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에 대한 국가적 통제는 ‘국민 만들기‘를 목표로,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관리하려는 한 가지 수단이다. 이는 법을 통해 현실화된다.  - P212

여성이 어디에 사는지, 여성의 몸이 ‘국가주의적모성‘이라는 도식을 통해 어떻게 읽히는지에 따라, 임신중지를+ ++ +하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는 존재로 인식됨을 보여 준다.
‘국가주의적 모성‘이라는 발상 · 이데올로기는 ‘좋은 어머니‘
라는 문화적 상상을 통해 합리화된다. 서방 영어권 전반에 걸쳐 ‘좋은 어머니‘는 백인 중산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의 어머니들은 미국의 경우 ‘복지의 여왕‘이라 불리는 흑인 여성이라든지 36 ‘크랙 베이비 crack baby‘ 의 어머니, 37 영국의 경우 ‘차브맘chav mum ‘38 처럼 태만하거나 병리적인 이미지가 계속 나돌았다. 오스트레일리아 39. 캐나다 40. 미국에서 선주민 어머니는 병리화된 모성의 예가 되었다. 20세기를 거치며 우생학적 담론이
‘역기능 공동체‘라는 담론으로 합리화되는 동안, 규범적 모성과일탈적 모성 도식은 식민주의적 기획에 얽혀 잔존했다. - P213

배제(국민으로부터 특정 신체를 배제), 재생산(백인 중산층 여성의 재생산), 부인(식민화 내지는 선주민 주권의 부인)은 국가적불안을 관리하는 교차적 기술이다. 국민은 바로 그 구성 자체 때문에 불안을 준다. 국민은 한 번도 ‘만들어진‘ 바 없기에, 이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계속된다. ‘국민만들기‘의 과정은 결코 끝이없다. 그리고 여기서 국가 주권의 취약함이 드러난다. - P217

어떤 것을 ‘너무 많다‘고 하는 바로 그 수량화와 공표의 과정은, 임신중지에 대한 도덕적 공황이 ‘어떤 신체가 국민을 형성해야 하는가‘라는 더 광범위한 국가적 불안과 연계됨을 보여 준다. - P224

정치인들과 광범위한 공동체는 임신중지를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관리할 수있는 사회문제로 프레이밍하면서, 임신중지를 통제할 수 있다는환상을 만들었다. 임신중지에 대해 토론하는 행위는,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임신한 여성을, 그들을 걱정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통제 대상으로 바꿔 놓는다.  - P236

백인 국가라는 환상과 그 핵심 제도인 ‘가족‘의 안정을 위협하는 다른 인물형이 임신중지 여성과 환유적으로 연결될 때, 공포는 더 강력해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1970년대에는 동성애자와 이혼 여성이, 2000년대에는 레즈비언어머니, 무슬림, 망명 신청자가 있었다. 임신중 여성은 이들과마찬가지로, 국가의 미래란 어떠해야 한다는 환상 - 행복한 백인 이성애 가족‘이라는 날조된 과거를 향수 어린 눈으로 갈망하는 것-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이처럼 공포를 통해 빚어진 환상적인 미래에서라면, 적어도 백인 여성은 임신중지를 해서는 안되고, 156 이주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백인 여성은 임신중지대신 국가를 선택해야 하며, 국가와 함께 나란히 ‘행복의 대상인미래의 아이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 P238

각본의 규범에서 멀어져 가는 존재였다. 여성이 모성으로부터독립하는 것은 운동 진영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비쳤다. 반면 애통함에 잠긴 임신중지 여성은 어느 쪽에서든 올바른 방향으로 여겨졌다. 안티초이스와 프로초이스는 수사의 주된기조를 모성적 여성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설명했다. 그러므로임신한 여성을 위한 탈출구는 여기 없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중지를 선택할 때조차 모성을 선택한 셈이 되는 것이다. - P243

임신중지를 선택한다는 의미에 들러붙어 그 의미를 바꿔 놓는 감정들은 이미 ‘줄 세워진 ‘ 행동 규범에 여성을 복귀시켜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장치‘다.  - P244

