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마녀들 - 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
김태우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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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쯤  KBS 가 특별기획으로 방영했던 한국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깜짝 놀란 장면이 있었다.

한국전쟁 시기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 부분이었는데 그야말로 시골에서는 원시적 동굴생활로, 도시에서는 지하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아래 사진 참고, 모두 KBS특집다큐 한국전쟁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들이다.)

물론 그 전에 미군의 폭격에 의해 북한 전역이 초토화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접했던 사진들은 대부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 역시 비참하고 참혹하지만 그런 전쟁의 폐허 모습은 꼭 한국전쟁이 아니라도 1차세계대전 시기 비행기가 전쟁무기로 처음 등장한 이래 모든 전쟁현장에 공통된 모습이었기에 따로이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영상속에 재현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쟁 시기 북한 <지하 인민시장>의 모습이다. 

지하생활이라고 하기에 단순히 방공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지하에 시장이 섰다는건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지하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하 무기공장의 모습이다. 이곳의 노동력의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전쟁터로 나가고 난 이후 북한의 아이들과 여성들은 전쟁물자 생산과 도시 복구에 동원되었다.

이들에게 지하 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시골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혈거생활로 돌아갔다. 아래 사진과 같은 동굴이나 땅을 파고 토굴을 만들어 생활한다.





3년의 한국전쟁 기간 중 1951년부터 53년까지는 고지전 기간이었다.

이 기간동안 전투는 38선 근방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진행되면서, 북쪽이 항공전력이 바닥나면서 남한은 그나마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북한은 3년 내내 폭격에 시달려야 했다.

1951년 이렇게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북한지역의 실태 조사를 위해 용감하게 나선 여성들이 있었다.

UN산하 국제민주여성연맹(이하 국제여맹)의 초청에 응한 한국전쟁 진상 조사위원 - 18개국 21명의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북아메리카의 다양한 지역에서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자유주의자 등 다양한 출신과 다양한 성향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국제여맹은 당시 전세계 여성의 삶을 조사하는 진상조사단을 각 대륙에 파견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고, 북한 지역에 조사단 파견은 그 활동의 일환이었다. 또한 국제여맹은 평화, 여성의 권리, 반파시즘, 반식민주의, 반인종주의를 내세워 기존 여성운동의 주요 흐름이나 당대의 대표적 국제여성단체들에 비해 상당히 진보적인 이념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렇게 역사 속에 묻혀있던 단체와 그 단체에 의한 한국전쟁기 북한지역의 조사결과를 발굴해 냈다는 점에 이 책의 첫번째 가치가 드러난다. 

얼마나 묻혀있었는지 역사를 전공한 나조차도 이 단체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 

중국까지 이동한 이 여성들은 북한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모두 만일의 경우 가족에게 보낼 유서를 미리 쓴다.

실제로 이후 이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가보면 낮에는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고, 밤에 그것도 차량의 전조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천천히 도로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길을 이동하는 위험천만한 여행이다.

또한 시시때때로 공습경보에 따라 방공호나 지하토굴로 대피하고, 조사과정 중에 폭격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한다.

무엇이 그녀들을 그곳으로 이끌었던 간에 이렇게 목숨걸고 조사한 기록이라면 당연히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그들의 활동이 역사의 한자락에 기록되어야 마땅할텐데 지금까지 당사국인 우리나라에서 조차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데 역사적 책임과 미안함을 느끼게 하였다. 

그들의 조사결과는 <우리는 고발한다>라는 소책자로 7개국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책자는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소책자의 내용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폭격이 북한의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는가에 주안점을 둘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당시 미국의 이해관계,미국의 눈치를 보던 유럽의 상황들에 절대 유리하지 않은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국으로 돌아간 이후 오히려 소련의 사주를 받은 스파이, 국익을 그르치는 매국노 취급을 받으며 기존의 자신의 활동기반까지 빼앗기는 불이익을 당한다. 그 중에는 자신의 조국을 떠나 망명을 떠나야했던 사람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21명의 여성들 중 누구도 이 보고서의 내용을 평생동안 부정하지 않았으며, 불이익을 감수했다.

