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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세계사
사토 요우이치로 지음, 김치영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밥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쌀의 역사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쌀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한 저자가 썼으니, 그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난 느낌은 조금 지루하다. 평생 한 길만 연구해온 학자가 쓴 글이기 때문에 전문성은 도드라지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맛깔나게 정보를 전달하는 재주는 미처 타고나지 못했나보다. 가능하면 전 세계의 쌀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노력했으나, 동남아시아를 제외하면 다른 대륙들은 비교적 단순하게 훑고 지나가는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서 중국이나 한국의 농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된 바가 없다. 저자가 좋아하는 지방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다소 치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는 지도와 함께 쌀의 분포도도 함께 소개되어 있으나, 흑백으로 된 도표라서 그런지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최근에 사진과 만화, 동영상 등으로 화려한 편집에 눈이 가기 마련인 세대인지라, 다소 고전적인 방식의 편집방식이라 조금 아쉬웠다. 대부분의 설명이 흑백 사진과 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생생한 쌀의 느낌을 전달받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몇가지 재미있는 쌀 요리 방법도 함께 싣고 있는데, 완성된 요리의 사진이라도 함께 있었다면 좀 더 실감나는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다양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쌀의 역사와 유전적인 특징에 대해서 일목 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사실 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다소 어렵다. '자포니카'라든지, '글라베리마'라는 용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전반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저자가 쌀 연구를 위해서 세계 곳곳을 여행한 것은 확실히 알겠는데, 여행을 여러 번 했던 것치고는 생각보다 새로운 사실이 별로 없었다. 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인가, 라는 개인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은 철저히 일본인의 입장에서 쓰여진 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계 모든 쌀에 대한 정보를 망라했다기 보다는, 한 학자의 쌀 연구 여정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가 그동안 쌀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이론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라고 보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쉽겠다. 그래서 쌀의 모든 역사에 대해 알고 싶었던 독자라면 조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기도 하다. 진짜 쌀의 세계사를 말하는 책이라면, 중앙아시아나 미국, 유럽, 중국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심도있게 다루어졌어야 했다. 그래도 쌀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알 수 있어서 읽는 동안 상당히 흥미로웠다. 동남아시아 쌀에 대한 이야기가 특별히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