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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드 - 신인류 "글로마드"는 어떻게 비즈니스 세상을 바꾸는가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인류를 이해하는 보편적 코드는 정말 존재하는가?" 이 책이 던지는 화두입니다. 저자의 이 질문이 흥미로운 것은, 그가 바로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는 <컬처 코드>를 주장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전작 <컬처 코드>에서 각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고유의 코드를 세상을 알렸다면, 그 후속작인 이 책을 통해서는 전 인류가 공통적인 성향을 보이는 '글로벌 코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딩과 창조성, 혁신 분야의 전문가로서 평성이 높다"는 저자가 <컬처 코드>를 통해 주장했던 것은 "왜 미국에선 인기를 끈 스포츠카가 프랑스에선 외면당하는지, 전통차를 마시는 일본인에게 커피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컬러 코드"(6)라는 것이었습니다. <컬처 코드>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코드는 '통제', 미국의 코드는 '엽총', 독일의 코드는 '원칙'(29)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글로벌 코드>에서는 이러한 자기 주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개개의 문화를 넘어 글로벌적인 무의식에 강력하게 영향받는 시기에 이르렀다"(7)고 단언합니다.
"컬처 코드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특정 문화의 시선을 말해준다면, 글로벌 코드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그 대상을 바라보는지를 알게 한다"(7)
저자는 '글로벌 코드'를 "글로벌적인 무의식", 즉 "인류의 무의식적인 코드"라고 정의하며, 총 12가지(글로벌 부족, 도시국가, 이동, 아름다움, 고급문화, 쾌락, 안전, 변화와 적응, 리더십, 교육, 밀레니얼 세대, U곡선)로 그것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12가지 코드를 모두를 연결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글로벌 부족'이라는 개념입니다. 글로벌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부족'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코드를 창조하고, 공유하고, 퍼뜨리는 것이 바로 "글로벌 부족"이라는 신인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글로벌 부족"이라 이름 붙인 "특정 집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과 함께 쉼 없이 세상을 돌아다닌다"(36)는 것입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여러 언어(세 가지 이상)를 구사할 줄 알고, 적어도 세 문화 이상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며, 그래서 특정한 지역을 고향이라 정의하기 애매하며,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글로벌 부족의 다양한 구성원과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사람들입니다. '다문화적 인간', '유목민적 라이프 스타일', '플래티넘 집시' 모두 글로벌 부족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이중 '플래티넘 집시'라는 말은 "플래티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여행 가방을 들고 허브에서 또 다른 허브로 이동하는 집시라는 의미"입니다(36). 자신이 글로벌 부족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다음의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면 됩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몇 개 국어가 가능한가? 얼마나 많은 모임에서 활동하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일하는가?"(67)
허브에서 살고, 끊임없이 여행하며, 세상을 비교하고, 그 과정에서 유행을 창조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또 다른 세계관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창조해내는 새로운 가치 체계가 바로 '글로벌 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부족들은 '도시국가'로 모이고, 함께 "이동"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때 이들의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입니다. 이런 식으로 '글로벌 코드', '글로벌 부족', '도시국가', '이동', '예측 가능성', '안전' 등의 개념은 유기적으로 서로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그런데 또 어떤 글로벌 코드는 그 유기적 연결에서 동떨어져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저자가 "아름다움"이라 이름 붙인 글로벌 코드는 '0.7'이라는 숫자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문화마다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저자는 문화를 뛰어넘는 인류 공통의 미적 기준을 찾아내었습니다. 배꼽을 드러낸 아랍, 인도, 미국 여성을 보며, 엉덩이와 허리의 이상적인 비율을 말하는 '0.7'이 "아름다움"에 대한 글로벌 코드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사고의 흐름이 다소 혼란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코드를 창조하는 주체가 '글로벌 부족'이라는 설명과, '0.7'이라는 아름다움의 글로벌 코드는 글로벌 부족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저자는 글로벌 부족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가치는 재산(돈의 규모)이 아니라, "태도"라고 말하지만, 글로벌 부족의 구성(왕실, 신하, 공급자, 창조자, 제3의 컬처 키드열망자)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글로벌 부족은 다름 아닌, 신흥귀족계급처럼 이미자화되기도 합니다. 열린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설명과 달리 그들만의 네트워크는 쉽게 끼어들 수 없는 닫힌 세계로 보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들이 퍼트리는 문화에 열광하며 그들과 같이 되기를 열망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미지는 꼭 귀족들이 던져주는 뼈다귀를 갈망하는 하등한 존재로 느껴져 마음이 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코드'인데 (아직은) 글로벌 부족이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극히 지엽적인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아이러니도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문화적 변화에 쉽게 적응하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특정 지역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국가에서 일하고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즐기며, 인간적인 접촉과 가족에 대한 책임, 죽음이 아닌 생명, 아름다움과 고급문화, 쾌락, 여성의 가치와 같은 덕목을 지향하는 글로벌 부족이 리더의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가 그러한 글로벌 부족,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고 봅니다.
순전희 독자의 역량 부족 때문이겠지만, 저에게는 그리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부분 부분의 단편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으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모호하기만 한 것이 독서의 뒷맛이 영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코드인데 전혀 '글로벌'하게 보이지 않는 코드가 있다는 것, 전 인류의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하기에는 자본주의의 욕망에 현혹되고 있는 듯한 불편한 느낌, 글로벌 부족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말 것 같은, 아니 그들에 비해 하등한 존재인 것만 같은 검은 좌절감이 더 큰 책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책을 잘못 읽고 용감한 글을 쓴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오독을 나무라시면 깊이 반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