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완독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를 많이 떠올렸다. 

로마를 소재로 한 책들 중 아마 가장 많이 팔린 것이 이 두 시리즈 아닐까?

특히 로마인 이야기는 한길사를 먹여살린다는 말도 있었으니.....


이 두 시리즈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할 능력은 없다.

그럼에도 이 두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난 이후 내 나름의 비교는 한번 해보고 싶다.

단적으로 이 둘을 평가하자면 

역사를 빙자한 소설 <로마인 이야기> / 소설로 되살린 로마 공화정의 역사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다.


역사를 빙자한 소설 <로마인 이야기> -로마제국 찬양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을 읽는것처럼 재미있다.

아 이 말은 약간 문제가 있는데 정확하게 얘기한다면 이 역사책은 소설로 읽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생각한다.

이 시리즈의 배경은 로마건국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로마제국 전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내가 제목을 다시 붙인다면 <로마제국 찬양사>라고 붙이고싶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어지는 로마인들은 그야말로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훌륭한 인간들의 표상이다.

그들이 로마 제국을 건설해가는 과정은 한마디로 온 유럽에 문명의 빛을 전달함으로써 야만인들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처음 시리즈의 4권정도 읽을 때까지는 우와 시오노 나나미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면서 감탄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읽어갈 수록 뭔가 이상하다.

이거 분명 역사책인데?

왜 로마인들은 모두 훌륭하지?

로마가 제국을 건설한다는 것은 분명히 정복전쟁을 한다는건데, 왜 로마인 이외의 다른 민족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이상하고 그럼으로써 로마로부터 구원을 받는것으로 보이지?

특히나 4권과 5권 카이사르에 이르면 뭐라 붙일말이 없어진다.

카이사르는 완벽 그자체이고 이후 모든 인물의 평가준거가 되어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100% 로마의 입장, 아니 로마제국의 입장에서 책을 서술한다. 너무나도 편파적으로...


우리가 역사왜곡이라고 하면 흔히들 역사적 사실에 대해 거짓을 말하는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역사왜곡에서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팩트는 그대로 가져온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팩트만 가져와서 편집을 하는 식으로 역사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뒤로 갈수록 뭔가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는건 바로 그 지점이다.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서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했던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이 한때 돌았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로마제국과 일본제국

제국은 선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고, 그 제국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카이사르같은 인물은 거의 신적인 영웅이고......

실제로 작가가 일본제국주의의 꿈을 로마 제국에 투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의 클리아막스는 사실상 5권이다.

공화정이 무너지고 로마 제정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정말 숨가쁘게 작가는 모든 필력을 다 발휘하고 있다.

정말 소설처럼 절정을 향해 치닫던 서술이 드디어 로마제정의 시작이라는 궁극의 목표에 도달했으니, 이후의 이야기는 그냥 김빠진 맥주일뿐 심심하다.


어쨌든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딱 5권까지, 그리고 역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소설이라고, 특히나 카이사르라고 하는 인물의 가슴벅찬 영웅서사를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에서 한번도 없었던 절대선을 찾는게 무슨 역사일까?




소설로 되살린 로마 공화정의 역사 <마스터스 오브 로마>


전체 22권(소설은 21권, 마지막 한권은 가이드북), 총 페이지 9502쪽 - 다행히 1만페이지는 안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로마 공화정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마리우스 시대부터 술라를 거쳐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로 이어지면서 결국 로마공화정이 무너지고 로마제정이 시작되는 지점까지이다.

어떻게 보면 로마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클라이막스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내가 로마 공화정의 역사라고 하는건 이 책이 픽션과 사실을 정말 아름답게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시오노 나나미가 그리고 있듯이 그렇게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온갖 사건과 인간군상들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가운데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너무나도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 소설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분량면으로 본다면 카이사르가 가장 많겠지만, 그렇다고 카이사르에게 편중되었다고 할 수 없다.

잠시 등장하는 인물이라도 작가는 애정을 쏟아 그의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책속의 어떤 인물에게도 공감하고 그의 마음결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인물묘사가 탁월하다.

