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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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법의 단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었던 이는 바로 이 여인, 
러시아의 눈 내리는 광활한 평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이 프랑스 여인, 우리 외할머니였다"(13). 

"샤를로트의 과거 삶은 마치 어제 일처럼 그렇게 그녀 곁을 떠나지 않은 채 현존하고 있었다"(37).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메아리치던 해에 태어나신 우리 할머니는 옛날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서러운 기억이 많아서였을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가 일본말을 전혀 모르시는 것은 북쪽 국경선 근처에 사셨기 때문이고, 그래서 중국말은 조금 하시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던 '아버지'를 떠올리면 아흔이 넘어서도 서러운 눈물을 흘리신다는 건, 한참 자라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결정하신 '피난' 한 방이 이후 가족들의 삶에 미친 영향은 더 한참 자라고 그 의미를 겨우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 이야기 속에 내 삶의 뿌리가 있고, 나라의 역사가 있고, 세계사의 흐름이 있고, 그렇게 이야기는 이어서 흘러간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프랑스 유언>은 "시베리아 초원 지대 인근 마을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는 열 살짜리 소년과 그 할머니의 삶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1995년도에 초판된 책이라는 것과 자전적이지만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1995년도에 초판된 책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시대적 감각을 익하기 위해서이고, '소설'에 강조점을 둔 것은 이 책이 절대(적어도 저에게는) 소설로 읽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작가 소개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의 일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고백록처럼 읽힙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가 글쓰기를 통한 기억 작업으로 불러낸 환상과 자신의 현실적 삶 그리고 역사와 인간의 분열상들은 봉합되고 화해하게 된다"

(372, 옮긴이의 말 中에서). 


자전적 소설로 이 작품을 읽을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섬세한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서정성입니다. 오래 전 잠든 신화가 이야기를 통해 다시 깨어나듯, 세월에 휩쓸려간 오래된 사진, 오래된 신문, 오래된 기억이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우리 앞에 다시 소환될 때, 독자는 순간을 영원으로 붙드는 언어의 마법에 매혹당합니다. 그것은 지금은 러시아에 살고 있는 한 프랑스 여인의 낡은 기억이지만, 그 안에서 대홍수가 깨어나고, 황제를 맞이하는 연회의 밤이 재현되고, 그 속에서 막 한 소년의 인생의 시작된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도 하며, 프랑스라는 한 나라가, 전쟁이라는 역사(세계사)가 전혀 다른 입체감으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의 섬세한 언어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게 만듭니다.


"나는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무의식적인 추억이었다고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프랑스 조상들이 내게 보낸 울림이었다. 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그 추억의 요소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다 되찾을 것이다. 할머니가 프랑방스를 여행할 때의 가을 햇빛, 라벤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들판의 향기, 그리고 향기 가득한 공중에서 너울거리던 거미줄"(17).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유언>은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문장(언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흥미로운 스토리에 집착하는 저와 같은 독자에게는 초반부가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쯤에서 책의 말미에 붙어 있는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는 것도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이 책의 가치,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옮긴이의 말>을 많이 의지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두 비극적인 이야기 사이에서 몸부림쳤다"(233).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자라며 할머니의 언어로 할머니의 프랑스를 유산으로 상속하며 "프랑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기에 모든 걸 러시아식으로 생각해야만 했"던 소년(작가)은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이중 분열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소년이 삶의 자리를 프랑스로 옮겨 앉으며 결국 그런 이중 분열은 소년(작가)에게 저주가 되고 말지요(이 작품이 탄생했다는 의미에서 끝내는 축복이 되었지만요).


"우리 삶이 이처럼 이중 분열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차진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할머니 곁에서 산다는 것은 곧 우리가 다른 곳에 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했다"(31).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이식된 프랑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내가 내 가슴속에 들어 있는 이 제2의 심장을 질식시키는 데 성공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 심장이 마지막 숨을 내쉰 그날은 내게 있어서 유령들이 나타나지 않는 삶의 시작을 의미하는 4월의 그 오후와 정확히 일치했다…"(236).


"나는 처음에는 씁쓸하게, 나중에는 미소 지으며 '프랑스-러시아'가 내게 내린 저주가 아직 풀리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내게 이식된 프랑스적 특성을 숨겨야 했지만 이제는 내가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이다"(340-341).



