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집에만 있었다.
옆지기는 한동안 쉬었던 토요 등산모임에서 속리산에 간다고 아침 일찍 나갔고, 애들과 난 뒹글거리다 10시경 늦은 아침을 먹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한가로움이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 행복해라~

중간에 성우리조트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지만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나름 추울껄? 여행갈때의 설레임과 달리 많은 인파와 살을 에는 추위(스키장은 유난히 춥더라)에 정작 내가 부러우리라~ 


어제 도서관에서 가져온 바리데기 다 읽었다.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난 역시 소설 체질. 바리의 파란만장한 삶이 지금 처해있는 내 상황들을 무난히 이겨낼 수 있으리란 힘을 주었다. 어쩜 우리네 삶도 모두 바리일수도.....과연 내가 찾아야 할 생명수는 무엇일까?




재미있다. 그럼에도 3주정도 손에 들고 있던 책.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그렇게 한 시대를 주름잡던 노름마치들의 현재의 은둔하는 삶이 안타까웠다. 자식에게도 잊고 싶은 과거의 한 자락이라는 것. 예인에 대한 낮은 의식이 문제다. 

 몇년전부터 식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따로 공부는 하지 않지만 이런 류의 책은 열심히 읽는다. 도서관 앞 문구점 이름 '모닝 글로리'가 나팔꽃의 영어이름 이라니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식물학 전문가인 권오길교수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이 책은 만화로 먼저 식물을 접하게 하고, 그 식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하는 구성이라 아이들이 접근하기 쉽게 했다.



보림이는 리뷰 상금 받아 사준 캔디에 푹 빠져 있고,

 

 

 


규환이는 과학동아를 열심히 읽고 있다. 그러고 보니 다 만화네 에휴.

 

 

 

내일도 또 책 속으로 빠져볼까? 아 읽을 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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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2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일부터 무려 3일동안...덱데굴 모드입니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요..

세실 2007-12-29 18:21   좋아요 0 | URL
월욜도 쉬시는 군요. 전 그날은 출근합니다. 덱데굴 모드 행복합니다.

행복희망꿈 2007-12-29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즐독하시고 계시는군요.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해서 그런지 좀 나른한 것 같아요.
님께 선물 받은 "리데기" 저는 아직 못 읽었어요.
아무래도 내년에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 겠네요. *^*

세실 2007-12-29 20:37   좋아요 0 | URL
옙~~ 세탁기에 빨래가 다 돌아가서 소리를 내도 모른척 했답니다. ㅎㅎ
내일 대청소 하려구요. 바리데기 생각보다 읽기 편합니다. 맘 먹고 읽으면 몇시간이면 끝~~ 어여 읽어 보세요.

클리오 2007-12-2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니 너무 부러워요. 예찬인 혼자 놀다가도 제가 책만 잡으면 자기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그것이 바로 독서하는 엄마가 책읽는 아이를 만드는 비결인가봐요. 솔직히 지금은 절반쯤은 안반가움..--;)가끔 어디다 애 맡겨놓고 책 읽고 싶다니까요..
에 또.. 근데 모닝글로리 나팔꽃 아닌감요... 글구요, 저 캔디캔디 있잖아요. 보림이가 지루할만큼 읽고나면 저좀 빌려주심 안되남요.. 늘 사기엔 망설여지고 전체 내용을 너무 보고싶어요. 흑흑... ^^;

세실 2007-12-29 20:4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기들은 엄마가 책 읽으면 읽어 달라고 난리죠. 저두 한동안 귀찮아했다는...ㅎㅎ. 예찬이도 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혼자서 잘 읽으니 그때까지만 참으세요.

