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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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은 죽음에 대한 공포이다!


이 책은 "자신이 죽을 운명임을 자각하고 살아가는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안다"(21).  그런데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슬픈 운명에 대한 자각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축복이 될 수도 있을까?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죽음의 공포가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슬픈 불멸주의자>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물음을 독자 앞에 던져 놓는다. 죽음의 공포는 불멸을 향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인류 문명은 필멸하는 인간의 불멸을 향한 집념의 기록이라는 주장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 인지 능력 탓에 인간은 죽음의 인식에도 눈을 떴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멸망으로 가는 무력감을 낳기 마련이지만 인류는 다행히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초기 인류는 실존적 절망에 굴복하는 대신 특별하고 초월적이며 영원한 우주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134).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죽음의 공포라는 동력이 없다면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죽음의 공포라는 동력이 없다면, 생(生)의 의미와 가치에 지금처럼 죽기살기로 매달릴 필요 역시 없어진다는 주장으로 말이다.


<슬픈 불멸주의자>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어떻게 인간 행동의 기저를 이루는지 보여주는데, 역사와 과학, 인문학 뿐 아니라, 수많은 실험을 통해 죽음이 인간 경험의 핵심에 존재하는 고뇌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책의 강조점은 죽음의 공포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 그 자체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인식이 인간 존재 핵심에 존재하는 고뇌이다.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불멸 추구의 길로 이끈다. 그 탐색은 인간 역사의 과정에 심오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330). 


인류는 어떻게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은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얻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것을 '공포 관리 이론'이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를 '공포 관리 이론'으로 설명한다. "공포 관리 이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생물이 기본적으로 지니는 자기보호 성향과 정교한 인지 능력이 결합할 때 인간은 자지가 취약한 존재하는 것과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결과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는 공포가 발생한다. 인간은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의 힘을 빌어 스스로를 육체가 사망한 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영속할 영혼과 정체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라고 확신하면서 이런 공포에 대처한다"(201-202). 다시 말해, 스스로를 문화 세계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공헌자라고 인식함으로써 공포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죽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초월하는 문화적 세계관(의례, 예술, 신화, 종교 등)과 자존감으로 무장한다. 그리고 그 결과 현대 세계를 이끈 신념 체계, 기술, 과학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의례, 예술, 신화, 종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인간사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많은 진화론자들이 예술과 종교를 그 자체로 어떤 적응적 의미나 영속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는, 그저 다른 인지 적응 형태가 낳은 불필요한 부산물로 본다. 그러나 이런 관점을 완전히 틀렸다. 인간의 독창성과 상상력이 낳은 이 산물들은 초기 인류가 '죽음 인식'이라는 인간 고유의 문제에 대응하는 데 반드시 필요했다. 모든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불멸을 향한 분투는 공포와 절망을 미연에 방지한다. 따라서 인류는 의례, 예술, 신화, 종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경, 기술, 과학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례, 예술, 신화, 종교가 있었기 때문에 농경, 기술,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133-134).



불멸,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312) 


우리가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가장 고귀한 인간 행동은 물론, 가장 비도덕적인 인간 행동 양쪽 모두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공포 관리가 효과적일 때는, 자신이 의미 있는 우주에 속한 가치 있는 일원이라는 믿음 덕분에 대체적으로 유쾌하고 생산적이며 때로는 숭구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이다. 우리의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자기가 믿고 있는 근본적인 믿음에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할 때 우리는 대단히 큰 불안감을 느끼는데, 그리하여 "죽음의 공포는 다른 신념을 지닌 사람, 특히 우리가 악으로 규정한 사람을 상대로 하는 폭력을 자극한다"(227).


이 밖에도 <슬픈 불멸주의자>는 인간은 죽음을 상기했을 때, 강박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먹고, 쇼핑을 한다. 육체와 성생활을 불편하게 여기고, 자존감을 강화하기 위해 무모하게 운전을 하고, 인공 태닝을 하기도 하며. 정신분열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병적인 도박 및 게임 중독과 같은 중독, 우울증의 기저에도 죽음의 공포에서 도피하려는 동기가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죽음의 현실에 눈을 떠야 하는가?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가?


