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 - 아이의 마음이 자라는 하루 10분 몰입 놀이 행복한 성장 2
노은혜 지음 / 갈매나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놀이 지도 상담사 노은혜가 쓴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날 때마다 ‘이 책의 저자는 실생활에서 얼마나 잘할까?’라는 삐딱한 생각이 든다. 남에게 충고하고 지도를 하는 내용과 본인의 실생활은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행복 전도사가 자살을 하고,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의 저자가 강연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를 듣고 보았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내가 가진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에는 ‘아무개 연구에 따르면’ 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저자가 직접 상담소로 찾아온 아이들을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저술했다. 저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개인적인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오류와는 거리가 멀다. 

내 딸아이가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가 말하는 ‘결정적 시기’ 즉 유아기에 나는 아이와의 ‘놀기’를 힘겨워했다. 아이와 한 시간 정도라도 재미나게 놀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착하고 신뢰할만하다고 믿는다. 노동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딸아이에게 ‘피곤하다’라는 말을 자주했다. 

딸아이와 놀이를 할 때 의사 놀이를 제안했고 나는 ‘아파서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 역할을 자원했다.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은 딸아이는 의사 놀이를 하대 반드시 자신의 환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를 읽어보니 아이와 놀 때는 그들과 공감되는 언어를 사용하며, 부모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는데 그저 ‘아파서 골골하는 ‘딸아이에게 ‘간지럽히기‘라는 처방을 내린 돌팔이 의사였다. 

딸아이는 낮에는 ‘놀이’도 좋아했고 잘 때는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기를 즐겼다.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다른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재미났던 모양이다. 기껏해야 수박 서리 한 이야기, 썰매를 타다가 물에 빠진 이야기, 아버지 몰래 곶감을 빼먹던 이야기일 뿐인데도 딸아이는 깔깔거리며 웃어주었다. 재미난다는 반응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재가 고갈되었다. 경험이 바닥나서 창작이 필요했다. 내가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관대한 딸아이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웃으며 질문을 던졌고 재미나다는 칭찬을 했다. 나의 창의력의 빈곤 때문에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딸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군대에서 선임이 연애담을 들려달라고 강요를 할 때 사용했던 방법을 썼다.
아무 소설에서나 읽었던 내용을 적당히 내 이야기처럼 들려주었다. 딸아이는 여전히 나의 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읽었던 책도 생각이 나지 않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구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점점 부실해졌고 매일 밤 ‘천일 야화’를 머릿속으로 집필하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지금 그나마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것은 8할이 그때 딸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생각해내느라 겪었던 창작의 고통 덕분이다. 딸아이는 겹치는 이야기에도 흥미를 잃지 않았고 나를 격려해주었다. 나는 딸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힘겨워했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산다. 세상에는 나 같은 부모들이 제법 있는가 보다. 동아대 류미향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36개월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산의 엄마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3세 미만 자녀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락한다’고 한다.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쩌면 한 시간 이상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되지 않는 부모가 많지 않겠는가.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놀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이와 오래 놀아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딸아이는 도무지 지치고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더욱 힘겨워한 것은 아닐까?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의 우리 아이가 잘 자라게 도와줄 ‘하루 10분 몰입 놀이 레시피’라는 개념이 어쩌면 요즘 부모들에게는 구세주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는 ‘아이와 많이 놀아주세요’ ‘아이에게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게 하여주세요는 식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조언을 하지 않아서 좋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소개(준비물, 난이도, 장소, 인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할 뿐만 아니라 매 장마다 구체적인 팁을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집중력을 높이는 놀이 규칙’을 위해서는 ‘한 번에 하나의 장난감을 준다. 제한된 영역에서 놀이하도록 한다. 아이가 선택한 장난감으로 놀이를 시작한다. 아이가 놀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준다는 식의 매뉴얼이 제공된다. 

내 방문을 열고 ‘아빠 나랑 놀아줘’라고 투정을 부리던 딸아이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끔찍이도 슬프다. 요즘 우리 부부는 딸아이에게 ‘학원을 가지 말고 같이 놀러 가자’라고 유혹을 하고 공부방에서 거실로 나오면 ‘우리랑 좀 놀다가 가’라고 애원을 하는 처지다. 딸아이가 주말에 학원을 가겠다면 더욱 슬퍼진다. 

