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졌다. 힘이 쭉 빠졌다. 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무 색깔도 없었다. 지구는 죽어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마치 공이 하나 튕겨져 나온 것처럼 구름에 다시 색깔이 나타났다. 그것은 섬광 같은 옅은 색깔에 불과했다. 빛은 그렇게 돌아왔다. 빛이 사라졌을 때 나는 뭔가 거대한 순종이라는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언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 빛들이되돌아오자 갑자기 일어나는 것 같은, 빛은 놀랍도록 가볍고, 재빨리, 그리고 아름답게 골짜기와 언덕 위에 되돌아왔다 - 처음에는 기적 같은 반짝임과 경쾌함으로, 그러고는 거의 정상으로, 큰안도감과 함께 (잠시 색깔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신선하고 다채롭게, 여기가 파랑색인가 하면 저기는 밤색, 모두가 새로운 색깔이어서, 마치 한 번 씻어내고 다시 칠을 한 듯했다 - 울프 주).
- P193

이것은 동시대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전기를 쓰는 한 방법이될지도 모른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어떻게 쓰는가가문제다. 비타는 올랜도라는 젊은 귀족 남성이 돼야 한다. 리튼도써야 한다. 사실 그대로, 그러나 환상적이어야 한다. - P195

이 화끈거려, 늘 먹던 계란을 먹지 못했다. 나는 『올랜도』를 반쯤장난스런 문체로, 사람들이 단어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매우 분명하고 평이하게 쓰고 있다. 그러나 진실과 환상은주의 깊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 P201

『올랜도』, 이것이 이번 가을의 중심 과제다. 평론을 쓰고 있을 때는 하루나 이틀 아침을 제외하고는 결코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없다. 오늘 아침에 제3장을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뭔가 배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농담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평이한 문장이 좋다. 그리고 기분 전환으로 시도해본 양식도 마음에 든다. 물론 깊이가 너무 없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튀겨놓은듯. 
- P202

『올랜도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쩌다 그처럼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일까! 마치 태어나기 위해주위의 모든 것을 밀쳐낸 듯하다. 그러나 지금 3월 부분을 다시읽어보니, 실제는 그렇지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바로 그 당시 내가 계획했던 대로의 엉뚱한 작품이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정신은풍자적이고, 구조는 환상적이다. 정확히 그렇다.
그렇다. 여기 반복해 두겠다. 매우 행복한, 이상스럽게 행복한가을이다.
- P206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도 빨리 썼다. 이 책은 전체가 농담이다. 그러나 즐겁게 빨리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휴일 같은 것. 앞으로 다시는 소설을 쓰는 일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더욱 강해진다. 운을 맞춘 시의 단편이 떠오른다. 우리는 토요일에자동차로 프랑스를 횡단하고, 4월 17일에 귀국해서 여름을 지내게 될 것이다. 시간이 날아간다. 정말 그렇다. 여름이 다시 돌아오고, 나에게 아직 그 여름을 찬탄할 능력이 있다니. 세상이 다시 눈부시게 돌아가고, 푸르고 파란 색깔을 바로 눈앞에 가져다주다니.
- P212

그렇다. 이제 『올랜도」는 끝났다. 10월 8일에 장난삼아 시작했던 것이 그런데 내 취향치고는 좀 길어졌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
가 한 마리도 못 잡은 격이다. 농담치고는 너무 길고, 진지한 책치고는 너무 경박할는지 모른다.  - P212

그러나 유일하게 흥분되는 삶은 상상 속의 삶이다. 머릿속에서 자동차 바퀴가돌기 시작하면 돈도 별로 필요 없고, 드레스나 심지어는 로드멜의 집을 위한 찬장이나 침대, 소파도 필요 없어진다.
- P216

L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올랜도」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이것이 『등대로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다루고 있는 소재가 더 재미있으며, 인생에 더 애착이 있으며, 더폭이 넓다고. 사실을 말하자면, 장난 삼아 시작했던 일이 뒤에 가서는 진지해진 것이다. 그래서 통일성이 부족해졌다.  - P218

