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치명적인 병이다. 브룸버그는 거식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5~15 퍼센트가 치료를 받다가 죽이 거식증이 정신병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병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 P294

1920년경 서양 여성이 투표권을 얻자 다이어트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1918~1925년 사이에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직선적인 새로운몸매가 곡선적인 몸매를 대체했다. 퇴행적이던 1950년대에 잠시 여성의 자연스러운 풍만함을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집안에 틀어박혀 살림하는 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대거남성의 영역에 들어가 그들을 집안에 가둘 수 없게 되자, 그런 즐거움보다 서둘러 여성의 몸을 감옥으로 만드는 사회적 방책이 중요해졌다.
- P296

이런 급격한 몸무게 변동이 여성에게 새로운 형태의 낮은 자존감과 통제력상실, 성적 수치감을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이제 속박에서 벗어나 그것들에 대해 막 잊기 시작했을 때 말이다.  - P299

 다이어트는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진정제다. 조용히 미쳐가는 인구는 다루기 쉽다. 
- P301

지배 문화가 최근에 해방된 여성들의 개인적 자의식에서 그들의 해방이낳은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불러일으키려는 것은 그런 특성이지 마른 것자체가 아니다.
- P302

반쯤 굶게 하는 이데올로기는 페미니즘의 성과를 무력화한다.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것은 정신에서도 일어난다. 남성의 몸은 좋은데 여성의 몸은 옳지 않고 과거에도 줄곧 그랬다면, 남성은 옳고 여성은 그르다.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자신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라고 가르쳤는데, 굶주림은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가르친다. 여성에게 "나는 뚱뚱한 내 히벅지가 싫어"리고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자신이 여성임을 싫어하게 한 것이다. 여성이 세상에서 경제적으로독립하고 일을 좌우하고 교육받고 성적으로 자주적일수록, 세상은 여성의 몸이 빈곤하고 통제할 수 없고 바보 같고 성적으로 불안하길 바란다.
- P315

거식증이 내게는 내가 어려서 가진 몸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보였다. 여성이 되면 그런 몸을 잃을 터였고, 따라서 내계는정말 거식증이 유일한 선택 같았다. 나는 여성의 몸이 되어 평가받기를 거부함으로써 내 미래의 선택이 온통 사소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길을 택했다. 나를 위한 선택이 내게 의미 없는 것을 토대로 내려지지않기를 바랐다.  - P327

여성은 거식증을 사회질서가 가하는 정치적 손해로 주장해야 한다.
사회질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여성이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은 이것이 여성의 수치가 아니라 비인간직인 사회질서의 수치임을 알아야 한다. 유대인이 죽음의 수용소를, 동성애자가 에이즈를그렇게 보듯이,
- P332

그러나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강간당하거나 임신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해지거나 그냥 지금 뚱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대 소녀들은 이것을 잘 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하라고 하니까. 그들은 결국 자기 몸을 풍경으로 만들어 얌전하게 길들이는 것이 어떤 종류의 야생보다 낫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에게 다이어트는 조심하는 것이고, 기아 수용소에 들어가는 것은 극도로 조심하는 것이다.
- P346

인류 역사에서 기록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여성의 성적 자의식이 고통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고통 없는 여성은어떤 존재란 말인가? 고통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이 사랑이라면, 고통당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도록 길들여졌다면, 고통이 없어도 바람직한 여성의 몸을상상하기 어렵다.
- P351

여성에게 새롭게 가능해진 것들이 금방 새로운 의무가 된다. "아름다움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 까지가한 걸음밖에 안 된다. 우리가 안전으로 가는 길을 생각하려면 먼저 ‘여성이 자유롭게 이 고통을 선택한다‘는 주장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성형수술 시대에 사는 여성과 관련해서는 "선택"과 "고통"이 무엇을뜻하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 P402

수술은 사람을 영원히 바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바꾼다. 우리가 그것을 심각한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남성이 여성을 만드는 새 천년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고, 그때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 P407

점진적 비인간화는 기록으로 충분히 입증된 분명한 패턴이 있다. 미용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몸의 어떤 부분이 살아 있어도 가치가 없다 느끼고 사회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대기 전반에 퍼져 우생학의 악취를 풍기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세계가 서양 민주주의에서 찬미해서는 안 될 생물학 지상주의에 토대를 두기 때문이다.
- P420

진짜 문제는 여성이 화장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몸무게가 늘고 줄고, 수술을 하고 안 하고, 옷을 차려입고 대충 입고, 얼굴과몸매를 예술품으로 만들든 아니든 이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진짜문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 P430

