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난민이자 망명 신청자다. 익히 들어서 별것 아니게 들릴 수도있겠지만, 이것은 결코 단순한 말이 아니다.  - P17

수세기 동안 용감무쌍한 상인들과 선원들, 분명 대부분 야만적이고가난했을 그들이, 무심의 바람을 막아내려고 아주 오래전에 뾰족해진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그 쭉 뻗은 해안으로 해마다 여행을 떠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과 신과 자신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신들의이야기와 노래와 기도를 함께 들고 왔고, 그 지식을 흘낏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들인 노력의 정수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그들은 자신들의 굶주림과 탐욕, 자신들의 환상과 거짓말과 증오를 가져와서 그것들 중 일부는 평생 그곳에 내버려두었고, 자신들이 사들이고 거래하거나 앗아갈 수 있는 것들은 가져갔는데,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사거나 납치해서 고국에 노예로 팔아먹었다. 그 많은 시간이 흐른 뒤그 해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자기들이 누구인지 거의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자신들과 아프리카 내륙에 사는 인류의 외딴 자손들 중에서 경멸스러운 부류와 자신들을 차별화시키는 것을 고수할 정도로는 알았다. - P33

또한 나는, 고향에서 그렇게 멀리떨어진 곳에 와서도 그토록 확신을 갖고 진두지휘하는 그들의 대담함도 그렇고 질병을 치료하고 비행기를 띄우고 영화를 만드는 등 중요한일들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우리가 영국인을 남몰래 동경했다고 생각한다.  - P37

나는 지도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가끔 그것들이 내게 뭐라고 대답해준다. 이것은 생각만큼 이상한 일이 아니며,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다. 지도가 있기 전에 세상은 무한했다. 세상에 형상을 부여하고, 그것을 어떤 영역처럼, 단지 파괴되고 약탈당하는 것이 아닌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바로 지도였다. - P64

시집을 갔다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고, 결혼을 당했다고 나는 그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보려애쓴다. 나는 나 자신이 무언의 정당화, 이루 말할 수 없는 최악의 정당화에 희생된 연약한 여자라고 상상해본다. 무릎 꿇려진 나 자신을상상해본다. - P67

게오르기는 그 대화를 뜨거워진 눈으로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것은 존엄성이 꺾여버린 비참한 광경이었고, 자신들의 열정의 결과를 논하는 사람들의 바로 그 열정이 유지되는 것에 목숨이 달린 그는 비극적인 몸뚱이였다. - P89

그럴 때 나는, 마치 그것들을 위한 자리가 이미 정해져 있으며 내가 그것들을 소리 내어 말하기도 전에 이미 의미가 주어져 있기라도 하듯, 내가 말할 모든 것의자리를 결정하고 설명하는 뉘앙스들의 고압적인 무게에 져버린 기분이 든다. 나는 내가 또다른 존재의 계획 아래 내 뜻과는 무관하게 사용되는 도구, 다른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라고 느낀다. - P117

그래도 한 페이지에서 그렇게 많은 블랙 블랙 블랙을 보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무방비 상태로 그 사실을 마주하게 된 것은 구시대 영화 속 심술난 인물처럼 보이는 남자에게서 ‘히죽거리는 블랙어무어‘라는 말을 들은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미움받고 있다는 기분, 그러한 연상에서 오는 일종의 공포에 갑자기 나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모퉁이를 세 번 돌면 꼭 한 번은 내 뒤에서 나를 향해 짖고 나를멸시하는 언어 - P124

나는 앞을 바라보고 싶지만 늘 뒤를 바라보고 있고, 이후로 일어났던 다른 사건들, 내게 커다랗게 다가와서 모든 일상적 행동들을 지시하는 폭군 같은 사건들에 의해 아주 미미해진 아주 오래된 시간을 뒤적이고 있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어떤 대상들은 여전히 눈부신악의로 빛나고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리게 한다.  - P145

나에게는 들려줘야 할 이야기가 있었고, 나의 고해를 들어줄사람으로 그보다 더 적절한 사람은 있을 수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 또한 내가 알던 것을 알 필요가, 이 외딴 삶의 빈칸을 완전히 채우고 그삶의 침묵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239

그곳에는 목격자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런 순간에 더 나쁜 게 범죄자인지, 아니면 가만히 서서쳐다보며 마치 아무런 사악한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양 행동하는 죄 없는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어요. - P350

사실 그들의 조상이 그 땅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들은 나만큼이나 오만인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우리 나머지와 조금도 다르게 생기지 않았는데, 어쩌면 피부색이 살짝 더 옅거나 살짝 더 거무스름했는지도, 어쩌면 머리카락이 살짝 더 곧거나 살짝더 곱슬곱슬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들의 죄목은 이 일대에서 오만이비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러한 연관성은 그들이 원한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 P363

그 사진 속에는 세 명의 유대인이 넙죽 엎드려 있었습니다- 한 명은 짙은 정장과 타이 차림이었고, 다른 두 명은 셔츠 바람이었는데, 한 명은 셔츠 소매를 걷고 있었죠. 그들은 바닥 솔을 쥐고 빈의 인도를 쓸고 있었습니다. 그들 주변에 그들 아주 가까이에, 그들의뒤와 앞의 인도에 빈 사람들이 무리지어 빼곡히 서서 히죽거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모든 나잇대의 사람들, 어머니들과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과 아이들이 누구는 자전거에 기대 있고 다른 누구는 쇼핑백을 든 채 점잖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그 세 사람은 그들 앞에서 굴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하켄크로이츠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세 유대인의 굴욕에 웃음을 터뜨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어요. 그 세 사람이 어떻게되었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죠. - P3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쿠란?

에도시대 일본의 정형시로 5, 7, 5의 음률을 가지는 짧은 시다.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짧은 시의 형태인만큼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기레지(일종의 끊어읽는 지점)을 꼭 갖추어야 한다. 

시가 짧은 만큼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지만, 시어로 표현하지 못한 여백을 작가나 감상자가 자기 나름대로 메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책은 에도시대 번성했던 하이쿠를 소개하고 그 옆에 역시 에도시대 같이 번성했던 우키요에를 같이 소개하는 형식이다.

물론 시와 우키요에가 같이 제작된 것은 전혀 아니고 하이쿠에 맞는 우키요에를 찾아서 같이 편집한 형식의 책이다.

멋진 하이쿠와 우키요에를 함께 감상하는 시화집 형태의 책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눈과 마음이 모두 즐거운 책이다.