작가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언어 집착증처럼 보일 정도로 어떤 사실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찾기에 고심하는데, 그런 작가가 그려내는 프랑스, '매혹의 대상인 동시에 배척의 대상'이었던 '할머니의 프랑스'는 가득 기억이나 회상이 아니라 '체험'이었습니다.




"마킨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곧 번뜩이는 직관과 섬세한 언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안에서 또는 우리 눈앞에서 되풀이되는, 어떤 이야기 또는 어떤 과거와 조우하는 일이다"(372, 옮긴이의 글 中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한 줄 문장이 더욱 의미심장해집니다. 여기에 더하여, 마킨의 글쓰기는 "또한 시간 개념을 소거함으로써 인간 역사에 너무 자주 흔적을 남기는 악을 없애려는 시도이기도 하다"는 해석이 아름다운 통증으로 남습니다. 아름답지만 재미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쉽게 읽히지도 않습니다. 빠르게 읽고 지나가는 소설이 아니라 순간을 영원처럼 붙드는 작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체험해야 하는 그런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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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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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다른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다가 혼자가 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107).


좀 까칠하게 평가하자면,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 같은 스토리이다. 사회부적응자처럼 보이는 괴팍한 예순세 살 할머니가 어찌어찌 하여 떨거지 소도시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떨거지 아이들과 엮이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떨거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러면서 떨거지 소도시에도 새바람이 불고 할머니 인생에도 새바람이 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프레드릭 배크만의 책은 그렇게 간단하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며, 그렇게 간단하게 읽어서는 안 될 소설이다. 평면적인 줄거리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활자 곳곳에 따스하게 스며있기 때문이다.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현실세계라면 우라지게 짜증나는 인물이 분명한데도 결국 그/그녀를 사랑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읽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도 그랬듯이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가장 밥맛이었던 사람" 1위 켄트(브릿마리의 남편), 2위 브릿마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476).


청소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며, 모든 게 늘 똑같은 집에 머물기를 원하며, 친구를 사귀지도 않고,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여행을 싫어하고, 40년 동안 살던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는 브릿마리는 그래서 남편(과 남편의 아이들)에게 수동 공격적이며, 사회성이 부족하고, 항상 다른 사람의 평가를 늘 의식한다는 놀림을 받는다. 그렇게 제자리를 놓인 물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평생 다른 누군가(남편과 남편의 아이들)를 위해 살아온 브릿마리가, 스스로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63살)에, '보르그'(가상의 소도시)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은, 남편이 심장발작으로 쓰러졌을 때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오면 발로 찰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149).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떨거지 소도시에 브릿마리가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보르그와 브릿마리 인생에 변화가 시작되고, 그 중심에 축구가 있다. 어찌하다 축구팀 코치를 맡게 된 브릿마리는 축구를 통해, 아니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보르그 마을 주민들 속에서 평생 처음 순수한 감정으로 우렁하게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기회를, 누군가를 격렬하게 사랑할 기회를, 열정적으로 폭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구라도 자기 존재를 알아주길 바라는 법이다"(283).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도와줄 사람 다 하나씩 도와준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유시진의 말에 강모연이 이렇게 대답을 한다.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파티마의 삶은 바뀌겠지요. 그리고 그건 파티마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일거에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배울 수 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누군가의 삶은 바뀔 수 있고, 그리고 그 사람에겐 그것이 세상이 바뀌는 일일거라는 것말이다. 그 어려운 일을 브릿마리가 여기서 해낸다. 


"모든 인간에게 사랑이 불꽃놀이일 필요는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사랑은 필요하고, 나를 잃어버리기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살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남편과 남편의 아이들을 위해 브릿마리는 자신의 꿈을 접고 평생 가정을 지키고, 그녀의 자리를 지켰지만, 그녀를 이해할 마음이 없는 그들에게 브릿마리는 '잔소리꾼',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 '없으면 불편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하찮게 여기는 브릿마리의 능력(청소, 정리, 돌봄)이 어떤 마법 같은 일을 일으킬 수 있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보르그 주민들은 브릿마리의 죽은 언니처럼, 그래서 평생 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브릿마리를 알아봐주어 다행이다. "그래서 잉그리드가 바깥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는 동안 브릿마리는 모든 집안일에 뛰어난 솜씨를 갖춘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청소, 정리. 언니는 그걸 알아주었다. 언니는 그녀를 알아주었다"(114).