리얼리티란 내 바로 앞에서 보는 어떤 것이다. 뭔가 추상적인 것. 그러나 언덕이나 하늘에 있는 것. 그것에 비하면 무엇 하나중요한 것이 없다. 그 안에서 나는 쉬고,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리얼리티라고 부른다. 그리고 때때로 리얼리티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해서 그것을 찾는다. 그러나 누가 알랴, 일단 펜을 들고 쓰기 시작하면? 리얼리티는 하나인데, 우리가 글을 쓸 때는 리얼리티를 이런 것, 저런 것으로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이 내 재주인지도모른다. 아마도 그 재주가 나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에 이처럼 날카로운 감각을갖는다는 것은 드문 일일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반복하거니와, 누가 알랴? 내가 이것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P225

그러나 『올랜도는 확실하게 분명하고 압도적인 충동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다. 나는 장난을 하고 싶었다. 나는 공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사실인데) 사물에 만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 기분은 아직도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나는 역사를 써보고 싶다. 이를테면 뉴넘 대학이나, 같은기분으로 여성운동에 관한 역사를, 이 기분은 내 안의 깊은 곳에있다. 적어도 반짝이며 절박한 상태로, 그러나 이것이 칭찬에 자극된 것은 아닌가? 지나치게 자극을 받은 것은 아닌가? 천재를쉬게 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담당해야 할 직무가 있다는 것이 내지론이다. 내 말은 사람들은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능이 단순한 재능일 때는 사용되지 않은 재능이다. 반면 재능이진지할 때는 일을 한다. 이처럼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쉬게 한다.
- P232

 우선 명성의 문제가 있다. 「올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써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하라고들 성화다. 사람들은 그 작품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나도 할 수만 있다면, 다른 특징을 잃지 않고 그런 특성들을 지키고 싶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대개 다른 특성을 희생시킨 결과다.
다시 말해 외면적으로 글을 쓴 결과다. 만약에 깊이 파내려간다.
면 이런 특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면적인 것과 의면적인 것에 대한 내 태도는 무엇인가? 어느 정도 글을 편안하게, 탄력을 받아 써내려 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외면성마저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둘을 합치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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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슴속에 다른 사람들로하여금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갖게 하고 싶은 것만큼 큰 욕망은 없다. 자기가 높이 평가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깎아내리는 느낌만큼 우리의 행복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우리를 분노로 채우는 것은 없다. - P133

올랜도는 자기가 젊은 남자였을 때, 여자는 순종해야 하고, 순결해야 하며, 향기로워야 하고, 세련된 차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생각이 났다. 앞으로는 그런 요구들을 내가 몸소 감내해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여성으로서의 나의짧은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타고나기를 순종적이지 않으며, 순결하거나 향기롭거나 세련된 차림을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 없이는 인생의 즐거움 어느 하나 향락할 수 없는 이미덕들을 지겨운 훈련을 통해 얻을 뿐이다.  - P139

"내가 성숙해지고 있는 거야" 라고 그녀는 양초를 집어 들면서생각했다. "나는 새 환상들을 얻기 위해 이전의 환상들을 버리고있는 중인지도 몰라." 그리고 그녀는 긴 회랑을 걸어 내려가 침실로 갔다. 이것은 불쾌한 동시에 성가신 변화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굉장히 흥미롭다고 그녀는 장작이 타고 있는 난로 쪽에 두 다리를 뻗으면서 (거기에는 선원이 없었으니까) 생각했다. 그러고는 과거에 있어서의 자신의 발자취를 마치 큰 건물들이 줄지어선 대로를 보듯이 되돌아보았다.
- P155

우리는 옷이 팔이나 가슴의 형태를 갖도록 만들지만, 옷은 우리의 가슴, 두뇌, 혀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다. 이리하여 스커트를 입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지금, 올랜도는 눈에 띄게 변해, 심지어는 얼굴마저 달라져 있었다. 남자 때의 올랜도와 여자 때의 올랜도를 비교해보면, 두 사람은 틀림없는 동일 인물이지만, 어딘가 다르다.  - P166

남자는 세상이 마치 그가 사용하도록 만들어지고, 또한 그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여자 올랜도는 비스듬히 미묘하게, 심지어는 의심이라도 하듯 세상을 본다. 그들이 만약 같은 옷을 입었더라면 그들의 태도도 같았을는지 모른다.
- P167