왜 그녀들이 일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지키고자 했는지는 그녀들의 여정을 따라가보면 이해된다. 폭격으로 삶의 기반을 모두 잃은 사람들, 전쟁 중 성폭행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손을 맞잡고 같이 울면서 보고 들었던 것들과 양심을 바꿀 수는 없었던 이들의 정직한 마음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마음과 말과 행동이 어떻게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도 이들을 통해 생각해보게 된다.


대중역사서를 표방하는 이 책은 서술에 있어 약간 독특한 방식을 선택한다.

조사위원으로 파견되었던 여성 중 그나마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영국인 모니카 펠턴이라는 여성의 입을 빌려 그녀의 생각과 행적을 따라가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이 책의 두번째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니카 팰턴은 영국인 사민주의자이며 당시 영국 노동당 관료로서 영국 최초의 뉴타운 개발사업 총재직을 맡고 있던 여성이다. 그녀는 반전평화운동은 커녕 2차대전기의 '애국주의적 활동'을 통해 집권여당의 대표적 여성 리더로 활동하고 있던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북한을 다녀오고 보고서를 제출하고 난 이후 반역죄로 사형되어야 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부정하지 않고 신념을 지킨다.

이 책은 바로 이 여성, 조사단 내에서 냉정한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조사단 내부의 각국 인물들과도 싸우고, 북한의 의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북한이 보여주는 증인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싶고 듣고 싶은 인물을 선정해 증언을 채취하고자 노력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이런 전략은 사실 문학에서는 흔한 전략이고, 츠바이크의 역사서술은 극단적으로 등장인물에 몰입해 1인칭 서술로 이끌어나가는 특징을 보이는데 우리나라 대중 역사서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은 참신한 방법이다. 

그래서 이 책은 딱딱하고 학술적인 온갖 자료들을 모니카 팰턴의 시선으로 따라감으로써 자료에 생기와 현장성을 부여한다.

그러면서도 츠바이크처럼 과도한 몰입으로 인해 역사적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냉정한 역사학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앞으로 이 한국현대사학자가 또 어떤 대중역사서를 들고 나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저자 소개에 보면 저자는 자신을 미래 한반도 거주민들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역사학의 내용과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의 저작 <폭격>과 이 책 <냉전의 마녀들> 모두 한국현대사에서는 탁월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고, 자료도 없는 역사의 진실을 찾아 발굴하고 쓰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저자의 다짐이 책을 읽다보면 절로 수긍이 가지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국전쟁기 북한 주민의 피해를 지금에 와서 우리가 되새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보게 되는 한국전쟁기 북한 주민들의 삶은 전쟁의 끔찍함 뿐만 아니라, 인간이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2차 대전중의 드레스덴 공습이나 도쿄 대공습처럼 단발성의 공습이 아니라 무려 3년간 끊임없이 진행되었던 폭격이란 것의 실체와 공포를 절감하게 만들었다.

현재 북한의 체제를 보면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너무 많다.

저들은 왜 저렇게 김일성에 열광하는가? 1인 독재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왜 제대로 조직되지 않는 것인가?

심지어 현대사회에서 그것이 세습되고 있는 것을 당연시 하는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지만 책을 보다 보면서 깨달아 지는 것이 있었다.

공포! 집단적 공포와  트라우마!

전쟁과 폭격의 기억은 아마도 북한 주민들의 뼛속 깊은 곳까지 트라우마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 공포의 기억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세대가 몇번 바뀌는 것 외에는 없을 정도의 지독한 공포!

그것이 현재의 북한을 만든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남한 역시 전쟁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 불합리한 생각들, 비논리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들을 무수히 가지고 있지만 그 강도에 있어서 북한이 훨씬 더 했던데서 체제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진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다.

그전쟁의 트라우마를 다시 살피는 것, 그 시기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들의 용기와 의지를 되새기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어지기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다름 아니다. 


