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클래식 클라우드 9
조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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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라니...

이 분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만 보던 분이 아닌가?

철학공부를 한다면 딱 데카르트, 근대 철학부터 시작하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저기 어디 그리스 신전 어디에 모셔두어야 하는 분 아니었나?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도 이런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전의 인물을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하기나 한것일까?

돌더미속에 묻혀있을 흔적같지도 않을 그 흔적들을 찾는 여행이라니....


그럼에도 이 책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400년 전의 인물이 살았을 공간들을 찾아가면서 여전히 변함없는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찾아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느꼈을 마음과 생각들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능력이 경이롭다.


그리스에서도 변방 북부 칼키디케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 스타게이라에서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였던 아버지덕에 마케도니아 왕실과 인연을 맺고, 이 인연이 마케도니아가 급부상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그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바로는 당대의 영웅이었던 알렉산더의 스승이었다는 그의 입장은 어쩌면 공부하는 학자로서 조용히 삶을 살아갔을 이에게 정치적 격랑에 시달리게 하는 족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치는 아테네에서도 마케도니아에서도 늘 현실과 어느정도 거리를 둔 '관찰자' 내지는 '국외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할 때 더 잘 보이는 것이 분명히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자로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테네에서 플라톤이 세웠던 아카데미아에서 수학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나 스승의 성취를 따라가지 않는다.

영원불변한 본질, 이데아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던 스승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눈에 보이는 자연, 감각의 세계, 실재에 본질이 존재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중요성을 부과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아테네의 반마케도니아 분위기를 피해 떠났던 레스보스섬에서 그 지역의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생물학의 시원을 열기도 한다.

그의 생물학은 단순히 동물을 식용이나 약용이라는 인간의 이용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우주의 근본 원리가 존재함을, 그러므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이론적 탐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듯이 동물을 관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아테네로 돌아온 아리스토텔레스는 새로운 학교인 뤼케이온을 연다.

이곳에서 그의 본격적인 철학, 정치학과 윤리학이 펼쳐진다.

그의 4원소설이나 좋은 정치의 요건에서 중용을 얘기하는 것 등은 분명 오늘날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그러하다는 면에서이지, 현 시점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는 것, 또는 오래 된 시기의 사상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상기시키는 인간 삶의 원칙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양한 사상이 펼쳐지지만,

책을 읽는 내게 각인 된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하는 아래의 경구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일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2,400년전의 철학자가 오늘날의 나에게 알려주는 지혜다.

저자가 흔적도 제대로 남지 않은 땅들을 여행하면서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무언가 단 하나라도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그래 그 여행은 할 만한 것이었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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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5 08: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나를 만든다는 말 좋네요. 철학책은 어려워서 직접 읽지는 않지만 이렇게 리뷰로 조금씩 지식을 알아갑니다 😊

바람돌이 2021-07-27 00:58   좋아요 1 | URL
저도 철학은 어려워요. ㅎㅎ 늘 해설서나 뒤적이지.... 원전들은 엄두가 안나요. ^^
그리고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여행기를 겸하면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쉬워요. ^^;;

초딩 2021-07-25 09: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니코마코스가 아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끌리고 또 현실적인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7-27 00: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버지 사후에 아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원고를 정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다더군요. 그것도 이 책에 나와요. 아 저는 너무 질문만 해대서 얄밉긴 하겠지만 그래도 소크라테스가 가장 끌립니다. 이유는 음.... 그나마 알아듣기가 제일 나아서요. ㅎㅎ

붕붕툐툐 2021-07-25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단 하나라도 얻었다면 그 경험은 가치있는 것이겠죠~ 저도 누구라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1-07-27 01: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하나의 가르침도 찾기 힘든게 삶인걸요. ^^ 그래서 저는 영화나 책도 하나만 좋으면 좋다고 합니다. 영화는 배우가 끝내주게 예쁘거나 메시지가 좋거나 음악이 좋거나 등등..... ㅎㅎ

mini74 2021-07-25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ㅠㅠ 막 찔리는데요 ㅠㅠ 나무늘보처럼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듭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7-27 01:02   좋아요 2 | URL
나무늘보는 요즘의 접니다. ㅠ.ㅠ
하루종일 집에서 책 좀 보다가 올림픽 보다가 게임하다가.... 아 이제 게임은 그만해야 하는데.... ㅠ.ㅠ