"화분에는 흙만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밑에서 꽃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이 보이는 것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며 물을 주어야 한다"(68-69).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것이고(번역도 한 몫한다), 따뜻한 유머 속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축구를 알면 더 재밌겠지만 사실 몰라도 재밌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리버풀을 응원하는 아빠 밑에서 자라면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리버풀을 응원하는 아버지를 둔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토트넘 팬이면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많게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는 것. "토트넘은 늘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해요. 그런 식으로 희망을 심어줘요. 그래서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 점점 더 기발한 방법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죠"(277).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인가 뭔가를 응원한다는 건 무슨 뜻"이냐면, "그 팀은 늘 이겨요. 그래서 자기들은 그럴 만한 팀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해요"라는 것! (재밌어서 메모해두었습니다^^)

자신의 앞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을 참고 견디며,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고, 남(남편)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여기며, 그(남편)의 꿈이 그녀의 인생이 되어버린 채, 다른 사람의 그늘 속에서 사는 데 이골이 난 브릿마리가, 어느 날 '브릿마리', 그러니까 '나 자신'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자신에게 집중했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아줌으로써 누구라도 서로에게 눈부신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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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와 비만 건강혁명 - KBS <건강혁명> 김동석 캠프 대장의 당뇨와 비만 클리닉
김동석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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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건강혁명> 당뇨와 비만 클리닉 노하우 공개!



작년 초,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 오빠가 스트레스성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건강했던 오빠라 가족들 충격이 컸습니다. 또 당뇨는 한 번 발병을 하면 평생 그 병을 달래가며 품고 가야지, 완쾌란 없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당뇨는 관리를 잘 하면 완쾌도 가능하다는 의사 선생님 말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가족 모두가 당뇨에 대한 경각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입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이 전에는 '성인병'이라 부르던 질병을 이제는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 질병들이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 알코올성 간질환, 퇴행성 관절염, 악성 종양"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란 과식, 과음, 흡연, 운동 부족 등을 말합니다. 현대에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과 같이 생활습관병이 증가하는 것은 현대인의 생활패턴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생활습관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면 예방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 없이 음식을 먹고, 음식 먹는 습관을 올바르게 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문제는 생활습관병은 치료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당뇨와 비만 건강 혁명>은 그 원인이 '중독'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몸은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세뇌되어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중독에는 금단 현상이 따라옵니다. "그 행위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나쁜 습관에 중독됐을 때 아무리 몸에 나쁜 습관이더라도 멈추게 되면 몸에 이로운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짜증이나 우울, 두통, 복통과 같은 금단현상을 유발"하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활습관이나 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 이 병의 무서움이기도 합니다.


<당뇨와 비만 건강혁명>은 당뇨와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을 고치려면 잘못된 생활습관 증독증을 찾아내고, 금단현상 같은 증상을 없애 줄 특별한 개인별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KBS <건강혁명> 베이스캠프와 담양힐링센터에서 진행되는 당뇨 캠프, 비만 캠프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생활습관병 치료의 시작은 해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해독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며, 당뇨와 비만 뿐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상식, 그리고 증상별로 몸에 좋은 차(예를 들면, 두통에는 천궁차, 감기에는 호두생강차, 여주차, 기침에는 무꿀차, 도라지차 등)를 소개하고(효능뿐 아니라 재료와 만드는 법까지), 체질별 음식 처방 등 건강 상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일반적인 건강 상식을 많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포만감은 배로 느끼는 게 아니라 뇌의 시상하부가 분비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느끼게 되는 것

포만감을 느끼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물은 가능한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노력, 식후 바로 마시는 것보다 식후 30분에서 1시간 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침 성분에는 해독 기능이 있다. 밥은 가능한 오래 씹어서 삼킨다.

주성장이 멈추는 시기인 20대부터 소식하는 습관을 갖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생활습관병은 본인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고치기가 쉽지 않은 병입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고 금단현상과 같은 증상을 없애줄 개인별 맞춤 처방도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당뇨나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일수록 막연히 생활습관을 바꾸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맞춤 처방을 위해 전문가의 상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예방차원에서 읽으면 가장 좋고, 다음으로는 특히 당뇨와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 치료를 위해 전문가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예가 되어줄 것이며, 건강에 두루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듯합니다.