여기에서만 본다면 그저 소설이라고, 훌륭한 소설이라고 하겠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지금의 우리들보다 훨씬 즉자적이고 직접적이며 본능이나 탐욕에도 적나라한 그들의 글이나, 그들이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주변 인물이나 평민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보다보면 인간세상이란게 원래 이렇게 복잡한게 맞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그런 무수히 많은 욕망의 교차속에서도 시대적 요구가 어떻게 자신을 관철시켜 나가는지 그 흐름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작가는 로마인이 주인공이지만 로마인이 아닌 사람들의 시각이나 생활 관점도 놓치지 않는다.

로마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들은 여기서 그저 로마인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일뿐이다.

또한 로마의 지배에 동화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전통과 생각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무엇이 옳은가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 책속이 로마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고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활용하는 것이 무수히 많은 편지글과 연설문들이다.

이 많은 글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냈는지 신기할만큼 많은 그들의 글과 연설이 등장한다.

이 글과 연설들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다.

쉽게 번역된 그 연설들을 통해서 독자는 로마인의 생각과 직접 맞닿을 수 있다.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포복절도하면서 적나라한 그들의 생각을 만나는 시간은 정말 유쾌하다.


또한 당시의 지리, 도시모습, 생활풍속, 여성관 등이 손에 잡힐 듯이 머리에 들어온다.

얼마나 많은 사료를 읽고 그것을 재현해냈는지 그 수고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 책을 읽고 로마의 포로 로마노에 갔을 때 정말 맞아 이쯤 원로원 의사당이 있어야 해, 여기가 귀족들이 주로 살던 팔라티노 언덕이구나, 카이사르가 태어났던 교차로는 여기쯤일까라면서 어느 순간 당시의 로마를 짚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로마라는 도시의 재현은 탁월하다.

동시에 다른 지역들에 대해서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로마인이 중심이기 하지만 로마인과 다른 생활풍속, 다른 생각들을 보여주면서 독자를 그 현장으로 이끈다.


누군가 만약 <로마인 이야기>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중 무엇을 볼것인가를 고민한다면, 나는 무조건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권한다.

소설과 역사의 탁월한 결합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에는 있다.

그 이후 로마인들으 찬양할지 말지는 독자의 선택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찬양사를 주구장창 듣다가 끌려가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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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8-26 15: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긴 책들을 다 읽으시고 이렇게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동받았습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당시 로마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군요. 특히 비중이 적은 인물에게도 작가의 애정이 보인다니 더 읽고 싶어집니다. 역사와 소설의 아름다운 만남! 이네요.

바람돌이 2021-08-26 15:46   좋아요 5 | URL
분량이 너무 많다는게 단점이지만 끝날때는 더 없는게 아쉬운 책입니다. ^^ 로마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원로원이나 평민회등을 서로 이용하는거나, 고대인이기 때문에 가지는 미신적인 성향, 전통에의 집착 이런걸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강추합니다. ^^

scott 2021-08-26 16: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바람돌이님 말씀에 400퍼센트 찬성합니다!! 한때는 로마인 이야기에 푹 빠져서 출판사에서 독후감 제출 하면 로마 보내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전권을 독파했습니다! 하지만 바람돌이님 처럼 4번째까지만 갬동 5번 째부터 로마인들(시오노가 묘사하고 감탄하는)을 찬양하기 힘들었습니다.나중에 성장해서 ㅋㅋ 일본어를 배우고 난뒤 겐지 모노카타리라는 일본 문학 서사 장르를 읽고나서 시오노 할매는 자신들의 열도 섬나라를 로마 속에 대입시켜서 또다른 로마모노카타리를 썼다는걸 알게 되었죠. 영미권에서는 시오노가 누군지 전혀 모릅니다 한국어 도서 시장에서 대박 쳐서 시오노 돈방석 앉게 만들어 버린,,아무튼 마스터스 오브 로마 완독 하신거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만쉐!!

바람돌이 2021-08-26 16:09   좋아요 6 | URL
동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겐지 모노가타리는 전 2권 보다가 재미없어서 안봤는데 그걸 다보셨군요. 이 책도 10권이었던가했었던거 같은데.... 정말 스콧님이 안본 책은 없는듯합니다. ^^
로마인 이야기와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비교불가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압승입니다. ^^

