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즐기는 주말여행 101
로빈 바튼 지음, 고광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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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주말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정말 낭만적일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은 많지만, 익숙해져 있는 환경은 원래 좋은 줄 모르는 법이니 말이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여행책만 보면 훨훨 날아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유럽은 영국밖에 가본 곳이 없어서 굉장히 생소한 나라이다. 어릴 때 본 영국의 풍경은 상당히 낯설었는데,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역사가 오래되어 고풍스러울  것 같다. 아무튼 유럽에서 즐기는 주말여행 컨셉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에 살고 있다. 따라서 이 책도 영국에서 출판된 책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영국 출판본을 번역에서 나온 번역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유럽에서 주말여행을 즐기고자 하시는 분은 일단 영국으로 가셔야 할 듯. 영국 출발을 기준으로 항공편과 시간대가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주말 여행'이라는 단어에 연연하지 않고, 유럽에서 단기로 여행을 할 때 어떤 곳에서 어떤 것을 즐겨야 할지 고민될 때 참고하면 아주 좋을 책이다. 사실 유럽여행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배낭여행이나 패키지 여행을 주로 선호하는데, 그런 방법 말고도 현지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스키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겨울 스포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테고, 각 나라별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따로 있으니 미리 알아두고 가면 여행이 더욱더 즐거워진다.

 

책의 구성은 각 나라, 도시별 알파벳 순서로 정리되어 있어서 한 번 읽고나면 다시 찾아보기가 굉장히 편리하다. 또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도 이 책의 가장 앞쪽에 자리하고 있어 헷갈릴법한 나라 위치를 한번에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커다란 컬러풀 사진으로 책 전체를 구성해놓았다는 점이다. 사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여행지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멋진 사진이 아닐까 싶다. 사진으로 멋진 풍광을 보고 나면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해당 여행지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지의 선택에 있어서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진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각 나라의 기본 정보는 각 장 앞 쪽에 써놓아서 언어라든지, 나라의 면적 등과 같은 정보는 다른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여행 책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저자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책의 저자는 먹거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컨셉이 주말여행이다보니 가볍게 풍경을 즐기고 먹는 것이 주가되는 여행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먹고 경험을 체험하는 여행 위주로 서술해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문화적인 유산이 뚜렷이 남아있는 곳에서는 간단하게라도 해당 관광지를 설명해놓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유럽의 숨은 도시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유럽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도시 몇 군데 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생각보다 유럽에는 많은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 이 곳들을 다 돌아보려면 분명히 주말가지고는 모자랄 것이다. 그래도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것이 여행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조금 색다른 유럽 여행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른 책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관심있는 나라별로 꼼꼼하게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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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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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생활하면서 정말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사는 생활이 가능할까? 돈이라는 것은 원시 사회에서 물물교환이 발전된 화폐 개념으로 공통된 화폐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물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명의 발달로 인해서 만들어진 돈을 포기하고 다시 원시 사회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바로 아일랜드의 마크 보일 이라는 인물로 지금까지 돈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환경 운동은 많이 보았으나,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누구나 취하기는 어려운 삶의 방법으로 세계적으로도 거의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자신도 모르게 돈을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 책의 지은이는 돈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1년을 위해 꽤 많은 삶의 법칙을 정해놓았다. 자신이 직접 돈을 쓰지 않는 것 외에도 다른 사람이 무상으로 자신에게 어떤 것을 베푸는 것도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였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도대체 이 사람이 왜 돈 한 푼 없는 삶을 택했는지부터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잘 쓰면 굉장히 편리한 것이 돈인데, 왜 다시 돈이 없는 삶으로 돌아가야 했을까? 그것은 돈의 기능이 너무나도 발달하여 단순히 물물 교환의 의미를 떠나서 부족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소비 만능주의의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문화적으로 서양의 영향을 받아서 소비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서양의 경우, 소비의 절정이라고 하면 크리스마스를 꼽는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무조건 싸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목적으로 미친듯이 돈을 써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본 그들의 모습은 한달 내내 소비를 목적으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같았다. 그런 문화 속에서 저자는 상당히 회의감이 들었던 것이 틀림없다.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한쪽에서는 아직까지 쓸만한 물품들이 마구 버려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데, 아주 약간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냥 버려버린다면 그것은 정말 세계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꼭 크리스마스 뿐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그냥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이 상당하다고 한다. 비단 이런 문제는 서양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의 노력이 참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미 소비지향적인 문화에 물들어 있던 저자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시작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모든 물건을 공짜로 구해야했고, 먹는 것은 모두 자력으로 구해야했다. 그냥 수퍼마켓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던 것을 자연에서 직접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래도 그의 행동에 공감하고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그는 무사히 1년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의 구석구석에는 재미있는 노하우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 정보의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한 사람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인터넷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영문 사이트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활용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돈 한 푼 쓰지 않고 1년을 무사히 넘겼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고비는 있었지만, 그의 주변에 그를 지지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에 좀 더 의미있는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외국에는 이미 재활용 상품이나 한 번 사용했던 물품들을 기증받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중고 샾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곳이 좀 늦게 도입되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가게'라는 곳이 아마 이 운동의 의미에 대해서 근접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아닐까 싶은데, 이 곳의 운영 또한 완벽하게 돈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자원의 낭비를 막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선다는 점에 있어서 나는 이 단체의 의미를 참으로 좋게 본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아예 돈이 없는 생활을 따라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필요없는 물품을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들이는 일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발달해있다보니, 조금 싸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결제를 클릭해버리기 때문에 지름신을 물리치는 것은 쉽지 않다. 고도로 발달된 마케팅 전략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들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보다는 꼭 필요한 물품만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이 지구 환경을 지키고 세계 다른 곳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 착취를 조금 막을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건전한 소비 생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프리코노미 운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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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당신의 강점에 주목하라 - 내성적인 당신에게 잘 맞는 자기 PR 시크릿
낸시 앤코위츠 지음, 신현정 옮김 / 갈매나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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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낙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다보니, 내성적인 사람은 그냥 무리 속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기 PR 시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일도 잘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의 능력을 홍보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은 어떻게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PR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린 시절에는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자의든 타의든 환경에 의해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 덕분에 지금은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무난하게 하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 가끔은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소심해진다고나 할까.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나같이 소심한 사람들이 은근히 세상에는 많다는 사실이다. 이 말을 반대로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나의 강점을 살려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하겠다.

