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인데 메신저 알림음이 들린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라 정차를 하고 메시지를 읽었다. 사촌지간이지만 한 때 한방에서 같이 산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녀석이 보냈다. 내가 쓴 책 제목 아래에 ‘재고 없음’이란 문구가 보이는 전표를 찍은 사진이 보인다. 녀석은 제수씨가 도서관 직원 인대도 책을 읽지 않고, 심지어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이 쓴 저서도 읽지 않는다. 


친족 중에서 유일하게 SNS 친구 사이로 지내는 제 누나에게 내 출간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지나가다가’ 들린 서점이 하필이면 책을 낸 출판사와 거래를 하지 않는 곳이다. 이 녀석이 ‘일삼아.’ 다른 서점을 찾을 리가 없다. 다시 찾지 않을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지는 않는다. 내 책을 사지 않는 녀석과 길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망설이다가 뭔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 책이 요새 너무 잘 팔려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나친 과장은 본연의 진실마저 퇴색시킨다. ‘도매상의 부도와 관련된 책의 유통 변화로 인한 ‘재고 없음 ‘의 이유’를 잠깐 설명했더니 명색이 법을 전공했다는 놈이 ‘책 낸 지가 얼마나 됐다고 출판사가 망하면 어떡해?’란다. 책을 낸 출판사가 망한 줄 안다. 


버럭 화가 났지만, 그 녀석을 붙잡고 기본 영어를 가르쳤던 시절을 떠올리며 설명을 다시 해주었다. 출판사가 망한 것이 아님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어졌다. 


‘너희들의 코 묻은 돈으로 책을 팔고 싶지 않다’ ‘작가의 ‘가오’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내 책을 사지 마라’ 나의 호통에 ‘감탄’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내 책을 살 놈이 아닌데 체면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화제를 돌려 녀석이 나에게는 작은아버지 되시는 자신 부친의 기일에 참석하겠냐고 묻는다. 이미 알고 있지만 굳이 날짜를 다시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인 다음 그날 ‘외부 일정’이 없으니 참석하겠다고 일러두었다. 


다시 한번 ‘작가’의 ‘가오’에 경의를 표한 녀석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형이 이번에 낸 책은 누나가 사서 보내줘서 가지고 있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돌리려고 몇 권 사려고 했어”란다. 통화종료를 누르려던 손가락을 급하게 멈추는데 성공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아 그랬니, 네가 꼭 사겠다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라” “거긴 재고가 있어.” 이 두 마디를 ‘귀찮다는 듯이, 지나가는 말인 듯 내 뱉었고 ‘어, 알겠어. 형’이라는 대답을 듣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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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0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의 시시콜콜한 면모가 오늘도 돋보입니다. 전 책 샀어예^^;

박균호 2017-03-04 09:23   좋아요 1 | URL
ㅋㅋㅋ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17-03-0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4 14:11   좋아요 1 | URL
아 네 무례 전혀 아닙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ㅎ솔직히 재가 택배 보내고 이런것을 편하게 할 수 없는 입장아 아닙니다 눤가를 우편물로 주고 받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냥 챡 어짜피 받은 겻이니 주위분께 선물 하시면 되고요 작가입장애서는 따뜻한 서평 남겨주시는게 최고의 보답 아닐까요 ㅎㅎ 다 잊으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17-03-04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이라 오타가 ㅠ 미안요

나비종 2017-03-06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당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밀에서 당으로 방향을 트는 타이밍이죠ㅎㅎ 박균호님의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적절한 지점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요새 너무 잘 팔려서‘가 ‘재고 없음‘의 이유가 되기를 바라게 되네요~^^*

박균호 2017-03-06 08:51   좋아요 1 | URL
네 맞는 말씀이에요...ㅎㅎㅎ 좋은 한 주 되세요.
 

<수집의 즐거움>을 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역 도서관에서 ‘저자 대담’을 하고 싶단다. 

실은 그 지역이 내 고향이다. 내가 아무리 4권을 말아먹고 5권째 책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지만 촌 동네 도서관에서 섭외가 왔다고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도서관 담당자와 그 일에 대해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티브이를 시청하는 자세를 고수하는 쪽이 더 좋겠다 싶었다. 


