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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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다른 작가의 작품과는 달리 무척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쓰여졌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댈러웨이 부인'이나 이 작품 모두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으로 쓰여졌는데, 그나마 대화는 구분되었던 '댈러웨이 부인'과는 달리 이 작품은 어떤 문장이 대화이고 어떤 문장이 생각인지 구분하기조차 무척 어렵다. 술술 읽히는 다른 소설 작품들과 다르게 어떤 등장인물의 생각과 대화인지 끊임없이 유추해내야 하는 덕분에 다른 책보다 이 책을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일반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져왔던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사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고 보기가 굉장히 어렵다. 자는동안에도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뇌는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눈을 뜨고 깨어있는 동안에는 당연히 이 생각과 저 생각을 오가게 된다. 보통 소설이라고 하면 이런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해서 글로 옮기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그 생각들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놓았다.

 

이야기의 발단은 등대에 가고 싶어하는 아들을 달래는 어머니의 말로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답고 주변 사람들 돌보기를 좋아하는 램지 부인의 생각을 주로 서술하고 있는데, 학문을 연구하는 남편을 둔 아내이자 여덟 아이들의 엄마로서 그녀는 거의 완벽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녀가 다소 자기 중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정작 본인 또한 지금 내가 옳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제대로 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집을 고칠 비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그런 사정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나, 등대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의 희망을 부질없이 꺾어버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결국 오랜 세월이 지나서 등대 원정을 떠나는 아이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렇게 쉬웠던 일을 그 때는 왜 못했을지 아쉽기만 하다.

 

이 작품에서 등대는 하나의 상징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절대로 등대에 갈 수 없다고 하고, 그에 반하는 아이들은 등대에 꼭 가고싶어 한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등대에 도착하는 순간,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 배에서 내린다. 등대는 가족 간 불화의 상징이자 해소의 계기로 작용한다.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아우르고자 했던 램지 부인이 없어지자 아이들은 아버지에 대해 더 많은 반감을 쌓는다. 이 책의 후반에는 램지 부인을 대신해서 릴리 브리스코의 독백이 등장한다. 초반에는 그저 진취적인 여성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후반에는 다소 원숙한 여인으로서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녀에게도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한 그녀의 시선은 단순히 그녀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법한 그런 내용들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그 시대의 보편적인 인물상을 대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이 시대가 얼마나 보수적이면서도 관습에 물들어 있으며, 여성에 대한 편협한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계는 상당히 심오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접근하기 어렵지만,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점은 고전만이 지닐 수 있는 힘이다. 작가는 여러 작품들 속에서 주체적이면서도 현실의 제약에 한계를 느끼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서도 한동안은 계속 다양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바람에 꽤나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버지니아 울프 문학의 진수를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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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싱글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지영 지음 / 토네이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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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들을 위한 획기적인 재테크 지침서가 나왔다. 지금까지 많은 재테크 서적들을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솔직하고 정확하게 문제점을 짚어내는 책은 미처 보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의 재테크 책들이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만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평소에 내가 생각해왔던 문제점들을 끄집어내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결혼을 앞둔 싱글들이라는 가정하에 어떻게 하면 돈을 제대로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책 표지에 있는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먹여 살릴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돈이 모이지 않는 걸까?' 그런데 요즘에는 예상외로 결혼 전에 돈을 모으는 사람들이 꽤 있다. 물론 이 사람들은 다 각자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기는 하다. 아무튼 예전에는 결혼하고 나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요즘에는 돈이 있어야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매 장마다 수첩에 적어놓을만한 문구들이 많아서 나중에라도 꼭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혼자 살다보면 돈을 쓰고 싶은 욕구가 많이 든다. 특히 SNS는 친한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데, 나도 맛있는 것 먹고 싶고, 좋은 가방이나 구두를 사고 싶다는 소비 욕구를 조장한다. 내 주변 친구들이 그렇게 사진으로 자랑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유명인들의 블로그나 SNS만 봐도 소비 욕구를 충동질하는 게시물들이 즐비하다. 또한 카페 활동을 열심히해도 지름신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 꽤나 많다. 이런 요소들부터 차츰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쓸데없는데 돈을 쓰는 낭비가 줄어든다.