** 이 책 정말 좋은데 읽은 분이 생각보다 적다. 나라도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제발 좀 많이 팔리고 읽어달라고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았는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진짜 이 책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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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02 21: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실 6.25전쟁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부끄럽습니다. 얼마전 방구석 1열에서 고지전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전쟁의 대부분이 고지전이었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어요. 정말 책이라도 많이 읽어 실상을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람돌이 2021-08-03 00:22   좋아요 1 | URL
알아야 할게 얼마나 많은데 한국전쟁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부끄러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심사도 다 다르잖아요. 페넬로페님의 문학작품들 소개로 저의 정신세계가 나날이 풍요로워지고 있는걸요. ^^ 한국사 관련 서적들이 어쨌든 저는 직업으로 걸치고 있는 관계로 대부분이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사실들을 확인하고 새롭게 보는거였는데 이 책은 정말 깜깜 모르고 있던 일이었어요. 그래서 더 저자의 노력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느껴졌다고 할까요? 이런 저자의 노력이 많은 독자들을 통해 보답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습니다. ^^

mini74 2021-08-02 22: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분 책 폭격도 저는 참 좋았어요. 전쟁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냉전과 매카시즘 열풍으로 참석한 분들 대다수가 저평가되고 잊혀진 점이 속상했어요 바람돌이님의 강력한 바람이 느껴집니다 ㅎㅎㅎ 리뷰짱 ! 입니다 *^^*

바람돌이 2021-08-03 00:24   좋아요 2 | URL
폭격은 사놓고 서문만 읽고 분량에 눌려서 미뤄둔 책이에요. 대신에 저자가 직접 나와서 소개했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었는데 굉장히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폭격도 읽을 예정입니다. ^^ 이 책에 나온 조사단 위원들에 대해 한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그 역사적 평가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8-02 23: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 이리 강력 추천하시면 당연히 읽어봐야지용~ 순위 앞으로 쭉쭉 올립니당^^

바람돌이 2021-08-03 00:24   좋아요 0 | URL
앗 1명 뽐뿌에 성공!!! 툐툐님 미리 감사해요. ^^

새파랑 2021-08-02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역사 전공자시군요. 그래서인지 내용정리도 완벽한거 같아요. 사진 까지 보니 충격적이긴 하네요~!!

바람돌이 2021-08-03 00:26   좋아요 1 | URL
사진은 제가 수업용으로 가지고 있는 영상들을 캡처한거에요. 내용정리는 일부러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어볼 분들을 위해서요. 부디 많이 많이 읽어주시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국전쟁을 통해 평화의 의미뿐만 아니라 여성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

희선 2021-08-03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생각하니 한국전쟁 때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 별로 못 해 본 것 같기도 하네요 남쪽보다 북쪽이 더 살기 어려웠군요 땅속에서 살았다니... 공습이 그렇게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니 그때 사람은 그때 일 잊지 못하겠습니다 여자와 아이들은 더 힘들었겠지요 그런 모습을 보고 글을 쓴 사람이 있었군요 그것도 여성이라니... 그런 게 아주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03 01:45   좋아요 1 | URL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근현대사를 보다 보면 정말 그 때 안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전쟁이나 공습의 기억은 그걸 당했던 사람만이 아니라 후대에 그걸 전해듣고 자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의 트라우마를 주는 것 같아요. 아마도 세대가 여러번 교체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건축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관계를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남,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
안과 밖 등 다양한 관계성을 통해 우리 문화와 사회는 발전했습니다.
- P7

강연회에 연사로 초청받을 때마다 나는 청중에게 공통된다음 2가지 질문을 받는다. 하나는 창의적 설계들이 탄생하는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두 번째는 아무 제약이 없다면 만들어 보고 싶은 건축물은 어떤 것인가이다.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약‘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무 제약도 주어지지않았으니 뭘 한다 해도 특별하게 만들 수 없다‘ 이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 무릇 똑같은 장소란 없는 법이다. 모든 땅에는 각기 다른 제약이 존재한다. 대지 조건과 규모의 제약, 법규적인 제약, 예산의 제약, 시간의 제약 등 매 프로젝트는매번 다른 제약들을 내포하고 있다. 건축설계란 늘 새로운 장소에서 생활하게 될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새로운 꿈을 잇는작업이다.
- P13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각기 다른 장점만큼이나 각기 다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나는 개인의 개성은 장점이 아닌단점들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라 본다. 단점이 치명적이고 복잡할수록 그만큼 발휘되는 개성은 남들과 차별화될 잠재성이있는 것이다.  - P14

