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페미니즘 혁명에 대해 우리가이야기하기 시작하고 평등한 권리를 넘어 남성성의 개념이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화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대개 진심으로 우리 편이 되어주지않았다. 우리 대부분에게 이 같은 연대의 실패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가장 선명하고 고통스럽게 일어났다. 남성 동지들은 특히 섹슈얼리티에 대한 생각과 여성이 자신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성차별적 사고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가부장제가 자신들에게 부여한 특권을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성차별적 사회화를 정당히대면하기를 거부하고 정서적·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기를선택한 것은 또 다른 배신이었다.
- P96

우리는 새로 얻은 평등권, 일자리, 돈, 그리고 권력에서 더 나아가, 다른 지배 권력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제 역시 남녀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실패했음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우리는 진정한 남녀 간의 사랑은 양쪽 모두 성적 문제에서 가부장적사고에 도전하고 바꾸려 할 때에만 가능함을 모두에게 거듭 상기시켜야 했다. 사랑에 관해 계속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일상에서 지배와 종속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유혹하는 벽을 부수어야 한다.  - P103

따라서 남녀 모두가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믿는 것만이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상호적 사랑을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다.
- P132

낸시 프라이데이는 미의 권력』에서 특히 모녀관계를 통해 이상화된 여성성을 벗겨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모성적 사디즘에 관해 기록한다. 소녀들이 임마의 딸이지만 엄마의 복제품이 아닌 개별적 인간으로 키워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다른 여성의 반감을 살까 봐 두려워하며 승인을 갈구할 것이다." 모성적 사디즘과 그것이 여성의 자존감에 가한 충격, 그것이 사랑에 대해 알 능력을 억제한 방식은 금지괸 주제로 남아있다. - P134

이제 여성들이 사랑의 사회적 재평가를 요구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사랑을 저평가하게 된 구체적인 역사를 자하는 의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라는 성차별적 전형에 대한 철저한 거부와 아무리 어렵고 많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사랑의 작업을수행하겠다는 확실한 의지에 근거해야 한다.
- P137

결코 나를 떠나거나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여성인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서사랑의 탐색은 시작되어야 한다. 이 여정은 친밀감과 진정한 사랑의 본질에 대한 기존의 사고와 믿음을 재검토하는데서 출발한다. 여성이 천성적으로 사랑에 적합한 존재라는편견을 버리고 사랑을 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다. 사랑을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주체성과 개인적 성장, 정서적으로 열린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 P138

우리는 자신이 신체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원한다. 심지어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건 최악의 자기파괴 방식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기대하듯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있는 바로그곳에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살을 사랑할수록 다른 사람 역시 그 너그러움을 축복할 것이다. 여성의 몸을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자신을 향한 더 깊은 관계를, 마음과 몸과 정신을 잇는 사랑의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P155

성장기에 교회 예배 시간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성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네 영혼은 안녕한가? 너는 자유롭고 온전한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 영혼의 목소리에귀를 기울이게 되고, 더는 버려질까 봐 혹은 무시당할까 봐두려워하지 않게 되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명료한 그 모습은 우리 마음의 평화이자 힘의 근원이다.
이런 인식 위에서 우리는 연대하고 축복하며 함께 사랑을탐색할 수 있고, 거기서 우러나는 달콤함을 향유할 수 있다.
- P176

의미 있는 변화를 얻어내려면 상실을 마주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야만 하는 것이더라도 뭔가를 포기할 때에는언제나 위험부담이 있다. 그럴 때 보통 우울증을 앓곤 한다.
- P178

스스로를 사랑하는 여성은 결코 부정적 카테고리를힘의 상징으로 포용하지 않는다. 때로 적극적인 행동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쌍년으로 비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해방된 여성은 발전적인 대응과 무례한 행동 사이의 차이를 안다. 그런데 실로 누구도 성공한 쌍년이 사랑을 하는 사람이리라 예상하지 않는다. 자기표현을 중시하고 권력과 성공을원하는 여성들은 사랑에 대한 지식이나 욕망이 부족하다는추정 때문이다.
- P187

가부장제가 여성과 남성이 서로 맞붙어 겨루게 한다는사실은 여성들에게는 대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여자들은남자를 처음 만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는 그가 위협적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처음으로 나타내는 반응이 두려움 혹은 안전에 대한 걱정인 한,
여성이 진심으로 남성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 P215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은 나이를 막론하고 페미니즘 사상과 실천을 향한 남성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성차별에 반대하는 좋은 남자들이 자신의 존재를알리고 목소리를 낼수록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고요한 감옥에 갇혀 있는 남자들에게서 돌아설 것이다. 페미니즘이 여성의 전유물일 때 가부장적 문화는 별로 타격을 입지 않는다. 남성이 더 많이 개입할수록 페미니즘 혁명은 가부장제를 끝낼 수 있는 위협이 된다.  - P234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낭만적 우정‘
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안정적이고 헌신적인 평생의 플라토닉한 관계를 주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관계야말로 여성이 완벽한 짝을 찾아내지 않아도 여전히 진실되고 헌신적인 사랑에 관해 알 수 있게 해준다. 결국에는 이런 사랑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 P263

여성이 사랑을 단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꼭 짝을찾는 관습적인 방식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과 세계의관계에 대한 더 진실된 자세를 갖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 P287

그 길에서 우리는 소울메이트, 진정한 친구, 삶의 동반자를 찾을 것이고 연대를 찾을 것이다. 홀로 춤을 추기보다사랑의 원 안에서 춤추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걸 아직 모르는 여성들에게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은 위대한 지혜가 주는 선물이다. 낭만적 파트너나소울메이트들도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거기에 즐거움을더하는 것은 이미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들,
우리가 의지하고 또 우리에게 의지하는 이들과 나누는 영원한 사랑의 기쁨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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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은 꼭 리뷰를 제대로 쓰야겠다는 압박감을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책들은 리뷰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도 하고,

사실 리뷰를 쓰기에 애매한 책들이 있는데 이건 뭔가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이야기를 만들 재주가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책이 안좋다거나 재미없다는건 아니고,

조금은 허술하지만 자유롭게 읽은 책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정도 간단하게 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무조건 리뷰 1편을 쓰자고 해봤지만 그건 역시 무리.