여성에게 바위처럼 단단한 정체성이 인정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고 편안하게 옷을 입고 꾸밀 것이다. 여성이 스스로 성을 통제할 경우 여성의 성을 부각시키는 옷을 즐겨 입으리라. 여성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당한 열정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여성의 욕망이 선택한 대상을 향해도 낙인찍히지 않으면, 성을 표현하는 옷을 입거나 태도를 취해도 그것을 이용해 우리에게 망신을 주거나 비난하거나 성희롱 대상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 P431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BQ(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자격 조건)를 없애고, 여성의 노조 결성을 지지하고, "아름다움의 성희롱과 나이 차별, 수술 강요 같은 안전하지 못한 노동조건을 노사협상의 의제로 만들고, TV처럼 차별이심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소송의 물결을 위해 조직하고, 평등한복장 규정을 주장하고, 심호흡을 하고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 P436

끔찍한 진실은 시장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부추겨도 여성이 그것을서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면 무력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어떤 여성이든 신화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여성의 지원과 지지기 필요하다. 가장힘들지만 가장 필요한 변화는 남성이나 대중매체가 아니라 우리가 다른 여성을 보고 다른 여성에게 하는 방식에서 올 것이다.
- P445

먼저 "아름다움"부터 재해석하자. 아름다움은 경쟁적이거나 위계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이 아니다. 왜 한 여성의 즐거움과 지부심이 다른 여성의 고통을 뜻해야 하는가? 남성은 성적으로 경쟁할 때만 성적으로경쟁하는데, 신화는 여성이 모든 상황에서 "성적으로 경쟁하게 한다.
더구나 특정한 성적 파트너를 두고 경쟁하는 일도 드물며, 보동은 "남성을 위한 경쟁도 아니라서 그런 경쟁이 생물학적으로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 P451

한 세대 전에 저메인 그리어가 여성에게 "무엇을 하겠는가?"라고물었다. 그래서 여성이 한 것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혁명을 낳았다. 여성 개인으로서, 전체 여성으로서, 이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무엇을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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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은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 동물도 성적인 행위를 하는 방법을배워야 한다. 지금은 인류학자들이 그것이 본능이라기보다는 배우는것이라고 믿으며, 따라서 배워야 성공적인 번식 행위에 이를 수 있다.
실험실에서 자란 원숭이는 섹스에 서툴며, 인간도 외부의 단서들을 통해 성적인 방식을 배워야 한다. 아름다움의 포르노와 사도마조히즘은여성의 성을 훨씬 다루기 쉬운 형태로 개조한다.
- P216

 여성은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세상에서는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통제에 따라야 바람직한 여성이 된다는 것을 배운다.
이런 이미지들도 역사와 함께 진화했다. 성은 유행을 따르고, 유행은 정치를 따른다. - P218

아름다움의 포르노와 사도마조히즘은 솔직하고 분명하게 드러내지않는다. 그것은 정직하지 않다. 전자는 여성의 성이 곧 아름다움인데,
거구로 주장한다. 후자는 여성은 강요 및 강간당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 성폭행과 강간이 멋있고 우아하고 아름답다고 주장한다.
- P222

폭력적인 성 이미지의 폭증은 여성이 권력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남성의 분노와 여성의 죄책감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1950년대 문화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이 결혼을 하거나 유혹을 받았는데, 현대 문화에서는강간을 당한다.  - P224

 그러나 지금일어나고 있는 것은 심리적 개인사를 보면 남성과 여성이 그런 장면을통해 그것에 관심을 갖도록 학습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우리 문화는남성과 여성이 강간에 관심을 갖도록 섹스를 강간으로 그리고 있다.
- P225

주류 문화에서 남성이 벌거벗은 것과 여성이 벌거벗은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은분명하며, 이는 권력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 P227

고전적인 포르노가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적이 되도록 하는가 하는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포르노가 여성이 자신에게 폭력적이 되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히다. 증거는 주위에 많다. 여기시 외과 의사가 유방에 길게 베인 자국이 있는 것을 피고, 저기서 체중을 모두 실어 여성의 가슴을 눌러 실리콘 덩어리를 부순다. 걸어 다나는 시체도 있다. 피를 토하는 여성도 있다.
- P231

여성을 대상화하는 이미지나여성에 대한 비하를 에로틱하게 그린 이미지는 최근에 여성의 주장이강해지자 그것을 상쇄할 목적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환영받고 또한 필요한 것은 강자가 편치 않을 정도로 남성과 여성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 P231

섹스를 한낱 "아름다움" 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미지, 미인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만드는 이미지, 그녀를 에로틱하게 포장해 고문하는 이미지가 정치적·사회경제적으로 환영받는 것은 그것이 여성의 성적 자.
부심을 무너뜨리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떨어져 적대시해야 굴러가는사회질서에 그들이 함께 손잡고 맞설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 P233

 여성을 혐오하는문화가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을 여성이 혐오하도록만드는 데 성공했다.
- P243

