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6일 이라고, 아니 나한테는 4일이지만(이틀은 시집과 친정에서의 노력 봉사와 감정노동)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좋아한 게 좀 전인거 같은데 벌써 연휴 끝이다.

나의 휴일은 도대체 누가 잡아먹었을까?

지난 달에도 지지난 달에도 월초마다 책을 읽어야지, 그리고 읽은 책은 리뷰를 쓰든 페이퍼를 쓰든 흔적을 남겨야지 결심하면서 월초를 시작했는데 지나고 나면 도대체 결심은 왜 한거야라는 의문만 남는다. 9월에 리뷰 딱 하나 썼구나.... 그것도 솔직히 말하면 쓰다 말았다. 화장실가서 중간에 끊어먹은것 같은 리뷰....ㅠ.ㅠ


활자 중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에도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서재에 글을 쓰지 않고, 서재 지인들의 글을 읽지 않고 지나가는 날들이 쌓이다보면 뭔가 나의 자아실현이 안되는 듯한 우울감이 차오른다. 아 이것도 중독이구나...... 서재를 끊음으로써 중독을 치유할 것인가? 아니면 중독을 인정하고 제대로 읽고 씀으로서 자아실현에 성공할 것인가? 이렇게 쓰고보니 이것은 도대체 말인가 방구인가? 횡설수설이란 이걸 두고 하는 말인듯.....

그저 나의 정신세계의 피폐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심지어 가을만 되면 나는 나의 전생이 말이었다고 확신하게 된다. 옛 어른들이 천고마비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왜 살이 찌는 것인가? 가을만 되면 나는 왜 맛없는게 없고, 먹어도 먹어도 다 맛있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내 전생이 말이었다는 것 밖에..... 정신은 피폐해지는데 몸은 풍요로워지니 이 또한 슬픔이다. 

그래도 이번 연휴에는 열심히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 때 지리와 세계사를 열심히 공부한 학생 출신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참고로 나는 지리와 세계사 좋아서 매우 열심히 공부한 학생 출신)

동남아시아 여행가지 전에 이 책 한권이라도 읽고 가면 좀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단점은 이 책을 보다보면 여행 가고 싶은 열대지역이 동남아시아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프리카도 아메리카도 가고 싶어지는데 그곳들은 모두 모두 매우 시간과 돈을 잡아먹는 곳이니 안타까움만 커진다. 


앗, 그리고 이 책 읽다가 우이도(소흑산도)의 홍어 중계상이었던 문순득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됐다. 1802년 풍랑을 만나 표류끝에 오키나와에 도착한다. 8개월 후 중국으로 가는 조공선을 타고 고향으로 향하려고 하지만 다시 풍랑을 만나 필리핀 루손섬에 도착한다. 아니 한번도 아니고 2번이나 표류라니.... 심지어 그 2번을 다 살아남다니.... 이거 실화 맞냐고하고 싶다.

9개월 후 마카오로 가는 상선을 얻어 타고 마카오에 도착. 세상에 중국 남쪽 끝에서 북쪽의 베이징을 거쳐 한양에, 그리고 1805년 1월에 고향 우이도에 도착했단다. 

아 진짜 내가 능력이 되면 이 분 소재로 소설이라도 쓰고 싶다네..... 



심지어 문순득이란 분은 언어감각도 탁월했는지 필리핀에 겨우 9개월 있었으면서 이 동네 말을 어느 정도 습득했나보다. 귀국 후 제주도에 표류해 9년동안 억류되어 있던 필리핀인들의 통역으로 나서 귀환을 성사시켰다는데.....

여기서 궁금한 것. 문순득이라는 9개월 체류로도 필리핀의 언어를 어느정도 습득한 이 양반의 언어능력이 탁월한 것이냐?

아니면 9년이나 있으면서도 조선어를 배우지 못한 필리핀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냐?

그도 아니면 9개월 동안 있으면서도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만큼 필리핀이 외래인에 대해서 허용적이고 개방적이었던데 반해서, 외래인이라면 무조건 억류하고 교류할 수 없게 할만큼 조선 사회가 완고하고 폐쇄적이었던 것일까? 