건축가로서 건축주에게 새로운 계획을 제안할 때마다 항상논점이 되는 것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지 않는 중정이나 넓은 복도와 같은 공용공간의 쓰임에 관해서이다. 왜 쓸모없는 공간을크게 만드는 것이냐고 물으면 이것이 전체적인 건축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백‘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여기서 여백의 의미는아무 목적도 없는 ‘무의 공간‘이라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입과 아이디어에 의해 ‘무한하게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작으로서 비워진 공간‘이다.
- P30

비움으로 인해 건축은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담는 도구의틀을 초월한다. 진정한 완성은 미완을 품음으로써 사용하는 사람들이 채울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여백을 만들고, 또 우리를 그속으로 이끄는 것이다.
- P37

놀이와 학습에 경계를 두지 않고, 이 둘을 서로 연속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입구에는 이런 놀이터 사용법이 적혀 있기도 하다. 작게,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친다.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우리 도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모든 것이 딱딱하기만 하다. 이들의 주체성과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다양한 틈에 대한 시도가 더욱 다양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 P81

건축은 우리의 생활과 주변과의 관계, 나아가 생각하는 방식 전반을 바꾼다. 좋은 건축 속에서 살면 좋은 사람이 되기 마련이고좋은 도시공간에서 살면 보다 공감하며 소통하는 개방적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마련이다.
- P100

장소로서 지속되는 것이다. 좋은 랜드마크는 땅에 심은 것이 아니라 땅에서 자라난 것이어야 한다. 도시의 매력은 랜드마크로형상화되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사건과 행위가 일어나는 집합적인 관계성에 있다.
- P128

건물과 길로 이루어진 도시, 그것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관계를 통해 내 것과 모두의 것 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때 전체적인 도시공간이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 P152

완결된 형태가 아닌 것은 주변을 위한 배려이며, 그 의도된 부족함을 통해 주변을 포용하면서 비로소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풍경이 된다. 이러한 관계성을 토대로 한 공간적 가치는 사실 우리 건축이 가진 고유한 작동원리이자 본질이다.
- P157

수려한 산수가 주된 도시의 랜드마크인 우리 도시의 건축은 자연의 위대한 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잘게 나누고 서로 연결하여 만드는 것이 옳다. 마치 자로 그은 듯한 외국 평지 도시의 질서와는 달리 다양한 틈과 흐름이 좋아야 한다. 작은 건축과 사이골목길들이 만드는 아기자기하고 느슨한 질서의 어울림이 우리도시공간의 정체성이다.
-승효상 - P224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고딕, 모더니즘, 미니멀리즘 등의 유행 순서대로 양식을 나열해 나가면 그럴듯한 건축사의 체계가 정리된다. 하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예술이 표현의 문제인 반면 건축은 우리 삶 속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해답을찾는 일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새로운 삶이 조직된 설계도를
‘본다‘가 아닌 ‘읽는다‘고 한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건축이 표현하는 시각적 디자인이 아닌, 그것이 조직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건축의 표피를 절개하여 스타일이라는 화려한 치장물을 발가벗기면 비로소 관계성이라는 속살이 드러나는 것이다.
- P232

 하지만 모든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투명함이다. 기술이란만들고자 하는 것의 본질을 가장 명쾌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은 마치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
혹은 인간이 호흡하기 위한 공기와 같다. 그래서 기술이란 연마할수록 투명해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 P260