생활습관의 개선은 정확한 지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한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이럴수록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생활습관병 치료의 시작은 해독이다. 해독의 목표는 피를 맑게 하는 것!


"음식, 물, 공기가 오염되면 결국 인체 내의 혈액이 탁해지고 혈관에 문제가 생겨 각종 생활습관병을 초래하게 된다.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은 결국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그 역할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혈액이다. 혈액이 탁해지면 산소 운반이 되지 않고 영양분인 포도당이 제대로 세포에 전달되지 않는다. 결국 숨을 쉬고 먹었던 영양분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면역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활동이 원할하지 않아진다. 따러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못하여 각종 염증 질활이나 암에 걸리게 된다. 해독의 목표는 결국 혈액을 맑게 하여 신진대사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48-49).









"인간을 물을 포함하여 하루 1kg, 30년 동안 10톤 이상을 먹는다. 인간의 몸은 이렇게 먹는 음식물로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그래서 먹는 음식이야말로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질병 치료에도 가정 먼저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26).



체질별 비만관리


소음인

신장이 강하고 비장이 약한 체질. 소화기가 약해서 잘 체하며 차강누 기운이나 음식은 좋지 않다. 대부분의 소음인은 잘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으며, 간혹 살이 찌더라도 상대적으로 잘 뺄 수 있다.

추천 식품 : 쑥, 쑥갓, 생강, 파, 마늘, 부추, 달래, 귤, 사과, 오렌지, 인삼, 찹쌀, 명태, 대구 등



소양인

비장이 강하고 신장이 약한 체질로, 몸에 열이 많아 먹은 대로 바로 소화한다. 과식을 하면 드물지만 비만이 될 수 있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이 먹는 것이 좋다.

추천 식품 : 보리, 팥, 녹두, 오이, 배추, 상추, 양배추, 감자, 미나리, 토마토, 결명자, 구기자, 시금치, 알로에, 새우, 오징어, 낙지, 생굴, 가물치 등



태음인

간이 강하고 폐가 약한 체질. 골격이 크고 성격이 낙천적이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허리와 배 부분이 비대하며 땀을 많이 흘린다. 족므만 더 먹어도 금방 살이 찌거나, 물만 마셔도 몸이 부어서 살이 되는 체질이다.

추천 식품 : 콩나물, 두부, 된장, 들깨, 깻잎, 도라지, 마, 율무, 당근, 우엉, 토란, 호박, 도토리, 다시마, 파래, 가지, 고구마, 죽순, 등푸른생선 등



태양인

폐가 강하고 간이 약한 체질. 하체가 약하고 소화 흡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기운이 자꾸 위로 뻗쳐 올라가므로 소화장애가 자주 오고 구토를 자주 할 수 있다.

추천 식품 : 메밀, 현미, 포도, 감, 앵두, 키위, 머루, 다래, 붕어, 조기, 모과, 솔잎, 해파리, 조개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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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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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법의학의 선구자라고 알려진 중국 남송시대의 학자 송자를 만나다!


법의학은 범죄와 관련된 죽음을 의학적 중심에서 조사하는 분야입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법의학 초기의 역사, 그러니까 법의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체 읽는 남자>는 송나라 시대의 명판관이자, 세계적인 법의학의 선구자라고 알려진 인물 '송자'의 인생을 재구성한 역사추리 소설입니다. 송자는 "과학적 수사방법을 집대성한 세계 최초의 법의학서 <세원집록>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최초의 법의학자라고는 하지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며, 더불어 고대 중국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이 역사소설의 작가가 스페인의 공과대학 교수라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작가는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쓰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매우 엄정하고 정직하게 다"(572)루었습니다. 명실공히 "스페인 최고의 역사소설가"라고는 하지만, 스페인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송나라 시대의 의학과 교육, 건축과 음식, 소유권, 의상, 척도법, 화폐와 국가 조직과 관계"(571)를 면밀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시체 읽는 남자>는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역사추리 소설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송나라 시대의 평판관으로 유명한 또 한 사람, '포청천' 에피소드와 같이 다양한 명판결을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시체 읽는 남자>는 그보다 '송자'라는 인물의 독특한 생애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명판결 에피소드보다 그의 일대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둔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송자는 조그만 시골동네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수도인 린안으로 이사를 하면서 인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조용히 빨려 들어갑니다. 아버지를 따라 도축장 일을 돕던 송자는 아버지가 린안의 도청에서 회계원으로 알하게 되면서 평생 은인으로 여기는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송자는 펭 아래서 범죄 수사와 소송 관련 일을 돕게 되면서 수사의 기초를 배웠고, 동시에 해부학의 기초 지식을 습득합니다(15-16). 명판관에게 필요한 지혜와 지식, 세세한 일처리와 공평한 결정, 예리한 관찰과 빈틈없는 판결, 효율적인 일처리는 모두 펭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판관에 따르면, 범죄를 밝힐 수 있는 증거가 상처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외과 의사처럼 그 상처들을 이해하고 연구해야만 했다"(16). 위대한 인물 뒤에는 언제나 위대한 스승이 있는 법이지요. 