전국의 대출중개업자가 다 아는 번호가 뭔 대수냐 싶어서 일단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일렀다. 10초 후에 전화벨이 울렸다. 벽에 기댄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화를 받았다. 도서관에서 저자 대담을 한다는데 뭘 어떻게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시간을 낼 수 있겠냐는 담당자의 말에 ‘글쎄요, 제가 학교에 근무해서 시간을 내기가 좀 힘드네요.’ 대답했다. ‘저녁에야 시간이 되는데요’라고 한마디 더 했다. 계속 책을 말아먹다 보니 ‘내가 이러려고 저자를 했느냐는 자괴감’에 종일 시달리다 보니 만사가 귀찮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절필 선언’을 할까 “페북질을 접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 하루였다.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 담당자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한 다음 30분간 질의응답을 해주면 강의료만 50만 원 줄 것이며 파워포인트로 원고를 작성하면 더 높은 원고료를 별도로 지급하겠다고. 저자 사인회를 하며 내 책도 사주시겠단다. 


이불을 걷어치우고 부동자세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강연이 언제냐고 물었는데 6월이라고 하길래 ‘좀 더 빨리할 수 없느냐’고 건의를 드렸다. 방금 전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하다고 말한 것은 3월에 라디오 출연이 3개나 예정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고 4월부터는 연가를 내서 가면 되니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시건방지게 응대를 한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죄하였다. 


저자 서명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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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3-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독서만담>이 성공하다 보니 그동안 조용히 있던
작가님의 다른 책도 덩달아 힘을 얻나 봅니다.

제가 책을 내보니까 우리나라 사람 안 그래도 책 안 읽는데
그걸 더 뼈저리게 느끼겠더라구요.
이래가지고 출판사 밥 먹고 살겠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저의 책을 내 준 출판사 사장님이 그러더군요.
책 한 두 권 낸 걸 가지고 돈 벌 생각이었다면 아예 시작도
안 한다고 적어도 50종인가? 그 정도는 확보해야
그때야 비로소 출판사로 알려지기 시작한다고.
처음엔 원고료 작다고 섭섭해 했는데 작업하는 과정 보니까
내가 참 배부른 소리했구나. 회개하게 되더군요.ㅋㅋ

암튼 부럽습니다. 와, 강연료가 그렇게 되는군요.^^

2017-03-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3 14:34   좋아요 1 | URL
아...ㅋㅋㅋ 그거 제가 누구한테 줄려고 예스24에서 주문한 건데 직전 주문이 스텔라님 주소가 입력되어 있어서 그걸 미처 못보고 주문을 해서 그랬어요...ㅋㅋ 운명이시려니 생각하시고 즐겁게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서평은 짧게라도 빨리 올려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냥 쉬운 구어체로 써주시면 됩니당.

2017-03-03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3-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의 생활이 저와 거의 흡사합니다ㅎ
맞벌이에 직업도 비슷하고, 외동딸 하나 있는 거랑, 냉전양상,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니 가끔 거짓말하고 책 읽으러 가야되고, ㅠ, 집안일은 도우지만 그 역할은 미미하고, ㅎ

제 꿈이 딸이랑 같이 책 읽으러가고 책 얘기하는건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요??

2017-03-0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3 15:19   좋아요 0 | URL
에궁...요새 정신이 없네요. 다른 분의 댓글에 대한 댓글과 북프리쿠키님의 댓글에 대한 댓글의 내용이 짬뽕이 되어서...ㅠ 그 부분은 북프리쿠키님과 연관이 없으니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

cyrus 2017-03-03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대구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이 박균호 님을 강연자로 모셨으면 좋겠어요. ^^

박균호 2017-03-03 15: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7-03-03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 함 오세요ㅎ
연습하신 서명 ~ 싸인좀 받게요^^;

2017-03-0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17-03-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겠습니다 ㅎ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미경의 구멍가게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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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저자 이미경은 20년 동안 구멍가게를 찾아 전국을 누볐다.

