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풍속화와의 비교_김홍도와 샤라쿠
둘다 남성적이지만, 자연주의와 감각주의로 대별

2006년 04월 25일   정병모 경주대 이메일 보내기

조선후기에 풍속화가 유행한 것은 조선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중국의 니엔화(年畵),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와 오츠에(大津繪), 베트남의 테트(Tet)화 등 17~19세기?동아시아를 휩쓴 추세였다. 나라마다 약간 차이가 나지만, 풍속화 혹은 민화와 같은 민간 회화가 성행했다.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에 민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민간의 문화가 발달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청명상하도 ©

중국은 이미 북송 때 수도인 카이펑(開封)의 도시풍속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그린 ‘淸明上河圖’라는 명품을 낳은 전통을 갖고 있다. 명나라 때 구영(仇英, 1494~1552?)이 다시 그린 ‘청명상하도’는 조선에 전래되어 조영석의 풍속화와 정조 때 제작된 ‘城市全圖’에 영향을 주었다. 명대에는 소설의 삽화를 중심으로 풍속화가 발달했다. 그런데 정작 청나라 들어서면서 국가의 기반을 바로 잡는다는 명목으로 퇴폐적인 소설을 탄압하는 바람에 풍속화 제작이 주춤해지고 대신 우리의 민화에 해당하는 니엔화가 유행하게 됐다. 


동아시아 국가 중 풍속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7세기 후반 에도(江戶)를 중심으로 전개된 서민회화인 우키요에가 꽃을 피웠다. 사창가인 遊里의 遊女를 그린 미인와 가부키의 인기 있는 배우를 선전하는 브로마이드 사진과 같은 야쿠샤에(役者繪)가 에도시대(1603~1867)에 인기를 끈 풍속화의 주제다.


도슈사이 샤라쿠(東州齋寫樂, 18세기말 활동)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호평을 받을 만큼 우키요에를 대표하는 화가다. 한 때 어떤 소설가에 의해 김홍도가 일본에 가서 샤라쿠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이 화제가 됐으나, 생애와 화풍으로 보아 그가 김홍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지만 에도시대 최고의 미인상을 그린 우키요에 화가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 1753~1806)가 신윤복에 해당한다면, 샤라쿠는 김홍도에 비견할 수 있다. 우타마로의 작품이 신윤복처럼 여성적이라면, 샤라쿠의 작품은 김홍도처럼 남성적인 면모가 강하기 때문이다.

▲'오타니 오니지가 분한 하복 에도헤이' ©
샤라쿠는 강렬한 필선으로 매우 독특하고 미묘한 성격의 캐릭터를 즐겨 나타내었다. 그의 대표작인 ‘오타니 오니지가 분한 하복 에도헤이’는 금품을 빼앗으려는 악한을 그리고 있다. 음흉한 눈빛과 꾹 다문 입에서 결코 선한 배역이 아니고 목을 앞으로 쭉 내밀고 양손을 활짝 펴고 달려드는 자세에서 긴박한 순간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치카와 에비조가 분장한 다케무라 사다노신’는 가부키 배우의 내면적인 성격을 강하게 표출한 작품이다. 이마에서 미간으로 쏠린 눈썹, 은행잎 모양의 눈에서 발산되는 눈빛, 그리고 굳게 담은 입의 모습에서 강인한 인상을 받는다.


김홍도가 등장인물의 ‘관계’를 극화시켰다면, 샤라쿠는 등장인물의 ‘개성’을 표출하는데 주력했다. 전자가 질박하고 자연스러운 조형을 창출했다면, 후자는 세련되고 정제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조선의 사회적이고 자연주의적 미의식과 일본의 개인적이고 감각주의적 미의식이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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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님이 보내주신 선물이 도착했어요. 한권도 아니고 두권씩이나....


택배상자를 보자마자 지들 선물이라는 소리에 좋아서 날뛰는 아이들...


해아의 표정이 끝내주죠!! 이런 럭셔리하게 포장까지.... 울보님의 따뜻한 편지도 아이들에게 읽어줬답니다. 예린이가 이 이모 아기 이름은 뭐냐고 물어서 류라고 가르쳐 줬답니다. 근데 아이들이 더이상은 사진찍기를 거부해서.....ㅠ.ㅠ


울보님 덕분에 모자쓰고 인사해요는 두권이 됐어요. 이제 예린이랑 해아가 안싸울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저기 구석 구석 재미있는 세상은 안그래도 저도 관심이 가서 사줄까 하던 책이었는데.... 하여튼 이런거 찾는거 너무 좋아하는 예린이는 좋아서 난리가 났답니다.


