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본즈
앨리스 세볼드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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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시작부터 무척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녀가 변태 성욕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결국 살해되는 장면이 묘사된다. 그리고 그녀의 시신은 토막나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버려진다. 그녀가 실종되고 나서 그녀 가족의 삶은 산산히 부서졌으며, 특히 아버지는 그 이전의 삶을 영원히 되찾지 못한다. 그리고 소녀가 알던 사람들의 삶은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이 바뀌었다. 이 모든 장면은 갑자기 우리 삶에서 사라진 소녀가 지켜보는 시선으로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그 끔찍한 일을 당하고서도 담담하게 모든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렇게 착한 딸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공은 가능하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사건보다도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꼼꼼하게 그리고 있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소녀는 천국으로 갔고,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어떻게든 삶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소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아버지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리지는 않았다. 놀라웠던 점은 아버지의 직감으로 지목했던 범인이 실제로 맞았다는 것이다. 아무 증거도 없었지만 결국 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을을 떠나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범인에 대한 속시원한 결말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는 벌을 받았다고 본다. 

조금은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실제 우리 생활은 이렇게 흘러가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너무나도 실제적으로 그려내서 오히려 거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는 것은 그리 나쁜 결말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주 멋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은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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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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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당히 진보적이고 신선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상식을 여러 자료를 통해 아예 뒤집어 엎는 주장들을 논리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복지를 제공하면 세금만 늘어나고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궁극적으로는 전체 비용은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 복지 서비스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여야 실질적으로 비용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노숙자들에게 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고, 아예 직접 돈을 제공하면 그들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노숙자들은 자신의 생활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곳에 돈을 사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났다. 여러 번 시도된 실험에서 대부분의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것보다 아예 돈을 직접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노동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욱더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오랫동안 일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내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어쩔수 없이 오랜 시간동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나 같은 경우에는 순서를 적절하게 잘 짜면 꼭 오랫동안 일하지 않아도 내가 맡은 일을 다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밖에도 실제 생산성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농부나 어부, 청소부 같은 사람들은 하루라도 없으면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디자이너나 은행가 같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사회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물론 그들이 있음으로서 좀 더 편리해지는 일이 있어도 없다고 해서 큰 불편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진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부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이러니이다. 저자는 이런 점을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서 진짜 일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서술해놓았다. 처음에는 조금 딱딱한 글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소설보다도 더 흥미로워서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비교하며 꽤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가져왔던 생각들을 어느정도 바꾸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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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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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 표지가 많이 허전하다 싶었다. 보통 사진이나 글자로 가득 채워진 책표지가 일반적인데, 이 책은 마치 테스트용으로 인쇄된 것처럼 표지가 무척 수수하다. 약간 어색하기는 했지만, 계속 보다보니 나름대로 적응이 된다. 매우 단순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작가인가 보다. 

이 책은 엄마와 함께 태국과 말레이시아 배낭 여행을 다녀온 여자 여행자의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엄마와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여행 다니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나는 가족 여행이 가장 편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아들과 엄마가 배낭 여행을 다녀온 책도 한창 인기를 끌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여행 에세이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유쾌한 감성으로 풀어낸 짧은 만화였다.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작가의 개성이 잘 묻어났고, 여행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지, 만화 보는 재미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물론 만화 뒤에는 작가의 진지한 감정이 담긴 줄글도 실려있는데, 재미와 진지함이 만나니 의외로 색다른 여행기가 탄생된 듯 하다. 난생 처음 여행을 가는 엄마와 함께 가는 여행이 여행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배낭여행이라니 대단하다 싶었다. 어쩌면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나선 여행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에 보면 엄마가 이제는 유럽여행을 함께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대목이 나오는데, 동남아시아 배낭 여행보다 유럽 배낭 여행이 좀 더 수월하면서 볼거리는 많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좀 더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새로운 여행기가 또 기대되는 콤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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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자살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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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제목이 독특하다. 몸은 살아있으면서 정신만 자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거의 듣지도 못했고,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개념이다. 그런데 정신자살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설정이다. 차마 내 목숨을 스스로 끊지는 못하겠고, 정신만 자살을 할 수 있다면 뭔가 일이 좀 더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주변에는 계속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변호사 고진은 기이한 사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옛날 사건에서 아쉽게 놓친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굉장히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는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있게 고민을 많이 한 듯 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이런 작품은 나올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인간의 욕망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매우 다양한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좀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읽는 재미는 늘어났다. 결과를 이성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탁오 박사가 주장하는 정신자살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이 책을 다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넌센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을 찰떡같이 믿고 있는 박사의 정신 상태가 과연 정상인지 궁금하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는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는데, 매 권 읽을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라 은근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지루한 것도 아니라, 이제는 다음 에피소드가 매우 기대되는 캐릭터이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를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기쁘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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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커피 한 잔 - 원두의 과학 완벽한 한 잔 1
래니 킹스턴 지음, 신소희 옮김 / 벤치워머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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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커피를 마시면서도 정작 커피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냥 아무 커피나 적당히 마시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다양한 종류가 있고, 어떻게 마셔야 더 좋은 커피 맛을 낼 수 있는지 처음 알게되었다. 

사실 이 책은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원두의 종류 및 원산지, 화학적인 성분,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로스팅을 하는 방법, 커피를 만드는 방법까지 모두 나와있다. 그러나 사실 실제 사진이나 그림은 그리 친절하게 나와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해가 조금 어렵다 싶은 부분은 삽화로 모두 실려있으니,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이다. 사실 조금 딱딱한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무척 자료 조사가 꼼꼼하고 신중하게 쓰여져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쉬운 설명은 당연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커피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조금 달라졌다. 분명 각성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음료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사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커피에 대한 지식이 좀 더 있다면 맛있는 커피를 만났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집에서도 카페에서 즐기는 것처럼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커피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혹시 커피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당연히 읽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지식들을 조합해서 알고 있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커피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알고 있던 커피 상식을 정리해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이 갔는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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