어쨌든 막 궁금해지긴 하는데 이 이야기는  좀 더 찾아봐야 할 듯하다.


















정보라 작가의 신작인 <고통에 관하여>와 아코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을 어쩌다보니 연달아 읽었다.

공교롭게도 2권 모두 인간의 고통에 대한 소설이다. 

<고통에 관하여>는 인간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고통을 대하는 자세는 개개인마다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누군가는 그 고통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고 다른 인간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삼는지에 대한 세밀한 르포다. 정치적으로 매우 올바른 책이었으므로 읽는데 부담이 없고 잘 읽힌다. 독자가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지도 명확하다. 

그러나 문학작품으로서 감동이나 공감이 있었냐고 물으면 음 좀 안타깝달까? 이야기의 힘으로 말하자면 전작인 <저주토끼>가 나는 더 좋았다. 

그에 반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에는 25편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저 많은 이야기들 중 어떤 이야기도 고통에 대해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지만 나는 저 대부분의 이야기를 고통의 절규로 읽었다. 글이 비명을 지르며 아프다고 아프다고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다 2권의 책을 읽으면서 문학은 은유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 은유의 힘을 절절하게 느껴지게 하는 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책이었다.


앗 그리고 굉장히 놀라운 사실 하나!

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를 펴낸 출판사가 까치출판사이다.

책을 내는 족족 훌륭한 책들만 내지만 표지 디자인은 꿋꿋하게 새마을스럽던 그 출판사가 왠 일로 멋진 표지를 내놨다.

이 책 표지의 색감은 실제가 훨씬 좋다. 

드디어 까치 출판사 책을 살 때도 뿌듯할 수 있을수도 있겠다. 

힘내라 까치!!! 



그래도 연휴일기니까 술 얘기를 안 할 수 없는.....

이번에는 명절 전에 미리 명절 스트레스를 풀러.... ㅎㅎ


소주가 새로 나왔다.

이름도 "새로" 예쁘다. 병도 예쁘다. 그리고 맛있다. ^^




요즘은 술을 적게 먹을려고 일단 도수를 낮춘다. 그러다보니 하이볼에 맛들이고 있다.

이 손가락들 중에 내 손가락은?????


아 이 술집 진짜 맘에 들었다.

안주도 맛났지만 센스 만점.

중간에 서비스 안주 주던데(내가 가는 술집은 항상 어디든 서비스 안주를 준다. 왜일까? 안주멵 진상 부릴 거 같아서? 아니면 그냥 내가 아름다워서? 그것도 아니면 많이 시켜서????? ㅎㅎ)

하여튼 이번에 받은 서비스 주는 진짜 소박하게 계란 후라이 4개

그러나 센스 멋짐




밤 되니 배고파서 입가심 하고 싶은데 안 하려면 자야지...

여러분 이제 연휴 끝입니다. 

힘은 안나겠지만 어쩌겠어요. 힘내세요.ㅠ.ㅠ

저 계란 사진 보고 프라이팬 찾으러 가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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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0-04 0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이볼이 목 넘김이 좋아서 술집에 가면 소주, 맥주보다는 하이볼을 마시는 편이에요. 물론 맥주도 같이 마시기도 해요. ^^;;

바람돌이 2023-10-04 21:46   좋아요 0 | URL
정말 하이볼은 목넘김이 딱좋아서 막 먹다보면 꽐라 된다는.... 저는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데 맥주의 단점 아시죠. 배가 너무 불러.... 그래서 요즘은 하이볼쪽이 좋더라구요. ^^

hnine 2023-10-04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순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선시대 최부의 표해록이 떠오르네요.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를 몇번 넘겨가며 중국 기행을 하고 제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라는데 저도 직접 읽어보진 못했어요.
술잔을 들고 있는 사진중 바람돌이님 손은...음...맨오른쪽의 네일 하지 않은 손??