 

이 책 첫머리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자신감'이다. 자신이 내성적인 사람이든 아니든 이것은 생각의 문제이다. 내가 충분히 어떤 것이든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일단 일의 절반은 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무려 1 CHAPTER나 소비해가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 소심하기는 해도 자신감은 꽤나 가지고 있어서 이 단계는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뭐, 특별한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거나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단계를 넘어가고 나면 이제는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자기 PR 법은 미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 관련 담당자나 영업 사원에게 가장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른 직장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네크워크 이기 때문에 평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잘 쌓아두었다면 이직을 하는데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처음 말을 꺼내기 어려울 때는 아예 대본을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외운티가 나지 않게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필요할테다. 그 외에도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방법, 면접에서 성공적으로 끝내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저자가 경험하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실천방법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스스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내성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관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그 나름대로 심사숙고하게 일을 처리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장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다른 사람과 반드시 똑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고, 내 방식대로 능력을 발휘하면서 잘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인사 중에서도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다시금 강조하지 않아도 내성적인 성격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자신있게 사회생활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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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전혜린 - 그리고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개정판
정도상 지음 / 두리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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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참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으나 한국 문학과 그닥 친하지 않았던 나에게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그녀의 글에 대한 찬사는 이 책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 잘 알지 못하면 어때? 일단 이 책을 통해서 '전혜린'이라는 사람과 친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분명히 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쓰여있으나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자서전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아마도 주인공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한 작가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덕분에 현실과도 같은 생생한 소설을 읽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갑자기 주인공의 실제 객관적인 사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네이버를 잠깐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마땅히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이미 소설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 대부분이었고, 너무나도 짧은 삶을 살다가 갔기 때문에 그닥 많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그나마 제대로 된 그녀를 알려고 한다면 그녀의 유작밖에는 없을 듯 하다. 이 때문에 더더욱 전혜린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로서는 '그 여자 전혜린'이라는 소설이 흥미를 끌 수 밖에 없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 눈에 비친 전혜린의 모습은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결국은 사회의 굴레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거기에 실망하고 절망하고 맞추어 살게된 한 시대의 지식인이었다. 그 시절만해도 여자가 똑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자 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으니 마음대로 활동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외국 대학물을 먹었기 때문에 교수직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전혜린이 가상으로 썼던 소설을 통해 표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사실 소설도 작가의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것을 허구로 쓰기란 불가능하다. 설사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소설보다는 동화나 판타지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사회에 저항하고자 하나 결국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절망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까웠다. 현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일생이 불행해진다면 그것도 추천할 만한 삶의 방식은 아닌 듯 싶다. 오히려 바보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만족할만한 삶이 아닐까.