나는 임신중지가 축하받을 일이라고 본다. 임신중지는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한 여성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재생산 가능한 연령대의 여성이 재생산과 분리된 이성애 섹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일이다. ‘의도치 않게 임신한 여성‘이라는 위치는 담론적인 동시에 물질적이다. 이 책의 초점은 아니지만, 나는 어떤 포괄적인 ‘재생산 정의‘ 프레임 안에서 임신중지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는 데뜻을 같이한다. 즉 임신한 여성에게 필요한 사회·경제적 지원체계를 제공해, 임신 중지를 하려는 여성이라면 그저 임신을 원하지않는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도록 가능한 한 확실히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P248

‘임신중지 여성‘이라는 상은 커다란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다른 근원과연계되어, 사회체에 대한 위협으로서 구성됐다. ‘페미니스트‘라는 상과 연결될 때는 아이 ·남성·가족에 반하는 존재로, ‘십대엄마‘, ‘복지 의존자‘, ‘성적으로 무책임한 자‘라는 상과 연결될 때는부주의한 ‘실패자‘로, ‘이혼 여성‘, ‘동성애자‘, ‘레즈비언 양육자‘,
‘싱글맘‘과 연결될 때는 핵가족제도에 대한 위협으로 말이다. - P249

임신중지에 자유가 존재하려면, 자율적인(선택하는) 주체에 기반한 자유라는 개념에서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에 살고 있다. 따라서 웬디 브라운이 주장하듯 "개별적 자유라는 건 없다. (・・・) 인간에게 자유란 결국, 언제나 타인과 함께 세계를 만드는 기획이다."" 오늘날 선택의 주체는, 이를테면 여성이 무한한 선택지를 가졌고, 행복의 대상인 아이에게로 향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그저 욕망을 실현하기위해 모성을 선택한다고 하는 식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 P250

임신중지의 감정적 서사에 대해 대항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안해하지 않는‘ 임신중지 서사가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 예로 유명 페미니스트들의 임신중지 이야기!"
#ShoutYourAbortion 트위터 캠페인, 12 주류 언론의 반응, 13 ‘셋중하나‘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임신 중지를 안도, 감사함.
심지어 행복과도 연결한다. 이런 서사는 "미안함 없는, 요구대로하는 임신중지"라는 정치적 슬로건과 함께 등장했다. 여성에게임신중지를 대가로 슬픔이나 비탄을 고백하라고 요구하는, 성문화되지 않은 계약에 똑똑히 되갚아 준 것이다. 임신중지를 ‘대놓고 말하라‘는 주문은 임신중지 낙인 그리고 침묵을 명하는 문화적 지령에 대한 응답이자, 임신중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평범한 일로 다시 프레이밍하려는 시도다.  - P252

임신중지 정치가 임신중지를 하려는 혹은 하고 난 여성의 느낌으로 환원되면, 그 느낌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광범위한 사회·구조·정치적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를테면 양육에 대한 결정, 또 그런 결정에 대한 다른이들의 평가와 판단을 손쉽게 하거나 감추는 ‘젠더화된 노동분업‘과 ‘계급·인종에 기반한 불평등‘, 임신중지와 피임의 구별이나원치 않은 임신을 막기 위해 여성에게 부여되는 책임 등 역사사회학적 질문, 임신의 조건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 등이 있다. - P255

 ‘미안해하지 않는‘ 임신중지 서사는 가치가 있다. 임신중지라는 결정이이로우며 삶을 고취시키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이때 그 여성은 주체의 자리를 정당하게 부여받는다. 이 주체의 자리를 배제하려는끊임없는 움직임은 임신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아 한다는 발상이 전복적임을 반증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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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중심적 애통함은 다양한 담론장을 가로질러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감정이 중요한 까닭은 임신한 여성을 이미 자궁안에서부터 자율적인 ‘아이‘의 어머니로 만들고, 임신중지를 여성에게 도덕적으로 문제적이며 해로운 것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태아중심적 애통함은 반임신중지의 수사가 숨어들어 그 규범적 효과를 증폭시킨 강력한 수단이다. 이때 정치는 임신중지에 무엇이 뒤따르며 여성이 어떻게 임신중지를 경험하는지를 말해 주는 진실로 둔갑한다. - P131