기본 형식은 이런 식으로 왼쪽에 하이쿠를 소개하고, 오른쪽에 비슷한 우키요에를 배치하는 형식이다.


내 맘에 쏙 들어왔던 몇가지 



요사 부손은 하이쿠의 대가이자 화가이기도 하였다.

참 신은 불공평한게 이렇게 한 사람에게 재능을 몰빵하기도 하신다. 

도대체 나의 재능은 무엇이냐고 평생 물었건만 아직 대답이 없다. 

아마도 이 하이쿠를 쓴 부손은 거기에 맞춰 그림도 그린게 아니었을까?

또 어쩌면 저 모습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며, 햇살 따뜻한 봄날 어딘가 볕좋은 툇마루에 앉아 저렇게 졸고 싶다는 욕망이 몰아친다.



이 우키요에에 부쳐진 하이쿠는

역시 요사 부손의 <가는 봄이여, 동승한 마차 안 님의 속삭임>이다.

그림은 인물화의 대가였던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우산 쓴 남녀>이다.

시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저 남녀의 사랑이 그리 평탄해보이지는 않는다.

가는 봄처럼 속절없이 흘러가고 말 것을 알고 있는 연인들이랄까? 그런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나오는 그림과 시다.

예술은 현실과 달리 역시 장애가 있고 불행이 있어야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가보다.



아 진짜 나는 이런 분위기의 그림에 사정없이 약하다.

그림은 역시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바람 쐬는 여인>

하이쿠는 기카쿠의 <여름 소낙비에 홀로 밖을 바라보는 여인이로구나>

시 자체는 딱히 좋다 생각되지 않는데 홀로 앉아 먼곳을 바라보는 여인의 표정이 정말 기가막히게 아련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화 중에 협롱재춘(나물 바구니를 끼고 봄을 캐다)란 그림이 있다.

공재 윤두서의 손자인 윤용의 그림



저 뒷모습의 아련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어쨌든 이런 모습의 그림에 나는 한없이 약하다는 걸 다시 한번 인증....



시인 잇사의 하이쿠를 좋아한다.

평생을 외롭게 살았던 이 시인은 그럼에도 외로움에 함몰되지 않고 어리고 여린 것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을 평생 표현하였다.

적당한 그림이 없었는지 호쿠사이의 곤충모음 그림을 가져왔는데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잇사의 시가 좋을 뿐이고......



역시 색감은 우타가와 히로시게다. 그림의 제목은 <명소 에도 백경 중 마쓰치야마 산야보리의 야경>

에도의 풍경좋은 곳 백군데 중의 하나란 뜻인데 우리가 저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당대의 사람들은 다 알던 곳이다.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는데 밤을 표현하는 저 색감들이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보게 되는 그림이다.

여기에 붙은 잇사의 시도 너무 좋다.

<내 별은 어디서 한뎃잠 자나, 여름 은하수>



이 장면은 그림때문에 가져온 것.

호쿠사이는 역시 천재적인 화가가 맞다.

이 그림을 보고 호쿠사이의 풍경화와 어떻게 연결할까?

호쿠사이가 그리면 도라지꽃도 저렇게 영롱하구나 하고 감탄한다.



요 그림과 시는 지금의 내 마음을 표현한 것.

술 못먹는, 좀 있따 친구들 만나러 나가서 조개찜 먹을건데 술이라곤 한방울도 못먹을 나의 마음은 얼어붙은 한 겨울.

그러나 겨울은 영원하지 않다. 당연히......

그렇고 말고...어느날 내게 술병이 저절로 찾아오는 봄날이 오리라..... ^^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07-04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이쿠와 우키요에의 조합이라, 기막힌 기획입니다. <바람쐬는 여인>이 눈에 젤 들어옵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할까 싶어요^^

바람돌이 2022-07-05 12:33   좋아요 0 | URL
기획이 참 좋은 책이에요. 뽑아놓은 하이쿠들도 좋고 히로시게의 풍경화가 많이 쓰였는데 못보던 우키요에 작품들을 많이 봐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

coolcat329 2022-07-04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좋습니다.
지난 번 우키요에 책도 좋았는데 하이쿠와 함께 편집한 이 책도 참 재밌습니다.
부손의 책상에서 조는 그림과 바람쐬는 여인이 맘에 드네요.

바람돌이 2022-07-05 12:34   좋아요 0 | URL
하이쿠도 우키요에도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서 쉽게 마음이 가는거 같아요. 이 책 보시면 누구나 맘에 드는 시 한편, 그림 하나쯤은 건지지 않을까 싶네요. ^^

페넬로페 2022-07-04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이쿠 짓기가 은근 어려울 것 같아요.
계어도 있어야하고 끊어짐도 있어야 하고~~
바람 쐬는 여인, 넘 좋은데요.
제 마음에 들어요^^

암요, 겨울은 영원하지 않다!

바람돌이 2022-07-05 12:35   좋아요 1 | URL
짧고 제약이 있으니까 쉽지는 않을거 같아요. 하지만 읽고 즐기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동화돌 수 있는 시들이라서 저는 좋았어요. ㅎㅎ 바람쐬는 여인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네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같이 좋아해주시는 분 많으니 갑자기 기분이 으쓱으쓱합니다. ^^

그레이스 2022-07-04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갑니다.
하이쿠, 우키요에....
나온지 꽤 됐네요?!

바람돌이 2022-07-05 12:36   좋아요 1 | URL
2006년에 나온 책이니까 진짜 오래됐네요. 다행히 아직 절판은 아닙니다. ㅎㅎ

난티나무 2022-07-05 0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날이 금방 오기를!!!!!!!

