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그림 같다 - 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절판


풍속화는 삶의 풍경을 그린다. 아니, 풍경이 된 삶을 그린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바라보는 삶이다. 감상용 삶을 풍속화는 그린다. 누구에게나 삶은 절실한 고통과 짜릿한 쾌감이 동반하는 사이다 그러나 삶이 풍경화될 때, 그 삶은 애환을 지워버리는 객체가 된다. 풍경 속의 삶이 개인의 삶의 거죽을 뚫고 들어오기가 지난하다. 실감하는 풍속화가 드물다. 풍속화는 풍경으로서의 삶을 그리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삶의 피돌기를 자극함으로써 생명을 얻는 것이다. -39쪽

조선의 초상화는 꾸미지 않는다. 오로지 맨얼굴 맨정신이 초상화의 목표다. 신분을 과시하고 자기현시적인 중국 초상화나 바림기법에 의지해 회화적 효과를 드러내는 일본 초상화와 다른 점이 거기에 있다. 겉을 보되 속을 꿰뚫는 조선 초상화가의 관찰력은 그들이 갈고 닦은 붓의 기량과 오차가 없다. 오로지 정신의 전달에 매달리는 장인 의식은 형식이 내용을 장악하는 귀한 작례를 펼쳐 보였다. 성형 수술 하지 않는 얼굴, 그것이 피카소와 조선초상화가의 차이다.-62쪽

멋을 아는 소인묵객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은 무릎연적이다. 수식이나 분단장 하나 없이 그저 옴팡지게 솟은 언덕모양으로 생긴 연적이다. 이 연적이 왜 사내 맘을 사로잡는가.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종갓집 며느리의 심덕을 닮았다면 무릎 연적은 규중 새악시의 부끄러운 무릎을 모방했다. 그러나 젖가슴이라 부르기 차마 민망하여 무릎으로 둘러댔을 뿐, 자태는 여축 없는 여인의 봉긋한 그것이다. 밑구린 옛 시인 하나가 이름을 숨기고 쓴 무릎연적에 대한 시에 사내의 심중이 고스란하다.

어느해 선녀가 한쪽 젖가슴을 잃었는데(天女何年一乳亡)
어쩌다 오늘 문방구점에 떨어졌네(今日遇然落文房)
나이어린 서생들이 손 다투어 어루만지니(少年書生爭手撫)
부끄러움 참지 못해 눈물만 주루룩(不勝羞愧淚滂滂)-117-118쪽

고갱의 작품 중에 <눈덮인 퐁타벤>이란게 있습니다. 경매에 출품됐는데, 무식한 경매인이 위 아래를 모르고 옆으로 든 채 값을 불러나갔다는군요. 아무래도 이상하기에 그 작품 제목이 뭐냐고 누가 물었대요. 그랬더니 경매인이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답했답니다. 옆으로 보니 폭포처럼 생겼던 거죠. 잘도 끌어다 붙였지만, 값은 겨우 7프랑에 낙찰됐답니다.

******** 칸딘스키는 옆으로 놓인 자기 그림을 잘 못봐서 추상회화를 열었다지만 저 경매인은 그림값을 확 낮춰버렸군! 근데 그림이 제대로 놓여있었어도 고갱이 당시 화단에서 받던 대접을 생각하면 저 이상 받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저 경매인 나름대로 순발력은 있구만....생각하기에 따라선 나름의 멋도....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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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6-05-1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철주의 글이군요. 그 양반 참 글발이 끝내 주던데...

바람돌이 2006-05-2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 정말 글발 끝내주더군요. 특히 앞 머리말이요.
이 책 아직 보는 중인데 중간 중간 필요한 부분 메모하는 식으로 그냥 적는 글입니다. ^^

비로그인 2006-05-2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좋은문구가 많죠.

바람돌이 2006-05-2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 안녕하세요.
이 분이 글을 참 잘쓴다는게 느껴지는데가 참 많더라구요. 그냥 하는 말 같은데 묘하게 설득력을 가지기도 하고....
 
 전출처 : 내이름은김삼순 > 주목!! 삼순이도 이벤트하렵니다!^^

예전부터 다른님들의 이벤트를 보면서 저도 하고 싶은 맘이 정말 간절했지만

어찌어찌하여 미루다 이제서야 하게 됐네요^^

저두 복잡하고 그런건 딱 질색이니깐 님들이 좋아하시는 그냥 숫자이벤트할께요~!