펭에게서 배우며 과거에 응시하여 "형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열망"을 키워가던 송자는 예기치 못한 운명의 습격을 받습니다. 불행은 불시에 그를 급습했습니다. 살인죄(누명)로 붙잡힌 형,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화재, 병든 여동생, 어느 날 갑자기 도망자 신분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 송자는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참사가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99)습니다. "그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인간 행동의 결과이며 대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해 가능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의문은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장치가 되어 이 소설이 단지 역사소설이 아니라, 역사추리소설이 되게 합니다. 여러 불행이 이유 없이 그를 강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책의 마지막 장에 가서야 알게 됩니다.



"시체를 읽는 사람입니다"(332).


그런데 독자는 한 역사적인 인물의 일대기를 읽어가며 또 한 번 인생의 아이러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닥친 모든 고난이 결국 그가 세계적인 법의학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끈 것이지요. 의학, 특히 해부학을 경시하던 시대에, 시체 만지는 일을 불결하고 불길하게 여기던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명판관 펭 아래서 배운 것 뿐 아니라, 도축장에서 일한 경험, 고향 땅에서 농사를 지은 경험, 도망자 신세가 되어 떠돌며 공동묘지에서 시체 다루는 일을 했던 경험 모두가 자신의 무지를 일깨우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특히 자신을 쫓는 포졸의 눈을 피해 공동묘지에서 시체 다루는 일을 하며 살인과 자살을 분간하고, 우연히 난 상처와 죽이려고 난 상처를 구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는 '시체 읽는 남자'로 이름을 알리기 됩니다. "시간도 없고 도구도 없이, 그는 사소해 보이는 시체의 모든 흉터나 상처, 염증, 굳은 정도나 색깔 등 모든 것을 종합해서 완전한 그림을 그려야 했다. 종종 머리털이나 엷은 고름이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221).


'시체 판독가'로 이름이 알려지고 황실과 관련된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을 더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갑니다. <시체 읽는 남자>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100부짜리 대하사극도 가능할 것입니다. 대륙의 사람답게, 한 사람의 일대기가 굉장히 스펙타클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장대한 역사 이야기이고 흥미로운 추리극이 될 것입니다. 


<시체 읽는 남자>는 중국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형법과 과거제도, 청렴과 정직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공직자들의 태도를 살펴보면, 그 안에 감추어진 중국의 힘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권층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네. 우리는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들, 노력하는 사람들, 자신의 가치와 지식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등용하네. 자네의 꿈이 과거에 응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이 시험은 사회계층이나 출신을 막론하고 누구나 응시할 수 있지. 농부도 내상이 될 수 있고, 어부도 판관이 될 수 있으며, 고아도 세리가 될 수 있네. 우리의 법은 죄를 짓는 사람에게는 엄격하지만,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네. 이걸 기억하게. 자네가 그들보다 더 뛰어나다면, 자네는 도와줄 권리뿐만 아니라, 그래야 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야"(346-347).


책의 앞머리에 인용된 송나라 형법전서 <송형통> 중 <판관의 의무에 관한> 법률만 읽어보아도 확연히 나타납니다. 


성장이 임명한 검시관은

신고를 받고 네 시간 이내

범죄 현장에 출두해야 한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자기 책임을 전가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혹은 그 상처를 잘못 판정하면,

무능한 관리로 선포되고 

2년간 노비로 일해야 한다.


