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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약이 되는 말
한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인생이 그냥 순탄하기만 한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나름대로의 고민은 있으며,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얼마나 힘든 사람들이 많은지, 치유의 목적으로 나온 책들이 은근히 많다. 이 책도 굉장히 평범해보이는 표지에 약간은 식상한 제목이라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글들이 굉장히 많다. 원래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그 반대의 경우라 생각지도 않았던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이 책의 컨셉은 저자가 그동안 여기저기서 모은 좋은 글들과 함께 직접 뽑은 단어들을 함께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얼마나 알차게 모았는지 어느 것 하나 버릴 문구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미담이 많은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냥 살기에만 바쁜 세상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이런 책은 한 번에 다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생각 날 때마다 한 구절씩 뽑아서 읽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다. 맛있는 음식일수록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맛이랄까, 그런 재미가 있는 책이다. 너무나도 피곤해서 책 한 장도 읽기 힘들 때 이 책은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위안이 된다.
여기에 실린 모든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있게 읽었던 글 중의 하나는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기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쓰지 않은 물건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는 명품도 있었고 한 번도 쓰지 않은 그릇도 있었다. 시어머니는 언젠가는 그 물건들을 쓸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고이 보관을 했겠지만 결국 그 날은 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은근히 물건을 쌓아두는 편이라서 많은 공감이 갔었는데, 생각보다 물건을 막 쓰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요즘에는 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소비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중이다. 좋은 물건들을 쌓아놓기만 하고 쓰지 못한 시어머니와는 달리 즐길 것은 다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굉장히 의미있는 글들이 많다. 작가의 덧붙임 글도 상당히 읽을만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모든 것이 귀찮고 그냥 내버려두고 싶을 때, 약간은 힘이 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예전에 한창 인기있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책을 별로 읽지 않아서 책 선물하기가 꺼려지는데, 이 책은 책에 낯선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좋은 책을 선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생각보다 세상은 아직까지는 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