바람돌이 2022-07-05 12:36   좋아요 1 | URL
봄날은 그냥 만들어가는거 같아요. 그냥 오지는 않는듯...... ㅎㅎ

희선 2022-07-06 0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이쿠와 우키요에 잘 어울리네요 어울리는 것도 있고 덜 어울리는 것도 있겠지만... 시화집이라는 말이 맞겠습니다 부손은 그림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쓰다니... 모두 잘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죠


희선

바람돌이 2022-07-08 14:17   좋아요 1 | URL
둘다 굉장히 일본적인 문화고, 거기다 둘 다 지배층의 문화라기 보다는 서민문화였으니 그 결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랫만에 이런 시화집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레삭매냐 2022-07-06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왜색이 상대적
으로 덜 묻어나는 2번 그림
이 마음에 드네요 :>

바람돌이 2022-07-08 14:19   좋아요 0 | URL
하하 졸고있는 선승을 그린 부손의 그림이군요. 저 그림만 갖다 놓으면 사실 국적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죠. ^^
레삭매냐님 일본풍을 싫어하시는구나
문화야 뭐 취향이니까요. ^^ 전 일본 문화 중에서도 좋아하는 분야와 싫어하는 분야가 좀 확 갈리는 편이라....
하이쿠, 우키요에는 확실하게 좋아하는 쪽이고요.

yamoo 2022-07-07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래 히로시게 그림이 아주 좋은데요~

근데, 개인적으로 하이쿠와 일본풍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일본 그림보단 우리나라 그림이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동양화보단 서양화가 압도적으로 좋구요..^^;;

지금보니 요사 부손의 그림도 꽤 좋네요. 울나라 김홍도 화풍하고 좀 비슷하기도 하고..ㅎ

바람돌이 2022-07-08 14:23   좋아요 0 | URL
히로시게의 풍경화는 그 색감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그리고 영화의 스냅사진처럼 순간의 미묘함, 코믹함 같은걸 절묘하게 포착해내죠. 그래서 전 히로시게의 풍경화를 좋아해요.

한국인이니 일본그림보다는 한국그림이 더 맘에 와닿는건 당연하죠.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 축적된 문화적 소양이 있잖아요. 우키요에 말고 미술 전체를 본다면 저도 한국화를 훨씬 좋아합니다.
부손의 그림이 김홍도의 풍속화와 필체가 비슷해보이는 면도 있네요. 아마도 저 익살스런 표정이나 굵은 선, 그리고 다색판화가 아니라 먹으로만 표현한 단색판화인것도 영향을 줄거고요.
하지만 김홍도의 산수화를 너무 좋아하는 저는 부손과 김홍도를 비교하고싶지는 않아요. 음 급이 다르달까? 김홍도는 진짜 천재죠. ^^

단발머리 2022-07-07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바람 쐬는 여인> 넘 좋아서 한참 바라보고 있네요. 전 이런 책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바람돌이님 방에서 계속 교양 쌓아가네요 ㅎㅎㅎ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7-08 14:51   좋아요 0 | URL
바람쐬는 여인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3분이나..... 저의 감성을 인정받은 기분이라 좋네요. ㅎㅎ
예전에 도쿄 여행갈때 사놓고 정작 그 때는 못읽고 간 책이었는데 어쩌다 책장 뒤적이다 발견하고 아 맞다 하면서 요즘 우키요에 책들 다 찾아보고 뒤지고 있습니다. 없는 책은 또 도서관 찬스!! ^^
저는 요새 시간이 남다보니 우리 동네 주변 여러 도서관을 두루 두루 돌아다닌다는요. 한가지 주제로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해지네요. ^^

감은빛 2022-07-08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시도 참 멋지네요.
저는 중간에 파리에 대한 시를 읽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그림은 도라지 그림이 제일 인상적이네요.

예전에 한때 그림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림을 보고 살 정신이 없는 삶을 살다보니 이젠 사치라고 느껴지네요.
예전처럼 마음이 그림에 확 이끌리지도 않구요.

바람돌이 2022-07-08 15:02   좋아요 0 | URL
잇사의 시죠. 잇사의 시들은 모두 저렇게 작은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차 있어요. 알고보면 솔직히 제일 불쌍한건 잇사 자신인것 같은데 말이죠. 현실은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은 정말 사랑으로 가득찼던 사람이어서인지 그의 시가 저도 항상 마음이 가요.
도라지를 그린 호쿠사이는 일본 우키요에 최고의 화가예요. 우리가 우키요에 할 때 떠올리는 그림 - 파도치는 바다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 그림을 그린 그 화가. ㅎㅎ
지금 끌리지 않으면 다른 것들이 감은빛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거겠죠. 그러다가 또 언젠가는 그림이 들어올 때도 있을거고요. ^^

책읽는나무 2022-07-10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라지꽃 그림이랑 시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쿠는 그냥 문장처럼 읽히는데 기품 있는 도라지꽃 그림을 조합하니 하이쿠가 아련하고 여운 있게 읽히는군요? 신기합니다^^
그림을 우키요에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호쿠사이 화가가 파도 치는 그림 그린 화가였어요? 언뜻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아요.
예술은 국적이 없다고, 그림들이 해학적이고, 예쁩니다. 바람 쐬는 여인의 모습도 여인의 표정이 바람을 참으로 느끼는 것 같아 눈길이 오래 머뭅니다.
그래도 바람돌이님이 올려 주신 한국화가 가장 와 닿네요. 뒷모습이 한이 서려 있는 듯요.ㅜㅜ
우리 나라 그림은 대체적으로 한이 서려 있는 듯 하여 보고 있으면 슬픈 그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7-17 21:41   좋아요 1 | URL
같이 그린 그림이 아닌데 이렇게 비슷한 그림과 하이쿠를 같이 찾아내서 편집한 것도 대단한 기획이었던거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 책 즐겁게 읽었어요. ^^
한국화 협롱재춘은 어떻게 보면 아련함을 넘어 나무님 말씀처럼 뭔가 깊은 회한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근데 저 그림 실제로 보면 한이라기 보다는 뭔가 오히려 따뜻한 그리움 이런게 더 많이 느껴졌었어요. 도판의 느낌과는 좀 다르게요. 간송미술관 소장품이라 보기가 쉽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에요.
 
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뒷편 해설에 보면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평가가 나온다.


아프리카는 흑인들만의 땅이고 또 그래야 한다. 흑인 뿌리 찾기 운동인 '네그리튀드'의 본질주의가 바로 이것이다. 구르나의 소설들은 그러한 본질주의적인 사고에 도전한다. 아프리카를 아프리카 대 유럽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거기에서 예외가 되는 모든 사람을 배제하고 지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이나 탄자니아를 비롯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혼혈인, 인도인, 아랍인,아시아인은 아프리카인이 아니게 된다. 본질주의의 위험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아프리카인 중심주의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과거나 본질에 대한 잘못된 향수나 집착이 없다. 잘못된 방향의 본질주의가 없는 대신, 그에게는 건강한 냉소와 아이러니와 회의주의가 있다.  - 330~ 331쪽


어떤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성장배경을 꼭 알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의 성장 배경 중 어떤 사건이 그의 문학과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면 알고 가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은 한다.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 대해서는 탄자니아 작가라고 소개되지만 사실은 틀린 말이다.

