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책을 6권이나 낸 작가로 불리게 되었지만 나는 애초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글에서 말한 적도 있지만, 초등학교 시절 문예반에 들어갔다가 그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쫓겨난 이력이 있을 정도다.
그런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이렇다.
첫째 , 누가 뭐래도 ‘다독, 다작, 다상량’이 중요하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차고 넘친다. 심지어 이번에 낸 내 책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도 글쓰기 방법에 관한 내용이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은 사실은 글쓰기에 관한 ‘각론’이지 보통 사람들이 글을 잘 쓰게 만드는 재주는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고 지름길이다.
흔히 글쓰기 방법이라는 것은 형식에 관한 문제이지 내용을 말하지는 않는다. 내용이 좋으면 형식은 조금 모자라도 독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으로 글 쓰는 시간이 훨씬 많다. 머릿속으로 구상을 하고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검토를 한다.
글의 전체적인 틀도 머릿속 생각으로 한다. 좋은 글을 만드는 구상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독서에서 나온다. 좋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독자들을 감동케 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틀’이 자신의 머릿속에 갖추어진다. 그 다음 부터는 그 틀을 이용해서 글을 구상하고 그 구상으로 나온 글을 손으로 쓰면 그만이다. 다독 다작 다상량은 함께 움직이는 유기체이므로 각자를 어떤 비중으로 해야 할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둘째, 글쓰기의 시작이 반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단계는 ‘시작’이다. 여러 권의 책을 낸 나도 한 꼭지의 글을 쓰겠다고 자료를 한 달 이상 가방에 넣고 다닌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자료만 모았고 결심만 했을 뿐 시작을 못 한 것이다. 어떤 글이라도 책상에 앉아 첫 문장을 썼다면 당신의 글쓰기는 반이 끝났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를 책상에 앉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무르익은 생각’이다. 역시 어떻게 글을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이 무르익어야 글을 시작하기가 쉬워진다. 글쓰기는 ‘자발적인 감정의 발로’이어야 한다.
셋째, 글쓰기와 인터넷은 한 몸이다.
감옥 안에서 ‘임꺽정’을 저술한 홍명희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은 글쓰기를 할 때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 글쓰기에서는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사실관계가 틀리면 독자들은 큰 실망을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인터넷만큼 편리한 도구도 드물다. 맞춤법 또한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사실관계에 속하는데 요즘에는 편리하고 정확한 맞춤법 도구가 인터넷에 많다. 퇴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맞춤법임을 잊지 말자.
넷째, 어려운 단어를 고집하지 마라.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고 고급스러운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누구나 아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맛깔스러운 순수 우리말을 발굴(?)해서 사용하는 것은 권장한다.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최명희의 <혼불>은 우리말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이런 책을 읽다가 나중에 써보고 싶은 단어를 메모해두었다가 적재적소에 사용해보라. 글쓰기의 새로운 묘미가 느껴질 것이다.
다섯째, 쓴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라. 글을 혼자서만 쓰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만의 감옥과 틀에 빠져서 자신의 글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를 하기 쉽다. 본인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글이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졸작일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은 잡문이라고 생각한 글이 독자들이 읽으면 좋은 글일 가능성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독자들의 평을 피해서도 안 되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독자들의 칭찬은 당신의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주며 독자들의 쓴소리는 당신의 글쓰기에 채찍질이 된다.
여섯째, 잘 쓴 글이란 자신의 의도를 독자들이 알아차리는 글이다. 자신이 쓴 글이 잘 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독자들이 당신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지 여부로 판단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복잡한 시장에서 겪었던 웃기는 상황에 대해서 쓴 글을 독자가 읽고 당신이 겪었던 일을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이해했다면 당신은 글솜씨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당신이 웃기려고 쓴 글을 독자들이 웃거나 감동을 주려고 쓴 글을 독자들이 읽고 감동을 했다면 당신의 글은 충분히 좋은 글이다.
일곱 번째,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메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가 많은 수록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쓰기 재료는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만날 수도 있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고 책을 읽다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때마다 한 줄이라도 메모를 해두면 글을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하게 길게 메모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메모를 해도 나중에 그 메모를 보면 메모를 할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떠올라서 그 재료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