한 사람의 20년간의 작업을 이만 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책'이라는 물건이 주는 축복이다. 전통사회에서 소외된 내시, 기생, 상여꾼, 땅꾼 등을 직접 취재한 기록의 소산인 〈숨어 사는 외톨박이〉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를 기록했기 때문에 '내 인생의 책'이라고 여기는데 같은 이유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소중히 소장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사진의 '작품성'보다는 '기록'으로서의 기능을 중요하게 여긴다. 책의 경우도 문장과 스토리의 뛰어남과 즐거움보다는 '기록'의 기능을 가진 책을 소중히 여긴다. 구멍가게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며 십 년쯤 뒤에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수록된 그림으로 만나게 되겠지.

나로서는 구멍가게보다는 '점빵(점방이라는 표준말을 쓰기 싫다)'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구멍가게라는 말은 어른이 되고 대학교육을 받고, 도시 생활을 하면서 쓰게 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코흘리개 시절 내가 살던 시골 마을은 살 만한 곳이었다. 버스마저 들어오지 않는 산골 마을이었지만 점빵과 이발소, 심지어 '고약'을 직접 만들어 파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이미 40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우리 마을 점빵 주인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동전만 생기면 점빵으로 달려갔고 20원으로 '라면땅'과 '자야'를 사 먹었다. 5원짜리 동전을 들고 점빵을 찾았을 때 양 볼이 복스러웠던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5원을 들고 여기까지 왔냐?'라며 웃음을 짓던 모습이 나이 오십이 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 이마와 코는 48번을 꿰맨 흉터가 있다. 작은아버지 말씀으로는 코의 덮개가 '열릴' 정도였다니 큰 상처다. 집 앞에서 친구들에게 '나, 점빵 간다'라고 자랑하면서 내달리다가 도랑에 떨어져서 생긴 것이다. 아버지는 피범벅이 된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십 리 길을 내달렸다. 병원에 갈 것을 직감한 나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면서 '병원에 가기 싫어요'라는 말 대신에 '장석이(친구)네 집에 놀러 갈 거야'라고 절규를 했다.

나를 얻었을 때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는 아버지는 그때 심정이 어떠하셨을까? 얼마나 다급했고 걱정이 되셨을까? 면 소재지의 병원에서 나는 수술을 받았다. 이미 연로한 의사 할아버지는 노련함과 투혼을 발휘하셔서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아야 겨우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내 이마와 코를 훌륭히 복원하셨다.

외모가 중요한 미덕인 사회에서 하이라이트인 얼굴 정면에 지울 수 없는 큰 흉터를 안겨준 것이 점빵인 셈이다. 부모가 자식이 미운짓을 기억하지 않듯이 나는 점빵을 추억으로만 간직한다.

어쩌면 점빵이 있던 시절이 차라리 살만한 시절이었다. '의료체계는 지금보다 못하지만 적당한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시골 마을도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마을 단위로 군 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일요일 아침이면 동네의 어린이들이 모여서 마을 청소를 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사람이 살았던' 동네의 흔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유산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수록된 그림이 하도 아름다워서 출판사가 표지그림을 뭐로 선택할지가 고통이었겠다. 아름다운 시절을 노래한 소중한 책이다. 40년 전 점빵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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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sbs팟캐스트에서 <독서만담>의 일부를 낭독했다. 관련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유사하고 역시 지질한 경험 하나 고백합니다. 10여 년 전 그리스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동료가 부탁을 해왔습니다. 이 동료는 당시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책 수집가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움베르트 에코 마니아였는데 전 세계 각종 언어로 번역된 [장미의 이름]을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어판을 사다 달라는 부탁이었죠. 여러 모로 바쁜 와중에 이 부탁이 생각나 구입은 했는데 책이 굉장히 예쁘고 멋지게 장정돼 있는 겁니다. 다시 서점에 들를 여유는 없어 더 살 수도 없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 책을 못 샀다고 거짓말하고는 그 책을 제가 가졌습니다. 이렇게나마 고백하니 죄책감이 조금 덜어질까요. 풍문으로 다행히 그리스어 판을 구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책장 한 구석에 그 책이 꽂혀 있습니다. 거의 꺼내 본 일이 없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063835&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은 많다. 자신만의 아이템을 정하고 집중하는 수집은 더 재미날 것 같다. 전 세계의 언어로 쓰여진 <장미의 이름>을 수집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수집의 즐거움>을 집필하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너무 좋아해서 다양한 버전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분을 만났다. 