남성이 여성의 몸을 보고 성욕을 느끼고 여성의 인격이 불러일으키는 자극에 덜 민감한 것은 일찍부터 그렇게 반응하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시각적으로 덜자극받고 감정적으로 더 자극을 받는 것도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성교육에서의 이러한 비대칭은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남성의 권력을 유지시킨다. 남성은 여성의 몸을 보고 평가하지만, 그들의 몸은 보고 평가하고 받아들이거나 지나치는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성별이라는 바위" 때문이 아니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똑같이 보고 자극받고 욕망하는 진정한 상호작용으로 남성과 이성이 하나가 될 수 있다.
- P246

여자아이들이 배우는 것은타인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망이다.  - P254

이런 수치들도 충격적이지만, 이미 대다수 여성의 삶에서 어떤 순간에 어떤 식으로 섹스가 폭력과 연결된 환경에서, 아름다움의 신화가여성에 대한 성적으로 폭력적인 이미지와 완벽함을 자랑하는 이미지를 내보내 여성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도록 요구하는 것 또한 아찔하다. - P260

수전 콜에 따르면 "그 반대였으면 하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포르노와 대중문화가 강간으로 성을 무너뜨리는 작용을하며 남성은 지배하고 여성은 복종하는 정형화된 행동 패턴을 강화해,
많은 젊은이가 단순하게 섹스는 원래 그런 거라고 믿고 있다. 이는 미래의 많은 강간범이 자신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규범 안에서 행동한다고 믿을 거라는 말이다."
- P269

지금처럼 아름다움의 관행을 강조하면,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평등을 향한 사회운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독재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여성의 즐거움이나 성, 음식, 자부심을 개인 심판관에게 맡기면, 남성이여성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벗이 아니라 그것을 규정하는 입법자가 된다. 오늘날의 아름다움"은 과거 여성의 오르가슴이다. 여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여성의 역할을 따르고 또한 운이 좋으면, 남성이 여성에게주는 것이다.
- P279

아름다움의 신화는 남성에게 좋을까? 그것은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여성을 사랑하는 일을 피할 수 있는지 가르침으로써 그들에게 해를 기친다. 그것은 남성이 여성을 실제로 보지 못하게 한다. 신화 자신이 고백하는 이데올로기와 반대로 성적 갈망을 자극해 충족시키지 않는다.
여성 대신 환상을 제시함으로써 갈망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낳고 시각을 제외하고는 모든 감각이 약해지게 해 결국은 시각마저 해친다.
- P280

 성적 아름다움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가진 양이 똑같고, 황홀해지는 정도도 남녀의 차이가 없다. 남성과 여성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넘어 서로를 보면, 남녀가 서로 더 정직해질 것이고 에로틱해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만큼 그렇게 서로를 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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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15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권 저서의 작가. 대단하네요.
공부해야 할 책 같습니다. 덕분에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1 01:20   좋아요 0 | URL
열심히 공부했어요. 띄엄띄엄 읽다보니 저도 오늘에야 다 읽었네요.
 
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잭 리처 시리즈 두번째 책

음 솔직히 1편인 추적자보다는 못하다.

사건의 스케일은 더 커졌는데 개연성은 조금 떨어지는듯하달까?

물론 다음 시리즈를 못읽게 하는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런 시리즈를 읽는데 가장 핵심은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편에서 잭 리처는 끊임없이 망설인다.

1편에서 굉장히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던 모습이 매력이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상황에 계속 끌려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무기들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는 좀 질릴 정도다.

예를 들면 총알이 발사되고 표적을 맞히는 과정을 너무나도 상세하게 오랫동안 설명하는 것 같은...

아니 독자가 저격수가 되려는 것도 아닌데 이게 글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 잭 리처가 총알이 날아갈 때 총의 반동과 공기의 흐름과 중력과 발사자의 심장이 뛰는 것까지 다 주절이 주절이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런 장면이 지나치게 많아 지면서 흥미진진하게 읽던 흐름이 끊겨버린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이런 묘사도 좀 더 내용속에 개연성있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는데 어떨지는....


또한 이 시리즈의 패턴이 새로운 사건과 새로운 여성주인공의 등장인 듯한데 - 아 진짜 매편이 그런걸까?

그렇다면 저자는 진짜 헐리우드 영화화되기에 딱 좋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게다.

이번에도 아름답고 용감하고 지적인 여성이 나오고 둘이 끌리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1편에서 사랑하는 여성을 만났지만 어차리 잘 안되었고, 뭐 그러면 새로운 사람에게 끌리는거야 뭐 당연하겠지.

그런데 끊임없이 망설이던 그들의 감정 교류가 폭발하고 섹스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 진짜 당황스럽다.

