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설교
팀 켈러 지음, 채경락 옮김 / 두란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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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갈수록 회의적인 시대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성령의 진리를 전할 방도를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책이다. 특히 현장 설교자들과 교사들을 위한 개론과 입문서가 될 것이다"(19).



역시 팀켈러다. 설교자의 사명과 설교의 중대한 본질을 선명하게 일깨운다. 나는 이 책을 평신도들(?)이 먼저 읽을까봐 두렵다. 교회의 신실한 일꾼으로 봉사하다 오랜 고민 끝에 신학교에 입학한 친구가 있다. 친구는 신학공부를 시작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설교'를 들을 때라고 털어놓았다. 설교에 '관해'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하니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에 은혜를 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은혜보다 설교의 '문제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말이다. 구의 태도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 목회자들은 설교가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며, 그만큼 설교를 비교하고 비판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 목회 현실에 처해 있다는 말이다. 


만일 <팀 켈러의 설교>를 평신도들이 먼저 읽는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영혼 없는 설교, 흥분성 설교, 욕심으로 하는 설교, 의식적인 연기 설교, 또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는 설교, 단 성경을 깊이 연구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데서 그치는 설교의 문제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살라"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설교, "의로운 삶을 통해 하나님의 복을 받아 내라고 부추기는 설교"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설교자의 권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설교를 하는 설교자는 사실 복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교의 사명을 맡은 자라면 누구보다 먼저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정 시간이 없다면 "2장 매번 복음을 설교하라"라는 파트만이라도 꼭 읽고 설교를 하기를! 왜 설교의 마지막을 '이렇게 살라'라는 문장으로 끝내서는 안 되는지 그것만이라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성찰해보기를!


"설교의 마지막을 '이렇게 살라'라는 문장으로 끝내지 마라. 대신 "우리는 이렇게 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신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을 믿음으로 우리도 이런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로 마무리하라. 이렇게 설교가 청중에 대한 메시지를 넘어 예수님에 대한 메시지로 나아갈 때, 현장 분위기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들은 학습을 넘어 예바로 나아갈 것이다"(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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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믿음 - 예수 신앙에 대한 성찰 Q 시리즈 1
김석년 지음 / 샘솟는기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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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잘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묻고 답하라.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25%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그리스도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은데, 진정으로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교회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입니다.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런 말에 무감각할 지경입니다. <질문하는 믿음>은 예수 신앙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나오라고 외칠 때, 자신 있게 세상 앞에 설 수 있는 신앙인은 누구인가를 묻습니다. 모든 신앙인에게, 동시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심각한 도전을 주는 책입니다.


<질문하는 믿음>의 저자 김석년 목사는 '질문 없이 무조건 믿는 습관'을 꼬집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향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예수 신앙이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성경에 기초한"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어야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열 가지 질문에 성경에 근거해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믿음의 동기는 무엇입니까?

믿음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행복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연합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훈련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능력은 무엇입니까? 

믿음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질문하는 믿음>은 질문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알아야 하고, 고백해야 하고, 따라 살아야 할 성경적인 답변은 무엇인지도 함께 제시하며(1부), 이어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줍니다(2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한 마디로, 본질을 놓치지 않는 삶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선순위, 즉 절대 가치를 바로 알고 따르는 삶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곧 "소유보다 존재를, 일보다 관계를, 성공보다 사명을, 리더십보다 팔로워십을, 경건보다 은혜를, 궁극적으로 세상보다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것이며,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믿음의 가치를 모든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151).


<질문하는 믿음>은 그리스도인됨의 증거가 무엇인지 제시하며, 나의 삶에 그런 증거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새가족 성경공부 교재로 사용하기에 좋을 정도로 쉽고 간결하며, 무엇보다 성경에 충실한 답변이라는 점에서 신앙의 기본을 튼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한 2부는 특별히 산상수훈의 '팔복'을 통해 풀어가는데, '팔복'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은 것이었나 새삼 놀랄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김석년 목사는 이 시대의 비극은 믿음의 모델이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복음은 알지 못해도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절대 가치로 그리스도인을 평가"하는데, 그리스도인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그리스도의 성품이 없기 때문에 크리스천의 위상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성도가 믿음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신앙의 기초요, 뿌리를 놓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집을 잘못 지어도 한참 잘못 짓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짜 그리스도인이거나, 가짜 그리스도인 둘 중 하나입니다. 그 중간은 없습니다. 비록 서투르고 넘어지고 실패할지라도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삶과, 크리스천의 가면을 쓰고 실제로는 세상의 길을 따르는 삶은 엄연히 다른 길이요, 완전히 다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신앙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예수를 닮고자 하는 간절한 소원" 하나가 씨앗처럼 마음에 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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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 길 위에서 마주한 찬란한 순간들
청춘유리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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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어디서 얻냐고요?