서울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책에 관한 책을 주로 집필하는 윤성근 선생이다. 나의 경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집하는 유형인데 도끼형님(도스토예프스키>에 반해서 그 양반의 전집을 수집했다. 열린책은 총 3가지 버전의 도끼 형님 전집을 차례로 발간했는데 하늘색 버전, 빨갱이 버전, 마지막으로 수집가용 한정판의 순이다.


이 모두를 소장하고 있는 이는 드물지 않을까? <숨어사는 외톨박이>를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매집’을 하기도 했다. 물론 1970년대에 나온 초판과 1990년대에 출간된 재판을 모두 소장한다.



현대 희귀본 수집가의 1세대이자 나의 정신적 지주인 조희봉 선생은 <전작주의자의 꿈>을 통해서 한 작가의 저서를 모조리 읽고 소장하는 ‘전작주의’개념을 설파하셨다. 조희봉 선생은 수백권에 달하는 이윤기 선생의 저작물을 모두 소장한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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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7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 중 ㅡ 을‘ 집필하다 를‘ 을 너무 좋아해서 ㅡ 이부분는 의도인건가요? 궁금하네요! 없어진 단어인건지! ^^

와 ㅡ 랩핑한 책이라니... 이야~ 이게 책에 실렸어야 하는건데!!

박균호 2017-02-27 07:15   좋아요 1 | URL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얼핏 잘 모르겠네요. 기호는 책 제목 말고는 넣지 않았는데 무슨 오류거나 제 오타거나 둘 중의 하나 이겠네요.

박균호 2017-02-27 07:24   좋아요 1 | URL
앗...그리고 랩핑한 것은 출판사에서 한게 아니구요. 저 책의 전 주인께서 하신거에요. 저는 그분께 헌책으로 샀어요. 사실상의 새책의 상태이긴 하지만요.

[그장소] 2017-02-27 10:00   좋아요 0 | URL
아..작은 따옴표는 하나씩 제가 끼워 넣은 것이고
뉴스 링크 밑에 쓰신 것 중에
ㅡ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시람은 많다 . ~ 경우처럼 말이다 . ㅡ 다음 이 ...

ㅎㅎㅎ 랩핑은 ( 출판사가 아닌)직접하신 걸로 이해 했어요. 예의 빨강책 애정을 엿봤네요!^^
그런데 전 주인이 한 거였군요!!

moonrise 2017-02-27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 장소님]께 책 제목이 안 보이시는 게 아닐까요??

[그장소] 2017-02-27 22:55   좋아요 0 | URL
음 그런 듯 해요 . 제 스마트 폰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stella.K 2017-02-27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도본좌!
빨갱이 보다 파란둥이가 보기는 더 좋은데 이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 사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빨갱이로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개정판이 나오면 당연 파랗게 나오는 거 아냐? 했다는...ㅠ

균호님 나빠요!ㅋㅋㅋㅋ(죄송 ㅠ)
근데 그리스어 판 보고 싶기는 하네요.ㅠ

앗, 근데 링크 페이지 찾을 수가 없다고 나오네요.ㅠ

박균호 2017-02-27 21:23   좋아요 1 | URL
그나마 빨갱이가 제일 예쁘고 오류가 적다고 합니다

moonnight 2017-02-27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의 멋진 그리스어판이라니. 저도 제 책장에 꽂아놓았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도끼형님^^; 전집 부럽습니다♡♡♡

박균호 2017-02-27 21:23   좋아요 1 | URL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ㅎㅎ

[그장소] 2017-02-2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에 사진 첨부가 안되서, 윽 ~ 어떻게 보이는지 알려드릴 방법이 없네요. 저만 그렇게 보이는 거라면 좋겠네요. 그래도, 빈(!)칸 (?) 의 책이 궁금 , ^^

박균호 2017-02-28 09:12   좋아요 1 | URL
저도 답답하네요..ㅠㅠ

[그장소] 2017-02-28 09:39   좋아요 1 | URL
아 ㅡ 서재에 가서보니 책 제목이 보이더라고요 . 진작 알라딘 서재로 통해볼걸 ㅡ 애꿎은 이웃님만 들들 볶았네요 . 죄송하게!