나팔꽃 맞습니다. 예리하십니다. 아.나의 실수.
음 캔디 빌려드릴께요. ㅎㅎ. 보림이 한번 읽었으니 한 두번은 더 읽겠죠? 님 행복한 연말 되세요~~~~

순오기 2007-12-3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책 읽는 거, 직장인이 꿈꾸는 로망? ㅎㅎ 저도 님이 부럽네용!
저도 어제 행사 마치고 1월 2일까지는 쉬는데, 구청에서 지원받은 결과 보고가 남아 있어 머리 아포라!! ㅠㅠ

세실 2007-12-30 19:45   좋아요 0 | URL
오늘도 성당 다녀와서 하루종일 방콕했답니다. 가족들과 함께 대청소하고 피자시켜 먹고 놀았습니다. 이러다 우리 방콕가족 되겠어요. ㅎㅎ
아 행사 구청에서 지원받으신 거군요. 부담 느끼되셨겠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07-12-3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으로 부러운 모드를 취하셨군요.
정말 아이들 초등생이 되면 혼자서 독립적인 독서가 가능한가요?
요즘 성민이도 만화책은 혼자서 독립적으로 읽긴해요.요즘 마법천자문에 홀딱 빠져서 읽긴 하던데..글을 읽는 것인지? 그림을 보는 것인지? 아주 미심쩍다는~~
여튼...아이들은 아이들대로..또 난 나대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참 부러운 상황입니다.전 맨날 애들 재워놓고 새벽에 읽다보니 맨날 하루 하루가 피곤의 연속이에요..그리고 대부분 새벽녘까지 책 몇 장 읽다 잠이 들어 불 켜놓고 잠이 드니 전기세만 더 많이 나온다는~~~ㅠ.ㅠ

세실 2007-12-30 19: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초등학교 2학년만 되어도 뭐 혼자 책 읽는 재미에 빠진답니다. 물론 만화책인것이 문제. 요즘 다행히 동화책이랑 역사책도 읽고 있습니다.
음 미인은 잠꾸러기인데..... 애들이랑 함께 책 읽는 분위기도 좋은데 역시 초등학교는 가야 겠죠. 님 넘 무리하지 마세용.

hnine 2007-12-30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퇴근 직장인의 로망이지요,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책 읽기.
한달에 하루 정도만 이렇게 쉴수 있으셔도 좋으실텐데요.
오늘과 내일도 편히 잘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세실 2007-12-30 19:48   좋아요 0 | URL
님은 그래서 과감히 선택하신 거잖아요~~ 그런 용기가 제겐 없답니다.
맞아요. 한달에 하루만이라도 편히 쉰다는 것. 새해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덕분에 편안한 주말 보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원리를 잡아라! 수학왕이 보인다 - 초등교과서 핵심 원리가 머리에 쏙쏙 원리 왕 1
서지원 지음, 유남영 그림, 우리누리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때 수학선생님을 잠시 좋아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유머를 섞어 가면서 수학공식을 설명해 주시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거다. 그러면서 점수가 소폭 오르기도 했지만 수학은 학창시절 내내 점수를 감점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 당시에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원리를 알려주는 이런 류의 책이 있기는 있었을까? 워낙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멀었던 때이기에 문학 이외에는 접한 기억이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수학의 원리를 풀어놓았다. 어차피 수학에 흥미가 있던 없던 고등학교까지는 수학을 배워야 하고, 좀 더 높은 목표가 있다면 수학은 뛰어 넘어야 할 산이기에 문과적 성향이 강한 큰애를 위해서라도 이런 류의 책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때늦은 후회인 나 학교 다닐때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보다 쉽게 수학을 접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영원히 남을듯.

첫장을 여니 제갈공명이 전쟁때 활용했던 '팔진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법의 사각형 마방진을 말하는 것으로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같은 숫자가 나오는 것. 적들이 많아 보이게도 하고, 양쪽에서 도와줄 수 있는 원리. 음 아이들과 새로운 마방진 숫자를 만드는 연습을 해도 좋겠다.

유명한 수학자들의 원리를 알게되는 기쁨도 크다. 천재적인 수학자 가우스의 셈원리, 큰애가 어려워하는 도형을 쉽게 설명한 파스칼의 도형 각의 원리,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오일러가 알려주는 한붓그리기의 원리,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칼레스의 도형합동의 원리, 그 외에도 에라토스테네스, '세상의 모든 것이 수'라고 말한 피타고라스의 원리도 알려준다. 

