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큰 착각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주변 사람들도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선물을 좋아하는데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일단 책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싫어하는 순위를 매긴다면 ‘클래식 음반’ 다음의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넥타이를 백 만 개쯤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게 넥타이 보다는 좋은 선물이다. 사람들은 다음의 세 경우에만 책 선물을 좋아한다. 첫째 로버트 사부다( Robert Sabuda)의 팝업 북을 선물하는 경우, 둘째는 자녀를 위한 참고서를 사야하는데 비싸서 망설이고 있는 학부모에게 참고서(이 경우 그 학생의 교과서와 같은 출판사의 참고서를 골라야 한다)를 선물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서재를 방문한 책을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에게 서재의 책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서 가져가라는 경우다. 그러나 마지막의 경우는 책수집가로서는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다. 진정한 책 수집가라면 세 번째 경우를 만 들일이 없다. 서재를 개방하고, 마음대로 책을 가져가라는 행위는 책수집가가 하는 일이 아니고 책을 싫어하는 책 수집가의 가족이 하는 일이다. 타의로는 가능한 경우이겠으나 자의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독서가나 책 수집가가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도서 목록을 자랑하는 일이다. 자신의 자랑거리를 감추고 겸손해 하는 미덕은 책수집가들이 특히 유념해야할 덕목이다. 그럼 독서가가 책 선물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할 테니 유념하기 바란다.


첫째 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책이란 물건은 당연히 환영할 이유가 없는 물건이고, 운이 좋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한 경우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책을 좋아할수록 책에 대한 취향이 매우 확실하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구름의 모양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취향을 추측해서 입맛에 맞는 책을 선물하기는 어렵다. 

둘째 책을 선물했는데 이미 그 사람이 읽은 책일 가능성도 많다. 이 경우 선물 받은 사람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선물한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이미 읽었고 심지어 내 책장에 있는 책이다라는 말을 할 만큼 솔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한 유명인사는 <칼의 노래>를 무려 5권 가지고 있단다. 물론 모두 선물 받은 책이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니 그 만큼 그 책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셋째 책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큰 부담을 준다. 독서라는 행위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취미인데 선물 받은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의무감을 생긴다. 졸지에 선물이 아닌 숙제를 준 격이 된다.  왜냐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주책이기도 한데 책을 선물하면 자기가 느낀 감동을 공감하고 싶어서 반드시 그 책을 읽은 소감을 묻는 버릇을 참지 못한다. 책 선물을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읽자니 손이 안가고, 안 읽자니 책 선물 한 사람이 당장이라도 전화로 “그 책 읽었냐? 어때?”라고 확인할까봐 초초하다. 

넷째 책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책이라면 그 사람에게 남에게 말 못할 자괴감을 준다. 책을 선물한 사람은 자신이 그 정도 책은 충분히 읽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선물했는데 자신은 그 책을 어렵게 생각하면 자신의 유식하지 못함을 자책한다. 

다섯째 책 선물을 받으면 ‘너 책 좀 보고 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 같은 느낌을 준다. 주는 사람의 의도를 좋게 받아드리면 다행인데 간혹 책 선물을 받는 사람이 ‘내가 그렇게 책을 안 읽고, 무식해 보이나? 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봤다. 사람에 따라서 책 선물은 위험한데 선물을 받는 사람을 ’책 좀 읽고 공부해야 하는‘ 지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오해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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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엄청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책 선물을 합니다. 그래도 책 선물을 싫어할까봐 일단 먼저 선물로 책을 줄 거라고 먼저 얘기를 합니다. 책 선물을 거부하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만약에 책 선물을 받는다면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꼭 물어봅니다. ^^

박균호 2015-06-2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 세심함이 필요하지요. 책 선물할 때는요.
 

서재꾸미기 개론

서재는 사색과 휴식의 장소다. 잘 계획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규칙이 필요하다. 계획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책만 잔뜩 쌓아놓으면 ‘책 창고’이지 ‘서재’가 아니다. 정원을 관리하듯이 서재도 물을 뿌리고, 불필요한 가지는 잘라내고, 거름을 줘야 한다. 서재를 방문한 사람이 “이 책을 다 읽어셨어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 미국의 성직자 ‘토머스 웬트워스 허기슨’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도구 상자에 있는 도구들을 다 쓰시오?“ 서재는 말하자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필요한 도구들이 담겨 있는 도구상자다. 도구상자는 항상 정돈을 하고 점검을 하며 필요한 도구는 보강을 하고, 사용빈도가 현격이 낮은 도구는 추려 내야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할 때 효율적으로 도구를 이용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다. 


장서의 수가 많더라도 항상 자신이 필요한 책은 금방 찾아야 서재이지 자신의 서재에 있는 책인줄도 모르고 새 책을 새로 산다면 그 사람의 서재는 서재가 아니고 그냥 ‘창고’에 지나지 않는다. 급기야 필요한 물건들이 보관된 창고가 아닌 재활용품이나 고물이 방치되어 있는 창고다. 소수의 소장용 책을 제외하면 다시 읽어볼 일이 없는 책을 서재에 둘 이유가 없다. 그래서 서재에는 ‘활동중인(active)한 책들만 자리 잡아야 한다. 