그리고 또한 습기는 습기를 막을 재주가 없었으므로 - 목공예품으로 들어간 것처럼 잉크병에도 들어왔다 ㅡ 그 결과 문장이 불어나고, 형용사가 늘어나고, 서정시는 서사시가 되고, 한 칸 정도 길이의 에세이로 쓸 수 있었던 것이 열 권, 스무 권의 백과사전이 되었다.  - P202

이것이 그녀의 성미에 도통 맞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대공의 마차 바퀴 소리가 사라졌을 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외침은 "인생! 연인!" 이었지 "인생! 남편!" 이 아니었고, 앞 장에서처럼 그녀가 런던에 나와 세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도 이목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대정신의 본성은 단호해서, 누구든맞서려는 자는 순종하는 자보다 더 효과적으로 때려눕히는 것이었다. 올랜도는 천성적으로 엘리자베스 시대 정신, 왕정복고 시대정신, 18세기 정신이 더 기질에 맞았으며, 그 결과 한 시대로부터 다른 시대로의 변화를 거의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19 세기정신은 그녀의 성미에 전혀 맞지 않았으며, 그것은 그녀를 붙잡아 망가뜨렸고, 그녀는 그 손에 걸려 전에 없는 패배를 맛보았다.
인간정신은 스스로에게 맞는 할당된 장소가 있는 것 같았고, 사람은 각각의 시대의 소산이다.  - P214

 "나는 오랜 세월을 거쳐 행복을 찾아다녔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명성도 찾아다.
녔지만 놓쳤고, 사랑은 아직 알지 못한다. 인생을 - 아니, 죽음이더 낫다. 나는 수많은 남자와 여자를 알아왔는데" 라고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아무도 이해하지는 못했다.  - P218

"그렇다면 좋다" 라고 올랜도는 이런 때 사람들이 그렇듯 유쾌하게 말하고는 또 다른 자기를 불러보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우리가 지금까지 여기 수용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한 개인은 수천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도, 전기에서는 예닐곱 개의 자아를 묘사하는 것으로 일이끝난 것으로 간주한다.  - P272

"기러기다!" 올랜도가 소리쳤다. "기러기 .…"
그러자 자정을 알리는 12번째 종소리가 울렸다. 1928년 10월11일 목요일, 자정을 알리는 12번째 종소리였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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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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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89쪽 삽화)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인상깊게 보았을 이 인류의 진화도의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단선적이고 직선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삽화가 강력한 비인간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삽화를 이용한 실험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백인 미국인보다. 무슬림이나 라틴아메리카인들 아시아인들을 오른쪽 완전한 인간보다 덜 진화한 인간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살고 있던 시절 지구상에는 여러 종의 다른 인류가 살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네안데르탈인인데 실제 신체적 조건이나 뇌의 용량같은 면에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뛰어난 인종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들이 야만적이어서 뒤떨어져서 멸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만 다음의 의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저 그림이 보여주는 시각적 착각에서 일단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현재의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을까?

이 질문은 사실 이 책에서 처음 하고 있는 질문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든 것으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협동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론을 펼쳤었다.

어떤 책에서는 바느질 도구인 바늘의 존재가 호모사피엔스를 기후변화속에서도 영역을 확장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도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생물학계의 대답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왜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이렇게 집착하는가이다.

인간의 기억에도 없는 먼 시대의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조건과 이유가 지금의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중요성에 대한 대답까지 보여주는 유의미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가설은 "자기 가축화 가설"이다. 

생물학자답게 이들의 질문은 왜 수많은 야생 늑대들 중에서 개만이 우리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떤 늑대는 인간과 절대 함께 살 수 없는데 왜 어떤 늑대무리들은 인간 옆에서 개로 진화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가축화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그저 인간이 길들였겠거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시베리아까지 가서 여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똑같은 조건의 새끼여우들 중에서도 친화력이 좋은 여우와 그렇지 않은 여우가 나뉜다.

친화력이 좋은 여우들은 인간의 손짓에 응하는 능력을 보인다. 

우리가 개와 놀 때 대부분의 개는 공을 던지고 사람이 손짓으로 가리키면 그 방향으로 달려갈 줄 안다. 