그가 탄자니아인으로 산 것은 그의 생애 중 딱 4년이고, 그의 생애를 말하자면 잔지바르 출신이라고 말하는게 맞겠다. 



지도에서 보듯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 해안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인도양에 위치한 이 섬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하여 일찍부터 인도양 무역의 중심지였고, 17세기에는 이슬람 상인과 인도 상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무역에 종사하고 정착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무역은 전방위적이었지만, 향신료재배를 특화시키면서 수많은 노예노동이 필요했고, 따라서 노예무역을 많이 하여 아프리카인들의 슬픔이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이슬람의 오만 왕국이 이곳으로 수도를 옮겨 통치하기도 하였으니 무역에 있어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지역이다.

제국주의 침략기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961년에 독립하는데 이슬람 국가 술탄왕국으로 독립한다.

이 시기 이 지역의 인구구조를 보면 80%의 아프리카 흑인, 15%의 아랍계, 5%의 인도인들로 이루어져있었는데,문제는 소수의 아랍인들이 대부분의 부와 토지를 독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독립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도 아랍계는 게리멘더링(선거구조작)에 의해 과반 이상의 의회 의석을 가져가면서 그들의 권력 독점을 확고히 한다. 

결국 1964년 흑인들이 이에 대항해 폭동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폭동이 상당히 우발적이고 정확한 지도조직 없이 진행되면서 폭력유혈사태가 지나치게 잔인하게 벌어지게 된다.

결국 많은 이슬람인들이 살해당하고 쫒겨나고 인도인들 역시 살해당하거나 쫒겨나게 되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 가족이 영국으로 이주한 것도 이 때였다.

이후 흑인 공화국이 된 잔지바르는 이후 아프리카 본토의 탕카니카 지역과 합하게 되고 그것이 오늘날의 탄자니아의 탄생이다.

작가 연표를 보면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아프리카인과 아랍인 사이의 혼혈로 태어났고, 이슬람이었으니 잔지바르에서도 경계인적인 위기였으리라 짐작된다. 

1964년의 끔찍한 경험 이후 20살에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경설명이 길어졌는데 문제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거같다는 강렬한 기시감이 드는 때문이다. 

이 작가에게 아프리카는 무엇일까? 

해설에서는 아프리카의 과거나 본질에 대한 잘못된 향수나 집착이 없고, 건강한 냉소가 있다는데 말이다.

실제로 작품 <낙원>은 유수프라는 아프리카 동부해안지역에 살던 어린 소년이 빚때문에 팔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를 산 상인과 소년 유수프 모두 이슬람이다. 

유수프는 상인에게 고용되어 살면서 어느정도 나이가 들자 아프리카 내륙으로 장사를 떠나는 상인을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는 동안 소년 유수프가 만나는 아프리카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아프리카인들을 고용하여 그들의 노동력으로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욕설과 비하가 쏟아진다. 

또한 여행 중 만나는 각 지역의 아프리카 부족들이나 도시 역시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아마도 이런 모습은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뇌물을 밝히고 얼토당토않은 재앙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하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이 철저하게 이슬람 상인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눈을 통해 무식하고 야만적이고 미개한 아프리카인들정도 되겠다. 

그러나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따지거나 생각의 연원을 따라가보거나 하다보면 사고의 구조같은 것들이 동일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거래와 계약을 중시해온 이슬람 상인들에게 당연한 관행은, 자급자족과 부족간의 상호호혜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환경제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의 관행과 전혀 다를 것임은 너무 당연하다. 

이 소설의 여행과정에서 그런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건강한 냉소라는 말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지 알수 없는데, 내가 느낀 것은 아프리카 내륙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냉소였을 뿐이다. 


소설을 유수프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 또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에 홀로 내동댕이 처진 소년의 자아찾기로 읽을 때 이 소설은 굉장히 아름다운 소설이 된다. 

이슬람 상인의 부인이 만든 낙원이 자신의 낙원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낙원을 찾아가고자 자각하는 소년의 마지막 모습은 성장소설의 전형적 서사지만 퍽이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적어도 이 한권으로 이 작가를 판단할 수 없는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된 책 중에 아직 2권의 책이 남아있는데 그걸 다 읽고 나면 '건강한 냉소'라는 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출신의 작가이면서 아프리카를 사랑하지 않는 작가의 글은 아무리 문장과 이야기가 아름다워도 뭔가 가슴에 탁 걸리는 것이 있다.

남은 책들에서 이런 혐의가 벗겨지길 기대해본다.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43)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7-04 1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탄자니아산 원두 한 가득 쟁여 놨는데 ㅎㅎㅎ
작가의 고향 땅이 여러 식민지 화 되면서 종교적으로도 큰 분쟁을 겪었고
압둘라 작가 집안 부유해서 탄압 때문에 영국으로!
영국이 식민지 국 시민들 온다고 받아 주는 곳이 아닙니다
기본 지참금이 있어야
시민증을 주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난민 처럼 떠돌아야,,,

바람돌이 2022-07-04 15:40   좋아요 3 | URL
프레디 머큐리 가족도 부자였대요. 그러니까 영국으로 갈수 있었겠죠. 저는 이 책 읽으면서 그런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폄하로 이어지지 않나라는 혐의를 가졌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만요.
그래서 번역된 다른 책도 마저 읽어보고 판단하려고 아직은 판단 보류중입니다. ^^

새파랑 2022-07-03 23: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읽다보면 그 시기와 장소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 잘 이해될거 같은 작품들이 있더라구요. 요 책도 그런 책이군요. 좀 어렵나 봅니다 ㅋ 그래도 노벨상 책은 읽어줘야 함 ^^

바람돌이 2022-07-04 15:41   좋아요 3 | URL
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성장소설로 읽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저는 왠지 이 소설속 아프리카 내륙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묘사사 탁탁 걸려서 이런 불온한 생각부터 하는거구요. ^^

그레이스 2022-07-04 0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치누아 아체베도 자신의 나라 나이지리아의 전통과 관습, 부페에 대해 비판하는데,,, 나름 동의하게 됩니다.
그것과 어떻게 다를지 ...
저도 이번달에 이 책 읽어야해요^^