공간의 지속가능성이란 공간을 통한 관계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사회와 그것이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삶의 방식, 또는 공간을 매개로 한 관습화된 관계성에 대한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건축은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는행위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결국 공간으로 말해지고 새로운 건축이 새로운시대를 연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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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앞에 앉은 베르나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울기시작했다. 주체하지 못하는 흐느낌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고 나는 그에게 다가가야 할지, 안아 주어야 할지,
어깨를 두드려 주어야 할지, 아니면 농담을 건네야 할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기는 했다. C. S. 루이스의 책이 젖지 않도록 치웠다. 가끔 나는 나 자신이 정말 밉다.
- P32

"신의 이름으로나 미래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범죄의 이유가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순간 공감과 연민은 사라지고 말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누군가를 죽이는 거야. 정신병자의 묻지마 범죄 같은 거지."
- P36

"나를 놀라게 한 것이라………." 그는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요. 있지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기에 그 참상을 지나면서도 그만큼의 평온과 기쁨 속에서 삶을영위했다는 이 소박한 사실이지요. 더없이 최악인 시절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만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 P65

무언가의 이름으로살인을 저지른 자들은 역사를 더럽힐 자격이 없다고 믿어서책을 쓰게 되었지. 티머시 멕베이는 168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수많은 슬픔, 안타까움, 고통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체 무엇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름으로 그 일을 저지른 것인가, 티머시?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나는 또 다른 비타협, 또 다른 종류의 비타협을 상상하며 그에게묻는다. 대체 왜, 티머시, 그런 파괴를 저질렀는가, 신은 사랑이 아니었던가?
- P147

"그들은 그 참사를 겪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글을썼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들은 참사를 기록했고, 이제 죽을 수 있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것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다시 살아 내는 거라는 사실도 깨달았지. 수년 동안 지옥을 다시 경험하는것은 견디기 어렵지. 그들은 이미 경험했던 비극을 쓰느라 죽었던 거야. 결국 그렇게 극심한 고통과 공포는 1000쪽 혹은2000절의 운문으로 축소되었거든. 그러한 고통을 손바닥 반정도 되는 두께의 종이 묶음에 집어넣다니 조롱에 가깝지."
- P198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다 행복에 겨운 커플은 탐정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는 수도사 니콜라우 에이메리크와 아리베르트 보이트가 그들의 머릿속을맴도는 위대한 사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활기차게 나누며 올라탔고, 한쪽에서 뮈스 박사인지 부덴 박사인지가 켐피스)를읽으며 창밖 터널의 어둠을 응시했고, 열차의 다른 칸에는 베네딕트 수도사복을 입은 성 페레 델 부르갈의 줄리아 형제가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옆에 서서 파르다크의 자키암 무레다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았다. - P263

악이란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이시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아브라함의 엄격한 신, 예수의 설명할 수 없는 신, 잔인하지만 사랑이 넘치기도 하는 알라……. 어떠한 형태든 잘못된 행위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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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에 2권 완독!

첫 페이지를 몇번이나 읽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오타가 있는 거 같아서..... 

주요 등장 인물의 이름에서 14세기 인물과 20세기 인물을 섞어서 써놓은거다.

아! 이건 오타지?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오타가 하면서 표시해놓고 읽었는데 아닌 것이었다.

종교재판의 광기와 나치라는 악을 교차하고 연결해서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였던 것이다.

와우! 

영화로 치면 절묘한 교차편집이라고나 할까?

바로 이 시작 지점부터 작가는 언어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환상적 경험을 보여준다.

대단한 작가 맞다!!!


내일은 3권 완독이다.





