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게이샤 커피가 출시됐다.

이름에서 커피가 왠 게이샤? 일본의 그 게이샤?

그건 아니고 이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의 게샤지방의 이름이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재배되었지만 극악한 수확량으로 인해 그대로 사장되었다가 40년쯤 뒤 남미지역에서 이 품종이 다시 발견되고 고급 커피종으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어쨌든 극악한 가격으로 인하여 잘 못먹는 커피인데 1년에 1~2번쯤 나에게 주는 선물이랍시고 살 때가 있다.

커피숍 갔을 때는 안먹는다. 비싸서....ㅠ.ㅠ


보자마자 그래 연말 선물이야 하면서 냅다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빠른 알라딘 배송으로 오늘 도착!

더불어 앞으로 2달간은 책을 안살거야 하면서 쓸데없는 결심을 단번에 버리고 사고싶던 책들도 같이 주문했다.





구입한 책의 떼샷, 커피, 그리고 이번에 산 꽃들은 보조출연.(그냥 좀 예뻐 보이라고 찍었더니 노랑 튤립이 잘렸다.

다시 찍기는 귀찮음.

커피 포장은 진짜 고급지다.

딱 선물하기 좋은 포장.

그래 나에게 주는 선물인데 예쁘게 포장된걸 보니 기분은 좋네.... ^^ 


12월에 산 책들



요즘 우리나라 해방정국과 한국전쟁기에 관한 자료들이 미국에서 풀리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현대사학자들이 이쪽 자료들에 대한 연구서들이 나오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다.

저자인 박태균씨에 대한 믿음도 있고, 현재 우리나라의 병폐의 근원들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 해방정국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밖에 없어 나 역시 이 시대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나오자마자 사고싶었지만 허벅지 찔러가며 참다가 결국 질렀다. 











알라딘 서재의 오랜 지기 프레이야님의 책

이 책이 첫 책인 아니라는데 오랫동안 서재를 떠났던 관계로 책을 낸지는 몰랐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프레이야님 글을 읽을면서 그 감성에 감탄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던지라 기대만발이다.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

이 분의 책은 장편인 펠리시아의 여정 하나를 봤는데 여운이 굉장했다.

읽을 때보다 읽고 난 이후의 여운이 더 오래가고 자꾸 자꾸 떠오른다.

단편에서 이분의 진가가 더 잘 드러난다고 하니 역시 기대중이다.

더군다나 표지 진짜 마음에 든다.

어쩌면 난 이 책이 트레버의 책이 아니었어도 표지만으로 샀을지도 모르겠다.









김초엽의 새 단편집 <방금 떠나온 세계>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젊은 작가이자 읽을 때마다 신선한 작가.

아직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좋은데 그 김초엽 단편을 또다시 만날 수 있다니.

부지런히 써주세요라고 응원보내고 싶은 작가다.

나온 책이 얼마 되지 않아 전작주의가 너무 쉬운것도 좋네

이 책 읽고 나면 <사이보그가 되다>도 읽을 예정.










얼마 전에 만난 나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강력 추천한 책.

그래 친구야 

난 항상 너의 안목을 믿어.

네가 좋다면 나는 무조건 읽는다. ^^










사진을 안 찍었네, 알라딘 아니고 다른 곳에서 산 책

김누리교수의 전작이 굉장히 좋아서 나오자마자 산 책인데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촛불정국시기의 기대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에서는 현재를 보며 비감해지기도 한다.

산 책 중에는 가장 먼저 읽은 책












서재지인들이 다들 캐럴라인 냅과 그녀의 책들에 대한 호평이 계속 올라오는지라 호기심에 산 책인데 좋을거야라고 암시를 넣고 있다.

그리고 정희진선생님 추천이라고 하잖아.









어쨋든 책을 샀고 책탑도 더 높이 올렸고 이제는 커피를 마실 시간.

나름 정성을 다해 - 평소에는 커피 내리는걸 딸래미 시키는데 오늘은 직접 내렸다. 딸래미는 대충 내려주므로.....