희선 2021-07-27 0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고 행동해서 그런 사람이 되는군요 그게 가장 좋은 거면서 어려운 거기도 하네요 생각하고 그걸 실천하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을 텐데... 큰 건 못해도 작은 거라도 하면서 살면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7-27 23:23   좋아요 2 | URL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말했다는군요. 근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것 같아요. 정의롭고 용감하면서 절제할 줄 아는 인간! 완벽한 인간이겠네요. ^^
 

이런 이야기 속 괴물들의 주요한 매력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들의 다중적이고 다변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마다 고유의 내력을 가진 허구의 인물들은 자기들이 등장하는 책이아무리 길든 짧든 간에 그 안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햄릿은 헬싱외르 성의 기둥과 아치 들 아래에서 이미 청년인 상태로 태어나, 성 안연회장에 나뒹구는 시체들 사이에서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지만,
수 세대에 걸친 독자들은 책에 쓰여 있지 않은 어둠 속에서 햄릿의유년 시절을 프로이트 이론으로 조명한다든지 그의 사후 정치적 이력을 밝혀내기도 한다 예컨대 제3제국 시대 독일에서 햄릿은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른 인물이 되었다. 엄지손가락 톰은 몸집이 커졌고, 헬레네는 쪼글쪼글한 노파가 되었으며, 발자크의 라스티냐크는국제통화기금에서 일하고, 오디세우스는 람페두사 해안에서 난파당하고, 킴은 영국 외무성에 채용되며, 피노키오는 텍사스의 아동 강제수용소에서 쇠약해져가고 클레브 공작부인은 빈민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처지가 되었다. - P16

빨간 모자의 신조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마찬가지로 시민불복종이다. 독재자 같은 어머니의 명령은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따르기는 하되,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달콤한 시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A부터 Z까지 한 번에 가는 지름길이라든지 정도正道를 걷는것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라면빨간 모자를 지지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탈선하는 게 좋아.
그편이 더 재미있고 하여튼 여러모로 낫잖아"라면서, 빨간 모자가 탈선하는 덕분에 숲이 살아 움직이고, 늑대와 나무꾼이 나타나고, 할머니의 낭만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 P40

그리고 논쟁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앨리스는 최소한 그 상황이 부당하고 부조리하다는 것을 부득부득 지적하고야 만다. 하트 여왕이법정에서는 "저형이 먼저고 평결은 나중"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자앨리스는 즉시 "말도 안 돼, 헛소리야!" 라고 대꾸한다. 우리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부조리에 걸맞은 유일한 대답이라 하겠다.
- P59

그리고 여자 옷을 주워 입고 왕궁 식당에서좀 아방가르드한 연극을 하는 배우 무리와 어울리는 것도 좋아한다. 아마 게이인 모양이다. 그러면 그놈의 짜증스러운 "사느냐 죽느냐" 하는 고민도 설명이 된다. 이쯤에서 걔가 마음을 확실히 정했으면 좋겠다. 도대체가, 헬싱외르 궁정에서 게이가 자기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 P69

 햄릿의 꿈속 삶은 거트루드가 죽을 때까지 억지로 살아야 하는 현실의 삶과뒤섞인다. 그것은 그녀가 헬싱외르의 지긋지긋한 낮과 밤을 견디기 위해 발휘했던 인내심도, 그녀의 성별과 계급 때문에 주어진 부당한 처사들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했던 작전들도, 살아오면서 여러 고통스러운 일을 극복하고 거두었던 작은 승리들도, 시시각각재정의되는 희망이 그녀에게 안겨주어야 할 위안도 모두 부정해버린다. - P72