<슬픈 불멸주의자>의 세 저자는 자신의 문화적 세계관에 완전히 매몰돼 꾸는 인생의 꿈에서 깨어나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의식적 및 무의식적 생각이 어떻게 불운한 심리적 및 행동적 방어를 부추기는지 이해함으로써 변화를 꾀하기를 희망한다"(346). 지금 우리는 "나와 다른 신을 숭배한다는 이유로, 또는 다른 깃발에 경의를 표한다거나 수백, 수천 년 전에 굴욕감을 겪었다는 이유로 타인을 증오하고"(205) 죽일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개인적인 고통과 중오, 살인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언젠가는 죽는다는 불가피한 사실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331)가 이 책이 독자에게 내어놓는 마지막 질문이다.



<슬픈 불멸주의자>의 주제를 다르게 표현하면 "죽음과 함께 살아가기"라 할 수 있겠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쎄며, 우리 생활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선 나(인간 행동)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인류 문명)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주며, 나아가 "지금 나는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목표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으로 데려다놓는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하루 하루의 삶에 더 깊이 감사하게 하고, 역설적이게도 삶을 더 숭고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아주 오래되고 익숙한 문제이지만, 이 책은 전혀 새로운 통찰,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지루할 틈이 없이 읽었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살고 있지만, 사실은 '죽음의 공포'에 깊숙히 지배 당하고 있다는 진실과 마주해보기를 권한다. 죽음의 공포와 생생하게 맞닥뜨리기 전까지, 나를, 타인을,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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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임형선 지음 / 채륜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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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이화우梨花雨 흣뿌릴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봄에 배꽃이 비처럼 흩뿌려지면서 떨어질 떄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이제 벌써 가을이 되어 가을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었구나. 이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임께서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 리 먼 길에 직접 가보지는 못하고, 꿈에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이 책은 '고시조'를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 시조가 담긴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야. 사전을 찾아보니 "시조라는 명칭은 '시절가조'(時節歌調)에서 나온 것으로 '시절가'란 '이 시절의 노래'라는 말"이라고 해. 그러니까 시조는 그 시절을 담고 있다는 말이지. 고시조는 "시조가 발생한 고려 중엽부터 갑오개혁 이전까지 창작된 시조"라고 하니 이 책에서 우리는 주로 조선과 고구려 말엽 시절(역사)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런데 말투가 왜 그러냐고? 이 책의 어투를 흉낸 거야. 그러니까 이 말투가 거슬린다면 이 책을 읽는 걸 다시 생각해봐. 저자는 가르치는 일에 익숙한 것 같아. 어린 독자를 가르치는 듯한 말투야. 어르신들이나 진지한 독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런 말투가 어떻게 와닿을지 모르겠어. 이 책의 느낌을 맛보기로 보여주려고 이렇게 쓴 것이니 이해해주고, 여기까지만 이렇게 쓸께.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사랑', '정치',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재밌는 고시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중에서 '사랑' 파트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조선시대 3녀 기녀라 일컬어지는 황진이, 이매창, 홍랑의 애절의 사랑이 주를 이루는데, 세 여인의 삶을 비교하며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재밌고, 서로의 마음을 담운 아름다운 문장을 깊이 음미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또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이 담긴 사랑 노래에 당황하여 잠시 말문이 막히기도 했는데, 이 책의 이 저자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작품을 만나보겠는가 싶을 만큼 화들짝 놀랄 만한 작품과 해설도 있답니다.