바람돌이 2022-07-04 16:39   좋아요 2 | URL
비판의 지점이 내부자의 입장에 있나 외부자의 입장에 있나에 따라서도 달라질것 같고, 중요한건 저는 이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서 아직 판단이 잘 안서요.
잔지바르에서 이 작가의 집안은 솔직하게 말하면 착취자거든요. 그런데 그의 기억은 폭동 때의 끔찍한 기억에만 머물러있다는 아닌 것 같아서요. 물론 이 작가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낙원 하나만으로는 어떻게 판단하기가 힘들어서 계속 읽어보려구요. ^^

coolcat329 2022-07-04 08: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설 배경 설명과 지도까지 감사합니다.
이 책 읽을 때 바람돌이님 글 다시 참고할게요. 본질주의에 저항하는 작가의 글이 저도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2-07-04 16:40   좋아요 4 | URL
본질주의에 저항하는 것 역시 올바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잉카가 아프리카 본질주의를 주장하는 지리적 역사적 맥락도 분명히 있을 터라 거기에 대한 공부도 좀 해야겟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ini74 2022-07-04 08: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해둔 책입니다 건강한 냉소 라 ㅠㅠ 저도 궁금하네요. 예전엔 노벨상 수상작밢표나면 서점에 그 책 사려고 막 뛰어가곤 했는데. 이젠 클릭으로 가능한 ㅎㅎ 너무 옛날인가요 ㅎㅎ

바람돌이 2022-07-04 16:41   좋아요 2 | URL
이 책만으로는 건강한 냉소 없습니다. 그냥 냉소만 잔뜩 있을 뿐요. 냉소가 어떻게 건강할지는 아직 감을 못잡겠고요. ㅎㅎ 아 저는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서점에 뛰어간 적은 없어서요. 역시 미니님 저보아 훨씬 고수셔요. ^^

- 2022-07-04 1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냉소.. 참 곱씹을 수록 오묘한 말예요. 건강한 거리두기를 위한 재료로서의 냉소는 분명 있지만… 냉소 자체는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건 결국은 자기를 공격하고 냉소만큼 자신한테 다시 돌아왔을 때 아픈게 없는 듯 ㅋㅋㅋ (하지만 남자 조롱과 인류 비웃기가 특기인 제가 할 소리는 아니네요 ㅋㅋㅋ 흐흐흐)

바람돌이 2022-07-04 16:43   좋아요 3 | URL
오묘한 말이죠. 냉소라는게 혼자 표현하고 간직할 때도 그닥 건강한건 아닌데, 그걸 표현할 때는 더한지라 별로 공감은 안가고 있어요.
공쟝쟝님의 남자 조롱과 인류비웃기는 저는 냉소가 아니라 풍자라고 생각하고 있음다. ^^ 풍자는 사실 냉소와는 비교가 안되는 뜨거운 감정이죠. ^^

- 2022-07-04 21:40   좋아요 3 | URL
풍자라고 이름 붙여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저를 포함) 냉소주의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있는 데, 냉소야 말로 결론적으로는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더라고요. 냉소하는 본인만 모르고 온 우주가 다 아는 진실… 안하는 게 좋죠. 안하는 게 좋습니다. 건강한 냉소라니… 소설을 읽지 않으면 감각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일단 바람돌이님 리뷰 봤으니 요 책을 킵해두는 것으로?~!?ㅋㅋ

바람돌이 2022-07-05 12:38   좋아요 0 | URL
저는 공쟝쟝님의 말들이 진짜 냉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시는걸요. 냉소는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거리두기와 외면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
전 지금 바닷가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고 좀 더 읽어봐야겟습니다.

페넬로페 2022-07-04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냉소라는 글에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건강한 냉소의 의미가 어렴풋이 이해되고 느껴집니다.
7월에 이 책 읽을 예정인데 기대되네요^^

바람돌이 2022-07-04 16:44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되네요. 저는 아직 저 말의 의미가 와닿지 않아 헤매고 있어요. ^^

희선 2022-07-06 0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작가 책 《바닷가에서》 이야기했는데, 거의 흘려 들었습니다 그때 프레디 머큐리 이야기도 나왔어요 흑인이 노벨문학상 받은 건 오랜만이다는 말 듣고 한국 사람은 아직도 못 받았는데 했는데, 밤에 컴퓨터 켰더니 수학 필즈상을 한국 사람이 받았다는 기사가 보이더군요

이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어도 객관성을 가지고 보는 것 같네요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2-07-08 13:53   좋아요 1 | URL
이 작가에게 아프리카는 실제라기 보다는 뭔가 머리속에 떠도는 강박같은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두번째 작품인 바닷가에서까지 읽고 나니까요. 어쨋든 두권을 읽어도 판단하기 어려운 작가네요. 내친 김에 마지막 남은 그후의 삶까기 읽고 생각해보려구요.

페크pek0501 2022-07-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진 않았지만 들어 본 작가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였군요.
지도도 나오고 스케일이 남다르시네요. 이런 공부가 저에게도 필요하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07-08 13:55   좋아요 0 | URL
지도는 그냥 구글 검색해서 긁은거라..... ㅎㅎ
저는 솔직히 이 작가가 아프리카 작가로 분류하는게 맞는지조차도 지금 헷갈리고 있습니다. ㅎㅎ
책이 나쁘진 않은데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인가도 아직 잘 모르겠고요. 마지막 그후의 삶읽고 좀더 생각해보려 합니다.

yamoo 2022-07-07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어 본 적이 없는 작가가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인데, 노벨상 수상작가라니 리스트에 포함해야 겠습니다.

탄자니아...그렇군요. 출신지가 중요하긴 하죠.

근데, 바람돌이 님, 문학도 많이 읽으시네욤~

바람돌이 2022-07-08 13:57   좋아요 0 | URL
요즘 왠지 문학이 너무 끌리네요. 독서도 흐름을 타는거 같아요. 어떤 특정 분야가 확확 땡기는 때가 있으니 그게 지금은 문학이고요.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 워낙에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이제야 번역이 되어 책이 나왔네요. 그래도 한꺼번에 3권이나 나와서 이 작가의 면모를 조금 들여댜 볼 수 있지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처럼 읽으면 훨씬 더 깊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배경과 성장과정, 어쩔 때는 인종이 그 작가를 규정하는 가장 큰 힘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아직 <낙원> 읽기 전인데 (도서관책이라 빨리 읽어야 하는데 ㅠㅠ ) 읽으면서 고퀄 프리미엄 페이퍼 자주 참고할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7-08 13:59   좋아요 1 | URL
무슨 책을 읽든 저자의 출신, 성장배경, 주변 역사 이런거 먼저 찾는게 저는 약간 병인듯.....
어떤 작품은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읽었을 때 감동이 배가 될수도 있는데 뭘 읽든 저는 그게 잘 안돼요. 일단 저자 연표부터 보고 모르는 지역이나 사건 나오면 다 찾아보고..... ㅎㅎ 이건 제 전공때문에 생긴 병인듯.....