눈이 있으면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훨씬 친화적이고 인간을 많이 닮았다고 하는 보노보는 개와 마찬가지로 손짓언어를 이해한다고 한다.

이 러시아에서의 여우실험이 보여주는 결론은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늑대들 중에 유독 친화력이 높은 녀석들이 인간에게 스스로 다가온 것이란 것이다. 

그 결과 개가 된 이 친화력 있는 늑대무리들은 전 세계의 늑대종들이 거의 멸종되고 있는 지금 종의 번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자기 가축화가설'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이들의 논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 역시도 이런 친화력, '자기가축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얘기한다.

생후 8-9개월만 되어도 인간 아기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성인 침팬지가 절대 이해 못하는 손짓언어를 이해하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느끼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호모사피엔스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바로 친화력이며 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환대와 친화력으로 이어지고 고도의 협력체계로 이어진다.

이런 논지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바와도 비슷한데, 이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차이일뿐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기 무리에 대한 또는 무리에 속하게 된 이들 사이의 친화력은 맹점을 가지는데 그것은 다르다고 인식된 이들 또는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반대 대응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인류가 무수히 많은 전쟁을 벌이며 같은 인간을 죽이는 역사를 펼쳐온 이유이기도 할 텐데 사실상 이 부분의 논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아 다른 차원의 논의가 더 필요하리라 느껴진다.

다만 이 책에서는 굉장히 인상적인 해석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나치시절 유대인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대인을 숨겨주고 그들의 탈출을 도왔던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성별도 연령도 계층도 심지어 정치적 성향도 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 대다수가 친한 가족 중 유대인이 있었거나 가장 친한 친구가 유대인이었거나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저자들은 의미심장한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친화력에 있었듯이 지금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도 역시 이 친화력을 이끌어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인종분리정책이나, 인종차별적인 정책이 계속된다면 네안테르탈인들이 멸종했듯이 호모사피엔스인 우리 인간들 역시도 멸종할지도 모른다.


제목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존 조건으로서의 친화력을 말하는 것이다.

생물학의 논의가 사회학이나 역사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전적으로 납득하기에는 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인간사회에 대해서 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특성과 존재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쨌든 다정함과 친화력이 지구를 멸망시킬리는 없을테니, 이런 논지를 통해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유의미한 접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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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1-11 06: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렇게 물흐르듯 일목요연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모여서 소통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보여져요. 생존조건으로까지 지칭되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리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바람돌이 2022-01-13 23:36   좋아요 1 | URL
에고 hnine님 무슨 말씀을.... 만약 실제로 이 책을 읽으시면 제 리뷰가 얼마나 구멍뻥뻥인지 잘 아시게 될거예요. ㅠ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희망을 가졌달까? 우리 인간에 내재하는 친화력이 우리 생존의 힘이었다는데서 우리 인간의 암담한 미래가 구원을 찾을 수 있지도 않을까싶은 그런 기분요. 여기 알라딘 서재만 하더라도 다정한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

mini74 2022-01-11 0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호 친화력이 생존의 비결이군요. 우리집 저 까칠한 강아지는 어떻게 살아남은걸까요. 내용이 쏙쏙 들어와요 바람돌이님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38   좋아요 1 | URL
까칠하지만 미니님옆에 있잖아요. 그게 다정한거 아닐까요?? 우리집은 심지어 사람 둘(딸래미들)조차 까칠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11 0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이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증명되었군요~!! 욱(?) 안하는 다정한 바람돌이님을 응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40   좋아요 2 | URL
이런 이론들이 진짜 사실인지는 과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그렇게 믿고싶었습니다. ㅎㅎ 네 올해는 새파랑님 말씀처럼 욱 안하는 바람돌이로 거듭거듭 새로워지려고요. 꼭요. ㅎㅎ

희선 2022-01-12 0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하게 지내고 다정하다가도 자기 편이 아니다 여기면 아주 돌아서기도 하는군요 그런 건 없어야 할 텐데... 자신과 다르다 해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13 23:43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과 손절하게 되는데는 뭔가 경계선이 있는듯해요. 단순히 내편이 아니다라기보다는 침범하면 안되는 어떤 선요. 그 선을 넘기 전에는 뭐 뼈아픈 소리도 아니면 다른 생각도 다 그런대로 넘길수 있는데 말이죠. 다만 그 경계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게 또 인간관계의 어려움이겠죠. 어쨌든 저는 그렇더라구요. ㅎㅎ
 




"아! 성불이 코앞인데 마지막 한 수가......  이런 우라질!!!"