내 딸아이가 ‘아빠 나랑 같이 놀아줘’라고 애교를 부릴 때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가 곁에 있었다면 지금의 후회는 상당 부분 줄어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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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8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책을 정말 좋아해서 만약 결혼해서 자녀를 돌보게 되면 10분도 자녀들과 못 놀아줄 것 같습니다.. ^^;;

박균호 2017-03-08 08:5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무리 책을 좋아하셔도 10분은 투자해주세요.

yureka01 2017-03-0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놀아 달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가 않더군요...그 때 시간내서 못놀아주면 놀아줄 기회가 없죠..초등생만되어도 아이가 부모보다 더 바빠지더군요..운전도 면허를 득하는 이유가 자동차가 흉기가 될 수 있고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조건을 얻은 사람에게만 부여되고..면허 취득에 학습과 연습을 하거든요..부모도 자식이란 존재에 대한 연습은 못하더라도 학습은 해야 하거든요. 무면허 운전자가 모는 차는 위험하거든요..자식도 비슷한 거였더라는....

박균호 2017-03-08 09:5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이가 놀아달라고 했던 시절이 참 행복햇다라는 것을 그땐 몰랐어요.ㅠㅠ

나비종 2017-03-12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의 말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기억이 두고두고 후회되더군요.
이제는 불쑥 자라 친구인 듯 대화가 통하는 아이를 보면 기특하면서도 한 켠에 찡한 마음이 있습니다.

박균호 2017-03-12 12:5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뭐가 그렇게 바쁘고 힘들었는지..ㅠ
 

나만의 녹음기를 중학교 2학년 무렵 즉 1982년경에 처음 가졌다. 녹음기는 속칭이며 이 기기의 정식 명칭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카세트플레이어 겸 녹음기’쯤이 되겠다. 산골을 떠나 대구로 전학했고 이제 갓 중학교 2학년이 된 나를 위한 누나의 선물이었다. 대구의 서문시장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녹음기’를 샀으니 노래가 담긴 ‘카세트테이프’가 필요했다. 등굣길에 늘 지나던 서문시장의 손수레 자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것이 ‘비틀즈’의 명곡이 수록된 테이프였다. 


당연히 비틀즈가 누군지도 몰랐고 듣다 보디 괜찮아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주야장천 비틀즈만 들었다. 야구글러브와 함께 녹음기는 나의 애장품이자 자랑거리였다. 방학 때마다 시골집으로 내려갔는데 그때마다 ‘촌놈’들에게 자랑할 신문물을 자랑했고 전파했다. 


무려 투수용 야구글러브의 오너인 나는 동네 야구팀의 투수로 활약했고 포수용 글러브를 가지게 되자 주전 포수가 되었다. 접착제를 이용해서 조립하는 장난감 로봇이나 탱크는 촌놈들에게 ‘눈으로 구경하는 것만 허용할 뿐’ 절대로 만지게 하지 않았다. 대구에서 접한 신문물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포르노 사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펜트하우스나 플레이보이의 한쪽을 자른 것에 불과했지만, 종이라는 물건의 정체성을 상실할 때까지 소중히 가지고 다녔고 촌놈들에게 ‘관람’을 시켰다. 


말하자면 도시 문명의 전파자였던 셈이다. 촌놈들은 나의 소장품과 신문물에 경외심을 표했고 나는 도시 사람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반전이 발생했다. 촌놈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야한 음성’이 담긴 테이프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자식을 생산할 수도 있는 행위’를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음란한 대화와 신음이 담겨 있었다. 


나의 위치는 추락했고 나는 촌놈들에게 ‘야한 음성 테이프’의 청취를 위해서 구걸을 해야 했다. 분한 마음으로 대구로 돌아왔다. 등하굣길에 서문시장을 지나다니면서 ‘비틀즈’ 테이프를 산 노점상에서 놀라운 물건을 발견했다. 촌놈들이 나에게 들려주었던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테이프였다. 


다가오는 방학 때 그간의 수모를 갚아 주어야 했다. 호시탐탐 그 테이프를 노렸고 군침을 흘렸지만 차마 중학생 신분으로 살 수는 없었다. 대구 시민이 모두 모여 있는 것처럼 분주한 시장바닥에서 그 테이프를 주시라고 주인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나에게 ‘방위성금’을 내야 한다며 받아낸 천 원짜리 지폐가 주머니에 있었고 당시 그 노점상에서 파는 테이프는 500원 균일가였다. 


용기도 용기지만 문제는 그 테이프의 내용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를 확실할 수 없었다.