하필이면 잔혹한 살인 현장에서 여자 주인공이 토하고 눈물 콧물 빼고, 남자 주인공이 힘겹게 시신을 묻어준 바로 그 자리에서 섹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물론 많은 경우 감정적 붕괴를 겪은 사람이 그것을 잊기 위해 격렬한 섹스를 대용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지만,

나라면 일단 방금 누군가의 잔혹한 죽음을 겪은 충격에 정신을 못차릴 거 같고, 거기다 나 방금 토해서 입해서 토냄새 작렬일거 신경 무지 쓰일거 같고, 그리고 땀냄새 폴폴 풍기는 상태에서 숲속에서 뒹굴어야 하는 섹스라니....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런 섹스 진짜 가능하냐고요. 

순간의 광기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우리의 남자 여자 주인공 모두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는게 또 개연성을 말아먹는다.

심지어 마지막에 이 여자주인공의 선택도 조금 뜬금없달까?


이 오래된 시리즈가 절판인데다 내가 가는 우리동네 도서관에는 없어서 옆동네 도서관까지 멀리 찾아가서 초기에 나온 2편, 3편, 4편을 한꺼번에 빌려다 놨는데 다음편에서도 이러시면 실망이에요라고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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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2-14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안보는 1인 입니다. 말씀하신 이유들 및 여러가지로요... 제2의 하루키 같다랄까, 여하튼 남들 다 좋아하는데 저만 매력을 못느끼나봐요😓

바람돌이 2022-02-21 01:24   좋아요 0 | URL
이런 시리즈는 호불호가 강하니까 충분히 이해갑니다. 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도 매력이 안느껴지는 시리즈 많거든요. ^^ 하루키 같다는건 뭘까? 지나치게 다작이란걸까? 음.... 그건 좀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2-02-14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는 이 책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밑에 두 문단 읽다보니 저도 바람돌이님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런 섹스 진짜 가능하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어쩌죠. 바람돌이님 리뷰 읽고 나니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저도 읽고 싶단 말이지요 ㅎㅎㅎ 읽고 나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1 01:26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3편 원샷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사라진 내일은 더 좋을듯하고요. ^^
저런 섹스는 그야말로 미친 순간이라고밖에 말 못할거 같은데 사실 둘다 약간 미치기 일보직전이긴 해요. 저라면 그래도 안될듯싶지만 사실 저렇게 미칠정도의 긴장감에 몰려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것일수도요. ㅎㅎ

다락방 2022-02-14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바람돌이 님의 이 리뷰 읽고 저는 뭐라고 썼나 찾아보고 왔거든요. 왜냐하면 읽었다는 기억은 잇는데 어떤 감상을 써놨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나서요. 근데 제가 쓴 페이퍼 보니까 저는 이 책 엄청 좋아했네요 ㅋㅋㅋㅋㅋ 페이퍼 읽다가 내용도 생각났고요. 여기 초반에 납치되어서 나쁜 놈들이 여자 강간하려고 하나 그러니까 잭 리처가 그녀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 막 이러더니 쇠사슬도 막 끊고 그러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엄청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그렇지만 바람돌이 님의 섹스론에 한 표 입니다. 숲속 섹스도 싫고요(뒷수습 하기 짜증남) 토한 후 섹스도 싫습니다. 양치 후의 섹스를 적극 권장하는 바입니다. 흠흠.

잠자냥 2022-02-14 11:07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다부장님 평은 어땠을지 궁금했습니다.

다락방 2022-02-14 11:0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평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숲속 오바이트후 섹스..에 대한 평 말씀이십니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2-14 11:32   좋아요 0 | URL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는 영생교마니아 독서폭 졸라 넓으신 똑똑한다부장!

바람돌이 2022-02-21 01:29   좋아요 0 | URL
그 쇠사슬 끊는 장면 좀 헐크같지 않나요? 아 저는 어릴 때 보던 헐크가 막 변하는 장면 생각나서 몰입이 좀 힘들었어요. ㅎㅎ 이게 1편과 4편은 1인칭 시점이고, 2,3편이 3인칭 시점인데 지금 4편 사라진 내일 읽다보니 1인칭의 매력이 확 더 느껴지네요. ^^
 














3장에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를 다루고있다.

가장 중심적인 매체는 여성잡지이다. 지금 나오는 무수한 잡지들을 생각하면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수긍이 간다.

여성잡지들이 올리는 무수히 많은 광고는 여성을 더 예뻐질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쓰라고 강요하고, 당신의 몸을 더 학대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에 다름아니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 저자는 여성지가 본격적으로 여성의 담론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음을 얘기한다. 

주류 매체에서는 어디에서도 여성은 주인공이 아니다. 이것도 너무 당연히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러나 제2의 페미니즘의 물결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여성지들은 온전히 여성의 담론이 중심인 유일한 매체였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새로운 주장들,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중산층 이상의 교육받은 여성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여성에게까지 확장해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던 것이다.