"모든 미혹에서 벗어난다는게 그렇게 쉽게 얻어질리가 없죠. 머리를 너무 쓰서 그런거니 우리 잠시 티타임을 가지면서 머리를 좀 식힐까요? 커피 한 잔 어떠세요?"

"아 전 커피 마시면 잠이 안와서.... 녹차로 부탁합니다"

"녹차는 티백밖에 없는데...."

"아 티백은 폼 안나는데....쩝   뭐 어쩔 수 없죠. 하 눈도 오고 분위기는 쥑입니다그려"

"이런 날 성불하면 하 죽이겠는데......"

"세상이 하 어지럽고, 헛소리들도 너무 많으니 성불이 그리 쉽겠습니까? 차나 드시지요"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낭만과객 바람돌이가 이들의 대화를 듣다가 차값을 대신 내주고 나갔다더라.....  ㅎㅎ 


말도 안되는 저 대화는 그냥 제가 아무렇게나 쓴거고요.

문화재청에서 만드는 문화재사랑이라는 월간지가 있습니다. 

보통은 그 달의 문화재 사진이 표지에 들어가는데 이번 표지가 이 그림이더라구요. 

보는 순간 우와 이번 표지 진짜 너무 멋지다 하면서 사진으로 찍어봤어요. ^^


그림을 그린 분은 지성광이라는 작가분이라는데 처음 듣는 분, 주로 게임과 에니메이션쪽에서 활동하신단다.

이분 에니메이션 나오면 찾아보고싶어...

알라딘 검색을 해보니 그림책도 1권 그리셨다.<채소들의 목욕탕>










저 그림의 왼쪽에 있는 분은 다 알고 계시듯 금동 미륵보살반가사유상으로 국보

오른쪽 스님상이 처음 보는 분이 많을텐데 합천 해인사에 있는 건칠희랑대사좌상이다. 

이름에 있는 건칠이란 조각에 옻칠을 한 것을 가리키는거고, 희랑대사는 이분의 이름이다.

고려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 역시 국보다.

이 그림에서 눈에 잘 안띄는지만 절묘한 한 수가 바로 벽에 붙어있는 액자다.

<성불도 놀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무아미타불 한글자씩 써져 있는 주사위를 이용해서 말을 움직여 윗쪼겡 있는 <대각성불>에 먼저 이르는 사람이 이기는 보드게임이다. 

무려 미륵보살께서 지금 먼저 성불하려고 마지막 한 수를 고민하고 계시다니..... ㅎㅎ


아 혹시 <문화재 사랑>이란 잡지에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가서 구독신청하면 된다.

공짜다.

그리고 글도 괜찮고 사진이 워낙 좋아서 나는 좋아하는 잡지다.


문화재사랑 - 문화재청 (cha.go.kr)


혹시 문화재사랑 구독하고 싶은데 링크가 연결안되는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순서 덧붙입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 - 새소식 바로가기 - 문화재청 소식지 - 문화재사랑 - 구독신청 하시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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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08 0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이 그림 보고 쓰신 글 재미있네요 저런 대단한 분도 미혹에 빠지다니... 나중에 성불했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2-01-10 09:32   좋아요 3 | URL
그냥 제 멋대로 쓴 잡답인걸요. 미륵보살은 아직도 현세의 중생을 모두 구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죠. 그 중생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 구제하는게 가능하지는 않을듯한게 더 깊은 시름을 낳는지도요. ㅎㅎ

청아 2022-01-08 07: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처음에 나오는 대화 너무 재밌어서 두 번 읽었어요!!!
그림이랑 잘 어울려요ㅎ그런데 아무렇게나 쓰신거라니ㅎㅎ
낭만과객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1-10 09:33   좋아요 3 | URL
이런 미미님 이렇게 칭찬을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은 보냈는데 월요일이 되니 또 급우울해지네요. 그래도 저는 내일 드디어 방학입니다. 자랑질.... ^^;;

