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베데에서 그림 보며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며 다녔는데 빈 최고의 미술관은 벨베데레가 아니었다.
최고는 알베르티나
마리아 테레지아의 26명의 자녀 중(마리아 테레지아 진짜 대단. 혼자서 16명을 낳았다) 가장 사랑받은 딸로 유일하게 연애결혼을 허락받았다는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남편 알베르트공이 살던 궁이다. 이들 부부가 생전에 모은 미술품이 백만점이 넘는단다.
이 동네 부자는 자꾸 내 인지력의 한계를 넘는다.
나는 그 중 하나만 줘도 입 찢어지게 좋아할텐데....

어쨌든 알베르티나는 컬렉션이 최고다.
파카소. 에곤 실레, 클림트, 모네, 모딜리아니 뭉크...
하여튼 미술 책에서 보던 작가들이 총 망라되어있고. 컬렉션도 한 두 점이 아니라 전시실 한칸을 채울듯이 있다.
나는 내가 인상파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인상파의 좋은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까달았다.

이 미술관에서 컬렉션 다음으로 대단한 것은 그림을 맘껏 즐기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림에 줄 쳐서 접근 금지하는 선이 없다.
관람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거리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붓터치를 보기 위해 코앞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관람객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이 미술관에서는 또 샤갈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샤갈 역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화가였는데, 그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대표작들을 총망라한걸 보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상실과 꿈과 미래에 대한 소망 같은 것들이 한 개인으로서의 샤갈로 다가오는 것이다
샤갈 기확전을 보면서 느끼는게 알베르티나정도 되면 전 세계의 컬렉션을 다 모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
우리 나라에서 해외기획 전시를 하면 보통 메인 작품 2-3점에 나머지 스케치나 판화 소품들로 전시를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수십점의 작품이 모두 메인 작품이다.
이건 큐레이터의 힘으로 되는 것도 돈의 힘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미술계에서 가지는 위치를 기획전시의 규모가 여실히 보여준다. 이틀 뒤에 고갱 특별전을 보러 갔는데 한국 기획 전시보다 조금 나은 정도. 오스트리아라고 해서 모든 미술관이 똑같지은 않은듯..
.
어쨌든 결론은 알베르티나가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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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1-0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푸른색 남자는 피카소의 <잠든 술꾼> 꼭 나를 보는 듯 짠하여..


그레이스 2025-01-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의 유명한 작품이 많네요
 

빈에 왔으니까 당연히 빈소년합창단 노래는 들어야지라는게 남편의 생각. 딸들은 늘 뭐든 좋아좋아고.

빈 중심가의 호프부르크궁전 왕실예배당에서는 일요일 아침 미사때 빈 소년합창단이 성가를 부른다.
그래서 미사인데도 좌석비를 받으며 일찍 예매해야 한다.
단 미사가 중심이므로 빈 소년 합창단이 노래 부르는 공간은 공개되지 않는다.
목소리가 들리니 있으려니.... ㅎㅎ

이 미사와 공연이 좋은 점
와 안내하는 젊은 청년들이 미모가 와~~~
그 중 탑은 킹스맨의 콜린 퍼스랑 거의 똑같음.
우리집 식구 4명이 모두 집요하게 관찰한 결과 본인도 본인이 잘생긴거 알고 나같은 평범이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음.ㅎㅎ

미사는 본격적이어서 며칠 전에 참가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그리고 처음 봤는데 여성 사제들이 있었다는 것.
카톨릭에서 여성 사제를 인정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역시 압권은 성가
빈소년 합창단만이 아니라 남성 중창단이 함께 미사 중간 중간에 성가를 부르는데 성당의 울림이 너무 좋고 목소리가 너무 멋있어 진짜 카톨릭에 귀의해야 하나싶은 생각이 들기도ㅜ한다. 종교의식이니만큼 사진도 동영상도 찍지 않아 전해줄 수 없는게 안타까울뿐