아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릴리트는 뱀과 계속 어울렸다. "신이 왜 네가 아담에게 복종하길 바라는지 알아?" 뱀이 물었다. "그리고 어째서 아담에게 생명수의 열매를 못 먹게 하는지 알아? 같은길드의 공예가들은 서로를 미워하는 법이지(이 구절은 훗날 탈무드에 적혔다). 신은 창조와 파괴의 힘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 P97

그러나 스티븐슨식 여행관에는 어두운 측면이 존재한다. 예수가 유대인에게 벌을 주기로 마음먹었을 때 염두에 둔 것도 바로 그점이었을지 모른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유대인이 받은 저주는 여행이 아니라 도주가 된다. 그는 집단 학살이나, 굶주림이나, 실직난을 피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한다. 강제 수용소, 굴라크, 용병, 다국적 석유 회사, 삼림 남벌 업자, 가뭄과 홍수, 군사적 또는 종교적 독재 정권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그래서 광막한 사막과 거대한 산맥을 건너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어깨에 진 채 바다에 뛰어들고,
경찰의 채찍질과 군중의 조롱을 당해야 한다. 저 바깥 어딘가에 있을 자비로운 사람들이 자신을 환영해주고, 인간다운 삶을 허락해주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떠맡았던 죄를 마침내 면제해줄 것이라고 애써 상상하면서.... - P104

그러나 공주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저주도, 축복도 거부하고, 잠든 궁정 대신들도, 부모님이 저지른 결례도 거부하고, 끝없이 찾아오는 왕자마저도 거부하는 것. 그리고 입센의 노라나 카르멘 라포레의 안드레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현대판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처럼, 마법의 성문을 열어젖히고 크게 뜬 두 눈으로세상을 맞닥뜨리는 것 말이다.
- P110

오늘날 우리는 괴물을 믿지만 괴물에 대한 책임감은 외면하고싶어 한다. 이제 키마이라 같은 괴물의 존재는 우리에게 진실이나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회피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지극히 위대한 행동도 할 수 있고 극도로 혐오스러운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는 진실 말이다.
- P146

늘 모자란 존재로 남는 것이 그의 운명인 셈이다. 그의 역할은 밭이나 공장이나 사무실이나 저임금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주인을 위해 봉사하도록, 겸손하고 비굴해지도록 훈련받는 것이다. 루소가에밀이 밤마다 읽을 책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바로 이러한 불공정의 기술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 P156

세르반테스가 누구였든, 스페인과 정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었는 궁극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날 돈키호테』의 독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배제된 문화는 결코 쉽사리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 역사 속에서 부재는 현존만큼이나 견고하다는 것,
그리고 때로 문학이란 세상 그 어떤 지혜로운 문학가보다도 더 지혜롭다는 사실을 시데 아메테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 P186

이 소설의 제목에 이름을 내준 건물이 그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으로 규정되듯, 그는 괴물처럼 흉측한 외모로규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험한 관점으로서,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등이 구부정하고 이가 들쑥날쑥하고 눈이 비뚤어진 카지모도가 실상 훌륭한 사람이라면, 정교하게세공된 석재와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진 노트르담 이면의 실상은 과연 무엇일까?
- P202

(독서가들이라면 알다시피) 책이란 한 권이든 1만 2천 권이든 간에 읽는 사람이 선택한 길만을 비춰줄 수 있다. 책은 독서가에게 어떤 의무적인 목표를 정해줄 수도, 심지어 특정한 방향을 강요할 수도 없다.  - P237

프랑켄슈타인이 수많은 사람을 짜깁기해만든 괴물은 적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 자신의 거울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엄두도 못 내는 무언가를 비춰 보이는 거울 말이다. 우리가 그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 P246

그렇다 하더라도, 손녀 하이디를 마지못해 떠맡았던 산 사나이에게서 그가 사는 산간 국가를 연상하는 것이 과연 단순한 착오라고할 수 있을까? 교묘하게 자기 일을 계속하지만, 남모르는 깊은 곳에 폭발적인 정념과 침입자는 쏘겠음" 이라는 경고를 품고 있다는면에서 말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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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가?