서재를 꾸밀 때는 항상 자신만의 장서의 수를 정해야 한다. 서재의 라인업을 200권으로 설정하기도 하고 장차 1000권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기도 한다. 라인업의 수가 200권이든 1000권이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 기존의 한 멤버는 퇴출되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멤버를 영입할 때(새 책을 살 때)는 심사숙소를 해야 한다. 자신의 서재의 회원수(책 권 수)를 확실히 정하는 일은 자신의 독서의 질을 향상시키고 책을 보는 안목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책을 보는 안목은 정보와 출판이 차고 넘치는 요즘에 특히 중요한 덕목이다. 과거 작은 배를 만들 때 두 가지 방법을 썼다. 작은 나무 조각을 모아서 골조를 세워 만드는 카약과 통나무를 파내고 파내서 카누만 남기는 방법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여도 우리는 정보도 부족하고 책이 귀한 시대인터라 어찌됐든 주위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고 읽어서 자신의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지식인으로서의 기틀을 세워나갔다. 말하자면 카약형 독서가였는데 최근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보도 넘치고 출판물도 홍수를 이룬다. 이제는 우리를 포위하는 주위의 책들을 엄선하고 솎아내며 파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만 남겨야 하는 카누형 독서가가 될 운명이다. 카누형 독서가는 책을 모으는 일에 골몰하기보다는 책을 추려내고 파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책을 추려내고 파내는 일에 주력해야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자신의 서재의 장서의 수를 제한하고 추려나가는 행위는 곧 자신의 책을 보는 안목이 그 만큼 자랐다는 반증이고 독서가로서 또는 정보를 필터링해야 하는 현대 교양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었다고 본다. 


서재로 쓸 공간을 고려해서 장서의 수를 정하고 나면 서재가 자신의 사색과 지적인 활동 심지어 좋은 휴식처로 사용하기 위한 ‘도구 상자’로 만들어야 한다. 서재를 꾸밀 때 가장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은 책장이다. 서재가 ‘도구 상자’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 디자인 보다는 튼튼함이 책장의 가장 큰 미덕이다. 가능한 가장 두껍고 가장 튼튼한 소재로 책장을 마련해야 한다. 합판소재의 책장은 두껍더라도 책을 많이 꼽으면 휘게 된다. 그래서 몇 년을 주기로 반대 방향으로 합판을 뒤집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아이템은 물론 책상이다. 책상이나 의자 그리고 소파가 너무 안락하고 편안하면 졸음이 몰려오기 쉬우니 의자나 소파는 다소 딱딱한 소재가 좋다. 그리고 바퀴가 달려있지 않아서 한번 앉으면 좀 더 오래않게 되는 의자가 좋다. 바퀴가 달린 의자는 아무래도 자세가 흩트려지기 쉽다. 의자와 소파의 소재에 관해서는 다소 선택이 필요하다. 학문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전투형’ 독자들은 딱딱해서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소재가 좋겠고, 책을 읽으면서 잠이 들어도 상관없는 ‘레저형’ 독자들은 푹신하고 안락한 소파가 좋겠다. 

서재의 관리도 중요한데 책의 가장 큰 적은 습기와 직사광선이다. 책장의 여러 곳에 습기제거제를 두어야 하며 서재는 가능하면 직사광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좋다. 직사광선은 책을 변색되게 하고 상하게 한다. 직사광선만 잘 피해주면 책 관리의 반 이상은 해냈다고 보면 된다.


서재 장식품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재는 자기의 신체의 일부다. 뉴스에 등장하는 많은 유명인사가 왜 거의 모두 자신의 책장이나 서재를 배경으로 인터뷰하는지 생각해보라. 서재와 책장이야 말로 자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자신이 정말 열렬한 독서가인지 아닌지 판가름해보자. 만약 자신의 책장이나 서재를 배경으로 인터뷰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보다는 뒤에 있는 서재와 책장을 더 유심히 보는 사람은 분명 열혈 독서가라고 자부해도 좋다.


서재에 자기가 좋아하는 소품으로 장식하면 더욱 더 자주 서재를 애용하게 되리다. 서재 장식품은 무조건 비싸고 예쁜 아이템을 찾을 일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이 담겨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피규어를 가장 많이 두고 있다. 스포츠, 뮤지션, 영화캐릭터등 다양한 종류의 피규어는 서재 장식품으로 좋다. 크기도 서재 책꽂이에 두기에 적당한 크기가 많아서 금상첨화인데 의외로 비싼 가격이 흠이다. 스포츠 피규어의 경우 미국의 맥팔레인(McFarlane)과 덴버리민트(Danburymint)가 유명한데 맥팔레인은 가격이 좀 더 저렴하지만 소재가 플라스틱이고, 덴버리민트는 클레이소재에 받침대가 목재라서 고급스럽고 서재와 잘 어울리지만 비싼 가격이 흠이다. 