하지만 어차피 이런 음악과 그 순간의 분위기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결코 전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1시간이 좀 넘는 미사를 끝내고 교회 밖으로 나오니 뭔가 속세로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그 다음으로 근처에 있는 씨씨 박물관 방문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왕비였던 엘리자베스 왕비의 주거 공간을 전시실로 꾸민 곳이다
씨씨의 씨씨를 위한 공간이다.
딱히 감흥은 없었으나 화려한 공간과 역시 이쁜 것들이 최고군이란 감상평을 남겼다.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은 왕실 도서관이다.
그냥 웅장하다. 이런 도서관은 뭔가 과시용이란 느낌이라 편안하게 책을 읽고싶은 공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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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8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바람돌이님 장기간 여행중이시군요? 사진 너무나 멋지네요. 앞의 여행기들도 쭉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니 여행 다니면서 어떻게 기록을 꾸준히 남기세요? 저는 그냥 뻗는데.. ㅜㅜ 이렇게 틈틈이 정리해두면 참 좋은데 말이예요.

바람돌이 2025-01-08 20:45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한국 가서 써야지 하고는 쓴 적이 없어요. 안되더라구요. 이번에는 가족 여행이라 술을 작게 먹어요. 식구들이 나만큼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서...ㅠㅠ 쬐끔 다른 여행보다 여유 있어서 열심히 기록을 남기는 중입니다. 근데 밀렸어요. 지금 빈 6일 끝내고 인스부르크 가는 기차 안에서 가족들이 다 자길래 열심히 포스팅 올리고 있는거예요. 근데 인터넷이 또 어찌나 느린지.... ㅠㅠ
 

브르노는 밀란 쿤데라와 보흐밀 흐라발의 고향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밀란 쿤데라 도서관도 있지만 내가 간 날은 휴업일이었다.
사실 그다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의 최애 작가로 등극한 이는 보흐밀 흐라발이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작년 나의 최애작품이었다.
브르노에 온 김에 그의 책을 사고 싶었다.

브르노는 서점도 힙하구나. 책으로 장식된 계단이 인상적인 서점이다.
서점 들어가자 마자 메인 판매대에 우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떡하니 있다.
우와 감동이야.
체코어로 된 한강 작가의 책이 더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아직은 채식주의자뿐이란다.
나는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좋은데 없어서 아쉬움.
혹시 프라하에 가면 있을까싶어 구매는 미뤘다.

직원분에게 보흐밀 흐라발의 책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몇권 내준다.
구글 번역으로 제목 검색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았다.
최애책 2권은 그런데 내용의 무게에 비해서 표지가 너무 귀엽다.
그래도 읽으려고 사는거 아니니까 - 제가 체코어를 어떻게 읽겠어요.ㅠㅠ - 기념품으로 사가는 책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인생맥주를 만났다.
독일은 안가봐서 모르겠고 체코 맥주는 정말 맛있구나.
그리고 밥 겸 맥주 안주로 시킨 체코 전통음식이라는 소고기 타르타르를 시켰는데 참기름 빠진 육회다.
빵에 열심히 마늘을 문질러서 고기와 양파를 얹어먹는데 술을 부르는 맛이다.
한국인에게 마늘을 너무 쬐끔줘.
마늘 한 종지 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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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08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 근사하다…. 유ㅏ…으아 진짜 귀한 거 본 느낌이예욧!!! 부럽다 🤩 체코어 한강 책도 귀하고…. 눈이 띠용합니다!!

바람돌이 2025-01-08 17:43   좋아요 0 | URL
약간 아쉬운건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라는 표시가 없어요. 막 표시내주면 내가 막 자랑스러울텐데 말입니다. ㅎㅎ
 

브르노는 예상한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도시였다.
체코에서 브르노는 제2의 도시이자 교육도시로 젊은이들이 많단다.
그리고 파격적인 거리 예술품들이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도시란다.
브르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리의 조각품들이다.
힙한 감성이 넘쳐나는 거리는 그런 예술에서 나온다는 느낌이 물씬했다.

사진 1번 겸손이라는 작품이다. 이런 류의 조각은 곳곳에 널려있다.

사진 2번 지나가다 본 어느 집 문고리와 그 옆의 낙서

사진 3번 성당에서 마주보이는 집 다락방 같은 곳의 심상치 않은 그림

사진 4번 모짜르트가 11살 때 공연한 레두타극장앞 모짜르트 동상. 얼굴은 어른인데 몸은 어린 아이다. 심지어 날개는 그의 불행했던 운명을 상징하며 한개 뿐이다. 수많은 모짜르트나 옛 인물의 조각상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동상이다.