새파랑 2021-08-26 16: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스터 오브 로마 승! 이군요. 저도 언젠가는 마스터 오브 로마 읽어보고 싶어요. 완독을 다시한번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08-27 00:39   좋아요 3 | URL
비교불가입니다. ^^ 21권을 한꺼번에 읽겠다보다는 한 부가 3권씩이니까 3권씩 3권씩 쉬엄쉬엄 읽으세요. 저도 그렇게 읽었어요. ^^

mini74 2021-08-26 17: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로마인 이야기. 한동안 중고딩 애들한테 읽힌다고 학부모들이 새트로 많이 사셨죠. 전 재미가 없어서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말았는데ㅠㅠ 일본은 동양의 유럽 동양의 로마가 되고 싶었나봅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

바람돌이 2021-08-27 00:41   좋아요 3 | URL
아 그랬군요. 근데 세트로 사는 엄마들은 읽었을까요? ㅎㅎ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제국에서는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에 대한 생각이 너무 잘 읽혀요. 그래서 나중에는 거부감이 많이 들더라구요. 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 책 다 읽었다고 축하해주는 알라딘 서재 너무 좋아요. ^^

bookholic 2021-08-26 17: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을 모를 때 <로마인 이야기>를 다 읽었는데요. 나중에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을 알고 얼마나 화가 났던지...
저도 아직 완독은 안했지만... <마스터즈 오브 로마>에 한 표, 아니 열표~~^^

바람돌이 2021-08-27 00:43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 책 처음 나오고 화제가 됐을 때는 다들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몰랐죠.
근데 읽다보니까 이거 좀 이상한데 싶고 나중에 다른 글들 통해서 알게되면서는 저도 화가 났어요. 로마인 이야기 말고 시오노 나나미의 다른 책들도 제법 읽었는데 그것들은 다 재미도 없더라구요. ㅠ.ㅠ
북홀릭님 마지막 6부 7부 남으셨죠? 아껴서 읽으셔요. ^^

유부만두 2021-08-26 1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멋지다……

바람돌이 2021-08-27 00:44   좋아요 1 | URL
헉!!! 저는 항상 유부만두님 멋지다 생각하는데.....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해주니 어깨가 으쓱으쓱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1-08-26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진....@.@

바람돌이 2021-08-27 00:45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오랫만에 오셔서 이런 과분한 칭찬을....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책 리뷰들 보면서 제가 더 님이 멋지다고 생각하는거 아시죠? ^^

책읽는나무 2021-08-27 07:49   좋아요 1 | URL
아...전 어줍잖게...짧은 100자평만 겨우 기록삼아 남기는 수준이라...길게 정성들여 페이퍼나 리뷰 쓰시는 분들 보면..나의 이런 행동 좀 부끄럽고 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그런 생각 종종 하곤 했었습니다.헌데 제가 우러러 보고 있는 바람돌이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앙!!! 용기백배!!! 감사할 따름입니다.^^

붕붕툐툐 2021-08-27 0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승리자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발맞춰서 저도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겠습니다!ㅎㅎ
이런 꿀 정보라니 감사해용~
모든 독서인이 읽을 페이퍼로 추천합니다!!😍

바람돌이 2021-08-27 01:29   좋아요 3 | URL
등장인물이 워낙에 많지만 또 그 개성들이 하나하나 잘 드러나서 흥미로운 인물들이 정말 많아요.
툐툐님의 강력추천이라니 저 완전 기분 업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무처럼 2021-08-27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고 로마와 카이사르를 사랑하게 된 1인입니다.
몇년전 일주일동안 로마를 여행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전혀 다른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정말 아쉬움이 큽니다.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8-27 23:1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포로 로마노는 특히나 이 책을 읽고 가면 기분이 좀 다르더라구요. 그 시절의 로마가 마음으로 느껴진달까? 그리고 포로 로마노 곳곳을 걸을 때마다 왠지 카이사르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이 맘이 설레더라구요. ㅎㅎ 로마인은 굉장히 특이하지만 매력적인 면이 굉장히 많았어요. 특히나 카이사르는 완전 멋짐요. ^^

희선 2021-08-28 0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마인 이야기》 본 적은 없지만, 역사여도 자기 생각을 넣을 수 있지만 그런 걸 많이 넣으면 역사가 아니겠습니다 그걸 일본을 생각하고 쓰다니... 차라리 소설로 쓰지... 그런 뜻에서 소설이 더 낫겠습니다 소설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보고 사람을 볼 수도 있으니... 콜린 매컬로가 《마스터 오브 로마》를 역사를 바탕으로 잘 쓴 거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28 02:29   좋아요 2 | URL
소설로 쓰도 도저히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에 동의하기는 힘들듯요. ㅎㅎ 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생각이 이상하면 안되는데말이죠. 우리 나라에도 있어요. 글 아주 잘쓰는데 생각이 이상한 작가들요. ㅎㅎ

