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 만든 책미소 독서클럽에 모처럼 나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이번 토론도서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내가 발제를 하고 회원들간 이야기를 나누는데 읽을때 행복했던 기억이 소록소록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울림을 주는 글에 밑줄과 메모를 반복하느라 책이 너덜너덜하다.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읽어도 감성을 자극한다.
그의 신작 여덟단어가 나왔다.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라는 여덟가지 키워드를 이야기 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를 들을때는 피아노 첫 두 음에 무릎의 힘이 탁 풀려요. 기적이죠. 이런 감동을 주는 게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요?'
어제는 하루종일 이 음악을 들었다. 들을수록 울림을 주네.
박웅현의 책은 내 안의 시든 감성을 깨워준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p.101
지난번 친구가 살아있는 게를 튀겨와 신선함에 기뻐하며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즐겁게 먹었는데,
이 시를 읽다가 그만 눈물이 찔끔 나왔다. 살아있는 게에 간장을 부어야 살이 살아 있다네.
짜디짠 간장을 온 몸으로 맞으며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는 게의 아픔은 얼마나 클까?
당분간 게장은 먹지 못할듯.......
2.
다음주 19일(수)부터 코엑스에서 국제 도서전이 열린다. 특별한건 없을거야 하는 속단으로 심드렁하게 있다가 우연히 들른 홈페이지에서 박웅현 강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사전 접수는 이미 끝났다.
당일 15명 선착순 입장이라는 글을 보고 난 당장 국제도서전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첫날은 오전 12시부터 일반인 입장이며 박웅현 강의는 1시30분 시작. 음 12시에 줄을 서면 되겠군.
일이 꼬여 관장님을 모시고 관용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난 무조건 줄을 서겠다. 그리고 박웅현 강의를 듣고 사인을 받겠다.
이렇게 굳은 다짐을 해 보지만 과연 가능하긴 할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가 새삼 와 닿는다. 미리 알고 사전 신청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http://www.sibf.or.kr/

3.
김영하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를 주제로 우리도서관에서 9월 28(토) 오후 2시부터 4시에 작가 강연회가 열린다.
책을 읽고 영화로 보고 나니 책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알고 싶었다. 이 책을 번역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
청소년과 학부모가 함께 강연회를 들으면서 개츠비에 대한 생각 나누기를 하면 큰 도움이 될듯.
아직 9월은 멀리 있지만 유명 작가는 미리 미리 섭외를 해야 하기에 메일을 보내고 어찌어찌 수락이 되었다.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작가 섭외는 참으로 어려워!
물론 성사가 되고 나면 사서로서의 자긍심은 급 상승된다.
올해 처음 열리는 제1회 충북도서관북페스티벌 행사. 요즘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개막행사, 개막공연, 독서 골든벨, 타일화 그리기, 작가 강연회, 다양한 체험부스, 출판사 섭외.......
잘 되어야 될텐데......
4.
6월의 한가운데.
반팔을 입어도 더운 요즘은 나시 원피스가 최고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목표는 5킬로 감량.
5킬로 감량해도 마른 느낌은 나지 않을듯. ㅠㅠ
아침은 토마토와 바나나를 갈아 만든 쥬스 1컵과 요구르트.
점심은 평소의 2/3.
저녁은 소식.
아메리카노 하루 2잔.
그리고 1시간 걷기, 훌라후프 20분, 요가 조금.
시작한지 6일 되었는데 몸무게 2킬로그램 빠.졌.다!
물론 1킬로그램은 쉽게 고무줄처럼 왔다갔다 한다.
늘 공복감에 시달려야 하고 목소리가 가끔 떨릴때도 있지만 뱃살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 무릎이 뻐근한 느낌도 사라졌다.
위가 조금 줄어든 느낌도 든다.
내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보자.
아자 아자!
5.
여덟단어를 읽다가 문득 주위를 보니 미생이 보인다.
어쩜 이리도 직장인의 애환을 잘 녹여내는지.....
재미있다!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도 눈여겨 보는 책.
인문학은 사랑과 자유다. 그래서 반체제적이고, 김수영이 얘기했던 것처럼 불온한 것!
제목도 내용도 맘에 드는 책!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어느 날, 부근에 있는 일본식 정원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이 아름다움의 근원을 알고 싶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일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로 떠났고, 지금까지도 계속 머물고 있다.
심플한 삶이라고 해서 심플하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딘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심플한 삶에 이를 수 있었다. 그 변화란 바로 적게 소유하는 대신 더 유연하고 자유롭고 가볍고 우아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점점 커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