인생살이의 많은 것들이 대부분의 많은 남성들은 그저 주어지는 것일 때, 

여성이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우고  쟁취해야 하는 것이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페미니즘이 출발할지도 모른다.

만약에 우리가 다같이 가난하고, 다같이 자기만의 방이 없으나 다 같이 열심히 일한다면 세상을 향해 여자들이 이렇게 싸우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언제나 불평등이다.


하필이면 이 책이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인할지도 모른다.

그 힘든 공간을 만들어내고 어쨌든 글을 썼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말이다.

이 책을 손에 든 것은 왠지 짜릿할 듯한 이 제목 때문이다.

어쩌면 내 안에 내재해 있는 훔쳐보기에 대한 은밀한 욕망의 발현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순화해서 말하자면 궁금증, 호기심이겠지만 어차피 호기심이나 훔쳐보기나 오십보 백보다.


솔직히 책은 실망스러웠다.

제인 오스틴의 유러스러한 말로 시작할 때는 기대감을 잔뜩 갖게 했는데 말이지.

"홀 부인이 어제 아이를 유산했어. 출산 예정일을 몇 주밖에 안 남기고 말이야. 무슨 충격 때문이라는데 내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자기 남편 얼굴을 쳐다보고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 ㅡ (32쪽)


시작부터 빵 터졌는데 문제는 이게 끝!!!!!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얼굴과 그들의 공간, 그리고 그들이 한 말 중에서 인상적인 문장들을 뽑아놓은 장들이 이 책의 재미의 다였다. 

사진만 봐도 별 문제 없을 듯한 책이다.


대부분 평범한 서재였지만 가끔은 특이한 곳들이 눈에 띈다.



거투르드 스타인은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온 벽을 그림으로 장식해놓았고, 설사 피카소의 그림이라 할지라도 맘에 안 들면 글쓰기에 방해된다고 불평하며 입맛까지 달아난다고 했다니...

부러운 이다.

그림으로 가득찬 벽과 커다란 책상, 나의 로망을 다 실현한 이 분은 그런데 왜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글을 썼을까?





클로딘 시리즈의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는 말년에 고관절염으로 인해 침대에서 생활해야 했다고 한다.

침대에서 화장을 하고 손톱을 다듬고 사람들을 맞이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현대라면 완벽한 외출 또는 출근 복장인 그녀의 모습을 보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언가 외적인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먹고 치우고 나서 아이 학원을 보내고 잠옷차림(이라고 쓰고 추리닝)으로 식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나는 이렇게 잡글만 쓰고 있다.

어쩌면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집에서도 출근하는 것처럼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고 하는 의식같은 경건함이 필요한 걸까?




이 책속 작가들 중에는 이렇게 아예 야외에서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그 충격적인 죽음으로 인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실비아 플라스.

그녀는 어디서나 글을 썼단다.

집의 구석진 계단에서도 이렇게 야외에서도 타자기를 들고 다녔다는데....

이렇게 치열하게 썼는데도 글쓰기가 그녀 자신을 구원해주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도리스 레싱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에 인터뷰를 하고 있는 노작가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주변의 흔한 동네 할머니처럼 집앞 계단에 걸터앉아 인터뷰를 하는 모습!

아 진짜 이 사진 너무 좋다.

어쩌면 이분은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 취재진을 들이거나, 개인 공간을 공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을 듯하다.

그녀가 허락한 공간은 딱 집앞까지...

너희들 "Stop!!!"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이분의 이야기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속에는 사진만 있다. 

어쩌면 작가도 도리스 레싱의 공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가 싶은데 그럼에도 이 사진을 앞쪽 화보에 넣은건 나처럼 이 사진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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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24 15: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리스 레싱 인터뷰 사진은 진짜 최고네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7-25 02:06   좋아요 1 | URL
멋지죠? 이런 멋진 작가들의 글을 볼 수 있다는데 늘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1-07-24 16: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ㅋ 도리스 레싱 사진 보고 왠지 친근함이 느껴졌어요 ㅋ 책은 전혀 안그렇던데~!!