오히려 내가 글쓰기보다 더 좋아하는 책읽기를 방해하는 강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요즘 읽는책이 마음에 안들때 사정없이 까는 리뷰를 쓰고 싶지만 그것이 단독으로 리뷰칸에 올라있는건 좀 부담이기도 하다고 쓰고 보니까 아 나는 앞부분 읽다가 마음에 안들거나 공감이 힘들면 그냥 던지고 마는구나.

안좋은 리뷰를 쓸 일이 없는거였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시와 산책>이라는 책이 그랬는데 이 곳 서재의 많은 분들이 극찬을 했던 책이다.

2번이나 이 책을 읽으려 시도했으나 아 정말 이 책은 나에게 넘사벽이었다. 

책속의 시는 너무 어려웠고, 저자의 감성은 내가 따라가기에는 지나치게 섬세했고 뭐 그랬다는거다.

그래서 책은 던져두고 시도 빼고 산책만 하기로..... ^^;; 


어쨌든 올 1월에 읽은 책 중 리뷰를 쓰지 않은 책을 먼저 정리하기로 함.


 아르떼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11번째 <마키아벨리 - 르네상스 피렌체가 낳은 이단아>

여행과 인물을 결합하는 이 시리즈의 11권은 마키아벨리, 그리고 장소는 피렌체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피렌체에 마키아벨리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과 피렌체는 실제 너무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와 흔적이 남은 곳이라 마키아벨리의 흔적으로 읽기에는 좀 애매했다는 문제가 남는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주안점을 둔 것은 흔히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로 오독되어 온 마키아벨리의 실제 사상과 의미를 복원하는 것이었는데 나름 그 면에서는 충분히 성과를 보여준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자 하였고, 당시 국민국가를 이루거나 이루는 과정에 있으면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의 부를 탐내던 주변국들-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과 로마 교황령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도시 피렌체의 보존과 확대를 꿈꾸었던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가가 바로 마키아벨리가 아닐까? 또한 이런 의미에서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에 기여한 인물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

또한 당시 떠오르던 시민계층의 힘을 인식하고 시민과 통치자- 귀족이든 상층부르조아든-간에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화정의 정치형태를 이상으로 제시했다는 데서도 선구적인 인물로 생각할 수 있겠다.

피렌체는 마키아벨리를 로마사에 대해 연구한 역사가로 기억한다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파악한 마키아벨리는 지극히 성실하고 현실적인 그러나 성공하지는 못한 정치가의 모습이 강하다. 

그의 역작이자 대표작인 <군주론>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저술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군주론>이 역대 통치를 꿈꾸는 자들에 의해서 오독되지 않았더라면 이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이 이토록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도 되었다. 

실제 그의 저작이 당대의 다른 저작에 비해서 특별한 뛰어남을 가지고 있는지는 <군주론>을 읽지 않은 내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그의 활동이나 저작이 이렇게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군주론>에 대한 오독이 마키아벨리를 오늘날에도 회자되게 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피렌체 사진들은 다 좋다. 예전에 이탈리아 여행 때 피렌체에 5일동안 머물면서 다녔던 골목들이 모두 떠올라 아 그리워라 하면서 읽었다.




언론인 손석희씨의 고민과 생각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그가 MBC를 떠나 Jtbc로 옮겨가 뉴스룸을 진행한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다들 알다시피 이 시기는 우리 역사의 새로운 한 장을 열었던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다.

피해갈 수 없는 앞부분의 세월호 취재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또 그냥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읽었다.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아픔이고 트라우마라는걸 느낀다.

당시 뉴스룸을 열렬히 애청했던 애청자로서는 대부분의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있기에 그 속에서 손석희씨가 지키고자 했던 것 지향하던 바들이 더 실감있게 다가왔다.

그와 함께 그가 지키고자 하는 언론의 사명 <어젠다 키핑>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어떤 사회적 의제를 단순히 셋팅하고 제시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그런 어젠다를 유지하고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언론이 사회변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뚝심이 전해졌다.

한 사람이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일생에 걸쳐 한길을 걷는다는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언론은 손석희라는 사람을 가진 것이 행운이라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그가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 했던 말


"노 의원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다."  ....

제가 그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노동운동가 노회찬과 같은 사람이었고,

또한 정치인 노회찬은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인 노회찬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317쪽)


나는 이 말을 언론인으로서의 손석희씨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언론에서 역할을 해낼지 나는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건 순전히 다락방님때문이다.

쓰는 글마다 어찌나 잭 리처 잭 리처인지 관심이 안갈래야 안갈 수 없게 만드셨다.

그리고 사실 나 이런 시리즈 진짜 좋아한다. ^^


이런 추리, 액션 장르소설에서 대부분의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스토리의 개연성과 트릭의 완결성, 그리고 주인공의 매력이다.

사실 여러 시리즈를 읽었지만 대부분 1-2권에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앞에 말한 스토리와 주인공의 매력 중 어느 하나가 모자랄 때가 대부분이다.

즉 이런 시리즈에서 스토리와 주인공의 매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요소이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해리 홀레 시리즈를 보다 그만둔건 스토리는 좋았지만 주인공이 내 스타일 아님이었고, 법의관 시리즈와 필립말로 시리즈를 그만보건 주인공은 좋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작위적인 곳이 많아서였다. 007시리즈는 말하지 말자 - 스토리, 주인공 다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리 차일드의 이 잭 리처 시리즈는 일단 1권에서는 스토리와 주인공 모두 합격점이다.

아니 합격점 정도가 아니라 도대체 이런 시리즈를 왜 이제야 봤지 하면서 다락방님 감사해요를 연발하면서 읽었다. 

지금까지 나의 최애시리즈는 링컨 라임 시리즈였는데 이 시리즈가 최애로 등극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할듯하다.