감은빛 2022-07-08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은 별로 안 궁금한데, 바람돌이님이 알려주신 잔지바르의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특성은 매우 흥미롭네요.

건강한 냉소라. 냉소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거기에 ‘건강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이해하기 어렵네요.
풍자라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을텐데, 풍자와 냉소는 또 다르니까요.

바람돌이 2022-07-08 14:16   좋아요 1 | URL
잔지바르는 지금은 탄자니아지만 본토와 또 갈등이 많은 지역이고, 여기가 유럽인들의 휴양지 역할을 하다보니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탄자니아보다 나은데, 본토의 지원에서 계속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분리독립 움직임도 있고 뭐 그렇더라구요. 사람 사는 곳은 그 역사가 복잡하기 않은 곳이 없고, 갈등이 없는 곳이 없다는 걸 또 느끼네요.
건강한 냉소라는 말은 저도 아직 이해불능입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아프리카 본토의 문화에 대한 지독한 냉소가 저는 상당히 거슬렸거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0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덕분에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 입수가 되었어요. 책을 읽을 때, 많은 참고가 될 듯 합니다. 건강한 냉소!!!!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고 읽혀질 듯도 하구요^^
낙원 읽으신 분들이 많으셔서 저도 요즘 눈여겨 보고 있어요.
노벨상 수상 후, 번역책이 그닥 없다고 그런 것 같았는데 벌써 세 권이나 번역되어 나왔었군요?^^

바람돌이 2022-07-17 21:37   좋아요 2 | URL
저는 처음 보는 작가면 보통 작가에 대한 검색을 해보는 편이에요. 그래야 그 사람의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만ㄷ르어지는거 같아서요. 물론 선입견이 생길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많은거 같긴 해요. ^^

scott 2022-08-10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추카!
병원 다니시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이틀 동안 엄청난 폭우가 ㅠ.ㅠ

바람돌이 2022-08-10 21:00   좋아요 2 | URL
중부지방 이번 폭우는 정말 무섭더군요. 조심조심 무탈하셔요. 스콧님 추천으로 링컨하이웨이 읽고 있는데 엄청 재밌습니다.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스콧님 링컨하이웨이 이달의 당선도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8-10 16: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될 줄 알았던 리뷰!입니다.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셔서....!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2-08-10 21:04   좋아요 3 | URL
무슨 말씀을요. 항상 그레이스님 글 보면서 자극받는 저인걸요. 그레이스님도ㅠ당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2-08-10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선되실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8-10 21:04   좋아요 3 | URL
미니님이랑 스콧님 링컨 하이웨이 글 잘 읽고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미니님도 당선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0 1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낙원 읽기 전에도 읽고 난 후에도 참고가 될 리뷰입니다!

바람돌이 2022-08-10 21:08   좋아요 2 | URL
참고가 되다니 다행이에요. 어떤식으로든 쓸데가 있는 글이 될수 있다니 말입니다. ^^ 화가님의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글도 좋아서ㅠ당선되실줄 알았어요. 축하드리고 감사도 드립니다.

새파랑 2022-08-10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당선이 많이 되셨군요 역시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돌이님이죠.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8-10 21:10   좋아요 3 | URL
아 여기는 바람이 없어요. 바람돌이 축 처져 있습니다. 주문을 외워도 효험이 없어.... ㅠㅠ
새파랑님 제가 좋아하는 대성당 글로 당선되셔서 더 좋네요. 축하드립니다. ^^

청아 2022-08-10 18: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리뷰 써주셔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당선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8-10 21:12   좋아요 4 | URL
미미님도 항상 좋은 글로 저를 자극하시는걸요. 미미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정한 인사도 감사드려요.

희선 2022-08-11 0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아프리카 여기저기에서도 여전히 내전이 일어나더군요 난민도 많고... 아프리카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편하게 살면 좋을 텐데...


희선

얄라알라 2022-08-11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쬐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지도 올려주시지 않았다면 게으른 저는 ‘아~~진지바르!‘하고 그냥 넘어갔을 텐데 지도 보다 글보다 하니, 더 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이어도, 이 대륙을 사랑하지 않는 작가에게 바람돌이님께서 묵직한 미션을 주신 것 같아요^^

다시금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8-1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쬐금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이지만 제 리스트에도 추가하겠습니다...
 

렌가와 하이카이의 첫 구, 즉 홋쿠 5.7.5는 반드시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조를 넣어야 하고 그 노래가 지어진 배경을 읊어야 하며, 또 한 수로 독립된 완결성이 있어야 했다. 이것이 나중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번거로움 없이 혼자서 읊을수 있는 하이쿠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 P10

전통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상징하는 ‘계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짧은 시의 형태인 만큼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기레지‘를 꼭 갖추어야 한다. - P11

기레지는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잘라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5·7·5음율의 어느 한 단락에서 끊어줌으로써 강한 영탄이나 충분한 여운을 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예컨대 - (-이여), 加(-로다), -17 (구나)와 같은 것들이다. 기레지는 짧은 시가 지닌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단순 구조를 벗어나게 해주는훌륭한 수단이다. 즉 짧은 시의 어느 한 부분을 끊어줌으로써 그 다음 부분과의 단순 연결을 피하고 중층적인 표현 효과를 노릴 수 있다. - P13

감상자가 작가에게서 독립된 세계를 그리게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작품 세계로 감상자를 인도하는 것이 하이쿠의 기레지가 갖는 의미이다. - P15

이렇게 비싼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다색 판화로서 우키요에가 유행하게 된 사회적 배경에는 하이쿠 동호회가 있었다. 하이쿠 동호회가 다색 목판화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매우 컸다. 예를 들어 최초의 다색 판화가 제작되는 계기가 된 것도에도의 하이쿠 동호회원들이 신년 축하 선물로 사용하기 위해 그림 달력을 주문한데서부터였다. 특히 1765년에는 유례 없이 많은 달력이 제작되었다. 동호회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 덕분에 우키요에시들은 제작비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질 좋은 재료와 정교한 공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도의 하이쿠 동호회원들, 즉 하이진들을 중심으로 유행한 그림 달력을에고요미‘라고 한다. 문자 대신 그림이나 기호로 음력의 십이간지와 역신이 그려져 있는 그림달력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류사에서 수많은 억압의 제도가 있었지만 가부장제만큼 한번도 제대로 도전도 받지 않고 굳건했던 것은 없었다. 