피규어 이외에 서재에 두면 좋은 아이템은 지구본, 접시 시계, 부메랑, 우드로 된 테니스 라켓, 액자 사진이나 그림, 음반, 작은 화분 등이 좋다. 기왕에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구하기만 한다면 유명작가의 두상도 매우 좋다. 나는 ‘도스또예프스끼’를 좋아해서 그 양반의 피규어 2종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에 관련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새끼손가락 길이의 작은 피규어인데 머리와 몸체가 분리가 된다. 근데 머리를 들면 머리가 차지하고 있던 빈 공간 안에 ‘도끼’또는 ‘큰 식칼’모양의 물체가 발견된다. ‘도스또예프스끼’를 국내 일부 독자들이 ‘도끼’라는 애칭으로 부르지 않는가? 외국회사가 이 사실을 알고 국내 독자를 위해서 ‘도스또예프스끼’ 피규어 안에 ‘도끼’를 깜짝 선물로 넣어 둘리는 없을 텐데 이 도끼 또는 식칼의 정체가 아직까지 궁금하다. 

장식품이라고 하기 에는 무리가 있는데 수납용 상자도 서재에 꼭 필요하다. 책장에 전원어댑터, 동전 등의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으면 책을 사용하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이런 잡동사니를 수납할 상자는 꼭 필요하다.


책의 배치

 책을 크기와 모양 별로 같이 둘 필요는 없다. 통일성과 나름 일목요연한 느낌은 주지만 책은 역시 들쑥날쑥하게 꽂혀 있어야 지겹지 않고 더 운치가 난다. 어찌됐든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금방 찾기만 한다면 다소 불규칙한 배치가 더 낫다.


 다소 아깝더라도 책꽂이의 군데군데에 빈칸을 두자. 빈칸을 몇 칸 둠으로서 서재가 한결 넓어 보이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서재가 여유 있고 편안해야 서재의 주인이 서재를 방문할 때 더욱 편안하고 위안을 느끼지 않겠는가? 독서가에게 있어서 서재는 독서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빈칸은 책장으로 하여금 과도한 무게로부터 쉴 여유를 주며 아예 빈칸으로 비워두기가 아깝다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소품을 배치시켜라. 그러면 그 소품이 그 서재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이 된다. 


하드커버와 소프트커버는 그 꼽는 방법과 위치가 달라야 한다. 하드커버는 일반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책장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 책장의 아랫부분에 두어야 한다. 하드커버는 세로로 세워두면 내지가 밑으로 떨어진다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책은 원래 세로로 세워두게끔 만들었고 하드커버를 세로로 세워두었다고 내지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아직 못 봤다. 그러나 서재의 전체적인 안정감과 책의 꼽는 방법을 다르게 함으로서 질리지 않고 서재에 오래 머무르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하드커버는 눕혀서 보관해보자. 


서재라는 도구상자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분류카드를 만들어 보자.

물론 자신의 서재니 웬만한 사람들은 모든 책의 위치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한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각 장르별로 구역을 정해둠으로서 필요한 경우 재빠르게 각 책들을 호출하게 된다. 마음속으로 구역을 정하기보다는 눈에 보이게 분류카드를 각 책장에 붙여둔다면 서재에 있는 모든 책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마음껏 사용하고 자기 서재에 어떤 새 식구를 들여야 하고 내보내할지를 항상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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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책탐이 심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글입니다. 일단 집에 있는 책이 몇 권인지 세봐야겠습니다.

박균호 2015-06-2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 한번 구경시켜주세요...ㅎ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가장 큰 적은 영어공부가 매우 중요한 의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영어를 실생활의 필요에 의해서 하지 않고 오로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상황 때문에 영어공부는 재미가 없다. 이런 상황은 누구의 잘못은 아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는 한 학생이 미친 듯이 중얼거리면서 연습장에 뭔가를 필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궁금증을 못 참고 다가가서 지켜보니 놀랍게도 그의 연습장에 꼼꼼히 가득 적힌 내용은 영어단어들이었다. 더 자세히 보니 그 단어는 녀석이 좋아하는 컴퓨터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각종 영어로 된 용어였다.