송나라 형법전서 <송형통> 제4조

<판권의 의무에 관하여>



러 모로 읽을 거리가 많은 재밌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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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함께
존 아이언멍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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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러미 멜런이 보기에 세인트피란 주민들은 그런 식으로 조 학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평생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서 아마겟돈의 수학을 연구하던 진지한 괴짜의 모습은 원치 않았다. 실크 넥타이를 매고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월급이 그들의 1년 수입보다 많았던 번드르르하고 제멋대로인 도시 청년은 원치 않았다. 불안해하고 심란해하던 조, 악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조, 어둠 속에 숨어서 자기만의 두려움과 외로운 싸움을 벌이던 조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원치도 않았다. 그들이 고래 축제 때 추억하는 남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이 찬양하는 남자는 영웅이었다. 선지자였다. 세상을 구한 자였다"(15).


<고래와 함께>는 영국의 지도에서 '작디작인 발가락의 저기 저 맨 끝에 난 조그만 뾰루지"나 다를 바 없는, 콘월 주의 외딴 마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아침의 작은 소동으로 시작됩니다. 마을이라기보다는 촌락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세인트피란에 알몸의 젊은 남자가 긴수염고래와 함께 떠밀려오면서 평온했던 마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그 소동이 일어난 과거와 그 소동이 전설이 되어버린 현재, 알몸의 사나이가 기억하는 과거와 세인트피란에서의 현재가 거미줄 처럼 얽히면서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직조됩니다. 




"외로움이 이렇게 짧게 끝날 수도 있는 걸까? 이 부둣가에 맨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불길한 예감을 느꼈건만 낯선 이가 건넨 인사 하나로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걸까?"(52)


"그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 알몸으로 떠밀려온 '조 학'의 사연이 좀처럼 속시원이 풀어지지 않는 가운데, 그의 이야기가 한꺼풀 벗겨질 때마다 불길한 기운이 드리웁니다. 투자은행에서 투자결정을 위한 금융투자분석가로 일하던 조 학은 자신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이 '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종말을 예견하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은행을 뛰쳐나와 그에게는 "땅 끝"이나 다름없는 세인트피란까지 떠밀려왔습니다. 조 학은 파도에 떠밀려왔다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고래구하기 대작전을 진두지휘하며 하루아침에 세인트피란의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마음을 안정을 찾아던 조 학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예견한 대로 독감 바이러스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이번엔 인구 300명인 세인트피란 마을 구하기 대작전에 돌입합니다.  




"혼자 있는 건 절대 좋지 않다. 하지만 혼자 있어야 한다면 친구와 함께 혼자 있어라"(321).


<고래와 함께>는 "개미 떼처럼 확실하게 힘을 합치면 인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유한한 자원으로 문명을 건설했고 그것을 써서 없애기 바쁜 인류는 자원의 소멸과 함께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맞서야 하는, 너무 끔찍해서 저항할 생각조차 나지 않는 거대 괴물은 핵무기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이기심을 <고래와 함께>는 폭노합니다. 이기심 앞에 인간 사회의 복잡성은 최대의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한 곳만 무너져도 도미노처럼 전부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종말을 고할 수 있는 것도 복잡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래와 함께>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연합할 때 복잡성은 유기적은 연관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창고는 거의 비었다. 고래는 죽었다. 불은 다시 켜졌다. 하지만 어떤 미래가 조 학을 기다리고 있을까?"(464)


세인트피란을 구하며 그 마을의 전설로 남은 조 학은 자신 인생의 티핑 포인트가 절박한 고래를 구하기로 결심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합니다. 그때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값진 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역사와 함께 쌓아올린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모릅니다. 아등바등, 죽을동살동 악착을 떨어보지만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퇴장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우리들은 어느 순간 인간 혐오자로 변하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며, 혐오하는 그것보다 혐오자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더 경악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부르짖음이 여러 형태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우울증, 폭력, 무기력.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티핑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건 아니다 싶은데도 그냥 살아가지 말고, 신념과 다른 일상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티핑 포인트말입니다. 어쩌면 <고래와 함께> 안에서 그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초반엔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 새 푹 빠져 들어 읽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하면서도 광대하고, 순박하면서도 날카로운 성찰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진짜로 인류에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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