저는 딱 두 가지였어요. 보슬비가 내리는 늦저녁, 빗방울과 함께 반짝이는 에펠탑 아래에 서 잇는 제 모습하고요. 고3 시절, 새벽 6시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에스토니아 탈린의 호두 파는 아가씨를 만나는 것.


그 두 가지를 상상하니 미치겠는 거예요. 하고 싶어서요. '진짜 꿈꾸던 것들을,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면 행복할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안 하면 영영 못하겠다 싶고,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생각들이 내가 눈을 떴을 때 펼쳐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하기도 했어요(154-155).




"21살, 진짜 청춘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에 오글거리지만 이름 앞에 '청춘'을 붙이는 게 계기가 되어" 본명보다 "청춘유리"로 더 잘 알려진 여행가 '청춘유리'는, 이미 청춘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sns 스타라고 한다. "18살, 아직은 엄마 품이 좋을 작은 소녀가" 일본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첫 발을 디뎠고, 그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당당히 '청춘 여행가'라는 타이틀을 이름 앞에 달았다.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는 그런 '청춘유리'가 세계를 여행하며 '길 위에서 마주한 찬란한 순간들'을 기록한 청춘 여행기이다. 


그녀의 여행 에세이는 친절하지 않다.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는 설렘과 두려움을 시작으로, 그녀는 갑자기 용산 상가에 가서 중고 DSLR 카메라를 사기도 하고, 공항에 서 있기도 하고, 더블린 시티행 버스에 앉아 있기도 하고, 아일랜드에서 '오페어'가 되어 일을 하기도 하고,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충실하게 따라가지도 않고, 기행문처럼 소상한 여행기록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편 일기 같은, 여행의 단상들이다.


요즘 멀쩡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잘 살고 있던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빼고, 휴학을 하거나 진학을 미루고 여행길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이들 덕분에?)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이제 우리에게 돈이나 시간, 정보나 동행이 필요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바로 이 책도 그러한 용기를 통해 탄생한 책이며, 그러한 용기를 북돋우는 책이며, 그러한 용기에 도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그 용기를 부러워 할 테고,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탓할 수도 있고, 또 도전을 결심할 수도 있겠다. 유독 이렇게 용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용기'만 있다면 그녀의 경험들, 감상들, 특별한 추억들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짜릿한 가능성 때문이다. 누군가의 경험을 엿보는 것으로만 만족하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 무료하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에.



"아가씨는 월급이 얼마야? 얼마나 일해야 이 시계 살 수 있어? 여기서 일

하면 이런 거 사고 싶고 그렇지 않아? 어떡해, 우리 딸은 복 받은 거네"(76).


"금문교에서 그콧 메킨지의 'San Francisco'를 듣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알바생과 고객으로 만난 한 아주머니가 한 말이란다. 우리가 여행이라는 낯선 경험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 아닐까. 내 삶을 남루하게 하는 일상의 비루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 말이다. 폭력이나 다름 없는 한 아주머니의 무례함을 보며 차라리 여행의 고단함과 불안함을 견디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바로 그런 순간에 여행이 고파진다. 






 

 



누군가가 내게 왜 이런 길을 택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죽기 전에 내가 걸어온 길에 후회가 없기를.

죽기 전에 내 삶은 행복했다 자부할 수 있기를.

죽기 전에 누군가 내게 참 좋은 사람이었다 말할 수 있기를.


화려하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근사한 삶이었다고

웃으며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78)).


 



지금 우리는 우리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우리 욕망과 꿈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발견된다고 믿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직 자신의 안의 욕망에 집중하며, 그 욕망을 표현하고 성취하라고 속삭이는 사회말이다. 한 사회학자는 이것을 "표현하는 개인주의"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관성 없는 내 안의 욕망에만 충실한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기에, 이런 책을 읽으며 여행 충동이 일 때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단지 그녀(청춘유리)와 똑같은 경험, 무작정 낯선 세계 속으로 떠나는 것인지 되묻곤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단지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그래서 성장하게 된 '마음'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열심히 채워가는 그녀를 보며 내가 생각한 것은, '인생의 가치'였다. 나는 다른 누구가 아닌, 먼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치말이다. 요즘 이렇게 용감한 청춘들에게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고 싶다'는 선명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느냐고. 그리고 그 청사진은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시작과 도전과 실패와 관계와 부딪힘과 넘어짐 속에서 완성된다는 힌트와 함께. 이제라도 보다 분명한 그림을 그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이 책을 잘 읽어낸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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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쉽게 하기 -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혼다 사오리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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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  



이 책은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집안일을 쉽게 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집안일을 쉽게 하는 포인트는 '수납'에 있지만, 수납에만 국한하지 않고 종합적인 살림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가사도우미 자격증 제도를 실시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가사도우미에게 자격검정 시험을 통해 '가정사'라는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사'(士)가 붙은 자격증이라는 것은 집안일 능력도 전문성을 공인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분이 바로 그런 자격증을 갖기에 충분한 집안일 전문가입니다. 