임신중지는 의료 절차에 추가 단서가 붙는 매우 드문 경우다. 여성이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는 여성을 취약하고, 약하고, 착취당할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4 이런 조치는 "여성의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며, 85 여성이 임신중지를 적극적으로 바란다기보다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86임신 중지를 고려하는 여성은 상담을 받고 국가에서 주는 정보를받아야 한다. 반면 임신을 지속할 여성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런식의 전제는 모성이 임신에서 문제없이 도출될 유일한 결과라는규범적 관점을 반영하며, 이를 재차 말한다. - P147

임신중지의 애통함이 첫째로 불가피하고, 둘째로 태어나지않은 아이의 삶을 끝장낸 여성이 치르는 결과라는 전제는, 임신중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폭을 좁혀 임신 중지 반대론자들의정치와 목표를 지지해 준다. 임신중지는 원치 않은 임신을 끝낸행위라기보다는 자율적 존재를 살해한 행위로 나타난다. 그리고임신중지 여성은 적어도 살면서 한 번은 모성에 ‘아니요‘라고 말한 여성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하게 그리고 언제까지나 어머니인존재로 비친다. 반임신중지 운동 안에서 보자면 태아중심적 애통함의 함의는 더 투명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했듯이, 임신중지의 애통함과 트라우마를 알리는 데 전념하는 조직은 자신들의 반임신중지 의제를 숨기곤 한다. 게다가 태아중심적 애통함은 임신중지 경험의 서사를 더 일반적으로 지배하게 됐고, 아마가장 놀랍게는 프로초이스 활동에 얼마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 P152

임신중지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면서 임신·출산·양육의 부정적 효과를 언급하지 않는 이중전략은, 모성이라는 규범적 행복과 임신중지의 애통함 모두를 구체화한다. 빅토리아 주 토론 당시 한 여성 의원은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지지하며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뚜렷이 대조했다. "나를 포함해아이를 낳는 순수한 기쁨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 어떤 이유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임신을 끝내는 일이 큰 고통을 야기할 것이다."  - P167

‘상실‘은 임신중지의 문화 지형을 지배하고 있고, 오히려 모성이 가져온 상실, 이를테면 모성 바깥의 삶에 대한 상실이야말로 실제 말해질수 없는 것이다. - P170

임신중지와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책임감을 개인화하는 것은 임신중지 수치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 P176

여성이 임신중지를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여기 접근할수 있을 때조차, 이를 선택하는 사람은 ‘실패자‘ 혹은 ‘패배자‘로재현된다. 수치와 수치 주기의 이중 과정이 여성에게 그런 느낌을 심는다. 수치와 수치 주기는 임신 중지를 겪은 여성을 처벌하려 하며, 임신중지 관련 선택을 통해 이들의 품행을 단속하고, 재생산을 기준으로 선택·선택자의 위계구조를 만든다. - P177

규범성, 수치, 비밀로 이어지는 순환적이고 자기영속적인 관계는 깨기가 쉽지 않다. 임신중지를 가득 채우는 수치는 이를 비밀에 부치도록 부추기며, 사실상 자주 위반되는 규범 (의도된 임신‘과 ‘태아적 모성)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 이로써 임신중지는일상적이기보다 예외적인 일이 된다. 수치 - 침묵 -예외성 - 수치 - P194

의 순환은 규범적 여성성과 임신중지 담론(감정의 기록 등)이 서로를 영속시키는 또 다른 순환을 만들어 낸다. 모성적 여성성은애통함과 수치가 뒤따르는 어려운 임신중지라는 서사를 유도하고, 애통함과 수치는 모성적 여성성을 자연화하는 근거가 된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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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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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인문학이 만났다.

좋아하는 분야가 같이 만났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한 때 내가 왜 그렇게 문학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본적이 있다.

물론 가장 기본은 재미있고 평범한 일상에 짜릿한 전율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문학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무엇이 있었다. 

