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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에서 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듯 했다. 무더운 날씨와 자연 환경을 어떻게하면 견디고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십수년 전에 이미 서양사람과 결혼해서 아프리카에 살았던 중국인 작가가 있었다. 그 때는 딱히 작품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아왔는데, 그 때의 기억을 살려서 솔직담백하게 쓴 글이 바로 이 책, '허수아비 일기'이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워낙 거침없는 문체에도 살짝 놀랐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정곡을 제대로 찌르는 내용이 아주 통쾌했다. 자신을 허수아비에 비유해서 쓴 글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이 책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데, 여기부터 이미 자유로운 그녀의 영혼을 느낄 수가 있다.
중국인에게 미덕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도 그냥 참고, 타인에게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인가보다.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유교 사상이 많이 남아있던 십수년 전에는 통용되었던 예의였다. 꼭 중국 사람이 아니라 동양 사상 전체에 깔려 있는 문화였는데, 이 때문에 서양 사람이 동양사람들을 볼 때 조금 의뭉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인 싼마오도 처음 외국에 유학을 갔을 때는 이러한 미덕을 발휘해서 모든 친구들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처리해주었는데, 원래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녀는 시간이 지날 수록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처구니 없는 오해로 그녀가 드디어 폭발을 하고, 그 후로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피력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사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거침없이 써내려간 그녀의 감정이 이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여 주인공이 일을 저질렀을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내리치면서 시원해했다.
사실 그녀의 남편인 호세를 어떻게 만나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글을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시어머니와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그저 짐작할 뿐이다. 특별히 서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결혼에 이르는 때도 시어머니가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도 워낙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은둔해서 살려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알게되고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즐기게 된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그 중에서 특이한 에피소드들만 소개하고 있는데, 정말 독특한 방식으로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책 표지에는 '달콤한 신혼생활'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면 그리 달달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거침없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호세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기는 하다.
허구보다 더 강력한 실제의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아주 가득 느낄 수 있는 에세이이다. 동양 문화의 사고방식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주인공과 철저하게 서양방식으로 살아온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독특한 문화적 차이 및 관점을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좀 더 새로운 이야기가 없음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난 싼마오라는 작가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혹시라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다른 작품들이 이 책 만큼이나 톡톡 튀는 매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서 그녀의 개성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색다른 에세이 집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그녀의 사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