 

최고의 영어 교사는 현실적 필요에 의한 동기부여다. 그것이 어렵다면 굳이 교과서와 참고서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고 다른 재미있는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딱딱하고 지루한 영어교과서나 참고서에만 매달리지 말고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외국도서를 발견하고,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원어로 감상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면 좋은 영어공부방법이다. 흔히 영어로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추천받기보다는 이런 방법이 좋다. 본인이 읽은 책 중에서 재미있게 읽었거나 감동적이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런 책의 원서를 구해서 읽는 방법이 그것이다. 원서로 읽는다면 번역본에서 느끼지 못하는 원문이 주는 다른 감동이 있고 또 영어공부도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또는 이런 방법도 좋다. 자기가 본 영화중에서 굉장히 감명 깊고 즐겁게 본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의 원서를 찾아서 보는 방법이다. 많은 영화들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니 영화의 원작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최근개봉중인 위대한 개츠비만 해도 그렇다. 국내에서 번역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기왕이면 영어공부도 할 겸 원서로 읽는다면 좋겠다. 또 자기의 취미와 연관된 원서를 읽는 방법도 좋다. 영어는 배경지식이 있으면 자기의 영어실력에 비해서 훨씬 쉽게 읽게 된다.

원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독서를 하기 위해서 읽는 마인다가 필요하다. 그래서 재미와 흥미를 최우선 기준으로 해서 원서를 선택해야한다. 그래서 원서를 고를 때 처음단계에서는 자신의 취미, 흥미와 너무 잘 맞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 자신의 취미와 잘 맞는 원서를 수준이 조금 높아도 아무래도 완독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어쩌면 웬만한 영화보다도 더 몰입을 가지고 읽게 된다.

The baseball codes.pantheon.2010

야구는 규칙이 매우 복잡한 운동이다. 수십 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를 밥벌이로 삼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 심지어는 가끔 야구 심판마저 야구 규칙을 헛갈려 한다. 더구나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각각 독특하게 설계된 구장 덕택에 그라운드 룰이라고 해서 해당 야구장에서만 적용된다. 야구에는 이런 성문화된 규칙뿐만 아니라 불문율이라고 해서 명문화되고 정식 규칙은 아니지만 선수들 간에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칙 아닌 규칙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불문율을 어길 겨우 물론 투수가 일부러 상대 타자를 맞추는 보복이 따르고 또 그런 식으로 보복을 당한 팀은 반드시 보복을 해야 하는 불문율을 지켜야 한다. 몇 가지 불문율을 살펴보자.

0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는 팀은 도루를 삼가라.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고 경기 종반인데 굳이 상대편을 자극하는 도루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근데 야구가 참 어렵다는 게 대체 큰 점수 차이가 얼마를 말하는지 애매하다. 급기야 큰 점수 차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생기는 난투극도 실제로 2013년 우리나라 프로리그에서 발생했다.

 

0 홈런을 치고 나서 요란한 세러머니를 하지 마라.

게임을 끝내는 안타는 예외지만 홈런을 치고 나서 요란한 세러머니를 하거나 심지어 타구를 감상하면서 한 참을 타석에 머무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0 벤치클리어링이 생기면 무조건 열외해서는 안 된다.

팀 간에 다툼이 생겨서 그라운드에 운집해서 싸우는 벤치 클리어링이 생기면 모두 나와서 싸와야지 여기에 참석하지 않는 선수는 구단에 따라서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벤치 클리어를 할 때도 불문율이 있어서 손만을 사용해야지 발은 사용하지 않는다.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 상대선수와 다툼이 생겨서 이단 옆차기를 날린 적이 있는데 싸움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손이 아닌 발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0투수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는다.

가령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진행중일때는 말을 거는 일은 고사하고 근처에 앉지도 않는다. 투수의 집중력을 흩트리기 때문이다.

0투수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을 때는 상대편 팀은 번트를 대지 않는다.

번트가 비겁한 작전은 아니지만 대기록을 수립해나가는 투수에게 느닷없는 번트는 매너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0스트라이크나 볼 판정에 대해서는 절대로 항의하지 마라.

야구에서 판전번복은 여간해서 없지만 특히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절대로 없다. 또한 심판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 책 The baseball codes는 위에서 언급된 불문율뿐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난 다양한 야구의 불문율에 대해 들려준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만한 책이다. 어휘의 수준도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배경지식이 깔려있는 야구팬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는다. 야구의 불문율을 나열해가면 설명한 사전식 책이 아니고 마치 다큐처럼 실감나게 그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글로 재현했다고 보면 된다.

 

Tennis 2000.Vic Braden.1998

테니스 마니아지만 한 때 운동신경이 너무 없어서 발전이 더디다고 자책하던 필자에게 고개를 숙여서 수돗물을 받아먹을 정도의 운동신경이면 충분하다라고 큰 용기를 준책이다. 테니스는 비록 학교나 아파트에서 주차장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년층 이상의 운동으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동호인을 가지고 있는 생활스포츠다. 모든 운동이 다 그러하겠지만 테니스는 멘탈이 강하게 작용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동호인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훈련에 있어서도 멘탈보다는 기술위주의 압박이 강한 훈련법이 주로 이루어진다. 국내에 나와 있는 테니스 관련 서적은 단순한 기술이나 작전위주의 기능만을 위한 책만 있지 그렇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든지 게임 중의 멘탈을 키위기 위한 자상한 설명이 있는 책은 별로 없다. 이 책은 테니스 기능을 위한 책이 아니고 테니스를 잘 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를 익히는 책이라고 해야 맞다. 테니스에 관한 고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Photography.Babara London. Pearson Prentice Hall.2007