흥미를 끌기 위해서든 어쨌든 여성에게 피임방법을 얘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다른 삶을 보여주고 하는 것은 오로지 여성지뿐이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에 이르면 여성지의 이런 기능조차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듯보이지만 초기 여성지들이 수행했던 역할에서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양면성을 가진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4장 종교는 3장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강조가 신흥종교의 방식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몸에 대한 환상이 종교적인 형태로 진화햇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것은 종교가 원죄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 역시 여성의 죄악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뚱뚱한 또는 못생긴 자신에 대한 죄악감 - 영원히 예뻐지거나 날씬해 질 수 없는 -을 끊임없이 주입함으로써 종교가 그러하듯이 모든 것을 자신이 죄로 조용히 엎드려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여성이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할 때 늘 따라다니는 외모에 대한 품명, 그녀가 입은 옷에 대한 품평은 여성들을 위축시키고, 오랜 기간 유용하게 사용했던 죄악감을 일깨우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마리나 워너Marina Warner 의 《기념비와 처녀들 Monuments andMaidens)은 어떻게 남성 개인의 이름과 얼굴은 기념비를 만들어 소중히 간직하는데 그것을 떠받치는 석조 여성은 모두 동일하고 무명인지(그리고 ‘아름다운지")‘ 설명해준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에서 일반적으로발견된다. 여성은 세상에 본받을 만한 역할모델이 거의 없어, 이를 영화와 화려한 잡지에서 찾는다.
- P103

문화는 여성을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단순화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게 여성을 정형화한다. 여성에게 정신과 육체 가운데 하나만 허락하고 둘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이런 교훈을 가르치는 일반적 알레고리는 예쁜 여성과 못생긴 여성을 짝짓는 것이다. - P105

여성의 신비가 벗겨지고 여성운동이 부활하자, 이제는 한물간 종교를 팔던 잡지와 광고주들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적 형태의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신비를 대신하기 위해, 여성 혁명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잡지와 광고주들을 구하기 위해 생겨났다.
- P115

주부는 매춘부는 우주비행사는 정치가는 페미니스트는아름다움의 신화에 걸리면 어떤 여성, 어떤 여성 집단도 무사히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직 완전히 인식되지 않아, 분할 통치라는 꿈같은 일이 효과가 있었다. "아름다움은 유행을 따르는데 신화는 여성적인 것이 성숙하면 유행에 뒤떨어진다고하여, 페미니즘의 성숙을 신화의 렌즈로 조잡하지만 효과적으로 왜곡했다.
- P119

여성이 여성지에서 말하는 것(또는 자기에게 말한다고 믿는 것)에 깊게 영향을 받는 것은 그것이 여성 자신의 대중적 감성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이기 때문이다.  - P121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여성지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페미니즘 사상을 널리 대중화했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신문과 잡지보다는 분명히 그랬다. 여성운동이 제기한 문제들이 바리케이드를 넘고 상아탑 밖으로 퍼져 노동계급 여성과 농촌 여성, 고등교육을 받지랂은 여성의 삶에 파고든 것은 이 화려한 여성지를 통해서였다. 이렇게 보면 여성지는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다. - P122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것은 여성의 정체성과 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 P139

"아름다움"에 토대를둔 카스트 제도가 마치 영원한 진리에서 비롯된 것인 양 그것을 옹호한다. 다른 것에서는 이런 종류의 무조건적 믿음을 가지고 접근하지않는 사람들이 그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 P146

우리가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비교가 결코 비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름다움의 반격 의식은 전통적인 종교와 광신적 신흥종교를 그저 흉내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그 말그대로 그것이 낡은 신앙을 새로운 신앙으로 재구성하고, 말 그대로 신비화하여 사고를 통제하는 전통적 기법에 기대어 여성의 마음을 과거의 어느 복음주의 물결 못지않게 확 바꾸고 있다.
- P148

창세기는 왜 여성이 자기 몸을 어떤 남성의 눈길에나 제공해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는지 설명해준다. 지금은 "아름다움‘
이 여성의 몸에 신이 주지 않은 합법성을 제공해준다. 우리 문화에서남성의 몸은 성경》에서 하느님 아버지처럼 생겼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승인을 받는다. 반면 여성은 남성 권위자에게서, 하느님 아버지의 대리자인 외과 의사나 사진작가, 판사에게서 그런 승인을 사거나 얻어야 한다. 여성이 남성과 달리 유난히 육체의 완벽함을 걱정하는 이유는 (창세기>에서 남성은 모두 완벽하게 창조되었는데 여성은처음에 생명 없는 고기 조각이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두드려 펼 수있는 것, 조각되지 않은 것, 승인되지 않은 것, 다듬어지지 않은 것, 즉완벽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 P155

