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이면 좀 한가하겠지 생각했는데 20년동안 일하던 스타일이라 하고 싶은 것, 바꾸고 싶은 것이 많다.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신경 쓰이고......' 문득 평생교육사 자격증 공부할때 교수가 '리더는 똑게(똑똑하면서 게으른 상사)'가 이상적이며 똑부(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멍부(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멍게(멍청하면서 게으른 상사)는 되지 말라고 했는데 난 아무래도 똑부 스타일(?)이다. 하하하!
그동안 책임감 내지는 의무감으로 답습의 형태로 추진되었던 업무부터 내 스타일(?)대로 바꾸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만족할만한 프로그램 벤치마킹해서 운영계획 만들고, 주요업무계획도 보기 편하도록 바꾸고, 추경예산 세울거 고민하고, 신입직원 기안 올라온거 수정해주고 있다. 물론 잠시 알라딘 기웃거리고, 사이버 강의도 듣고, 도서관 내, 외부도 한바퀴 돌고, 자료실에 가서 수다도 떤다. 친구 또는 지인과 외부에서 점심을 먹고 아담한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도 누리고 있다.
도서관에 와서 가장 거슬렸던건, 저 멀리서 보면 대체 뭐하는 건물(물건?ㅎㅎ)인지 알 수가 없는 점이다. 어디에도 도서관 표시가 없다. 정문 앞에 와서야 코딱지 만하게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로 표지판이 보인다. 결국 예산은 쥐꼬리만하지만 거금(?)을 들여 '*.*.도.서.관' 을 지붕위에 새겨 넣었다. 동색 주물을 하고 싶었지만 굉장히 비싸서 일명 스카시로 산뜻한 파랑색을 입혔다. 글자 크기가 좀 작은 듯 하지만 이젠 멀리서도 도서관인지 알겠어! (조금 더 크게 할껄!!)
한 건(?)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도서관 현관과 로비도 맘에 들지 않는다. 샷시문도 그렇고, 자료실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을 달아놓으니 답답하다. 별수 없이 현관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당장 예산은 없고 추경에 올리려고 준비중이다. 우선 현관 여닫이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하고, 입구에 턱하니 자리 잡고 있는 전화박스 없애고 칸막이 샷시 다 뜯어내서 로비를 넓게 만드는 것이다. 바닥은 산뜻한 대리석으로 교체하고 싶다. 친구가 관장으로 있는 충남 소재 **도서관은 우리 도서관에 비하면 참으로 이.쁜.곳.이.다! 최소한 이 정도로는 바꾸고 싶은데 과연 근무하는 동안 가능할까?
어제 다녀간 군의원께 예산좀 지원해달라고 떼를 써 볼까?
(우리 도서관 아님)

문득 아득한 옛날에 다녀온 코펜하겐 왕립도서관이 눈에 선하다. 바다를 매립해서 도서관으로 만들어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되었기에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곳. 창 밖으로 보이는 곳에 바다가 펼쳐진다. 밖에도 의자가 놓여있어 책을 가지고 나와 눈부신 햇살 아래 책을 펼쳐볼 수 있는 곳. 한번뿐인 인생인데 저런 곳에 근무 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닐까? 어머니 왜 날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하셨나요? 덴마아크 공주로 태어나게 하셨어야죠?'
우리도서관 자료실 벽면의 빈 공간에 1인용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하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 책상은 날렵하게 원목으로 하고, 의자는 바텐더용 빨간색으로 골라야지. 추경에 올려야 할듯. 과연 이 모든 예산을 다 줄까?

난 이렇게 새로운 곳에 가면 1년은 고군분투한다. 도교육청에서도, 중앙도서관에서도......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고, 가구를 교체하면서 그렇게 1년은 바쁘게 지낸다. 그리고 2년은 부족한 부분 채우면서 여유를 갖는다. 그러나 실무자와 관장의 차이는 크다. 실무자 일때는 직접 발로 뛰면 되지만, 관장은 입으로 해야 한다. 그러니 직원들이 피곤할 수 밖에.
지금 내게 필요한건? 릴렉스! 천천히 가기.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책만 읽어야지.
직원들이 좀 정신없어 하는듯......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오늘 점심은 친구랑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먹고 커피를 마실거다. 좀 천천히 들어올까? 아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