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로마 3 - 교황청 살인사건 - 색채로망 3부작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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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이다. 몇 년 전에 여행을 갔던 곳이기도 해서 로마는 나름대로 꽤나 알고 있는 편인데, 이 책을 보면서 그 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그 시대의 역사적인 배경을 그림 그리듯이 멋지게 묘사하여 마치 내 눈 앞에서 그 광경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로마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소설 마지막을 그린다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다. 

역시나 로마는 도시를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 때 제국을 호령했던 곳이기 때문에 많은 유물 속에 담긴 이야기가 정말 끝도없이 나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마르코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그동안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던 올리비아의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오고, 새로운 등장 인물들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더 풍성해진다. 무려 3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의 대장정이다보니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의 중반을 넘길 때부터 마지막은 예상이 되었었다. 너무나도 개성 강한 주인공들이라, 아마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마무리가 아닐까 싶기는 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결말이 나버리니 조금은 아쉽다. 뭔가 또다른 반전이 있었으면 좀 더 좋았을텐데,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을 직접 읽어본 독자만이 즐길 수 있는 기회로 남겨놓겠다. 

역사 책에서만 보던 인물들이 실제로 소설 속에서 살아숨쉬는 것을 보니 왠지 신기하다. 마냥 딱딱한 인물로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거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라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맞이하곤 한다. 물론 그 순간만큼은 당황스럽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삶의 지혜가 이 작품에 그대로 담겨있다. 눈에 띄는 반전은 없지만 그동안 이어져온 긴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시원섭섭하다. 이 이야기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도 저물어간다. 화려했던 르네상스 후기의 로마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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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피렌체 2 - 메디치가 살인사건 - 색채로망 3부작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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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색채 로망 3부작 시리즈 중의 2권인 이 책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 추리 소설의 성격에 가장 가까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시작부터 왠 시체가 등장하는데, 이 시체는 피렌체에서 일어난 사건의 시작을 알려준다. 평소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이런 분위기도 꽤나 즐기는 편이다.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1편에서 나왔던 마르코 단돌로가 등장한다. 오히려 그의 중요성은 더 커진듯한 느낌이다. 

메디치가는 예술이나 역사적인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가문이다. 한 때 르네상스 시대의 부흥을 이끌었던 주인공이기도 하고, 지금도 그들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있다. 나도 세계사 시간에 한창 배웠던 내용이긴 한데, 사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으니 왠지 그 시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메디치가가 어떻게 흥망성쇠를 했는지 이 한 권으로 요약된다. 물론 사건의 시발점은 세금 징수인의 죽음이었으나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주인공인 마르코도 이 역사적인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치적인 힘겨루기도 상당히 흥미로웠으나, 이번 권에서 특별히 더 재미있었던 점은 1권에서는 비교적 비중이 적게 다루어졌던 마르코와 올림피아의 애정 관계였다. 사회적인 제약이 없는 피렌체에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관계가 진전된다. 비록 올림피아의 신분이 낮기는 했으나, 개방적인 성향의 마르코는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올림피아를 가볍게 대한 것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두 사람의 애정관계와 더불어 피비린내 나는 정치 싸움이 더해져 아마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피렌체의 모습은 조금 차가운 느낌이다. 왠지 무척 화려한 것만 같은 도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점점 쇠퇴하고 있는 시기를 그리고 있다보니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피렌체라는 도시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약간은 그 매력이 반감된다. 그럼에도 한 때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책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흐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흐르는 반전이 있어 전체적으로 긴장감 수준은 높은 편이다. 

역사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관심갈만한 작품이다. 피렌체의 쇠퇴기와 함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마르코의 한층 성숙한 매력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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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베네치아 1 - 산 마르코 살인사건 - 색채로망 3부작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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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가 소설도 썼다는 사실은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중고 책방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발견한 책이라 살까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구입했다. 베네치아라는 배경도 관심이 있고, 역사서로 유명한 저자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베네치아 귀족 마르코 단돌로이다. 그 당시 베네치아에서는 이름난 가문으로 어린 나이에 정치를 시작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역사적인 상당 수 사실들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덕분에 실제로 그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얻는 덤이다. 