 

그리고 가족간이라도 돈 거래 관계는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꼭 필요하다면 좀 얄밉게 보이더라도 확실하게 문서로 남겨놓거나 확실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돈만 거래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돌려받을 수 없는 거금을 빌려주었다면 분명히 나중에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한다. 또한 친구나 아는 사람이 보험을 판매한다고 부탁하는 상품에 다 가입했다가는 그 보험료 채우느라 매달 허덕이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보험이란 자고로 본인이 위급할 때 쓰기 위해 평소에 조금씩 넣어두는 것인데, 이 보험료 때문에 나의 일상 생활이 망가진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리고 10년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고도로 경제 성장을 했기 때문에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 집이 애물단지가 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어설픈 지식으로 비싼 가격에 집을 구입했다가 지금은 본전은 커녕 이자도 내지 못할 빚에 올라앉은 사람들이다. 계속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을 싣고 있는 장은 바로 제5장인데, 그동안 많은 재테크 서적들에서 읽어왔던 비법들이 다 거짓이라고 말한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내용도 있지만 당장 쌈짓돈부터 모아야 하는 싱글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는 말이다. 우선 장기투자 상품들은 무조건 기피해야한다. 혼자 살다보면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장기 적금 상품을 많이 들어놓았다가 정작 목돈이 필요할 때 내 돈을 쓰지 못하고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굉장히 억울하다. 따라서 항상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금 흐름을 파악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든 세계적으로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고, 저금리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재테크 상품들도 이익을 보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돈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굳이 복잡한 재테크를 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이다.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대에 자아실현은 원론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국민 연금이나 개인 연금 등을 통해 최소로 필요한 노후 자금을 마련해놓았다면 퇴직 후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한다. 또한 무조건 돈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자금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일단 돈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지금보다 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뿐만이 아니라 내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진리도 이 책의 말미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과 재테크 상담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돈을 모으고 싶은 싱글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본인의 재무설계를 다시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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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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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순수하게 법정에서 일어나는 공방으로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는 일이 만만치 않다. 배경이 한정되어 있고, 모든 이야기는 진술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소 파격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본격 법정 소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너무 궁금해서 손에 책을 잡자마자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눈이 좀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의 반전은 꽤 논리적이었다. 약간 놀랍기는 했으나 좀 더 주의깊게 캐릭터를 파악했더라면 독자들도 이 사건의 진상을 어느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트릭이었다. 독자들을 기만하지 않고 법정 논리로만 소설을 이끌어간 작가의 능력도 상당하다고 본다.

 

주인공에 대해서 조금씩 밝혀나가는 젊은 변호사의 패기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검사의 논리정연함이 무척 돋보였다. 이 소설의 시점은 법정 공방을 지켜보는 신문 기자의 눈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그 때문에 쉽게 캐릭터의 감정에 동화되지 못하는 점도 있으나, 그래도 어떤 캐릭터에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냥 평범할 것 같았던 치정 살인이 놀라운 결말을 맞게 됨에 따라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궁금증을 유발한다. 여기서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이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하는데, 이는 변호사 아내의 역할도 상당했다고 한다. 변호사의 똑똑한 두뇌와 그 아내의 빠른 행동력이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증인들의 진술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짜맞추는 과정도 꽤 재미있다.