우리나라만큼 DSLR이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된 나라도 드물다. 한국에서 등산복 브랜드 Northface가 많이 팔리는 이유가 엄청나게 높은 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 회사의 본사가 생각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일본에 있는 캐논과 니콘 본사에서는 아마도 한국에는 기자나 사진작가가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용 최고급 카메라와 렌즈가 많이 팔린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 만큼 사진에 대한 열정이 많다는 뜻인데 이런 아마추어 사진가의 열의에 걸맞지 않게 사진교육이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주로 사진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진에 관한 팁이나 지식을 얻어간다. 그런데 사진기술이나 카메라를 다루는 질문을 했다가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카메라 매뉴얼을 3번 정독하고 오시오라는 핀잔을 심심찮게 듣는다. 과연 맞는 말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를 구입하고선 정작 그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이 담겨 있는 매뉴얼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면 사진 공부를 할 성의가 없다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이 책은 한번이라도 매뉴얼을 3번 정독하고 다시 오시오라는 꾸지람을 들어본 적이 있는 아마추어 사진가를 위한 책이다. 말이야 쉽지 의외로 카메라 매뉴얼을 읽어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카메라 매뉴얼을 이해하는데도 최소한의 카메라의 기본 원리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되며, 빛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의 카메라 사용 개론을 익히게 된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사진을 찍기 전에 카메라라는 물건에 대해 공부하는 책이다. 조금은 딱딱하지만 사진을 좋아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정독이 가능하다. 또 풍부한 사진자료는 원서를 읽은 두려움을 상당부분 덜어준다.

 

The ball is round : A global history of soccer.David Goldblatt.Riverhead Trade.2008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단순한 축구에 관한 역사책이라고 보면 오해다. 물론 축구의 발생에서부터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지구의 가장 큰 이벤트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가 망라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은 축구의 역사뿐만 아니라 선수, 감독, , 구단주, 클럽팀, 국가대표팀등의 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풍부하다.

축구라는 렌즈로 바라본 인간세계의 정치 및 경제의 역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읽어봄 직한 책이다.

 

Fever Pitch. Nick Hornby.Riverhead Trade. 1998

최근 EPL(영국프리미어 축구 리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이 생길 정도로 축구의 인기는 상승일로에 있다. 월드컵이나 한일전에만 열광하던 한국의 축구팬들이 해외 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의 저변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는데 긍정적인 여가생활이라고 본다면 매우 바람직하다. 세계적인 유명작가 닉 혼비가 쓴 이 책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믿지기 않을 만큼 낯선 형식을 가지고 있다. 외형상 포맷은 분명히 영국축구리그에 대한 게임 후기를 모음집이다. 그러나 첫 번째 게임 후기만 살펴봐도 이 책의 범상함을 잘 느낀다. 1968914일 이제 막 이혼을 한 아버지가 11살짜리 아들인 닉 혼비를 데리고 생애처음으로 축구관전을 하러 간다. 그 경기는 아스날 대 스토크 시티의 경기였는데 이 경기를 관전하면서부터 닉 혼비는 그만 축구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 책은 뭐랄까. 닉 혼비의 자서전과 축구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이 결혼하여 낳은 자식이라고 해야 되겠다. 축구경기의 관전기()와 더불어 닉 혼비의 드라마틱한 살아온 이야기가 오버랩 된다. 즉 소년이 중년의 나이가 되기까지의 인생유전과 더불어 아스날 경기의 관전평이나 경기장 안팎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배합이 된 이 책은 영화로 제작되기에 충분한 흥행성과 재미를 보유한다. 더구나 닉 혼비가 누군가? 유머의 아이콘답게 대담한 정직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개인이나 가족사의 속내를 담담하게 털어놓으면서도 특유의 유머는 곳곳에서 발휘되어 독자들을 더욱 감동시킨다. 원서로 읽는 국내 독자들에게 기쁜 소식은 이 책이 아스날의 한 경기 한 경기 관전평으로 구분되어 엮어져 있기 때문에 긴 흐름을 유지하면서 읽어야 만하는 부담감이 없다.

 

 

Holy Bible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지만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의외로 우리말 성경은 읽기에 쉽지는 않다. 물론 쉬운 말 성경이 출간되고 있지만 오히려 영어로 된 성경이 오히려 이해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애초에 어려운 라틴어로 쓰인 성경이 교육수준이 낮은 서민들도 읽도록 최대한 쉽게 써졌기 때문에 영어로 된 성경은 우리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이해가 빠르다.

