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의 유혹
이언 피어스 지음, 송신화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핑거포스트>로 나를 열광케 했던 이언 피어스의 작품이다. 솔직히 핑거포스트를 생각하면 이 책은 실망스럽다. 그가 내공을 갈고 닦기전에 썼던 초기작이 아닐까 싶은데, 게을러서 알아보는 수고까지는 하기 싫고...

표지는 굉장히 매혹적이다. 왜 안그렇겠는가? 라파엘로의 그림이 떡하니 표지로 선택됐는데.... 이야기는 여태까지 몰랐던 라파엘로의 그림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위작논쟁과 그림을 둘러싼 미술계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갈등과 사건들을 둘러싼 내용이다. 테두리만 본다면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다 안고 있기는 한데....

일단 추리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박진감이 너무 떨어진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과정이나 결말도 '아하!'하고 수긍이 가기보다는 좀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핑거포스트> 역시 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증을 끝까지 유발하게 만드는 저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뒤가 특별히 궁금해지지 않는것이.....

이언 피어스 그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는 탁월함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이 아직 충분히 익지 않은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은 평면적이고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에는 좀 함량 미달이고....

다만 미술계의 뒷면의 묘사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박물관, 미술품 거래상등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결론적으로 내가 <핑거포스트>를 먼저 읽었다는게 불행이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그런대로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다가 오히려 더 많이 실망을 하게되는 그런 경우가 돼버렸다.

마지막으로 번역의 문제인지 편집과정에서 교정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의 오타는 책을 읽는 중간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꽤 여러군데에서 '어 문장이 왜이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뒤적거려 찾아내기는 싫고.... 어쨌든 만약 이 책이 잘 팔려 다시 찍는다면 꼭 다시 교정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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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0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새벽별님 무슨 뜻이신지....보고싶었는데 안보는 쪽으로다가 뭐 이런거?
이러다가 알라딘에서 퇴출당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이창식.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헬렌켈러라는 이름은 너무도 유명하지만 사실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건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읽었던게 다인지라 내 앎도 딱 거기에서 머물러 있다. 그 책에서 기억나는건 사실 헬렌켈러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 소녀였다는것과 그런 소녀를 훌륭한 인물로 만든게 설리반 선생님이라는 정도....

인간승리의 드라마야 언제봐도 감동적이지만, 또 그런것들이 넘치는데서 나타나는 식상함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인간 승리 드라마 정도일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내 추측이 얼마나 틀렸나를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계속 자신의 장애를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장애를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당연히 그녀의 장애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세상과 사람과 자연에 대해 그녀가 가진 애정과 열정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더우기 그런 자신을 솔직히 내보일 수 있는 그녀의 글솜씨는 얼마나 유려한지....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녀는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 몇배의 것들을 보고 느낀다. 이 책에 묘사된 그녀의 세상을 보고 누가 그녀의 장애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숲에 가서 보고오는 것의 몇백배를 그녀는 보고 온다. 단순히 촉각으로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영감으로 다시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능력이 단순히 자연에 대한, 또는 신에 대한 찬미로 그쳤다면 나는 그냥 꽤 잘쓴 에세이를 하나 봤다고 넘겨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영감을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로도 이어갈 줄을 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말한다. 해와 공기는 만인에게 내리신 신의 선물이라고.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도시 한구석 거무튀튀한 뒷골목엔 오늘도 해가 들지 않는다. 악취가 진동한다. 오 인간이여!어찌 우리가 한 형제인 그들을 잊으며 그들을 유폐시킬 수 있는가. 그들의 손엔 아무것도 들린게 없는데 어찌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는가

이후의 그녀의 삶이 자신의 장애에 머물지 않고 세상의 장애를 향해 손을 내밀것임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이 글을 한 인간의 인간승리 드라마로 읽어도 좋고, 아니면 유려한 문제에 담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훌륭한 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헬렌켈러라는 인물이 세계에 대한 성찰과 그속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완성해가는 그녀의 성장이야기로 이 글을 또한 읽고싶다.