새파랑 2022-01-08 08: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뭔가 열반이 느껴지는 바람돌이님의 희곡 이군요 ^^

바람돌이 2022-01-10 09:34   좋아요 4 | URL
어디가요? 왜요? 저는 안느껴지는데요? ㅎㅎ
음..... 역시 커피값을 내는데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역시 최대의 호의는 맛난 것을 사는데 있다는걸 아시는거죠? ^^

키라키라 2022-01-08 09: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모든 미혹에서 벗어난 깊은 한 수‘ 란 글을 그림에서 찾고나니 그림이 더 흥미롭네요^^

바람돌이 2022-01-10 09:35   좋아요 4 | URL
이 그림 여러 부분이 의미심장하면서도 따뜻해서 딱 보고 와 너무 맘에 든다. 감성돋는다 하고는, 하나하나 뜯어보니까 더 좋은거 있죠. 그림 하나로 행복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1-08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 재미있네요^^

바람돌이 2022-01-10 09:38   좋아요 3 | URL
그쵸 그쵸... ^^

프레이야 2022-01-08 1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 지성광 작.
문화재 사랑. 이런 잡지가 있군요
바람돌이 님 글도 재미납니다 ㅎㅎ
문화재청 링크는 안 되네요.
다른 루트로 들어가 볼게요. ^^

바람돌이 2022-01-10 09:41   좋아요 4 | URL
어 저는 되는데 왜 안되는걸까요? ㅠ.ㅠ 혹시 찾아가셨나요? 이게 문화재청 들어가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좀 헷갈리더라구요. 혹시 못들어갔다면 아래 순서로 들어심 되어요.
문화재청 홈페이지 - 새소식 바로가기 - 문화재청 소식지 - 문화재사랑 - 구독신청 하시면 되어요.

mini74 2022-01-08 18: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첫번째 그림이 백남준의 TV부처 떠올리게 합니다. ㅎㅎ 넘 재미있네요 ~

바람돌이 2022-01-10 09:42   좋아요 2 | URL
아 저기서 백남준의 tv부처를 떠올리시다니 미니님 내공은 역시 최고십니다. ^^

hnine 2022-01-11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생선을 보고 그냥 못넘어가지요. 문화재사랑 구독신청하고 왔답니다. 문화재청이 여기 대전에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요즘 저 반가사유상이 BTS때문에 새로운 구즈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지요.
저 표지의 희랑대사는 외모가 우리 나라보다 중국의 고승을 닮은 것 같아요. 저 만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요.
<성불도놀이>더 재미있어보이고.
제가 오늘 얻어가는게 많습니다~ ^^
 

 그는 젊은 시인들의 영원한 테마인 자연을 묘사하고있었는데, 초록빛의 섬세한 농도를 정확히 표현하고자 그는 사물그 자체를 관찰했는데(이 점에서는 그는 누구보다도 대담했다),
그것은 마침 창 밑에서 자라고 있던 월계수 덤불이었다. 보고 나서는 물론 더 이상 그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자연 속의 녹색과 문학 속의 녹색은 별개의 것이다. 자연과 문학은 선천적으로 상극인 것 같다. 둘을 함께 있게 하면 그들은 서로를 찢어발겨 놓는다.
- P17

올랜도가 지금 본 초록색의 명암은 그의 시의 운과 박자를 망쳐놓았다. 게다가 자연은 나름대로의 책략을 가지고 있다. 일단 창밖 꽃들 사이에 있는 벌들, 하품하는 개, 지는 해를 바라보게 되면, 또 "몇 번이나 더 저 노을을 보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이 생각은 너무도 잘 알려진 것이라 여기 적을 가치도 없지만)우리는 펜을 내려놓고, 외투를 들고, 방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다가, 페인트칠을 한 서랍 상자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 따위가생긴다. 왜냐하면 올랜도는 약간 굼뜬 편이었으니까.
- P18