재미를 넘어 문학은 나의 삶의 범위를 확장하고 보다 많은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하고, 책속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사건들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작은 문제들을 대범하게 안고갈 수 있는 힘을 내게 주었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당황스럽거나 어이없거나 혼란스러운 그 무수히 많은 만남과 상황들을 나는 문학의 힘으로 지나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은 말 그대로 내 삶의 공간을 확대하고 다른 것을 알게 하고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 나 외의 존재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대들보였다. 

이런 문학과 인문학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시작은 역시 묵직하다. 

무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다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 톨스토이 부활의 카튜사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시베리아 유형소에 복역한 죄수들이라는 것.

여기서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 넓은 시베리아 땅이 언제부터 러시아의 유형지가 된거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리고 그곳에 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래서 인문학 도서를 찾는다.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와 실제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 유형경험을 적은 <죽음의 집의 기록>

온통 얼어붙은 땅에서 모두가 똑같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은 이 땅에서도 유형수들은 귀족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또 가진 돈이 있나 없나에 따라서 처우가 달라졌다. 

오죽하면 도스토옙스키가 "돈은 주조된 자유다"라고 외쳤겠는가말이다.

이 위대한 작가가 돈때문에 절규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세계의 곳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는 가난한 도스토옙쓰키의 흔적을 찾고, 이 도시 하층민의 뼈아픈 삶을 증언했던 고골을 만날 수 있다. 그것만으로 이 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브루스 링컨의 역사책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나면 된다.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으며, 대공황기 미국의 농민들이 왜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왜 서부로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면 알렌의 <1929, 미국대공황>을 만난다.

물론 관심사가 다른 사람은 다른 책을 찾을 수도 있을테다. 

우리의 독서 여행이 꼭 바깥의 거대 역사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를 읽으면 레베카에 대한 주인공의 열등감과 질투에 한없이 갑갑해진다.

너는 레베카랑 비교하지 않아도 돼, 너는 너만으로 매력적이야라고 백만번쯤 외쳐주고 싶은데 그럼에도 소설을 읽다보면 나조차도 이렇게 질투로 피폐해지겠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작가가 너무 잘 썼기 때문이겠지....

작가들은 이런 감정에 대해서 다 겪은 것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하지라는 궁금증을 가지는 당신이라면 피터 투이의 <질투>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권한다. 


때로는 의외의 조합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담 보바리>를 읽을 때 소설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이 등장인물의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와 욕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마담 보바리>에서 요리는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또 엠마의 현실과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종횡무진 등장한다는 것.

이런 요리의 상징과 의미를 미리 공부한다면 <마담 보바리>를 읽는 것이 더 풍성해 질것은 틀림없다.


책을 읽는 방법에 정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독서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은 분명히 아주 큰 즐거움이다. 

굳이 나이 오십이 아니어도 이런 독서의 즐거움을 다 같이 나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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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8-22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 읽으니 넘 재미있겠어요. ㅎㅎ보바리와 요리의 상관관계라니 궁금합니다 *^^*

바람돌이 2022-08-22 19:29   좋아요 2 | URL
책 좋아하는 우리는 비켜가지 못할 책.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든 좋잖아요.

페넬로페 2022-08-22 2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문학론에 공감합니다.
50쯤 되면 이제 다르게 읽어야 하는건데 아직 평지에 머무는 듯해 갈길이 먼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8-22 21:43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이 평지라면 저는 땅파고 들어가야할듯합니다. ㅎㅎ 그래도 우리한테 그동안 읽은만큼은 아니라도 그래도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제 머리를 다독이는 중이랄까요? ㅎㅎ

희선 2022-08-24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에서 다른 걸로 뻗어가는 책읽기면 좋을 텐데, 저는 그러지 못하는군요 잠깐 알고 싶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생각한 걸 잊어버리네요 그저 하나만 보는... 어쩌다 이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가끔 일어나네요 저는 그런 우연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8-24 11:31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그때 그때 읽고싶은 대로 읽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좀 이런 연결 된 독서도 끌린다고 할까요? 하기야 책을 어떤 식으로 읽든 뭔 상관이겠어요. 즐거우면 되죠. ^^

새파랑 2022-08-26 1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온리 문학파인데 인문학도 좋아하시는군요 ㅋ 명작도 뭔가 읽는 방법을 먼저 알고 읽어야 느낌이 오더라구요 ㅋ 요기 있는 책은 다 읽어봐서 그런지 반갑네요 ^^

바람돌이 2022-08-27 16:4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이면 다 읽으셨을 줄 알았어요. ^^ 저는 생각보다 세계문학을 많이 안읽었더라구요. 그동안 뭘한건지.... 인문학쪽도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챙겨보는데 이쪽은 또 너무 새책들이 많이 나와요. ㅠ.ㅠ
 

오늘은 예쁜게 먹고 싶어.