요즘 서재마다 방문자수가 폭등하죠? 제 서재도 그 효과를 조금 보고 있어요^^;;

예전에는 하루 방문자수 100!!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글 하나 올려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어느날은 200명도 넘더라구요,,ㅎㅎ

그러니 다른님들의 서재 방문자수는 대충 짐작이 가네요^^

암튼!! 결론은 솔직히 6666이란 숫자를 이벤트로 할까말까 말성이다가,,

(왜냐하면 어릴적에 이 숫자와 관련된 무서운 영화를 본 기억에 별로 달갑지 않은 숫자라,,,)

그래서 다시 7000으로 하려다 이 숫자는 또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바람에 그냥 저 내키는대로

★★6789!!★★라는 숫자를 내 걸었습니다~ㅎ

요번주 안에는 잡힐거라 예상^^;;

이 숫자를 5번째로 잡아주시는 분께 만원 상당의 책 선물하겠습니다~

왜 하필 5번째냐구요?

제가 김씨 가문의 막내딸,,다섯째 딸이거든요^^

글구 저도 이벤트 참여해봐서 아는데 첫번째로 잡기는 정말 너무너무 어려워요,,

그 빠른 손놀림,,저는 그렇지 못하기에 저처럼 조금 느리신 분께(?) 행운을 드리려구요^^

이벤트라면 적극 참여하시는 알라디너님들!! 이번에도 믿습니다!!

소심한 A형보다 어쩜 더 소심할지도 모르는 B형 삼순이는 이벤트 참여가 너무 저조하다 싶으면

혼자 구석가서 울다가 극기야는 이 페이퍼를 날려버릴수도 있어요 ㅋㅋㅋ

친분이 별로 없는지라,,많은 분들에게 홍보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구요~^^

처음 하는 이벤트라 조금 긴장되는데,,움,,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이벤트 마련하겠습니다!

여러분들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어요^^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저는 이만 인사드리구,,

암튼 기대할께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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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때 처럼 아무 생각없이 출근을 했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아이들 깨우고 옷입히고 한다고 지지고 볶고,

지각할까 싶어 헐레벌떡거리고....

교실에 먼저 들러 한달간 가출했다가 어제 돌아온 녀석 학교 왔나 안왔나 챙기고...

문득 조례를 들어가 출석부를 보는데.....

오늘이 5월 18일이군요.

갑자기 입에서 나지막하게 아! 하는 탄성이 나옵니다.

광주항쟁 26주년.

지금 이 아이들에게는 저희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머나먼 날의 이야기입니다.

광주와 대추리가 겹쳐지는 요즘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이 났다며 자위하며....

2학기에 있을 광주항쟁 수업을 올해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합니다.

그냥 오늘 하루만이라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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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더 우울한 하룹니다 ㅠ.ㅠ

2006-05-18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5-1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조용해져요......갈수록....
그래도 잊지말고 26년 오늘 어떤일이 있었는지..
상기해야 됩니다..

바람돌이 2006-05-1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우울해하지 말자고요. 우울하자고 있는 날은 아닌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다만 잊지만 말고.....^^
속삭인님/일부러 찾아와서까지 알려주시다니 정말 너무 고마워서 어쩐대요. 감사합니다. ^^
메피스토님/님의 페이퍼도 읽고 왔습니다. 어릴 때 대단한 어린이셨던듯.... ^^;;

Mephistopheles 2006-05-1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어머니가 대단하셨습니다..^^
치마바람.....이라죠..ㅋㅋ

2006-05-19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5-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다시 한번 죄송 죄송... 저는 장난스러운 발언이었는데...그래도 이렇게 말씀해주시고 이해해주시기까지 하고...고마워요. ^^ 근데 저도 요리는 꽝이어요. 님하고도 비교도 안되어요. ^^
 
 전출처 : balmas > 평택투쟁이 애국적 투쟁이라니… -인권오름 제 4호

 

 

[뒤척이다] 평택투쟁이 애국적 투쟁이라니…

 

평택에서 애국은 깡패를 사랑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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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골 
내가 처음 평택에 내려왔던 것은 2004년 5월 29일에 열린 평택평화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평화가 무엇이냐'는 문정현 신부님의 발언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남겨두고자 노래로도 만들게 되었다. 그 발언 가운데 '김지태 위원장이 땅을 강제로 빼앗기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평화'라는 부분이 나온다. 고백컨데, 나는 당시 김지태 위원장이 누군지 몰랐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대추리 이장님이 노무현에게 보내는 절절한 편지들을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농사밖에 모르던 시골 촌부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그 과정은 그대로 한국의 조그만 농촌마을에서 벌어진 주민운동이 국가 공권력의 온갖 회유와 압박 그리고 폭력을 이겨내며 성장해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그것이 감동적인 것이다.


자치를 일구는 사람들

그러다 말로만 듣던 팽성 농민들의 촛불집회에 오게 된 것은 2005년 1월 6일이었다. 당시에는 본정리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있었는데, 125일차 정도였던 것 같다. 서울 길바닥평화행동 사람들과 함께 와서는 나는 '여러분들의 투쟁은 정당합니다. 여러분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아요. 저는 이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힘을 실어주러 왔습니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이제 촛불집회는 600일을 훌쩍 넘어서 계속 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국가에 대한 믿음이나 의존을 철저히 버리고 자신들의 힘으로 자치를 해나가고 있다.