단발머리 2021-08-28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바람돌이님 완전 멋지십니다! 거대 서사시를 두 시리즈나 섭렵하셨네요. 저는 <로마인 이야기>는 다 읽었고요. 에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로마의 일인자 세 권이랑 뒤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만 읽었습니다. 저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에 속아 로마인들 모두를 사랑하기는 했구요. 나중에서야 승리자, 점령군의 시선이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기는 했습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저의 숙제 같은 시리즈로서, 숙제를 마치신 바람돌이님께 박수를!!!

바람돌이 2021-08-28 12:40   좋아요 0 | URL
로마인 이야기는 읽으면서 생각하는게 다들 비슷한거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님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완독도 응원합니다. 카이사르가 커가는 과정 재밌어요. 술라편은 좀 안타깝더라구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인데 출신에 대한 열등감 이런 것들이 사람을 망가지게 하는 과정을 보면 안타까움이 막 쌓여요. ^^;;

구름먹은하늘 2021-10-11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성자 분과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로마인 이야기가 물론 로마의 밝은 면만 보여준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만 소설이라는 말에는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사실 역사책이란 것이 쓴 사람의 성향에 따라 팩트에 따른 해석이 각각 다양합니다. 역사의 아버지 헤도로토스, 로마의 타키투스 또한 자신의 관념을 통해 팩트를 가지고 해석했구요. 그래서 이건 시오노 나나미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가 재밌는 이유는 작성자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문학적 요소가 있어서 그렇게 재밌는 것 같습니다. 작성자분께서 로마인 이야기를 소설이라 칭하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 시오노 나나미가 어떠한 역사적 사실에 가정을 세웁니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로 말이죠. 예를 들어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아내와 불순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살해했다. 라고 가정을 하면 그 가정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내용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소설이라고 칭한 것 같구요. 하지만 심도있게 본다면 로마인 이야기 속에서 가정과 팩트를 충분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제 생각에는 로마인 이야기가 마냥 역사 소설 같지는 않네요.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는 굳이 따지자면 승자 위주의 역사를 다룬다면 다른 패자의 역사를 읽으면 됩니다. 패자의 역사만 읽는 것 또한 문제인 것 같네요

바람돌이 2021-10-11 20: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 실제로 역사가가 역사를 서술할 때 어떤 자료를 메인으로 쓰고 보조자료로 어떤 부분을 쓸 것인지 취사선택하는데서부터 주관이 절대적으로 개입하게 되므로 사실 어떤 역사서술이든 일종의 소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에 제가 소설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이런 경향이 지나치게 글 전체를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로마제국이라는 절대적 완성체 - 일종의 이상향-을 상정하고 모든 자료를 배치하고 있으며, 로마인의 특징 중 합리성이라는 한 면을 절대적으로 부각하고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역사를 서술해버리면 실제 로마 사회의 복잡다단한 실체를 그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회 또는 사람은 그렇게 한두가지의 특징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로마인 이야기가 소설이라고 생각하는거구요. 단순히 승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자 위주의 역사? 패자의 역사라는 분류는 조금 납득하기 힘드네요. 제가 말한 것은 로마인 이야기에서 다른 이민족을 다루는 방식이 야만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폄하하는 정도가 심한 것을 얘기한 것인데, 그것을 패자의 역사라고 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문화든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다양성이 어떤 식으로든 어우러져 또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을 패자의 역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다양하고 복잡한 인류역사에 대한 적절치 못한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구름먹은하늘 2021-10-1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를 들어 기독교적 사관 등등 다양한 사관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글 전체를 지배했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관을 읽어보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독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어떠어떠한인은 이렇다, 저렇다 단정짓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정을 해야합니다. 어찌되었든 일반적이란 것이 존재하니까요. 한국인들은 예의를 중시한다, 미국인들은 친근하다, 일본인들은 친절하다 등등 각 국가의 문화, 역사같은 다양한 요소를 통해 인종의 정체성이란 것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일본인들이 모두 친절하지도, 미국인들이 모두 다 친근하지도 않지만 그것이 보편적이니까요. 다른 이민족을 야만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기준이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갈리아인들은 로마인들에게 야만인 취급을 받았지만 중세 시대에는 오히려 그들이 바이킹들을 보고 야만인들이라고 하듯이 야만인들의 특징은 농업 기술을 모르거나 환경으로 인해 약탈을 일삼고 항상 각 부족끼리 싸우고 다투어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10-12 01:27   좋아요 0 | URL
어떤 사관이 지배했다고 해서 소설이라고 쓴건 아닌데요.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을 사관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요? 로마인의 특징이 합리적인 면이 강했고, 로마제국의 문명건설이 다른 민족들에게 생활의 편리와 도시문명의 혜택을 제공했다고 얘기하는 것과, 야만인들이 로마제국에 들어옴으로써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19세기 20세기 제국주의자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드는 것은 문명인이 자신들이 야만인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위험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레바논이 전쟁 중이라 해도 사람은 살아야지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도 해야 하고요. 나는 이스라엘이고 팔레스타인이고 따지고 싶지 않군요. 사람이 살아야 싸우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난 최소한 사람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있는 겁니다. 의사니까요." - P35