그리고 데이트를 하고 싶기도 해. 


요즘 참으로 부지런하게도 하루 3끼를 일일이 해서 열심히 먹고 먹이고....

에휴 힘들다~~ 

이러다 보니 한번씩 저런 마음이 드는데 그게 딱 오늘!!!

큰 딸래미는 나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약속있다고 나가버리고,

남은 작은 딸과 남편을 끌고 집 앞 카페로....

나름 핫플인 곳에 사니까 이건 좋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센텀지역 카페에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부자인 사람을 고르는 방법이란 말이 있다.

바로 추리닝 입고 슬리퍼 끌고 나와 앉아있는 사람을 찾으면 그 사람이 그 카페 손님 중 가장 부자라는 말.

왜냐하면 그 동네 주민이니까...

그 해운대 센텀 지역 아파트가 부산에서 제일 비싼 곳이니까 말이다.

물론 우리 동네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식구 셋은 동네 주민 티를 팍팍 내면서 추리닝에 슬리퍼 끌고 나갔다.


오늘은 안 가본데를 가볼까? 



지나가다가 밖에서 볼 때보다 안에서 보는 풍경이 더 예쁘네.


그리고 실내 장식도 은근히 예쁘고, 테이블 간격이 넓어서 더 좋고.



벽에 식물을 저렇게 걸어놓으니까 감성 돋는 벽이 된다. 

너무 예뻐서 우리집 소파 뒤에 벽도 흰색이니까 저렇게 그림이랑 화분 걸면 예쁘겠다라면서 남편이한테 건의했다가 무시당했다. 그 벽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자기 로망이란다. 쳇!!


이 카페의 최고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예가체프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주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초코음료에 굉장히 까다로운 딸 역시 아 이집 초코 맛있네라는 드문 말을 남김. 남편이의 아인슈페너도 맛잇었고...

아인슈페너에는 미리 주문하면 원하는 사진같은 것도 인쇄해 준다는데 어떻게 하는지 신기 신기....

우리는 그냥 주문했더니 저렇게 자기 카페 이름을 인쇄해 주더라.


하지만 가장 맛있었고 예쁜 걸 먹고 싶었던 나에게 중요한건 저기 저 갈색의 로투스 크로플과 생과일 파블로바

파블로바라는 건 나도 처음 먹어봤는데 (솔직히 이름도 처음 들었다.) 호주식 디저트란다.

의외로 만드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듯한게 그냥 계란 흰자 머랭 쳐서 오븐에 굽고, 그 위에 생크림과 생과일 얹으면 되는것.

하지만 나는 예쁜걸 해주는걸 먹고 싶은 거지 해먹고 싶은게 아니니까....

어쨌든 오늘 집앞 카페 탐험은 대성공! 

그러고 집에 와서 잔치국수 말아 먹었다. ㅠ.ㅠ


오는 길에 산책하다가 발견한 꽃밭

여름 꽃밭은 이런 화려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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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21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크로플이 대세인 거 같아요. 저도 오늘 맛난 카푸치노 마셔서 좋았는데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아 늙었구나 느꼈어요. 힘들더라구요 ㅎㅎ 저는 선방 같은 곳을 서재로 꾸미고 싶은 욕심 있어요. 이게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 결국 그게 궁극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

바람돌이 2022-08-22 10:28   좋아요 1 | URL
크로플 좋죠. 전 가끔 크로플 생지 사서 냉동실 넣어두었다가 먹고싶을 때 꺼내서 굽고 위에 투게더 아이스크림 올려서 먹어요. 그럼 좀 그럴듯해보이고 일단 맛나니까 만족. ㅎㅎ 뭔가 가사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서재로 꾸미는 로망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죠. 푸른 녹음이 그대로 보이는 선방 좋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꿈은 버리지 말자구요.