덧붙이면서 장애우들이 가장 기본적인 보행권을 위해서도 싸워야 하는 이 나라에서 헬렌켈러 그녀가 받은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도움들은 나를 씁쓸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는 왜 안되는 것일까? 약자에 대한 배려를 상실한 사회의 결말은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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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9-0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싶어졌어요..그리고 저도 변화하고 싶어졌어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urblue 2005-09-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고 나서 헬렌 켈러의 전기를 샀는데, 아직 책꽂이에 꽂혀만 있네요.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05-09-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보세요. 변화는 잘모르겠지만요. ^^
urblue님/헬렌켈러의 전기까지.... 저는 아직은 이 책의 여운에 빠져 이 한권으로 만족하고싶네요. 전기 읽고나시면 님의 리뷰 부탁! 근데 님의 리뷰보고 나면 또 읽고싶어지지 않을까? ^^

2005-09-05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9-0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요즘 무척 바쁘실텐데 건강까지.... 저도 헬렌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것 까지는 들었는데 사실 그 이상은 아는 바가 없어요. 아마도 그 사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알려진 헬렌켈러는 장애 극복만 촛점을 두어 설리번 선생님과의 어린시절 얘기만 부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단순히 장애극복의 대명사로만 얘기되어질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건강 회복하시고요. 하시던 일 빨리 빨리 마무리 돼서 좋은 소식 알려주세요. ^^
 

말벌에 물렸단다. 난 당연히 쏘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쏘인게 아니라 물어뜯겼단다.

팔 한짝이 벌겋게 팅팅 부어서 돌아왔다. 그리고 진짜 물어뜯긴 자국까지....그것도 두군데나...

병원은 갔다 왔다는데 점점 더 붓고 있다. 거기다 두드러기 증상까지...

근데 말벌이 왜 물어뜯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내 살다살다 말벌한테 물어뜯긴 사람은 처음봤다.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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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0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거 굉장히 위험한거 아닌가요? 그냥 벌도 아닌 말벌이라니. 으~~ 무서버라.

울보 2005-09-0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정말 병원은 다녀오셨대요,,말벌독은 독하다고 하네요,,벌초할때 조심하셧어야 하는데,,내일도 계속 부으시면 병원에 다시 가시라고 하세요,

바람돌이 2005-09-0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은 갔다왔고 의사가 약먹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다는데.... 어쨌든 지금은 많이 부어있네요.

클리오 2005-09-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벌은 물어뜯기도 하나요?? ^^ 그나저나 빨리 나으시기를.. 저런...

진주 2005-09-0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 날 뻔 하셨군요. 그만하기에 다행입니다.

날개 2005-09-0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5001

어쩌나요~ 5000을 못잡았네..! 
여하튼 축하드려요..^^

울 신랑도 벌초갔다가 벌에게 세방이나 쏘였더라구요..  에그~


2005-09-06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9-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진주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 많이 붓고 가렵고 그러긴 한데 어쨌든 나아가고 있는것 같으네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
날개님 언제 5000이 넘었는지도 모르는 저에게 이렇게 숫자까지 잡아주시다니.... 감사 감사!!!! 5001도 좋은 숫자예요. 그쵸!! ^^
 

초특급 태풍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즈는 미국 내에서 흑인의 비율이 67%나 되는 곳이란다. 당연히 그 흑인의 대부분은 빈곤층일 것이다.

자연재해에 속수무책 아비규환인 모습이나, 그 피해의 당사자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이라는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해서  마음이 쓰이고 안타까운 마음은 당연한거지만 이번 미국의 모습은 역시 '미국이야'하는 말을 절로 나오게 한다.

재해 후 뉴올리언스 전역에서 폭동과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는걸 보는 마음은 착잡했다. 지나친 빈부격차로 인해, 또 수많은 이민족을 미합중국의 국민으로 받아들였으면서도 그들을 진정한 미국 국민으로 생각지 않는 그동안의 미국의 행태가 저렇게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런 폭동에 대한 미국 주정부의 반응은 나를 경악하게 한다. 세상에....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은 그자리에서 무조건 사살한다니....이 기회에 마음에 안드는 흑인들, 가난해서 미국에 이익이 안되는자들을 모조리 쓸어내겠다는 발상일까....

미국, 무서운 나라다. 그들의 민주주가 순전 뻥이라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자국민에 대해서도 저런 무서운 말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다니...

우리나라 80년 광주에서 한번의 약탈이나 범죄가 없었다는 것, 지금도 재해가 나면 전 국민의 성금이 모이고 좀도둑이야 왜 없겠냐만은 적어도 재해를 당한 지역에서 노골적인 약탈이나 범죄가 없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왔지만...

글쎄...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앞으로 더 심해지고, 그럼으로써 가난한 자의 박탈감도 더 심해지고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는 사회가 우리도 되어버린다면 우리나라 역시 저런 망할놈의 나라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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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9-0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그 생각했어요. 있는 것들은 이미 다 빠져나왔고, 차도 없고 가진 것 없는 약한 이들만 남아 약탈과 강간의 대상이 되어버린 세상.

조선인 2005-09-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일요일 아침에 읽는 글로는 너무 끔찍하네요. ㅠ.ㅠ

BRINY 2005-09-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 백인들 모습은 하나도 비춰지지 않았죠.