구룸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떠이셔 임의任意 단니며셔

구태야 광명光明한 날빗츨 따라가며 덥나니


먹구름이 아무 생각 없이 떠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하늘 한가운데 떠 있음녀서, 제멋대로(임의로) 흘러 다니면서

일부러 밝은 햇빛(광명한 날빛)을 따라다니며, 그 밝은 빛을 엎고 가려 어둡게 하는구나. 세상을 어둡게 하는구나


고시조를 감상하는 것은 역사를 읽는 일이기도 해서,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다 보면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고시조를 읽는 또다른 재미이기도 합니다. 고려말 공민왕 때 왕이나 다름없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신돈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 역사에 비선실세 정치가 지금이 처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몹시 씁쓸했습니다. "신돈은 고려라는 나라에서 자기가 하지 못할 일은 없었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었어. 자기한테 마음에 안 드는 신하들은 모두 벼슬을 빼앗고 품계도 빼앗거나 낮추구 또는 귀향도 보내고 뇌물도 받고.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지. 이들을 제거하면서 나라의 모든 권력을 휘어잡게 된 거지. 최영 장군마저 모함하여 훈작도 삭탈시키고 유배까지 보냈을 정도였으니 그 위세가 대단했던 거지"(149-150). 먹구름 같은 간신배 신돈이 밝은 대낮에 고려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한탄한 이존오의 고시조를 소리내어 읊조려 보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며,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잘못된 역사가 반복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십년十年을 경영經營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여내니

나 한간 달 한간에 청풍淸風 한간 맛져두고

강산江山은 들일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십 년을 계획하여 애써서 초가삼간 오두막집을 지어놓으니

내가 한 간 차지하고, 달이 한 간 차지하고, 맑은 바람에 한 간을 맡겨두고

강과 산은 들여 놓을 데가 없으니 밖에 둘러보고 보리라


학교 다닐 때, <국어> 과목을 좋아했고 또 <고전문학 Ⅱ> 수업을 들은 덕분에 아는 '고시조'가 많이 나와 개인적으로는 읽는 재미가 더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 고통할 때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노래, 나라가 어지러울 때 기개 높은 충절의 노래, 유배생활 중에 자연을 벗삼은 풍유의 노래 등 어려운 때에 후세에 남을 뛰어난 작품이 많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조상님들의 내공에 존경심이 일기도 합니다. 역사와 함께 이런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나름 신선한 의도로 가지고 시도한 '어투'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으나, 재밌게 읽히는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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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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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내 삶이 놀랍고, 아름다우며 기묘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 작가의 말




이 책에서 B급 감성이 느껴진다고 하면 작가에 대한 모욕일까. B급과 B급 아닌 경계에 선 작품으로 느껴지는 것은, '놀라운 이야기'로 세상에 반격을 가하고자 하는 작가의 광기 때문이다. 뒤틀린 세상에 대한 작가의 풍자가 신랄한데, 어쩌면 독자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은 비틀린 세상의 실체가 아니라 작품마다 뿜어져 나오는 작가의 광기이다. 작가는 농담 같은 비현실적 이야기로 뒤틀린 세상을 마음껏 조롱한다. 작가가 미쳤다. 