mini74 2022-08-21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번씩 예쁜 곳에서 예쁜 걸 먹고 싶은 그 마음 알것 같아요. 그러나 집에 와서 국수ㅎㅎ 파블로바 저도 첨 들어봅니다~

바람돌이 2022-08-22 10:31   좋아요 2 | URL
다행히 그런 마음이 아주 자주 들지는 않습니다. 너무 자주 들면 파산할지도.... ㅋㅋ 집에 와서 김치 썰어 넣어 만 잔치국수는 더 맛있었다는...역시 남이 만든 예쁜걸 한번 먹어주니까 힘이 나는듯해요. ㅎㅎ

scott 2022-08-21 2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삼촌이 해운대 센텀에 살아서 부산 가면 바람돌이님 가신 곳에 꼭 갑니다 서울보다 맛나고 멋지고 ㅎㅎㅎ 일주일에 한 번은 이런 곳에서 냠냠이를! 먹으면 행복지수 ■■■■■□98% 가득 충전 될 것 같습니다 ^^

바람돌이 2022-08-22 10:35   좋아요 3 | URL
삼촌분이 부자. ^^ 스콧님 부산도 가끔 오시는군요. 우리 동네도 오신다니 괜흐 방가방가 ^^
저에겐 일주일 한번은 많고요. 저러고 싶은 날 한달에 한번쯤? 얼마가 됐든 행복지수 충전은 맞네요. ^^

책읽는나무 2022-08-22 0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저곳이 그 아인슈페너 맛있게 한다던 핫플 예쁜 카페인가 보군요??^^
아늑하고 예쁜 곳이로군요!!
디저트도 예쁨 맞네요. 인정인정~^^
어젠 바람돌이님이 공주가 되신 날이군요?ㅋㅋㅋ 예가체프 잔도 이쁩니다.
삼 시 세끼 밥 차리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이건 바람돌이님이 쉬시기 위한 나날들 맞으신가요? ㅋㅋㅋ 이렇게 한 번씩 집을 나가야 진정한 휴식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ㅋㅋㅋ
어제 한낮은 해가 뜨거워도 습하지 않고 더우니까 좀 살 것 같았어요. 요즘 아침 저녁도 꽤 쌀쌀해서 춥다? 라고 여겨지기도 하구요.
자....이제 슬슬....움츠린 몸..기지개 한 번 켜봅시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08-22 10:39   좋아요 3 | URL
아 그 아인슈페너 맛집은 옆집이고요. 요집은 어제 처음 가본곳인데 요집도 아인슈페너가 맛있더라구요.
예가체프 커피 잔 참 예쁘죠. 저 잔 마음에 들어서 커피가 더 맛있었는지도요.
지금은 휴직중이니까 밥 해대는 것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하기싫으면 안해도 되고....제일 중요한게 애들이 다 커서 막 고등학생 있을 때하고는 확실하게 힘이 덜 드네요. 나무님도 얼마 안남았어요. 둥이들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ㅎㅎ

2022-08-22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8-22 09: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음식맛도 중요하겠지만,
또 그만큼 플레이팅도 중요하지
않나 싶은 그런 사진이었습니다.

말미의 꽃사진들도 아주 멋드러
졌습니다.

바람돌이 2022-08-22 10:43   좋아요 4 | URL
그럼요 음식은 플레이팅이 반인것을요. 보기좋은 떡이 먹기 좋은거 맞아요. ㅎㅎ

라로 2022-08-23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페너가 뭔지 모르는 미국 촌년 여기 있는데요, 보기에는 스타벅스의 솔티드 캬라멜 콜드브루(헥헥 이름이 깁니다.ㅠㅠ)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어쨌든 저런 기술까지!! 암튼 사진 보니까 넘 좋네요!! 역시 글에 사진이 첨부되면 느낌이 정확히 전달이 된다니까요!!! 다음엔 어디 가실지 넘 기대되고요!!!^^