바람돌이 2005-09-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힘없고 가난하기에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거겠죠...
가난하고 힘없는게 왜 보호와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오늘이 그날이다. 바로 벌초 가는 날. 조금전 8시쯤 저녁에 미리 출발한다고 우리집 서방 집을 나섰다.

결혼전 친정에서야 나야 딸이어서 그런지 별로 벌초 따라오란 말도 없었고, 어쩌다 따라가도 할아버지 할머니 같이 나란히 놓여있는 무덤 두개 달랑 아버지 엄마가 벌초하고 나는 싸간 도시락 맛나게 먹고, 그리고 오랫만에 자연산회로 배 빵빵 불리고 돌아오는게 다였다.

근데 결혼하고 첫해 시집의 이 벌초라는걸 따라갔었다.

우리 시집은 장손집이다. 시아버님이 8대 장손이고, 시아버님 형제만 9남매다. 그것도 지질이도 없는 집안에 장손이라는건 이익될 건 하나도 없고 지질이도 고생만 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시골에 땅이라도 좀 있고 그런대로 살만하다면 모르겠지만, 우리 시집은 정말 가난했다. 그리고 사실은 지금도 가난한데 그나마 다행히도 엇나간 자식없이 다들 제자리 잡고 사는 바람에 그런대로 지금은 지낼만해졌다고나 할까...

어쨌든 장손이니 뭐니 이런거에 아무 생각이 없던 나에게 결혼하고 첫 벌초행은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 전날 밤에 가서 시골 작은 할아버지 댁에서 잠시 자고, 새벽 5시면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밥먹고 일을 시작하더라.  그 때 벌초 따라간 사람만 해도 남자만 10명, 집안 대 출동이다. 예초기 들고 낫들고 새벽부터 시작한 벌초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나는 무덤마다 가서 절하고, 그 다음에는 구석에서 놀란다. 낫질해봤자 도움도 안돼고.... 그래서 역시 도움안되는 시삼촌 한분과 밤줍고 놀았다.

무덤이 한군데 모여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 저기 산마다 흩어져있는걸 이동해가며 하는데, 지금은 그래도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다 새로 나서 덜 힘든거란다. 한 2년 전만 하더라도 차가 못들어가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진짜 산 몇개씩 넘어 다니며 했단다. 그때는 예초기도 없었고....

어떤 무덤에 갔더니 옛적에 참판 벼슬까지 지내면서 잘나갔던 분이란다. 당연히 자리 좋은 곳에 무덤이 놓여있겠지.... 세상에 무덤이라고 갔는데 안보인다. 그냥 조그만 동산이다. 그 동산 전체의 풀을 다 베고 나니까 비로소 무덤의 형체가 보인다. 옛날에 잘나갔으면 후손들한테 좀 잘해주시지... 무덤자리 너무 양지바른데 해서 벌초가 장난아니다.

이날 내가 한 일, 밤 무지 많이 줍고 군데 군데서 감도 따먹고, 그리고 벌초한 무덤 갯수 세기. 모두 29개였다.

벌초 마치고나니 해는 뉘엿뉘엿.... 부산까지 갈일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전부 다음날 출근이니 그래도 바로 출발...

그다음부터 나 벌초 절대 안따라간다. 그리고 혼자서 벌초가서 땡볕에 생고생할 서방을 불쌍해 할 뿐....

요즘은 시댁어른들도 모두 연세들이 많으시고, 또 형제들도 이래 저래 빠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갈수록 일손은 줄어드는데 벌초할 무덤은 안 줄어들고....

근데 참 대책이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고 여전히 조상 모시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큰일이라 믿는 시부모님이 계신한 이 벌초는 아마도 계속되리라. 그리고 그 후라 하더라도 요즘 보기드문 효자에다 장손의 의무에 충실한 시아주버님 역시 한번도 군소리 안하고 이 일을 하고 계신다. 늘 궁시렁거리는건 막내인 우리집 서방뿐.... 하지만 우리 시집처럼 위계질서가 확실한 가정에서는 우리집 서방의 궁시렁은 그저 철없는 소리일뿐 아무도 안 먹어준다.