여성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 P175

여성의 돈을 낭비하는 것은 계산할 수 있는 피해를 주지만, 이런 사기가 그것의 유산인 노화에 대한 공포를 통해 여성에게 주는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 P187

표면적으로는 온당하지만 공격적인 뜻이 숨어 있는 이런 광고 문구는 여성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불안과 공포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여성이 이런 메시지를 통해 우리를 억압하려는 값비싼 믿음 체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성유의 광고 문구가 그 제품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숨어 있는 악마를 인상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한것임을 알아야 한다.
- P192

면 천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한다. 여성이 두려워하는 것은 지옥같이 못생긴 것이 아니라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는 죄책감이다.  - P198

아펠에 따르면 광신적 신흥종교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확신에서 "도덕적으로 우월한 태도와 세속의 법에 대한 경멸, 사고의 경직성, 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감소"를 드러낸다. 그들은 자기 집단을 따르면 치켜세우고 빗어나면 처벌한다. "아름다움은 따라오는 것이고 철의 여인을 따르는 것은 "이름다운 일이다. 나이나 몸무게와 관련해 아름다움의 사고가 노리는 것은 여성의 경직된 사고다. 광신적 신흥종교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와의 유대를 모두 끊으라는 다그침을받는다. "나는 뚱뚱한 사진은 모두 없했어." "이제 나는 새로운 나야!"
- P201

사람들이 남성의 몸에는 당연히보이는 정중함을 여성의 몸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성은 몸에 관한 한사생활이 거의 없다. 모든 변화, 모든 몸무게의 변동이 공개적으로 관찰되고 평가 및 논의된다. - P206

여성들을 세뇌해 아름다움의 의식을 따르도록 한 결과, 여성은 전세계에서 정치적으로 조용해졌다. 아름다움의 의식이 사용하는 세 가지 요소인 굶주림과 혼란스러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부채 의식은 전세계에서 분노한 사람들이 조용히 엎드려 있게 하고 싶을 때 정치 지도자들이 썼던 수단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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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2-14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자려구요 바람돌이님. 완전 기분이 업됐어요. 정말 이렇게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았을까요, 고생하면서.

바람돌이 2022-02-14 01:02   좋아요 0 | URL
우리 고생하지 말고 딱 건강할만큼만 챙기고 살면 되는듯.... 편안한 밤 되세요. ^^

다락방 2022-02-14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서 쭉쭉 진도 나가고 싶습니다. 바람돌이 님, 이 책 재미있게 읽고 계신 것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2-21 01:32   좋아요 0 | URL
요즘 오랫만에 공부해야 하는 책들 읽으면서 머리가 터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도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닌데 워낙에 오랫만에 공부하는 맘으로 읽다보니.... 역시 공부는 계속해야 훈련이 될듯요. 아자 아자 올해는 열심히 여성주의 책도 읽고 다른 것도 공부하고.... 결심은 항상 똘망똘망입니다. ^^
 
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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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를 읽고 최애 작가가 되었고,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자기앞의 생>에 또 열광!

<유럽의 교육>에서는 지극히 건조한 문체로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한줄 희망을 놓지않던....

그러나 <레이디 L>을 읽으면서 잠시 손에서 떠나보냈던 작가!

<레이디 L> 전반에 걸쳐 흐르던 그 지독한 냉소를 좀 견디기 힘들었었다.

읽는 책마다 같은 작가가 쓴게 맞나 싶을 정도여서 오히려 매혹적인 작가가 로맹가리이다. 

최근 새파랑님 서재에서 로맹가리 유고작품집인 이 책의 매력적인 소개를 보고 다시 로맹가리에 불이 붙었다.


로맹가리 사후 그가 잡지 같은 곳에 발표했으나 책으로 묶이지 못했던 단편이나 미완결작으로 남은 그의 유고를 찾아내어 한권의 책으로 묶은 일곱 개의 이야기가 여기 이 책에 담겨있다.

왠지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남긴 유산을 안는 느낌이라 애잔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읽은 책은 첫 이야기부터 강렬하다.

<폭풍우>는 남태평양에 사는 한 부부와 이 섬을 찾은 이방인의 이야기다.

폭풍우가 오기 전 미칠 것같은 후덥지근한 더위에 대한 묘사는 과연 로맹가리라고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모든 문장이 무엇인가 일어날 듯한 긴박한 감정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문장이랄까?

그럼으로써 폭발하는 마지막 대사는 제목 그대로 폭풍우가 세상을 몰아치듯이, 독자의 감정을 몰아친다.

이 소설의 내용이 실제 상황이라면 자업자득이라며 냉소할지도, 또는 쌍욕을 퍼부을지도 모르겠지만,

로맹가리의 소설로 이야기를 읽노라면 인간의 삶과 운명에 대한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첫 이야기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다음 이야기인 <마지막 숨결>은 미완성작이다.