이후 1시간 정도는 모자쓰고 놀고, 찾기 놀이 한다고 엄마를 잠시도 가만히 못있게 하네요. ^^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선물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

아 참!!! 제발 저 뒤의 배경들은 무시해주세요. 요즘 청소가 너무 힘들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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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2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들 표정이 환상적입니다...^^

바람돌이 2006-04-2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가 저렇게 찍혔는지..... ㅠ.ㅠ

라주미힌 2006-04-2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한가봐요... ^^;;

바람돌이 2006-04-2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때 잠시만 피곤했고요. 이 이후로 3시간을 더 날뛰면서 놀다가 잤습니다. ㅠ.ㅠ

히피드림~ 2006-04-2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보기 좋네요.^^
그리고 음,, 뒷 배경은 뭐 우리는 아이가 하나여도 폭탄 맞은 집인데 둘인 집은 어련하려구요.ㅎㅎ 저도 하루 종일 어질러 놓고 아이 재우기 직전에 치운답니다.^^

바람돌이 2006-04-2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아예 치울 생각도 못하고 사는지라.... 퇴근해서 병원갔다오고 밤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좋아라 이것 저것 다 뒤지며 뛰어노는데 저는 그냥 축 늘어져서....ㅠ.ㅠ

울보 2006-04-26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좋아라하니 저도 좋아요,,
류도 자다가 일어나서 지금이시간에 안자고 책보고 있는 중이라지요,,

Kitty 2006-04-2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혼자 살아도 가끔 청소 못하고 삽니다. -_-;; (자랑이냐!)
바람돌이님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시고, 간병하시고, 애들 키우시고,
살림까지 하시는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존경!

바람돌이 2006-04-2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저 모습들은 어제 모습인데 오늘도 찾기놀이한다고 정신이 없었다지요. 이제는 저 구석구석 재미있는 세상 가지고 싸워요. 서로 먼저 찾을거라고.... 그래서 책을 가운데 두고 둘이서 한쪽씩 다른걸 찾게 했다지요. ^^ 근데 류는 지금 자다가 일어나면 언제 다시 잔대요. 그저 아기들은 밤에는 푹 자는게 본분인데.... ^^
키티님/저기... 애들 키우고까지는 맞는데요. 살림은 좀.... 거의 안하는 편이라... ^^;;

stella.K 2006-04-2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가 졸린가요? 저런 눈이 섹쉬하잖아요. ㅎㅎㅎ

바람돌이 2006-04-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리다기보다는 언니가 혼자서 드는 바람에 삐짐 모드입니다. ^^
 

엄마 병원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틈틈히 요 책을 읽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 그후 이야기>  저 역시 어릴 때 키다리 아저씨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러던 차에 조선인님의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 리뷰를 읽고는 늘 읽으려고 벼르던 책이었지요. 근데 이제야 읽었네요. 근데 조선인님은 거북선 출판사걸 읽으셨고 저는 푸른 나무에서 나온걸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역시 축약본은 아닌듯한데 조선인님 리뷰에서 봤던 대목이 눈을 씻고 봐도 없는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다시 찾아봤습니다. 어떤 부분이냐 하면요. 주인공 샐리가 약혼자인 고든씨한테 보낸 편지에서 칼리카크 집안을 예로들면서 유전적인 정신박약같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곳인데요.

조선인님의 리뷰에 의하면 샐리가  "사회는 정신박약자들을 한 곳에 모아 격리시켜야만 해요. 그곳에서 평화롭게 천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도 갖지 않고요. 그렇게 한 세대나 그 이상이 지나게 되면 정신박약자들은 흔적도 없이 없어지게 될 거예요."라고 말한걸로 되어있거든요.

근데 제가 읽은 푸른나무판에서는 이 문장은  "정신박약은 유전적이어서 과학의 힘으로 어쩔수 없다고 하더군요... 전 우선 사회가 개선되어 고아원의 아이들이 바르게 살아가길 원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되어있더군요.

아마도 제 생각엔 푸른 나무측에서 번역할 때 이 책이 대부분 청소년들이 읽을 책임을 감안하고는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저 문장을 바꾼게 아닌가 싶은데요. 잠깐 고민이 생깁니다.

저런 우생학적 관점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할 게 맞지만 그렇다고 원작에 이렇게 과감하게 손을 대어도 되는 걸까? 그대로 둔다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다 우생학적 관점에 동의하지는 않을건데... 오히려 아이들과 같이 애기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처음으로 투표에 붙여보고 싶어요.