그나마 난 내가 아들이 없음을 감사한다. 딸의 의무나 이런거에 대해서는 우리 시집은 정말 기대하는 것이 없다. 딸은 시집가면 남이라 생각하고, 우리 시어머님도 시집의 행사는 사돈의 팔촌까지 챙기게 하시면서, 지난번 시외할머니 돌아가셨을때는 '너희들이 출근해야지 어찌 오겠냐, 안와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물론 남편과 나는 말도 안된다고 직장에 특휴내고 장례식장에 가서 나는 이틀있다가 아이들때문에 돌아왔고 남편은 삼일장을 다 치르고 왔다. 아버님의 어머님께 할 도리가 있다면 당연히 어머님의 어머님께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우리 생각이지만 이 부분에서 시집의 생각은 도저히 내가 뚫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우리집 두 딸은 우리 시집의 이런 의무에서 자유로울수 있을테니 그나마라도 감사해야지 하지만 시집의 달마다 돌아오는 제사와 벌초와 묘사라는것 등 온갖 전통이라는 이름의 부담들은 며느리인 내 입장에서는 정말로 부담일뿐....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만 하는 우리집 서방에게도 부담이 될 뿐인데....

결혼 몇년 후 직장동료 중에 한 분이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장손집 며느리였는데 정말 제사가 너무 싫어서 이민갔다는 얘기를 하는걸 들은 적이 있다. 솔직히 처녀때였다면 그래도 좀 심하군 생각했겠지만 그 때는 그 심정이 솔직히 이해가 갔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민까지 가고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저 대책없는 넋두리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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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9-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초하는거 불쌍해서 저는 나중에 죽으면 화장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바람돌이 2005-09-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저도 뺀질뺀질 대마왕입니다. 그러면서 불평불만은 많은.... ^^
날개님 /아마 우리 세대는 다 그러겠지요. 하지만 부모님 세대는 여전히 생각이 많이 다르시더라구요.

urblue 2005-09-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저희 집은 단촐해서 벌초는 거의 서너시간이면 끝났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실 때 화장해 달라고 말씀하신 것도 자식들 나중에 고생할까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chika 2005-09-0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없는 집은 딸들이 벌초가던데요...
우리집은 아들놈들이 모두 외지에 있어서 늙으신 아버지가 여전히 벌초하러 가십니다. 실은 아까도 두분이서 내일 도시락 반찬에 대해 얘기하시더라구요.

아영엄마 2005-09-0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 서방님도 내일 벌초간다고 오늘 막차타고 시댁에 갔어요. 작년까지인가는 시부모님 두분이서, 어떨 때는 시숙부님댁에서 하곤 했어요. 이제 힘에 부치시니 아들들보고 올 수 있으면 와라~ 하시네요. 저는 안 따라 갔어요..^^;; 그리고 저도 예전에 어릴 적에 친척어른들께서 벌초 하는데 따라 간 적이 있는데 진짜 산 넘고 넘었던-한 곳 하고 또 이동하고..-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저도 안 따라 다녔죠..하하~

울보 2005-09-0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전에는 친정아빠 산소를 나랑 동생이 ㅇ했는데 이제는 제부가 주로 하지요,시간이 되면 우리식구랑같이요,,

조선인 2005-09-04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처녀적 벌초의 악몽이... (여자라고 놀게 놔두지 않습니다. 일일이 음식도 올려야하거든요. ㅠ.ㅠ)
근데 시댁에선 오라고 안해요. 아버님도 둘째, 옆지기도 둘째. 히히낙락?

2005-09-04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9-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벌초 가야되는데 일 핑계대고 땡땡이 중. -_-;;

바람돌이 2005-09-0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훌륭한 아버님이시네요. 근데 저희집은 양가가 다 아주 완고한 분들이라 전혀 그럴일은 없을 것 같네요...
chika님/요즘 많은 집들이 그렇죠. 그러다가 안돼면 돈주고 사람사서 하게되고... 근데 저희 시댁은 무덤수가 장난이 아니라서 돈주고 하다가는 집안 거덜나겠습니다. ^^
아영엄마님/저와 비슷한 처지.... 저도 다행인건 여자들보고는 따라오라는 소리도 안한다는 시댁...^^ 휴~~
울보님/딸 둘인 집안이시가 봐요. 저희 친정은 아들 하나 있지만 멀리 있다보니 친정 벌초도 우리집 서방 몫이 될때가 많죠.
조선인님/그런 땡재수가... 에구 약올라라~~ 이거 결혼을 다시 할 수도 없고..쩝~~
수선님/정말 맞아요. 우리집 서방이나 시댁의 남자들 봐도 남자라서 행복한거 별로 없는 것 같던데.... 의무만 댑따 많았지.. 근데 아직도 아들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사는걸까요. 죽어서 먹는 제사밥이 그리 맛있을까요? 이 다음세대 아이들이 제사라는걸 지내게 될 것 같지도 않은데...^^
야클님/총각 때 땡땡이 많이 즐기세요. 결혼하면 것도 힘들어요. 우리나라 어른들 총각때는 어른으로 안치다가 결혼과 동시에 어른으로 취급해준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의무에 대해 아주 엄격해지시죠. 뭐 일반적으로 그렇단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