 

Holes. Louis Sachar. Randomhouse. 2000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 때문에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되어 오로지 구덩이 파는 일만 하게 되는 소년들이 값지고 아름다운 우정을 키워나가는 줄거리다. 마치 복잡한 퍼즐을 맞춰나가는듯한 치밀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잘 조화가 되어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간혹 난해한 단어가 나오지만 사전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독파가 가능한 원서이며 2003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줄거리를 가진 책을 원서로 먼저 읽고 한글 자막이 없는 영어로 다시 본다면 독서나 영어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Reading for thinking. Laraine.E.Flemming.2011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일종의 영어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서다.

말하자면 원서로 읽는 독서의 준비 단계에 적합한 책에 속하는데 수준이 녹록치 않다.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에 대비하는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이 책을 애용하고 있기도 한데 내용이 알차고 영어독해능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줄려고 노력을 했는데 필자가 시도한 웬만한 방법은 실패를 했었다. 낙담을 한 끝에 이 책과 유형이 비슷한 학습서는 학생들의 반응도 괜찮았고 또 많은 학교에서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영어공부라면 진저리를 치는 아이들이 그 교재로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요청까지 했더랬다. 다양한 주제와 창의적이고 지겹지 않은 문제도 풍부하지만 무엇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지문이 아닌 비판적 글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구성은 이 책을 독해력 향상을 위한 좋은 교재라는 명성을 안겨주고 있다. 원서를 읽기 전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보자.

 

The Givers. Lois Lowry

이 책은 십대를 위한 책이다. 국가에 의한 철저하게 계획되고 통제된 이상사회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주제 자체로만 봐서는 청소년이 읽기에 과연 적합한가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용이 무겁긴 하지만 우리의 미래사회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또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원서로 읽기에 적합한 이유는 아동용 소설이니만큼 어휘가 쉽고, 또 충분한 문학성과 생각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이상한 심각성은 어려운 단어는 잘 알면서 정작 미국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쉬운 단어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의 아동용 책이 우리나라 성인 영어학습자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된다. 게다가 문학성을 갖춘 이 책은 더욱 그렇다.

 

The Moon and Six pence. William Somerset Maugham

원서로 읽을 만 한 좋은 고전을 추천해달라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이 책은 많은 표를 얻지 않을까? 화가 고갱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설의 형식으로 쓴 이 책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섬머셋 모옴의 소설을 쓰는 최고의 모토가 재미이기 때문에 사실 섬머셋 모음의 모든 책은 원서로 읽기에 매우 좋다.

문장이 간결하며 쉬운 어휘가 사용되었고 또 문학성이 높으니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영어로 읽는 고전의 첫 도전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뿐만 아니라 <인간의 굴레에서>는 군 입대 직전 군 생활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전혀 생각할 틈도 없이 이 책을 미친 듯이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당시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었던 대학 기숙사의 침대마저도 기억에 선하다.

 

On the road. Jack Kerouac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는 해외에 휴가를 간 친구가 느닷없는 영감을 받아서 단숨에 써내려간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소설을 읽은 기억을 말하면서 작가는 모름지기 심사숙고를 해서 천천히 써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대한 소설을 쓰는 일은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에 따르지 그 방법에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잭 케루악은 강변이라도 하듯이 <On the road>를 맨 정신도 아닌 마약에 취해서 타이프 용지를 36미터 길이로 이어 붙인 후 타자기에 넣고 구두점이 없이 3주 만에 125천단 어를 단숨에 써내려갔다. 이 책은 대학교를 자퇴한 저자가 친구들과 함께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 여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 문득 대학시절 기숙사의 한방을 사용했던 후배들이 생각난다. 어느 날 저녁 후배 두 명 중 한명이 지나가는 말로 우리 기차타고 서울 가자라고 하더니 일분을 채 넘지 않은 채비를 마치고 곧장 서울로 향했었다. 그들은 고단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새벽녘에야 돌아왔는데 여행은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야 그 참의미가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그 후배들은 비록 케루악처럼 길 위에서가 아닌 철로위에서짧은 여행을 했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일이었으리라.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감금되기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고 비트 제너레이션의 기수였던 케루악의 흔적은 지금도 사회전반에 생생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미국 대학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이 되는 도서이면서, 반납 또한 가장 잘 안 되는 책이라는 묘한 위엄을 자랑한다. 이 책을 저자가 단 숨에 써내려갔듯이 독자들은 이 책을 단숨에 읽어야 한다. 또 단숨에 읽힌다.

 

** 이 글은 저의 저서 <아주 특별한 독서>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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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활용한 책읽기와 글쓰기

흔히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들 한다. 왜 아니겠는가? SNS 때문에 인생의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어두운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의 예를 우린 쉽게 매일 보다시피한다. 굳이 사고를 치지 않더라도 SNS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도 많다. 페이스북도 이런 문제제기를 비켜가지 못한다. 필자도 개인정보의 지나친 유출을 걱정해서 세번이나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 경험이 있다. 