박균호 2017-02-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속이 시원하네요 ㅎㅎ
 

작년 연말 아내가 ‘또’ ‘국카스텐’ 공연을 가잔다. 북한의 김정은이 찬성표를 들 때 ‘당연히’함께 찬성표를 던지는 부하들과 같은 심정으로 동의했다. 공연장소가 먼 거리고 야심한 시간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아내를 혼자 보낼 수 는 없다. 아내는 마치 3천 년 만에 꽃을 피우는 ‘우담바라’를 구경하러 가는 것처럼 ‘올해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혁명적으로 충성심을 보여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여 아내에게 헌정했지만 내가 자랑하는 5d mark 4 카메라와 스포츠기자나 사용하는 망원렌즈 조합을 준비했다. 촬영 장비의 무게는 2kg을 웃돈다. 어깨가 무너지고 팔이 빠져나가도 국카스텐의 공연을 모두 담기로 했다. 

국카스텐의 공연을 간다고 말했지만, 촬영기사와 운전기사 노릇을 한다고 생각한 여정을 시작했다. 가는 길은 삼장법사가 불경을 구하러 가는 길만큼이나 험난했다. 간신히 대전에 도착했는데 도로는 자동차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배도 고팠다. 날씨는 추웠다. 도심 운전에 도가 튼 운전자는 촌놈의 차임을 알아보고 끼어들기를 하며 나를 짓밟았다. 

나의 충성심에 흡족한 아내는 취미생활의 하나인 ‘운전 훈수하기’ 노릇을 하지 않는 초능력을 보여주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뜻밖에 운전 중에 욕을 여간 해서 하지 않는다. 주로 내가 아줌마 스타일의 운전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공연장에 도착을 해야 할 시간은 촉박해지고, 길은 막히고, 도심의 야생마들은 내 차를 마음껏 짓밟았고, 배는 고팠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혼잣말로 상소리를 했는데 아내는 훈계는커녕 동의를 해주는 우담발라 꽃을 보는 것과 같은 희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드디어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내 눈에는 ‘아수라장’으로 보였다. ‘기나긴’ 줄의 향연이었다. 여자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 소지품을 맡기는데도 긴 줄을 서야마 했다. 또 하나의 문화충격은 무대 앞에서 선 채로 두 시간이 넘은 공연을 관람하는 ‘스탠딩’ 석이 앉아서 구경하는 티켓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4시간 거리의 기차여행의 입석이 특실의 좌석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다.

아재들이 야한 의상을 입은 걸그룹이나 야구장에서 치어걸 바로 앞자리를 좋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남자들이 남성가수의 공연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다고 더 많은 돈과 피곤을 감수하는 것이 평범한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의 고매한 경지는 존경스럽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바위처럼 무거운 카메라를 들었다. ‘촬영금지’라는 표지가 무서웠지만, 아내를 향한 충성심을 꺽지는 못했다. 5분 만에 카메라를 조용히 가방에 다시 넣었다. 확실히 충신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어깨가 빠질 것 같고 주위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도저히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요샌 휴대전화 카메라가 최고다. 

치과를 다녀오는 고통과 비슷한 공연이 끝났다. 또 하나의 희귀한 경험을 했다. 난생처음으로 남자 화장실 앞에서 기나긴 줄을 서야 했다. 운전기사와 촬영기사 노릇을 소화해낸 나를 아내는 극진히 예우했다. 나의 심기를 살펴서 간식을 얼른 사다 주었고 아내를 세워두고 긴 전화통화를 했는데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그날만큼은 실로 정조의 문고리 권력으로 총애를 받은 홍국영이 되었다. 홍국영처럼 나는 아내의 신임을 등에 업고 오만한 행동을 일삼기에 이르렀다. 비스킷을 침대 위에서 먹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홍국영이 기생을 끼고 술은 마시던 술자리에서, 느닷없이 정조를 토끼로 비하하는 망언을 한 사건과 비슷한 이유로 아내의 분노를 샀다. 

아내는 호통을 쳤고 나는 안방에서 서재로 귀양을 떠났다. 영광은 화려했고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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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2-26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네요. 귀양이 단시간에 끝나셨길 바랍니다^^;

박균호 2017-02-26 12:45   좋아요 0 | URL
네 다행이 단기 귀양이었습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