문제는 이 시리즈가 지금 현재까지 나온게 16권이라는 것! 

아니다.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는 앞으로 15권이나 잭 리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거다. 만세 만세 만만세~~~~

(이 책 절판이라 중고를 알아보니 역시 절판된 책의 중고는 가격이 후덜덜이다. 그러나 우리 동네 도서관과 옆동네 도서관에 절판된 책들이 다 있는 걸 확인했다. 우리동네 도서관고 옆동네 도서관도 다 만세 만세 만만세~~~~~)



그 외 읽고 리뷰나 페이퍼까지 쓴책은 6권 - 1월에 완독한 책은 모두 9권이다.  

방학이 1월 11일에 시작했고, 방학 직전은 원래 미친듯이 바쁜 시기였고, 방학 후에도 2번의 여행을 갔다온걸 생각하면 그래도 열심히 읽고 썼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난 여행가서 책읽는 분들이 항상 신기하다. 이번에도 여행가서 책을 읽어보려고 가져가보긴 했는데 2번의 여행 다 합쳐서 한 20페이지 정도 읽었다. 낮에는 돌아다닌다고 바쁘고, 밤에는 술마신다고 바쁘고.... 언제 읽지?????)






























읽고 있는 책은 3권이다. <울프일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과 함께 읽어 나갈 예정이라 아마 올 한해 내내 읽지 싶다.

<일본의 굴레>는 내용이 쉽지만은 않고(그렇다고 엄청 어려운건 아니다. 다만 내가 금융과 환율 이런 쪽에 너무 약해서 그런 부분만 나오면 깨갱하고 있을 뿐....) 내용이 많아서 정리를 하면서 읽고 있는데 우리나라 현재의 상황이나 지표들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서 섬뜩섬뜩하면서 읽고있다.

아 이러다가 우리도 일본꼴 나는거 아니야 뭐 이런.....

<사랑은 사치일까>는 페미니즘 입장에서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역시 흥미진진하다. 아마도 내일쯤이면 다 읽지 않을까?


















2월의 독서계획을 세워봤다. 

나는 책 수집가를 더 이상 안하기로 했으므로(이미 방 2개의 총 4면이 책장이다. 더 이상 넓힐데가 없다.), 앞으로 한달에 1번씩만 꼭 읽을 책으로 심혈을 기울여 선택하고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월말에 다음달에 반드시 읽을 책을 선정해서 구입하고 읽는 것으로..... 나머지 시간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이미 사놓은 책들을 뽀개기. 

내가 계획을 잘 세우지도 않으면서 또 그렇다고 세운 계획을 잘 지키지도 않지만 그래도 노력이란걸 해보려고 한다. ^^

이번 달 부터는 알라딘 서재지인들을 따라 여성주의 책읽기를 따라 해보기로 했다.

사실 올해 1월부터 그런 마음을 품었었는데 솔직히 1월 선정 책이 너무 마음에 안들었다.

왜냐고?

책 목차를 훑어보는데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막스베버인거다.

아니 난 저 사람들 철학도 잘 모르는데, 이 책은 분명히 저들을 비판한 내용일거란 말이다.

그러면 또 앞뒤 맞춰야 하는 나는 어디서 주섬주섬 아리스토텔레스나 마키아벨리나 막스베버를 찾아야 하는거 아닌가?

너무 무서웠다. ㅠ.ㅠ(그럼에도 책을 완독하신 여러 서재지인님들 너무 훌륭하십니다. )

하여튼 나의 참여결심은 2월달로 미뤄지고 일단 책부터 샀다. ㅎㅎ


다음은 2월 독서를 위해 반드시 읽고자 구입한 책들

여성주의 책읽기 선정도서 1권과 페미니즘 철학에 대해 무지한 나를 위해 입문이란 말 하나 믿고 페미니즘 철학 입문 구입

그리고 나의 최애 작가 로맹가리와 황정은 너무 좋다. ^^


















올해부터는 이런 식으로 월말 결산이란걸 꾸준히 해보고, 다음 달 독서 계획도 같이 세우기!

올해의 목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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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01 07: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걸요??^^
즐거운 명절 되시어요♡

바람돌이 2022-02-02 01:37   좋아요 4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명절은 방역지침덕분에라면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편한 명절이었습니다. 1박2일이 아니라 다른 식구들 피해서 낮에 가서 음식준비하고 돌아오는.... ^^
나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남은 휴일 편히 쉬세요. ^^

수이 2022-02-01 0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2월 읽기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2-02-02 01:37   좋아요 2 | URL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명절 연휴덕분에 책 배송을 아직 받지 못해서 한 이틀 더 설레기만 할듯하네요. ^^

거리의화가 2022-02-01 11: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행가서 책읽는 주의는 아니라서. 무얼 하든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더군요!ㅎㅎ 이달부터는 여성주의 책 읽기 함께하신다니 좋습니다! 남은 연휴 즐거이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2-02 01:38   좋아요 2 | URL
저도 여행이 너무 좋아서 사실 그걸 즐기느라 책은 아무리 가져가도 역시 안봐지더라구요. ^^ 같이 읽겠다는 결심을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화가님도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프레이야 2022-02-01 13: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성주의 책읽기 동참하셨군요.
먼저 시작하세요 바람돌이 님. 조만간 따라갈게요 ㅎㅎ 복 많이 받으시고요.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 담아갑니다 우선.

바람돌이 2022-02-02 01:40   좋아요 3 | URL
넵! 조만간 같이 할 프레이야님도 기다릴게요. 프레이야님이 읽는 여성주의 책은 어떨까 막 궁금한걸요. 전 아직 시작도 안했으면서 말입니다. ^^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은 사치일까는 오늘 다 읽었는데 막 엄청은 아니고 그냥 좋았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 내지는 가지고 있던 생각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할까요?

새파랑 2022-02-01 17: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읽은건 리뷰를 꼭 써야지 다짐해서 리뷰를 쓰는데, 쓰다보니 리뷰 쓰는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절대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 그래서 글 잘쓰시는 분들이 너무 부럽더라구요~!!