테이프 제목의 두 글자는 내가 원하는 것이었지만 마지막 한 자 즉 ‘폰’이 거슬렸다. 지금은 폰이라고 하면 당연히 휴대용 전화기로 다들 알아듣지만 당시로써는 전화기(telephone)이라는 말만 사용되었다. 


폰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몇 날 며칠을 연구했다. 실마리를 국어 시간에 들은 ‘활음조 현상(euphony)에서 얻었다. 활음조란 발음할 때 듣기 좋고 편한 음이며 두 단어가 연속될 때 말하기 편하게 발음이 변화하는 현상이라고 배웠다. 한마디로 ‘좋은 소리’라는 뜻인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포니’ 소리라는 의미이며 ‘폰과 친척 정도 되는 말이라는 것이라고 추정을 하였다.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본 그 테이프는 ‘성교를 할 때 발생하는 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십번을 지나다녔지만 차마 용기를 못 냈는데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서문시장 근처 인적이 한적한 골목길을 지나는데 또 다른 테이프 노점상이 그 물건을 팔고 있었다. 


거스름돈을 받을 생각도 없이 돈을 던지고 수개월 동안 노리던 그 물건을 쥐어 들고 자취방으로 달렸다. 그때의 감격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방문을 잠그고 떨리는 손으로 섹스폰(표준어는 색소폰이란다) 테이프를 넣은 다음 재생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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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3-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색소폰 음악은 오래오래 각인되셨겠습니다^^. ㅎㅎㅎ

박균호 2017-03-06 13: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제가 기다리는 내용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서 고상한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던데요.

나비종 2017-03-12 0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글 중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극적인 긴장감이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군요. 특히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매력적이고 유쾌한 단편 소설의 느낌을 주는 글입니다.^^

박균호 2017-03-12 10:53   좋아요 0 | URL
아...최고의 칭찬 감사해요.

박균호 2017-03-12 10:53   좋아요 0 | URL
아...최고의 칭찬 감사해요.
 

운전 중인데 메신저 알림음이 들린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라 정차를 하고 메시지를 읽었다. 사촌지간이지만 한 때 한방에서 같이 산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녀석이 보냈다. 내가 쓴 책 제목 아래에 ‘재고 없음’이란 문구가 보이는 전표를 찍은 사진이 보인다. 녀석은 제수씨가 도서관 직원 인대도 책을 읽지 않고, 심지어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이 쓴 저서도 읽지 않는다. 


친족 중에서 유일하게 SNS 친구 사이로 지내는 제 누나에게 내 출간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지나가다가’ 들린 서점이 하필이면 책을 낸 출판사와 거래를 하지 않는 곳이다. 이 녀석이 ‘일삼아.’ 다른 서점을 찾을 리가 없다. 다시 찾지 않을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지는 않는다. 내 책을 사지 않는 녀석과 길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망설이다가 뭔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 책이 요새 너무 잘 팔려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나친 과장은 본연의 진실마저 퇴색시킨다. ‘도매상의 부도와 관련된 책의 유통 변화로 인한 ‘재고 없음 ‘의 이유’를 잠깐 설명했더니 명색이 법을 전공했다는 놈이 ‘책 낸 지가 얼마나 됐다고 출판사가 망하면 어떡해?’란다. 책을 낸 출판사가 망한 줄 안다. 


버럭 화가 났지만, 그 녀석을 붙잡고 기본 영어를 가르쳤던 시절을 떠올리며 설명을 다시 해주었다. 출판사가 망한 것이 아님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어졌다. 


‘너희들의 코 묻은 돈으로 책을 팔고 싶지 않다’ ‘작가의 ‘가오’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내 책을 사지 마라’ 나의 호통에 ‘감탄’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내 책을 살 놈이 아닌데 체면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화제를 돌려 녀석이 나에게는 작은아버지 되시는 자신 부친의 기일에 참석하겠냐고 묻는다. 이미 알고 있지만 굳이 날짜를 다시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인 다음 그날 ‘외부 일정’이 없으니 참석하겠다고 일러두었다. 