실생활에서 궁금했던 상식인 신문지 접기, 미로 빠져나오기, 맨홀 뚜껑이 원인 이유, 연필이 육각형인 이유등 상식이야기도 나와 즐겁게 수학원리를 알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실생활에 근접한 수학. 포기하고서는 살아갈수 없는 수학. 그렇다면 정면으로 도전해야 겠지? 도전~~ '보림, 규환 이  책 읽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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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2-2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수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아, 좋은 세상? ^^)
이 책도 참 재미있어 보이네요. 담아갑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

세실 2007-12-26 23: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좋은 세상이죠~~ 아이 둘이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님도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1. 엄마들을 대상으로한 '동화구연지도자과정' 수료식을 인근에 있는 유치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작은 발표회로 했다. 45시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여했던 엄마들은 발표회때 동화구연, 인형극공연, 동극공연을 열심히 해 주었다.
 
아기가 있는 엄마라면 이 과정을 수료하면 큰 도움이 될듯.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고, 좋은 그림책을 선정하는 안목도 생긴다. 

도서관에서 이런 류의 강좌를 열면 큰 도움이 된다. 수료증을 받는 조건에 일정한 책 정리 봉사시간도 넣고, 도서관 견학때 엄마들이 인형극 공연을 해줄 수도 있다. 물론 엄마들은 이 강좌를 시작으로 글쓰기 독서지도자 과정, 초등논술지도자과정등을 연계한 교육으로 '지역사회교육협의회' 자격증을 따서 방과후교실, 유치원에서 직접 수업을 할 수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들이라면 도전해 보면 좋을듯. 도서관을 그만둔다면 논술 강사나 엄마들을 대상으로 자격증 강의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은 해본다. 출.퇴근이 힘들어서 일까?

2.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스피치교실' 수료식.
처음엔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반만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엄마들의 높은 관심으로 저학년, 고학년 반으로 나누어 운영하였다. 10일동안의 짧은 기간임에도 참으로 열심히, 진지하게 참여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스피치는 참으로 중요하다. 남 앞에서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는 것, 일목요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듯. 선생님의 열성적인 강의로 마지막 수료식땐 참여했던 아이들 전원이 '독특한 자신의 소개와, 구체적인 나의 꿈'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내년도 예산은 더 삭감되었으니 아쉽다. 마음으로는 엄마들을 위한 스피치교실도 열고 싶다. 물론 나도 배우고 싶은 마음.

이렇게 올해 도서관의 평생교육프로그램은 모두 끝이 났다. 남은 3일동안 마무리 열심히 하고 행복한 새해를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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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12-2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짝 짝 짝!!

세실 2007-12-25 21:55   좋아요 0 | URL
hnine님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셨죠?

바람돌이 2007-12-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어요. ㅎㅎ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07-12-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런 프로그램은 더 많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해요!
그노무 예산 땜시 정말 하고 싶은 일도 못하는 우리나라~~ 언제쯤 그런거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세실님, 남은 3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

세실 2007-12-26 23:51   좋아요 0 | URL
그쵸? 도서관에 어울리는, 접목하면 더욱 발전 가능성이 많은 프로그램이죠. 내년에 다행히 초등논술지도자과정 개설할 예정입니다. 요 예산은 깎지 않았네요.
님도 행복한 연말 되세요~~~

소나무집 2007-12-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보람 있으시겠어요.
그 동네 사는 분들 엄청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세실 2007-12-26 23:52   좋아요 0 | URL
ㅎㅎ 엄마들이 열심히 참여했답니다. 발표회때 동화구연 하는데 참 잘하시더라구요~~ 요즘 열심히 동아리 활동 하고 있답니다.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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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가까워오는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그녀의 글에는 서울 깍쟁이 같은 새침함과 약간 이기적인 얄미움, 군더더기 없는 맛깔스러움이 묻어난다. 또한 일상인듯한 편안함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흡인력도 그녀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다. 산만한 느낌이 들어 단편 모음집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단편임에도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3-40대 주인공이 아닌, 모두 삶을 관조하는 노년이 주인공이면서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편안함이 있기에 읽는 내내 행복했다.     

첫 글인 <그리움을 위하여>는 사촌이면서 집안일을 도와주던 동생이 늦사랑을 하고 영감을 따라 삼천포로 갔을때, 당장 밀린 집안일과 차례상 준비를 하면서 동생에 대한 끝없는 원망과 허전함으로 "인복을 놓친 나는 지금 얼마나 불쌍한가, 엉엉 소리를 내서 울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는 화자의 솔직한 표현에 그만 웃음이 났다. 결국 동생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고 동생과 영감의 모습을 그린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라는 마지막 글은 작가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글의 현란한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기도 했다. 