<시와 산책> 안좋으셨군요. 전 완전 좋았는데 ^^ 바람돌이님도 로맹가리의 팬이시군요~!! <마지막 숨결> 재미있으셨음 좋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02 01:42   좋아요 4 | URL
음.... 글 잘 쓰시는 분들은 뚝딱하고 써지는걸까요? 아 그러면 진짜 막막 부러움요. 저는 글 하나 쓸려면 진짜 시간 오래 걸리거든요. 그렇다고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시와 산책은 책에도 취향차이가 있다는걸 확인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늘 있는 일이죠 뭐.... 로맹가리의 책은 단편집이라서 더 기다려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단편집이거든요. 이분 장편은 모든 책이 다 좋지는 않더라구요. ^^

mini74 2022-02-01 2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 황정은 ㅎㅎ 저도 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실천할 수 있는 만큼의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신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2-02 01:43   좋아요 3 | URL
설마 저 4권은 성공할 수 있겠죠? 어려울듯한 책 2권이 끼어 있지만 2권이니까.... 그리고 완전 벽돌책도 아니니까 이러면서 저를 격려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2권 때문에 다른 책을 못읽으면 슬플테니까 지금 일본의 굴레 읽는 것처럼 하루에 분량을 정해두고 읽는 것으로 하려구요. ^^

얄라알라 2022-02-02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페이지 읽으셨을 만큼 여행이 즐거우셨다는 거니까 부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손석희님께 돌려드린다는 문장, 어쩜 그렇게 문장 잘 뽑아내셨을까요? <장면들> 읽다가 쉬는 책인지라, 바람돌이님 페이퍼 읽고 다시 읽겠단 의지충전하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02-07 00:52   좋아요 0 | URL
전 대부분의 여행이 즐겁습니다. 직장에서 단체로 가는거 빼고요. ㅎㅎ
여행가면 일상의 노동에서 벗어나잖아요. 아마 그 때문인지 뭘해도 즐겁고 힘도 빵빠나고.... ㅎㅎ
손석희씨의 저 앵커브리핑 그 때 티브이를 통해서 봣었는데 전 울컥하더라고요. 노회찬이라는 사람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가 죽던날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희선 2022-02-04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백의 그림자》 다시 나온 거 보고, 절판 돼서 아쉬웠던 사람이 좋아하겠다 생각했어요 멋진 계획이네요 한달이 끝나면 결산도 하시고, 바람돌이 님 책 읽기뿐 아니라 글 쓰기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2-07 00:53   좋아요 0 | URL
절판 돼서 아쉬웠던 사람 저요. ㅎㅎ 물론 도서관에 가면 있긴 하지만 왠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사서 소장하고 싶은 맘이 누구나 있잖아요. 책 읽기는 언제나 즐거운데 글쓰기는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아요. ^^

라로 2022-02-04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성주의 책 읽기 하고 싶지만, 벌려둔 일이 많아서 엄두가 안 나고요... 언젠가 하겠죠.^^;;
암튼 열심히 읽으시고 열심히 걸으시고 재밌게 다정하게 사시는 바람돌이님 부럽고 싸랑하고 막 그래요.^^

바람돌이 2022-02-07 00:54   좋아요 0 | URL
저도 여성주의 책읽기 하겠다고 결심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린걸요. 마음의 준비가 오래 걸려요. ㅎㅎ
열심히 읽으시고 걸으시고 재밌게 다정하게라는 말은 그대로 라로님께.... 저도 라로님 항상 부럽고 싸랑하고 막 그래요. ^^

하양물감 2022-02-07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읽고 싶은 책과, 일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 자녀교육 때문에 읽는 책...
저는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일대일 리뷰 매칭은....너무 어려워요...
읽는 걸 더 우선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바람돌이 2022-02-10 13:0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저 리스트에서 이제 자녀교육은 드디어 빠졌습니다. ㅎㅎ 사실 빠진지 좀 오래되긴 했지만요.
저도 읽는게 더 좋은데 뭔가 한마디라도 쓰지 않으면 괜히 찝찝한 뭔가 다 읽지 않은 기분이 든달까요? ^^
어렵네요. ^^
 















일본의 굴레 8장 - 비즈니스

일본 기업들이 한 때 세계 시장을 지배했으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 지배는 끝났고,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일본의 수출형 대기업들은 약화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얘기하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소비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부품산업, 정밀화학 등 첨단산업들의 부품이나 소재를 취급하는 기업들이 그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일본의 생산성 향상이 더딘 것은 종종 비효율적인 서비스 분야의 탓으로 여겨지곤 한다. 

일본 경제의 문제점은 잘되고 있지 않은 분야에서 잘되고 있는 분야로 인력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결여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효율성을 포기햇기 때문에 일본 대부분 국민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보장이 확보되어 왔다는 것이다. 현재에서는 효율성을 포기한 대가가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일본 경제에 던지고 있다. 

현재의 일본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고용관행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도 강화, 블랙기업이라는 회사들이 정직원 자리를 주는 것처럼 가장해서 청년들을 뽑고 일정 기간후 해고를 반복하는 양태 등이다.이것이 일본 사회 내부의 종신고용이라는 고용관행을 뒤흔들면서 일본 사회가 그토록 중시하는 사회적 단결을 잠식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 경제의 문제점은 세계화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해외파견 일본 회사원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그 안에서만 생활한다. 현지에 있는 좀 더 현지 친화적인 다른 일본인이라는 역량을 활용하지 않으며, 현지 커뮤니티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글로버러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집단지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다. 또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외국인을 앉힐 수 잇는 포용력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일본의 기업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건 일본 기업문화의 면에서도 역시 곤혹스런 일이다. 사무라이 문화에서부터 유래된 일본의 기업문화는 자신이 속한 회사나 상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며, 일본의 엘리트 지배층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친다. 그것이 설령 엄청난 부패의 증거라 할지라도..... 