바람돌이 2023-10-04 21:5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면 조선 시대에 표류했던 사람이 많았나봐요. 이 문순득이라는 분 이야기도 정약전의 <표해시말>이라는 책에 그 이야기가 전한다는데.... 사대부로 중국 남쪽을 표류했던 최부에 비해서 적응력이 훨씬 뛰어났을 상인 출신으로 필리핀까지 갔다온 이 분의 이야기가 좀더 흥미진진할거 같아요. ^^
술잔들고 있는 손가락? 안타깝게 틀리셨습니다. ㅎㅎ 못생긴 손을 좀 나아보일려고 네일한 손이 접니당. ^^

자성지 2023-10-0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새로 술을 즐겨 마시고 있습니다. 하이볼은 연태고량주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게 좋았습니다.

바람돌이 2023-10-04 21:56   좋아요 0 | URL
새로가 처음처럼이 바뀐거더라구요. <처음처럼 새로> 뭔가 좀 있어보이지 않나요? ^^
하이볼의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다른 술을 뭐든지 섞어먹을 수 있다는..... 연태고량주 섞은건 안 먹어봤는데 다음에 도전해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3-10-04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하이볼이 유행이라는데 역시 유행의 선두주자 바람돌이님~!!

전 혼술할때만 하이볼 만들어 마시고 식당에서는 참이슬 ㅋ

진로랑 새로 나와서 한참 마셨는데 결국 돌고돌아 참이슬로 ㅋㅋ

바람돌이 2023-10-04 21:58   좋아요 2 | URL
저는 몇년 전부터 먹었는데, 요즘 부쩍 하이볼 하는 곳이 많아진거 같아요. 저는 하이볼하는 집을 따로 가기보다는 그냥 소주랑 토닉워트 시켜서 직접 제조해먹는 쪽입니다. 물론 제조는 제가 안하고 해주는 사람이 있다죠. ㅎㅎ
소주도 참 거기서 거기인거 같은데 다들 좋아하는게 다르더라구요. 저는 원래 대선이었는데 이제 새로로 바꿀려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10-04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외의 손일 수도 있겠다 싶어 전 왼쪽 제일 위!
빨간 매니큐어 손톱에 바르신 분의 손이 바람돌이님!!!! 아닌가요?ㅋㅋㅋ
지난 번 베트남 여행 때도 네일 아트 하셨던 기억이 떠올라 찍어봅니다^^
근데 이제 조금씩 술 드셔도 괜찮으신 거에요?
다행이라고 말씀 드리려고 했지만 그래도 술은 적게 드시는 게 맞는 거죠?^^
자나깨나 건강 지킴이!!!ㅋㅋㅋ
입가심 글씨가 예쁩니다.
케쳡 통으로 글씨 예쁘게 쓰기 힘들텐데요.
정보라 작가의 책과 아고다 크리스토프의 책이 눈길을 끄네요.^^

바람돌이 2023-10-04 22:05   좋아요 1 | URL
의외인가요? 아 저 네일하는거 진짜 좋아하는데..... 이거 하고 나면 한달 반이 딱 뿌듯 행복입니다. 한달 반 지나면 휴대폰이랑 컴퓨터 자판에 오타가 너무 많이 나서 할 수 없이 다시 하러 갑니다. 요새 재미붙였어요. ㅎㅎ
술은 요즘은 약간 컨디션이 나아져서 그냥 조금씩 먹어요. 옛날처럼 먹을수야 없죠. 못먹게 되니까 알게 된 사실이 제가 생각보다 술을 좋아하더라구오. ㅎㅎ
그래서 오래 술마시려고 쬐끔만 먹습니다. ^^
정보라 작가의 책은 너무너무 반듯하고 너무 너무 정치적으로 올바른데 소설적 재미가 좀..... 전 늘 이야기나 문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좀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이 작가님은 앞으로도 좀더 읽어보려구요. 전에 이분 인터뷰 기사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김혜리기자님이 오디오 매거진 인터뷰도 들었는데 일단 인간적으로 너무 훌륭한 분으로 보였어요. 존경스러웠어요. 그래서 저주토끼라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편이라 앞으로 좀더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은 작가네요.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뭐.... 소름돋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3-10-04 22:18   좋아요 1 | URL
정보라 작가님의 오디오 매거진 인터뷰 들으셨군요?^^
저는 인터뷰에서 작가님의 상황이나 근황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었거든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작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앞으로 책을 사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저주 토끼>는 계속 생각나는 단편집이었는데...그것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왔음 싶네요.^^
그나저나 손 제가 맞췄군요?
와...좋아라..ㅋㅋ
제가 퀴즈를 잘 못푸는데 오늘은 맞췄습니다.^^