이 책의 역자는 미완성작이지만 충분히 완성된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쉰셋이라는 나이에 한 때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레지옹 도뇌르 3등훈장을 수훈했으나, 이제는 구세대로 밀려나버린 주인공은 어쩌면 로맹가리가 인지하던 자신의 모습과 겹친다.

이 글을 쓰면서 어쩌면 로맹가리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꼭 생물학적인 죽음을 가리키지 않을 수도 있다.

적을 향한 돌격을 노래하는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면 자유를 위한 투쟁에 젊은 시절을 바친 전사에게, '자유를 위한 투사'가 무슨 락그룹 이름이냐고 묻는 세대와의 간극은 극복하기 힘든 거리다.

한 인간이 시대에 따라 자기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어가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나 젊은 시절 강렬한 기억과 경험을 가졌을 경우에는 더더욱.....

힘든 시절을 산 어르신들이 자꾸 내 때는 말이야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그때 만들어진 자신의 가치관과 현재의 가치관의 충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과거의 한 지점에 박제되어버린 그의 연인 '일로냐'는 그런 과거 회귀의 극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과거의 유산이 현재를 이기지는 못한다.

주인공 남자는 그래서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닫고자 한다.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자신을 스스로 죽이기 위한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것이다.

만약 마지막 순간에 고용한 살인청부없자가 그의 방에 나타났더라면 아마도 이 단편은 그 자체로 완결되었을 것이며, 그것은 사라져가는 한 세대에 대한 완전한 닫힘. 애도의 추모사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그저 평범한 추모사말이다.

그러나 로맹가리는 그런 쉬운 마침표를 허락하지 않는다.

마지막을 결심하고 뒤돌아선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으로 인해 과거에 대한 마침표는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예기치 않은 부딪힘으로 항상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

어쩌면 이 작품은 미완성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어지는 3작품들은 분량도 많이 짧고, 내용이 어떤 특별한 상황 - 예를 들면 레지스탕스 추모의 날이라든가 뭐 이런 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상황들 -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느낌이라 배경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글들이었다.

또한 제법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역시 사랑스러운 여인의 캐릭터가 너무 작위적이라 공감수치가 확 떨어지는.... 이 글들은 작가가 굳이 책으로 이 이야기들을 펴내지 않은 이유를 알려준달까?


하지만 유고집이라는걸 염두에 두고 읽을 때 가장 아쉬운 글은 역시 마지막에 실린 <그리스 사람>이다. 

정말 미완성이라는걸 나타내듯이 곳곳에 인물들의 이름이나 행동이 종종 정리되지 못하고 헷갈리고 있기까지 하다.

또한 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가가 각 장면들을 따로 쓰고 그 이어지는 부분은 나중에 보충하려고 써놓은 딱 초고 그대로인듯한 글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솔직히 이걸 작가가 제대로 정리했더라면 꽤 긴 이야기가 되었을거 같은데 이야기는 한 순간에 탁 끊어진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예고편을 본 느낌이랄까? 

마지막 문장에 한 문장을 더 써 붙인다면 To be continued.......


로맹가리는 자신의 유서에 마지막 말로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라고 썼다.

<그리스 사람>은 결국 작가로부터 버림받은 작품이다. 

민주주의를 처음 만든 나라에서 벌어지는 군부쿠데타와 독재,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저 수영을 잘한다는 것만으로 의도치 않은 일에 휘말리는 주인공 빌리와 그에 엮이는 사람들.

그냥 봐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수 있을것인가?

<마지막 숨결>처럼 이야기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결말이 내려졋을것이라는 기대를 와장창 깨면서 진정한 미완으로 남아버리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 <밤은 고요하리라>와 <노르망디의 연>을 얘기하면서 자살해버리고 말았다.

무슈 가리 아 정말 이건 아니잖아요. 

아예 쓰지를 말든가, 이건 끝내셨어야 당신 자신을 완전히 표현한게 될거란 말예요. 

그의 유서의 저 말을 이해하기 위해 로맹가리가 언급한 책들을 찾아야겠다. 



다음에 보기 위해 로맹가리의 유서를 적어둔다.




결전의 날. 

진 세버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상심한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다른 데다 호소하도록 초대받는 법이다. 사람들은 아마 신경쇠약 탓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신경쇠약이라는 것은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계속되어왔으며, 내 문학적 작업을 완수하게 해주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인가?