이는 일본이 실패를 인정하고 거기에 대처해나가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한다. 좋은 일본인은 자신의 조직, 사람을 배신하기보다는 '주주 가치'나 '공공의 선'같은 추상적인 원칙을 위반하는 쪽을 택한다. 


일본의 굴레 9장 - 사회문화적 변화

일본만의 독특한 창의성의 기원을 흔히 모순과 모호함을 참고 견디는 능력에서 찾는다. 예술 또한 같은 역할을 한다. 전후 일본문화의 상징이었던 샐러리맨은 야구나 TV프로그램같은 일본의 공식적인 문화에서는 이들의 출세에 필요한 덕목을 끊임없이 찬양하는 쪽으로 특화되었다. 그러나 만화를 포함해 좀 더 불온한 장르에서는 샐러리맨을 나약하고 무책임하며 절대 이룰 수 없는 섹스와 돈에만 관심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샐러리맨은 스스로가 자기 목숨을 바쳐도 좋을 대의(회사)를 위해 싸우는 군인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이 거대한 산업속 교체가능한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자각도 함께 안고 살아야 했다. 이런 모슨은 일본에 속으로는 울면서 겉으로는 의연한 척하는 정서와 닿아있다. 이런 부조화는 일본 문화 전반을 규정짓고 이런 모순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점점 필수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의 여성들에 있어 새롭게 나타난 갸루 현상이 말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일본 여성들에게 요구되던 행동방식을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에 닿아있다. 또한 전통적인 오바짱의 이미지를 깬 오바타리안이라는 아줌마 부대, 그 반대에 대형 폐기물을 뜻하는 은퇴한 남편을 가리키는 소다이고미 단어의 등장, 황혼이혼의 증가, 일본 전통적 남성상과 배치되는 초식남의 등장 등 일본 사회는 이전에 보지못했던 새로운 유형들의 인간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전통적으로 일본 남성들이 그들의 사회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던 동류의 남성집단(군대적 위계질서와 자기희생을 강요하던)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지도층이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것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특히 이는 후쿠시마 원전의 파괴와 더불어 전개돈 사건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수많은 일본인 개인은 실수나 혹은 더 큰 문제에 대해서도 기꺼이 책임지려는 훌륭한 태도를 보이지만, 이것이 조직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조직은 실수하지 않는다. 즉 조직에서 실수를 인정하는 능력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한때 세계 시장을 지배했으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 지배는 끝났다.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일본의 수출형 대기업들은 약화되었다. - P327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이 회사들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이끌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정밀화학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전 세계 점유율을 합하면 70퍼센트가 넘고, 탄소섬유는 65퍼센트가 넘는다." 애플의 아이폰을 뜯어보면 일본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부품은 많지 않다. 조그맣고 화려한 기계인 아이폰은 미국에서 디자인해 설계되고, 중국에서 생산되어, 한국과타이완의 부품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이 중의 30퍼센트가 넘는 부가가치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창출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그것은이런 부품들을 이루는 핵심 소재를 일본 기업이 만들고, 이런 부품들을생산하는 공장의 설비를 일본 기업이 공급하기 때문이다. 보잉787 드림라이너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비중은 비슷하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 사이의 경쟁은 유럽 기업과 미국 기업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그 생산과정과 부가가치의 구조를 뜯어보면 프랑스 독일 연합과 미국 일본 연합 간의 기술구조technostructure가 정면 승부를 벌이고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 P330

일본의 비즈니스가 봉착한 문제에 대한 그간의 분석들을 보면, 일본에는 잘되고 있지 않는 분야에서 잘되고 있는 분야로 인력과 자본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결여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 P335

비정규직들은 정규직과 사실상 똑같은 업무를하면서 월급은 그들의 반밖에 받지 못했다(일본 회사들이 정사원에게 먼 미래까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더하면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곧 일본 산업 시스템의 충격을 흡수하며 착취당하는 대상이다. 과거에는 명목상으로만 독립법인인 중소 하청업체가 하던 그 역할을, 이제는 과로에 시달리는 저임금 비정규직이 하고 있을 뿐이다.
- P341

이러한 구조는 전후 일본에 그토록 중요했던 사회적 단결을 잠식하고있다. 안정된 고소득 직업을 장악한 소수의 귀족 노동자들이 절대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도 일본의 사회적 단결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P342

하지만 이 모든 성공에도 일본의 비즈니스는 세계화의 한 가지 중대한 측면에서 뒤처져 있으니, 그것은 바로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위에 외국인을 앉힐 수 있는 포용력이다. 일본 회사에서 외국인의 부재는 중간 관리자 단계에서도 임원 단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 P348

수 세기 동안 일본의 지배 계급이었던 사무라이들은 군주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충성만이 궁극의 미덕이라는 사상에 경도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의 최상층에자리한 대부분의 기업은 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메이지 정부 초기에 설립되어 전직 사무라이들에게 주어졌던 회사들을 어떤 형태로든 직접물려받은 조직이다. 올림푸스의 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시의 체계에 녹아 있던 문화적 특징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작동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충실한 병사는 절대로 자신이 속한 회사나 상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며, 일본의 엘리트 지배층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친다.
- P354

그보다 아마 더 심각하면서충성·유착의 행동 규범과 직결되어 있는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일본이 실패를 인정하고 거기에 대처해나가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시스템은 실패 혹은 ‘창조적 파괴에 대처하는 제도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 P355

한국의 기업들이 일본의 비즈니스를 크게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오른것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은 환율 문제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1. 한국에는 국제화된 엘리트가 더 많다. 해외에서의 거주 경험과 영어 구사능력은 ‘한국적이지 않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한국의엘리트 계급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다. 한국 재계와 학계의지도자들은 대부분 서구의 일류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사회에서 지배층 엘리트가 되는 데 있어 도쿄대학 졸업장이 하는 역할을, 한국에서는 아이비리그(그리고 MIT와 스탠퍼드)가 하고 있다고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니다.
2. 한국의 경제·정치 기관들은 훨씬 더 명확한 권력 구조와 뚜렷한책임 소재를 갖고 있어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아이폰에 대한 반응으로 삼성이 애플을 단숨에 제치고 세계 제일의 스마트폰 판매사가 되는 동안 일본의 IT 업계 대부분이 우물쭈물하고 있던것이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가 끈질기게 따라잡고 있는 것을 보라. 한국의 재벌들은 국내에서는소수에 의한 독재 성향으로 인해 비판받고 있지만, 누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지가 한눈에 명확하고, 그래서 일본 기업 대부분에 만연한 집단사고보다 저만치 앞서가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3. 마지막 요소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 P360