바람돌이 2023-10-04 22:35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인터뷰 중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부끄럽고싶지 않아서 시위에 나가게 되었다고 얘기하는거 좀 많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어요. 멋있고요.
저는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니까 좀 부끄럽기도 했고요. ^^
조만간 <저주토끼>를 능가하는 글을 써주시리라 믿으며 우리 기다려요.
나무님 훌륭하게 퀴즈 푸셨는데 상품이 없어서 어쩌죠? ㅠ.ㅠ

건수하 2023-10-04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이볼 좋아해요. 집에서 위스키에 토닉 워터 레몬 짜서 마시기도 하고,
사실 술 안넣고 토닉워터에 레몬만 짜서 넣고 마시기도 합니다.
술이 안 들어가도 맛있어서요 :)

바람돌이 2023-10-04 22:09   좋아요 1 | URL
술이 없는 하이볼은 하이볼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하지는 않고요. 그건 맛있나요? 왠지 맛없을듯한데 맛있다고 하시니 저도 한번 시도해볼까요? ㅎㅎ 오늘 제 페이퍼에 글 남기는 분들은 모두 술을 사랑하는 분들.... ^^

감은빛 2023-10-04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연휴도 언제 어디로 사라졌나 묻고 싶어요. 역대 최장 연휴였는데, 뭐하나 한 것도 없이 허무하게 지나갔네요.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읽으면 여행을 가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그 나라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서 종종 지도로 읽는 세계사 같은 류의 책을 읽어요.

근데, 저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 부분이 있네요. 다른 나라들에 대해 호기심은 많은데, 막상 실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그저 아쉬움이 있다면 언어를 익히고 싶은데, 언어는 자주 사용해야 하지만, 사용할 기회를 그 나라 밖에서 일상적으로 갖기가 어렵다는 점이죠.

문순득이란 선조의 이야기 정말 신기하죠. 그 두 번의 표류가 정말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이었을텐데, 긴 시간 먼 이역만리에서 떠돌면서도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니!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필리핀 언어를 익혔을까 저도 궁금했어요. 제 가설은 두 가지예요. 일단 절박함이 남달랐을 것이다. 둘째는 개인의 성향이 언어를 쉽게 익히는 데 특화된 분이 아니었을까. 먼 옛날 이야기라 실제로는 어땠을지 정답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2023-10-05 15:34   좋아요 0 | URL
저는 무조건 가보고싶어하는 사람이예요. 대신 감은빛님과 다르게 언어를 배우고 싶은 욕구는 없고요. 한국어도 힘든데 외국어는 너무 힘들어요. ㅎㅎ

문순득이란 분이 홍어 중개상이에요. 상인이죠. 아무래도 상인은 다른 직업군보다는 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하는데 좀 빠르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그래도 그 즈음에 정약전이 이 동네 유배를 와 있어서 이분의 이야기가 없어지지 않고 전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어떤 작가님이 이분의 이야기를 또 소설로 써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하고요. ^^

감은빛 2023-10-06 15:36   좋아요 1 | URL
네, 바람돌이님. 저도 문순득 님이 홍어 중개상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상인이라 새로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하셨으리라는 말씀에도 동의하구요.
정말 마침 누구보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학자 정약전 님이
그 동네로 유배를 와 있어서 이 희귀한 이야기가 후세에 전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구요.