수도회는 총통의 명령에 대한 나의 절대적인 신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비로운 안젤름 코폰스 수사의 지도를 받던 수련 기간에 우리는 인간의 고통 앞에서 강인해지는 법을 배웠다. 모든 친위대원들은 총통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을 위해 자신의 인격을 완전히 희생하는 법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 P30

수도회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바로 내부의 위험을 제거하는 거였다. 진정한 신념 앞에서 이단의 존재는 신앙을 부정하는 자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단은 교회의 가르침을받고, 그 내부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전염성이 강한 독성을 품어 신성한 교회의 영적 요소들을 타락시킨다.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1941년 신성한 종교 재판을 더 이상 아이들놀이처럼 다루어서는 안 되며, 모든 유대인을 모조리 없애 버리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공포가 필요하면 공포를 무한대로 발산할 것. 잔혹함이 필요하면 잔혹함을 무한대로 드러낼 것. 역사는 기록에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1

"악 말이야. 왜 너의 신이란 자는 그것을 허용하는 거야? 악을 막지 않는단 말이야. 악을 저지른 자들을 영원한 불길로 처벌하는 게 고작이잖아. 왜 악 자체를 막지 않아? 대답해 봐."
- P67

최초의 모래 알갱이는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손의 가시가 되더니 뱃속에서 불덩이로 변하고, 호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기까지 하다가 좀 더 나쁜 운과 만나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한다.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삶과 이야기는, 사랑하는사라, 이처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해한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되는 거였어.
- P123

 "왜냐하면 슬퍼하는 것을 멈추었다가는… 나와 가까운사람들의 기억에 대해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어. 삼촌이라든가. 그리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많거든."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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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01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에서 이 책 거의 보셨구나 생각했는데, 2, 3권은 빠르게 보신 듯하네요 그만큼 재미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01 18:39   좋아요 1 | URL
네 재밌었어요. 지금은 이걸 리뷰를 어떻게 쓰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

초딩 2021-08-0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살떨리네요
의도한 교차 편집!!!
출판사 연락 해보세요 라고 말하려다
ㄷㄷ ㄷ 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8-02 01:02   좋아요 0 | URL
저 책에서 저런 식의 서술이 자주 나오는데요. 나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종교재판관의 대화가 들어가고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과연 인류의 악이란 항상 반복되는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요.

scott 2021-08-03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바람돌이님 3권!!을 향해 질주~@@@

이작품 흡인력이 있는 것 만큼, 몇번을 앞 뒤를 오고 가며 읽게 만들죠!!

오타 지뢰밭 민음세문집. 이책에도 있는데
이전전 책들에 비하면 극 소수 ㅎㅎㅎ

개인적으로 주석이 아쉽고,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등을 원문 표기 없이 한글로 발음을 적어 넣은거!

그럼에도 카탈루냐어를 바로 번역한 것에 감사 할뿐이네요 ^^

바람돌이 2021-08-03 17:04   좋아요 1 | URL
지금은 3권 다보고 리뷰 쓰기 위해서 운기조식중입니다. ㅎㅎ
뭔가를 쓰기 위해서는 좀 더 제 안에서 책 내용을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고 할까요?(라고 쓰고 이 방대한 소설에 대해 함부로 얘기할 엄두가 안나서라는 편이 더 적당하겠네요. ㅠ.ㅠ)

이 책에는 확실이 오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스콧님 말씀대로 다양한 원어들을 원어 그대로 써주고 한글로 발음도 써주고, 한국어 번역도 해주고 했다면 좋아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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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운좋은 사람이 있지. 암 그렇고 말고

하필이면 알바를 하고 있는 서점에 보르헤스라는 대문호가 찾아오고, 시력을 잃어가던 대문호가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알바자리를 제안하다니.... 이건 뭐 전생에 나라를 3번쯤 구하면 얻을 수 있는 행운이 아닐까?

내가 고등학교 때 서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그 곳에 박경리 선생이 찾아오고, 나는 박경리 선생에게 4년동안이나 책을 읽어주는 행운을 누렸다면 지금쯤 나도 작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ㅎㅎ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와닿는건 역시 캐릭터다.

내 책읽기도 다르지 않아 어린 시절 안데르센 동화, 그림동화속의 공주와 왕자들에 빙의하고자 했던 것들이 시작이었던듯하다.

그래서 지금도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로맨스를 좋아한다.

그 로맨스의 성격이 나이가 듦에 따라 양태를 달리하는 정도일 뿐 어린시절 좋아한 것들은 결국 평생 지고 가는듯하다.

사랑 얘기는 언제나 좋다.