계급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성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더 억압을 받았던 노예들도 반란을 일으킬 줄 알았고, 중세의 농민들도 싸울줄 알았다. 근대의 노동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여성들은 왜 한번도 집단적으로 그들의 인간됨을 위해 싸운적이 없지?

개별의 여성 몇몇을 얘기하면 안된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건 결국 혁명이지, 몇몇 개인의 특별함이 그것을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이 문제에 대해 거다 러너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여성들에게는 역사가 없었다-그들은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여성들을 가장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든 것은 상징체계에 대한 남성의 헤게모니였다. - 383쪽


이 문장은 나를 전율하게 한다. 

거다 러너가 왜 뜬금없이 가부장제가 창조되는 머나먼 메소포타미아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장면이다.

모든 것이 이해되는 기분이랄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 나의 현재가 정상이 아니라는걸 알지 못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언어를 아예 가지지 못한 것. - 가족이라는 틀 내에서 온정주의적 지배에 가려 남성의 온정에 일방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그것을 오히려 감사해야 하고 억압으로 인지하지 못하는데 어떤 싸움이 가능할까?


그래서 저자인 거다 러너는 인류 최초의 문명의 탄생의 순간으로 간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다른 인간존재를 잔인하게 대하고 그/그녀에게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한수 높은 중요한 발명은, 지배당하는 집단을 지배하는 집단과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 경험은 노예제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 138~139쪽


오래 전에 결혼 초에 나는 남편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역시 가사노동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평균보다도 한 10배쯤 더 가부장적인 집에서 자란 남편은 의식과 생활의 괴리를 참 힘들어했다. 자신의 의식은 남녀평등과 가사노동분담이 당연한데 평생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배워본적도 없어 진짜 할줄 모르는(콩나물 다리 좀 따달랬더니 1시간에 걸쳐서 콩나물 대가리를 다 따놓은 남자......ㅎㅎ) 가사노동들이 너무 너무 힘들었던 것.....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의지는 충만해서 가르쳐가면서 하는거지 하는 중이었다. 

어느 날 지나가듯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노력하는 수많은 운동권 남자들이 왜 그렇게 일상생활에서는 가부장적이고 오히려 더 억압적인 경우가 많냐고? 인간평등을 배웠으면 남녀평등을 위해서도 노력하는게 당연한거 아니냐고? 그런 질문을 했었다.

아는것과 사는 것이 일치하는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시절의 질문이다.

여기에 대해 남편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그거 모르는 척 하면 제 몸이 얼마나 편해지는데 안다고 하겠냐? 그게 기득권이라는거다.  나 봐라! 아는 척 하다가 이렇게 힘들게 몸을 굴려야잖아! 야 청소 너무 힘들다. ㅠ.ㅠ


남자들은 다 안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일 뿐이다.

인류 최초의 차별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장면이다. 

누군가를 지배해본 경험, 그로 인해 자신의 몸이 편해지고, 이익을 쟁취하고했던 기억은 달콤하다.

버리고 싶지 않은 기득권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인류최초의 억압은 여성에 대한 억압에서 시작되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이전에 여성억압이 있었던 것이다. 

남성보다 노예화 하기 쉬웠던 여성에 대한 노예화는 누군가를 노예화햇을 때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했을 것이고, 첩의 존재로 인하 남성들의 성적 욕구는 손쉽게 채워졌으며 동시에 첩은 부인에 대해서는 하녀의 지위를 가지며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이중적인 억압에 직면햇으며, 친족집단전체의 이익을 위한 여성 가족 -딸-의 매매는 매매혼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창녀로의 매매까지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간다.

이 모든 것들은 이제 유지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게 가지고 있던 권력을 내려놓는거다.

어려우면 해보시라. 집에서 내가 자식들을 위해라는 명분으로 휘두르고 있는 수많은 권력들을 한 번 내려놓고 자식들의 자유로운 삶을 전적으로 한번 줘보라고.... 못하실걸.....

그러므로 이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것이다. 

왜냐? 이 기득권의 달콤함을 계속 유지해야 하니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발생한다.

여성들은 자신이 억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벌써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전면적으로 포위되어 버린다.

전방위적인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침투는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가질 수 없게 하고, 남성의 언어로 사고하게 하며,

그러므로 몇천년간 침묵하게 만들었다.

여성들은 언어가 없었으므로........

그러므로 여성들에게는 여성사가 필요하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징체계, 언어를 가지지 못했다면 그것이 언제 어느때에 어떤 식으로 거세되어 왔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 가부장제의 창조의 순간을 앎으로써 그것이 역사적이고 영원하지 않으며, 남성들에 의해서 순전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구성되어진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럼으로써 그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관계를 창조할 언어도 그 순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나오고 10년, 거더 러너는< 역사속의 페미니스트>와 <왜 여성사인가>라는 책을 쓴다.

여성이 자신의 상징체계, 언어를 가지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절판인데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평민사와 푸른 역사 출판사에 이 책 재출간 해달라고 달려가게 만드는......

절판된 책은 또 중고책이 여전히 비싸다는.....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22-07-03 2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성 중심 헤게모니 때문에 여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단어와 관용어가 만들어졌어요. 이제는 그런 단어를 만나면 의심하고 왜 아닌지 질문해야 합니다.

바람돌이 2022-07-03 21:39   좋아요 2 | URL
여성들조차도 별 문제를 못느끼는 언어나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한지는 저도 오래됐네요. 그래서 오히려 계속 의심하고 생각하고 해야 하는거같아요

2022-07-04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5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7-04 07: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바람돌이 님. 저는 메소포타미아부터 읽어가는게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바람돌이 님은 왜 그래야 했는지를 알고 읽으셔서 그리고 그걸 적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같이읽기의 매력은 바로 이런데 있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님, 날 더운데 건강 잘 챙기셔요. 그리고 우리 힘내서 읽고 쓰도록 합시다!