사진 5번 천문시계. 로켓같이 생겼는데 시계란다. 그럼 시간은 어디에 표시했어? 없다. 그냥 시계라고 우긴다. 낮시간 어디쯤 시간을 알리는 구슬이 나오니까 가져가라는데 언제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걸 진짜로 주웠다는 사람도 없다. 작가가 시계라고 우기니까 브르노 사람들도 그냥 먹어주기로 했단다. ㅎㅎ

사진 6번 법원 앞의 정의. 정의의 여신보다 더 실감나지 않나? 정의는 무거운 것이다. 그걸 어찌보면 가뿐하게 드는듯이 보이는 것도 정의의 다른 측면일수도 있겠다

사진 7번 요쉬트 후작 기마상. 불균형한 이 작품의 묘미는 저 다리 아래로 들어가야 보인다. 사진 8번이 요쉬트후작 기마상 아래에서 말머리쪽으로 본 모습이다. 우리도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데 서양인 할머니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사진 9번과 10번
요쉬트후작 기마상 뒤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하나 있다. 모라비아 갤러리다. 시간이 남아돌아 들어갔다가(공짜다) 의외로 현대적인 내부와 힙한 전시에 깜짝 놀랐다

이 곳에 무려 루벤스의 메두사가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미술관직원분께 물어봤다. 이거 모조품이냐고. 그런데 진품이란다. 그걸 별 광고도 없이 이렇게 두는구나. 그런데 중요한건 루벤스가 아니라 루벤스의 메두사 바로 앞에 그려진 카툰이다. 시진 10번의 카툰은 루벤스의 메두사 바로 앞에 있다. 현대의 괴물 링의 사다코, 프레디, 스크림 등 현대 공포영화 캐릭터들에 깜짝 놀라 쫒겨가는 메두사라니... 이런 발칙함 너무 좋다. 혹시라도 누가 브르노에 간다면 모라비아 미술관 강추한다.

사진 11 너무 쬐끄매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한다. 거리 높은 곳의 시계위에 간절한 자세로 앉아있는 기다리는 아담이다. 이브를 기다릴수도 있고 어쩌면 나를 기다렸을수도....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찾는건 어쩌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나? 그런 기다림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간절하다. 그렇게 나는 간절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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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체코의 브르노를 간다.
브르노는 체코의 남부에 있는 도시로 프라하보다는 빈에서 가는게 훨씬 가깝다.
유럽에 오니 국경 개념이 달라진다.

사실 브르노로 가기로 한건 브르노때문이 아니라 브르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모라브스키 크룸로프를 가기 위해서였다.
그곳은 체코 출신의 화가 알폰스 무하의 연작 대작인 슬라브 서사시가 있기 때문이다.
알폰스 무하의 포스터류의 그림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의 슬라브 서사시는 꼭 보고싶었다.
그래서 브르노를 거쳐 모라브스키 크룸로프로 가기 위해 ㄷ개월 전에 기차티켓 열리자마자 기차티켓부터 예매했다.

아 그런데 뜻대로 안되는게 여행이다.
출발 한달전에 이놈의 모라브스키 미술관이 1월 중순까지 휴관한다는 공지를 날린거다. ㅠㅠ
아 씨.... 포기해야하는구나.
그래서 브르노를 포기할까 했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도시가 매력적인거다.
심지어 밀란 쿤데라와 브루흐 흐라발의 고향이다.
그래 가자.
가긴 가는데 어차피 반나절이면 되는 도시니 일정을 좀 조정해볼까싶었다.
브르노와 모라브스키를 같이 보려고 이 날 기차시간을 아침 7시와 저녁 7시 왕복으로 끊어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남을듯해서 취소불가 환불불가로 끊은 아침 기차표를 포기하고 새로 기차표를 끊어보려고 obb철도청에 접속했다.
그런데 내가 7유로 그러니까 만원정도에 끊었던 표가 무려 37유로!
유럽의 기차티켓가격이 시기가 지나면 점점 오른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5배가 넘다니...
이건 안돼.
그냥 새벽에 가자.
가서 브르노를 하루종일 만끽해보자.
돈 번것같은 마음으로 맛난거나 먹어보자

기차를 타고 브르노 가는 길
아침 일출을 기차에서 봤다.
끝도 없는 드넓은 평원은 한국의 풍경과 달라 아 내가 다른 나라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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