또한 '가정사' 같은 자격증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집안일이 쉽지 않다는 반증도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집안일이라는 것이 적성이나 능력과 상관 없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저 해온 일이라면, 이제는 집안일도 전문성을 갖추고 능력과 노하우를 개발하는 전문 분야라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엄마만 보아도 잘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하게 되고, 오래 하다 보니 억지로 반 전문가가 되었을 뿐입니다. 소질도 없고 취미도 없는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결혼한 주부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일을 떠맡아 온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있으니 하기 싫어도, 잘 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이 집안일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하다 보니 집안일은 재미 없는 반복일 뿐이고, 잘하지 못하니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스트레스 덩어리가 됩니다. 


<집안일 쉽게 하기>는 이렇게 집안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돈 되지 않는 집안 때문에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집안을 쾌적하게 가꿀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줍니다. 









"사실 집안일이 힘든 것은 수납이 원인은 경우가 많다"(7).



저자가 말하는 집안일의 포인트는 바로 '수납'입니다. "집안일 자체가 반복적인 작업인데, 수납부터 잘못되어 있으면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거실, 벽장, 부엌, 세탁실, 현관, 신발장 등 '공간'을 중심으로 공간별 수납 노하우를 알려 주며, 나아가 집안일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작은 팁들을 전수해줍니다. 


수납도 기본 원리를 알면 공간의 용도와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수납의 기본 원칙은 "물건을 적재적소에 수납"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적재적소에 두는 기본 원리를 아는 것이 집안일의 핵심이며, 이 책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수납은 동선과 사용빈도를 고려해야 하는데,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수납하는 것이 관건이며, 수납 공간은 구획을 나누는 것이 좋고, 물건은 바닥에 두기 보다 걸어두는 것이 좋다는 등의 원칙을 이해하면 어떤 공간이든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집안일 쉽게 하기> 노하우를 배우며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집안일도 습관, 즉 버릇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집안일이라는 것 자체가 곧 '생활'이요,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이 중요한 이유가 또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집안이 정돈되어 있어야 생각도 정돈이 되고, 마음도 더불어 쾌적하고, 마음이 쾌적하야 다른 일도 술술 잘 풀립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물건 하나라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이 중요한데, <집안일 쉽게 하기> 노하우를 따라 집안일을 정돈하면 그런 습관이 더 쉽게 몸에 익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는 것입니다. 잘 정돈된 집을 청소하기가 더 쉬운 것처럼 말입니다. 


집안을 쾌적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은 개인의 생활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하면 물건도 꼭 필요한 물건만 갖는 습관이 중요하고,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사는지도 돌아보게 해주며, 또 수납이나 공간배치 하나에도 가족들 서로의 생활과 동선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마음까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집안일 완전 초보이고, 또 지금 당장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집안일을 책임지고 있지도 않지만, 이렇게 집안일 쉽게 하는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책을 보면 아름아름 하나씩 챙기게 되는 팁들이 있고, 그렇게 알아가는 것들이 생활의 (시작은) 작지만 (결과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실천이 중요하고, 실천을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한데, 일단 물건을 잘 버리고 쓸 데 없는 것들에 욕심내지 않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는 것, 물건들에게 제자리를 부여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집안일을 잘하는 노하우는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니어도 평범한 '생활'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열정에서 나옵니다. 그런 것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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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드 - 신인류 "글로마드"는 어떻게 비즈니스 세상을 바꾸는가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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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이해하는 보편적 코드는 정말 존재하는가?" 이 책이 던지는 화두입니다. 저자의 이 질문이 흥미로운 것은, 그가 바로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는 <컬처 코드>를 주장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전작 <컬처 코드>에서 각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고유의 코드를 세상을 알렸다면, 그 후속작인 이 책을 통해서는 전 인류가 공통적인 성향을 보이는 '글로벌 코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딩과 창조성, 혁신 분야의 전문가로서 평성이 높다"는 저자가 <컬처 코드>를 통해 주장했던 것은 "왜 미국에선 인기를 끈 스포츠카가 프랑스에선 외면당하는지, 전통차를 마시는 일본인에게 커피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컬러 코드"(6)라는 것이었습니다. <컬처 코드>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코드는 '통제', 미국의 코드는 '엽총', 독일의 코드는 '원칙'(29)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글로벌 코드>에서는 이러한 자기 주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은 개개의 문화를 넘어 글로벌적인 무의식에 강력하게 영향받는 시기에 이르렀다"(7)고 단언합니다. 