바람돌이 2022-07-05 12:45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이 좋은 책 선정해주셔서 저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너무 좋네요. ^^ 저는 역사쪽은 일단은 좀 장벽이 없어서 쉽게 접근하는 편이라 이번 책은 그래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것들을 읽으면서 제 생각을 또 정리해보고 참 좋네요.
계속 열심히 잘 따라가겠습니다.
다락방님께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mini74 2022-07-04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척 몸은 편할지몰라도 마음은 안 불편한지 ㅠㅠ

바람돌이 2022-07-05 12:45   좋아요 2 | URL
마음이 불편하면 어쨌든 작게나마 몸이 움직이지 않겠어요? 주변에 나쁜 놈들 보니까 마음 안 불편해하더라구요. 당연하게 생각하지..... ㅎㅎ

- 2022-07-07 10:42   좋아요 1 | URL
인간은 마음이 불편하면 안불편해지기 위해 합리화를 합니다. 남자는 이렇게 태어났고 여자는 저렇게 태어났으므로. 여자는 원래 감정을 더 잘살피고 여자는 원래…. 진화론에 유전자까지 가져옵니다. 자신의 편함을 위해서 세계사 전체를 왜곡하고 과학까지 왜곡합니다. ^^ 왜곡이 끝나갑니다. 그건 여남 모두에게 다행이죠.
진짜는 진짜 민낯의 진실은 합리화를 멈추고 두 눈을 다떴을 때 보입니다. 자기 편한대로 안보겠다는 사람들에게 기운빼지 말고 내 시야의 확장에 집중합시다 💕

바람돌이 2022-07-08 15:08   좋아요 0 | URL
하하하 명쾌한 공쟝쟝님!!!!
언젠가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봤는데 그게 참 효과는 없으면서 사람의 진은 있는대로 빼더라는..... 그러다보니 점점 아 그래 그냥 너 그렇게 살아. 언젠가 후회할거야 이러게 되기도 하더라죠. 한때는 또 그걸 나의 패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생각이 달라져요.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르고 그것이 명백하게 틀렸다하더라도 그것을 나의 말빨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고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닐까 싶은요. 타인이 나의 생각을 침범하고 공격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할지라도, 내가 먼저 그를 바꾸겟다고 덤비는건 오만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여튼 사람의 생각이 바뀌는건 정말 어렵고, 내가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게 더 쉬운것 같고... 그래서 공쟝쟝님 말에 동의합니다. ^^

페넬로페 2022-07-04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 책 같이 읽지는 않지만
가부장제라는 말만 들어도 아득해진 느낌입니다.
이 거대하고 견고한 것을 어디서부터 다루어야하고 어떻게 깨부셔야 할지 무척 힘들겠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모르는 척하면 편해진다~~
남펀이 잘 써먹는 수법이예요 ㅠㅠ

바람돌이 2022-07-05 12:57   좋아요 3 | URL
이놈의 가부장제는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싶기도 해요. 그런데 진자 제대로 가부장제가 없어지려면 세대 물갈이가 완전히 한바퀴는 돌아야 되려나 싶기도 하고..... 그러면 그 다음엔 또 다른 무엇이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
세상이 바뀌는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희선 2022-07-06 0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척하면 편하다 맞는 말이네요 많은 사람이 모르는 척하고 살겠습니다 지금은 알려고 하고 아는 사람도 전보다 늘었겠지요 그러면 좋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2-07-08 15:09   좋아요 1 | URL
그래야 세상이 점점 더 살기가 나아지겠지요. 요즘은 개인의 생각이나 사생활이 워낙에 공개되고 드러나서 그런지 생각이 나아지는 사람도 나빠지는 사람도 더 많이 보이는 거 같아서 판단을 하기가 좀 힘들어요. ㅎㅎ

- 2022-07-07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 책을 다 읽고, 책정리도 다하고, 리뷰도 쓰고, 님들의 리뷰를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아 진짜 이번달에는 편한 맘으로 빨리 읽자 ㅋㅋㅋ 반성중인 공쟝쟝입니다!
바람돌이님의 리뷰엔 남편의 자기고백이 있군요ㅋㅋㅋㅋ 깨알 재미 ㅋㅋ

저도 거다러너의 다음 책들 …너무 읽고 싶어요! 혹시 재출간 되면 알려주세요😍

바람돌이 2022-07-08 15:12   좋아요 1 | URL
재출간 알림은 신청해놨어요. 알림 오면 재깍 알려드립죠. ㅎㅎ
저는 인간의 생각이 바뀌고 그에 따라 행동이 바뀌는게 얼마나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인지 남편 보면서 알았어요. 생각은 정말 합리적이고 진보적이고 타고난 품성까지 착하고 순한 사람인데, 그 행동이 진짜 내 맘에 들게 변하는데는 한 20년 걸리더군요. ㅎㅎ 요즘에야 겨우 저의 이상형에 가까워졌습니다. ㅎㅎ
이번 달 책은 책장은 잘 넘어갈 거 같은데 읽기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 손대기가 막 겁나서 자꾸 밀리네요. 지금 압둘라자크 책 한 권 남았는데 그거 마저 읽고 읽으려구요.

단발머리 2022-07-07 14: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들은 자신이 억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벌써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전면적으로 포위되어 버린다.
전방위적인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침투는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가질 수 없게 하고, 남성의 언어로 사고하게 하며,
그러므로 몇천년간 침묵하게 만들었다.
여성들은 언어가 없었으므로........
그러므로 여성들에게는 여성사가 필요하게 된다.

저는 바람돌이님의 이 지적이 앞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같은 여성이 아니라 같이 사는 남성과 스스로를 동일시해버리는 거요. 특히 기혼 여성인 경우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크고, 더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역사를 되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여성들을 어떻게 페미니즘 운동의 자리에 함께 앉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명은 소수에 의해 인도되는거 같지만 결국엔는 구성원들간의 연대가 필요할테니까요.

이 책 정말 좋은 책인거 같아요. 계속 좋은 리뷰들이 올라오고 있어서 넘 행복합니다. (from 이 책을 겁나 좋아하는 1인)

바람돌이 2022-07-08 15:39   좋아요 0 | URL
많이 나아졋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같이 사는 남성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건 흔하죠. 사실 그게 제일 편하잖아요. 그래서 뷰티산업과 명품산업, 성형산업 등은 여전히 성행하구요. 가부장제가 몇천년인데 이런 것들이 쉽게 변할까요? 그럼에도 세상이 변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의 삶과 생각이 변하고 있는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빠르지 않아서 속은 타지만요.
혁명이 소수에 의해 시작될 수는 있지만 그 진행과 완성은 결국 구성원들의 연대에 의해야만 이루어진다는건 역사가 증명하잖아요. 그러니 이 좋은 책 열심히 읽고 같이 얘기하고 일상에서도 잘 떠들고... 그렇게 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