평택주민들의 이 웃음을 누가 빼앗아갔는가. <사진 출처: 평화바람>


지난 2월 초 팽성에 유례없이 큰 눈이 내린 적이 있었다. 밤사이 내린 눈으로 모든 도로가 눈으로 뒤덮여서 평택역과 대추리를 오가던 버스도 그날은 운행을 중단했다. 그렇게 눈이 많이 왔지만 대추리에 제설차는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평택시에서는 미군기지 수용 예정지역에 굳이 세금을 뿌려가며 제설차를 보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의 도움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신종원 씨가 트랙터를 몰고 나선 것이다.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던 마을이 금세 말끔해졌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주민들에게 더 이상 정부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국가가 주민을 버린 곳에서 비국가 자치공동체가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이곳 황새울 들녘에서 국가를 넘어서는 자치 운동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국가조직으로 대표되는 위계적 질서를 거부하는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배우고 있다. 또한 노무현이 직접 찾아와 수십 억원의 돈을 준다 해도 땅에서 나갈 수 없다며 그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촌로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으며,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귀한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대추리, 도두리에 깃들어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아끼고 돌보는 공동체가 파괴되어 서로 친하던 이웃이 어느 순간 원수가 되어 버린 것에 대해 가장 큰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주민들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고 이간질을 획책해온 국방부는 참으로 악랄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파괴해버린 상호부조의 끈끈한 민중의 삶의 원리를 남아있는 주민들은 평화지킴이들, 인권활동가들 그리고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 등 '외부세력'과 하나 되어 다시 복원시켜 나가고 있다. 평택의 평화를 지키러 들어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주민들은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있기에 '대추리 바이러스'가 그렇게 널리 퍼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반미=민족사랑? 글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외부세력은 어떤 단일한 목적을 갖고 들어온 사람들도 아니고, 누가 가라고 시켜서 들어온 사람들도 아니다. 노동자도 있고, 선생님들도 있고, 학생도 있고, 나처럼 활동가를 가장한 백수들도 있다. 그렇기에 성향도 다양하다. 서울에서 선전전을 하다보면 팽성의 주민이 아닌 사람은 무조건 한총련으로, 그리고 반미주의자나 폭도로 알고 있는 시민들의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나는 비폭력을 내 실천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기에 폭도는 아니며, 학생도 아니기에 한총련이 아는 것은 확실한데, 반미주의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미국의 무지막지한 군사적 패권주의를 누구보다 혐오하며, 그 제국이 깡그리 망하기를 그래서 이 세상에서 전쟁의 위협이 현저히 감소하길 누구보다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분명 반미주의자이다. 하지만 반미를 외친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민족은 극복의 대상이지 애정의 대상은 아니며, 국가 역시 철폐의 대상이지 사랑의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노동자가 자본가를 사랑할 수 없듯이 민중이 외치는 애국은 어쩐지 어색하게 들린다. 국가란 그 우두머리가 부시든 노무현이든 김정일이든 소수의 지배자들이 다수의 인민을 결국 강압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팽성에 주둔해 있는 미국 군인에게도 이것은 사실이다. 나는 K-6 기지 근처에서 미군들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당신들은 왜 이역만리 땅에 와서 총을 들고 있느냐고. 그들은 대부분 돈이 없어서 왔거나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국가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어 온 사람들이다. 이라크에 가 있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 장병들 역시 똑같은 대답을 한다. 돈을 벌고 싶거나 또는 애국을 하기 위해 왔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국가가 지금 대추리, 도두리에서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가?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농민들에게,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는 민주주의라는 최소한의 허울마저 훌훌 벗어던지고 그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실체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벼랑 끝까지 내몰린 빼앗긴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는데, 국가는 전투경찰과 군대를 보내 방패로 찍고, 몽둥이 세례를 퍼붓지 않았는가? 이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연행해 가두고, 구속을 시키지 않았는가? 우리는 이미 1980년 광주를 잊었다는 말인가? 그때 국가폭력의 실체를 가슴에 똑똑히 기억하지 않았나. 정권이 몇 번 바뀌고, 민주화가 되고, 인권신장을 위한 국가기구가 설치되는 등 표면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해서 국가의 폭력적 본질이 바뀐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금 현재 황새울 들녘을 불법적으로 점거한 군인들과 경찰들을 보며 생생히 느끼게 된다.