이런 커피는 섞어먹고 싶지 않아서 오늘 먼저 파나마 게이샤부터 드립

과테말라 게이샤와 콜롬비아 게이샤는 먹어봤는데 파나마 게이샤는 처음인듯하다.





왠지 커피잔도 예쁜데다 먹고 싶어서 머그컵말고 예쁜 잔 준비.

내리고 나서 사진 찍을려니 허전에서 식탁위의 꽃병도 보조출연.

밤이라서 연하게 내렸다.


첫모금에는 어? 뭐지? 너무 심심한거 아냐? 게이샤 맞아? 하다가

잠시 뒤 확 올라오는 풍미가 느껴진다. 

역시 정성을 다해 내렸더니 쓴맛은 거의 걸러지고 신맛과 뭔지 모를 식물들의 -나는 도통 이 커피들의 미묘한 향을 자스민이니 아몬드니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걸 모르겠다. 내 입맛은 그냥 뭉뜽거려 꽃향이다. - 향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결론은 맛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게이샤 특유의 풍미는 조금 약한 듯.

내가 잘못내린건지 자주 먹는 예가체프와 좀 비슷한 맛이다.

이러면 가성비 꽝인데 말이다.

이 정도 맛이라면 차라리 예가체프를 먹지하다가 그래도 맛나긴 하네라면서 홀짝 홀짝 다 마셨다.


내일은 콜롬비아를 내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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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2-24 0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 나온 거 보고 저런 것도 있네 했습니다 원두여서 갈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연하게 내려서 색이 연한 거였군요 자신한테 주는 선물도 좋지요 꽃도 예쁩니다 다음에 마실 커피는 더 맛있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님 사신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1-12-24 09:16   좋아요 3 | URL
저는 다른 곳에서 자랑한대로 커피 그라인더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함 커피를 갈아마실수 있습니다. 우하하~~ ^^ 게이샤 자체가 약하게 볶아서 좀 연하긴 해요. 하지만 저건 진짜 어제 밤 11시에 내린거였기 때문에 좀 많이 연하게 내린거였어요. ㅎㅎ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면 콜롬비아 게이샤를 마셔야죠. 벌써부터 집에 가고싶네요. ^^

라로 2021-12-24 0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가 아닌 차의 빛깔인 것 같아요. 알흠답습니다!!
저도 300개 한정이라는 글 보고 게이샤커피 주문했어요.^^;;
저야 쓴맛 말고는 커피에 대한 것은 1도 모르지만, 어쩐지 게이샤 커피를 마셔줘야 할 것 같아서요.
바람돌이님도 사고 저도 샀으니 298개는 어디로 갔을지 궁금합니다요.ㅋㅋ
책 고르시는 안목도 뛰어나신 님, 이제 따님의 시험도 끝나고 했으니 맘껏 책 읽으실 수 있겠어요!!
축하드려요!!^^ 아참,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 무척 감사했습니다. ^^

바람돌이 2021-12-24 09:21   좋아요 1 | URL
어제 너무 늦은 시간이라 좀 많이 연하게 우렸네요. 그래도 게이샤 특유의 향과 맛은 살아있더군요. 오늘은 제대로 내려보렵니다. ^^라로님한테 커피가 가려면 아직 한참이겠네요. 그런데 원두는 미국이 더 싸지 않나요? 게이샤도 남미산이니 당연히 미국이 더 흔하게 더 싸게 구할 수있지 않을까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백수 딸래미 둘이 자고 있는거 보면서 나옵니다. 무엇보다 요즘은 퇴근 후 시간에 쫒기기 않고 밥을 할 수 있게 되엇 느긋하게 먹고싶은거 만들어먹는게 좋네요. ^^
라로님은 크리스마스 준비가 완벽하실테니 더더욱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 (라로님 집에 N군이 해준 조명 장식을 떠올리며 막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han22598 2021-12-24 0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는...빠르게 새책을 내고 있네요...저도 좋아하는 작가이라서...요런 현상 조금 걱정이 되네요..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지만요 ㅎ

