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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두근거려요 - 소심한 여행자의 사심가득 일본여행기
쏠트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연고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는 일본 여행을 한 번 두 번 가기 시작한 이유는 그곳에서 작고 귀엽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찾는 재미 때문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 2009년부터 일본만 총 21번을 여행했다는 저자는,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된 여행을 통해 지금은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에 여행기를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랍니다. 일본만 총 21번을 여행했다니 일본 여행의 달인, 일본 여행 전문가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어쩌면 일본 사람들보다 일본 지역지역과 그 지역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지는 않을까요? 나도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가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여행'이라는 이름 자체에 낭만적인 환상을 품고 있는 초보여행자라면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곳을 가봤냐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여행에 더 많은 도장을 찍는 것이 목표라도 되는 양 말입니다. 그런데 <어쩐지 두근거려요>의 자칭 "소심한 여행자"처럼 한 나라를 집중 공략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가까이, 더 자주 다가갈수록 더 깊이 음미하게 되는 여행의 재미의 재미가 이 책에 쏠쏠하게 풀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작고 귀엽지만 딱히 쓸모가 없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좋아한다"는 귀엽지만 결코 자질구레하지 않은 일본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본 여행의 묘미는 물론, 일본을 여행하는 소소한 팁도 덤으로 챙길 수 있고, 나와 같은 스타일의 혹은 나와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즐기는 열혈 청춘의 좌충우돌 여행담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네이버 포스트 여행 스타에디터 쏠트에게 전수받는 일본여행 깨알 팁!
/ 메모한 것들
기차에서 먹는 에키벤(도시락)이 가장 맛있다. 다양하게 먹어본 에키벤 중에 가장 무난하고 누구에게나 보통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것은 스테이크 에키벤이었다(보통 다른 에키벤보다 살짝 비싸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편이다. 에키벤을 고를 때, 일본어도 모르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면, 1. 음식 모형을 보고 먹고 싶은 비주얼을 고르고, 2. 인기랭킹 스트커를 확인한다.
돈코쓰 라멘에 입문하지 못한 자들을 위한 3단계 / 1. 돼지 육수가 아닌 걸 고르자. 2. 고추기름, 시치미를 적절히 섞는다. 3. 탄탄멘을 고른다.
일본어를 몰라도 자판기에서 그림을 보고 메뉴를 고르면 된다. 언어를 몰라도 여행의 즐거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파는 동네 패밀리 레스토랑 공략. 대표적인 곳이 데니스, 가스토, 로얄호스트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맛집 랭킹 사이트 타베로그는 점수를 짜게 주는 일본 사람들 덕분에 평점 3.5점 정도의 식당이라면 꽤 괜찮은 곳으로 여겨진다.
미야기현의 작은 소도시 시로이시를 찾는다면 그곳의 명물이라는 우멘을 꼭 먹어보자.
일본에서는 편의점 주변이나 다운타운이나 조용한 골목이거나 상관없이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하지 말자.
홋카이도 물산전은 굉장하다.
나 홀로 여행은 대단하지도, 못할 짓도 아니다. 그저 함께 떠날 사람은 없는데 어딘가는 가고 싶고 동행이 생길 때까지 못 참겠으면 무작정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하면 된다. 나 홀로 여행자에게 딱 맞는 여행이 일본 여행이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서로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다며 길 가다가도 조심하는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이다.
나 홀로 일본 여행이 아무래도 고민된다면 지역마다 제공하는 버스 투어를 이용하자. 길 찾기의 두려움, 혼자 여행하는 두려움, 코스짜기의 두려움을 몽땅 해결해주는 핵이익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다카마쓰 '우동버스 투어'다.
도쿄 같은 대도시를 여행할 때 숙소는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한 곳이 좋다. 나 홀로 여행을 하는 거라면 호텔 싱글룸보다 저렴한 호스텔을 이용해보자. 그중 하나가 바로 북앤베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터인데, 침개 공간이 좁다는 게 단점.
일본삼경 /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 히로시마의 '미야지마', 미야기의 '마쓰시마'
마쓰시마를 여행한다면 숙소는 전 객실이 오션뷰로 태평양 해안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마쓰시마 이치노로라는 료칸을 가보자.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치조지의 명소는 이노카시라 공원과 상점가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 사토우.
7, 8월은 홋카이도 최고의 성수기, 개별 여행자들은 숙소 구하기가 어려운데 주로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비에이의 호젓한 편샌 호시가오카에 가보자.
도쿄의 벚꽃 명소는 도쿄타워가 보이는 시바 공원이나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스미다 공원
일본 여행은 어딜 가면 좋으냐 보다 언제 가면 좋으냐를 더 먼저 생각하자! 저자가 추천하는 적기는 역시 벚꽃이 만개한 그 찰나!
홋카이도 여행의 진짜 성수기는 여름이다!
왕초보의 도쿄 디즈니랜드 공략법 / 1. 아침엔 무조건 일찍 일어난다. 2. 숙소에서 디즈니랜드 가는 법은 미리미리 찾기 3. 토이스토리 어트랙션으로 향할 것! 4. 패스트패스의 개념을 빨리 이해하자 5. 줄이 비교적 빨리 줄어드는 어트랙션을 잘 활용하자. 6. 점심 식사는 '디즈니 캐럭터 다이닝'으로 가자. 7. 지도를 꼼꼼히 보면서 어트랙션을 놓치지 않는다. 8. 어트랙션은 가능한 한 많이 타보자. 9. 비오는 날이 오히려 좋을지도 10. 밤에 벌어지는 공연은 챙겨보자.

"어떤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다."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꼭 가봐야 여행지에 발도장, 눈도장을 찍고 오는 여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꼭 가봐야 할 일본 명소를 일부러 찾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심한 여행자'를 따라다니다 보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행자이면서 가이드이기도 한 저자의 관심이 명소가 아니라, "작고 귀엽고 자질구레한 것들"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자의 관심사가 다양해서 오히려 일본을 여행하는 큰 목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목표 없음'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골목 여행과 같이, '낯선 일상'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드는 여행자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어쩐지 두근거려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인생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여행이지만, 또 계획을 잘 세우고 준비를 잘 할수록 돌발 상황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고 보다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저자의 여행담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과 돌발상황이 교차하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다니다 보니, 준비는 열심히 하되 시행착오와 돌발상황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프로 여행가로 거듭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모아 놓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대요"
- <해피해피 브레드> 中에서
이 책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 "좋아하는 것"을 모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모아 놓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을 터입니다. 인생에도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것처럼, 여행에도 사람마다 나름의 '여행 스타일'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작고 귀여운 것들, 자질구레한 것들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남들 보다 더 큰 행복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여행가"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저도 작가의 여행 스타일을 닮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두근거려요>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몸속 어딘가에서 작은 생기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로 어쩐지 두근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