첫 장면부터 충격 그 자체였던 <대벌레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보자.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경찰이 찾아와 당신은 살해되었으니 현장을 어지럽히지 말고 죽은 채로 있으라는 황당한 명령을 내린다. 범인은 이미 자신의 범행 사실을 자백했고, 당신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증인도 있다. 경찰은 당신에게 경고한다. 당신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 있다는 망상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시체일 뿐이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죽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를 하나라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집안을 둘러보니 살해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분명하다.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일까, 죽은 것일까?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는 또 어떤가? 낯선 남자가 당신을 향해 다가와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 한다. 귀찮아진 당신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게 묻는다. 낯선 남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으로 사는데 싫증이 났지만, 당신으로 존재하는 데 있어서 당신 보다 훨씬 타고난 재능을 갖췄다고 주장하며, 누군가 당신의 인생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더 이상 나의 삶을 살지 않고 내 삶을 누군가에게 대신 맡길 자유를 누려보겠는가? 나는 아무도 되지 않기로 하고 말이다.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 아침, "당신은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입니다"라는 황당한 선언과 함께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빼앗기는 <멸종 위기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 범죄자라는 평생직장을 얻기 위해 직업소개소 상담원과의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남자의 이야기 <평생직장에 어울리는 후보>, 자신의 내면으로 이제 막 이사를 한 남자의 이야기 <내 집 마련하기>, 벌레 실종 사건을 은밀히 수사하며 인류에게 닥쳐올 재앙을 감지하고 도시 탈출을 시도하는 남자의 이야기 <벌레가 사라진 도시>, 실업자가 된 뒤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남자가 쓸모없는 존재를 제거하려고 하는 사회에 맞서 싸우기 위해 살해 도구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살인 기계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그를 예술가로 인정하며 그는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전투에 계속 몰두한다는 <세계는 살인을 꿈꾼다>까지 모두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당신으로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됐죠? 무려 35년. 당신은 35년 동안이나 습관적으로 타성에 의해 당신으로 살아왔어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좋지 못한 습관인 거죠"(81).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는 '정상인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 '니 꺼 인 듯, 니 꺼 아닌, 니 꺼 같은 나'라는 노랫말 속에 '아직은 네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처럼, '정상인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세상'이라는 말 속에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의심과 폭로가 숨어 있다. 마치 "내 이야기가 황당하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황당할 껄!"이라고 외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주인공이 모두 남자인 것은 우연일까, 작가의 의도일까? 분명한 것은 황당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가 멀쩡할수록 세상은 더 비틀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드라마보다 더 진지하고, 뉴스보다 더 신랄한 개그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작가는 광기처럼 폭발하는 더 황당하고, 더 황당하고, 더 황당한 설정으로 타성에 젖은지도 모른 채 타성에 젖어 사는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깨운다. 작가는 이러한 시도를 직접 내린 문학의 정의로 설명한다. 

"문학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나눈 말 때문에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또 세상에서 살아남고, 세상에 반격하고, 세상으로부터 숨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문학은 비극적이면서도 유쾌하다"(7).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가 보여주는 비극적이면서 유쾌한 이야기는 작가가 세상에 가하는 반격이다.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사는 대벌레와 반대로, "당신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살아 있지 않다는 진실의 폭노이다. 성경에도 같은 말씀이 있다.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3:1).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는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고 싶어진다"는 아마존 리뷰에 공감을 표하는 바이다. 황당하고 기묘해서 장난처럼 느낄 독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작가의 표현을 빌어)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하고, 숨 막히는 삶 속에서 숨을 트이게 하는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렬했다!

"물론 미치광이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의 광기가 필립의 생각을 새롭게 해주었다. 숨 막히는 삶 속에서 숨을 트이게 하는 낯선 돌파구와도 같았다"(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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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두근거려요 - 소심한 여행자의 사심가득 일본여행기
쏠트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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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는 일본 여행을 한 번 두 번 가기 시작한 이유는 그곳에서 작고 귀엽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찾는 재미 때문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 2009년부터 일본만 총 21번을 여행했다는 저자는,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여행을 통해 지금은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에 여행기를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랍니다. 일본만 총 21번을 여행했다니 일본 여행의 달인, 일본 여행 전문가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어쩌면 일본 사람들보다 일본 지역지역과 그 지역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지는 않을까요? 나도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가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여행'이라는 이름 자체에 낭만적인 환상을 품고 있는 초보여행자라면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곳을 가봤냐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여행에 더 많은 도장을 찍는 것이 목표라도 되는 양 말입니다. 그런데 <어쩐지 두근거려요>의 자칭 "소심한 여행자"처럼 한 나라를 집중 공략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가까이, 더 자주 다가갈수록 더 깊이 음미하게 되는 여행의 재미의 재미가 이 책에 쏠쏠하게 풀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작고 귀엽지만 딱히 쓸모가 없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좋아한다"는 귀엽지만 결코 자질구레하지 않은 일본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본 여행의 묘미는 물론, 일본을 여행하는 소소한 팁도 덤으로 챙길 수 있고, 나와 같은 스타일의 혹은 나와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즐기는 열혈 청춘의 좌충우돌 여행담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네이버 포스트 여행 스타에디터 쏠트에게 전수받는 일본여행 깨알 팁!