 

이와 비슷한 장르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 한 때 꽤나 이름을 날렸던 존 그리샴이 떠오른다. 너무나도 비슷한 유형의 작품을 쏟아낸 덕분에 요즘에는 그의 작품을 보기 어려워졌는데, 그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의 작품이 내 책장에도 아직 몇 권 있다. 진짜 범인이 면밀하게 짜놓은 시나리오 대로 가짜 범인이 몰리는 듯 하나,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법칙이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이 책의 첫 재판 장면에서 변호사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어떻게든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어떻게 전개될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시간이 더해갈수록 용의자의 인물 면면에 대해 연민을 느끼게 되어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통 추리소설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나, 제대로 된 법정 소설이 나왔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전개와 묘사 덕분에 어딘지 모를 담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말도 그리 극적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재판을 지켜본 방청객의 입장에서만 알 수 있는 속시원함이 있다. 독특한 캐릭터의 탐정이 나오고 좌충우돌 사건이 일어난 끝에 해결되는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진부함에 질렸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평소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마음에 들만한 작품으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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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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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진실한 감정이 담긴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비록 그 작품의 결말이 항상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마음을 움직인 작품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과 함께 감정이입이 되어버린다.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그런 작품들을 여럿 만났지만,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말하는 작품은 꼭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명작과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만한 꼭지를 마련해주고 있다.

 

사실 이제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씩 결혼을 하고, 나도 결혼을 할 나이가 되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할 때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불꽃같던 사랑을 하던 이들도 2~3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남이 되어버리는 일도 이제 일상다반사이다. 과학자들도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그렇게 가벼운 감정에 휩쓸려서 결혼을 결정한다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평생 혼자 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일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헷갈린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지금 나 혼자만 한 것은 아닌가보다. 사랑에 관련된 문학 작품들이 이렇게 많이 옛날부터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러 작품들을 만나면서 독자인 나는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저자는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모습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나온 모습들이 모두 진리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러 문학작품에 나온 사랑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사랑을 해야할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여기 나온 작품들은 내가 이미 읽은 작품들도 있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도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모든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릴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상당히 독서욕구를 자극하기도 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어디에서도 사랑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학교에서도 사랑의 정의나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정말 진실된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으나, 워낙 사랑의 모습이 다양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미 다양한 사랑의 과정을 겪은 작가들이 남긴 작품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은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랑의 가이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꼭지를 읽고나니 정말 내가 찾던 사랑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답이 보이는 듯 하다. 아직 인생경험이 많지 않고, 그 기간 자체가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항상 모호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 어느정도 형태를 갖춘 느낌이다. 앞으로의 나의 인생은 아직 다 완성되지 않은 퍼즐을 하나둘씩 맞추어나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책 하나로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독자들에게 적어도 어떻게 하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따뜻한 목소리로 안내하는 역할만큼은 확실히 하고 있다. 사랑이 너무 어려워서 힘들고 막막하다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위로의 말 대신 이 책 한 권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따뜻한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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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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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공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고 세계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서점의 자기계발서들만 봐도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출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줄을 이었는데, 요즘에는 내면의 평화, 개인적인 만족감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성공의 열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상은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들로 인해서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속도는 사람들이 쉽게 지치게 만든다. 끊임없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제는 잠자는 시간조차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수시로 울리는 스마트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긴장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한 저자는 성공을 다른 관점에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은 중요한 척도가 아니다. 일단 본인이 건강해야 하고, 정신적으로 평온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줄도 아는 삶이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에 있는 글의 내용은 절대 적지 않다. 상당히 많은 양의 글이 빽빽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읽는 일 자체가 다소 피곤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 인터넷에 이미 수많은 글을 게재한 저자의 이력 덕분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분명히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여 있어서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가 일상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꼽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만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제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세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연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람은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덕분에 개인 시간은 점차 공공의 시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이제 연락 안 되는 사람은 순전히 해당 사람의 책임이다. 그래서 이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자신의 의지로 조절이 안 된다면 그런 앱을 활용해서라도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추천하는 앱 목록이 실려있다. 다만 미국인 저자이다보니 아이폰에 최적화된 앱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으며, 해당 앱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금과 같이 산업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유한 자원인 덕분에 끊임없이 그 돈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민해야하고 걱정거리도 늘어난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돈 없이도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자신만 만족한다면 기를 쓰고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데 왜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저자가 하는 말들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인 기반을 쌓아놓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당장 내일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하는 저소득층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그래도 사회 전체적으로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도 그리 꿈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무조건 앞으로 달려가는 것만이 성공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조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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