마치 그녀의 첫사랑 이야기 인듯한 <그 남자네 집>은 장편으로 읽었을때와는 또 다른 담백함이 있다. 결혼전에 읽었다면 남자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참 이기적인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얄미움이 묻어난다.

내 나이 마흔 아홉이 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도서관 열심히 다니고, 아이들 대학 보내고 한 숨 돌리고 있겠지. 주인공과 비슷한 시기이다. 시어머니의 별거선언으로 아버지는 주인공 집으로 어머니는 시누이 집에서 각각 사는 상황인 <마흔아홉 살>은 잠시 음식을 사러 나간 사이 주인공의 사생활을 주제로 험담을 나누는 우리네 풍경을 그렸다. 요즘 말 한마디의 조심스러움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에 와닿는 글이었다.

<후남아, 밥 먹어라> 위로 언니가 둘이고, 아래로 남동생이 둘인 후남이 '앤'은 부모의 등꼴이 빠진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니는 언니들을 보며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으로 시집가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가득 시름을 안고서 엄마를 찾아온 후남이는 이모네 집에 있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통해 비로소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위로 오빠, 언니와 남동생 둘인 우리집에서의 내 위치. 한 때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야속한 마음에 밤새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면서 가슴이 짠해 온다. 물론 나의 부모님은 넉넉치 않은 시골 형편임에도 교육에 열성이셨고, 늘 예쁜 막내딸이라고 나를 소개하시는 나름 편애를 받는 쪽이었다. 나만의 착각 이었을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친절한 복희씨>는 중풍으로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남편과 사는 복희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짧은 내용이지만 고단한 삶의 편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래도 해피 엔드> 서울토박이인 화자가 그림같은 전원생활을 하게 되고, 서울동창 모임에 가면서 예전의 베스트드레서를 상기하며 한껏 멋을 부리지만 버스 기사에게, 승객들에게 모멸감을 당하고 쫓기듯 택시를 탔는데 "사모님 어쩐지 멋쟁이다 싶었는데 외국에서 오래 사시다 오셨나 봐요. 그렇죠?" 하는 말에 그 동안의 속상한 마음이 풀어지는 내용으로 한편의 콩트를 읽은 느낌이다. 마치 내 속마음을 들킨 듯 하다. 
    
어쩜 이리도 한편 한편이 보석 같을까? 가끔 나이 드는 조급함이 느껴질때 야곰 야곰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물론 주인공보다는 이 글을 쓴 작가에 대해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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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 울언니 생일에 선물로 보내고 저도 한권 샀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님의 서평으로 잔잔한 감동을 받고 갑니다!

세실 2007-12-24 00:24   좋아요 0 | URL
글 날라갈까봐 자동저장기능이 있음에도 저장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오셨군요. 헤헤 미완성이었는데..... 님도 분명 즐겁게 읽으실 책이랍니다~

바람돌이 2007-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박완서님의 책이었군요. 참 대단한 분이세요.
근데 전 제가 마흔아홉이 되어도 겨우 중학생일 아이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는군요. ㅎㅎ

세실 2007-12-24 00:27   좋아요 0 | URL
멋진 분, 대단한 분이시죠. 소설임에도 끝없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ㅎㅎㅎ 예린이, 해아의 사춘기를 함께 치르셔야 겠군요.
그때 약 올리면 돌 날라 오겠죠?

책읽는나무 2007-12-2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님의 글도 참 좋아요.
아~ 읽고 싶어지네요...읽을책들이 자꾸만 쌓여갑니다..ㅡ.ㅡ;;

세실 2007-12-25 01: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읽을 책은 많고 정작 읽을 시간은 적고....
맘은 2박3일 떠나고 싶을뿐입니다. ㅎ (물론 저 혼자만의 여행)

소나무집 2007-12-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도 감동 푹 받았답니다.
박완서 선생을 늘 좋아했지만 이 책 읽으면서는 노년의 작가가 아름답게가지 느껴졌지요.
어찌나 솔직한지, 그 솔직함들에 깜짝 놀라기까지 했어요.
유명한 이름값에 감추고 싶은 것도 있었으련만...그쵸?