메모한 것들



기차에서 먹는 에키벤(도시락)이 가장 맛있다. 다양하게 먹어본 에키벤 중에 가장 무난하고 누구에게나 보통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것은 스테이크 에키벤이었다(보통 다른 에키벤보다 살짝 비싸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편이다. 에키벤을 고를 때, 일본어도 모르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면, 1. 음식 모형을 보고 먹고 싶은 비주얼을 고르고, 2. 인기랭킹 스트커를 확인한다.


돈코쓰 라멘에 입문하지 못한 자들을 위한 3단계 / 1. 돼지 육수가 아닌 걸 고르자. 2. 고추기름, 시치미를 적절히 섞는다. 3. 탄탄멘을 고른다.


일본어를 몰라도 자판기에서 그림을 보고 메뉴를 고르면 된다. 언어를 몰라도 여행의 즐거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파는 동네 패밀리 레스토랑 공략. 대표적인 곳이 데니스, 가스토, 로얄호스트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맛집 랭킹 사이트 타베로그는 점수를 짜게 주는 일본 사람들 덕분에 평점 3.5점 정도의 식당이라면 꽤 괜찮은 곳으로 여겨진다.


미야기현의 작은 소도시 시로이시를 찾는다면 그곳의 명물이라는 우멘을 꼭 먹어보자.


일본에서는 편의점 주변이나 다운타운이나 조용한 골목이거나 상관없이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하지 말자.


홋카이도 물산전은 굉장하다.


나 홀로 여행은 대단하지도, 못할 짓도 아니다. 그저 함께 떠날 사람은 없는데 어딘가는 가고 싶고 동행이 생길 때까지 못 참겠으면 무작정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하면 된다. 나 홀로 여행자에게 딱 맞는 여행이 일본 여행이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서로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다며 길 가다가도 조심하는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이다.


나 홀로 일본 여행이 아무래도 고민된다면 지역마다 제공하는 버스 투어를 이용하자. 길 찾기의 두려움, 혼자 여행하는 두려움, 코스짜기의 두려움을 몽땅 해결해주는 핵이익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다카마쓰 '우동버스 투어'다.


도쿄 같은 대도시를 여행할 때 숙소는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한 곳이 좋다. 나 홀로 여행을 하는 거라면 호텔 싱글룸보다 저렴한 호스텔을 이용해보자. 그중 하나가 바로 북앤베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터인데, 침개 공간이 좁다는 게 단점.


일본삼경 /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 히로시마의 '미야지마', 미야기의 '마쓰시마'


마쓰시마를 여행한다면 숙소는 전 객실이 오션뷰로 태평양 해안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마쓰시마 이치노로라는 료칸을 가보자.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치조지의 명소는 이노카시라 공원과 상점가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 사토우.


7, 8월은 홋카이도 최고의 성수기, 개별 여행자들은 숙소 구하기가 어려운데 주로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비에이의 호젓한 편샌 호시가오카에 가보자.


도쿄의 벚꽃 명소는 도쿄타워가 보이는 시바 공원이나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스미다 공원  


일본 여행은 어딜 가면 좋으냐 보다 언제 가면 좋으냐를 더 먼저 생각하자! 저자가 추천하는 적기는 역시 벚꽃이 만개한 그 찰나!


홋카이도 여행의 진짜 성수기는 여름이다!


왕초보의 도쿄 디즈니랜드 공략법 / 1. 아침엔 무조건 일찍 일어난다. 2. 숙소에서 디즈니랜드 가는 법은 미리미리 찾기 3. 토이스토리 어트랙션으로 향할 것! 4. 패스트패스의 개념을 빨리 이해하자 5. 줄이 비교적 빨리 줄어드는 어트랙션을 잘 활용하자. 6. 점심 식사는 '디즈니 캐럭터 다이닝'으로 가자. 7. 지도를 꼼꼼히 보면서 어트랙션을 놓치지 않는다. 8. 어트랙션은 가능한 한 많이 타보자. 9. 비오는 날이 오히려 좋을지도 10. 밤에 벌어지는 공연은 챙겨보자.