내가 그러니까 세번째 가입을 했을 때 50대의 시인이자 페이스북의 인기남이 내게 해준 충고가 이랬다. '잘 활용하기만 하면 굉장히 좋은 매체예요. 너무 빠지지만 않으면요' 이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너무 빠지지 않으면서 페이스북을 '잘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봤다. 


내가 페이스북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SNS는 일반적으로 책읽기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적인 활동의 반대되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친구에 작가와 출판사관계자가 하나 둘 더해지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책읽기가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서가라면 평소 동경하던 작가와 페친이 되어서 이런저런 책과 주변 이야기를 가끔 주고받는 일이 설레지 않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런 경험이 즐거웠다. 심지어는 책을 창작하면서 겪은 뒷이야기와 배경을 해당 작가에게 직접 듣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 평소 존경하던 작가가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칭찬의 댓글을 남겨주었을 때의 기쁨은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항상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출판관계자와 친구가 페친이 되는 일도 독서가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출판관계자 자체가 문인인 경우가 허다하며 책의 출간과 관련된 흥미롭지만 책에서는 읽지 못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양한 신간의 출간계획과 이벤트를 좀 더 빨리 접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숨을 들이쉬는 행위라면 글을 쓰는 행위는 숨을 내쉬는 행위다. 페이스북은 꽤 훌륭한 글쓰기 연습장이 될 수 있다. 물론 SNS에 긴 글을 남기지 말라는 충고하는 사람도 많지만 트위터처럼 애초에 게시물의 길이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자신만의 호흡으로 긴 글을 남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무리 길어도 글의 내용이 좋으면 독자(페친)들은 주목을 하고 읽는다. 페이스북으로 글쓰기를 하는 또 다른 매력은 글쓰기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하얀 백지에 미지의 독자를 향해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실시간으로 독자가 기다리는 자신의 타임라인에 글을 써나가는 일은 '창작의 고통'이 훨씬 덜하다.


페이스북을 글쓰기 연습장으로 삼음으로써 얻는 가장 큰 이득은 즉각적인 독자의 피드백이다. 하다못해 페친들이 맞춤법을 하나 지적해주어도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의외로 많은 베스트셀러가 사실 페이스북의 연재 글을 책으로 묶은 경우에 해당된다. 베스트셀러도 주목받지도 않았지만 필자가 출간한 가족 간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다룬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도 사실 내용의 대부분이 페이스북에 연재를 했고 많은 페친의 격려와 피드백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책읽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클럽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클럽이 있지만 <페친의 책장 https://www.facebook.com/friendbookshelf>을 추천한다. <페친의 책장>을 추천하는 이유가 되는 독서의 상황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이들을 먼저 말하는 것이 좋겠다. 


서평이나 거창한 소개로 명사들의 책을 소개 받아서 사면 의외로 실패의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책이라는 것도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 때문에 명사가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도 재미나거나 감동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그리고 애서가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나만의 바로미터가 있는데 티비에서 인터뷰할 때 그 사람의 발언이나 인물보다는 배경으로 주로 나오는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은 애서가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 애서가들의 타인의 책장을 훔쳐보는 취미는 영원한 불치병이다. 많은 책 중에서 한두 권을 꺼내들고 추천하는 것은 의례적이고 다소 가식적이기까지 한데 의도치 않게 드러나는 책꽃이의 책들의 면면은 그 사람의 독서의 취향이다. 페이스북 독서클럽 <페친의 책장>은 위의 두가지 독서가들의 애로사항과 호기심을 잘 충족시켜준다.


특별히 어떤 책을 추천하려는 의도가 없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의 책장을 공개한다. 다른 사람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독서가들에게 은밀한 또다른 취미생활이다. 즐겁고 또 즐겁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책장을 많이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책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렇게 해서 장만한 책은 실패의 확률이 의외로 낮다. 많은 사람의 책장을 살펴보면 독서 트랜드도 눈에 들어오고, 자생적인 책 고르기 능력이 갖춰지기 마련이다.


<페친의 책장>은 근거지가 인터넷이지만 오프라인의 독서모임도 매주 가지는데 이게 또 매력이 넘치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조용한 찻집에서 만나 말 그대로 '천천히 자유롭게' 각자의 책을 읽는 모임이다. 정해진 규칙은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말기'가 유일하다. 정해진 책도 없고, 매주 참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게 각자 읽고 싶은 책을 2시간 동안 읽은 후,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다른 회원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간식을 먹고 헤어진다. 독서라는 것도 즐거워야 하는 취미생활인데 너무 엄격하고 엄숙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독서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페친의 책장>의 <느리게 읽기>는 얽매이기 싫어하지만 좀 더 밀도 있는 독서를 즐기기를 원하는 독서가에게 금상첨화 같은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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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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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11년 9월에 출간된 <오래된 새 책>은 나의 첫 책은 아니다. 첫 단독 저서다. 공저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이름이 오른 첫 책은 오마이뉴스에서 나온 <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이다. 간혹 나를 두고 글을 참 잘 쓴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는데 만약 그 칭찬이 아주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오마이뉴스에 올린 260건의 기사로 글쓰기 연습을 한 덕분이다. 나의 세 번째 책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를 내면서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글을 몇 개 넣었는데 당시의 글을 완전히 다시 써야 했으니, 오마이뉴스에 글쓰기를 즐겼던 15년전에 비해 진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오마이뉴스는 나의 훌륭한 글쓰기 연습장이었을뿐만 아니라 나의 첫 단독 저서인 <오래된 새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되어 주었다. 출판사에서 내 글을 보고 책을 내자고 제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애초에 출판사(바이북스)에서 내게 제안한 기획은 ‘위인’에 관한 것이어서 고심 끝에 전공부야가 아니니 못 쓰겠고 다만 내가 책읽기와 헌책수집을 좋아하니 ‘헌책 수집’에 관한 책을 내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고 고맙게도 나의 제의를 수락해주어서 <오래된 새 책>을 내게 된 것이다.