뱀꼬리 - 근데 정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때는 꼭 어른이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느닷없이 저런 문제가 나오는데도 아이들이 그냥 넘어간다면 안될 것 같으니까요.

참고로 조선인님 리뷰 페이퍼는 요기 아래예요.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2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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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24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공녀도 인종주의적인 책이라서 권장도서가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요...
좋은 책 안좋은 책 가려내야 한다고 봐요... 수정해서 끝까지 '명작'으로 남기려는 건 반대.

바람돌이 2006-04-24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공녀도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겠군요. 저 어릴때는 그런거 아무 생각없이 읽었는데... 지금의 아이들도 아무 생각없이 읽을 걸 생각하면 좀 그래요. 이런 모든 문제가 있는 책을 무조건 안읽히는것도 어렵고... 역시 책은 어른이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이... ^^

조선인 2006-04-24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소공녀를 다시 읽고 경악했던 기억, 잊혀지지 않네요. 으.
바람돌이님, 그렇게치면 그림동화나 우리나라 전래동화도 어마어마한 각색 과정을 거쳤죠. 아이들 좋아하는 짱구 만화도 우리나라 거랑 일본에서 실제 방영되는 건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극히 일부분의 문제 때문에 책 전체가 사장되는 게 아까울 때 어린이용에 거름장치가 있는 건 찬성입니다. 다만 청소년용 도서가 따로 나오는 건 반대에요. 왜 청소년용 토지가 따로 나오는지 이해 못 하겠고, 청소년용 문고판 역시 결국 다이제스트에 불과한 거 아닐까 싶네요.
* 아 참, 제가 본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는 거북선 출판사 본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아요. 워낙 오래된 책이라 겉표지며 속지며 죄다 사라졌거든요. ㅠ.ㅠ

chika 2006-04-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댓글들에 명백히 찬성!! - 그래서 전 추천이나...ㅎㅎㅎ

sooninara 2006-04-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다리아저씨 그후 이야기 있는데 무슨 출판사인지..그런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네요.
원작은 그대로 두는게 좋을것 같아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죠.
톰소여의 모험이 흑백차별이라고 내용을 바꿀순 없잖아요.
깜둥이야 하던걸..얼굴 검은님 할수도 없고..ㅋㅋ

클리오 2006-04-2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께요. 고치는 것도 맞는 것 같긴한데. 많은 분들이 또, 어렸을 때 읽은 그런 문장은 기억도 못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또...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 소공녀의 고난 속에서도 방에만 오면 펼쳐져있는 환상적인 식탁이 너무너무 부러웠던 기억이... ^^;;

히피드림~ 2006-04-2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14155

어쨌건 원작에 손을 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애들에게 그냥 수동적으로 읽힐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난 후 그러한 우생학적인 관점에 대해 서로 토론을 하며 '비판적 읽기'를 훈련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6-04-2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 페이퍼는 투표를 할려고 했던 건데요. 아무리 해도 투표가 안돼요. 제가 뭘 잘못한건지 아님 그 시간에 알라딘의 투표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안한건지... 그러고는 그냥 귀찮아서 둔겁니다. 하여튼 여러분들 의견이 갈리는군요. 저도 아직까지 헷갈려요. 물론 원작을 그대로 두고 토론의 재료로 삼을 수는 있겟지만 그럴려면 어른이 먼저 봐야 하잖아요. 근데 우리 나라 어른들 책 별로 안읽거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거름장치를 거치지 못할 걸 생각하면....그리고 소공녀나 키다리 아저씨의 말도 안되는 관점들을 우리의 의식은 기억을 못한다 해도 무의식은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이 심각한 인종차별의식들이 그냥 생긴건 아닌것 같거든요. 동남아노동자를 대하는 의식에는 물론 자본의 힘에 대한 숭배가 결정적이겠지만 어릴때부터 봐온 서양의 책들속에서 흑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의 묘사 역시 많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여튼 어려워요.
 
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임신은 새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축복이자 이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일이라고, 남자들은 말했겠지...
그리고 여자들은 "그래 그래!! 맞아 맞아 축복이고말고... 내 몸안에서 이렇게 신기하게 꿈틀거리는 생명이라니 얼마나 경이로운가 말이다."

나는 그리고 세상의 여자들은 모두 세뇌당했다.
그리고 그 반대의 맘이 들때는 무자비하게 맘을 묶어 꽁꽁 숨겨야한다.
아릿한 죄책감과 함께....