설사 현실에서는 대부분이 고난에 찬 책속의 사랑은 결코 경험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운좋은 작가는 어떤 캐릭터들에 빙의했을까?

작가라 그런지 그 면모들도 심상치 않다.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건 역시 내가 아는 또는 읽은 책의 캐릭터들이다.(원래 이런 종류의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내가 읽지 않은 책 이야기를 하면 공감도가 확 떨어지는 것인데, 어쩌랴 그저 나의 독서의 얄팍함을 탓할 수밖에....)


작가의 말대로 흘륭한 캐릭터는 이야기를 창조한 작가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며 우리 곁에 있는다. 그들은 변화할 뿐 죽지도 않는다. 작품 속에서 죽은 캐릭터라면 두고 두고 환생하면서 영원히 죽음을 반복할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라! 얼마나 많이 다시 살아나고 다시 죽는지......

작가는 이렇게 살아남은 유명한 캐릭터만 얘기하지는 않는다. 뜻밖에도 시작은 보봐리 부인인데, 보봐리 부인 에마가 아니라 존재감조차 희미한 그의 남편얘기에서 책을 시작한다. 존재감 희미한 그가 실제로는 소설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운명의 힘을 보여주는 존재로서 말이다. 

의외의 인물은 또 있다.

바로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

모든 일의 시작지점에 있지만 아무도 그녀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이 없다. 

정작 왕이 죽고 왕의 동생과 결혼하고, 그로 인해 방황하는 아들을 봐야 하는 핵심당사자인데 말이다.

작가는 바로 이 거트루드 왕비의 입을 대신해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생각을 추적하는데 아들이 게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빵 터진다. 이렇게 사건의 핵심을 정확하게 볼 줄알고 남성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을 꿰뚫는 그녀지만 사실 햄릿의 크론보르 성의 진짜이자 유일한 유령은 그녀이다. 

아무도 그녀의 생각을 궁금해하지 않고 묻지 않음으로 해서 말이다. 

하이디의 할아버지에게서 스위스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심상을 짚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가끔 모두가 좋아하는 주인공을 두고 왜 나는 그 옆의 친구가 더 좋은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림동화속 빨간 모자에 대한 해석은 유쾌하다. 불복종자로서 자유롭게 숲을 뛰어다니고, 그로써 다른 캐릭터들을 모두 살아 움직이게 하는 빨간 모자는 바로 개인의 자유를 상징하는 표상이다. 

나는 이런 해석이 사실 너무 좋다. 

그림동화속 수많은 캐릭터들이 있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되살아나는 캐릭터가 바로 빨간모자인데 왜 그런지 작가의 해석을 보다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다. 

아! 빨간모자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억압과 통제에 저항하는 그리하여 승리하는 캐릭터였구나 하면서 나의 무지의 한조각을 깨게 되는 즐거움,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일어나는 대목이다.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 불합리에 대해 당당하게 헛소리라고 외치는 엘리스를 보는 즐거움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면에서는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냥 좋다고만 말하는게 아니라 왜 그것이 그토록 오래 사람들의 마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그 캐릭터들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나 꿈틀거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

이 운좋은 작가의 운을 좀 나눠가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독서여행에 동참하게 되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책의 3분의 1쯤은 모르는 캐릭터들이어서 그 유쾌한 상상이 중간 중간 끊어지게 된다는 것인데 이야말로 내 책임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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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30 06: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 모르는 캐릭터가 3분의 1이면 저는 2분의 1은 모르겠네요. 뭐든지 계기가 중요한거 같아요^^

붕붕툐툐 2021-07-30 22:59   좋아요 2 | URL
와~ 저는 2/3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파랑님 댓글보고 소오름~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7-31 00:34   좋아요 3 | URL
아니요 아니요 생각보다 유명한 캐릭터가 많아요. 누구나 다 아는 캐릭터 말이죠. 하이디 할아버지도 다 알잖아요? 슈퍼맨도 다 알고 말이죠. ^^