아마도 <밤은 고요하리라>라는 내 자전적 작품의 제목과, '사람들이 달리 더 잘 말할 줄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내 마지막 소설의 마지막 말속에서 대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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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3 21:00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저의 소개로 읽으셨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도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작품이 <그리스 사람> 이었어요. 딱 미완성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ㅋ 저도 어서 레이디L, 밤은 고요하리라, 노르망디의 연을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폭풍우>와 <마지막 숨결>은 정말 좋더라구요 ^^

로맹가리가 그렇게 가서 너무 안타까워요 ㅜㅜ

바람돌이 2022-02-13 21:17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소개로 제 보관함에 넣은 놓은 책이 이 책만은 아니라죠. ^^ 그리스 사람은 진짜 아쉬웠어요. 로맹가리는 어쨌든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의 죽음조차도.... 로맹가리와 진 세버그와의 사랑을 그린 책에 보면 로맹가리가 자살한 해가 딱 그들의 아들이 미성년자를 벗어난 때였어요. 저는 어쩌면 로맹가리가 훨씬 전에 자살을 결심했지만 그의 아들이 미성년을 벗어나길 기다렸다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그리고 진 세버그와 헤어진 이후 진 세버그가 딸을 출산하는데 - 아마도 로맹 가리의 아이는 아니었던듯요. - 그럼에도 그녀의 아이의 법적인 부친을 자임해요. 작가들이 보면 일상에서는 무책임한 경우가 진짜 많은데 로맹가리는 어쩌면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었을듯해요.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 안타깝기도 하고요.

페넬로페 2022-02-13 2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람돌이님과 새파랑님, 두 분께서 로맹 가리의 세계로 절 인도하시네요.
새들은 페루에서~~와 자기 앞의 생은 정말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나 싶었어요.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2-14 01:0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소개하신 새벽의 약속 저도 보고 왔어요. 지금 그 책은 제 읽어야할 책들 쌓아놓은 책탑속에서 제 손길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저도 빨리 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2-13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씨야 출신 유대인이
프랑스로 건너가 레지스탕스-
외교관 그리고 작가에 이르는
다양한 변신을 했다는 점만으
로도 그야말로 소설 같은 삶
을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전히 로맹 가리의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는 점도 놀랍네
요.

바람돌이 2022-02-14 01:05   좋아요 1 | URL
유럽 작가들 볼 때 그들의 삶에서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우리나라 작가들과 딱 비교되는 지점이 저런 글로벌입니다. 자신이 온갖 배제의 경험을 뼛속까지 느끼고, 어떤 사회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경험들이 작가적인 성숙과 사유의 깊이로 이어지는 걸 자주 느껴요. ^^
저는 로맹가리의 읽어야 할 책 아직 아주 많습니다. 다 읽은 분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로맹가리를 읽을 즐거움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4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책 주문을 하면서 로맹 가리 책을 사다 모으리라 다짐하고 장바구니 넣었다가 막판에 다시 보관함으로 빼버린 로맹 가리였는데, 좀 아쉽네요^^
담달부터 다시 로맹 가리 책을 시도해야 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1 01:17   좋아요 1 | URL
로맹가리는 실망하지 않으실겁니다.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로 책을 쓰는 작가라 작품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워낙에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요. 저는 한때 로맹가리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요즘 좀 뜸해졌어요. 그런데 이 책이 또 저에게 로맹가리 불을 당기네요. ㅎㅎ

다락방 2022-02-14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폭풍우> 읽고 대충격 받았던 게 떠오르네요. 너무 충격 받아서 ‘헉, 이제 이 여자 어쩌지?‘ 했던.. 휴. 로맹 가리, 대단해요.

잠자냥 2022-02-14 11:05   좋아요 2 | URL
아니 전 이거 사둔지만 몇 년째인데! <폭풍우> 궁금해서 오늘 챙겨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2-14 11:09   좋아요 2 | URL
아이참, 너무 기대하셨다가 실망하시는 거 아닌가 몰라요! ㅎㅎ

잠자냥 2022-02-14 13:45   좋아요 2 | URL
잘 읽었습니다. 그 여자 이제 어쩌죠….;

다락방 2022-02-14 13:58   좋아요 2 | URL
엄청 빨리 읽으셨네요. 아놔 ㅋㅋ 책귀신 잠자냥 님.
저도 그 단편 읽고 진짜 계속 그랬어요. ‘이제 이 여자 어떡하지?‘ 으으...

잠자냥 2022-02-14 17:09   좋아요 2 | URL
어쩜 좋아요. 어휴 그놈도 참….

바람돌이 2022-02-21 01:17   좋아요 0 | URL
그놈 나쁜 놈!!! ㅎㅎ

희선 2022-02-16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는 제대로 끝맺지 못한 소설을 책으로 묶은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죽은 사람이 말이 없는... 죽기 전에 그때까지 쓴 것만으로도 쓸 건 다 썼다 생각했던가 봅니다 쓰던 것도 다 쓰지...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그런 것까지 마음 쓸 여유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21 01:19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을거 같아요. 자신의 미완성작이 출판으로 묶여 나온다는건 어쩌면 좀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을것도 같네요. 에휴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하나라도 더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게 행복이니 아이러니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