"어떤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다."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꼭 가봐야 여행지에 발도장, 눈도장을 찍고 오는 여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꼭 가봐야 할 일본 명소를 일부러 찾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심한 여행자'를 따라다니다 보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행자이면서 가이드이기도 한 저자의 관심이 명소가 아니라, "작고 귀엽고 자질구레한 것들"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자의 관심사가 다양해서 오히려 일본을 여행하는 큰 목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목표 없음'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골목 여행과 같이, '낯선 일상'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드는 여행자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어쩐지 두근거려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인생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여행이지만, 또 계획을 잘 세우고 준비를 잘 할수록 돌발 상황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고 보다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저자의 여행담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과 돌발상황이 교차하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다니다 보니, 준비는 열심히 하되 시행착오와 돌발상황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프로 여행가로 거듭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모아 놓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대요"

- <해피해피 브레드> 中에서



이 책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 "좋아하는 것"을 모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모아 놓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을 터입니다. 인생에도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것처럼, 여행에도 사람마다 나름의 '여행 스타일'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작고 귀여운 것들, 자질구레한 것들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남들 보다 더 큰 행복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여행가"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저도 작가의 여행 스타일을 닮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두근거려요>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몸속 어딘가에서 작은 생기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로 어쩐지 두근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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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 - 마음을 움직이는 시각코드의 비밀 20
신승윤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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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진, 회화, 광고 등의 시각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성경에 보면 하와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선악과의 이미지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보이는 것'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는 우리의 시선,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코드'가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영화 <미션>에서 한 사내가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수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에 압도되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시각코드'라고 부르며, 영화 곳곳에 숨겨진 시각코드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독자들은 "수평선 위를 걷는 주인공의 애환", "수직선을 올라가는 인물의 사연", "원과 사각형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대칭이나 대비구도로 마주 보는 사람들의 관계", "색생과 명암이 상징하는 이야기" 등 "무심히 흘려보냈던 장면" 속에 숨어 있는(5) 시각코드를 읽고 해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시각코드는 결국 마음을 이야기합니다"(8). 


이 책은 "관찰하는 시선 하나만 있으면 이미지를 즐기는 본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292). 예를 들어,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 안에는 곡선의 본능이 숨겨져 있다는 시각코드의 비밀을 하나만 알아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수많은 익숙한 풍경들이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적이고,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더 이상 평범한 장면으로 남아 있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는 평범한 점심으로 무심코 뚝딱 비우는 칼국수 한 그릇에서도 "역행하는 수직선의 기쁨"을 발견합니다(43). 한 젓가락 감아올리는 칼국수를 보며, 폭포수를 거슬러 절벽을 오르는 '상승하는 수직선'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상승하는 수직선'에 감추어진 의미를 알고 있다면, 우리는 높이 들어올린 칼국수 면발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가?" 절벽을 올라가는 장면, 즉 상승하는 수직선은 우리에게 '무엇을 지키며 살 것'인지를 묻기 때문입니다(36).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시각코드'는 결국 마음의 모양입니다. 영화 속 시각코드는 발견되기를 바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시각코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잘 보는 사람이 잘 행복해진다"(8)는 저자의 말이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영화 속 명장면에 숨겨진 의미를 포착해내듯이, 누군가는 마음의 사각형을 허물 공감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생명력을 키워내는 원형의 에너지를 갈구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작은 시선에서 물러나 큰 관점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고, 주인공을 감싸주는 배경처럼 쓸모없는 공간으로 보이는 조각이 사실은 주인공이라는 반전을 감추고 있으며, 간절한 사랑의 선율이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난도질하는 잔인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시각디자인과 영상 정보를 전공했다는 저자는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잘 하는지,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보았던 영화는 또 보고 싶고, 보지 못했던 영화는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단순히 영상예술이나 시각디자인적인 이론을 전달하는 책은 아니어서, 어떤 글들은 재밌는 영화 이야기로 다가오고, 어떤 글들은 따뜻한 에세이, 어떤 글들은 토닥토닥 위로하는 자기계발서처럼 읽힙니다. 누구나 편안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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