좀 어렸을 때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이렇게 특이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현대 소설 문체로 각색해서 써보는 일이었어요.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늙어가는 중이지만, 이 꿈을 아직은 버리지는 않았답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3-10-09 22:21   좋아요 0 | URL
어쩌면 언젠가는 감은빛님이 쓴 문순득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날까지 기대하렵니다. ^^

- 2023-10-05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아실현에 한표 올리옵니다!
제가 술을 끊었는데 새로는 압니다. (왜 알지?) 술을 끊고 독서량이 늘었습니다!! 믿어주세요.
(바람돌이님께 자아실현을 위한 금주령을 감히…읍소드리며…)

바람돌이 2023-10-05 21:51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은 술을 한달에 2~3번쯤밖에 안 먹으므로 이것과 독서의 상관관계는????? (참 반주는 음주로 치지 않습니다. ㅎㅎ)
술을 너무 사랑하나 아직은 많이 못먹어서 슬픈 짐승일뿐이고요.
요즘은 진짜 개인적으로 짜증나는 일이 많았는데 그게 자꾸 쌓이면서 울화가 되는 느낌요. 책을 못읽고 글도 못쓰니까 그 울화가 더 커지는 느낌이에요.
어쨌든 건강한 정신세계를 위해 열심히 읽고 쓰야 되겠다는 생각을 좀 많이해요. 저의 자아실현이래봤자 이제 진짜 그냥 읽고 여기에 글 쓰는 것 뿐이고요. 다른 자아실현 하고싶은건 뭐 딱히 없으니까..... ㅎㅎ

- 2023-10-05 22:10   좋아요 2 | URL
그 자아 실현 참 좋은 실현~! 여기 독자 1 있습니다 🙆🏻‍♀️ 바람돌이님 독후감 맛도리란 말입니다! 울화와 분노의 글쓰기를 어서어서!

바람돌이 2023-10-05 22:20   좋아요 1 | URL
저는 기본적으로 코믹형 인간이므로 울화와 분노의 글을 쓰면 더 스트레스....ㅋㅋ 그냥 코믹모드로 계속 가는걸로요. ^^

단발머리 2023-10-05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순득이라는 분 정말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시네요.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어느 분이 소설로 써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댓글 읽다가 네일 좋아하신다는 것도 알게 됐네요. 저도 바람돌이님 손을 못 맞췄거든요 ㅋㅋㅋㅋㅋㅋ
자주 자주 오소서~~~~~~~~!!!!

바람돌이 2023-10-05 22:19   좋아요 0 | URL
이런 글 잘 쓰시는 작가님으론 김탁환 작가님이 계신데 혹시 써주지 않으실까요? ^^
메일이라도 보내봐야 할까요? ^^
작년에 아프고 난 이후로 좀 우울해졌을 때 괜히 한번 네일샵가서 한번 해봤는데 이게 또 우울감 감소에 효력이 있네요. 그냥 내 손톱 예쁜거 자꾸 보이니까 그냥 기분이 좀 좋아집니다. 그래서 한달 반쯤 지나서 다시 하러 갈 때는 이번엔 어떤 걸로 하지 하면서 막 설렌다지요. ㅎㅎ

희선 2023-10-09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은 학교 다닐 때 세계사와 지리 공부를 즐겁게 하셨군요 조선시대에 있었던 문순득이라는 사람 대단하네요 죽지 않고 조선으로 돌아오고 필리핀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다니... 필리핀에 아홉달 있었는데 그 나라 말을 익히다니, 그것도 대단합니다

명절 연휴 길다고 느꼈는데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다 갔습니다 바람돌이 님은 책 여러 권 보셨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3-10-09 22:20   좋아요 1 | URL
명절 연휴를 지나서 올해 마지막 남은 한글날 연휴도 한 것도 없이 지나가네요. ㅎㅎ 세계사 책 읽는게 재밌는건 이렇게 또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되는 것도 큰 것같아요. 이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글을 읽는 것이 즐거운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싶네요. ^^
 

나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 은퇴했다.
나는 위대한 작가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쓰지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내가 일단나의 책을, 나의 소설을 쓰기만 하면… - P45

