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갑자기 불국사가 너무 보고싶다는 둘째딸 덕분에 경주로!
큰 딸은 친구들과 경주간다고 우리를 버리고....ㅠ.ㅠ
둘째야 너도 엄마 아빠 좀 버려주면 안되겠니???
일단 아침을 먹으러 황리단길로 갔다.
나는 황리단길 너무 좋아!
왜냐하면 여기 맛집이먀말로 찐 맛집이거든.
이렇게 맛있는 맛집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니, 다른 동네 맛집들 - 특히 서울 맛집들- 은 성공확률이 반반쯤 되는듯한데 황리단길의 맛집들은 여태까지 한번 빼고는 다 성공이다. 너무 맛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두번 이상 가본 집이 없다.
왜냐하면 다 먹어봐야 하기 때문에.... ㅎㅎ
물론 안타깝게도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데도 주차의 어려움과 웨이팅의 고통이 항상 있는 곳이다.
오늘은 아점으로 먹으려고 오픈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 30분!
식당 이름은 료코
아래의 상자는 무엇인가 하면요.

네 바로 메뉴판입니다. 메뉴판조차도 왠지 분위기 있는 집
메뉴 사이드까지 합해봐야 꼴랑 5가지. 다 시그니처입니다.

료끼 누들, 료코안심카츠, 료무라이스 이렇게 3가지에 새우튀김까지 시켰는데
안심카츠가 최고, 다음으로 료끼 누들이 맛있었다.
여기 안심카츠는 여태껏 먹어본 안심카츠 중에 엄지 척하면서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다만 남들이 극찬하는 료무라이스는 나쁘지 않았으나 원래 우리집 식구 모두가 데리야끼 소스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


자 이제 배를 채웠으니 불국사로 갈까 하다가 경북산림연구원에서 관리하는 정원이 '천년 숲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11월 한시적으로 개장했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
올해 인스타등에서 핫하다는 소문이 돌아 역시 주차가 참으로 어려웠지만 또 재수가 좋아 한 자리 비어있는데 쏙 들어갔다.
여기 가시는 분들은 길거리 양쪽으로 선 그어놓고 공영주차장이라고 하니 그냥 빈자리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시면 된다.
주차비와 입장료 모두 무료이다.
임시개장이라 그런지 아직 정리는 안된 느낌이고, 역시 공원이란 느낌보다는 연구소에서 관리하는 연구자원들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곳이었다.
제일 핫한 외나무다리는 사진찍으려고 줄 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패스하고,
그래도 메콰세콰이어 숲은 낙옆을 받으며 걷는 기분을 참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 불국사로!!! 역시 주차전쟁을 치르고 불국사 앞에서 표를 사고 그동안 화장실 간 남편을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여학생이 거대한 불국사 현판 앞에서 옆의 친구에게 질문하더라.
"야! 여기 불국사 맞냐? 석굴암인가?"
아 진짜 요즘 애들은 정말 한자 세대가 아니라는걸 실감한다.
몇 달전에 딸래미 다니는 학교에 데릴러 간적이 있었는데 전화로
"엄마 지금 너네 학교 웅비탑앞에 있어"
"어???? 그게 뭐야?"
(아 맞다. 얘 한자 모르지.)"아 학교 입구쪽에 커다란 돌덩이에 한자 써있잖아. 거기 있다고."
"아 그거. 그 한자가 웅비야?"
한글전용론과 한자병용론에 대해서는 아직도 판단이 잘 안 서지만, 그저 세상이 흘럭는게 한글전용이 대세인듯 하니 한 세대만 더 지나고 나면 이런 한자들도 다 사라지고 진짜 역사유적에나 남겠구나 싶기도 하다.
불국사의 단풍은 올해도 역시 화려했다.
이날은 햇빛이 짱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고...
입구에서부터 수양버들과 단풍, 그리고 아사녀가 석가탑의 그림자를 기다렸다는 영지의 모습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날 따라 왠지 더 아름다워보였던 석가탑과 다보탑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들 피해 찍었더니 저렇게 탑들이 다 반토막이다.
다만 산책하면서 건물들을 보는데 건물들의 단청이 너무 낡아서 아 새로 칠하야겟다 싶었다.
불국사는 입장료 수익도 많을텐데 왜 단청을 새로 칠을 안하지?
문화재라서 국가가 할지 절에서 직접할지 뭔가 복잡한가?
아니면 단청 칠하는 기간동안 절을 개방할 수 없어서 그런가?

불국사라는 절 자체가 굉장히 질서정연한 곳인데 단풍은 어쩌면 이다지도 화려한지....
공간의 엄격한 질서와 자연의 흐더러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오는 길에 더더 화려해지는 단풍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고 누누이 되새기면서 나는 이제 또 최후의 인간 2권을 읽으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