다시 한번 ‘작가’의 ‘가오’에 경의를 표한 녀석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형이 이번에 낸 책은 누나가 사서 보내줘서 가지고 있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돌리려고 몇 권 사려고 했어”란다. 통화종료를 누르려던 손가락을 급하게 멈추는데 성공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아 그랬니, 네가 꼭 사겠다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라” “거긴 재고가 있어.” 이 두 마디를 ‘귀찮다는 듯이, 지나가는 말인 듯 내 뱉었고 ‘어, 알겠어. 형’이라는 대답을 듣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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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0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의 시시콜콜한 면모가 오늘도 돋보입니다. 전 책 샀어예^^;

박균호 2017-03-04 09:23   좋아요 1 | URL
ㅋㅋㅋ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17-03-0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4 14:11   좋아요 1 | URL
아 네 무례 전혀 아닙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ㅎ솔직히 재가 택배 보내고 이런것을 편하게 할 수 없는 입장아 아닙니다 눤가를 우편물로 주고 받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냥 챡 어짜피 받은 겻이니 주위분께 선물 하시면 되고요 작가입장애서는 따뜻한 서평 남겨주시는게 최고의 보답 아닐까요 ㅎㅎ 다 잊으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17-03-04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이라 오타가 ㅠ 미안요

나비종 2017-03-06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당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밀에서 당으로 방향을 트는 타이밍이죠ㅎㅎ 박균호님의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적절한 지점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요새 너무 잘 팔려서‘가 ‘재고 없음‘의 이유가 되기를 바라게 되네요~^^*

박균호 2017-03-06 08:51   좋아요 1 | URL
네 맞는 말씀이에요...ㅎㅎㅎ 좋은 한 주 되세요.
 

<수집의 즐거움>을 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역 도서관에서 ‘저자 대담’을 하고 싶단다. 

실은 그 지역이 내 고향이다. 내가 아무리 4권을 말아먹고 5권째 책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지만 촌 동네 도서관에서 섭외가 왔다고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도서관 담당자와 그 일에 대해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티브이를 시청하는 자세를 고수하는 쪽이 더 좋겠다 싶었다. 


전국의 대출중개업자가 다 아는 번호가 뭔 대수냐 싶어서 일단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일렀다. 10초 후에 전화벨이 울렸다. 벽에 기댄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화를 받았다. 도서관에서 저자 대담을 한다는데 뭘 어떻게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시간을 낼 수 있겠냐는 담당자의 말에 ‘글쎄요, 제가 학교에 근무해서 시간을 내기가 좀 힘드네요.’ 대답했다. ‘저녁에야 시간이 되는데요’라고 한마디 더 했다. 계속 책을 말아먹다 보니 ‘내가 이러려고 저자를 했느냐는 자괴감’에 종일 시달리다 보니 만사가 귀찮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절필 선언’을 할까 “페북질을 접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 하루였다.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 담당자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한 다음 30분간 질의응답을 해주면 강의료만 50만 원 줄 것이며 파워포인트로 원고를 작성하면 더 높은 원고료를 별도로 지급하겠다고. 저자 사인회를 하며 내 책도 사주시겠단다. 


이불을 걷어치우고 부동자세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강연이 언제냐고 물었는데 6월이라고 하길래 ‘좀 더 빨리할 수 없느냐’고 건의를 드렸다. 방금 전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하다고 말한 것은 3월에 라디오 출연이 3개나 예정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고 4월부터는 연가를 내서 가면 되니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시건방지게 응대를 한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죄하였다. 


저자 서명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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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3-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독서만담>이 성공하다 보니 그동안 조용히 있던
작가님의 다른 책도 덩달아 힘을 얻나 봅니다.

제가 책을 내보니까 우리나라 사람 안 그래도 책 안 읽는데
그걸 더 뼈저리게 느끼겠더라구요.
이래가지고 출판사 밥 먹고 살겠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저의 책을 내 준 출판사 사장님이 그러더군요.
책 한 두 권 낸 걸 가지고 돈 벌 생각이었다면 아예 시작도
안 한다고 적어도 50종인가? 그 정도는 확보해야
그때야 비로소 출판사로 알려지기 시작한다고.
처음엔 원고료 작다고 섭섭해 했는데 작업하는 과정 보니까
내가 참 배부른 소리했구나. 회개하게 되더군요.ㅋㅋ

암튼 부럽습니다. 와, 강연료가 그렇게 되는군요.^^

2017-03-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3 14:34   좋아요 1 | URL
아...ㅋㅋㅋ 그거 제가 누구한테 줄려고 예스24에서 주문한 건데 직전 주문이 스텔라님 주소가 입력되어 있어서 그걸 미처 못보고 주문을 해서 그랬어요...ㅋㅋ 운명이시려니 생각하시고 즐겁게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서평은 짧게라도 빨리 올려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냥 쉬운 구어체로 써주시면 됩니당.