"말도 안 돼. 살던 집을 떠나 다른 집으로 가는 건누군가를 죽였을 때만큼이나 슬픈 일이야." - P53

너를 두렵게 하고 너를 해칠 수 있는 유일한 건 인생이라는 것,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 P112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당신의 돔도 보석도 그대로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없어진 것은 단지 당신 일생 중 하루뿐임을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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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삶의 의미. 그 삶이 고통이라도, 거기에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든 견뎌낸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오래 지속되면 고통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삶의 의미가 된다. 삶의 의미를 고통에서 벗어나거나더 건강하고 자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찾을 능력과자원은 이미 고통을 견디는 데 소모되어 사라진다. - P31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때문이다. - P128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 P285

물리적으로 감각하는 모든 정보를 신체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할때 마음은 그것을 고통이라 정의했다. 그러므로 기쁨도, 환희도, 초월도, 아마 구원조차도,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모두 고통이었다. - P291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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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이 예술가들이 열대를 자신들의 문명과 동일한 선상에 놓았던 것은 아니었다. 문명과 야만의 근대적 이분법에서 원시적 이상향이었던 열대는 야만으로 취급받았고, 그들은 이를 ‘고귀한야만 noble savage" 5 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명칭으로 개념화했을 뿐이다. - P32

결국 열대우림이 제거되는 이유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바로 우리가 열대우림을 갉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연결고리는 질기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열대의 자연환경, 그것을 보러 가는 길에 개발로 훼손되고 있는 심각한 지구촌의 문제 또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된다.
열대 여행은 그렇게 우리를 즐겁고도 우울하게 만든다. - P105

당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영국의 탐험가들은 자신들이 첫발을 내디딘 주요 지점마다 빅토리아 폭포, 빅토리아섬, 빅토리아항 등빅토리아라는 지명을 붙여놓았다. 나는 식민제국주의 시대에 굴러들어온 이러한 지명들이 원래대로 복원되기를 바란다. 예를 하나 더들면,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라고 알려진 잠베지강 중류의 빅토리아폭포를 원주민들은 ‘모시-오야 - 둔야Mosi-oa-Tunya‘라고 불렀는데 이는 ‘천둥 치는 연기‘라는 뜻이다. 이곳에 와본 적도 없는 영국 여왕의이름보다 훨씬 실감나는 멋진 이름이 아닌가! - P137

열대의 고산지대는 과거 유럽 식민지배 세력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저지대의 덥고 습한 열대 기후가 유럽인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데 반해 고지대의 상춘 기후는 그들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열대의 저지대에원주민들이 밀집한 전통토착도시를 초기 식민통치의 행정중심지로삼았던 유럽인들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휴식과 위락을 위한휴양도시를 고산지대에 건설하게 된다. 온화한 환경을 지닌 이러한도시를 ‘힐스테이션hill station‘이라 한다. 특히 저지대 전통 토착 행정중심지의 우기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덥고 습해지면 그 기간 동안일시적으로 도시행정 기능을 아예 힐스테이션으로 옮겨 일종의 계절 수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 P185

이곳의 울창한 열대우림은 또한 유럽 세력들이 신대륙 식민화를거의 끝내는 17세기까지도 마야 문명이 완전히 정복되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던 지리적 배경이 되었다. 즉, 이곳 유카탄 반도는 비록기복이 별로 없는 평평한 땅임에도 열대우림으로 뒤덮여 정복하기어려운 매우 낯설고 힘든 싸움터였던 것이다. 스페인 식민세력은 자신들의 터전인 이베리아 반도의 고원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유카탄을 제외한 멕시코의 고원지역은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 유카탄의 열대우림은 무지의 땅, 고난의 땅이었을것이다. - P206

인류의 아름다운 자산을 여행을 통해 감상하고픈 욕망 자체는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그것을 편리한 방법으로 편안하게 즐길 것이나, 아니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고된 여정을 참아가며즐길 것이냐의 차이가 있다. 지구 환경의 파괴가 우리 미래의 삶을위협한다는 현실 앞에서 나는 기꺼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P207