바람돌이 2022-08-24 11:34   좋아요 0 | URL
아인슈페너는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얹은 것으로 옛날 우리 젊은 시절 간지의 대명사던 비엔나커피를 생각하시면 되옵니다. ㅎㅎ
안타깝게도 다음 계획은 뭐 없네요. ㅎㅎ

파이버 2022-08-23 16: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페너 위에 인쇄가 되는 군요0_0! 저는 종이 뚜껑 덮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예전보다 부산의 외갓집에 갈 일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2-08-24 21:56   좋아요 1 | URL
어떤 사람들은 앱으로 사진을 보내주면 그대로 인쇄도 해주더라구요. 신기방기 ^^
부산이 외가군요. 전 외가는 또 전라도. 그게 우리나라 문화때문인지 나이가 들수록 외가쪽은 자주 안가게 되긴 하더라구요. 언젠가 부산 오시면 제가 저기서 아인슈페너와 로투스 크로플을 대접하지요. ^^

그레이스 2022-08-24 1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마 모시고 딸들이랑 동생이랑 부산에 가면 이번에는 카페 매그네이트랑 이터널저니 서점 가보려고 하는데, 여기도 추가해야겠네요^^

오스트리아 호프부르크 궁에 있는 카페 가서 아인슈페너 시키려고 메뉴판 보니 옆에 한글로 비엔나커피라고 쓰여있더군요 ^^;; 굳이 아인슈페너 플리즈 했는데, 주문받는 직원분이 비엔나커피? 하고 물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 집에서 해먹어요. 생크림 사다 거품기로 돌려서..^^

바람돌이 2022-08-24 21:59   좋아요 0 | URL
이터널 저니 서점 저도 좋아해요. 가끔 딸이랑 둘이서 가는 곳요. 뭔가 굉장히 부잣집 서재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ㅎㅎ
카페 매그네이트, 이터널 저니,온천천..... 이게 딱 삼각형을 그리는 동선인데요. 쓸데없이 굉장히 긴 동선이랄까? ㅠ.ㅠ 오스트리아 가면 아인슈페너 아니고 비엔나커피 기억할게요. ㅎㅎ
이 귀찮은걸 집에서 해 드시다니 그레이스님 최고!!! ^^
 

WLM은 임신중지를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방편이자, 여성으로 하여금 강제된 모성이라는 구속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행위로 보았다. - P53

 앞서 말했듯, 임신중지 법 개혁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나 임신중지를 사회적선 혹은 도덕적 선으로 나타내면서 얻어진 게 아니다. 개혁을 외치는 이들은 불법적으로, 규제 바깥에서 행해지는 ‘뒷마당‘ 임신중지보다 규제 아래 이루어지는 치료적 임신중지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 P59

임신중지 여성은 자율적인 선택의 주체라기보다 상황의피해자로 묘사되곤 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모성을 거부할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혹은 잠재적인 아이를 극심한 가난이라든지 ‘미혼모‘라는 사회·경제적 지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뿐이다. 입법자와 대중에게 연민을 호소하는방식은, 임신중지 여성을 논쟁의 주체 자리에서 타인의 선의에의해 구조받는 ‘절박한 여성‘, 즉 물질화된 객체로 탈바꿈했다. - P63

 WLM의 임신중지 캠페인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또한 ‘강제된 모성‘을 주입하는 국가로부터성적 주체라는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운동의 목표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학자이자 활동가인 로절린드 페체스키RosalindPetchesky의 말에 따르면, WLM 활동가들은 "임신중지를 규제하는 것이 모성을 강요하는 일이라는, 그리고 모성은 형벌이나 숙명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여야 한다는 강력한 아이디어"를 퍼뜨렸다. 동일임금, 보육, 성적대상화 반대 등 다른 핵심적인 캠페인도 같은 맥락에서 생겨났다. - P65

여성해방론자들은 임신중지권이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몸과 삶을 통제할 권리‘로 여겨져야 한다고 믿었다.  - P66