바람돌이 2021-12-24 09:22   좋아요 1 | URL
김초엽 작가 이제 시작이잖아요. 하고 싶은 얘기가 오죽 많겠어요. ^^
슬럼프도 겪을테고 하지만 언젠가 진짜 위대한 작가가 되었을 때 나 이 작가 데뷔작부터 팬이었어라고 주변에 자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책읽는나무 2021-12-24 06: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98개 중 하나는 제게로 달려오고 있겠죠??^^
아...저도 어제 게이샤 주문 했어요.
저는 다음 주에 온대요...며칠 고민하다가 알라디너님들의 기대평에서 그만!!!!!!!
바람돌이님은 이 가격 실화?? 그러셔서 아..이게 그리 비싼 것이었던가?
잠냥님은 한 번 마셔보고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던 파나마 게이샤라고 쓰셨던데 가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ㅜㅜ
저는 게이샤라는 이름도 첨 들어 봤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대 만발입니다.^^
책도 책인데....커피 사진 예술입니다.
꽃과 커피!!! 게이샤는 저렇게 마셔야 더 맛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바람돌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바람돌이 2021-12-24 09:26   좋아요 3 | URL
1개는 나무님, 1개는 다락방님
그럼 나머지 296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 아 주문하는 분들이 많았나봐요. 다음주라니.... 다음 주 배송올 때까지 기다림의 행복이 있잖아요. 어제 제가 다락방님께 단 댓글에서 과테말라 게이샤라고 했는데 잘못말했어요. 지금 이 게이샤 중에 1개가 파나마 게이샤인데 게이샤 중에서도 파나마 게이샤가 제일 비싸더라구요. 커피숍 가면 너무 비싸서 못먹는.....
어제밤에는 꽃도 있고, 책도 있고, 커피도 있고 그래서 어쨌든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나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하세요. ^^

책읽는나무 2021-12-24 09:39   좋아요 2 | URL
저의 뉴스피드에서 본 분만 두 분이 더 계셔요.
오거서님과 잠자냥님!!ㅋㅋㅋ
파나마 게이샤가 그런 거였어요??
음...잠자냥님께도 어제 물어봤거든요..잊을 수 없던 맛이 둘 중 뭐냐고 물으니 파나마 게이샤였대요^^
아...좋다!좋아!!
어떤 맛일까? 더 궁금해 집니다^^

다락방 2021-12-24 10:37   좋아요 3 | URL
한개는 어제 제 여동생이 받았습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12-24 11:27   좋아요 2 | URL
맛난거 먹을 때, 더군다나 그 먹는 기쁨을 같이 나눌 사람들이 있을 때 왜 이리 좋을까요?
그래서 제가 항상 먹는거에 진심인가봅니다.
몸무게만 아니면 매일 매일 맛난거 먹을걸.... ㅎㅎ
저처럼 너무 연하게 내리지 말고 조금 진하게 내려보세요. 아마 그러면 더 풍미가 잘 느껴질 듯요.
저는 오늘 저녁에 제대로 내려보려구요. ^^

다락방님은 역시 부자. 비싼 커피는 저는 혼자! ㅎㅎ
이러다 300개가 어디 갔는지 다 추적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ㅎㅎ

다락방 2021-12-24 11:36   좋아요 3 | URL
아 제 여동생은 자기가 자기 돈주고 시킨겁니다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2-24 11:38   좋아요 1 | URL
미식가 찐자매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24 0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커피 사진 보고 응? 바람돌이 님은 연하게 드시는구나.. 하고 시꺼먼 제 커피를 한 번 보았는데요 ‘밤이라 연하게 내렸다‘고 바로 나오네요. 후훗.

구입한 책의 떼샷을 보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그러니 또 올려주셔도 매우 만족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12-24 11:28   좋아요 1 | URL
어제 커피 배달이 늦게 와서 저걸 내려먹은 시간이 무려 밤 11시
연하게 내릴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어요. ㅎㅎ
책 구입 자제모드는 1년 내도록 가동 중인데 그게 또 풀리는 때가 너무 자주 있어서 문제! ㅎㅎ

새파랑 2021-12-24 0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커피 네이밍을 게샤로 했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 프레이야님의 명저가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나에게 주는 선물 좋네요~!