하지만 이 마드라사에 있는 학생들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자란단다. 다섯 살 무렵에 이곳으로 와서 이슬람 교리와 미국에 대한 적개심만을 배우지. 이 학생들이 자라면 국경 지대나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탈레반 주축 세력이 되는 거야.
만약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전쟁고아가 되었을까? 이들이 전쟁고아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과격한 탈레반이 되지도 않았을 테지. 이 학교에서 새로 배출되는탈레반은 영화 〈괴물〉에 나오는 돌연변이 괴물처럼 미국이 만든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 P66

체첸의 독립으로 막대한 석유 이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것을 눈감아주었단다. 그 대신 "체첸의 반군 지도자가 국제 테러 조직과 연관돼 있다"며 체첸을 탄압하는 데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 냈어.
이로써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러시아군은 거리낌 없이 체첸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냉전 시대에 라이벌이던 미국과러시아가 이렇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된 것은 중동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체첸의 석유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란다.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인권 탄압을 외면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야. - P116

체첸이 다시 세상에 등장한 건 2012년부터야. 시리아에 내전이 벌어졌는데 그 혼란을 틈타 IS(이슬람국가)라는 무장 조직이 이곳에 들어간 거야. IS는 처음에 시리아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하더니 자꾸 외국인 전사들을 불러 모았어. 그중에 체첸 전사들이 가장 먼저 IS와 시리아로 들어왔단다. 체첸 사람들은 키도 크고 얼굴도 강인하게 생겨서 아랍 사람들과는 외모가 많이 다르단다.
체첸 전사들은 그동안 러시아와 싸우며 길러 온 전쟁 기술을 선보이며 IS 전투의 최전선에 등장했지. 우리가 들어 본 IS의 잔인한 수법은 거의가 체첸 전사들이 IS에게 전해 준 거야. 인질 참수나 잔인하게 사람 죽이는 방법 등으로 체첸 전사들은 다시 유명해졌어. 체첸 전쟁은 시간이 흐르며 이렇게 괴물을 만들어 낸 거야 - P123

지금 나는 안전한 나라에 사니까 나하고 상관없다고 언제까지장담하지는 못해, 시리아 사람들도 체첸 전사들이 자기네 나라분쟁에 와서 저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
면 체첸 전쟁을 남의 나라 일로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어. 지금 시리아 전쟁은 다시 그 불똥이 유럽으로까지 튀고 있어. 유럽의 난민 문제를 불러오거나 IS 테러의온상이 되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단다. 우리가 다른 나라 분쟁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이유는 전쟁을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슬픈 비극이 자꾸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하잖아. 괴물이 된 체첸을 보며 엄마는 그 교훈을 깊이 새기게 되었어. 이제 또 다른 괴물이 안 나오게 우리가 다른 세상 소식에 관심을 좀 더 가져 보자.
- P124

침묵하면 때론 공범이 될 수도 있어. 나는 그 죽음에 대한 침묵이 후세인의 만행에 동의한 것이나다름없다고 생각한단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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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6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

바람돌이 2021-08-26 15:34   좋아요 2 | URL
저는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이 책을 알게 돼서 읽고 있어요. 저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얘기해준다고 생각하고 썼는데 쉽게 정리를 굉장히 잘하셨어요. 지금 재밌게는 보고 있는데 문제는 맘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도 저자의 말처럼 침묵이 범죄의 공범이므로 열심히 읽고 있어요. ^^
 