도쿄전력은 일본 기업들의 전반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축소판과도 같다. 후쿠시마 재난 현장의 수많은 도쿄전력 직원은 사고 직후 긴박했던 며칠 동안 영웅적이고, 글자 그대로 자기희생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반면 도쿄전력의 경영진은 명백한 직무 유기를 해오고 있었고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 P365

야구나 TV 프로그램 같은 일본의 공식적인 문화가 샐러리맨의 출세에 필요한 덕목들을 찬양하고 있었던 반면,
방대한 망가(만화)를 포함해 좀더 불온한 문화 장르에서는 샐러리맨을나약하고, 무책임하며, (절대 이룰 수 없는 섹스와 돈에만 관심 있는 존재로 묘사했다. 샐러리맨들은 회사와 일을 위해 자기희생을 불사할 정도의 열정을 보여야 했을 뿐 아니라, 이것이 핵심인데, 거기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그 열정을 스스로 믿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심리28상태를 표현하는 일본 단어가 마코토誠다. 마코토는 보통 ‘진정한 sincere‘
이라고 번역되지만, 서양에서 이 단어를 쓸 때처럼 정말로 믿고 있지는않으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과 같은 어감은 들어 있지 않다. 그 대신 일본어의 마코토에는 개인의 내적인 감정을 사회의 외부적 기대와 일치시키기 위해 강제로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있다.
- P372

 하지만 이 모든가루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전통적으로 일본 여성들에게 요구되던 행동 방식을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이다.
- P377

일본의 문화와 사회는 오랜 세월 동성 간의 집단,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으로 이루어진 집단들을 중심으로 작동해왔다. 수 세기 동안 일본 남성들은 혈연관계가 없는 다른 남성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정서적인 지지와 경제 · 정치적인 연대를 얻을 수 있었다.  - P389

하지만 이는 곤란한 문제를 일으킨다. 일본의 가장 뛰어난 강점 중 하나는 사회적 결속력이다. 단합과 상호 신뢰와 책임감에 있어 거의 전 국민적으로 통일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보통 남성들이 이제더 이상 자상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품에서 자랄 수 없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런 가치들이 유지될 수있을 것인가. 남성들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개념이 무너지면, 남성 집단은 다시금 지배적인 사회 조직으로 부활한다. 하지만 미래의 남성 집단은 상당수의 서구 사회에서 그랬듯 야만스럽고 무례한 형태로 변할 수 있다.  - P402

일본 관료사회에서는담당 부처의 명예와 해당 산업을 지탱하는 기업들의 안위가 일반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곤 하다.  - P407

수많은 일본의 개인은 실수나 혹은 더 큰 문제에 대해서도 기꺼이 책임지려는 훌륭한 태도를 보여준다. 문제를 일으키고도 나서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호사 뒤에 숨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미국인 다수의경멸스러운 행태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조직‘으로 넘어오
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P408

이처럼 조직에서 실수를 인정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일본에서 제도적 협약이라는 것을 둘러싼 신성함에 가까운 아우라에 그 뿌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2장에서 도쿠가와 막부가 일본의 제도적질서를, 이의 제기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울인 의도적인 노력에 대해 얘기했다. 이들은 신성한 존재가 신성을 대신해 제도적 질서를 만든 것이 아니라(왕권신수설), 제도적 질서가 신성 그 자체의 발현인 것처럼 여기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제도의 신성성은 막부가붕괴된 이후에도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메이지 정부에 들어서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민족주의 국가를 건설해 전 국민을 동원하는 데 필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메이지 정부는 그렇게 해서 홉스주의적 약육강식이 난무하던 19세기 말의 세계질서에서 독립국가로 살아남으려고했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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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녀들은 부모에게는 사회에서든 사랑받을 권리는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배운다.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이다. 이것이 가부장적 사고와가치를 배우는 학교에서 여자들이 받는 첫 가르침이다. 너희는 사랑을 얻어내야만 한다. 여자들은 그 자격을 타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치는 언제나 타인, 외부의 누군가가정의해줄 것이다.
- P12

우리는 나이 듦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사랑에대해 생각하는 방식 또한 바꾸었다. 페미니즘 덕분에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을 때, 한동안 계급적 특권이든 교육 혜택이는 덕을 본 건 일부 여성에 불과했다. 대체로 시류를 잘알았던 부류는 종종 예외적인 혜택을 얻었고, 기대 이상으로 성취했다. 페미니즘은 한편으로 이들을 높이 띄웠지만성과는 대개 일부 여성에게 한정되었으며, 평범한 대다수여성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 듦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은 널리 확산되었고, 그에 따라 몸에 대한 성차별적 관념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 P23

사랑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은 여성들이 삶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그럼으로써 여성해방운동이 추구해온 완전한 자아실현을위한 모든 여성들의 자유를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페미니스트 사상가와 활동가들이 사랑과 로맨스에 대한 예전의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갈가리 찢어버린 것은 물론 옳았지만,
소녀들과 성인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희망과 약속으로 가득한 새로운 자유의 이상이 필요했다.  - P38

나는 내 이전 세대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대립되는 두 정체성, 즉 독립적이며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이 되려는 욕망과 정착하고 길들여지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었다. 내 어머니 세대가 좋은 아내이자 엄마이고 싶은 욕망과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기표현에 대한 욕망사이에서 분열되었다면, 나는 내면의 독재자를 따르고자 하는 욕망과 그런 자아에 대한 불신 사이에서 분열된 것이다.
- P52