바람돌이 2021-07-25 02:09   좋아요 2 | URL
책은 오싹하죠. 공포물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런던거리를 거닐다가 어쩌면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 포즈예요. ^^
아니면 우리 시솔길을 걷다가도 만날 수 있는 할머니같죠? ^^

페넬로페 2021-07-24 16: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실비아 플라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어요. 근데 넘 멋지네요^^
그리고 노벨 문학상 작가인 도리스 레싱도요. 그 어디가 되었던 읽고 쓰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네요.
그래도 좋은 서재는 늘 저의 로망입니다^^

바람돌이 2021-07-25 02:12   좋아요 2 | URL
시인이자 단편소설 작가예요. 알라딘 서재분들이 이 분의 자전적 소설인 ‘벨 자‘를 많이 보시더라구요. 저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부엌에서 가스오븐에 머리를 집어넣어 자살한 것으로 유명해요.
도리스 레싱은 80대이 나이에도 글을 쓰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고 했다죠?
넓고, 푸른 정원이 보이고, 햇빛이 잘드는 그런 서재는 저도 로망입니다. 현실은 지금도 식탁에서 이러고 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1-07-24 16: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이 너무 멋있어요~♡

바람돌이 2021-07-25 02:12   좋아요 1 | URL
실제 책 자체가 글보다는 사진이 다했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작가들의 초상 사진도 굉장히 인상적인 사진이 많았어요.

mini74 2021-07-24 17: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리스 레싱. 저도 좋아하는 작간데 포즈가 딱 울 엄마 같아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1-07-25 02:13   좋아요 2 | URL
ㅎㅎ 우리 어머님들 포즈 맞죠?
시골길 가다보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포즈!!

붕붕툐툐 2021-07-24 17: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제 작업실이 없어서라 생각했는데, 실비아 플라스를 보니 그냥 글을 못 쓰는 거였네요. 도리스 레싱 멋져요~

바람돌이 2021-07-25 02:13   좋아요 2 | URL
저는 멋지진 않지만 서재가 있어도 글을 못씁니다. ^^

붕붕툐툐 2021-07-25 16:44   좋아요 1 | URL
와우! 서재 있는 여자시군요~ 멋지십니당~👍👍
그리고 저는 진심 바람돌이님이 글을 잘 쓰신다 생각하는데, 그게 다 서재 덕이라 안도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7-27 01:04   좋아요 0 | URL
서재는 있으나 저는 식탁을 더 좋아합니다. 여름엔 에어컨이 있고, 겨울엔 온돌이 더 따뜻하게 올라와요. ㅎㅎ
서재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습니다. ㅎㅎ 그래서 남편 줘버렸습니다. 시험문제 낼때만 집중하려고 서재 이용해요. ㅎㅎ

scott 2021-07-24 18: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제 포스팅에 도리스 레싱 작가님 서재와 집필실 사진 올렸습니다
마침 도리스 레싱 작품 황금 노트북 재독 하며 자료들 찾으면서 평전 읽고 있었거든요

새벽에 바람돌이님 포스팅에 댓글 달았는데
사라 졌어 엉 ( ´•̥̥̥ω•̥̥̥` )

바람돌이 2021-07-25 02:15   좋아요 3 | URL
아 스콧님 포스팅 보고 왔어요. 완전 감사 감사!! 스콧님 글 읽으니 도리스 레싱이 더 좋아졌어요.
우와 근데 정말 언제 이렇게 긴 포스팅 쓰고 책읽고 하시는지 궁금요.
혹시 잠은 주무시나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학교의 경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크세노크라테스는 25년 동안 아카데미아의 수장으로서 플라톤 철학의 기본 방향을 거스르지 않으며 충직한 유산 관리인 노릇을 했다.
하지만 이는 곧 비판 정신이 생명인 철학적 창조력의 고갈을 뜻했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뤼케이온에서 철학 연구의 새로운길을 열었다. 그의 관심은 이성의 눈으로 파악하는 수학 법칙의 세계가 아니라 감각을 통해 확인하는 운동과 변화의 세계였다.
. - P185