존 그래디가 끊임없이 속삭이며 말의 몸통과 머리와 얼굴과 다리에 삼베 자루를 문지르고 안아 주는 15분 내내 롤린스는 말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존 그래디가 안장을 골랐다.
그렇게 중얼대면 말한테 무슨 도움이라도 돼? 롤린스가 물었다.
나도 몰라. 내가 말은 아니잖아.
- P158

이 데 로스 옴브레스?(사람의 영혼은요?) 존 그래디가 물었다.
노인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움찔했다. 마침내 대답하기를, 말과는 달리 사람은 결코 영혼을 공유하지 않으며,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롤린스가 서툰 스페인어로 말도 천국에 가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은 천국 같은 것이 필요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존 그래디가 지상에서 말이 모두 사라진다면 말의 공동 영혼도 새로 영혼을 나눠 줄 말이 없으므로 사라지지 않겠느냐고묻자, 노인은 신이 그런 것을 허락할 리도 없는데 말이 사라지는 일 따위를 묻는 것은 어리석다고 대답했다.
- P166

그녀가 멕시코시티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모습은 북쪽 하늘에 충층이 쌓인 먹구름 아래 품위 있게 상체를 펴고서 말을 타고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비스듬히 기운 모자의 끈이 턱 아래에 단단히 묶여 있고 검은머릿결이 어깨 위로 이리저리 흩날리는데 뒤에서 번개가 검은구름을 뚫고 조용히 내리쳤다. 빗방울이 바람에 날려 후두둑떨어지는데도 태연히 말을 몰며 갈대가 무성한 희끄무레한 호수와 목초지를 지나는 그녀를 빗줄기가 야생의 여름 풍경 속에 완전히 감싸 안았다. 진짜 말, 진짜 사람, 진짜 땅, 진짜 하늘인데도 그것은 여전히 하나의 꿈이었다.
- P194

그녀는 그를 유심히 뜯어보았지만, 그 눈길에서 다정할이묻어났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 P199

그들은 메사에서 폭풍이 북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자 빛이 곤란을 겪었다. 발 아래 메마른 평원에 펼쳐진 검은 비취 모양의 라구니야스(늪지대)는 마치 또 다른 하늘을 꿰뚫고 있는 귀걸이 같았다. 서쪽에서 층층이 띠를두른 색깔들은 망치로 두들겨 맞은 구름 아래에서 피를 홀렸다. 순식간에 보랏빛이 온 땅을 감싸 안았다.
- P202

사람 안에 악한 면이 있을 수는 있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악이 아니야. 어디서 악을 구하겠나?
대체 무슨 수로 그게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나? 말도안 되지. 멕시코에서 악은 실재하는 존재야. 제 발로 걸어 다니지. 언젠가는 자네한테도 찾아올 거야. 아니, 벌써 찾아왔는지도 모르지.
- P284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힘겨운 삶을 사신 만큼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시리라 기대했습니다.
잘못 생각했군.
그런 것 같군요.
내 경험상 고통을 겪었다고 해서 마음이 더 넓어지는 것은아니더군.
- P334

난 사회적인 사람이 아니라네. 내가 겪은 사회는 여자를 억압하는 기계나 다름없었어. 멕시코에서 사회는 아주 중요해, 여자들은 투표권조차 없는 사회지. 멕시코 사람들은 사회나 정치에 광분하지만 실천은 형편없어. 우리 집안은 가추피네75) 이지만, 스페인인이나 크리오 요나 광분하기는 매한가지야. 스페인에 있었던 정치적 비극이 20년 전 멕시코 땅에서 그대로 되풀이되었네. 진실을 볼수 있는 사람들이 비극의 희생양이 된 거지. 전혀 다른 동시에 완전히 똑같아. 스페인 사람의 심장에는 자유에 대한 강한열망이 깃들어 있지만, 그 열망은 오직 자기 자신의 자유만을향하고 있네. 온갖 진실과 명예를 한없이 사랑하지만 그 본질은 사랑하지 않아. 피를 뿌리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증명될 수없다고 강하게 확신하지.  - P335

그날 밤 여기 정원에서 구스타보는 커다란 부상이나 상실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강력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맞았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유대감은 슬픔의 유대감이며, 가장 견고한 단체는 비통의 단체이지.  - P347