바람돌이 2021-12-24 11:30   좋아요 3 | URL
그 동네 발음대로 하면 게샤가 맞는듯한데 이걸 왜 영어식으로 게이샤로 발음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커피이름이 왜? 하면서 오해하는데 말이죠.
프레이야님의 명저 역시 연말을 맞아 1년 잘 살았다고 저에게 주는 저의 선물입니다. ^^

키라키라 2021-12-24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주는 연말선물‘ 좋네요 책소개가 좋아 몇개 장바구니 살포시 담아놓아요 즐거운 이브날 되세요 ~^^

바람돌이 2021-12-24 11:31   좋아요 2 | URL
키라키라님도 메리 크리스마스하시고, 내가 나에게 주든 남한테 받아내든 1년간 잘 살았다고 나를 칭찬하는 선물을 해보아요. 책도 좋고, 손톱 네일을 하는 것도 좋고, 어쨌든 나에게 내가 하는 선물은 기분전환에 최고! ㅎㅎ

거리의화가 2021-12-24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인증샷 올리셨군요. 포장박스도 좋았고 무엇보다 안에 든 병들이 재활용도 가능할 것 같아서 좋아요^^
버치문서와 해방정국 저도 본 책이었는데 잊고 지나갈 뻔했네요. 얼른 담아갑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람돌이 2021-12-24 11:32   좋아요 1 | URL
포장박스가 너무 럭셔리해서 꼭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버치문서와 해방정국도 같이 읽고 책 이야기도 나누어요. 거리의화가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

mini74 2021-12-24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를 가로지는 커피로 하는 여행같아요 ~~ 사진 좋은데요 바람돌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행복한 방학 감축드리옵니다 ~

바람돌이 2021-12-24 11:34   좋아요 1 | URL
아 정말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를 가로질러 여행가고 싶네요. ㅠ.ㅠ 근데 저 나라들 코로나가 아니어도 치안이 너무 불안해서 갈 수 있으려나요? mini74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저는 지난 여름에 미리 땡겨서 방학을 길게 했던 관계로 겨울방학이 2주 더 남았습니다. ㅠ.ㅠ 몸은 방학 모드인데 현실은.....ㅠ.ㅠ

페넬로페 2021-12-24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와 책 옆에 꽂혀 있는 꽃도 아름다워요.
저도 제게 주는 선물로 게이샤커피 주문했어요. 맛이 넘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1-12-24 13:34   좋아요 1 | URL
저의 스트레스 해소제, 커피, 책, 그리고 꽃입니다. ^^
게이샤 커피는 사실 호불호가 강한 커피인데 이렇게 다들 기대하시다가 안맞으면 어떡하나 갑자기 막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ㅠ.ㅠ

scott 2021-12-24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커피 향 가득!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바람돌이 2021-12-24 13:35   좋아요 1 | URL
스콧님도 가족분들과 함께 행복가득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
아 뭔가 제가 성의없는거 같아요. 저는 저런 정성 가득한 이모티콘은 못만드는데 말이죠.
그래도 스콧님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비는 마음은 진심 1,000%랍니다. ^^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P86

"새비 아주머니는 엄마의 상처였어. 그렇지만 자랑이기도 했지, 엄마를 크게 넘어뜨렸지만, 매번 털고 일어날 힘이 되어주기도 했으니까. 엄마가 새비 아주머니를 떠올리며 가장 많이 했던 얘기는 이거였어, 새비가 나를 얼마나 귀애해줬는지 몰라, 새비가 나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몰라.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 아픈 일이 많았는데도, 새비아주머니를 기억하는 엄마의 표정은 늘 환했어. 꼭 다른 세상에 있는사람처럼 말이야,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상처 같은 거 받지 않아도 됐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는 삶을 택하셨겠네요."
"그래, 그게 우리 엄마야."
- P116