사람은 ‘필요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삶을 얻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연구한 이론학은 이런 인간 본성의 표현이다. 특히 그의 이론학에서는 자연physis 에 대한연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자연 세계 전체 · 생명 ·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고, 천문학 · 기상학 · 물리학 ·화학·생물학· 심리학 등을 학문으로 정립했으며, 이 모든 학문을 위한 수단으로서 논리학의 기초를 놓았다. 그의 연구에서 진지한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아카데미아에서 중시한 기하학이나 수학뿐이다. 그에게 자연에 대한 얇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리 인식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학문이었다.
- P191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 중에도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많다. 특히 윤리학 · 가정학 · 정치학 분야 저술이 그런데, 그는 이를 한데 묶어 "인간적인 것에 대한 철학"(니코마코스 윤리학』 X 9)이라고 불렀다. 이 철학의 질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잘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인간을 잘 살게 하는 정치는 어떤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이런 실천철학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것이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과제였다.
- P224

인간은 지성의 능력 덕분에 자연의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섰지만, 바로 그 능력 때문에 추락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산다는 말이다. 그렇게 보면 정치와 윤리는 인간의 삶에서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아쉬울 것 없는 사치품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최악의 상태로 추락하지 않고 지성적 존재로서 잘 사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정치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각각 개인과 국가 공동체의 수준에서 어떻게인간이 잘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 P235

가치의 기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주관적 즐거움을 행복의수단으로 내세우는 행복론은 사회적 불행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위험한 이론이 될 수 있다.
- P238

이 즐거움은 자기기만이나 자기 파괴에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인간의 실천 능력을 올바르게 실현하는 데서 오는 자기실현의 즐거움이다. 결국 습성의 탁월성이란 우리가 ‘인간으로서 타고난 능력을잘 실현해서 잘 살게 하는 내면의 에토스고, 이 에토스는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얻어진 행동의 습관적 성향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찾은 것은 욕망이 내 주인이 되는 것이아니라 내가 욕망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 P248

나는 돌산을 지나면서 ‘레스보스의 납 자‘가 공정함의 은유일 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과 실천적 지혜의 모든 것을담은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실천적 지혜는 레스보스의 납 자처럼유연하다. 그것은 탁월성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개별적 상황에서 적용하는 지혜다. 곧은 잣대를 놓지 않으면서 울퉁불퉁한 현실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실천적 지혜가 있는 자‘의 삶이다.
- P252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정치학과 윤리학은 하나의 연장선위에 있다. 윤리학이 개인적 수준의 행복을 다룬다면, 정치학은 국가 수준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사람도 국가라는 정치 공동체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한 개인의 행목은 이 공동체를 띠나시 실현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이런 근본 전세히에 국기의 기원이니 구조, 다양한 정체와 동치술, 시민 교육 같은 문제를 다룬다. 물론 그 가운데 핵심은 정체에 관한 논의다.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국가의 질료 라면,
그것들을 결합시켜 통일체를 만드는 정체는 국가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건축자재들이 일정한 형상에 따라 조직되어 집이 만들어지듯,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도 정체에 따라 국가를 이룬다. 그럼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 내는 정체는 어떤 것일까?
- P259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체론에도 플라톤의 영향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의 정치학 연구는 과거에 존재했고 당대에 존재하는 수많은정체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스승의 연구 방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철학의 논리가아니라 경험적 관찰과 이에 바탕을 둔 이론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연구는 그가 생명체를 연구할 때와 똑같은 태도와 방법을 취한다. 그는 생물학에서 개별 종을 관찰해서 그것들의 신체적,
기능적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동물을 다양한 단위로 분류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개별 정체를 관찰하고 그것의 특징을 분석했으며 유형을 분류했다. 플라톤이 처음 착안한 여섯 가지 정체분류는 이렇게 해서 더 확고한 기반을 얻는다.
- P260