"컬처 코드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특정 문화의 시선을 말해준다면, 글로벌 코드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그 대상을 바라보는지를 알게 한다"(7)


저자는 '글로벌 코드'를 "글로벌적인 무의식", 즉 "인류의 무의식적인 코드"라고 정의하며, 총 12가지(글로벌 부족, 도시국가, 이동, 아름다움, 고급문화, 쾌락, 안전, 변화와 적응, 리더십, 교육, 밀레니얼 세대, U곡선)로 그것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12가지 코드를 모두를 연결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글로벌 부족'이라는 개념입니다. 글로벌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부족'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코드를 창조하고, 공유하고, 퍼뜨리는 것이 바로 "글로벌 부족"이라는 신인류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글로벌 부족"이라 이름 붙인 "특정 집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과 함께 쉼 없이 세상을 돌아다닌다"(36)는 것입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여러 언어(세 가지 이상)를 구사할 줄 알고, 적어도 세 문화 이상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며, 그래서 특정한 지역을 고향이라 정의하기 애매하며,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글로벌 부족의 다양한 구성원과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사람들입니다. '다문화적 인간', '유목민적 라이프 스타일', '플래티넘 집시' 모두 글로벌 부족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이중 '플래티넘 집시'라는 말은 "플래티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여행 가방을 들고 허브에서 또 다른 허브로 이동하는 집시라는 의미"입니다(36). 자신이 글로벌 부족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다음의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면 됩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몇 개 국어가 가능한가? 얼마나 많은 모임에서 활동하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일하는가?"(67)


허브에서 살고, 끊임없이 여행하며, 세상을 비교하고, 그 과정에서 유행을 창조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또 다른 세계관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창조해내는 새로운 가치 체계가 바로 '글로벌 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부족들은 '도시국가'로 모이고, 함께 "이동"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때 이들의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입니다. 이런 식으로 '글로벌 코드', '글로벌 부족', '도시국가', '이동', '예측 가능성', '안전' 등의 개념은 유기적으로 서로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그런데 또 어떤 글로벌 코드는 그 유기적 연결에서 동떨어져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저자가 "아름다움"이라 이름 붙인 글로벌 코드는 '0.7'이라는 숫자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문화마다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저자는 문화를 뛰어넘는 인류 공통의 미적 기준을 찾아내었습니다. 배꼽을 드러낸 아랍, 인도, 미국 여성을 보며, 엉덩이와 허리의 이상적인 비율을 말하는 '0.7'이 "아름다움"에 대한 글로벌 코드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사고의 흐름이 다소 혼란스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코드를 창조하는 주체가 '글로벌 부족'이라는 설명과, '0.7'이라는 아름다움의 글로벌 코드는 글로벌 부족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저자는 글로벌 부족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가치는 재산(돈의 규모)이 아니라, "태도"라고 말하지만, 글로벌 부족의 구성(왕실, 신하, 공급자, 창조자, 제3의 컬처 키드열망자)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글로벌 부족은 다름 아닌, 신흥귀족계급처럼 이미자화되기도 합니다. 열린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설명과 달리 그들만의 네트워크는 쉽게 끼어들 수 없는 닫힌 세계로 보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들이 퍼트리는 문화에 열광하며 그들과 같이 되기를 열망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미지는 꼭 귀족들이 던져주는 뼈다귀를 갈망하는 하등한 존재로 느껴져 마음이 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코드'인데 (아직은) 글로벌 부족이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극히 지엽적인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아이러니도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문화적 변화에 쉽게 적응하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특정 지역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국가에서 일하고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즐기며, 인간적인 접촉과 가족에 대한 책임, 죽음이 아닌 생명, 아름다움과 고급문화, 쾌락, 여성의 가치와 같은 덕목을 지향하는 글로벌 부족이 리더의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가 그러한 글로벌 부족,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고 봅니다. 


순전희 독자의 역량 부족 때문이겠지만, 저에게는 그리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부분 부분의 단편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으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모호하기만 한 것이 독서의 뒷맛이 영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이름은 글로벌 코드인데 전혀 '글로벌'하게 보이지 않는 코드가 있다는 것, 전 인류의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하기에는 자본주의의 욕망에 현혹되고 있는 듯한 불편한 느낌, 글로벌 부족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말 것 같은, 아니 그들에 비해 하등한 존재인 것만 같은 검은 좌절감이 더 큰 책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책을 잘못 읽고 용감한 글을 쓴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오독을 나무라시면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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