세계사 시간에 인류가 미개 - 야만 - 문명의 단계를 거쳐 ‘발전‘을 해왔다고 배웠고, 이러한 단계를 도구 활용 기술의 변화와 연결해석기 - 청동기 - 철기 시대가 순차적으로 이어져왔다고 배웠다. 19세기 사회진화론에 뿌리를 둔 이러한 사고는 문명이곧 발전이고, 발전은 곧 행복을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임을 은연중에 우리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 P230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는 서구의, 혹은 한국 사회의 관점이 아닌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각각의 삶터에서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연과 문화의 세게 속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적응하며 행복한 삶을 향해 분투하고 있다. 그들과 내삶을 비교해 생각해보되 내 기준으로 타인의 행복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각 지역의 지리적 맥락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에 적응하며 가장 합리적으로 형성된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 또한제각각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 P237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토 내에서는 백인들 중 보어인이 수적인 우위가 계속 유지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주도권을 잡게된다. 그리고 이들의 극우적 정치력은 진정한 선주민인 80퍼센트의흑인 코이산족)들을 향한 차별정책으로 이어졌다. 아파르트헤이트(흑인격리정책 같은 지독한 흑인 차별정책은 1994년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주택 단지의 담장 위에 설치된 전기 철조망처럼 그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여행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 P277

싱가포르는 작은 면적의 섬 위에 자리 잡은 도시국가다. 그런데 경제력이 커지면 땅에 대한 수요 또한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 문제는싱가포르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기발함이 넘쳐나는 싱가포르는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을까? - P309

표류를 통해 남방 열대지역을 가장 길게 경험하고 그 기록을 가장상세하게 남긴 사람은 아마도 우이도(소흑산도홍어 중계상 문순득이아닐까 싶다. 흑산도 일대에서 홍어를 사서 나주 영산포로 싣고 가서파는 일을 했던 그는 1802년 1월 풍랑을 만나 표류 끝에 유구국(오키나와에 도착한다. 여기서 8개월을 체류한 후 중국으로 가는 조공선을 타지만 또다시 표류해 이번에는 더 남쪽으로 여송국(필리핀 루손섬)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9개월 체류한 후 마카오 상선을 얻어타고마카오에 도착한다. 이후 육로로 중국을 가로질러 북경을 거쳐 한양에, 그리고 마침내 1805 년 1월 고향 우이도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당시 우이도에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실학자,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을 통해문순득의 파란만장한 3년 2개월의 여정이 <표해시말>로 기록되어 전해지게 된다
- P327

문순득의 탁월한 외국어 구사 능력은 고향으로 귀환한 후 엉뚱한기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1801년 제주도에 표류해 9년 동안이나 억류당해 있던 여송인들의 통역으로 나서 귀환을 성사시킨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조선 땅에서 만난 문순득이 그들 눈에는마치 구세주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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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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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제목 "그후의 삶", 영어 원제 "After lives"

책을 읽고 난 이후 내가 붙이고 싶은 제목은 "어쨌든 사람들은 살아간다"정도? 

뭔가 미묘한 차이들이 있는데 내가 굳이 저렇게 제목을 바꿔본 건  내가 만든 제목이 작가의 스탠스를 보여주지 않나 싶어서다.

전작인 '낙원'에서는 좀 미묘하게 느꼈었는데 가장 최근 작인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취하는 스탠스가 이해가 된다.


아프리카인이면서 아프리카인이 아니고, 영어로 글을 쓰는 영어권 작가지만 그의 작품의 주요 소재와 입장은 영국이 아니고, 아프리카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애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과는 계속 거리를 유지하는.....

그래서 작가는 때로 방관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관조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바라본다는 위치는 이 소설을 읽는 내게는 무언가 굉장히 낯설고 생소한 그런 위치였다.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초 아프리카가 제국주의국가들에 의해 영국령 동아프리카, 독일령 동아프리카, 포르투갈령 동아프리카, 벨기에령 콩고 이런 식으로 재구성되고 지배당하던 시기다.

