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는 경험론자였다. 그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 오로지우리의 감각만을 통해 세상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 감각이 완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밖에 다른 믿을 만한 지식의 원천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착각을 한 것이거나무언가를 팔고 있는 것이다.
- P194

에피쿠로스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쾌락은 더 증가할 수 없으며(눈부시게 밝은 하늘이 그보다 더 밝아질 수 없듯이) 그저 다양해질 뿐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산 신발 한 켤레와 스마트워치는 더 많은 쾌락이 아닌 더 다양한 쾌락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의 소비문화전체는 다양한 쾌락이 곧 더 많은 쾌락을 의미한다는 전제 위에세워져 있다. 이 잘못된 동일시가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다.
- P200

어린 나이부터 베유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느꼈다.
여섯 살 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베유는 "지금 전선에서싸우는 가여운 군인들에게는 설탕이 전혀 없다"며 자기도 설탕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아파트에 난방을 하지 않았다. 난방용 기름을 살 여유가 없는 노동자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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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6-29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읽으시는 군요!!! 전 주문했는데 언제 받을지,,,어떤가요???
 

어떤 사람은 소로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소로가 되는 데 성공한다. 대부분은 억지로 소로를 떠안는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소로를 억지로 떠안았다. 나는 소로처럼할 수 없었고, 할 수 있다 해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자연인이 아니다. 내 삶은 간소함의 모범이 못 된다.
은둔하려는 성향이 있긴 하지만, 은둔을 한다면 호텔방에서 하고싶지, 수도 시실과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가 없는 좁은 오두막집에서 하고 싶진 않다. 나는 즉시 《월든 을 내 머릿속의 시베리아로 유배시켰고, 그곳에서 《월든》은 《모비딕》과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적분학과 만났다.
- P111

내가 철학에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레슬리에게 알리고,
소로는 어떤 방법으로 다루는 게 좋을지 묻는다. 혼자 사는 법‘
이나 간소하게 사는 법‘처럼 평범한 대답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면서.
"보는 법이오." 레슬리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보는 법이오?"
네. 레슬리가 말한다. 나머지, 즉 간소한 삶, 고독, 자연주의는더 큰 것, 바로 시력을 위한 것이었어요. 소로는 우리에게 앞을 보는 법을 가르쳐줘요.
- P117

소로는 이런 인식론적 난제에 엮이길 거부했다. 그는 이렇게주장했다. 신뢰할 수 있든 없든 간에 감각은 우리가 가진 전부인데, 최대한 잘 사용하면 되지 않나? 소로의 철학은 내가 보는 것이 곧 나라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in 칠학이었다.
소로는 초월주의자로 간주된다. 철학 사조 중 하나인 초월주의는 다음 다섯 어절로 요약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하지만 소로는 보이는 것을 더욱 굳게 믿었다. 실재의 본성보다는 자연의 실재에 더 관심이 있었다.  - P119

소로에게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소로는 느끼지 않고는 보지 못했다. 어떻게 느끼느냐가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결정했다. 소로에게 보는 것은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상호적인 행위였다. 에를 들어 장미를 보면소로는 장미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협력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다소 미진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안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떤대상을 볼 때 그 대상도 자신을 쳐다본다고 느낀다. 이들 모두가미친 것일 리는 없다.
- P121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있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있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자신의 시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보는 것의 역학은 양쪽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무엇을 보는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는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베다》에서 말하듯, "당신이 보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 P134

듣기는 연민의 행위, 사랑의 행위다. 귀를 빌려주는 것은 곧 마음을 빌려주는 것이다. 잘 듣는 것은 잘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 가능하다.
- P153

다른 철학자들이 저 바깥세상을 설명하려 시도한 것과 달리 쇼펜하우어는 내면세계에 더 관심이 많았다.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면 이 세계도 알 수 없다. 이 사실은 내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명백하다. 왜 그토록 많은 철학자가, 다른 방면으로는 똑똑한 작자들이, 이 사실을 놓치는 걸까? 내 생각에 그 이유 중 하나는 외부를 살피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환한 불빛 아래서자기 열쇠를 찾는 술주정뱅이나 마찬가지다.
- P175

책만 열면 바로 해답이 있는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쇼펜하우어는 대답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해서 해답을 내놓는 것이 100배는 더 가치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함께 머무르지 않고 너무 자주 책 앞으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책은 자기생각이 고갈되었을 때만 읽어야 한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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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에대해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지않는다. 철학은 다른 과목과는 다르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 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 P12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일어나는 일인데,
- P35

이러한 깨달음이 마르쿠스를 움직이게 한다. 마르쿠스에게는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사명‘이지, ‘의무‘가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르다. 사명은 내부에서, 의무는 외부에서 온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마르쿠스는 이러한 차이를 알았지만, 늘 그렇듯 스스로에게 그차이를 다시 상기시켰다.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한다." 스토아학파나 황제, 심지어 로마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 P36

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궁금하다.
- P42

미친 지혜는 사람들을 뒤흔들어 깨달음을 주기 위해 사회 규범을 내던지고 배척될 위험(또는 그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충격 요법의 원조다.  - P46

우주학자 칼 세이건은 "모든 질문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외침 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도 이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모든 질문은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외침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 P50