 사랑을 찾는 여정에서 나는 자유를 향한 길을 발견했다.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곧사랑을 배우는 첫 단계였던 것이다.
- P58

완전하게 사랑한다는 건 우리의 성적 권리를 존중한다는의미였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성의 성적 거부권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없다는 진실을 이성애자 여성들은 지금까지도 직면하려 하지 않는다. 바로이 때문에 나는 사랑과 성에 대한 페미니즘 논쟁도 끝났다.
고 본다. 이성애자 여성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급진적페미니스트조차도 - 상대 남성을 언짢게 하거나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성은 굳이 반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여성이 이따금씩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괜찮아도, 일정 기간 이상 거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 P72

1970년대 말에 우리는 자유를 찾았지만, 사랑은 여전히 구하는 중이다. 우리는 새로이 탄생한 자유여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을 찾고 싶었다. 이성애자이건 동성애자이건, 문란하건 순결주의자이건, 우리는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그리고 우리 같은 여성이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를 포함할 수 있게끔 여성해방이라는 개념을 재정의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 P74

우리 모두는 직장과 경력, 돈이 사랑보다 중요한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에 따른 실망감을 이야기할 공간은 없었다. 여자들은 일을 통해 온전한 성취감을 느끼지못한다거나 친밀한 사적 관계에서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는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낼 수 없었고, 사랑 없는 삶에 대해말하기를 두려워했다. 공식적으로 대부분의 여성은 사랑보다 권력이 더 중요한 것처럼 행동했다. 사랑을 다시 어젠다로 옮겨오려면, 일과 사랑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여성은 스스로의 거짓을 벗어야만 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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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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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춘기 아들을 가진 분이라면 꼭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은책이다.

물론 남편이나 남자 애인이 이해가 안가는 분이 읽어도 좋다. 

남자분들은 자기 얘기를 읽듯이 읽을 수 있겠구나싶기도 하고....


이 책은 그야말로 한 남자 인간이 12살부터 87살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서 쓴 일기이다.

이런 일기 형식의 소설을 쓰겠다고 한 작가의 발상이 너무 기발하지 않은가?

사실 줄거리를 얘기할게 별로 없다.

초반에 몸의 일기를 쓰게 되는 계기가 가슴아픈데 1차대전에 참전했던 주인공의 아빠는 독가스로 인해 몸이 병들어서 돌아온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 남편의 병과 아마도 생활고에 치여 점점 자조적이고 독단적, 폭압적이 되어가는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빠의 옆에서 아빠와 동일시 되어가는 주인공 아들.

이 셋의 관계는 전적으로 아들인 나의 입장에서 서술되므로 엄마의 생각이나 내면은 알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생활고 이런 것때문에 삶이 팍팍했을, 그럼에도 병든 남편을 떠날 수는 없었던 엄마에게도 할 말은 얼마나 많았을까싶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들의 몸이므로 그는 엄마의 마음까지 살펴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런 아빠가 죽고난 이후 엄마는 빌빌거리는 아들을 보이스카웃 훈련에 보낸다. 

그런데 여기서 훈련 도중 아들은 게임을 하던 상대편 아이들에 의해 숲속 나무에 홀로 묶이는 수모를 당한다.

처음에는 그리 무섭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미 한마리가 발등을 타고 오르고.... 그때까진 괜찮다. 개미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으니까....

잠시 후 개미 한마리가 더 발등을 타고 오른다. 2마리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몇 미터 앞쪽에 개미가 우글거리는 개미집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못움직이는데 저 개미들이 모두 내 몸을 기어올라 나의 눈을 파먹고, 내장을 파먹고......

상상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패닉을 불러일으킨다.

숲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너무 무서운 나머지 설사똥을 지려버리는 우리의 주인공.

그는 12살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가 10살때쯤이었나? 그 때 우리 동네 애들은 머리에 이를 한움큼씩 달고 다녔다.

엄마는 그 때 내 머리를 참빗으로 거의 쥐어뜯다시피 빗어내리며 이잡기 작전에 돌입했고, 나는 너무 아파서 징징거렸는데 그 때 울 엄마 왈 "너 머리에 이 계속 키우면 그 이들이 너 눈으로 귀로 들어가서 눈도 파먹고 안에 내장도 파먹고 한다"라고....

아 그 공포라니..... 그 때부터는 말없이 머리를 그냥 쥐어뜯기는 수밖에 없었고, 이후 한동안 이가 내 몸속으로 내장으로 들어가는 상상은 나를 공포스럽게 했다. 

나는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뭔가를 한 기억이 없는데 이 주인공은 너무나도 창피한 그 기억때문에 자신의 몸을 바꾸기로 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몸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결국 몸의 가장 원초적인 부산물인 똥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 사건은 주인공이 아빠의 세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엄마는 소년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의 일생을 보면 시대적으로 봐도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일기는 그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로지 자신의 몸의 변화, 몸이 느끼는 것들, 몸의 기쁨과 고통을  다룬다.

이 책이 재밌는 이유는 이런 몸의 일기를 쓰면서 금기가 없다는 것이다.

운전하면서 다 큰 어른이 코닦지를 가지고 노는 이야기며, 첫경험에서 얼어붙어 결국 발기불능이란 오명을 쓰고 고민하는 이야기며, 섹스 중 몸이 느끼는 변화며 어떤 것도 몸의 이야기라면 빼놓지 않는다.

온갖 건강염려증을 읽다보면 이거 내 얘긴가하면서 솔깃하기도 하다.


노년에 이르면 실제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온갖 병들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은 한편으로 애잔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인간이라면 결국 누구나가 저 과정에 이르겠구나하면서 동일시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빛나게 해주는건 역시 작가의 탁월한 유머감각이다.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든다면 나이들어 신장에 문제가 생겨 오줌주머니를 한동안 차고 다니게 되는데 이 오줌주머니는 일정 시간이 되면 비워줘야 되는 것이다. 안그러면 이번에는 설사똥이 아니라 소변을 발밑에 흥건하게 흘리게 되므로 말이다.