목표를 올바로 세우라! 하지만 현실적 조건을 무시하지 말고 그 안에서 목표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숙고하고 이를 실천하라!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는숙고와 선택을 통해 주어진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는 이것이 도시국가의 황혼기를 산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담아낸 미네르바의 지혜고, "인간적인 것에 관한 철학"의 핵심이며,
그로부터 2400년 뒤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사람다운 삶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 P277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눈을 연다는뜻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배운다는 의미다. 수많은 이론들에 현혹되는 우리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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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에서 아리스토텔레스 학문 전체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현상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인간적인 것에 관한 철학", 즉 인간의 의식활동에 대한 기술, 습성과 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수많은 정치체제에 대한 기록은 그 가운데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그의 현상학적 논의는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는 그의 안내를 따라우리 안에서 또는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험이나 측정 기구 없이도 관찰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읽기의 가장 큰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P17

‘관찰자‘와 ‘국외자‘를 가리키는 그리스어는 ‘테오로스theros‘ 다.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면 국외자의 시선이 필요하고, 국외자가 할수 있는 일이 관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명적으로 ‘테오로스‘
의 삶을 살았다. 이런 점에서 그는 아테네에서 태어나 그곳 사람들의 운명을 걱정하며 철학을 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 P22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들과 달리 현실에 참여하지 않았으며참여할 수도 없었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인간의 현실과 그를 둘러싼 자연의 현실을 더욱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생애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각각 비오스 테오레티코 스 bios thedretrikos그리고 비타 콘템플라티바vita contemplativa, 즉 ‘관찰자 삶의 전형을보여준다.
- P23

다채로운 자연이나 사포의 애절한 서정시 말고도 레스보스섬을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다. 레스보스는 서양 생물학의 탄생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섬에 머물면서 물고기와 철새 들을 연구한 것이서양 생물학 연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레스보스는 식물학과 광물학의 고향이기도 하다. 레스보스에 함께 머문 것을 시작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탐구에 동행한 테오프라스토스가 식물과 광물을 연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자들은 레스보스의 에레소스가 고향인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레스보스섬 체류를 권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에레소스의 해변에 사포를 기리는 조형물과 함께테오프라스토스의 두상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94

아테네의 아카데미아를 떠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레스보스는 새로운 아카데미, 노천 아카데미아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철학적변증술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었다.  - P117

카페에서 한 시간 넘게 나눈 대화는 난민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내가 난민 때문에 고민이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묻자 그가 간단히 대답했다. "우리도 난민이었다." 여행 전 본 기사에서 시리아난민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던 할머니가 했다는 말과 똑같았다. 기사에 따르면 어머니가 "1922년 그리스-터키 전쟁을 피해 레스보스섬에 온 난민" 이었다는 할머니는 "난민 자녀로서 그들을 친절하게대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 P131

윤리적으로승인된 행동은 반복을 통해 내면의 습성으로 굳어진다.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일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II 1) 이것이 에토스다. 에토스는 흡혈박쥐의 나눔처럼 고정된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획득된 행동 성향이다. 공동체는 에토스를 공유하며 윤리를 형성한다. "난민 자녀로서그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라는 레스보스섬 할머니의 말은 이런 에토스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 P133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사람도, 마케도니아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아테네에서 시민권이 없는 거류민이었다. 이런 조건이 정치에대한 거리두기를 내면식 성형으로 굳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강력한 정치적 발언은 대중의 마음과 권력을 얻으려는 의지가 있을때 강해진다. 이소크라테스나 데모스테네스는 그런 권력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의지를 품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에게서 앞을 향한 의지는 권력을 향한 의지를 대신했고, 그는 이 의지를 최대한 발휘할 조건을 찾았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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