새파랑 2021-07-31 08:48   좋아요 2 | URL
툐툐님하고 저랑 사고방식이 비슷한거 같아요^^

mini74 2021-07-30 12: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진짜 새롭게 읽는 즐거움 *^^* 주변인물도 주인공만큼 매력적임을 그리고 주인공의 다른 면도 보여주고 ㅎㅎ 저도 이 책 좋았어요. 박경리선생님 ㅎㅎㅎ

바람돌이 2021-07-31 00:35   좋아요 4 | URL
박경리 선생과 그 분의 토지에 대한 저의 존경을 살짝 넣었어요. ㅎㅎ
같은 책을 봐도 감정이입이 되는 인물은 사실 다 다르잖아요. 그 점을 확실하게 나타내주는 점도 좋았고, 유명한 주인공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주는 것도 좋았어요. 책을 읽는 기쁨을 다시 발견하는거죠. ^^

붕붕툐툐 2021-07-30 2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상상만으로도 넘 좋다. 박경리 선생님에게 4년 동안 책을 읽어드리면, 전 골초가 되어있을 거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
이 책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바람돌이 2021-07-31 00:36   좋아요 4 | URL
골초가 되든 뭐든 박경리선생님인데 뭔들요. ㅎㅎ 다 감수할 수 있습니다. ^^

scott 2021-07-31 01:23   좋아요 3 | URL
전, 그렇다면 토지 문학관에 밭이라도 갈 수 있음요 ᖰ(*‘ᵕ‘*)ᖳ

바람돌이 2021-07-31 02:15   좋아요 3 | URL
저도 그토록 싫어하는 밭도 갈수 있는데 이젠 박경리선생님이 안계셔서.... ㅠ.ㅠ

희선 2021-08-01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 같은 이야기를 보다보면 거의 중심인물을 따라가기도 하는군요 가끔 둘레 사람을 보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이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네요 이야기에 나온 사람은 거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고 뭔가 있기는 하겠지요 왜 나왔지 하는 사람이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건 작가 마음을 몰라서일지도... 역사에 남은 사람도 다시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이야기에 나온 사람도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01 18:38   좋아요 2 | URL
훌륭한 작가일수록 필요없는 인물없이 모두에게 적절한 자리를 배치하는 거겠지요. 우리 독자는 또 자기 맘에 맞는 인물에 각각 감정이입하게 되고.... ㅎㅎ 어쨌든 작가님들은 다 위대합니다. ^^

scott 2021-08-06 15: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끝내주는 괴물이 선물 주쉼

이달의 당선작 추카~*

바람돌이 2021-08-06 16:15   좋아요 3 | URL
와우 언제나 제일 먼저 축하해주시는 스콧님 감사합니다. ^^

mini74 2021-08-06 1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1-08-06 16:16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2등 mini74 님! ^^

그레이스 2021-08-06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 책 주문하려구요^^

바람돌이 2021-08-06 17: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책읽기 시간이 되실거예요. ^^

새파랑 2021-08-06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저는 언제쯤 이 책을 읽을지~!!

바람돌이 2021-08-06 17:3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책이야 쌓이고 쌓인게 책인데요 뭐.... 천천히 읽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게 또 책의 매력이잖아요. ㅎㅎ 무서운 속도의 새파랑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까 또 제가 너무 게으른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뒤통수를 확 치고 지나갑니다. ^^

초딩 2021-08-06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8:2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8-06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8:2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1-08-07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새로운 책과 새로운 작가를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1-08-08 00:03   좋아요 1 | URL
제가 늘 북홀릭님 서재에서 새로운 작가와 책을 알게 되어서 고마운걸요. 감사합니다. ^^

희선 2021-08-08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팔월 한주가 다 갔네요 지난 한주 빨리 간 듯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어제 입추여서 조금 시원해지려나 했는데 여전히 덥네요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08 00: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12시 지났으니 말복이네요. 말복 지나면 이 더위가 좀 나아지려나요? 올해는 비도 정말 너무 안와서 비라도 한번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싶습니다. 태풍은 말구요. ㅎㅎ
희선님도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