5월 4일 군부대를 동원한 강제집행이 있은 직후 만들어진 선전물. <사진 출처: 평택미군기지 확장반대 서울대책회의>


사실 팽성 주민들에게 국가는 이미 '깡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미 지난 2월 주민들은 주민등록증을 모아 불태우며 자치를 선언하고 더 이상 국가의 보호를 받지 않고, 국가의 통제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주민들은 몇 년 동안 대화를 하자고, 땅을 버리고 나가고 싶지 않다고 절박하게 외쳐 왔지만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의 힘을 모두 동원한 국가는 귀를 틀어막은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깡패짓을 하고도 거리낌 없는 이 국가를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가진자들은 더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할 테고, 기득권은 점점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가는데,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약탈은 더욱 심해질 테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착취도 더욱 노골적으로 벌어질 텐데, 그리고 점점 늘어만 가는 빼앗긴 사람들의 불만에 국가는 이제 군대까지 동원해 자신의 폭력적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애국의 물결, 깡패를 사랑하자고?

곧 다가올 월드컵 기간에 다시 이 땅은 애국의 물결로 넘실거릴 것이다. 나는 최소한 대추리, 도두리에서만큼은 애국자들이 없어졌으면 한다. 미국을 반대하면서 애국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폭력에 반대하면서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 체제를 유지시켜 나가는 미국, 그리고 이에 기생해 이윤을 챙기고, 기득권을 유지해가는 한국의 지배계급이 밀실에서 손을 잡고 황새울 들녘을 무기와 군대로 채우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 빌어먹을 국가는 이제 평택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다름이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정되길 바라는 나는 국가주의에 물들어 '미국과 맞장을 떠도 지지 않을 강한 국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평택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많이 결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다만 그놈의 국가라는 것이 팽성의 농민들을 어떻게 대접했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한민족이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양키들'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또는 독도를 호시탐탐 넘보는 일본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강한 북한과 경제력이 강한 남한이 통일해 강한 국가를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군을 내쫓는 평택 투쟁이야말로 '애국적 투쟁'이라고 설교하시는 분들도 있다.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모인 평택지킴이들을 '애국투사'라고 사람들이 부르며 일제시대에 활약한 독립투사 같다고 하신다.

글쎄. 난 전쟁의 위협을 몰고 오는 미군은 열화우라늄탄을 비롯해 저들이 가져온 무기들과 함께 한반도에서 지금 즉시 모조리 사라져야 한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한민족 국가를 세우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국가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이미 소수 주민들의 외침은 들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팽성의 농민들을 보며 나는 다시금 '누구의 입장을 갖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 6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황새울 비국가 공동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없는 곳에서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밭을 일구고 땅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이곳에서 애국은 깡패를 사랑하자는 것이다. 아름답고 따사로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애국자가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권정생 선생의 시를 노래로 불러본다.
조약골 님은 피자매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 호 [입력] 2006년05월17일 3: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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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팽성 주민, 평택 시민. 눈물만 짓지 않을 것"

 

 

 

"팽성 주민, 평택 시민. 눈물만 짓지 않을 것"

 

팽성대책위, 평택대책위.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인권 침해 사례와 향후 계획 밝혀

서정환 기자   서정환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팽성대책위와 평택대책위 공동기자회견ⓒ민중의소리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계획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키고 있는 가운데 팽성주민대책위와 평택대책위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평택 지역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와 향후 일정을 밝혔다.
  
  17일 오전 11시, 평택시청 현관 앞 계단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대책위는 또 "그간의 언론 보도가 정부측의 주장만 대변해 평택 상황을 왜곡시켰다"며 "주민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알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두2리 이상렬 이장은 "팽성 주민들과 평택 범대위야 말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나라가 잘 되라고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외부세력이니 보상이니 하면서 사실과 전혀 다른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언론의 공정한 보도를 요청했다.
  
  이 이장은 특히 지난 4일의 행정대집행 이후 하루하루를 고통속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들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평택대책위원회 이은우 정책위원장은 양 대책위의 향후 활동에 대해 △내일(18일)부터 매주 목요일을 '대추리, 도두리 주민과 함께하는 평택시민 공동체의 날'로 정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촛불 집회를 펼칠 것(월∼금 사이에는 평택 시내에서 촛불집회 개최) △전국 각지를 돌며 평택의 사실을 알리는 평화순례를 펼칠 것 △평화 농사를 지속적으로 진행 할 것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고소인단을 모집하여 소송을 제기 할 것 △5월 21일 평화마라톤 대회 및 문화제를 개최 할 것 등의 사업계획을 밝혔다.
  
  양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무장지대에 사는 주민보다 더 처참한 현실에 놓여 있는 팽성 주민들의 눈물나는 현장을 전 국민들이 방문하여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느껴주시길" 국민들에게 호소 했다.
  
  또한 "팽성주민들, 평택시민들은 대추리, 도두리 들녘에 푸른 벼이삭이 싹틔울 수 있도록 결코 눈물만 흘리지 않을 것"이라며 "평택의 자존감과 평화,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공동행동을 통해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05월17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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