부제로 나와있는 살인사건은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사건은 아니다. 물론 그 사건의 전말과 범인은 이 책의 말미에 밝혀지기는 하지만 단순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들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 아쉬움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슬그머니 없어져버린다.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가 여러 나라와 교역을 하면서 투르크와도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세계사를 배우기는 했지만, 사실 각 나라의 세부적인 사정은 미처 알지 못했었다. 이런 역사 소설을 읽으면서 배우는 것이 실제 세계사 공부를 할 때는 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베네치아의 정치 형태라든지 외교하는 방식은 지금 현대 사회에서도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물론 지금도 한 사람에게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지만 뭔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 마르코가 베네치아와 투르크를 오가면서 묘사하는 풍경들이 참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좋아하는데, 수로를 통해서 이동하는 도시의 모습이나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투르크 제국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베네치아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옛날 모습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곤돌라를 타고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은 왠지 남다를 것 같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만 하다. 역사적인 고증도 상당히 되어있고, 그 당시 베네치아가 유럽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매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개성 강한 주인공들이 이 책의 매력을 한껏 더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베네치아의 매력을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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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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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을 감상하다보면 라틴어가 종종 등장한다. 영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단어나 문장 구조가 달라서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냥 이런 글씨가 있구나라는 정도로 넘어갔었는데, 우연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라틴어 책을 발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각 장마다 라틴어 명문장들이 하나씩 실려있다. 그리고 그 문장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과 이야기들을 알려주고 그 후에 라틴어의 기본 문법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준다. 사실 깊이있는 라틴어 공부가 아니라 교양을 쌓는 정도의 내용이기 때문에 라틴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라틴어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는 원래 있는 라틴어 문장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쌓는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처음에는 라틴어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라틴어의 매력을 조금은 알 듯 하다. 영어보다 좀 더 어렵고 까다롭게 여겨지지만 고대 언어라서 그런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왜 아직도 라틴어를 배우는지 이해가 간다. 라틴어를 이해하고 나서 영어를 다시 들여다보면 어떻게 언어가 발전되었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처음에는 "Festina Lente"라는 문장이 있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약간 모순적인 의미이기는 한데, 그 의미를 듣고 참 의미심장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생각하지만 또한 빠르게 행동하는 것은 삶의 지혜인데, 이미 고대인들은 이런 진리를 알고 있었다. 함축적인 의미 속에 핵심을 담은 문장들을 읽으면서 라틴어에 대한 짧은 지식과 함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참 재미있었다. 사실 한 번 읽어서 이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제 미술관을 가도 라틴어가 멀리만 느껴지지는 않겠다. 약간은 친근한 언어가 된 듯한 기분이라 왠지 뿌듯하다. 

라틴어가 막연하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뭔가 입문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고대인들의 생각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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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이 부서진 마음에게 전하는 말
허지원 지음 / 홍익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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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섬세한 일러스트와 글이 돋보이는 책. 이 책을 설명하라고 하면 아마 이런 문장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리적인 뇌과학과 심리학이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상호 관계를 연구한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봤다. 다양한 상담 사례와 함께 이럴 때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뇌의 어느 부위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 매우 친절하게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사실 상담 사례들을 보면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사례들이 많아서 아주 많이 나에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목들은 눈에 보이기는 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한 사례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어쩌면 나도 한 때 이런 사례들 중 하나에 속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통해 내가 생각했을 때 나의 내면은 조금 단단해진듯한 느낌이다. 이제 외부의 자극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편이라 사실 왠만한 사건이 아니면 그리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아직도 세상에는 참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끔 보인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는 것보다는 이 책 한 권을 선물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어렵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도 물론 불완전한 존재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분명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또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냥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본인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불편할테다. 이 책에 나와있는 문구 중에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백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가면을 쓰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나의 가족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듯이, 타인에게 나의 부족한 점을 애써 내보이면서 그런 점까지 좋아해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떤 일이든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상황을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곰곰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심적으로 힘들지 않더라도 차분하게 앉아서 한 번쯤 읽어보면 어떤 한 대목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더 편안해지기 위해 수많은 담금질과 위안을 반복해야하는 조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것이 또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법 중의 하나라면 그것도 해볼만하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 어딘가에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해법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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