희자 어마이, 전지전능한 천주님이 왜 손을 놓고 계신 기야. 나는 슬퍼만 하는 천주님께 속죄하고 싶지 않아, 천주님 앞에서 내 탓이오, 내탓이오, 말하고 싶지 않아. 천주님이 정말 계신다면 그때 뭐하고 계셨느냐고 따지고 들고 싶어. 예전처럼 무릎 꿇고 천주님, 천주님 감사합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 기래, 나를 살려주셨지. 기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 목숨은 뭐가 되나.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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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장롱, 책상, 세탁기, 식탁, 카펫, 그의 손길이 닿았던 속옷과 식기를 전부 버렸다. 육 년을 산 집이었기에 물건은 계속해서 나왔다. 이사 당일까지 쓰레기봉투 몇 개를더 채우고서야 끝이 났다.
- P10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P14

할머니는 애써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헤어졌어요. 남편이랑.
"잘했어."
할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약간 얼떨떨한 마음으로 할머니를 바라봤다.
- P50

오늘 지나가는 길에 맞았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내 남편이 이유도 모르는 병으로 죽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혼자 슬퍼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부정 탄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을 평가하지 말고 서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게 사는 법이라고,
그녀는 댓돌에 앉은 채 임마가 알려준 방법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아픈 엄마를 버렸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엄마를 땅에 묻어주지 못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 P55

허영실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순교자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사람이었다. 가진 모든 것을, 목숨까지도 버려 천주에 대한 사랑을 지키려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감화를 받았다. 그는 증조모를 알게 되면서, 그녀가 사는 모습을 보고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했다. 너를 구하기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마음이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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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2-23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밝은 밤》 보시는군요 저도 언젠가 봐야 할 텐데... 두번째 글은 자주 본 거네요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저 말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12-23 09:04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이 그렇게 좋다는 책을 이제야 봅니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문장도 좋고, 스토리도 흥미롭네요.
말씀하신 문장 보면서는 아 진짜 이렇게 따뜻한 햇볕에 마음을 말릴 수 있다면 진짜 좋겠다 싶더라구요.그냥 그 광경이 막 떠오르는거 있죠. ^^
 

사실 한국 정치의 기본구도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경쟁도, 우파와 좌파의 대결도 아니다. 그것은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이 마치 지금의 질서가 공정한 경쟁의 결과인 양 보이기 위해 꾸며낸 거대한 기만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본질은 여야로 불리는 두 기득권 세력이 결탁하여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과두정치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사회의 구조적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P215

보도 조작은 단면적이고 주기적임에 반해, 우민화는 전면적이고 일상적이며, 왜곡 보도는 목적의식적으로 이루어짐에 반해,
우민화는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 P228

방송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의 우민화를저지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권의 방송 장악은 공정한 보도를망치지만, 방송의 총체적 오락화는 대중의 의식을 잠재운다. 우리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기댄 채 오락물의 부드러운 유혹에 굴복하여 날마다 탈정치화된다. 그리하여 사회적 비참은 도처에서창궐하는데도, 사회변혁을 위한 물적·제도적 조건은 이미 갖춰졌음에도, 사회변혁의 실천은 부재한 부조리한 현실이 지속되는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분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 P228

한국 사회에서 정권이 교체되어도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정치인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구도의 문제다. 냉전 체제와 수구-보수 과두 지배에 의해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구도가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좋은 보수‘로서 오른쪽으로는 수구의 생존 공간을 좁히고, 왼쪽으로는 진보의 활동공간을 열어주어, 평화 시대에 걸맞은 정의로운 정치 구도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책무이며, 선거법 개정은 그 실천의 첫걸음이다.
- P238

두 거대정당은 차이가 거의 없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적인 대립을 과장한다. 이들의 극한 대립은 한 편의 연극이다. 보라, 이들은 거칠고 과격한 모습으로 조국 전쟁을 벌이지만, 정작 중요한싸움은 하지 않는다. 재벌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를 기업 살인‘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어떻게 잡을것인가, 어떻게 정의로운 과세를 실현할 것인가, 어떻게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이 살인적인 경쟁에서 해방할 것인가, 어떻게 이 학벌계급사회를 혁파할 것인가. 모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두고 이들은 결코 싸우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에 두 정파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 - P244

