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실히 읽고 쓰는사람은 이중 잣대를 버리면서 남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반성하는 인간, 공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약간 무겁고, 얼마간 쌀쌀맞은, 진지한 인간이 될 것이다. 그사이에 충실히 말하고 듣는사람은 셀린과 제시처럼 다정하고, 비언어적으로 매력적인인간이 된다.
- P49

지금 나는 이것이 ‘말하고 듣기‘와 ‘읽고 쓰기에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러하다.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중요하다.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
- P54

정직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정직해지는 것이 두렵다. 정직하게 썼다가 정치적으로 바르지 않다거나 미학적으로 서둘다는 비판을 받으며 고립되고, 이런저런 변명을 속으로 늘어놓다가 내면이 일그러지게 될까 봐 무섭다.  - P69

중요한 것은 어느 공동체가 개인을 배제하느냐가 아니다.
그 배제에 원칙이 있는지, 그 원칙이 우리가 믿는 보편 윤리와 인권 의식에 부합하는지다. 그런 원칙이 없거나 윤리적이지 않은 사회에서는 다수가 횡포를 부리게 되며, 거기서 몇걸음 더 나아가면 강제수용소가 등장한다.
- P84

처음에는 책 이야기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는것에 당황했다. 우리가 너무 수다스럽고 사생활 털어놓기를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궁금했다. 그러다 머지않아 이게 여러 독서 모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97

책은 우리가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 P98

가만히 놔두면 우리는 자꾸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든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삶의 가치에 대한 대화도, 우주의 신비에 대한 토론도 "그런데 그거 알아?"라든가
"맞아, 그때 걔도 그런 말을 했었는데……" 같은 몇 마디 말로방향이 휙휙 바뀐다. 종종 우리는 사회에 대해, 세계에 대해이야기한다고 믿으면서 실제로는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한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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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언제 어디서 읽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게 물을 언제 어디서 마시느냐"는 질문처럼 들린다. 그냥 아무 데서나 수시로 읽는다. 팟캐스트 출연을 기다리며 스튜디오에서 읽기도 하고, 마산으로 내려가는 무궁화호 열차에서 읽기도 하고,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을 맞는 틈틈이 읽기도 한다. 물을 안 마시면 목이 마르고 책을 안 읽으면마음이 허하다. 그리고 책 정도면 포터블한 물건 아닌가?
- P21

인류와 인간을 동시에 사랑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 사랑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류를 사랑하고 인간을 미워하는 것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류를 미워하는 편이 더 낫다. 아주 더. 굉장히 더. 쓰는 장강명과 말하는 장강명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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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07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어디서 읽느냐?
주로 집에서 읽어요. 그리고 여행 갈 때나 시댁-대구에 갈 때 그러니까 잠을 자고 와야 할 때 꼭 가방에 넣어 갖고 갑니다.
잠이 안 오는 밤에 읽으려고요. 마음만으로도 든든해져요.

바람돌이 2021-07-07 14:30   좋아요 1 | URL
저도 주로 집에서 읽어요. 어디 갈땐 언제 어디를 가든 가방에 책 한권 정도는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ㅎㅎ 잠이 안오는 밤은 잘 없고요. 늘 오는 잠을 쫓으며 왜 인간은 잠을 자야하나? 책읽어야 되는데라는 깊은 고뇌를 하며 책들고 졸고 있다죠. ㅎㅎ
 

치즈를 만드는 과정은 이탈리아가 영광스러운 자신의 과거와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소상이 남긴 유산을있는 그대로 내놓지 않는다. 자신의 조상이 남겨준 유산의 정수를예리하게 잡아내 이를 절차탁마해서 새롭게 만들었다. - P143

볼로냐에는 권력자의 시선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인 커피와 대학이모두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비판적이 된다. 그런데 커피를마시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볼로냐는 로마나 나폴리, 교황령의 지배 아래에서 만족하며지내왔던 옆 동네 로마냐와 달리 생태적으로 기존의 질서에반대하는 반골의 기질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라틴어로 자유를뜻하는 ‘리베르다 Alibertas‘를 부르짖어온 것이 볼로냐의 역사였다.
가까운 로마냐에서 세계 최초의 파시즘 국가를 선보인 독재자베니토 무솔리니 Benita Mussolini, 1493~1945가 나온 것과는 매우대조적이다.
- P214

또 볼로냐의 회랑은 볼로냐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볼로냐대학이 시의 승인을 얻고 강의실과 교수에게 급여를 제공받기시작한 것은 13세기 이후의 일이었다. 그전까지 볼로냐 대학은별도의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회랑이 강의실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회랑에는 카페와 음식점의 야외 테이블이 놓여서, 사람들이모여앉아 볼로냐의 맛있는 음식과 자유로운 공기를 즐겼을 것이다.
아이들도 이 회랑에서 뛰어놀았다. ‘볼로냐에서는 아이를잃어버리지 않는다" 라는 속담이 있는 까닭이다. 볼로냐의 회랑은최고 학부의 강의실이었으며, 볼로냐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상인들의터전이었다.
- P248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라는 말이있다. 역사나 신화에서 이기심으로 인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성이야기는 참 많다. 그러나 결국 그런 성은 신의 노여움을 사거나자신보다 탐욕스러운 이웃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졌다. 볼로냐는이방인을 위해 성문을 열고 길과 회랑을 만들어 도시를 연결하고, 그회랑을 높은 산으로 이어갔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빛의 교회를세웠다.
- P253