그런데 딱 쇼핑을 하고 있을 때 오줌주머니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화장실을 부탁하지만 점원이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떡했냐고? 

심술이 가득해진 이 할아버지 주인공은 가게의 새 사냥부츠에다 오줌주머니에 가득찬 오줌을 몰래 비우고 능청스럽게 나와버린다. ㅎㅎ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맘에 안들었던 장면은 노년의 이 주인공이 남미 학술행사에 갔다가 20대 아름다운 아가씨에게서 유혹을 받는 순간이다. 

이미 나이가 70대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더 이상 섹스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따뜻한 포옹을 즐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 드디어 섹스의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자신만만하다. (사실은 발기가 안된다. 70대 할아버지니까 뭐 당연한거 아닌가?)

아 그런데 이 할아버지 20대 아가씨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버려 생애 마지막 섹스를 즐기는거 아닌가?

사실 난 동양권의 문화가 섹스에 대해서 지나치게 심각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의 섹스에 대해선 아무래도 관대해지지가 않는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 할아버지가 아내가 없거나 아니면 아내를 사랑하지 않거나 뭐 이렇다면 그래 그럴수 있지, 멋진 아가씨가 모든걸 다 받아들인다며 유혹하는데 안 넘어갈 이유가 없지 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주인공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얼마전에 봤던 영화 <돈룩업>에서도 주인공이 아내와 별 문제가 없음에도 그냥 여자의 손짓하나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남편한테 남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무조건 별 생각없이 그냥 유혹에 넘어가서 섹스할 마음이 나는지 질문했더니 저런 유혹을 안 당해봐서 모르겠단다. 참내..... 


남자의 몸의 일기를 읽으면서 여자의 몸의 일기를 읽어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런 식으로 쓰면 그것도 일종의 표절이 되려나 싶어 안나오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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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31 08: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이 책을 안읽을테지만 여자의 몸의 일기가 나오면 꼭 읽을거 같아요 ^^

Falstaff 2022-01-31 09:00   좋아요 6 | URL
이 책, 굉장히 유명합니다. 페나크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특히 수십 년 동안 중등학교 교사를 해서 그런지 사춘기 시절에 관한 이야기가 탁월합니다. 여러가지 방면으로 재미나는 책입니다만.... ^^;;
이이의 말로센 시리즈라고 있습니다. 그 시리즈는 미들-하이틴을 위한 스릴러인데요,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한 두 권만 읽을 경우 그렇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2-01-31 11:45   좋아요 6 | URL
유명하고 재미있는 책이군요 ㅋ 딱 이거만 읽어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01 01:44   좋아요 3 | URL
골드문트님 대단하세요. 제 글을 읽고는 미동도 없는 새파랑님을 설득하시다니..... ^^
진짜 이 책의 백미는 초반부와 사춘기시절인거 같아요. 뒷부분으로 가면 조금 앞부분의 긴장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저는 페나크의 책은 말로센 시리즈는 말고 소설처럼이랑 학교의 슬픔 읽어보려구요.

bookholic 2022-01-31 10: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우리 둘째가 사춘기 되면 이 책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씀을 이야기해주려고 생각했어요.^^

바람돌이 2022-02-01 01:46   좋아요 1 | URL
아이의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몸이 그렇게 안좋은 상황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소년의 유머감각은 아버지한테 그대로 물려받은듯요. ^^

청아 2022-01-31 11: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가지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페나크의 책을 3권 갖고 있네요! 70대 할아버지가 20대 여성에게 유혹을 받다니ㅋㅋ
‘몸의 일기‘라는 소재가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머도 있다니 더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2-02-01 01:47   좋아요 1 | URL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음에도 새 책을 늘 사는 우리들의 슬픔.... ㅎㅎ 재밌습니다. 정말로요. ^^

blanca 2022-01-31 13: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꼬맹이 아들의 사춘기 대비를 위해 이 책을 읽어야겠네요. ^^

바람돌이 2022-02-01 01:48   좋아요 2 | URL
완전 앞서가시는 블랑카님이십니다. ㅎㅎ 남자 아이들은 정말 여자인 엄마가 보기에는 이해불가능한 면들이 너무 많아 사실 미리 준비가 필요한거같긴 해요. ^^

그레이스 2022-01-31 14: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못읽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책장으로 걸어가요~^^

바람돌이 2022-02-01 01:48   좋아요 2 | URL
역시 좋은 책은 많은 분이 이미 사셨다는..... 서재 지인님들 책장에 무슨 책이 없겟어요. ^^

mini74 2022-01-31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란 말이 생각나요 요즘 제 2의 사춘기를 지나는 거 같은 남편을 위해 읽어봐야 될 듯 합니다 ~

바람돌이 2022-02-01 01:49   좋아요 3 | URL
ㅎㅎ 저도 그 말 떠올렸어요. 남편은 갱년기죠. 저희집에도 1명 있습니다. 여성호르몬의 생성으로 인해 저보다 더 감성적이 되어가는.... ^^ 그런 면에서는 여기 이 책의 분은 조금 아닌듯해요. ^^

희선 2022-02-01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실제 어딘가 개미는 사람 뼈만 남기고 다 먹기도 하죠 아마존이었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야기에도 그런 게 나왔군요 그런 거 보고 개미가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모든 개미가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병든 아버지를 보고 그 뒤에 겪은 일 때문에 자기 몸을 잘 보게 되다니... 그것도 자기 자신을 잘 보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2-01 01:51   좋아요 3 | URL
베르나르의 개미는 저도 읽었는데 그런 개미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이 안나네요. 이놈의 기억력.... ㅠ.ㅠ
근데 개미집을 우연히 발견하면 전 저 개미들이 나에게 아무 피해도 못입힌다는거 알면서도 무섭더라구요. 그 무시무시한 군집이 주는 공포랄까? ㅎㅎ 이 책 보면서 저도 저의 몸에 대한 생각들을 좀 하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