<오래된 새 책>은 희귀본을 사냥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그 책의 소중함을 말하는 책이었다. 희귀본을 자랑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좋은 책’을 소개함으로서 그 책들이 ‘새 책’으로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하면서 쓴 목적이 더 크다. 제법 괜찮은 제목이라고 생각하는 <오래된 새 책>은 사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한 <로쟈>님의 인터넷 서재 속의 게시판이름중의 하나였다. 물론 그 게시판은 절판되었다가 다시 재출간된 책들을 소개하는 코너였으며, 우선 로쟈님께 허락을 구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되어 부탁을 드렸는데 고맙게도 <오래된 새 책>이란 말에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고 ‘재미나다’라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사실 부족한 점이 많아서 늘 남들에게 선뜻 내세우기가 부끄러웠기도 했는데 ‘희귀본의 부활’이라는 대의를 따지고 보면 절반이상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희귀본의 상당수가 독자들의 염원에 따라 재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선물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최근 재출간되었고 일약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일이다. 권정생 선생과 이오덕 선생이 수십년동안 주고받았던 눈물 겨운 사연과 우정이 가득 담긴 이 책을 구하기 위해서 나는 몇 년을 찾아 헤매야 했다. 희귀본을 간신히 구했는데 재출간되는 경우 소장가의 심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극소수의 소장가중의 한명이라는 뿌듯함이 다소 사라지긴 하겠지만 좋아하는 책의 버전을 더 추가한다는 기쁨과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가 좋지 않은가?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구한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구한 판본은 새로 출간된 새 책이 따로 있다고 해서 그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딸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집을 가는 그날 까지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 꼼꼼히 기록한 <윤미네 집>은 장정과 사진을 덧붙여 새로 나왔고 이 역시 사진집으로서는 드물게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이 사진집의 저자인 전몽각 선생은 순전히 아마추어 사진가이며 심지어 삼각대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 땅의 모든 ‘아빠 진사’의 조상쯤 되는 분이다. 놀라운 사진기술도, 예술적인 가치도 미미한 이 사진집이 이토록 오랜 사랑을 받는 것은 순전히 자식에 대한 지극한 아빠의 사랑이 깊게 스며있기 때문이다. 원래 판본이 소프트 커버였는데 포토넷이란 출판사에서 하드커버로 멋지게 재탄생시켰다.


너무나 구하고 싶어서 다른 수집가가 구했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 벌렁거렸던 이윤기 선생의 <하늘의 문>은 원래 3권으로 구성되었는데 두툼한 단 권으로 다시 나왔다. 이 소설을 이윤기 선생이 다시 손을 봐서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결국 개정을 하지 못하고 이윤시 선생은 세상을 떠나셨다. 어쨌든 더 좋은 장정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고 소설가로서의 이윤기의 모든 역량이 동원된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어를 유려하게 가장 잘 쓴다고 소문난 고종석의 <기자들>은 <빠리의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바뀌어서 다시 세상에 나왔다. 고종석 본인이 신문사 재직시절 프랑스 파리로 연수를 간 경험을 살려 쓴 소설인데 당시 유럽의 정치 경제적 상황과 연수생 기자들의 로망스가 고종석의 글 솜씨가 어우러진 멋진 책이다.


내 인생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준 유일한 책이라고 볼 수 있는 영어어휘 학습서<Word Power made easy>의 번역서도 다시 세상에 나왔다. 영어단어가 무의미한 철자의 나열이 아니고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진 ‘작은 세계사’라는 기본 틀에 입각한 책인데 어휘를 설명한 글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철학의 문구처럼 깊고, 유려해서 굳이 영어공부를 하지 않고 해석 판만 읽어도 훌륭한 독서가 되는 놀라운 책이다. 


<오래된 새 책>을 읽고 ‘읽고 싶은데 읽을 수 없는 책’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냐며 질타를 한 분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 노여움을 조금은 풀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오래된 새 책>에는 ‘새 책’이 되기를 기다리는 귀한 책들이 적잖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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