별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누워 있는 동안 심장 속에 똬리튼 고통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세상의 고통이란 형태 없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알을 깔 따스한 인간의 영혼을 찾아다니는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무엇으로 인해 사람이 그런 존재에게무방비 상태가 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에게는 마음이 없으니 영혼의 한계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을 몰랐던 그는 영혼에ㅠ한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다. - P373

고 있었다. 핏빛 먼지가 태양을 온통 휘감았다. 그는 발꿈치로말을 살짝 때려 앞으로 나아갔다. 태양이 그의 얼굴을 구릿빛으로 물들이고 붉은 바람이 어둠의 땅을 건너 서쪽에서 불어오는데, 자그마한 사막의 새들이 마른 고사리 숲과 말과 기수사이에서 재잘거렸다. 기다란 검은 그림자는 마치 세상에 유일한 존재의 그림자인 양 말을 바싹 뒤따랐다. 그러다 어두워지는 땅속으로,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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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8-2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저는요.... 코멕 맥카시는요, 몇 년 전에 <카운슬러>를 읽어보고 워매 뜨거라, 정나미가 똑 떨어져 다신 쳐다도 안 보는 작가거든요.
헌데 워낙 유명한 작가고, 제가 읽은 건 딱 하나 <카운슬러>밖에 없고 그래서, 한 권 정도 더 읽어도 괜찮겠다 싶어 지금 생각 중이랍니다. 이 책은 좀 덜 사납나요? 아이고, <카운슬러> 그거 말이 카운슬러지 잔혹 엽기 더티 도무지 드세서 말입니다.
이것도 그렇다면 맥카시는 걍 때려 치는 걸로.....
다 써놓고 보니 어려운 질문 같아 죄송합니다. 흑흑흑....

바람돌이 2021-08-25 12:29   좋아요 0 | URL
헉 코맥 맥카시 후기작이 그렇군요. 저는 이 소설이 처음인데 이 소설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너무 좋아요. 말하자면 한 텍사스 소년의 성장기인데 그의 여정은 감동적입니다. 문장도 정말 끝내주고요. 강추합니다. 전 국경3부작을 다 보려구요.

Falstaff 2021-10-20 14:18   좋아요 0 | URL
근데요, 지금 마지막 페이지 읽고 딱 3분 지났거든요.
이거 참, 바람돌이 님께서 보시면 흉악해 하실 독후감을 쓰려고 준비중이랍니다.
마음에 안 드셔도 양해해주세요. 흑흑흑....

바람돌이 2021-10-20 17:04   좋아요 0 | URL
ㅎㅎ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았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의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
- P13

소년은 음식을 먹었다. 밖이 점점 어두워졌다. 소년의 아버지는 커피를 마셨다. 그들은 아르투로가 트럭을 몰고 오기를기다렸다. 소년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이 고장이 완전히 변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불안해해. 200년 전의 코만치나 마찬가지 신세지. 백주 대낮에 뭐가 나타날지 아무도 몰라. 심지어 그것이무슨 색일지조차도.
- P42

롤린스는 말들을 끌고 통과한 뒤 철조망을 바로 펴 기둥에 못 박고서 뽑개를 안장주머니에 넣고 말에 올랐다.
대체 이런 곳에서 무슨 수로 말을 타겠어? 롤린스가 말했다.
타지 말라는 뜻이지, 뭐.
- P49

마음이 불안한데 그 이유를 모른다면, 그건 자기가 있지 말아야 할 장소에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다는 뜻이야?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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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못마땅한 사람,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본 이후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여기‘가 아닌 ‘저기 어느 곳의 매혹에 사로잡힌다. 파리의 시인 사를 보들레르 Charlos Pierro Baudeiarra 의 영혼은 이렇게 소리지른다. "마침내 나의 영혼은 폭발한다. 영혼은 현명하게나에게 외치는 것이다. 아무곳이라도 좋소! 아무곳이라도! 그것이이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3 가장 손쉬운 "이 세상 밖은 내가 살고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우리는현실이 각인되어 있는 여기를 떠난다. 그리고 거기로 간다. 거기가어디든 좋다.  - P259