궁금해하는 행위는 광활하며 아무런 제약도 없다. 이 궁금해하는 마음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동굴에서 살던 인류가 나뭇가지 두 개를 서로 비비기나 키다란 돌을 사기 머리 위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지 처음으로 궁금해한 때부터 쭉 그래왔다. 시도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법이며, 궁금해하기 전에는 절대시도해볼 수 없는 법이다.
- P55

"질문을 살아요?"
"네, 질문을 사는 겁니다. 오랜 시간 마음 한구석에 질문을 품는 거예요. 질문을 살아내는 거죠.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해결책을 찾아버려요."
- P69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할 뿐만아니라 해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
- P71

근대에 데카르트가 머리의 철학자였다면, 루소는 심장의 철학자였다. 루소는 격정의 지위를 드높였고, 감정을 용인되는 것으로, 이성과 똑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루소가 살았던 이성의 시대에 상상적 사고는 믿을 수 없는 수상쩍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2세기 후, 무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이성주의자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P104

루소의 자연주의에는 애초에 처방의 의도가 없었다. 자연주의는 사고실험이었다. 루소는 가정해보았다. 립스틱을 덕지덕지 바른 것처럼 사회가 마음껏 발라놓은 겹겹의 인위적 장식을 전부벗겨내고 더 진정한 자신을 드러낸다면 어떻게 될까? 고지식한보험회사 임원 안에는 폭동을 이끄는 선동가가, 모든 직장인 안에는 등산가가 도사리며 자유롭게 풀려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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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의 첫 번째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와 세번째 소설이자 그에게 최고의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합본으로 읽었는데....
혹시 이 합본판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먼저 읽든지 아니면 건너뛰든지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막 근사한 미슐랭 만찬을 배부르게 먹은 사람이 연이어 양만 많고 조미료듬뿍인 길거리 음식을 먹고싶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스마일리는 학교도 부모도 연대도 직업도없고 부우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으며 아무런 딱지도 붙지 않은 채 사교계의 급행열차 승무원 칸에 실려 가다가 분실된짐으로 분류되었고, 이혼이 찾아왔다 가자 어제 날짜 뉴스가되어 먼지 앉은 선반에 박혀 누구도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운명이 되었다.
- P334

스마일리의 살아남은 부분은 사랑이나 무명 시인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외모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부분은 스마일리의 직업, 즉 정보부원으로서의 스마일리였다. 스마일리는 이 일을 즐겼고, 그 덕분에 자신만큼이나 성격과근원이애매한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한때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추론을 현실에적용하는 훈련을 통해 인간 행동의 수수께끼에 대해 학문적유람을 하는 것 말이다.
- P335

그러나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헤세가 뭐라고 썼더라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나무는 다른 나무를 보지못하네. 모든 것이 홀로 있을 뿐.)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스마일리가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가장 깊은 곳의 생각을 살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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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15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다른 버전(열린책들에서 나온 한 권짜리)으로 읽고, 아주 나중에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읽으려던 참에, 이 합본판 사놨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아니 근데 ˝건너뛰어도˝ 무방하다고 하시니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ㅎㅎㅎ

바람돌이 2021-06-16 00:24   좋아요 1 | URL
안타까운....ㅠ.ㅠ 하지만 어떤 책이든 모든 사람이 사랑할 수 없듯이,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읽힐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잖아요. 잠자냥님에게는 좋을 수도 있어요. ㅎㅎ
 

「그럼 그 일을 하는 동기가 뭡니까?」 피들러는 끈질기게캐물었다. 그들 나름의 철학이 있을 텐데요.」「왜 그래야 하지요? 그들은 아마 철학을 모를 테고, 관심도 없을 거요. 누구나 다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오.」 리머스는 좀 무력하게 대답했다.
「그럼, 당신의 철학을 들어 볼까요?」「제발 이러지 마시오.」 리머스는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하지만 피들러는 단념하지않았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자기가 옳다고 어떻게확신할 수 있겠습니까?」「확신한다고 누가 그래요?」 리머스는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 P182

자신의 속임수 속에 영원히 고립된 사람은 압도적인 유혹에 시달린다. 그 유혹을 알고 있는 리머스는 최선의 방어책에 의존했다. 혼자 있을 때라도 가면을 벗어던지지 않고 자신이 채택한 성격이나 인격을 가진 인물로 살도록 자신에게강요한 것이다. 발자크는 임종할 때도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안부를 염려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창조력을잃지 않은 리머스도 자신이 창조한 인격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가 피들러에게 보여 준 성격,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불안, 부끄러움을 감추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오만함은 그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성격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본래의 성격을 연장한 것이었다.  - P191

사람은 무언가를 믿을 필요가있기 때문에 믿을 뿐이고, 믿음의 대상 자체는 아무 가치도없고 기능도 없다. 앨릭은 또 이런 말도 했다. 개는 가려운곳을 긁지. 개마다 가려운 곳이 달라. 아니야, 그 말은 틀렸어. 앨릭이 틀렸어. 천만의 말씀이야. 평화와 자유와 평등,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야. 그리고 역사. 그 모든 법칙을 당이 증명하고 있어. 앨릭이 틀렸어. 진리는 사람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해. 그건 역사에서 실제로 입증됐어.
개인은 진리에 따라야 하고, 필요하면 진리에 굴복해야 돼.
당은 역사의 선봉이었고, 평화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어.
- P238

「어둠 속에서는 모든 고양이가 비슷해 보이는 법이오 문트, 스마일리는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소. 우리 작전이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반작용을 일으킬 수도있다고 말했지요.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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