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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절씨구 풍년이 왔네 - 제1권 ㅣ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1
원동은 지음 / 재미마주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얼마전까지 이런 류의 책은 외면했는데 정겹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확실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불혹이란 나이가 내면을 들여다 보고, 추억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시기인가 보다. 시골출신이긴 하지만 면소재지에 살았고 기계화가 한참 추진되는 시기였기에 소가 논을 갈고, 가정에서 닭을 키우고, 짚신 짜는 모습을 주변에서 보지는 못하였지만, 새참 이고 나가는 모습, 벼 논에 물대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잊혀져가는 옛 농촌의 정겨운 풍경들을 보여주는 이 책은 왼쪽엔 주제별로 나뉘어진 글과 반 이상을 차지한 세밀한 그림은 마치 풍속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더해준다.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쟁기질, 겨울이면 방 한 구석에 메주를 띄워 장을 만들었던 그때, 보리타작 하기, 새참먹기, 초등학교때 했던 복숭아 서리, 콩서리, 품앗이로 어울려 하는 벼베기, 온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하는 김장담그기, 김장독 묻기, 이제야 좋아하게 된 시래기 나물, 새끼꼬기, 짚신 삼기 등은 우리 아이들은 전혀 모르는 옛날이야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386세대에겐 그윽한 향수로 다가온다. 거름 냄새에 코를 꽉 움켜지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그 냄새마저도 구수하게 느껴지니 웃음이 난다.
책은 참 다양한 내용을 보여준다. 새벽을 알려주는 닭에 대해 소개 할때엔 닭과 관련된 속담을 알려주고, 다양한 민요와 김장의 종류 등 사회교과와 연계한 상식도 알려준다. 엄마의 마음에 와닿는 느낌에 비해 내 아이는 별 감흥없이 읽어내려 가기에, 엄마의 어릴적 풍경이라고 알려주니 그 후엔 관심있게 읽는다. 잊혀질뻔 했던 아름다운 민속, 풍속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