우리가 독일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독일은 한국 사회를 개혁하고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데 방향타 구실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심각한 위기는 독일모델‘의 수용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될 수 있다. 예컨대 독일식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과도한 사표로 인해 왜곡돼 온 우리의 대의정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독일식 노동자 경영 참여와 공동결정제는 우리의 비민주적기업 문화를 혁파하고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사회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으며, 다양한 독일식 사회복지 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제도적 장치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 P275

일본의 과거, 한반도의 현재, 중국의 미래가그것이다. 일본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동북아 지역 갈등의 역사적 기원을 이루고, 남북 대치로 인한 한반도의 분단 현실이 동북아를 지리적으로 갈라놓고 있으며, 미래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안이 동북아에 내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이 안고 있는 바로 이 세 가지 문제, 곧 과거 청산, 분단,
패권주의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낸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바로독일이다. 독일은 나치 과거를 모범적으로 청산했고, 국가적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했으며, 세계대전을 일으킨 ‘패권국가 독일에대한 주변국들의 불안을 성공적으로 불식함으로써 유럽연합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바로 이 점에서 독일 현대사는 동북아평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 P276

통일 논의는 장기적 관점에서 서서히,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반도에서 70년간 지속되어 온 냉전 체제를 걷어내는 일은 가능한 한 신속히, 전면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 P306

 라이피즘은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안티라이프 (anti-life) 체제라는 데 주목한다. 즉, 라이피즘이란 자본주의가 개인적차원에서는 인간의 삶(life)을 파괴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존(life)을 파괴하며, 생태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명(life)을파괴하는 체제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인간을 소외하고 사회를와해시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사상적 실천적 활동을 뜻한다.
-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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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정치의 기본구도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경쟁도, 우파와 좌파의 대결도 아니다. 그것은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이 마치 지금의 질서가 공정한 경쟁의 결과인 양 보이기 위해 꾸며낸 거대한 기만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본질은 여야로 불리는 두 기득권 세력이 결탁하여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과두정치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사회의 구조적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P215

보도 조작은 단면적이고 주기적임에 반해, 우민화는 전면적이고 일상적이며, 왜곡 보도는 목적의식적으로 이루어짐에 반해,
우민화는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 P228

방송의 민주화를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의 우민화를저지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권의 방송 장악은 공정한 보도를망치지만, 방송의 총체적 오락화는 대중의 의식을 잠재운다. 우리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기댄 채 오락물의 부드러운 유혹에 굴복하여 날마다 탈정치화된다. 그리하여 사회적 비참은 도처에서창궐하는데도, 사회변혁을 위한 물적·제도적 조건은 이미 갖춰졌음에도, 사회변혁의 실천은 부재한 부조리한 현실이 지속되는 것.
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분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 P228

한국 사회에서 정권이 교체되어도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정치인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구도의 문제다. 냉전 체제와 수구-보수 과두 지배에 의해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 구도가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좋은 보수로서 오른쪽으로는 수구의 생존 공간을 좁히고, 왼쪽으로는 진보의 활동공간을 열어주어, 평화 시대에 걸맞은 정의로운 정치 구도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책무이며, 선거법 개정은 그 실천의 첫걸음이다.
- P238

두 거대정당은 차이가 거의 없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적인 대립을 과장한다. 이들의 극한 대립은 한 편의 연극이다. 보라. 이들은 거칠고 과격한 모습으로 조국 전쟁‘을 벌이지만, 정작 중요한싸움은 하지 않는다. 재벌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를 기업 살인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어떻게 잡을것인가, 어떻게 정의로운 과세를 실현할 것인가, 어떻게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이 살인적인 경쟁에서 해방할 것인가, 어떻게 이 학벌게급사회를 혁파할 것인가. 모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을 두고 이들은 결코 싸우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에 두 정파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 - P244

라이피즘은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안티라이프 (anti-life) 체제라는 데 주목한다. 즉, 라이피즘이란 자본주의가 개인적차원에서는 인간의 삶(life)을 파괴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존(life)을 파괴하며, 생태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명(life)을파괴하는 체제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인간을 소외하고 사회를와해시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사상적 실천적 활동을 뜻한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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