점점 베르사유는 루이 14세의 거처가 아니라 궁정 귀족사회 전체의 전시장이 되었다.
베르사유 궁은 궁전이 아니었다. 1744년 베르사유에는 하인을 포함해 1만 명 정도가 살았다고 한다. 베르사유는 파리를 대체하여왕의 궁정 예술을 찬양하는 ‘하나의 도시‘였다.
- P266

베르사유 궁정에 유폐되어 있던 세련됨은 이제 파리로 옮겨졌다. 모든것이 시각적으로 통제되었고 시각적 효과를 위해 동원되었던 베르사유의 전통은 파리로 이어졌다. 중세도시에 불과했던 파리는베르사유 몰락 이후 베르사유를 승계했다. 무조건 아름다워야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심상이 아니라 시각적 자극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베르사유의 철칙을 물려받자 우리가 아는 파리, 우리가 사랑하는 파리가 등장했다. 잠시 베르사유에 주인공 역할을 넘겨주었던 파리는 다시 프랑스의 중심이 되었다. 파리는 베르사유를 그저 하나의 궁전으로 만들었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도시다.
운 도시는 오로지 파리뿐이었다.
- P268

자본과 예술은 숨바꼭질한다. 예술은 충격을 주지만, 자본이 예술을 흡수하면 예술의 충격은 사라진다. 도발의 장소가 힙한 장소가되면 보헤미안과 그의 친구 댄디는 다른 거처를 찾아야 한다. 현대의 예술가는 19세기 제2제정기의 파리 현장에는 당연히 없다. 그들은 지금 파리의 어딘가에 숨어 있다.  - P320

히틀러는 군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빈에서바그너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군중이 자신에게 매혹되기를 원했다. 그는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에게 열광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자신의 예술체험으로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이성이 아니라감성에 의해, 논리의 힘이 아니라 열광이라는 경험에 의해 정치에몰입할 수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는 자신을 전시할 수 있는 발코니가 필요했다. 발코니에 서서 자신을 내보이면, 군중은 그를 바닥에서 올려다본다. 한번 그를 올려다본 사람은 그를 단순히 지지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열광한다. 유명인을 직접 마주친 사람, 더욱이 그 유명인과 한번 악수라도 한 사람은 곧 그 유명인에게 빠져든다. 총리의 발코니에 모이는 군중이 늘어날수록 히틀러에게 열광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 P338

"바그너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극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바그너음악이 자기 안에 만들어내는 그 특별한 상태, 그 황홀경,
신비스러운 꿈의 세계로 벗어나는 그 탈출의 기회를 뜻했다. 17 바그너 음악이 제공하는 판타스마고리아 Phantasmagoria (환등상)는 종국에 "청취자를 국가주의적 자기 신격화와 잔인한 유머로 유혹 18한다. 히틀러의 바그너 애호는 한 권력자의 사적 취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술로 위장되고 미화된 정치였다.
- P357

1942년 8월 9일의 연주는 현재의 콘서트홀 실황 연주나 레코딩된 음반으로 듣는 연주, 그러니까 오랜 기간 갈고 다듬은 수준에는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교향곡 7번은 100여명의 대규모 교향악단 편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연주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교향곡이다. 그러나 연주의 수준과 음악회의 감동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1942년 8월 9일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는 유흥이나 교양의 표식으로의 교향곡이 아니라 히틀러가 야만적인 전쟁을 벌일 때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레닌그라드를 소리로 표현했다. 교향곡7번 연주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 P378

 베를린에서 태어났지만 베를린을 떠난 벤야민이 물었는데, 베를린은 벤야민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야만스러운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다시 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고, 베를린은 그런 의미에서 파리처럼 아름답지도 빈처럼 웅장하지도 않지만 가장 독창적인 예술적 도시라고,
이곳에서 예술은 진실에 다가간다. 진실에 근접한 예술을 베를린은 품고 있다. 베를린의 천사는 이 또한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 P393

서울은 콘스탄티노플이 아니다, 그런데 생로병사를 피할 도리가 없는인간의 운명을 생각하는 한 여기는 콘스탄티노플이다.
- P405

서울은 빈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로 열려 있는 도시는 어디나 세기말 빈을 닮았다.
- P415

서울은 파리가 아니다, 그런데 우정이 경쟁을 압도하면그곳은 어디든 19세기의 세계수도 파리가 된다.
- P419

서울은 베를린이 아니다. 그런데 예술은 비록세상을 구원하지 못해도 고통을 기억함으로써 인간의 편이 되어준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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