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에서는 한창 독서교실이 진행중이다. 담당자는 아니고, <독서토론>을 주제로 한시간의 수업과 독서감상문 채점을 한다. 대상이 초등학교 4학년이고 <독도>를 주제로 하여 다소 힘이 들수도 있을텐데 워낙 방송매체에서 많이 들어서인지 대부분 쉽게 접근을 한다.
독서감상문 채점을 하다보면 똑같은 책을 읽고도 어쩜 그렇게 다양한 내용들이 나오는지. 예전에는 단순히 책을 읽고 느낀점을 쓰는 일색이었는데, 요즘은 주인공이나 작가에게 편지도 많이들 쓴다. 아무래도 편지형식으로 쓰면 일반 독서감상문보다는 부담은 없겠다. 샛길로 새는 확률은 더 높지만~
4학년인데 수준들이 천차만별. 일단 원고지 5매가 안되는 것을 빼놓고, 바로 내용부터 시작되는것도 탈락, 내용일색인것도 탈락, 느낀점이 없는 것도 탈락, 책 중간중간 베낀듯한 냄새가 나는것도 탈락, 글씨 엉망진창, 원고지 사용법 틀린것도 탈락...하다보면 10편이내가 남는다. 이중 다시 한번 읽어보고 순위를 정한다. 채점을 하면서 느끼는건 글씨를 깔끔하게 잘쓰는 아이들이 독서감상문도 잘쓴다는것.....물론 안그런경우도 많지만....
가장 잘 쓴 독서감상문 한편을 올려본다.

- 중세의 못 말리는 여자들을 읽고 -
청주**초등학교
4-4 유**
연주에게.
연주야, 안녕. 나, 수민이야. 나는 어제 <중세의 못 말리는 여자들>이라는 책을 읽었어. 이름이 조금 길지? 이름이 긴 만큼 감명 깊은 내용들이 참 많았어.
이 책에는 중세시대 때의 여자들의 이야기야. 그 시절의 규칙, 관습을 깨고 자신의 뜻을 펼친 훌륭한 여자들의 이야기지.
나는 이 책을 독도에 대해 배우러 왔을때 교실 뒤편에 있는 책꽂이에서 발견했어. 이름을 보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그런데 막상 다 보고나니 이 책의 내용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책에는 정말 훌륭한 여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책 제목이 못 말리는 여자들일까? 정말 이상해.
나는 이 책의 여자들 중에서도 트로툴라라는 여자가 제일 감명깊었어. 트로툴라라는 병에 걸렸으면서도 의사가 남자들 밖에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여자들을 위해 봉사했거든. 그 때는 여자가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시대였다고 해. 게다가 트로툴라는 귀족의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귀족의 생활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것이 제일 훌륭하다고 생각했어.
또 이 책에는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에 대해 나와. 이 책은 외국사람이 지은건데 우리나라의 여자가 나오니 나도 한편으로는 뿌듯했어.
이 책을 읽으면 모두 남녀의 차별이 심하던 때인데 이 여자들은 그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훌륭한 일을 한 점이 제일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해.
또 한명 더 소개하자면 북아메리카의 자유를 위해 싸워 자신의 영토를 지킨 다미아 알 카히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마치 우리나라의 ‘토지’이야기 같지 않니? 여자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는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단다.
이 책에 나오는 훌륭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감동을 참 많이 받았어. 여자들에게 불리한 시대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이뤄낸 여자들을 본받고 싶어. 너도 이 책을 읽어봐. 가슴이 따뜻하고 큰 감동을 받을거야.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