법학 외에도 볼로냐 대학을 ‘모든 대학의 모교‘로 만든 학문은의학이었다. 볼로냐에 오면 꼭 봐야 하는 기념비적인 건물이 있다.
볼로냐 시립 도서관 아르키진나시오 Archiginnasio 이다.  - P276

이렇듯 볼로냐를 뒷받침해준 것은 휴머니즘(인문주의)였다.
그리스에서 만들어 로마로 이어져 내려온 인간 중심의 사고는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유럽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다시 시작된곳은 볼로냐있다. 기기다 볼로냐의 인문주의는 새롭기까지 했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에는 없었던 여성 존중과 노예 해방을추구했기 때문이었다. 볼로냐는 여성에게 인간이 가진 권리를인정해주었을 뿐 아니라 1257년 세계 최초로 노예 해방 법안을만들어 이를 실현한 곳이기도 하다. 어성과 흑인에 대한 사회적인정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신대륙으로 건너간미국인들도 20세기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던문제였다. 그런데 볼로냐는 이를 13세기에 이미 시작했던 것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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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가 미식의 수도라는 칭호를 얻은 것은,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볼로냐는 음식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끝을 생각했던 것 같다.
프로슈토도, 치즈도, 파스타도 그렇다. 서양 요리와 음식 문화의정점인 와인에 있어서도 그렇다. 볼로냐는 언제나 이탈리아 음식의시작과 끝에 서 있으려 한다. 그래서 볼로나는 ‘뚱보의 도시‘라는별명과 ‘현자의 도시‘라는 별명을 동시에 자지했나 보다.
- P61

볼로냐의 독특한 살루미는 그런 열망을 잘 반영한 음식이었다.
이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섭취하는 칼로리만이 아니었고, 한단계 격이 높아진 시민의 취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적당히고귀하고 적당히 서민적이고 적당히 현학적인 볼로냐식 음식이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돼지를 방목해서 도토리를 먹여서 키우고,
치즈를 1년 이상 숙성시키는 노력이 맛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시민의지위에 걸맞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 P97

더욱 대단한 건 볼로냐의 자부심이 실체 없는 구호로 끝나지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을 고집하는 원리주의자들은 대체로 시대에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볼로냐는 그 반대다. 아마 도시가 생긴이래로 교회와 황제에 계속 맞서오면서 공허한 구호로는 그들의단단한 갑옷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토마토에서도이런 열정적인 볼로냐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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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엘 소코로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달마다 새로운 커피를 기다리는 설렘. 하지만 항상 기대가 만족되는건 아닌듯요. 커피 소개글의 단맛,산미, 향 다 좀 어정쩡한 느낌인데 그 사이를 쌉쌀한 맛이 깊게 파고드네요. 간단히 말하면 쓴맛이 모든 맛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커피 본연의 쌉쌀한 맛을 즐기시는 분에게 추천. 저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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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29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커피 별 네 개 줬거든요.
처음엔 아주 맛나게 마셨는데, 한 주일 있다가는 또 떱떠름해지다가, 며칠 더 있으니까 다시 괜찮아지고, 거 참 이상하데요.
다른 커피보다 약간 진하게 마실 때가 좋은 듯합니다. 그러니까 쓴 맛 하나로 밀어부치는 거 말입니다.
하긴 제가 하도 오래 알코올을 장복해서 미각이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30 11:45   좋아요 1 | URL
저는 커피를 딱 마셨을 때 첫 맛에 호불호가 확 갈리는 편인데 이 커피는 딱 불호쪽으로.... 사실 객관적으로 따지면 그다지 안좋은 맛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난 달 2번 연속으로 취향에 딱 맞는 커피를 마시다가 요걸 마셔서 아마 더 안맞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거 같아요. 저도 알코올 장복으로 미각이 별로 안좋은데 이 커피는 그럼 알코올성 미각 상실자들에게는 안 맞다는 것으로 결론을..... ㅋㅋ

페크pek0501 2021-06-29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뜨거운 달콤한 커피가 당겼어요.
어떤 날은 쓴 듯한 냉커피가 당겨요. 그때그때 달라요, 저는. ^^

바람돌이 2021-06-30 11: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는 거의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는데 한번씩 아이스가 땡기기도 하거든요. ^^

붕붕툐툐 2021-06-30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본연의 맛은 신맛이라고 배웠습니다~ 쓴 맛은 커피콩 덖을 때 태워서 나는 맛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맛을 좋아한다고~ 탄 거 먹으면 안 좋은 건 커피도 마찬가지라고...어디서 주워들었어요~ 헤헷~

희선 2021-06-30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립백을 마셔봤는데, 괜찮았어요 다른 때보다 맛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것에 따라 다르고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도 하니... 하나밖에 마셔보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커피 마시기 전에 조금 졸렸는데, 이 커피 마셨더니 잠이 확 깼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