세실 2007-12-25 01:26   좋아요 0 | URL
그쵸? 노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어쩜 이리도 완숙미가 느껴질까요.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필체. 대단한 분입니다. 맞아요. 참 솔직하시죠. 헤헤~~

Kitty 2008-07-22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책 읽고 완전 감동먹었어요 ㄷㄷ
독자의 나이와 관계없이 이렇게 공감가는 책을 쓸 수 있다니 박완서 선생님 최고!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 도서전시회에서 공지영작가를 보고는 한눈에 반했다. 직장생활하면서 점점 중성화 되어가는 듯한 내 모습을 한편으로는 거부하면서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여성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그만 '풍덩' 빠져 버리고 싶다. 그 대표적인 여성이 '공지영작가와 이영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여성성을 간직한다는 것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나름의 잣대를 재어 본다.

공지영작가는 참으로 용기있고 솔직한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작가다. 자신의 부끄러울 수도 있는 가정사를 있는 그대로 내 보이는 것, 소설을 통해서 재 구성했다는 자체가 그녀의 강한 에고를 보여준다. 18세 딸 위녕의 눈을 통해 본 그녀의 일상은 물론 많은 부분이 허구이겠지만 마치 '여자의 일생'을 보는 것처럼, 결혼, 사랑, 아이들과의 관계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운동권에서 만난 첫 남편과의 그 당시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이 목표의식이 없어지고, 지독한 가난과, 부부사이에 어느 한쪽만 특히 아내만 성공했을때의 상실감은 가족간의 해체를 가져온다. 두번째 만난 남편과의 엇나간 사랑. 영화감독과의 결혼은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의 잃음과 폭력성에, 전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도 억지 웃음 지으며 페미니즘 강의를 나가야 했던 그 모순은 죽기보다 싫었다는 이혼을 결심하게 했으리라. 

불과 몇년전 대학교수와의 세번째 결혼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헤어지고 각각 성이 다른 세 아이위녕, 둥빈,제제를 키우고 있는 작가.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라는 꼬리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더욱 참기 힘든 모멸감 일수도 있겠지만,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작가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

그래도 엄마를 이해해주는 첫 딸 위녕이 있기에 작가는 큰 힘을 얻으며, 앞으로도 친구같은 딸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함께 위안을 얻으며 살아가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빠와의 트러블로 힘들어하는 위녕이지만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이해하겠지. 부모의 이혼으로 문제아 취급을 하는 선생님의 선입견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춘기인 둥빈이도 엄마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며 조금만 아파하고,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나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상처 받았으며, 열렬히 슬퍼했으나 이 모든 것을 열렬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뿐." 이라는 미리 써 보았다는 묘비명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내가 쓰고 싶은 묘비명 일수도. 공인이라 참고 살아야 한다는, 공인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그러기엔 오직 단 한번 뿐인 삶에 커다란 아쉬움이 남겠지. 작가의 내재되어 있는 열렬함이 숨을 쉴 수가 없겠지.

추운 겨울의 길목에서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는 동안,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동질감에,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그려 보았던 퇴색 되어가는 사랑의 빛을 살리고 싶은 동질감에,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느끼고, 아파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작가의 말 '위녕, 둥빈, 제제...... 참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게 전부야. 요즘 들어 늘 생각하는 것인데,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나는 생각해 본다. 행복하다. 참, 행복하다고' 공지영 작가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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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2-1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여자이면서도 왜 이리 예쁜 여인만 보면 끌리는 걸까?

2007-12-11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12-12 22:03   좋아요 0 | URL
음 따님이 좋아하려나요? 워낙 복잡한 인간관계이다 보니...ㅎ
아 딸내미 위녕의 입장에서 쓴 글이니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겠군요.
때론 위녕이 언니같답니다.
공지영작가 전 참 좋아요~~
임태경 넘 멋져요. 어찌나 반듯하고 예의바른 청년인지.
저녁 6시 라디오방송도 한답니다. 청주엔 94.1로 잡히던데요..

순오기 2007-12-1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연재될 때 간간히 봤어요.
적립금 들어오면 살려고 바구니에 담아요.^^

세실 2007-12-16 16:32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딸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듯.
딸은 친구이며 언니같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