여자였다. 올랜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몸이 떨렸다. 몸이 뜨거워지더니, 오한이 왔다. 여름 대기 중으로 뛰어나가고 싶었다. 도토리를 밟아 으깨고 싶었고, 자작나무와 참나무를 끌어안고 싶었다.  - P36

말에서 뛰어내리자, 격노한 올랜도는 마치 홍수를 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무릎까지 물이 차는 곳까지 들어가서, 그는 지금까지 세상의 여자에게 퍼부었던 있는 욕이란욕은 모조리 이 배신한 여인에게 퍼부었다. 그는 그녀를 배신자,
변덕쟁이, 바람둥이, 악마, 간음녀, 사기꾼, 등등으로 불러댔다.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그가 하는 말을 집어삼키고, 그의 발치에 부서진 옹기 하나와 지푸라기 하나를 던져 놓았다.
- P59

저런 훌륭한 신사에게 책 따위는 필요가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책은 그가 아니고 반신불수 환자나 죽어가는 사람들이나 읽게 하라고 그들은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 P68

일단 독서병에 걸리면, 몸의 기관이 약해져서 쉽사리 다른 재앙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잉크 방 안에 숨어 있고, 깃털 펜 속에서 높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병자는 글을 쓰기 시각한다. 이것은 가진 것이라고는 비가 새는 지붕 아래 놓인 의자 하나와 테이블뿐이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는 가난뱅이에게도 문제려니와집이 있고, 가축이 있고, 하녀들이 있고, 나귀들과 리넨이 있으면서 글을 쓰는 부자의 경우에는 그 입장은 참으로 딱하다. 이런 물건들을 즐길 수 없다. 그는 온몸에 뜨거운 인두질을 당하고, 해충에게 물리게 된다. 그는 작은 책 하나를 쓰고 유명해지기 위해 전재산을 탕진한다(그만큼 이 해충은 질이 나쁘다). 그러나 페루의금을 모조리 다 쓴다고 해도, 그는 한 줄의 멋진 표현이라는 보석을 살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탈진해서 병이 들고, 권총으로 뇌를날려버리거나, 절망 끝에 얼굴을 벽으로 향한다. 어떤 자세를 하고 있었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이미 죽음의 문을 지나 지옥의 불길에 태워진 뒤니까.
- P69

어머니에게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책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출판한다는 것은 귀족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치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70

그런데 그는 왜 그들보다 앞서려고 했던 것일까? 지금은 사라진 무명의 사람들이 힘들여 이루어 놓은 창조물을 능가하려고 애쓰는 것은 극도로 허망하고 교만하게 보였다. 유성처럼 빛나고,
먼지 하나 남기지 않는 것보다 무명인채로 살고, 뒤에 아치 문 하나 남기거나, 헛간을 하나 남기거나, 복숭아가 영그는 담 하나를남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는 발아래 잔디밭에 자리 잡고 있는 집을 내려다보면서, 결국 저기 살았던 무명의 영주와 귀부인들은 자손들을 위해, 비가 샐지도 모를 지붕을 위해, 쓰러질지도모를 나무를 위해 뭔가 남겨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부엌에는 늘 나이 든 양치기를 위한 따뜻한 모퉁이가 마련돼 있었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는 언제나 먹을 것이있었다. 그들의 술잔은 그들이 병들어 누워 있을 때도 반들거리게 닦여 있었고, 그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에도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 - P96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도 좋을 것 같은데, ‘사랑‘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하나는 희고 다른 하나는 까맣다. 사랑‘은 몸도 두 개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는 매끄럽고, 다른 하나는 털투성이다. 또 손도 둘이고, 발도 둘이고, 발톱도 둘이다. 사실 모든 기관이 둘이고, 각각은 정확하게 상대방의 정반대이다. 그러나 철저하게 연결돼 있어,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 이번 경우, 올랜도의사랑이 흰 얼굴을 그에게 향하고, 매끈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전면에 내놓고 그에게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의향기를 앞세우고 점점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다 갑자기(아마 대공부인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몸을 돌려 반대방향을 향하더니, 검고 털투성이의 야성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그의 어깨 위에 펄썩 주저앉은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은 ‘사랑의 극락조‘가 아니라 ‘탐욕의 독수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뛰쳐나갔던 것이고, 그래서 하인을 오게 했던 것이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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