 더 많이 생기는게 당연한거겠죠?
책을 읽은건 쌓여가는데 뭔가 모자란 느낌은 왜 더 심해지는지 항상 고민돼요. ㅠ.ㅠ
전장연의 시위든 다른 시위든 뭐든 저는 그것들을 페넬로페님과 따님처럼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또다른 관점, 생각들을 알아나가는거니까요. 생각없이 사는게 어쩌면 가장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행복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우리가 모두 읽고 생각하려고 하는거 아닐까싶기도 하고요. ㅎㅎ

singri 2023-01-09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이책 안 읽었는데 왜 읽은거같지? 했더니 <혼자서 본 영화>를 읽고는 헷갈렸네요. 영화도 영화지만 선생님은 어찌보셨나 이야기가 더 듣고싶은거 같기도하고요. 책속 영화들도 따라 보고싶네요.

바람돌이 2023-01-12 22:09   좋아요 1 | URL
전 정희진샘은 영화도 막 어렵고 완전 예술영화 이런거만 보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본 영화도 많고 안 본 영화들도 좀 대중적인 영화가 많아서 이 책 읽기가 좀 편했어요. 정희진샘 책 본 이야기 읽으면 읽은 책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말이죠. ^^

그레이스 2023-01-12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올바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항상 스스로에게 부끄럽습니다.

바람돌이 2023-01-12 22:09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요? 부끄럽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지금같은 시대에 말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3-01-12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글쓰기가 나의 통찰력을 보여 주는 일인 동시에 나의 통찰력의 한계를 보여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글의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워지더군요.

바람돌이 2023-01-12 22:11   좋아요 0 | URL
어떤 사람이든 그의 책장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잖아요. 그런데 글은 더 한거 같아요. 끊임없이 나를 노출하는 과정이랄까? 이곳에 쓰는 이런 잡글도 쓰면서 나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데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칼럼을 쓰시는 페크님은 진짜 대단하신거예요. ^^

희선 2023-01-1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네가 되어 생각해 봐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보지 않을지도... 그 사람 처지가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이 잘 모르는 걸 알기도 해야 할 텐데...


희선
 

 은하가 인생의 가장 저점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휩싸였을때 그렇지 않다고, 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고일깨우기 위해 누군가 그 떠돌이 개를 보낸 것 같았다. - P59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이 여기 오는 데도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병원에 올 수가 없어. 수치심을 이기고 여기로 오는 거야. 다르게 살고 싶어서." - P101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흔하디흔한 사람으로, - P138

하지만 비행기표를 사기위해 돈을 모았다는 말을 들은 엄마는 난감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을뿐이었다. 내가 지녔던 슬픔을 세상에 흔하고 평균적인기성의 슬픔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 P174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 - P221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꿈꾸고 심지어철학하는 일은 대체 뭔가. 나는 존재를 회의한다는 그 잉어를 정말 촬영하러 가야하나.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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