2017-03-03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3-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의 생활이 저와 거의 흡사합니다ㅎ
맞벌이에 직업도 비슷하고, 외동딸 하나 있는 거랑, 냉전양상,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니 가끔 거짓말하고 책 읽으러 가야되고, ㅠ, 집안일은 도우지만 그 역할은 미미하고, ㅎ

제 꿈이 딸이랑 같이 책 읽으러가고 책 얘기하는건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요??

2017-03-0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3 15:19   좋아요 0 | URL
에궁...요새 정신이 없네요. 다른 분의 댓글에 대한 댓글과 북프리쿠키님의 댓글에 대한 댓글의 내용이 짬뽕이 되어서...ㅠ 그 부분은 북프리쿠키님과 연관이 없으니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

cyrus 2017-03-03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대구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이 박균호 님을 강연자로 모셨으면 좋겠어요. ^^

박균호 2017-03-03 15: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7-03-03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 함 오세요ㅎ
연습하신 서명 ~ 싸인좀 받게요^^;

2017-03-0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겠습니다 ㅎ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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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저자 이미경은 20년 동안 구멍가게를 찾아 전국을 누볐다.

한 사람의 20년간의 작업을 이만 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책'이라는 물건이 주는 축복이다. 전통사회에서 소외된 내시, 기생, 상여꾼, 땅꾼 등을 직접 취재한 기록의 소산인 〈숨어 사는 외톨박이〉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를 기록했기 때문에 '내 인생의 책'이라고 여기는데 같은 이유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소중히 소장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사진의 '작품성'보다는 '기록'으로서의 기능을 중요하게 여긴다. 책의 경우도 문장과 스토리의 뛰어남과 즐거움보다는 '기록'의 기능을 가진 책을 소중히 여긴다. 구멍가게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며 십 년쯤 뒤에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수록된 그림으로 만나게 되겠지.

나로서는 구멍가게보다는 '점빵(점방이라는 표준말을 쓰기 싫다)'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구멍가게라는 말은 어른이 되고 대학교육을 받고, 도시 생활을 하면서 쓰게 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코흘리개 시절 내가 살던 시골 마을은 살 만한 곳이었다. 버스마저 들어오지 않는 산골 마을이었지만 점빵과 이발소, 심지어 '고약'을 직접 만들어 파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이미 40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우리 마을 점빵 주인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동전만 생기면 점빵으로 달려갔고 20원으로 '라면땅'과 '자야'를 사 먹었다. 5원짜리 동전을 들고 점빵을 찾았을 때 양 볼이 복스러웠던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5원을 들고 여기까지 왔냐?'라며 웃음을 짓던 모습이 나이 오십이 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 이마와 코는 48번을 꿰맨 흉터가 있다. 작은아버지 말씀으로는 코의 덮개가 '열릴' 정도였다니 큰 상처다. 집 앞에서 친구들에게 '나, 점빵 간다'라고 자랑하면서 내달리다가 도랑에 떨어져서 생긴 것이다. 아버지는 피범벅이 된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십 리 길을 내달렸다. 병원에 갈 것을 직감한 나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면서 '병원에 가기 싫어요'라는 말 대신에 '장석이(친구)네 집에 놀러 갈 거야'라고 절규를 했다.

나를 얻었을 때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는 아버지는 그때 심정이 어떠하셨을까? 얼마나 다급했고 걱정이 되셨을까? 면 소재지의 병원에서 나는 수술을 받았다. 이미 연로한 의사 할아버지는 노련함과 투혼을 발휘하셔서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아야 겨우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내 이마와 코를 훌륭히 복원하셨다.

외모가 중요한 미덕인 사회에서 하이라이트인 얼굴 정면에 지울 수 없는 큰 흉터를 안겨준 것이 점빵인 셈이다. 부모가 자식이 미운짓을 기억하지 않듯이 나는 점빵을 추억으로만 간직한다.

어쩌면 점빵이 있던 시절이 차라리 살만한 시절이었다. '의료체계는 지금보다 못하지만 적당한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시골 마을도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마을 단위로 군 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일요일 아침이면 동네의 어린이들이 모여서 마을 청소를 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사람이 살았던' 동네의 흔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유산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수록된 그림이 하도 아름다워서 출판사가 표지그림을 뭐로 선택할지가 고통이었겠다. 아름다운 시절을 노래한 소중한 책이다. 40년 전 점빵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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