나의 경우 임신은 결혼 후 3년간의 심사숙고와 철저하게 때를 맞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니만큼 당연히 당황스럽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 임신이었고, 그런만큼 당연히 무한정 기쁘기만 한 것이어야 했다.
그러니 내가 당연히 느껴야 한다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그 감정 외에 어떤 감정도 나는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마다 변기통을 부여잡고 웩웩거리는 순간!
내몸인데도 내가 마음대로 못해 먹고싶은 것들을 참아야 하는 순간!
부풀어오른 배가 너무 무거워 내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던 그 순간들!
밤이면 다리에 쥐가 나 비명을 지르며 깨던 순간들!
배가 불러올수록 출산의 공포에 짓눌리던 순간들!

그 순간들에 과연 나는 행복하기만 했던 것일까?
남들은 아이가 뱃속에 있을때가 제일 행복하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때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말에 동의한 적이 없다.
내게는 임신기간 자체가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둘째가 뱃속에서 쑤욱 빠져나오던 그 순간! 내 머리속은 환희로 가득찼었다.
그것은 새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쁨 같은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로지 이제 더 이상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환희가 순간 내 머릿속을 완전히 점령했었던 것.

고통은 피하고 싶은게 인간의 당연한 욕구라고 배웠는데, 왜 유독 임신의 고통만은 기쁨으로 미화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을 고통으로 여기던 내가 왜 죄책감을 가져야 했는지....
그저 생물학적으로 임신 캘린더를 만든다면 이 책처럼 되지 않을까?
뱃속의 보이지 않는 아기가 아니라 나의 캘린더 말이다.
남들은 이 얘기속에서 오싹함을 느낀다지만 나는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언니에게 온갖 농약으로 범벅이 되었을 미국산 그레이프 프루투로 잼을 만드는 동생은, 임신기간중에도 커피를 못끊어 아침 저녁으로 두 잔은 꼭 마셔대던 나의 모습같아 위로를 받는달까?

당연시되고 그래야 된다고 강요되는 감정의 이면에 다른 것도 있음을 보아달라고....
그래야 삶의 진실이 보인다고 항변하는 것 같은 책.
그래!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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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지문 - 전2권 세트 - 법의학 스릴러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네번째!

원래 시리즈의 특징이 이런걸까?
갈수록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가다니....

한때 해리포터에 열광하면서 지금의 10대 아이들을 부러워했었다.
자기와 같이 나이를 먹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주인공이 있다니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말이다.


근데 이제 30대 후반의 아줌마가 되어 나의 해리포터를 만났다.
뭐 약간의 나이차는 나는것 같지만 케이 스카페타 그녀말이다.
나보다는 훨씬 똑똑하고, 훨씬 잘 살고, 또 훨신 흥미진진하다못해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는 있지만 나는 그래도 갑자기 그녀가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법의학자 스카페타가 아니라 사랑하던 마크를 어이없게 잃은 케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일상은 지속되고...
가까운 사람을 잃은 그녀는 이제 점점 옆사람들에게도 그를 아끼면 아낄수록 잔소리꾼이 되어간다.
지금은 형사인 마리노가 주 표적, 그리고 조카 루시.
이제 훌쩍 커버려 어른이 되어버린 루시를 보면서 자신이 나이들어감을 절감하는 그녀 케이!
법의학자로서 엄청난 사건들과 고난을 뚫고 나가는 스카페타박사가 아니라 그런 인간, 여자 케이가 마음에 와닿다니 아마도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거겠지...

가끔은 내가 다니는 경조사로 나이를 절감하게 된다.
20대까지는 결혼식. 30대 중반까지는 결혼식과 아이들 돌잔치, 요즘은 거의 장례식이다. 친구들이나 회사동료들의 부모님 장례식이 대부분이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더 잔소리꾼이 되어가겠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소설 내용은 재밌고 추리과정도 재밌고...
더군다나 요 앞 시리즈가 막상 범인이 밝혀졌을때 좀 썰렁한 감이 있었다면 이제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났구나 싶어 다음 시리즈가 더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제는 막상 소설의 내용보다는 케이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녀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기대된다.
그녀와 내가 전혀 다른 공간, 다른 삶의 내용을 살지만 그래도 인간이 사는게 다 그렇구나 싶기도 하고....

소망이라면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때,  역시나 할머니가 된 그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이 늙어가보자구요. 케이 스카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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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시리즈의 장점입니다! 주인공이 이웃처럼 느껴진다는^^:;;

하늘바람 2006-04-2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의 해리포터란 말씀이죠

바람돌이 2006-04-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쵸? 자꾸 주인공이랑 친한 것 같은 느낌이... ^^
하늘바람님/지금은 30대의 해리포터인데 좀 있으면 40대의 해리포터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