 

책 표지에 있는 얼굴없는 여성의 모습은 왠지 쓸쓸하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열정은 가득하지만, 결국에는 혼자 남겨진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사실 주인공의 절망은 너무나도 커서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같이 절망하고 슬픔을 느낀다. 사실 심각한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그 문제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고 공감이 가는 듯 하다. 그 때는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음울하여 모든 것을 조심했어야 하는 시대였다. 한 사람의 힘이란 너무나도 미약해서 세상을 바꾸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그런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가 간 전혜린의 모습에서 조금은 애련한 감정마저 든다.

 

아직까지 그 사람을 잘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아주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전혜린 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조금 교육을 받은 지식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묻어있는 이 책이 지금은 모든 것이 비교적 자유로운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울림이 되었으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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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주문 신부
마크 칼레스니코 지음, 문형란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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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으로 주문해서 받는 신부라니, 무슨 농촌 청년 이야기도 아니고 캐나다인이 그리고 지은 만화이야기이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참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붓으로 슥슥 그린 것 같으면서도 어디론가 날어가는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사실은 이 책이 만화책이라는 사실도 책을 펼쳐보고서야 알았다. 책 표지에는 만화책이라고 특별히 명시된 글이 없어서 말이다. 물론 좀 더 꼼꼼히 봤더라면 금방 알았겠지만, 워낙 덜렁대는 성격이라 특이한 주제라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캐나다인 작가가 그린,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이다. 만화와 공상 속에서만 사는 캐나다인 남편이 한국인 신부를 카탈로그를 통해 주문을 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액자형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해관계만을 채우기 위해 결혼을 한다는 것이 구식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십여년 전만해도 해외로 나가는 것을 큰 일로 생각했던 터이니, 서방 제품을 보면서 부러움만 가득했던 우리나라 사정을 생각해보면 미국이나 캐나다인과 결혼을 하면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의 농촌 총각들이 결혼할 사람이 없어서 동남아 여인들을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로 결혼을 선뜻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인 남자는 많은 동양 여자들 중에 한국 여자를 골랐다. 보통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동양 여자란 사근사근하고 귀여우며, 남편 말이라면 무조건 들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가보다. 이 캐나다인 남자도 당연히 그러한 여자를 기대했었는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자신과 결혼한 한국 여자는 자기 주장이 무척 세고 자유를 꿈꾸는 그런 현대적인 성향의 여자였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되고 만다. 한 평생을 함께 산 가족도 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우기 일쑤인데, 30여년을 따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함께 살게 되는 부부라는 관계는 어떻겠는가.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말이 참으로 씁쓸했다. 서로 조금만 양보를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솔직히 한국 여자가 조금은 과한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이라도 결국은 자신이 한 선택이고 이미 선택을 했다면 자신이 다른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서로 맞춰 주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끝까지 가려다가 결국은 마지막에 가서 좌절하고 만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슬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캐나다인 남편도 언제까지나 유아기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조금은 남자로 성장했다면 먼 길을 온 신부가 다른 마음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본 만화처럼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나 펜터치는 아니지만, 이 책을 그린 작가는 그리 공들인 펜터치가 아니더라도 독자들에게 상당히 호소력있는 그림체와 이야기를 통해 흡입력이 강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일반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많이 접했던 일본 만화와 차이점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웃음이 마구 터지고 폭소를 참을 수 없는 코믹 작품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이민과 결혼,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실제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은 점 하나. 결혼은 절대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모든 것을 면밀히 살펴본 후에 정말 같이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만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조건이 좋다고 해도 안 맞는 사람은 끝까지 안 맞으며 결국 그 결혼생활은 파탄이 날 수 밖에 없다. 외국으로 이민을 간 우리나라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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