여성해방론자들은 임신중지가 모성보다 감정적으로 이롭다는 관점을 전파했다. "당신은 임신중지를 해서가아니라 아이를 낳고서 정신과에 갈 확률이 더 높다. "65 이들은 임신중지를 죽음과 등치하던 기존 관점을 뒤엎으면서, 임신중지를
‘생명을 주는 행위‘로 재현했고 임신중지를 원치 않은 아이를 낳는 일과 대비했다. 원치 않은 아이를 낳는 일은 "희망의 죽음, 혹은 창조적 정신의 실패라 할 수 있었다. "66 WLM은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긍정적인 해결책으로서 임신중지를 개념화하며, 기존의 수치와 죄책감을 안도의 감정으로 대체했다.  - P68

RTL에게 임신중지를 통해 재현되는 사회질서에 대한 위협은 이전까지 ‘눈에띄지 않은‘ 정체성(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이 가진 특권의 상실 이상을 의미했다. 이는 반대론자들이 무척이나 추구하던 안정적인 정체성(자연히 존재하는 어머니라거나 가부장 등)의 상실이기도 했다. 여성해방론자들도 자기 자신과 다른 여성들을 위해 대안적인 정체성과 삶을 찾는 데 골몰했다.  - P75

RTL은 임신중지의 선택을 태아살해와 연결했고, 뉴스레터에 실린 묘사를 통해 임신중지 여성을 무아적인 ‘모성애‘의 정반대에 위치시켰다. 이 담론의 반대편에 WAAC가 있다. WAAC는 여성중심적 임신중지 정치를 구사하면서, 남성중심적 재현 체계가 임신중지에서 태아중심의 도덕률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임신중지를 비밀과 수치에 연결 지어 여성을 어머니 역할에 묶어 두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비록ALRA는 임신중지 법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으나, 반임신중지 정치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에 중요한 토양을 내주었다. ALRA의 수사에서 선택은 자기결정권이기보다는 절망에 따른 결과였다. 이들이 보기에 그런 선택은 끔찍하긴 해도 여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또 과중한 부담에 시달리며 잠재적으로 태만한 어머니로부터 아이를 떨어뜨려 놓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 P83

그러나 여성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있다는 것은 욕망으로서 모성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디어, 정부 정책, 정치 담화 등 다양한 맥락에서 여성의행복을 규범화하는 전제는 선택이라는 관용어를 통해 모성을 다시금 자연화한다. 모성이 임신한 여성에게 허락된 유일하게 행복한 선택일 때, 임신 중지는 여성에게 괴롭고도 가슴 찢어지는선택이 된다. - P90

 개인의 선택이라는 수사는 일과 가족이라는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을 다르게 위치 짓는 구조적 장벽과 문화적 규범을 은폐한다. 그런 장벽·규범 - P99

에는 돌봄의 젠더화, 높은 양육비와 양육시설 부족, 성별 임금격차, 가정과 재생산 영역의 책임에 얽매이지 않은 ‘이상적인 노동자‘ 모델 등이 포함된다.  - P100

 이런 반응은 많은 의원들이 법안에 반대한 이유가 임신중지란 접근하기 어렵고, 공동체에서 낙인찍혀야 하고,
뭔가를 침해하고, 불편한 선택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임을 말해 준다. 그래서 임신 중지에 대한 여성의 접근을 막으려 하고, 나아가 임신중지를 행한 여성을 처벌하려 한 것이다. 타냐 플리버섹은 법안 반대자들이 임신중지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어 여성들을 가르치려 들며 (・・・) 생식을 염두에 두지 않은 섹스를 한 데 대한 벌로 여기게끔 하려고 애를 썼음을 지적했다.  - P118

역사적으로 켜켜이 쌓여 온, 고통받는 ‘좋은‘ 여성과 이기적인 ‘나쁜‘ 여성의 이분법 (1장 참고)이 임신중지 문제에서도 다시등장한다. 이런 이분법은 원치 않게 임신한 여성의 주체로서의위치, 그리고 자기 본위로 행하는 임신중지의 정당성을 퇴색시킨다. 임신한 여성이 곧바로 임신하지 않은 몸이 되는 것, 아이가 없는 것, 혹은 더는 아이가 없는 것이 임신중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일 수 있다는 생각은, 입밖에 낼 수 없게 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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