그럼에도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 식민지의 삶에 대한 비분강개는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소설 초반에 등장인물 중 하나인 일리아스가 "난 독일인들한테서 친절함 말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하자,

주변의 동료들이 "친구, 놈들이 자네를 먹어 치웠군", " 독일인 남자 한 명이 자네한테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지난 세월 동안 여기에서 일어난 일이 바뀌는건 아니야" 정도의 대화가 나오는게 제국주의 독일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가장 저항적인 발언이다.


독일은 나미비아에서 저항하는 헤레로족을 사막으로 몰아넣어 굶겨죽인다. 

이 때 헤레로족의 인구 80%가 죽었다.

소위 말하는 본때를 보이기 위해 헤레로족이 내건 협상 제안, 항복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벨기에가 콩고를 지배한 방식은 끔찍하기로 너무 유명해서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까 아프리카라고 해서 제국주의자들의 식민 지배가 우리보다 덜 가혹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야만성의 직접성에 있어서는 일본의 지배보다 훨씬 더 했던 면도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아프리카인들 또는 작가가 식민지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우리와 정말 다르다.

우리가 식민지 시대를 다룬다면 어떻게도 일제의 식민지배상황을 비껴갈 수 없고, 거기에 비분강개하는 어떤 장면이 등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정말로 연극무대에서의 뒷배경그림정도랄까? 

역사와 문화가 다르면 생각도 감정도 다를 수 있음을 절감한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의 삶을 뒤흔드는것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배뿐이 아니다.

지역 부족민들의 오래된 편견 - 여자 아이가 글을 배운다는것에 대한 혐오와 공포라든가 갇힌 여성의 삶들, 

삶의 조건은 너무나 가혹한데도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어떻게든 살아간다.

무자비한 환경과 변화에 휩쓸리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며 그냥 살아지는 것이고, 또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잠시 등장했던 일리아스의 삶은 그가 독일 군대에 들어간 이후로는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없어진다.

얼마나 수많은 삶이 가족과 터전을 벗어나서 떠도는가?

우리가 찾고 싶다고 해서 찾아 지지 않는 그 많은 이들의 삶의 궤적은 그렇게 묻혀버릴뿐이다.


그럼에도 책의 말미에 삼촌 일리아스의 이름을 단 조카 일리아스는 부모님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강제수용소에서 죽을게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있겠다고 따라갈 만큼 일리아스 외삼촌을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 거예요. (419쪽)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서있는 관조자의 위치는 어쩌면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그 억압과 고통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억압과 고통들은 그 개개로 모두 특별하고 그래서 또 인간이 사는 땅 어디든지에서 모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보라.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곁에는 내 손을 꼭 잡은 누군가 한 명쯤은 있지 않은가?

삶의 특별함은 억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잡은 손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아주 독특한 관조자로 보였던 작가는 그 삶의 장면들을 뚫어보며 그 잡은 손 하나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테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어디에서 어떤 입장에 서 있더라도 결국 중요한건 모두가 마찬가지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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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9-12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누구나 그럴 것 같아요 자기 손을 잡아주는 한사람이 있으면 살아가는... 그런 사람 없어도 살아가기는 하지만... 있으면 더 살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9-12 06:40   좋아요 0 | URL
아 없는건 너무 외로울것 같아요. 많지 읺아도 딱 1명만 있어도 괜찮알듯요

새파랑 2023-09-12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품읽기를 계속 하시는군요~! 저도 이 책이 땡기긴 하던데 아직입니다. 구르나 작품이 좀 무겁더라구요. 그런데
이 책 내용이 더 잼있어 보입니다^^

바람돌이 2023-09-12 12:05   좋아요 0 | URL
이제 3권 읽었는데 남은 1권 배반만 읽으면 일단 번역된건 다 읽겠네요. ㅎㅎ 읽은 중에는 저는 바닷가에서가 가장 좋았습니다. 작가가 잘 아는 분야라서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이었어요. 이 책은 진짜 작가가 심리적 거리를 너무 띄운다는 느낌이 들어 호불호가 갈릴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